평소라면 잃어버렸으면 잃어버렸지, 다시 재발급받으면 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등기본이 없기에 그녀는 신분증을 재발급받을 수 없고 장가네로 가고 싶지 않다.장소월도 인내심이 있는 편이 아니고 평소에 어느 정도 눈 감아 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대해 준 것이다.예전의 성격대로라면, 장소월은 바로 휴지통을 그녀의 머리에 덮어버렸을 것이다.“이혜성, 그 지갑 안에는 우리 엄마의 사진이 있어. 나한테는 아주 중요해. 그리고 그 안에 신분증... 돈을 갖고 싶은 거면 너한테 줄게. 다른 건 어차피 너에게 중요하지도 않잖아. 그러니 나한테 돌려줘!”이혜성은 옆에 있는 쓰레기통을 발로 걷어찼고 안에 있던 쓰레기가 모두 굴러 나왔다.“장소월, 너 지금 무슨 뜻이야? 네가 지갑을 잃어버린 게 나랑 뭔 상관인데? 난 네 지갑을 가진 적이 없어. 무슨 근거로 나를 모함하는 건데? 못 믿겠으면 경찰에 신고해!”그녀의 목소리는 가게 전체가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컸다.장소월은 짜증이 나서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이혜성... 나 평소에 너 건드리지 않았지? 그 핸드크림을 가지고 싶다면, 너한테 줄게. 지갑 돌려줘. 그러면 그냥 없던 일로 할게.”“장소월, 난 네 지갑을 가진 적이 없어. 너 왜 날 모함하는 건데!”주인아저씨는 홀의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재빨리 걸어 나왔다.“무슨 일이야? 너 근무시간이 저녁 시간대 아니야? 오늘 왜 이렇게 일찍 왔어?”장소월은 숨기려 하지 않았다.“아저씨, 저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안에 아주 중요한 사진이 있어요. 그리고 제 신분증도 있고요... 오늘 원래 사직하고 할머니한테 가려고 했는데 신분증이 없어서 티켓을 구매할 수가 없어요.”“왜 그래? 갑자기 왜 가는 거야?”어제저녁 발생한 일을 얘기하고 싶지 않았다. 회상하면 그녀의 마음이 더 불편해질 뿐이다.일을 크게 키우고 싶지도 않다.장소월은 얼버무려 말했다.“그냥 집에 가고 싶어서요. 아저씨, 경찰에 신고해서 제 지갑 좀
예전의 그녀는 금전적인 자원을 너무 쉽게 받았다.돈 버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장소월은 돈을 편지 봉투에 넣었고 꽤 두꺼웠다.주인아저씨는 그녀에게 알바비를 지급해 주고는 배달 하러 나갔다.가게에는 그녀와 이혜성만이 남았다.“이혜성, 내가 너한테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어서 그런 거야. 네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짓을 했는지는 네가 나보다 더 잘 알겠지. 지금 네가 흘린 눈물, 네가 하는 말은 마음에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도 나한테 증거가 없다는 걸 알고 있어... 네가 널 모함했을 수도 있고. 만약 정말로 내가 모함한 거라면 우선 미안하다고 사과할게. 만약 네가 정말 가졌고 나에게 그 사실을 숨기는 거면 넌 버는 장사야. 그 지갑은 아버지가 나에게 준 생일 선물이고 60만 좌우에 판매되는 한정판이야. 그러나 넌 평생 너의 추악하고 더러움을 고칠 수 없는 거야.”이혜성은 차갑게 비웃었다.“장소월 너 지금 무슨 쇼를 하는 거야? 나보다 조금 더 이쁘장하게 생겼을 뿐, 무슨 부잣집 딸 행세를 하는 거야? 그 지갑이 60만이라고? 왜 600만이라고 하지 않고? 만약 네가 정말 부잣집 딸이라면 지금 이곳에서 알바하면서 설거지하고 있는다고?”“잘난 척 쇼하는 사람은 봤어도 너처럼 쇼하는 사람은 처음 봤어.”“그딴 지갑은 공짜로 줘도 안 가져. 그리고 만약 정말 내가 그 지갑을 가졌다고 한들, 너 어떻게 할 수 있는데? 증거도 없으면서.”이혜성은 예쁜 편이 아니고 마른 체격을 소유하고 있다. 윤기가 없는 머릿카락에,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얼굴은 사람에게 까칠한 인상을 남겨주는데 지금 이런 말을 하고 있으니 더욱이 보기가 역겨웠다.처음에 그녀가 왔을 때, 장소월은 그녀에게 자신의 스킨케어 제품을 나눠주는 등 나름 잘 챙겨주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탐욕스러워서, 묻지도 않고 자기 마음대로 쓰기 시작했다. 지난번에 그녀는 단지 자신의 물건을 쓰기 전에 자신에게 얘기하고 쓰라는 한마디를 했을 뿐인
“이거 놓으라고. 이 짐승 같은 놈아. 날 건드린다면 우리 아빠가 가만있지 않을 거야.”이범은 미친 듯이 웃었다.“네 아빠? 네 아빠는 병신이야. 온다고 해도 내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한다고.”“살... 살려줘!”“천한 년, 조용히 해! 속옷도 온통 레이스던데, 무슨 연기를 하고 있어.”이범은 바로 뺨을 날렸다.장소월의 얼굴 한쪽이 뺨을 맞았고 그녀는 바로 그의 손을 물었다. 이범은 그녀의 머리를 잡고 힘껏 당겼다.장소월은 또다시 소리를 질렀다.바로 그때 위층에서 한 남자가 내려왔다.장소월은 지푸라기라도 잡은 듯 애원하였다.“살려, 살려줘요... 살려주세요...”좁은 복도에 세 사람이 서 있으니 보다 비좁아졌다.이범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내 일에 손대지 마.”그는 강렬한 포스를 풍기고 있고 이범보다 한 뼘 정도 더 큰 키에, 얼굴빛은 싸늘했으며 눈을 내리깔고 그를 보며 말했다.“그 손 놔.”“너 당장 꺼져!”“마지막으로 한 번만 경고할게. 그 손 놔!”목소리는 차가웠다.“놓지 않으면 어떡할 건데? 너 내가 누군 줄 알고. 이곳에서 널 죽이는 건 식은 죽 먹기야.”이범은 장소월의 머리를 놓아주었고 손가락으로 그를 가리키며 악랄하게 얘기했다.그러나 그 사람은 바로 이범을 발로 차버렸고 이범은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져 비명이 들렸다.장소월도 깜짝 놀랐다. 그녀는 이범이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 정신을 잃고 이마에서 피까지 흘리는 걸 봤다.장소월도 입을 틀어막아 자신이 소리를 지르는 걸 막아버렸다.그녀가 고맙다고 인사를 하기도 전에 그는 이미 자리를 떴다.장소월은 허둥지둥 계단을 올라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는데, 아까의 두근거림에 당황해서 열쇠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문을 걸어 잠그고 옷장에서 자기 옷을 꺼내 트렁크에 넣었다.예전에 그녀는 너무 보호를 잘 받아서 바깥세상이 얼마나 험악한지 전혀 몰랐다!만약 그녀한테 신분이 없고 장가네가 없다면... 장소월은 어떤 인생을 살 게
한 편의점에서.장소월은 4만 원을 들여 그녀의 신분증으로 낙성에 가는 티켓을 구매했다.버스로 가면 16시간이 걸려 꽤 오랜 시간이 소요 되지만 다행히도 이것은 오늘 밤 출발하는 마지막 한 장의 티켓이다. 다만 출발 시간이 조금 늦은 편으로 저녁 8시 30분에야 출발한다.서 터미널로 가는 버스는 장소월이 아직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고 거기에 도착하는 시간까지 마침 알맞은 시간이다.그때 하늘에서 갑자기 천둥소리가 울리고 보라색 번개가 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주인아줌마는 걱정스러워하며 말했다.“학생, 곧 비가 내릴 것 같은데... 아니면 내일 출발해. 지금 이 시간에 서 터미널로 가는 버스도 연착 될 것 같아.”장소월은 입술을 오므리고 다급해하며 말했다.“사장님, 저를 터미널까지 데려다 줄 방법이 없을까요? 돈은 더 지급할게요.”“안돼. 왕복하면 2시간은 걸릴 텐데, 폭우도 오면 너무 위험해.”“제가 2만 원 더 낼게요.”사장님의 눈빛이 순간 빤짝거렸지만 바로 난처해하며 말했다.“안돼. 목숨 하나에 2만원이라니...”“4만 원 드릴게요. 만약 사장님이 안 된다고 하면 저 다른 사람 찾아볼게요.”주인아줌마는 바로 장소월 손에 있는 4만 원을 받아 자신의 주머니에 넣었다.“조금만 기다려 봐. 내가 남편한테 학생을 터미널까지 데려다주라고 할게.”“고맙습니다.”빠르게 남자 사장님은 봉고차 한 대를 빌려왔고 주인아줌마는 장소월의 가방을 들어주며 말했다.“학생, 혼자서 그렇게 먼 곳으로 가는데 조심해야 해. 나쁜 사람에게 유괴당하지 말고. 학생처럼 예쁘게 생긴 사람을 유괴해서 인신매매 진행하는 경우도 많거든.”장소월은 주인아줌마의 웃는 듯 마는 듯한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이해할 수 없는 묘한 눈빛이 섞여 있었다.그녀가 주인아줌마가 건네준 캐리어를 건네받으려고 하는데 갑자기 운전석에 앉아 못된 웃음을 짓고 있는 남자 사장님을 보았다.장소월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차량 창문을 통해 차 안에 다른 사람이 있는 걸 보았다.“학생,
사람 다섯 명이 차에서 내려왔고 장소월은 바닥에 손을 짚고 역겨운 눈빛을 보내는 그들을 보며 두려움에 떨며 뒷걸음질을 쳤다.“당신들... 무슨 짓을 하려고... 오... 오지마!”“돈을 원하는 거라면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줄게.”이범은 음흉하게 웃으며 장소월을 향해 걸어왔다.“씨, 너 때문에 내가 하마터면 뼈가 부러질 뻔했는데 감히 도망 쳐? 더 도망쳐 봐... 어디로 갈 수 있을지...”“니 년한테 그렇게 많은 얘기를 해서 뭐해. 그냥 끌고 우리 아지트로 가서 우리 다섯 명이랑 재밌게 놀자.”“그러니깐. 3일 안에 쟤를 순종적으로 만들 자신이 있어. 앞으로 우리 몇 명의 시중을 들고 아들 몇 명까지 낳으면 되겠네.”장소월의 다리는 부들부들 떨려왔고 나른해졌지만 애써 일어섰다.“이건 위법행위라고!”이 말을 들은 그들은 미친 듯이 날뛰며 그녀를 비웃었다.“위법행위? 너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 이곳에서 우리가 바로 법이야!”“미쳤어... 이 미친놈들...”그녀는 그들 손에 잡히면 안 된다. 만약 오늘 그녀가 저 차에 타게 되면...전생의 비극은 다시 재연될 것이다...그녀의 울부짖음...그녀의 고함...메아리소리가 텅 빈 창고에서 울려 퍼지고 몇 명의 벌거벗은 남자들은 악마처럼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왔고, 그 장면들은 악몽처럼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싫어...그녀는 이 비극이 싫다...어두운 곳, 검은색 승용차 한 대가 멀지 않은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었고 차 안의 남자는 블루투스 헤드셋을 끼고 한 글자 한 글자 보고하고 있었다.“대표님, 화면은 이미 전송해 드렸습니다.”“응, 봤어.”“이제 움직일까요? 그 사람들이 아가씨에게 손을 쓰려고 하고 있어요.”“급해하지 마. 내가 가서 처리할 테니 일단 따라붙어.”와이퍼 레버가 좌우로 흔들리며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고 차 안 모니터의 어두운 화면에는 덩치 큰 남자 몇 명이 힘없는 열여덟 살 꽃다운 소녀를 괴롭히는 장면이 재생되었다.전연우는 생각에 잠긴
백윤서는 그녀의 옆에 검은 반팔만 입은 채 서 있는 강용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안 추워? 재킷 그냥 네가 입어.”“괜찮아. 그냥 네가 입고 있어.”엽청하는 백윤서 옆에서 팔로 그녀를 문질렀다.“윤서야, 너희 둘 사귀는 거야? 빠른데!”백윤서는 부끄러워하며 입을 열었다.“이상한 소리 하지 마. 우리 그냥 친구야.”“이게 친구 사이라고? 연기하지 마.”엽시연은 옆에서 눈을 희번덕거리며 백윤서가 쇼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인대호는 분위기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바로 입을 열었다.“무슨 날씨가 이래. 모처럼 모였더니 비가 오네. 하느님이 너무 체면을 봐주지 않는거 아니야?”엽시연:“체면? 너 따위가 뭐라고! 하느님이 네 체면을 봐줘? 번개 맞아 죽지나 말고.”그들 무리는 또 바로 웃음이 터졌다.“설마 우산 챙긴 사람 아무도 없어? 이 비 언제 그칠지 알고.”“누가 알겠어.”“잠깐만, 너희들 들었어? 방금 누가 살려달라고 소리 질렀어.”“누가 살려달라고 했는데. 너 잘못 들은 거 아니야?”“정말이야. 다시 들어봐...”곧 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귀 기울여 빗소리를 들으니 정말 누군가 살려달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고 남자 몇 명의 목소리도 들렸다.또렷한 목소리가 뒷골목에서 들려왔다.“살려줘요. 누가 없어요...”“천한 것, 어디로 도망쳐!”인대호는 빠르게 목소리의 주인공을 분별했다.“헐, 이건 이범 일행의 목소리야. 뻔하지, 또 어떤 여자애를 강요하고 있겠지.”“시연형, 이 목소리 그 여자애 목소리랑 비슷하지 않아? 우리 여기에 막 도착했을때 우리랑 말대꾸하던 그 여자애.”엽시연이 입을 열었다.“역시 내 눈이 정확했어, 그 이범인지 뭔지 인간 말종이었어. 그 여자애 이제 막 성인이 된 것 같던데... 용아, 무슨 일인지 보러 갈래?”강용은 무심하게 주머니에서 담배 한 대를 꺼내어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언제부터 이렇게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는 걸 좋아했어?”백윤서는 우물쭈물하며 말했다.“용아, 나 방금 소월이의 목소리를 들
“도망쳐. 왜 그만 도망치는 거야.”“그만 반항하고 얌전히 우리와 함께 가자. 우리가 잘 해줄게.”장소월은 발밑의 돌멩이가 떨어져 순식간에 거친 파도에 삼켜져 버린걸 보았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두려워하고 있나?장소월은 아마 두려워하고 있을 수 있다.죽음을 두려워하고 있나?그녀는 잘 모르겠다.장소월은 가장 힘들고 가장 고통스러운 통증을 이미 모두 느껴봤다...주변의 모든 가족들은 뜻밖의 재난으로 죽었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했고 한때 그녀의 가장 아름다웠던 모든 것들은 그녀를 떠났다.그녀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이 모든 것은 한 사람 때문에 꾸며진 아름다운 꿈이고, 모두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나중에 그 꿈은 산산조각이 났고 끝없는 어둠의 심연, 고통과 시달림이 남게 되었다.그녀는 이번 생에 그런 일과 사람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전생에 일어난 모든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자신이 틀렸다고 느꼈다.그녀의 인생은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비극이 될 운명이었다.하느님은 장해진이 진 모든 빚을 그녀더러 짊어지게 하였다.그녀도 제대로 살아가고 싶다.그녀도 평온하게 이번 생을 살아가고 싶다...그녀는 지난 생의 모든 것을 바꾸려고 정말 노력했다.이번 생은 좋은 결말을 맞이 할 수 있을 줄 알았다.그러나 결국 그녀는 여전히...그녀는 이미 한번 죽어 본 사람이다...죽음은 결코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그녀가 죽어라도...아마... 슬퍼할 사람은 강영수 뿐일 것이다.아쉽네! 한 번 더 만났으면 좋았을 텐데.인대호:“헐, 설마 정말 뛰어내리려고 하는 거 아니겠지? 만약 정말 뛰어든다면 건지지도 못해...”강용은 점점 더 빨리 걸었고 나중에는 뛰기 시작했다.강용:“너희들 당장 멈춰——”그의 목소리는 천둥소리 사이로 사라졌다.그들 말고는 아무도 듣지 못했다.“장소월——뛰어내리지 마——”“뛰어내리지 말라고——”“이러다 정말 사
강영수,안녕...그녀는 몸을 뒤로 젖혔다. 그 바람들이 칼처럼 그녀의 얼굴을 스치는 것을 느꼈고 매우 아팠다!강용:“장소월——”강지훈: “큰일 났어요, 대표님! 아가씨가...”전연우:“소월——”“헐. 범아, 저 여자 정말로 바다에 뛰어들었어. 우리 때문에. 어떡하지!”“나랑 상관없어. 나 때문에 죽은 거 아니야.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이범은 밑으로 떨어져 이미 자취를 감추고 있는 사람을 보고 있자니, 놀라서 다리가 나른해져 바닥에 주저앉았고 다른 사람들도 이미 놀라서 사방으로 도망친 지 오래다.그때 누군가가 다가왔고 강용은 아무 말 없이 입고 있던 반팔을 벗어 던지고 바다로 뛰어들었다...“헐, 용이야. 정말 뛰어든다고?!”장소월은 암초에 부딪혀 붉은 피가 바닷물에 퍼졌고 차가운 바닷물이 그녀의 사지를 얼어붙게 하는 것 같았다. 그녀의 의식은 점점 흐릿해졌고 마치 곧 사라질 별처럼 끊임없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녀가 있어야 할 자리로 떨어졌다...너무 어두워. 엄마, 나 너무 추워...인대호는 급한 마음에 바닷가를 계속 맴돌았다.“경찰에 신고해, 빨리 신고해!”한 사람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지금 비 와서 신호가 안 잡혀요.”인대호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사방을 빙빙 돌았다.“씨...”푸른 머리 남자는 어쩔 바를 몰라 하였다.“어떡하지.”인대호는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네가 나한테 물어보면 난 누구한테 물어? 당장 가서 사람 불러. 수영 잘하는 사람으로. 그리고 신호가 좋은 곳을 찾아서 전화해. 일단 경찰에 신고해.”엽시연과 백윤서는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렸지만 강용 일행이 돌아오지 않자 이상함을 느껴 해변가로 왔다.역시나 옆에서 조급한 마음에 자리를 맴돌고 있는 인대호를 보았다.“인대호,강용은?”인대호는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방금 강용이 그 여자애를 구하기 위해서 바다로 뛰어 들어갔어.”엽시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뜨고 앞으로 다가가 그의 멱살을 잡고 또 발로 그를 걷어찼다.“
“뭐라고? 소현아가 사라졌다고?” 높은 자리에 앉은 남자가 잠옷 차림으로 다리를 벌린 채 매서운 눈빛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사람을 위험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강지훈은 다리 사이에 머리를 박고 있는 여자를 힘껏 움켜쥐었다. 천효연은 매혹적인 입술을 다시며 입안에 든 것을 꿀꺽 삼키고는 바닥에 떨어진 가운을 주워 입었다. 그녀의 유혹적인 눈동자엔 아직 만족하지 못한 듯한 아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강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고는 음산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말했다.“소현아가 그곳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한시도 떨어지지 말고 감시하라고 했잖아. 이제 와서 하는 말이, 소현아가 사라졌다고?” 규영은 두려움에 고개도 들지 못하고 말했다. “주인님, 저희가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습니다. 부디 벌을 내려주십시오.” “하지만 아가씨께서 성정이 너무 활달하셔서 감당이 어려웠습니다. 당시 저희는 국경 근처 낙일 마을이라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가씨께서 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하셨을 때, 저희는 그저 농담을 하시는 줄 알았어요. 그러다 화장실에 간다고 저희를 속이시고는 몰래 도망치셨습니다. 경찰의 도움을 받아 그 별장에 가보니 아가씨께서 입으셨던 더럽혀진 옷만 남아 있었습니다. 분명 그 별장 주인에게 끌려갔을 겁니다.” 미경은 곧바로 말을 보탰다. “맞습니다! 아가씨의 말씀을 되새겨보면, 데려간 사람은 아마 아가씨의 친구분일 겁니다. 그러니 아무 일 없을 겁니다.” “주... 주인님... 부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이번엔 반드시 아가씨를 모시고 오겠습니다.”“한 번 더 기회를 줘?” 강지훈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천효연이 두 손으로 남자의 어깨를 감싸 안더니 그의 가슴팍으로 손을 뻗었다. “지훈 씨, 그 바보가 뭐가 좋다고 그래요? 나 하나로 부족해요? 사라졌으면 그냥 내버려 둬요... 그 여자가 북경 감옥에 있을 때 저 너무 불편했어요. 그러니까... 다시 돌아오게 하지 말아요. 네?” 규영과 미경은 서로
“만약 강지훈이 사람을 보내 쫓아온다면, 얼마나 더 숨을 수 있을 것 같아?”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데?” 강용은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알았어. 네가 같이 있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내가 조금만 참으면 되는 거니까.” 그는 손가락을 뻗어 장소월의 이마를 살짝 튕겼다. “얼른 자. 내가 떠날 방법 생각해 볼게.”“너 먼저 자. 난 좀 더 앉아 있고 싶어.” “같이 있어 줄게.” “괜찮아. 혼자 있고 싶어서 그래. 어서 가서 자.” 강용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12시 전에 꼭 방으로 돌아가. 안 그러면 내가 잡으러 올 거야.” “알았어.” 장소월의 얼굴에 오랜만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강용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방에 돌아가지 않고 거실 소파에 누워 음 소거로 PS 게임기를 만지작거렸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강용도 졸음이 몰려왔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12시 반이었다. 한 시간 동안 그는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부르려고 팔을 뻗었다가 내려놓았다. 강용은 사색에 잠겨 있는 그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수평선에서 오늘을 밝힐 금빛 광선이 솟아올랐다. 또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강용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굽히고 쪼그려 앉았다. “날이 밝았어. 우리 이제 가서 좀 쉬자, 응?” 장소월의 귓가에 강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창백하고 초췌한 얼굴에서 길게 드리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용, 봐봐. 진짜 날이 밝았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은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다. 계속 이렇게 지낸다면, 그녀의 몸은 완전히 망가지고 말 것이다. 그녀가 잠을 이루지 못할 때면, 강용은 몰래 그녀의 물에 수면제를 타 겨우 잠들게 하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그녀는 물에 손도 대지 않았다. “소월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한테 말해주면 안 될까?” 장소월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슴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강용, 내 옆에 있으면 안 돼. 난 널 위험하게 만들 거야. 그리고 현아까지...” 강용은 그녀의 손에서 하던 일을 빼앗아 들며 말했다. “난 위험 따위 두렵지 않아. 그리고 난 서울로 돌아가도 안전하지 않아. 차라리 너랑 함께 있는 게 나아. 장소월, 나 혼자 남겨지지 않게 해줘.” 그 말의 힘이 얼마나 큰지 강용은 알고 있었다. 장소월에게 있어 강용은 친구 그 이상이었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마치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강용은 그녀가 분명 마음이 약해지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눈썹을 찌푸린 채 망설이는 장소월의 모습에 강용은 일부러 서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아가씨, 나 버리지 마, 응?”그렇다. 사람들은 지금 강용과 강영수 모두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그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다면, 틀림없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장소월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다른 방법 생각해 볼게.” “좋아.” 오늘 저녁은 모두 장소월이 요리했고, 강용은 옆에서 야채를 다듬으며 그녀를 도왔다. 소현아가 장소월의 잠옷을 입고 내려왔다. 사이즈가 가장 큰 옷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소현아에게는 빠듯해 보였다. “소월아, 오늘 저녁 메뉴 뭐야?” 밑으로 드러난 배꼽을 본 장소월은 옷을 잡아당겨 주며 말했다. “이거 내 옷 중에 제일 큰 건데.”볼록하게 튀어나온 배를 보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밥상을 차리고 있는 강용을 돌아보며 물었다. “너 혹시 새 옷 있어? 내 옷은 안 맞네.” “당연히 없지. 나중에 전화해서 가져오라고 할게. 우선은 그냥 입고 있어.” 장소월은 그녀의 동그란 배에 손을 뻗어 만져보았다. 그 순간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단순히 지방 때문에 나온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심각해졌다. “현아야... 솔직하게 말해봐. 너 혹시 임신한 거야?” 소현아는 천진난만하게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배를 내려다
소현아가 말하는 사람은 아마 유월일 것이다. 혹시 그녀의 존재 때문에 강영수가 무언가를 기억해낸 것일까? 그렇다. 지금 강영수는 유월과 결혼한 상태다. 그녀가 계속 옆에 있는 것은 그들의 관계에 악영향만 끼칠 뿐이다. 집에 도착한 뒤, 장소월은 소현아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다. “현아야, 오늘 밤엔 우선 여기서 자. 옷장 안에 옷도 좀 있으니까 샤워하고 갈아입어. 난 내려가서 저녁 준비할게.” 소현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장소월이 아래층으로 내려가 냉장고를 뒤져 재료를 찾고 있을 때, 강용이 들어왔다. “정말 저 바보를 데리고 다닐 생각이야?” “강용, 현아 그렇게 말하지 마. 어렸을 때 병을 앓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잖아.” 강용은 어깨를 위로 쭉 올렸다가 내리며 말했다. “알았어. 네가 이렇게까지 끔찍하게 감싸는데 내가 어떻게 뭐라 하겠어. 하지만 소현아는 다시 돌려보내는 게 낫지 않아? 쟤랑 같이 있으면 너무 위험해. 자칫하면 우리 위치가 강지훈에게 노출될 수도 있어!” “너도 알다시피 전연우랑 강지훈은 한통속이나 다름없어. 전연우가 해외에 얼마나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 재산 대부분을 해외로 넘긴 상태야. 국내 성세 그룹이 망하더라도 전연우는 눈도 깜짝하지 않을 거라고.” “윗선에서 일찌감치 막지 않았다면, 지금쯤 성세 그룹은 아마 성세 글로벌 그룹이 되어 있었을 거야.” “그리고 네가 모르는 게 하나 있어.” 장소월은 채소를 썰다 멈추고 물었다. “그게 뭔데?” “전연우는 이미 회사를 팔아넘겼어!” “무슨 뜻이야?” “몰랐어? 전연우는 아주 오래전에 나라에 회사 지분을 넘겼어. 그래서 송시아가 아무리 서울을 헤집고 다녀도 전연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거야. 그리고 전연우가 요구한다면, 언제든 지분과 회사 통제권을 되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한낱 성세 그룹 따위는 해외에 두고 있는 재산의 백 분의 일도 안 돼. 지금까지 해외에서 수도 없이 많은 기업들을 인수했거든. 나중에 집안
장소월은 낙일 마을에 길을 잃은 친구가 있으니, 빨리 와서 데려가라는 전화를 받았다. 친구? 낙일 마을에 그녀의 친구가 있었던가?장소월은 강용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경찰서로 향했다. 그녀가 상황파악도 채 하지 못했을 때, 누군가 뛰어와 그녀를 꽉 껴안았다. “소월아, 소월아, 소월아... 드디어 찾았어. 너무 좋아!” 익숙한 목소리에 장소월은 화들짝 놀랐다. “현아?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그 바보 아가씨?” 차를 세우고 내리자마자 그 광경이 강용의 눈앞에 펼쳐졌다. “강용...” 소현아는 배시시 웃으며 강용을 향해 뛰어갔다. 반가운 마음에 와락 껴안으려 했지만, 그는 팔을 쭉 내밀어 그녀의 이마를 밀었다. 소현아는 키가 작은지라 아무리 팔을 휘저어도 겨우 강용의 옷자락만 잡을 수 있었다. “강용, 너도 보고 싶었어. 한 번 안아보자.” 강용은 눈썹을 씰룩이며 말했다. “난 순결한 몸이라서 말이야. 아무나 만지면 안 돼. 몇 년 만에 보는 건데... 소월아, 얘 왜 그사이에 더 멍청해진 것 같냐?” 장소월은 강용을 노려보며 말했다. “강용, 현아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 이어 고개를 돌려 경찰에게 말했다. “현아는 확실히 제 친구 맞아요. 폐를 끼쳐서 죄송했습니다. 이제 현아 데려갈게요.” 장소월은 소현아와 함께 뒷좌석에 앉았다. 소현아는 장소월의 팔짱을 끼고 그녀의 품속을 파고들었다. “소월아... 네 몸에서는 여전히 좋은 향기가 나는구나. 정말 보고 싶었어! 이렇게 멀리까지 놀러 왔으면서 왜 난 안 데리고 온 거야?” “현아야, 말해봐. 여긴 어떻게 왔어? 넌 서울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소현아가 대답했다.“응! 근데 강지훈이 나 바보라고 싫다면서 치료받으라고 여기에 쫓아 보냈어. 날 감시하라고 도우미 두 명까지 보냈고. 나 겨우 도망쳐 나온 거야. 소월아, 나도 데리고 가면 안 돼? 그 사람들한테 다시 잡혀가면 끝이야. 나 밥도 못 먹게 하고, 밤마다 수갑으로 묶어놓고 채찍으로 때리기까지 한단 말이야.
민선화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들 또한 지금처럼 변한 유월의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대문이 굳게 닫혔다. 해이는 문밖에 서서 힘겹게 말했다. “나한테 조금만 시간을 줘. 모든 걸 똑똑히 알고 난 뒤 다시 올게. 만약 그 여자와 나 사이에 정말 무슨 일이 있었다면, 그것 또한 너한테 다 얘기할게.” 소현아는 바닥에 떨어진 닭 다리를 주웠다. 방금 전 유월이 던진 의자가 그녀를 향해 날아오는 바람에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닭 다리를 떨어뜨렸던 것이다. 그녀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먼지를 털어내며 말했다.“떨어진 지 3초 안 지났으니까 먹어도 괜찮아.” 밖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유월은 문을 열었다. 텅 비어버린 마당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갔어... 정말 가버렸어!” 넋이 나간 채 멍하니 서 있는 유월의 모습에 민선화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가 말했다. “유월아, 왜 그래? 유월아...” “유월아, 엄마 무섭게 이러지 마!” “유월아, 제발 말 좀 해 봐!” “언니... 왜 그래요.” 민선화가 유월에게 손을 뻗은 순간, 그녀는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모두가 깜짝 놀라 허둥지둥 그녀에게 달려갔다. 희미하게나마 어둠을 비추던 달빛이 사라졌다. 달님은 어디론가 숨어버린 듯했고, 짙은 먹물 같은 하늘에는 별빛조차 보이지 않았다. 밤은 점점 더 깊어져 갔지만, 강영수에게는 절대 잠들지 못할 밤이었다... “오늘 밤엔 일단 여기서 자요. 내가 내일... 장소월 씨한테 데려다줄게요.” “네, 강영수 씨.” 소현아는 기지개를 켜고 침대에 몸을 뉘운 뒤 몇 초도 채 지나지 않아 바로 깊이 잠들었다. 강영수는 문밖에 앉아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이 집은 그가 유월과 함께 살려고 지어놓은 신혼집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각, 유월을 향한 그의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는지 그 또한 알 수 없었다... 규영과 미경은 밤새도록 낙일 마을에서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야! 해이야, 이 사람 도대체 누구야? 이 여자가 한 말이 정말 사실이야? 송 선생님이 아니라 장소월이였다고? 그리고 오늘 친정으로 돌아오는 날인데 왜 너 혼자 돌아온 거야? 유월이는 어쩌고?” 소현아는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풍성하게 차려진 식탁에서 닭 다리 두 개를 집어 들고 해이 뒤로 몸을 숨겼다. “너무 무서워.” 소현아의 몸은 온통 흙투성이였다. 진흙탕에 넘어져 울먹거리고 있던 차에 마침 순찰을 돌고 있던 경찰에게 발견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그들과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그녀가 찾으려는 사람에 대해 설명하자, 경찰은 곧바로 이곳으로 그녀를 데려왔다. 이곳에서 해이를 본 소현아는 분명 소월이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쫓아내려 했지만, 소현아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곳에 눌러앉았다. 다행히 낙일 마을 사람들은 모두 선하고 순박했고, 치안도 좋은 편이었기에 소현아는 무사히 지낼 수 있었다. 해이는 뛰쳐나간 유월을 쫓아가지 못하고 먼저 처가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소현아를 다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부모님의 질문에 그는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저 역시 그 답을 찾고 있어요. 유월이는 괜찮을 거예요.” “시간이 늦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잖아. 거기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얼른 나가서 찾아봐.” “찾을 필요 없어요!” 돌연 유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돌아온 것이다. 유월은 문턱을 넘어 들어와 벽에 걸려있던 그림을 집어 던졌다. “장소월은 네 약혼녀고 저 여자도 널 아는 친구라잖아. 다들 널 찾아왔는데 우리 집에서 뭐 하는 거야! 당장 우리 집에서 나가. 그리고 우리 결혼은 오늘부터 없던 일로 해. 나 양유월, 아무리 남자가 좋아도 남이 버린 걸 주워서 같이 살진 않아. 다른 여자와 결혼까지 한 남자는 더더욱 싫어.” “나가! 다 나가라고!” “너무 무서워! 소월이 그림...” 소현아는 내던져진 그림을 보고 재빨리 뛰어나갔다. 액자 유리는
규영과 미경은 재빨리 그녀를 부축하며 물었다. “사모님, 어디 아프세요? 지금 당장 병원에 가요!” “혹시 여기가 아픈 거예요?” 규영이 소현아의 아랫배에 손을 올렸다. 행여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주인님은 그들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소현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응가 마려워요.” 미경은 곧바로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건넸다. “사모님, 이 근처에는 화장실이 없어요. 정 급하시면 저쪽 구석에서 볼일 보세요. 저희가 망봐드릴게요.” 소현아는 휴지를 받아들고 나무 뒤로 달려갔다. “잘 지켜봐야 해요.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요. 안 그러면 나 화낼 거예요.” “알겠습니다, 사모님.” 소현아는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입을 가린 채 큭큭 웃어댔다. “내가 바보라고? 너희들이야말로 바보야.” 소현아는 재빨리 시내로 돌아가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그녀는 손에 든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혹시 이 사람 못 봤어요? 제 언니인데, 언니가 사라졌어요.”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못 봤어요, 본 적 없어요.” 소현아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물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그렇게 어느덧 밤이 되었고, 그곳 지리에 익숙지 않은 그녀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헤매고 있었다. 10분 뒤, 규영과 미경도 소현아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주변을 다 찾아보았지만 그녀는 좀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가로등 불빛만이 빛나고 있었다. 미경이 울먹이며 말했다. “사모님이 사라지셨어. 이제 어떻게 해!” “주인님이 아시면 분명 우릴 가만두지 않으실 거야. 우리 그냥 주인님께 얘기하자” “안 돼... 안 돼. 절대 주인님이 알게 해선 안 돼.” “노부인께선 사모님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기를 바라셔. 만약 주인님께서 아시면 틀림없이 아이를 없애려 하실 거야. 노부인의 명령을 완수하지 못하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어. 사모님은 복이 많은 사람이니까, 아이와 함께 무사히 계실 거야
“저를 아세요?” 소현아는 눈앞의 남자가 왜 이런 이상한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연히 알죠! 예전 소월이가 괴롭힘을 당하고 쓰러졌을 때, 제가 병원에 데려다줬었잖아요. 당신은 저한테 정말 고맙다고 하면서 꼭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고요. 그리고 학교에서 소월이를 잘 챙겨주라고 부탁도 했잖아요. 저 당신 말대로 잘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소월이 괴롭히려고 하면 제가 다 막아줬다니까요. 그런데 소월이랑 결혼식 앞두고 어디에 가셨던 거예요? 그 후로 소월이도 사라져 버렸어요.”“저 소월이를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몰라요...”“됐어요! 그만 해요!” 유월이 갑자기 발작하듯 소리쳤다.해이는 그 자리에 굳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조각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며 격렬한 두통을 유발했다.규영과 미경은 눈앞의 남자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두려워 서둘러 변명했다.“선생님, 아가씨...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사모님께서 머리를 좀 다치셔서 가끔 헛소리를 할 때가 있어요. 마음에 두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사모님, 이제 가시죠. 밖에 비도 그쳤어요.”두 사람은 소현아를 반강제로 끌고 나갔다. 하지만 소현아의 입술은 멈출 줄을 몰랐다. “헛소리 아니에요. 다 사실이란 말이에요. 하지만 당신한텐 이제 기회가 없을 거예요, 소월이는 이미 다른 놈이랑 결혼했거든요.”규영은 재빨리 소현아의 입을 틀어막고 서둘러 그곳에서 벗어났다.유월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는 해이를 바라보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니 불안한 마음에 돌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너 지금 나랑 결혼한 걸 후회하는 거야?”해이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를 바라보는 해이의 눈빛이 변해버렸다. 그의 눈동자엔 더이상 예전의 부드러움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변하고 있다. 그 여자가 낙일 마을에 온 이후부터 그의 마음은 점점 예전과 달라지고 있었다.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