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05화

작가: 차라
“중복 결혼은 범죄야, 전연우.”

“무서워?”

그는 오늘 유난히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장소월이 대뜸 아버지의 말을 꺼냈다.

“아...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 너도 장씨 집안에서 오랫동안 지냈으니 나보다도 더 잘 알 거야. 장례를 치른 뒤 최소 3년은 지나야만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걸.”

장소월이 도망치려 했지만 전연우는 그녀를 놓아주기 만무했다. 도리어 그녀의 손을 꽉 잡고 손깍지를 낀 다음 무릎에 올려놓았다.

“난 인내심이 별로 없어.”

장소월은 그에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아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숨이 막힐 정도로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무언가를 너무나도 분출해 내고 싶었다.

“대체 나와 결혼해서 네가 얻는 게 뭐야? 난 아이를 낳을 수 없고, 그 아이는 가짜잖아. 나와 결혼하려는 건... 그저 네 그 못 말리는 소유욕 때문이잖아. 넌 그저 네가 갖고 싶은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싶지 않은 거야. 시간이 지나면 또 날 쓰레기 치우듯 매정하게 버려버리겠지.”

“왜 그렇게 확신하는 거야? 너에 대한 내 마음이 그저 한순간의 욕심이 맞는지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

“나보다 널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장소월은 다시는 그런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용기를 내어 그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송시아가 다시 태어나 두 번째 생을 살고 있다고 너한테 말했었지?”

그의 얼굴이 어두워지고 그녀를 단단히 잡고 있던 손에도 점차 힘이 풀렸다. 장소월은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내뱉었다.

“일이 이렇게까지 됐으니 이제 솔직히 털어놓고 싶어... 왜냐하면 난 더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지도, 또다시 너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싶지 않아.”

“전연우... 전생이든 이번 생이든 우리가 함께하면 좋은 결과는 결코 없을 거야. 네가 나한테 가져다주는 건 고통뿐이야...”

“전생에... 우리 결혼했었어!”

“전생 우리의 8년이라는 결혼 생활 동안, 넌... 집에도 거의 오지 않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806화

    이제야 내내 그의 마음속에 박혀있던 의구심이 풀리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장소월은 은경애가 안고 온 아이를 무시하고 쳐다보지도 않은 채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지난 일을 모두 떠올리는 것은 심장을 관통하는 수백만 개의 화살과 다르지 않았다.그는 두 평생을 아울러 그녀에게 상처를 안겼다...장소월은 도저히 그와 계속 함께할 수 없었다.방으로 들어온 장소월은 침대 끝에 앉아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허리를 굽힌 채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이런 사실을 알게 된 전연우가 자신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단지 사실을 인정하고 그녀를... 보내주길 바랄 뿐이었다.감정을 진정시킨 장소월은 문득 소현아가 자신의 손에 쥐여주었던 쪽지가 생각났다.하지만 차에 전연우가 타고 있어 미처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구겨져 있던 쪽지를 펼쳐보니 하얀 종이에 몇 글자가 적혀 있었다.[메일 확인해봐.]장소월은 침대 머리맡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메일함 페이지를 열었다.그녀는 허이준이 자신의 해외 메일함에 보낸 메일을 보는 순간 깜짝 놀랐다. 모두 아직 읽지 않은 메일이었다.[전연우를 조심해!][전연우가 네 휴대폰에 감시 어플을 깔아놨어. 전연우는 네가 보내는 모든 메시지를 열람할 수 있을 거야. 내가 보낸 이 메일을 본다면 뭐든 서둘러 답장하지 마.][누군가 네가 원래 국내에서 등록했던 이메일 주소로 보내면, 이메일은 자동으로 다른 IP 주소의 이메일 주소로 전송돼.][강영수에게 큰일이 생겼어. 인경아가 강영수를 치료하기 위해 전용기를 준비해 미국으로 보내려 했지만, 비행기는 공중에서 폭발해 버렸어. 그 비행기엔 인시윤도 함께 타고 있었대. 전연우가 모든 언론 기사를 막은 것 같아.]장소월은 핸드폰 버튼을 누르며 메일을 하나하나 확인했다.[소월아... 강씨 집안에 일이 생겼어... 강씨 노부인이 돌아가셨고, 강씨 저택은 전연우가 혼자 독차지했어. 지금 네 상황이 어떤지 모르겠네. 위험해지면 곧바로 나한테 전화해!]메일을 하나씩 읽을 때마다 장소월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807화

    하지만 전연우는 강씨 집안 누구도 건드리지 않겠다고 분명히 약속했었다.왜 그녀에게 거짓말을 한 걸까?장소월은 얼음장같이 차가운 손가락을 움직여 정말 연락하고 싶지 않았던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벨이 울린 지 몇 초도 되지 않아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다.서철용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이에요?”조심스러운 그의 말투였다.장소월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라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전연우와 합심에 나쁜 일을 일삼는 그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문득 무언가 떠오른 장소월은 빠르게 사진을 확대해 살펴보았다. 장소는 서울 인근 바다 해역이었다.얼마 전 장소월도 비행기 추락 소식을 들었었지만... 그 당사자가 강영수일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장소월은 이성을 잃은 듯 휴대폰을 들고 곧장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그녀는 강영수의 죽음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전연우는 대체 왜 그를 죽였단 말인가!분명히 그는 모든 것을 다 얻었지 않은가!강영수는 그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그는 정말 지옥에서 걸어 나온 악마와 다름없다.은경애는 정신없이 계단을 내려오는 장소월을 보고는 소리쳤다.“아가씨, 어디 가세요?”장소월은 그녀의 말을 듣지도 못한 것처럼 전혀 반응하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천하 일성 나이트 클럽하우스.평소 거의 술에 입을 대지 않았던 전연우는 지금 이 순간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술에 흥건히 취해 있었다...룸 안에는 전연우 혼자만 앉아 있었다.전연우는 머릿속이 뒤죽박죽 완전히 엉망이 되어버렸다.그는 지금 사실을 회피하고 외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지금까지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그 순간 룸 문이 열리고, 버건디색 드레스를 입은 오랜만에 보는 송시아가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이 복잡하게 일그러졌다.“...저 연우 씨가 이렇게 망가진 모습은 처음 보네요.”송시아가 걸어와 전연우의 옆에 앉았다. “술 좀 그만 마셔요! 내가 잘못했던 것 때문에 화난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808화

    송시아는 미쳐버렸다.전연우를 향한 그녀의 감정은 급기야 병적인 편집증에 이르렀다.둘은 태어날 때부터 같은 부류의 인간이었다.자신이 갖지 못하면 가차 없이 망가뜨리는 그런 인간 말이다.“...너 혹시 약 탔어?” 전연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몸을 비틀거렸다. 점점 희미해지는 의식 탓인지 눈앞에 장소월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녀는 그를 향해 웃고 있었다.그의 머릿속에서 장소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연우, 너 날 갖고 싶어 했잖아? 어서 와!”전연우는 돌연 몸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구치는 것 같았다. 그는 몸을 뒤집어 송시아를 품에 가두고 그녀의 드레스를 거칠게 찢기 시작했다. 그녀가 입은 속옷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색이었다...송시아는 남자가 주는 쾌감을 즐기며 눈을 감았다. 짓눌린 목구멍에서 야릇한 숨소리가 흘러나왔다.테이블에 놓여 있던 전연우의 휴대폰이 계속 진동하고 있었다. 전연우의 휴대폰 번호를 아는 사람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극히 적다.이토록 연이어 전화할 수 있는 사람은 회사 급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기성은을 제외하고는 남원 별장밖에 없었다...서울의 밤하늘은 칠흑같이 캄캄했다. 짙은 먹구름은 달빛이 조금도 투과하지 못할 정도로 낮게 깔려 있었다.당장이라도 폭풍우가 쏟아질 것 같았다...남원 별장은 완전히 아수라장이었다.은경애는 아이를 품에 안고 안절부절못하며 현관 앞을 서성거렸다. “평소엔 두 분 다 집에 계시더니 왜 오늘은 한 분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 아이는 빙의라도 된 것처럼 울기만 하고,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장소월이 별장을 떠난 이후로 별이는 줄곧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별이는 먹은 우유까지 모두 뱉어냈다...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무슨 짓을 해도 달랠 수가 없었다.장소월은 몇 시간 동안 택시를 타고 마침내 그곳에 도착했다...서울 변경에 위치해 있는 바닷가에서 바람이 기승을 부리며 불어왔다. “아가씨, 정말 여기 맞아요?”“이곳은 얼마 전 사람이 죽은 곳이에요. 곧 비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809화

    깊은 밤 VIP 룸 안에선 알코올과 야릇한 기운이 만연하고 있었다.소파에서 남녀가 서로 얽혀 격렬한 애정행각을 벌이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룸 문을 걷어찼다.웨이터가 돌연 나타난 남자를 막아섰다. “손님, 들어가시면 안 됩니다.”송시아는 흥분을 위해 입술에 발랐던 약을 실수로 삼키는 바람에 의식이 희미했다. 그녀가 소리를 듣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가 침입자를 확인하기도 전에 그가 그녀 위에 엎드려 있던 남자를 들어 올렸다.“너 지금이 어느 땐데 여기서 이 여자랑 뒤엉켜 놀고 있는 거야.” 서철용은 온 힘을 실어 전연우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그러고는 그 충격에 내려앉은 전연우를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 순간 한눈에 전연우가 약에 취해 체온이 뜨겁게 끓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송시아는 서철용이 전연우를 데리고 가려는 것을 보고 급히 옷을 입고 일어서 쫓아갔다. “서철용 씨, 거기 서요. 어디로 데려가는 거예요?”서철용은 전연우를 어깨에 업고 말했다.“...전연우가 깨어나면 다음 날 태양을 볼 수 있을지 없을지나 걱정하는 게 좋을 거예요.”서철용은 그 말을 남기고 단호한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그의 말은 결코 협박이 아니었다.감히 전연우를 함정에 빠뜨려?목숨이 몇 개라도 되는 건가?서철용은 조수석에 널브러져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인사불성인 상태에서도 조금의 의식은 남아있었다. 전연우가 입은 검은 셔츠는 윗부분이 전부 벌어지고 단추도 몇 개 떨어져 있었다. 그가 목소리가 낮고 거친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뱉어냈다. “병원에 가. 나 약에 당한 것 같아.”서철용은 피식 웃으며 핸들을 꺾었다.“약에 당한 거 너도 알고 있었구나. 너 방금 하마터면 송시아한테 제대로 걸릴 뻔했어. 내가 때마침 가지 않았으면 전연우... 그런 짓을 하고 어떻게 장소월을 볼 수 있겠어?”송시아가 전연우에게 먹인 것은 평범한 마약이 아니었다. 환각을 일으켜 전연우로 하여금 장소월을 보고 있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다.그 혼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810화

    어쩌면... 그 가능성은 희박할지라도 그는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서철용은 절대 그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단 0.1%의 확률일지라도...때마침 기성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가씨께서 마지막으로 계셨던 곳은 서울 변경 해역...”갑자기 침묵이 흐르더니 서철용이 핸들을 힘껏 내리쳤다.“젠장, 전연우! 강영수는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잖아. 그렇게 누누이 말했는데도 왜 말을 안 들어!”서철용은 장소월이 강영수의 시신을 찾으러 갔을 거라는 걸 일찌감치 짐작했어야 했다.수색대가 7, 8일 동안 수색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장소월이 간다고 한들 무엇을 찾을 수 있겠는가?조금 전 천둥 번개가 치던 지점이 바로 변경 해역 쪽이었다.서철용은 장소월이 지금의 몸으로 버틸 수 있을지 도저히 확신할 수 없었다.“소월 씨가 무사하기만을 기도해.”비가 거칠게 쏟아지고 있음에도 차는 계속 달렸다.기성은도 때마침 도착해 가까이 들어오는 차와 마주쳤다. 모두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차에서 내렸다.기성은은 검은색 우산을 들고 전연우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전연우는 단번에 그를 밀쳐버렸다. 아직 약 기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던 그는 차갑고 매서운 빗줄기를 견디며 울창한 숲속 깊은 곳으로 불안하게 걸음을 옮겼다.“대표님!” 기성은은 그토록 처량하고 만신창이인 전연우의 뒷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전연우는 뭔가 중요한 것을 찾는 듯 빠르게 걸었다.모두들 다른 방향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장소월을 찾아 나섰다.서철용은 전연우의 모든 행동을 눈에 담고 있었다. 오늘처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상태의 전연우는 정말 처음이었다.그는 전연우 같은 냉혈한은 절대 누군가에게 마음을 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밤하늘에서 또다시 번개가 번쩍였다.그 순간 전연우의 눈에 나뭇가지에 걸려 얇게 찢어진 낯익은 옷자락이 들어왔다. 흠뻑 젖은 검은 머리카락이 선홍빛 눈을 가렸다.그는 천을 주워 고개를 숙인 채 손에 꼭 말아 쥐었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는 갖은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811화

    장소월은 자신이 의식을 잃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는 몰랐지만, 누군가 늘 자신에게 들려주는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전연우의 목소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눈을 뜨지 않아도 매일 따뜻한 물로 몸을 닦아주고, 정성스럽게 머리를 손질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는 일을 반복하는 전연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서철용은 문을 열고 들어와 이미 넋이 나간 전연우를 보며 말했다.“...수술의 위험성은 이미 말했어. 일주일 뒤에 깨어나면 수술할 수 있을 거야. 너도 마음의 준비해.”“소월이는 줄곧 괜찮았고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전연우는 서울 변경 해역에서 돌아온 이후로 사흘 밤낮을 뜬눈으로 버텨왔다. 옷은 여전히 그날과 똑같았고, 머리는 잔뜩 헝클어져 있었으며,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평소 결벽증이었던 전연우는 사흘 동안 샤워도 하지 않아 몸에서 냄새가 나기도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소월을 위해서라면 온 힘과 온 마음을 다해 그녀를 정성껏 돌보았다.서철용이 말했다.“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건 알지만, 수술을 안 하면 정말 죽을 수도 있어.”“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소월 씨가 말하지 말라고 했어. 그리고... 너한테 말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어? 소월 씨가 치료를 거부한다면 아무도 어찌하지 못해. 그나마 강영수를 생각해 항암제를 먹겠다고 결심한 거야. 강영수 치료에 도움이 되어주기 위해 하루라도 버티려고... 하지만 이제... 소월 씨를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죽었어.”“이제 장씨 집안에 남은 사람이라곤 소월 씨 한 명뿐이야.”“살아야 하는 유일한 희망을 앗아간 너를 소월 씨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강영수, 강영수!결국엔 또 그놈이다!전연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철용의 목덜미를 잡고 문밖으로 나갔다. “뿌리까지 깨끗이 치료해. 만에 하나 잘못되면 병원 전체를 소월이와 함께 묻어버릴 거야.”얼마 전에도 투덕거렸던 탓에 서철용의 얼굴엔 아직도 상처가 남아있었다. 서철용이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812화

    그녀는 오직 그의 독점적인 소유물이 되어야만 한다...그렇게 7일이 흘러가는 동안 전연우는 늘 어정쩡하게 그녀의 옆에 누워 있었다. 그녀를 만질 때에도 항상 그녀가 다칠세라 조심조심 신중을 기했다. 전연우는 단 한 번도 어느 날 장소월이 자신을 떠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과거에는 힘도 권력도 없어 그녀에게 최고 좋은 선물을 줄 수 없었다.하지만 이제 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즉시 눈앞까지 가져다줄 수 있다.불 꺼진 어두운 방 안에서 전연우는 눈을 감고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처음부터 마음을 독하게 먹었어야 했어. 너희 둘이 만나지 않았다면... 소월이는 영원히 이 오빠의 것이었을 텐데...”새벽 열두 시, 서철용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본 순간 피곤함이 사라지고 경계심이 피어올랐다.그는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소파에 잠든 듯 누워 있는 배은란의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에 처음 가졌던 경계심이 풀렸다.깊이 잠들어 있던 배은란은 얼굴에서 전해져오는 간지러움에 흐릿하게 눈을 떴다. 그 순간 깊고 가는 서철용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어 서철용이 그녀의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음엔 휴게실에 가도 돼.”배은란은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 순간 그의 얼굴에 생긴 상처에 흠칫 놀랐지만 이내 그의 시선을 피하고는 당황한 듯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시간이 꽤 지났어. 이제 수술할 때가 되지 않았어? 나랑 약속한 거 잊지 마.”서철용이 말했다. “나 지금은 시간 없어.”배은란은 벌컥 화를 내며 손에 들려 있던 베개를 그에게 집어 던졌다. “약속은 지켜야지... 너랑 자주면... 우리 그이 살려준다고 했잖아!”.서철용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나처럼 변태 양아치 같은 놈의 말을 믿어?”배은란은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말은 마치 그녀의 얼굴에 세게 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813화

    “미... 미안해. 오늘은 민용 씨 일로 찾아오는 게 아니었어. 오늘 힘들면 다음에 다시 찾아올게.”배은란은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그를 기다렸었다. 더이상 있다간 바보가 될 것 같았다.배은란이 소파에 놓인 가방을 들고 돌아서서 나가려는 순간... 서철용은 돌연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번쩍 안아 올렸다.배은란이 몸부림치며 말했다. “내려놔.”서철용은 귀를 닫고 곧장 휴게실로 들어가 그녀를 침대에 던져놓고는 그녀의 몸을 짓누른 뒤 두 손을 잡아 머리 위로 올렸다. “너도 하고 싶은 거지? 왜 항상 내가 나가라고 하면 안 나가는 거야?”서철용은 한 손으로 그녀의 속옷을 찢고, 다른 한 손으로 금속 바지 지퍼를 내려 커다란 물건을 드러내고는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안 돼... 하지 마.”서철용은 짜증스러움에 그녀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거칠게 물건을 밀어 넣었다.30분 사이에 관계는 빠르게 금세 끝이 났다. 서철용은 숨을 헐떡이며 침대에서 흐느끼고 있는 배은란의 몸에서 내려와 종이를 꺼내 흔적을 닦았다. “오늘 밤은 여기서 자. 내일 내가 데려다줄게”배은란은 아직 복부의 팽창 감이 가시지 않았다. 그녀가 몸에 걸쳤던 옷을 끌어 올리며 일어나 앉았다.“필요 없어. 나 오늘 운전했어.”배은란은 다리에 힘이 풀려 간신히 서 있었다.“서민용이 우리 사이에 대해 모를 것 같아?”배은란은 온몸이 얼어붙은 채 멍하니 자리에 서 있다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너... 네가 말한 거야?”서철용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나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나도 짐작만 한 것뿐이야.” 서철용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삼켜버렸다.“기어이 그런 상태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면 말리진 않을게.”배은란은 급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다리 사이가 불쾌하게 끈적끈적했고 하이힐을 신은 발 옆에는 찢어진 속옷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그것을 주워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서철용은 조금 전 콘돔을 착용하지 않고 모두 다 넣어버렸다. 그녀

최신 챕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85화

    도우미들은 그런 광경에 익숙한 듯 두 사람이 편히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켜주었다.소파 위에서 천효연은 떨어지기 싫은 마음에 긴 다리를 남자의 허리에 감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완전히 힘이 빠진 상태였다.“지훈 씨, 나...”“당신한테 아이 낳아주고 싶어요...”단추가 하나씩 풀리고 검은색 군복이 바닥으로 내던져졌다. 군데군데 남아있는 흉터와 혹독한 훈련으로 다져진 탄탄한 근육이 드러났다. 그는 소파에 파묻힌 여자에게 맹렬한 공세를 퍼부었다.여자의 비명은 고통스러웠지만, 동시에 만족스러운 쾌락을 담고 있었다.하늘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을 때, 소현아는 두 시간 정도 잠들었다가 깨어났다. 밖에서 도우미들은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얼굴을 붉히며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소현아는 갑자기 배가 고파 음식을 먹고 싶어졌다. 문을 연 순간, 도우미들은 모두 화들짝 놀랐다. “현아 아가씨, 왜 나오셨어요? 빨리 다시 들어가세요.”침대 머리맡에 있던 꽃빵 두 개를 들고나온 그녀가 둥글게 불러온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배고파서 아래층에 내려가서 뭐 좀 먹고 싶어요.”도우미들은 눈썹을 찌푸렸다. “주인님께서 아래층에서 중요한 일을 상의하고 계시니, 현아 아가씨는 잠시만 기다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하지만 저 지금 배고프단 말이에요. 물도 마시고 싶고요.”머리가 망가진 사람은 역시 다르네.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뭘 의미하는지 모르는 건가?그렇게 오랫동안 약을 먹었지만, 좋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현아 아가씨, 지금은 주인님께서 바쁘게 일하고 계시니 조금만 더 기다리세요. 끝나면 뭐든 다 해드릴게요.”“정말 너무들 하네요! 그냥 내려가서 뭐 좀 먹겠다는 것뿐이잖아요. 무슨 일이 있어도 안 본 척할게요, 약속해요.” 소현아는 순진무구한 눈으로 도우미들을 바라봤다. 그 순수한 눈빛을 마주하니 누구도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다.그때, 밑에서 급히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현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84화

    “때가 되면 돌려보내 줄게.”군복을 입은 경호원이 바깥에서 걸어들어왔다. “강 소장님, 이상한 놈 두 명이 잡혀 왔습니다. 지금 감옥에 가두었는데, 어떻게 처리할까요.”순식간에 차가워진 강지훈의 얼굴을 본 소현아는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그가 먹여주는 약을 받아먹었다. 이 쓰디쓴 약을 며칠 동안 연속으로 먹었더니 저절로 얼굴이 찡그려졌다. 강지훈은 그녀의 입가에 묻은 약을 닦아주며 말했다. “누가 보낸 건지 확인했어?”“부관님 쪽에서 보낸 사람들입니다.”“가두고 내버려 둬. 알아서 죽겠지.”“알겠습니다, 소장님.”소현아는 혓바닥을 쭉 내밀며 말했다. “이제 안 먹을래요. 강지훈 씨, 나 자고 싶어요. 너무 졸려요.”강지훈의 약 그릇은 이미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도우미가 다가가 그릇을 받아 들고,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 주었다. “졸리면 푹 쉬어.”소현아는 눈을 감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금세 잠들었다.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 나가자, 방에 있던 도우미들도 그의 뒤를 따라 함께 방을 나서고 문을 닫았다.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제대로 검사한 거 맞지? 임신한 거 아니야?”도우미가 곧바로 대답했다. “현아 아가씨는 임신하지 않았습니다. 주인님께서 안 계신 동안, 주인님의 지시대로 아기씨를 돌보았습니다. 석 달에 한 번씩 건강 검진도 받게 했고요. 임신했다면 바로 알 수 있었을 겁니다.” 무엇 때문인지 도우미는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고 푹 숙인 채로 말하고 있었다.강지훈은 도우미의 이상함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가 하는 말 역시 별로 마음에 두지 않았다.하지만 소현아는 이미 임신한 상태였다. 다행히 평소에도 통통하게 살이 쪘던 덕분에 배가 점점 불러와도 주인님이 알아채지 못할 뿐이었다.하지만 이대로 계속 숨길 수는 없을 것이다. 잠자리 과정에서 주인님의 흘러넘치는 힘이 분명히 배 속의 아이에게 충격을 줄 것이고, 그러다 혹시 피라도 나면... 숨기려야 숨길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재앙은 고스란히 그들에게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83화

    서철용의 보기 드문 이성을 잃은 모습이었다. 전연우와 강지훈이 언제부터 이토록 가까워진 걸까?그의 기억 속 강지훈은 여전히 전연우를 주인님이라 부르는 부하였다.북경 감옥.소현아는 아픈 배를 움켜쥐고 침대에 누워 뒹굴고 있었다. 옆에서 도우미는 무릎을 꿇은 채로 약을 들고 있었다. “주인님, 현아 아가씨가 몸이 불편하다며 계속 약을 안 드시겠다고 합니다.”막 바깥에서 들어온 강지훈이 입고 있던 코트를 벗자 옆에 있던 도우미가 자연스럽게 옷을 받아 옷걸이에 걸었다. 검은색 군화가 바닥을 밟는 힘 있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또 무슨 일이야?”엉덩이를 쳐들고 얼굴을 베개에 파묻은 채로 아픈 배를 움켜쥐고 있던 소현아는 강지훈이 나타나자 겁을 먹은 듯 얌전히 자세를 고쳐 앉았다. 노란색 헐렁한 잠옷 차림의 소현아는 동그란 배를 쭉 내밀고 손으로 어루만졌다. “강지훈 씨, 내 배 속에 아기가 있는 것 같아요. 봐봐요, 이렇게 커졌어요.”남자의 차가운 눈빛이 더욱 냉랭해졌다. “어젯밤 약 안 먹었어?”소현아는 천진난만한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먹었어요. 만져봐요. 배 속에 아기가 있는 것 같지 않아요? 강지훈 씨, 나 정말 임신한 것 같아요.”강지훈은 여러 도우미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옷 속으로 손을 넣어 그녀의 배에 손을 얹었다. 허벅지 사이로 야한 속옷이 드러났지만, 도우미들은 이런 광경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 북경 감옥 요리사 솜씨가 좋아졌나 보네. 살이 많이 쪘어.”도우미 중 한 명이 눈을 내리깔고는 애써 불안감을 감추며 조용히 자리를 떠났다.강지훈이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약 줘.”도우미가 약을 건네주자, 강지훈은 약을 코에 대고 냄새를 맡았다. “이 약 왜 먹는 거야?”그녀가 더듬거리며 좀처럼 대답하지 못하자 옆에 있던 다른 도우미가 나서서 말했다. “이건 현아 아가씨를 위한 소화를 돕는 약입니다. 아가씨께서 어젯밤 야식을 너무 많이 드셔서인지 아침을 잘 못 드셨습니다. 하여 소화불량이 아닌가 싶어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82화

    은경애는 새벽에 한 번 일어나 아이를 돌보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다. 편의를 위해 바로 옆방 침실에서 잤던 그녀는 옷을 걸친 채로 일어나 별이 방으로 다가갔다. 어떻게 된 건지 활짝 열려있는 문을 본 그녀는 어딘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도련님.”“또 어디에 가신 거예요!”은경애는 급히 아래층으로 뛰어 내려갔다. 계단을 내려서는 순간, 지독한 휘발유 냄새와 가스 냄새가 코를 찔렀다.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순식간에 졸음기가 사라지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큰일 났어요, 빨리 와 보세요! 큰일 났어요!”은경애는 별장의 모든 조명을 켰다. 옆방 침실에서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던 서철용은 소란스러운 소리에 즉시 눈을 뜨고 옷을 입은 채로 방문을 나섰다. 별장을 가득 메운 불쾌한 냄새가 서철용의 코에도 흘러들어왔다. 코를 막고 계단을 내려가니 1층은 온통 물바다가 되어 있었고, 사고를 친 아이는 서재에서 물장난을 치고 있었다.은경애는 급히 아이를 안아 들었다. “아이고, 우리 도련님,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바깥에서 경비를 서던 사람들이 달려왔다. 모두 혹독한 훈련을 거친 경호원들이라 물이 흥건하게 펼쳐져 있는 바닥을 보고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자리를 떴다.지난번에는 부엌에 불을 지르더니, 이번에는 물바다를 만들었네. 좋아, 아주 좋아!“도련님, 밤에 잠도 안 자고,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아이고!” 은경애는 한 달에 두세 번은 이렇게 멘붕이 오곤 했다. 이 일은 정말이지 너무 고통스러웠다. 장씨 가문에 들어와 갖은 일을 경험했지만, 돈 욕심 때문에 참고 견뎠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아이를 데리고 몇 달 동안 겪었던 고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혼란스러워 어쩔 줄 모르는 은경애와는 달리 서철용은 침착하게 주변을 살펴보았다. 이 불쾌한 냄새는 도대체 어디서 나는 걸까?그때 서철용의 눈에 구석 쪽 이상하게 고여있는 물이 들어왔다. 그는 걸어가 발로 툭툭 밟아 보았다. 그 순간 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81화

    별이의 울음소리는 그제야 천천히 잦아들었다. 다만 너무 오랜 시간 울었던지라 볼은 붉게 퉁퉁 부어올랐고, 얼굴은 눈물과 콧물 범벅이 되어 있었다.은경애 역시 긴장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토록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사람의 목소리를 이렇게 듣게 되다니.은경애의 마음도 편치만은 않았다.장소월은 침대에 앉아 이불을 덮고 말했다. “별아, 엄마야. 엄마 목소리 기억나?”“엄... 엄마...” 별이가 다소 불분명한 발음으로 옹알이를 했다.서철용이 은경애에게 말했다. “아주머니는 일단 나가 계세요. 나중에 부를게요.”“네, 그럼 저는 문 앞에서 기다릴게요. 무슨 일 있으면 불러주세요.”은경애가 나가자 서철용은 휴대폰을 가져가려 했지만, 별이는 작은 손에 힘을 꽉 준 채 단단히 잡고 있었다.장소월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별이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다. 비록 선명히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정말로 자신을 엄마로 생각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장소월의 부드러운 목소리는 아이의 울음을 그치게 하는 진정제와도 같았다. “별아, 엄마가 없더라도 경애 아주머니 말씀 잘 들어야 해, 알겠지?”“네...”“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야 해...”별이가 대답했다. “네...”지금 이 녀석의 얼굴엔 방금 전까지 자지러지게 울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약간의 거만함까지 담겨 있었다.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휴대폰에서 갑자기 소리가 끊겼다. 별이는 휴대폰을 양손으로 잡고 흔들며 말했다. “엄... 엄마.”서철용이 전원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꼬맹아, 휴대폰 배터리가 다 돼서 충전해야 해. 안심해. 네 엄마는 아빠가 꼭 찾아올 거야. 네가 있으니까, 두 사람은 절대 헤어질 수 없어.”별이는 이제 막 난 젖니를 드러내며 빙그레 웃어 보이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곯아떨어졌다. 서철용은 빠르게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받쳤다. 만에 하나 어딘가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경을 치게 될 테니 말이다.서철용은 아이를 눕힌 뒤 방을 나섰다. 시간이 늦었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80화

    은경애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말할 수 없어요. 혹시라도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전 대표님이 절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서철용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아주머니, 그 자식을 꽤 믿나 보네요...”“그럼요, 대표님께서 돌아오면 보너스를 주신다고 했어요. 조금만 더 모으면 큰 손주한테 맛있는 것도 많이 사줄 수 있어요.”참으로 보기 드문 진심이고 충심이었다. 주위에 온통 괴물들뿐인 전연우의 곁에 이토록 헌신적인 사람이 있었다니.“말하고 싶지 않다면, 강요하지 않을게요. 전연우가 그렇게 믿는 사람이라면, 나도 아주머니를 믿을 수 있어요.” 서철용은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설득되는 날이 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은경애에게 문자를 보여주었다. “자세히 살펴보세요. 우리는 한배를 탄 사람들이에요. 아주머니를 해치는 건 나에게 아무런 이득이 없어요.”은경애는 눈알을 데굴데굴 굴리며 말했다. “뭐라고 쓰여 있는 거예요? 저는 글자를 몰라요.”그 한마디에 서철용은 할 말을 잃고 한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래요. 알겠어요.”누가 알겠는가, 이 남자가 속으로 무슨 꿍꿍이를 숨기고 있을지.남원 별장에는 보일러가 빵빵하게 틀어져 있었다. 서철용은 너무 더워 입고 있던 외투를 벗었다. 은경애가 물었다. “여기에서 주무시려고요? 외부인은 이곳에서 밤을 보낼 수 없어요.”바깥은 이미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의심이 많은 건 좋은데, 너무 지나치면 안 돼요. 내 말까지 믿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로 일이 터졌을 때 아무도 당신들을 도와줄 수 없어요.”은경애는 눈을 가늘게 뜨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대표님께서 똑똑히 말했었다. 강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오지 않는 한, 누구든 이곳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눈앞의 남자를 믿을 수는 있지만, 너무 많이 믿어서는 안 된다.은경애는 별장에서 별이를 돌보는 일만 하고 있었고, 식사는 다른 몇 명의 도우미들이 준비해 정해진 시간에 가져다주고 있었다.저녁 식사가 준비된 후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79화

    은경애는 시선을 흘끗 돌려 아래층에서 계단을 올라오는 아이를 쳐다보았다. 난간을 잡고 일어서는 별이의 모습을 본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아이고, 우리 작은 도련님,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비행기 장난감 가지고 놀고 계시지 않았어요? 언제 내려오셨어요?”“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대표님과 아가씨를 무슨 낯으로 뵙겠어요.”서철용이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도 시선을 맞추며 그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청아하고 맑은 눈빛이었지만, 서철용은 한눈에 절대로 평범하지 않은 아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겨우 몇 살밖에 안 되는 어린 나이인데도 생각이 꽤나 많아 보였다.별이는 손에 사진 한 장을 들고 서철용을 향해 옹알거렸다.아이를 오랫동안 돌본 은경애는 아이의 성격을 잘 알기에, 뭔가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서철용 앞으로 데려갔다. “도련님, 서 선생님이 마음에 드시는가 봐요. 평소에 집에 외부인이라곤 거의 드나들지 않으니 선생님을 보고 신기한가 보네요.”“도련님, 이분은 도련님의 삼촌이세요. 삼촌이라고 해보세요...”서철용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벌써 말을 할 줄 알아요?”은경애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이 아이 정말 신기해요. 너무 똑똑해서 가르쳐주는 건 뭐든 한 번이면 다 따라 한다니까요.”서철용은 숨김없이 말했다. “애가 나이는 어리지만, 속은 그리 간단하지 않은 것 같네요.”별이는 두 팔을 벌려 안아달라며 옹알이를 했다. 은경애가 말했다. “도련님은 아무한테나 안아달라고 하지 않아요. 평소에는 저 말고는 누구도 가까이 못 가게 해요.”서철용이 손을 뻗어 아이를 안았다. “위층으로 올라가서 얘기하자.”방으로 들어간 서철용은 별이의 손에 들린 사진을 받아 들었다. 사진 속에는 장소월이 있었다. “엄마 보고 싶어?”별이는 침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서철용은 아이를 달래며 말했다. “네 엄마는 지금 아주 먼 곳에 있어서 당분간은 돌아올 수 없어. 아빠가 돌아오면, 엄마도 함께 돌아올 거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78화

    두꺼운 커튼이 쳐져 있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방 안, 침대 위의 남자는 이미 눈을 뜨고 있었지만 아직 팔다리는 전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간호사가 다가와 면봉으로 그의 입술에 물을 적셔주었다. 그녀가 방 안에 들어온 서철용을 보며 말했다. “서 선생님, 환자분 상태는 여전히 똑같습니다. 목숨은 건졌고 의식도 있지만, 몸은 움직이지 못합니다.” 서철용이 손을 휘젓자 간호사는 방을 나섰다. 그가 침대 옆에 앉아 말했다. “형, 지금까지 이렇게 제대로 형이라고 불러본 적이 없는 것 같네. 내 말 듣고 있지? 일이 이렇게까지 되고 보니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 같아. 혼수상태로 누워있는 전연우를 보니까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 나 이제 더는 어떠한 아쉬움도 남아 있지 않아.” “난... 서씨 집안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이야. 물론 아버지의 사생아도 아니야. 우연히 서씨 가문과 연이 닿았고, 서철용이라는 신분을 사칭해 들어가게 된 거야.” “진짜 서철용은 오래전에 죽었어.” “내 진짜 성은 연 씨야. 20년 전, 난 원수에게 살해당했지만, 운 좋게 살아남았어. 그러다 진짜 서철용을 만났는데, 그 사람이 병에 걸려 죽어가면서 서씨 가문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옥패를 넘겨주었어. 그때는 그냥 버틸 수 있을 때까지만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었는데, 어느덧 시간이 이렇게 많이 흘렀네.” “그리고 배은란은... 나 한 번도 건드린 적 없어. 은란이가 낳은 아이 아버지는 형이야.” 침대에 누운 남자는 눈동자를 굴려 옆을 바라보았다. 서철용은 그가 반응을 보이자 고개를 숙이고 웃음을 터뜨렸다. “나 은란이 좋아하는 거 맞아. 하지만 비열한 방법을 쓰면서까지 은란이 마음 얻고 싶지 않아.”“서민용, 치료 잘 받고 형 아내와 아이한테 돌아가...” “형을 저승 문턱에서 데려와 살려놓은 내 수고를 헛되이 하진 말아야지.” 서철용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그는 종래로 서씨 가문의 재산을 탐내지 않았다. 장해진이 죽어 복수가 끝났으니 더 이상 미련이 없

  • 환생후 사랑따윈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제1277화

    “아, 참, 그리고 그 아이도...” “전연우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 아이... 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만들어 버릴 거야.” “알겠습니다, 송 대표님. 지금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안심하십시오. 오늘 밤 반드시 일을 성공시킬 겁니다. 절대 실망하지 않으실 거예요.” 상대방은 팔을 걷어붙이고 음흉하게 웃어 보였다. “그럼 전에 얘기했던 회사 주식은...” 송시아는 날카롭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남자의 어깨를 툭 쳤다. “걱정하지 마. 회사 주식은 네가 원하는 만큼 줄게.” “네, 네.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 해가 지면 좋은 소식이 들리실 겁니다.” 남원 별장이 사라지고 아이도 죽으면... 그때쯤이면 하늘 아래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알게 되겠지. 장소월... 그때까지도 네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이까지 내팽개치고 언제까지 숨어있는지 두고 보겠어. 장소월은 마음이 여린 사람이라 자기 아이가 아니더라도 다치는 건 외면하지 못한다. 네가 아무리 꼭꼭 숨어 있어도 상관없어. 내가 널 찾아낼 방법은 수백 가지가 넘으니까. 러시아 국경 밖. 잠을 자던 장소월은 갑자기 가슴에서 전해져오는 강한 통증을 느꼈다. 꿈속에서 별이가 계속 엉엉 울면서 엄마를 부르짖고 있었다... 장소월로 하여금 단 한 순간도 걱정의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한 사람은 전연우 외에도 별이가 더 있었다. 그 아이... 장소월은 왜인지 모르게 줄곧 그 아이가 나오는 꿈을 꾸었었다. 아무도 돌봐주는 사람 없이 혼자 자라고 있다고 생각이 들 때면 마음의 통증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다. 사무실에서 환자 차트를 보고 있던 서철용은 발신자 이름을 보고는 깜짝 놀라며 전화를 받았다. “소월 씨,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 있어요?” 장소월은 아픈 가슴을 움켜쥐며 말했다. “별이가 잘못되는 꿈을 꿨어요. 혹시 남원 별장에 가봐 줄 수 있어요?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그래요.” 서철용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뱉어내며 말했다. “소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