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3화

작가: 차라
“역시 난 이모가 제일 좋아요!”

장소월이 방긋 웃으며 앞으로 걸어가 오 아주머니를 껴안았다.

그러고는 기대에 찬 얼굴로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도시락을 받아안고 작은 밥상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편히 잘 살면 되지 왜 뛰쳐나왔어요? 어르신과 도련님이 모두 걱정하고 있다는 거 모르는 거예요? 오늘 밤에만 여기에서 자고 내일은 돌아가요.”

“날 설득할 필요 없어요. 돌아가지 않을 테니까요. 그들의 눈엔 난 아무런 소용도 없는 사람이니 걱정하지도 않을 거예요.”

아주머니는 싱크대에 놓여있는 냄비와 간장을 발견했다. 그녀가 없으니 저토록 간략하게 먹은 것이다.

고귀하신 아가씨가 왜 이런 고초를 겪어야 한단 말인가.

오 아주머니는 가슴이 아파졌다. 어릴 적부터 그녀가 성장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으니 자신의 딸과도 같아 마음이 저릿해진 것이다.

“아가씨, 점심으로 이걸 먹은 거예요?”

장소월이 허겁지겁 탕수육을 집어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반찬거리가 없어 면을 삶아 먹었어요. 간장을 너무 많이 나서 좀 짜더라고요. 그리고... 이모, 이 간장 변한 거 아닌가요? 먹을 때 맛이 좀 이상하던데.”

오 아주머니는 장소월에게 다가가 손가락으로 이마를 살짝 밀며 말했다.

“유통기한도 안 봤어요? 먹고 배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래요. 이제 먹지 말아요. 내일 내가 집에 데려다줄 테니까 어르신한테 죄송하다고 말씀드리세요. 그러면 이번 일은 별 탈 없이 넘어갈 거예요.”

장소월이 움직이던 젓가락을 멈추고 단호히 말했다.

“전 이미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했어요. 계속 가라고 등을 떠민다면 지금 바로 이 집에서 나가겠어요.”

그녀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문밖을 향해 걸어갔다.

아주머니는 다급히 일어서 그녀를 막아 세웠다.

“돌아가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요? 설마 평생 이런 보잘것없는 곳에서 살려고요?”

“왜 안 되는데요?”

“이런 어지럽고 낡은 곳이 뭐가 좋다고요. 아가씨, 제 말 들으세요. 우리 함께 돌아가요, 네?”

“이곳이 뭐가 어때서요? 이모까지 절 내쫓으면 전 정말 갈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84화

    오 아주머니가 요리를 하고 있었다. 장소월이 눈을 비비며 시계를 보니 아직 여섯 시, 해도 채 뜨지 않은 시간이었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요? 더 자요. 거의 다 했어요.”장소월은 등 뒤에서 아주머니의 허리를 끌어안고 아래턱을 그녀의 어깨 위에 살포시 얹었다. 나른하고 애교 많은 고양이와 같은 모습이었다.“무슨 맛있는 음식을 하는 거예요?”“기름 연기가 많이 나니까 나가요. 더러워지면 안 되잖아요. 세수 용품을 좀 사 왔어요. 아가씨의 집에 있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저급한 브랜드지만 일단 쓰세요. 오늘 밤 제가 가서 물건들을 가져올게요.”“저급한 브랜드면 뭐가 어때서요. 이모가 사 온 거라면 전 다 좋은걸요.”“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가서 씻어요. 이것만 다 하면 완성이에요.”“네.”장소월이 입고 있는 잠옷은 오 아주머니가 입던 낡은 옷이었는데 촌스러운 디자인이라 한눈에 봐도 지긋한 나이를 먹은 사람들이 선호할 만한 옷이었다.하지만 장소월의 몸에 걸쳐지니 더할 나위 없이 멋들어졌다.그녀는 발에 투명한 플라스틱 슬리퍼를 신고 화장실로 들어갔다.세수를 마쳤을 때 오 아주머니는 밥을 먹을 시간도 없어 다급히 문을 나섰다.방 안엔 장소월 혼자만 덩그러니 남아 밥을 먹었다.떠나기 전 아주머니는 학교에 지각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했다.하지만 그녀는 학교에 가지 않을 계획이었다. 그로 인해 퇴학당한다고 해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녀는 많이 먹는 편이 아니라 남은 음식을 냉장고에 보관해 두었다.조금 쉬고 난 뒤 그녀는 뭐 더 살 것 있나 주위를 둘러볼 생각이었다. 조금 전 아주머니는 그녀에게 10만 원을 주고 백윤서에게로 갔다.장소월은 에코백을 들고 긴 머리를 집게로 높이 얹었다. 손엔 오이 하나가 들려있었고 몸엔 여전히 오 아주머니의 낡은 옷을 입고 있었다.대체 누가 그 모습을 보고 부잣집 아가씨라고 예상이나 하겠는가.“아가씨, 어디로 가려고요?”장소월이 문을 잠그며 말했다.“주위를 좀 둘러보려고요. 아주머니는 뭘 하러 나가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85화

    확실히 약간 어수선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여 너무 심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저 위생 상태가 서울 시내보다 좀 뒤떨어진 것뿐이었다.이곳은 개발을 거치지 않아 모두 구식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거리엔 시장이 열려 있었는데 한 바퀴 돌아보니 물가는 꽤 저렴한 편이었다.이곳은 서울의 가장 끝자락이라 이 골목을 지나가니 넓은 바다가 나타났다.장소월이 잔뜩 흥분한 얼굴로 모래사장에 뛰어 들어가 눈을 감고 깊게 호흡했다.그녀는 슬리퍼를 벗어 던지고 맨발로 모래를 밟았다. 바닷물은 좀 차가웠지만 머리에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은 그녀로 하여금 편안함을 느끼게 했다.그녀는 바닷가에서 군데군데 보이는 조개를 주우며 천천히 걸어갔다.그때 그녀의 귓가에 노기등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봐. 당신 누구야? 여긴 내 구역이라는 거 몰라?”장소월이 몸을 펴고 뒤를 돌아보았다. 레게 헤어스타일에 진한 화장을 덧칠한 여자가 씩씩거리며 그녀에게로 걸어오고 있었다. 팔뚝엔 문신까지 그려져 있었는데 만만치 않은 여자 두목 같은 모습이었다.장소월이 무슨 상황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여자가 그녀의 손에 들린 물건을 확 낚아챘다.“넌 어디에서 온 촌년이야? 왜 처음 보는 얼굴이지? 이 가방엔 뭐가 들어있어? 나한테 갖고 와!”“난...”“됐어!”여자는 장소월의 에코백을 거꾸로 들고 안에 있는 물건을 탈탈 털어냈다.“다 쓸데없는 것들이네. 역시 촌년은 촌년이야.”엽시연은 카드놀이에서 진 대가로 바닷가에서 조개를 줍게 된 것이다.그것 때문에 화가 났던 터에 마침 화풀이 할 먹잇감이 나타난 것이다.장소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에 떨어진 물건과 에코백을 줍고는 그녀와 충돌하기 싫은 마음에 곧바로 자리를 뜨려 했다.하지만 상대는 호락호락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는 듯했다.“내가 너한테 가라고 했어?”그 말투는 조폭이나 다름없었다.장소월이 물었다.“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데요?”엽시연은 손에 들고 있던 삽을 그녀에게 던지며 말했다.“날 만난 건 운이 없었다고 생각해. 나한테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86화

    “엽시연, 인대호, 너희들 또 난동을 피우는 거야?’돌연 먼 곳에서 살집이 퉁퉁한 중년 남자가 슬리퍼를 신고 야구방망이를 든 채 걸어왔다.그는 장소월에게 다가가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걱정스레 물었다.“아가씨, 저놈들이 괴롭힌 거예요?”장소월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옆에 서 있던 엽시연이 못마땅한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남자는 장소월을 알고 있는 듯 또다시 물었다.“아가씨가 바로 오 아주머니가 서울에서 데려온 사람이에요? 이름이... 소월이라고 했던가?”“장소월이요.”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장소월이었어요. 오늘 오 아주머니가 가기 전 아가씨를 잘 지켜달라고 나한테 신신당부했거든요. 아까는 너무 바빠 신경 쓰지 못했어요. 이제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있는 한 이놈들은 아가씨한테 감히 함부로 하지 못할 거예요.“시연아, 너 여자애가 왜 이렇게 사납게 하고 다녀! 그리고 너희들, 자꾸 수업 땡땡이치고 몰려다니며 양아치 짓 할래? 다들 빨리 돌아가. 나한테 혼나기 전에.”엽시연이 짜증스러운 얼굴로 담배를 입에 물었다.“이 뚱땡이 아저씨야, 왜 우리가 하는 일에 끼어드는 거예요? 오지랖 부리지 말고 가던 길 가세요. 나이 먹고 어린 여자나 탐하는 꼴이라니. 흥.”“너 뭐라고 했어? 한마디만 더 하면 네 아빠한테 다 이를 거야.”“진짜 재수 없어.”엽시연이 장소월을 쏘아보며 말했다.“거기 촌년, 너한테 한 말이야.”“대호야, 물건 챙겨, 우린 다른 데로 가자.”인대호 무리 남자들이 바닥에 떨어진 것들을 챙겨 엽시연을 따라 자리를 옮겼다.장소월이 말했다.“고마워요. 아저씨가 없었다면 큰일을 당했을 거예요.”“뭘 이런 간단한 일로 고맙기는. 나와 오 누님은 오랫동안 친구로 지낸 사이예요. 앞으론 이곳에 오지 말아요. 저놈들이 종종 이곳에 나타나 행패를 부리기 때문에 위험해요. 밖에 나가 구경하고 싶다면 내가 다른 곳에 데리고 가줄게요.”장소월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럴게요.”장소월은 바닥에 떨어진 조개를 주워 에코백에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87화

    그들도 이곳 식당에 들어오는 듯했다.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얼마 지나지 않아 방문이 열리더니 그들이 우르르 줄지어 들어왔다.“와. 이게 대체 몇 가지야. 평소 우리한텐 왜 이렇게 잘해주지 않은 거야! 뚱땡이 아저씨 사람 차별하는 것 봐.”“배고파 죽겠어. 나한테 젓가락과 그릇을 줘.”“넌 손 없어?”“아가씨... 저쪽으로 좀 가봐요. 나 못 들어가겠어요.”“...”장소월은 의자를 움직여 그에게 길을 내주었다.엽시연은 다리 하나를 올려 그녀의 맞은편 의자를 밟고는 다짜고짜 그녀 앞에 놓여있던 탕수육을 갖고 와 게걸스레 먹기 시작했다.“술이 왔어.”마른 몸집의 남자가 맥주 한 상자를 안고 들어온 뒤 발을 휘저어 문을 닫았다.“내가 해달라고 할 땐 절대 안 해주더니. 너 정말 대단한 여자네!”엽시연이 돌연 장소월을 보며 말했다.“이봐, 촌년, 너 아직 어디에서 왔는지 말하지 않았어. 외지 사람이야?”노란 머리 남자가 말했다.“형님, 딱 봐도 곱게 자란 모범생 같은데 너무 겁주지 말아요.”“왜? 마음 아파? 저렇게 예쁜 여자가 널 거들떠나 볼 것 같아? 저런 여자는 도와줘도 소용없으니까 입 다물어.”장소월이 주전자를 갖고 와 컵에 물을 붓고는 한 모금 들이킨 뒤 컵을 내려놓았다.“난 다 먹었으니까 천천히 드세요.”그녀가 일어서려고 할 때 손 하나가 그녀의 다리를 눌렀다.“급할 게 뭐가 있어요. 좀 더 얘기하다가 가요.”장소월은 그들이 두렵다고 할 수 없었다. 그들은 나쁜 사람인가? 그저 상대하기 껄끄러운 사람으로 보일 뿐이다.진정한 나쁜 사람은 그들과 다르다.그들은 그녀를 겁에 질리게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어딘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 느낌은 그녀가 처음으로 가져보는 것이었다.“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그녀의 옆에 앉아있던 노란 머리와 녹색 머리 남자 두 명이 그녀의 몸을 훑으며 빙그레 웃고는 말했다.“형님, 이 아가씨는 형님을 무서워하지 않는데요? 이제 형님도 한물갔네요.”“입 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88화

    “죄송해요. 천천히 들어요. 전 바쁜 일이 있어 먼저 갈게요.”장소월은 혼자 지내는 데에 익숙해져 친구라는 건 만들지도, 믿지도 않았다.이번엔 그들도 가는 그녀를 잡지 않았다.장소월이 방을 나섰을 때 현광원이 앞치마를 입고 손엔 요리 한 접시를 든 채 안에서 걸어 나왔다.“아가씨, 이렇게 빨리 다 먹은 거예요? 그놈들이 또 괴롭혔어요?”“아니요.”“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사실 저들도 그리 나쁜 놈들은 아니에요. 그저 장난을 치고 싶어 하는 것뿐이에요.”“저도 알아요. 전 물건을 살 게 있어서 이만 가볼게요.”“알았어요. 내일도 밥 먹으러 와요. 돈은 받지 않을 테니까 마음껏 먹어요.”장소월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장소월은 그곳을 떠난 뒤 몸에 맞는 옷 몇 벌과 신발 몇 개를 샀다. 변방 지역이라 가격은 별로 비싸지 않았다.그녀는 이곳에서 오랜 시간 머무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어느덧 3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그녀는 줄곧 현광원의 식당에서 종업원직을 맡아 일했다. 식사 제공에 하루 일당 십만 원이었으니 꽤 괜찮은 보수였다.낮엔 손님이 별로 없어 한가했고 밤엔 비교적 바삐 돌아쳐야 했다.처음엔 너무 힘들어 허리, 다리 어느 곳 하나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점차 익숙해졌다.그녀는 지금까지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었음에도 그리 어려워하지 않았다.그동안은 가질 수 없었던 평온하고 자유로운 나날의 연속이었다.감시도 없고, 통제도 없고, 안락함도 없고, 부드럽고 푹신한 침대도 없고, 예쁜 옷도 없다...장소월은 그렇게 천천히 일반인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본래 하얗고 가냘팠던 손은 물에 담그고 설거지를 한 탓에 껍질이 벗겨지고 거칠어졌다.오 아주머니는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장소월이 이곳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마 백윤서를 보살피느라 바쁠 것이다.하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다. 오 아주머니는 절대 그녀가 이런 일을 하도록 놔두지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 이번 기회에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89화

    장표가 크게 소리를 질렀다.“이봐, 장소월 맞지? 주문할 테니까 이쪽으로 와.”장소월은 그릇을 든 채 못 들은 척 그녀와 비슷한 나이의 누군가를 쳐다보았다.그 사람의 이름은 이혜성이었는데 그녀 역시 이곳에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었다.장소월은 고소한 듯 웃고 있는 이혜성의 얼굴을 쳐다보고는 몸을 홱 돌려 걸어갔다.“이봐, 주문하겠다고 한 말 못 들었어?”장소월은 접시를 내려놓고 손을 깨끗이 씻은 뒤 메뉴판을 들고 그들에게 걸어갔다.“무슨 요리를 주문하시겠습니까?”그녀가 기록하려 펜과 작은 공책 하나를 가져왔다.다섯 쌍의 눈동자가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향긋한 먹이를 보는 허기진 늑대와도 같은 역겨운 눈빛에 배 안에 있는 것 모두를 토해낼 것만 같았다.그중 한 명이 말했다.“아가씨, 돈이 부족한 거야? 부족하면 나한테 말해. 이 오빠한텐 돈이 넘쳐나니까.”그가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상 위에 올려놓고는 안에서 50만 원을 꺼냈다.“오늘 오빠와 놀아준다면 이 돈은 네 거야.”돌연 귀를 찌르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혜성이 낸 것이었다.“죄송합니다. 전 이곳의 임시 직원일 뿐 그런 일은 하지 않습니다. 메뉴를 더 주문하시겠어요? 하지 않겠다면 전 가보겠습니다.”“뭐가 그리 바쁘다고 그래. 지금 이 식당에 손님은 우리밖에 없잖아. 얼른 앉아서 오빠들과 술이나 마시자.”뚱뚱한 남자 한 명이 파란색 의자를 자신의 옆으로 끌어당겼다.장소월은 그의 말을 무시해 버린 채 몸을 돌렸다.그때 남자가 책상을 힘껏 내리쳤다.“제기랄, 간사한 년, 고상한 척하기는. 진짜 학생이면 왜 이런 곳에서 그릇이나 나르고 있는 건데!”장소월은 몇 걸음 걷다가 멈춰 선 뒤 호주머니에서 분홍색 다이아몬드가 박힌 고급 브랜드 지갑을 꺼내 학생증을 빼내고는 그들의 눈앞에 가져갔다.“아저씨들, 똑똑히 보세요. 이건 제 학생증이에요. 학생증 사진 속 학생이 바로 저고요. 전 제운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에요. 아시겠죠? 그러니까 앞으로 헛된 말을 지어내지 마세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90화

    남자가 다른 한 손으로 장소월의 옷을 낚아챘다. 단추를 푸니 안에 있던 하얀색 나시가 드러났다.순간 모든 사람들의 눈빛이 번뜩였다.장소월은 옷깃을 꽉 움켜쥐고 힘껏 그의 손목을 깨물었다.그 통증에 남자는 곧바로 손에 힘을 풀었다.드디어 남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장소월은 온 힘을 다해 밖으로 도망쳤다. 그때 어둠 속에서 그녀는 누군가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목엔 은색 목걸이를 걸었으며, 한 손은 외투 호주머니에 넣고, 다른 한 손엔 담배를 든 강용이 걸어오고 있는 게 아니겠는가.그 외에도 더 있었다. 백윤서, 엽시연...장소월은 백윤서가 이곳에 왜 왔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절대 그녀에게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강용은 고개를 숙이고 백윤서와 말하고 있었으니 아마 그녀를 보지 못했을 것이다. 장소월은 다급히 반대 방향으로 집을 향해 도망쳤다.“제기랄, 그년 빠르기도 하네.”장소월은 멈추지 않고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도착하니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고 온몸은 땀에 흠뻑 젖어있었다. 그녀는 다리에 힘이 풀려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한참 뒤에야 안정을 되찾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저녁 12시, 침대에 누워 잠들었던 장소월이 식은땀을 흘리며 잠에서 깨어났다.그녀는 꿈속에서 예전에 그녀를 괴롭혔던 변태 망나니를 만났다.애써 잊으려 했던 기억이 또다시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순간 그때의 광경이 또렷이 눈앞에 그려졌다.그녀는 어두운 방 안에서 이불을 푹 뒤집어썼다. 이루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 가슴을 짓눌렀다.당시의 끔찍한 광경이 또다시 나타난 것이다...장소월은 오 아주머니가 집에서 가져다준 핸드폰을 꺼내 처음으로 전원을 켰다.문자 알림음이 끊임없이 울렸다. 거의 모두 강영수가 보내온 것이었다. 13일 동안, 백 개를 훌쩍 넘는 개수였다.대부분은 그녀에게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 왜 답장을 하지 않는지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91화

    전연우는 다른 번호를 눌렀다.“일 좀 처리해줘...”지시를 마치고 전연우는 마지막으로 장소월에게 전화를 걸었다.휴대전화너머로 차가운 안내음만이 들렸다.“고객님 전화기의 전원이 꺼져있습니다. 잠시 후 다시...”새벽3시.장소월이 묵고 있는 집의 문을 두드렸다.“문 열어. 내가 왔어. 빨리 문 열어...”장소월은 귀를 막고 캄캄한 나머지 손을 내밀어도 보이지 않을 천장을 보고 있었다.이범의 한밤중의 소란은 몇 번째인지 모를 지경이다.저번에 빨래를 널었는데 속옷을 잃어버렸다. 다음날 그녀는 아래층 쓰레기통에서 그것을 보았다.그녀는 이곳에서 평온하게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이대로 가다간, 그녀는 자신이 언젠가 미쳐버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범은 이곳에서 유명한 건달이고 옆집에 사는 성 아주머니의 아들이다...장소월은 문을 열지 않았고 한참 지나서야 그는 떠났다...드디어 조용함을 되찾았다.이날 밤, 장소월은 결코 편안히 자지 못했다. 날이 밝아 깨어나 보니 이미 12시가 넘었다.장소월은 베란다로 갔고 냄비에는 갈비찜, 제육볶음, 잡채가 있었다...그녀는 세탁이 끝난 빨래를 베란다에 걸어 놓았다.한창 빨래를 널고 있는데 문득 맞은편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던 집에 불이 켜지는 걸 보았다.여기 아파트들은 서로 가까이 있어 커튼을 치지 않으면 창문을 통해 안의 방을 볼 수 있는 구조이다.맞은편 창문이 갑자기 열렸다.장소월은 바로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고 있는 강용을 보았다. 두 사람은 시선을 마주쳤다.장소월은 빠르게 반응하여 마지막 옷 한 벌을 빠르게 걸어놓고는 다가가 가스레인지를 끄고 집 안으로 들어가 베란다의 문과 커튼을 닫았다.그녀는 연한 색의 슬립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장소월은 바로 옷을 갈아입고 밖에서 놓여있는 요리들을 들고 들어와 밥을 먹기 시작했다.오늘 장소월은 가게에 가지 않을 예정이다. 그녀는 강용과 백윤서가 언제 떠날 예정인지 모르기 때문이다.그녀는 백윤서한테 그녀가 이곳

최신 챕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62화

    “뭐라고? 소현아가 사라졌다고?” 높은 자리에 앉은 남자가 잠옷 차림으로 다리를 벌린 채 매서운 눈빛으로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사람을 위험하게 노려보고 있었다. 강지훈은 다리 사이에 머리를 박고 있는 여자를 힘껏 움켜쥐었다. 천효연은 매혹적인 입술을 다시며 입안에 든 것을 꿀꺽 삼키고는 바닥에 떨어진 가운을 주워 입었다. 그녀의 유혹적인 눈동자엔 아직 만족하지 못한 듯한 아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 강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고는 음산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말했다.“소현아가 그곳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한시도 떨어지지 말고 감시하라고 했잖아. 이제 와서 하는 말이, 소현아가 사라졌다고?” 규영은 두려움에 고개도 들지 못하고 말했다. “주인님, 저희가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습니다. 부디 벌을 내려주십시오.” “하지만 아가씨께서 성정이 너무 활달하셔서 감당이 어려웠습니다. 당시 저희는 국경 근처 낙일 마을이라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가씨께서 찾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하셨을 때, 저희는 그저 농담을 하시는 줄 알았어요. 그러다 화장실에 간다고 저희를 속이시고는 몰래 도망치셨습니다. 경찰의 도움을 받아 그 별장에 가보니 아가씨께서 입으셨던 더럽혀진 옷만 남아 있었습니다. 분명 그 별장 주인에게 끌려갔을 겁니다.” 미경은 곧바로 말을 보탰다. “맞습니다! 아가씨의 말씀을 되새겨보면, 데려간 사람은 아마 아가씨의 친구분일 겁니다. 그러니 아무 일 없을 겁니다.” “주... 주인님... 부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이번엔 반드시 아가씨를 모시고 오겠습니다.”“한 번 더 기회를 줘?” 강지훈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천효연이 두 손으로 남자의 어깨를 감싸 안더니 그의 가슴팍으로 손을 뻗었다. “지훈 씨, 그 바보가 뭐가 좋다고 그래요? 나 하나로 부족해요? 사라졌으면 그냥 내버려 둬요... 그 여자가 북경 감옥에 있을 때 저 너무 불편했어요. 그러니까... 다시 돌아오게 하지 말아요. 네?” 규영과 미경은 서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61화

    “만약 강지훈이 사람을 보내 쫓아온다면, 얼마나 더 숨을 수 있을 것 같아?” “너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은데?” 강용은 옅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알았어. 네가 같이 있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내가 조금만 참으면 되는 거니까.” 그는 손가락을 뻗어 장소월의 이마를 살짝 튕겼다. “얼른 자. 내가 떠날 방법 생각해 볼게.”“너 먼저 자. 난 좀 더 앉아 있고 싶어.” “같이 있어 줄게.” “괜찮아. 혼자 있고 싶어서 그래. 어서 가서 자.” 강용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12시 전에 꼭 방으로 돌아가. 안 그러면 내가 잡으러 올 거야.” “알았어.” 장소월의 얼굴에 오랜만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강용은 마음이 놓이지 않아 방에 돌아가지 않고 거실 소파에 누워 음 소거로 PS 게임기를 만지작거렸다.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고 강용도 졸음이 몰려왔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12시 반이었다. 한 시간 동안 그는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 그녀를 부르려고 팔을 뻗었다가 내려놓았다. 강용은 사색에 잠겨 있는 그녀를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수평선에서 오늘을 밝힐 금빛 광선이 솟아올랐다. 또다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된 것이다. 강용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굽히고 쪼그려 앉았다. “날이 밝았어. 우리 이제 가서 좀 쉬자, 응?” 장소월의 귓가에 강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창백하고 초췌한 얼굴에서 길게 드리운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그녀는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강용, 봐봐. 진짜 날이 밝았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날은 오늘이 처음이 아니었다. 계속 이렇게 지낸다면, 그녀의 몸은 완전히 망가지고 말 것이다. 그녀가 잠을 이루지 못할 때면, 강용은 몰래 그녀의 물에 수면제를 타 겨우 잠들게 하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그녀는 물에 손도 대지 않았다. “소월아,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나한테 말해주면 안 될까?” 장소월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가슴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60화

    “강용, 내 옆에 있으면 안 돼. 난 널 위험하게 만들 거야. 그리고 현아까지...” 강용은 그녀의 손에서 하던 일을 빼앗아 들며 말했다. “난 위험 따위 두렵지 않아. 그리고 난 서울로 돌아가도 안전하지 않아. 차라리 너랑 함께 있는 게 나아. 장소월, 나 혼자 남겨지지 않게 해줘.” 그 말의 힘이 얼마나 큰지 강용은 알고 있었다. 장소월에게 있어 강용은 친구 그 이상이었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가는, 마치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강용은 그녀가 분명 마음이 약해지리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눈썹을 찌푸린 채 망설이는 장소월의 모습에 강용은 일부러 서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옷소매를 잡아당겼다. “아가씨, 나 버리지 마, 응?”그렇다. 사람들은 지금 강용과 강영수 모두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만약 그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다면, 틀림없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다. 장소월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내가 다른 방법 생각해 볼게.” “좋아.” 오늘 저녁은 모두 장소월이 요리했고, 강용은 옆에서 야채를 다듬으며 그녀를 도왔다. 소현아가 장소월의 잠옷을 입고 내려왔다. 사이즈가 가장 큰 옷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소현아에게는 빠듯해 보였다. “소월아, 오늘 저녁 메뉴 뭐야?” 밑으로 드러난 배꼽을 본 장소월은 옷을 잡아당겨 주며 말했다. “이거 내 옷 중에 제일 큰 건데.”볼록하게 튀어나온 배를 보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녀는 밥상을 차리고 있는 강용을 돌아보며 물었다. “너 혹시 새 옷 있어? 내 옷은 안 맞네.” “당연히 없지. 나중에 전화해서 가져오라고 할게. 우선은 그냥 입고 있어.” 장소월은 그녀의 동그란 배에 손을 뻗어 만져보았다. 그 순간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뇌리에 스쳤다. 단순히 지방 때문에 나온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심각해졌다. “현아야... 솔직하게 말해봐. 너 혹시 임신한 거야?” 소현아는 천진난만하게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배를 내려다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59화

    소현아가 말하는 사람은 아마 유월일 것이다. 혹시 그녀의 존재 때문에 강영수가 무언가를 기억해낸 것일까? 그렇다. 지금 강영수는 유월과 결혼한 상태다. 그녀가 계속 옆에 있는 것은 그들의 관계에 악영향만 끼칠 뿐이다. 집에 도착한 뒤, 장소월은 소현아를 자신의 방으로 데려갔다. “현아야, 오늘 밤엔 우선 여기서 자. 옷장 안에 옷도 좀 있으니까 샤워하고 갈아입어. 난 내려가서 저녁 준비할게.” 소현아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장소월이 아래층으로 내려가 냉장고를 뒤져 재료를 찾고 있을 때, 강용이 들어왔다. “정말 저 바보를 데리고 다닐 생각이야?” “강용, 현아 그렇게 말하지 마. 어렸을 때 병을 앓는 바람에 그렇게 된 거잖아.” 강용은 어깨를 위로 쭉 올렸다가 내리며 말했다. “알았어. 네가 이렇게까지 끔찍하게 감싸는데 내가 어떻게 뭐라 하겠어. 하지만 소현아는 다시 돌려보내는 게 낫지 않아? 쟤랑 같이 있으면 너무 위험해. 자칫하면 우리 위치가 강지훈에게 노출될 수도 있어!” “너도 알다시피 전연우랑 강지훈은 한통속이나 다름없어. 전연우가 해외에 얼마나 큰 세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 재산 대부분을 해외로 넘긴 상태야. 국내 성세 그룹이 망하더라도 전연우는 눈도 깜짝하지 않을 거라고.” “윗선에서 일찌감치 막지 않았다면, 지금쯤 성세 그룹은 아마 성세 글로벌 그룹이 되어 있었을 거야.” “그리고 네가 모르는 게 하나 있어.” 장소월은 채소를 썰다 멈추고 물었다. “그게 뭔데?” “전연우는 이미 회사를 팔아넘겼어!” “무슨 뜻이야?” “몰랐어? 전연우는 아주 오래전에 나라에 회사 지분을 넘겼어. 그래서 송시아가 아무리 서울을 헤집고 다녀도 전연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거야. 그리고 전연우가 요구한다면, 언제든 지분과 회사 통제권을 되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더라고.” “하지만 한낱 성세 그룹 따위는 해외에 두고 있는 재산의 백 분의 일도 안 돼. 지금까지 해외에서 수도 없이 많은 기업들을 인수했거든. 나중에 집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58화

    장소월은 낙일 마을에 길을 잃은 친구가 있으니, 빨리 와서 데려가라는 전화를 받았다. 친구? 낙일 마을에 그녀의 친구가 있었던가?장소월은 강용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경찰서로 향했다. 그녀가 상황파악도 채 하지 못했을 때, 누군가 뛰어와 그녀를 꽉 껴안았다. “소월아, 소월아, 소월아... 드디어 찾았어. 너무 좋아!” 익숙한 목소리에 장소월은 화들짝 놀랐다. “현아?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그 바보 아가씨?” 차를 세우고 내리자마자 그 광경이 강용의 눈앞에 펼쳐졌다. “강용...” 소현아는 배시시 웃으며 강용을 향해 뛰어갔다. 반가운 마음에 와락 껴안으려 했지만, 그는 팔을 쭉 내밀어 그녀의 이마를 밀었다. 소현아는 키가 작은지라 아무리 팔을 휘저어도 겨우 강용의 옷자락만 잡을 수 있었다. “강용, 너도 보고 싶었어. 한 번 안아보자.” 강용은 눈썹을 씰룩이며 말했다. “난 순결한 몸이라서 말이야. 아무나 만지면 안 돼. 몇 년 만에 보는 건데... 소월아, 얘 왜 그사이에 더 멍청해진 것 같냐?” 장소월은 강용을 노려보며 말했다. “강용, 현아한테 그렇게 말하지 마.” 이어 고개를 돌려 경찰에게 말했다. “현아는 확실히 제 친구 맞아요. 폐를 끼쳐서 죄송했습니다. 이제 현아 데려갈게요.” 장소월은 소현아와 함께 뒷좌석에 앉았다. 소현아는 장소월의 팔짱을 끼고 그녀의 품속을 파고들었다. “소월아... 네 몸에서는 여전히 좋은 향기가 나는구나. 정말 보고 싶었어! 이렇게 멀리까지 놀러 왔으면서 왜 난 안 데리고 온 거야?” “현아야, 말해봐. 여긴 어떻게 왔어? 넌 서울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소현아가 대답했다.“응! 근데 강지훈이 나 바보라고 싫다면서 치료받으라고 여기에 쫓아 보냈어. 날 감시하라고 도우미 두 명까지 보냈고. 나 겨우 도망쳐 나온 거야. 소월아, 나도 데리고 가면 안 돼? 그 사람들한테 다시 잡혀가면 끝이야. 나 밥도 못 먹게 하고, 밤마다 수갑으로 묶어놓고 채찍으로 때리기까지 한단 말이야.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57화

    민선화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들 또한 지금처럼 변한 유월의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으니 말이다. 대문이 굳게 닫혔다. 해이는 문밖에 서서 힘겹게 말했다. “나한테 조금만 시간을 줘. 모든 걸 똑똑히 알고 난 뒤 다시 올게. 만약 그 여자와 나 사이에 정말 무슨 일이 있었다면, 그것 또한 너한테 다 얘기할게.” 소현아는 바닥에 떨어진 닭 다리를 주웠다. 방금 전 유월이 던진 의자가 그녀를 향해 날아오는 바람에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닭 다리를 떨어뜨렸던 것이다. 그녀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먼지를 털어내며 말했다.“떨어진 지 3초 안 지났으니까 먹어도 괜찮아.” 밖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유월은 문을 열었다. 텅 비어버린 마당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갔어... 정말 가버렸어!” 넋이 나간 채 멍하니 서 있는 유월의 모습에 민선화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가 말했다. “유월아, 왜 그래? 유월아...” “유월아, 엄마 무섭게 이러지 마!” “유월아, 제발 말 좀 해 봐!” “언니... 왜 그래요.” 민선화가 유월에게 손을 뻗은 순간, 그녀는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모두가 깜짝 놀라 허둥지둥 그녀에게 달려갔다. 희미하게나마 어둠을 비추던 달빛이 사라졌다. 달님은 어디론가 숨어버린 듯했고, 짙은 먹물 같은 하늘에는 별빛조차 보이지 않았다. 밤은 점점 더 깊어져 갔지만, 강영수에게는 절대 잠들지 못할 밤이었다... “오늘 밤엔 일단 여기서 자요. 내가 내일... 장소월 씨한테 데려다줄게요.” “네, 강영수 씨.” 소현아는 기지개를 켜고 침대에 몸을 뉘운 뒤 몇 초도 채 지나지 않아 바로 깊이 잠들었다. 강영수는 문밖에 앉아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이 집은 그가 유월과 함께 살려고 지어놓은 신혼집이었다. 하지만 지금 이 시각, 유월을 향한 그의 마음은 자신도 모르게 변화하고 있었다. 도대체 무엇이 바뀌었는지 그 또한 알 수 없었다... 규영과 미경은 밤새도록 낙일 마을에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56화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야! 해이야, 이 사람 도대체 누구야? 이 여자가 한 말이 정말 사실이야? 송 선생님이 아니라 장소월이였다고? 그리고 오늘 친정으로 돌아오는 날인데 왜 너 혼자 돌아온 거야? 유월이는 어쩌고?” 소현아는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풍성하게 차려진 식탁에서 닭 다리 두 개를 집어 들고 해이 뒤로 몸을 숨겼다. “너무 무서워.” 소현아의 몸은 온통 흙투성이였다. 진흙탕에 넘어져 울먹거리고 있던 차에 마침 순찰을 돌고 있던 경찰에게 발견되었다. 그렇게 그녀는 그들과 함께 경찰서로 향했다. 그녀가 찾으려는 사람에 대해 설명하자, 경찰은 곧바로 이곳으로 그녀를 데려왔다. 이곳에서 해이를 본 소현아는 분명 소월이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녀를 쫓아내려 했지만, 소현아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곳에 눌러앉았다. 다행히 낙일 마을 사람들은 모두 선하고 순박했고, 치안도 좋은 편이었기에 소현아는 무사히 지낼 수 있었다. 해이는 뛰쳐나간 유월을 쫓아가지 못하고 먼저 처가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소현아를 다시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부모님의 질문에 그는 아무런 답도 할 수 없었다. “저도 모르겠어요. 저 역시 그 답을 찾고 있어요. 유월이는 괜찮을 거예요.” “시간이 늦었는데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잖아. 거기 멍하니 서 있지 말고 얼른 나가서 찾아봐.” “찾을 필요 없어요!” 돌연 유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가 돌아온 것이다. 유월은 문턱을 넘어 들어와 벽에 걸려있던 그림을 집어 던졌다. “장소월은 네 약혼녀고 저 여자도 널 아는 친구라잖아. 다들 널 찾아왔는데 우리 집에서 뭐 하는 거야! 당장 우리 집에서 나가. 그리고 우리 결혼은 오늘부터 없던 일로 해. 나 양유월, 아무리 남자가 좋아도 남이 버린 걸 주워서 같이 살진 않아. 다른 여자와 결혼까지 한 남자는 더더욱 싫어.” “나가! 다 나가라고!” “너무 무서워! 소월이 그림...” 소현아는 내던져진 그림을 보고 재빨리 뛰어나갔다. 액자 유리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55화

    규영과 미경은 재빨리 그녀를 부축하며 물었다. “사모님, 어디 아프세요? 지금 당장 병원에 가요!” “혹시 여기가 아픈 거예요?” 규영이 소현아의 아랫배에 손을 올렸다. 행여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주인님은 그들을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소현아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응가 마려워요.” 미경은 곧바로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건넸다. “사모님, 이 근처에는 화장실이 없어요. 정 급하시면 저쪽 구석에서 볼일 보세요. 저희가 망봐드릴게요.” 소현아는 휴지를 받아들고 나무 뒤로 달려갔다. “잘 지켜봐야 해요. 아무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해요. 안 그러면 나 화낼 거예요.” “알겠습니다, 사모님.” 소현아는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입을 가린 채 큭큭 웃어댔다. “내가 바보라고? 너희들이야말로 바보야.” 소현아는 재빨리 시내로 돌아가 다시 그곳으로 향했다. 그녀는 손에 든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혹시 이 사람 못 봤어요? 제 언니인데, 언니가 사라졌어요.”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저었다. “못 봤어요, 본 적 없어요.” 소현아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물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그렇게 어느덧 밤이 되었고, 그곳 지리에 익숙지 않은 그녀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헤매고 있었다. 10분 뒤, 규영과 미경도 소현아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주변을 다 찾아보았지만 그녀는 좀처럼 보이지가 않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한 가로등 불빛만이 빛나고 있었다. 미경이 울먹이며 말했다. “사모님이 사라지셨어. 이제 어떻게 해!” “주인님이 아시면 분명 우릴 가만두지 않으실 거야. 우리 그냥 주인님께 얘기하자” “안 돼... 안 돼. 절대 주인님이 알게 해선 안 돼.” “노부인께선 사모님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무사히 태어나기를 바라셔. 만약 주인님께서 아시면 틀림없이 아이를 없애려 하실 거야. 노부인의 명령을 완수하지 못하면 우리는 살아남을 수 없어. 사모님은 복이 많은 사람이니까, 아이와 함께 무사히 계실 거야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354화

    “저를 아세요?” 소현아는 눈앞의 남자가 왜 이런 이상한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당연히 알죠! 예전 소월이가 괴롭힘을 당하고 쓰러졌을 때, 제가 병원에 데려다줬었잖아요. 당신은 저한테 정말 고맙다고 하면서 꼭 인사를 하고 싶다고 했고요. 그리고 학교에서 소월이를 잘 챙겨주라고 부탁도 했잖아요. 저 당신 말대로 잘했어요. 다른 사람들이 소월이 괴롭히려고 하면 제가 다 막아줬다니까요. 그런데 소월이랑 결혼식 앞두고 어디에 가셨던 거예요? 그 후로 소월이도 사라져 버렸어요.”“저 소월이를 얼마나 찾아다녔는지 몰라요...”“됐어요! 그만 해요!” 유월이 갑자기 발작하듯 소리쳤다.해이는 그 자리에 굳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조각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가며 격렬한 두통을 유발했다.규영과 미경은 눈앞의 남자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무슨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닐까 두려워 서둘러 변명했다.“선생님, 아가씨...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사모님께서 머리를 좀 다치셔서 가끔 헛소리를 할 때가 있어요. 마음에 두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사모님, 이제 가시죠. 밖에 비도 그쳤어요.”두 사람은 소현아를 반강제로 끌고 나갔다. 하지만 소현아의 입술은 멈출 줄을 몰랐다. “헛소리 아니에요. 다 사실이란 말이에요. 하지만 당신한텐 이제 기회가 없을 거예요, 소월이는 이미 다른 놈이랑 결혼했거든요.”규영은 재빨리 소현아의 입을 틀어막고 서둘러 그곳에서 벗어났다.유월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는 해이를 바라보았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런 그의 모습을 보니 불안한 마음에 돌연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너 지금 나랑 결혼한 걸 후회하는 거야?”해이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녀를 바라보는 해이의 눈빛이 변해버렸다. 그의 눈동자엔 더이상 예전의 부드러움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변하고 있다. 그 여자가 낙일 마을에 온 이후부터 그의 마음은 점점 예전과 달라지고 있었다.해이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