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 가능성은 희박할지라도 그는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서철용은 절대 그녀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단 0.1%의 확률일지라도...때마침 기성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아가씨께서 마지막으로 계셨던 곳은 서울 변경 해역...”갑자기 침묵이 흐르더니 서철용이 핸들을 힘껏 내리쳤다.“젠장, 전연우! 강영수는 건드리지 말라고 경고했잖아. 그렇게 누누이 말했는데도 왜 말을 안 들어!”서철용은 장소월이 강영수의 시신을 찾으러 갔을 거라는 걸 일찌감치 짐작했어야 했다.수색대가 7, 8일 동안 수색했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장소월이 간다고 한들 무엇을 찾을 수 있겠는가?조금 전 천둥 번개가 치던 지점이 바로 변경 해역 쪽이었다.서철용은 장소월이 지금의 몸으로 버틸 수 있을지 도저히 확신할 수 없었다.“소월 씨가 무사하기만을 기도해.”비가 거칠게 쏟아지고 있음에도 차는 계속 달렸다.기성은도 때마침 도착해 가까이 들어오는 차와 마주쳤다. 모두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차에서 내렸다.기성은은 검은색 우산을 들고 전연우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전연우는 단번에 그를 밀쳐버렸다. 아직 약 기운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던 그는 차갑고 매서운 빗줄기를 견디며 울창한 숲속 깊은 곳으로 불안하게 걸음을 옮겼다.“대표님!” 기성은은 그토록 처량하고 만신창이인 전연우의 뒷모습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전연우는 뭔가 중요한 것을 찾는 듯 빠르게 걸었다.모두들 다른 방향으로 여기저기 흩어져 장소월을 찾아 나섰다.서철용은 전연우의 모든 행동을 눈에 담고 있었다. 오늘처럼 제정신이 아닌 것 같은 상태의 전연우는 정말 처음이었다.그는 전연우 같은 냉혈한은 절대 누군가에게 마음을 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밤하늘에서 또다시 번개가 번쩍였다.그 순간 전연우의 눈에 나뭇가지에 걸려 얇게 찢어진 낯익은 옷자락이 들어왔다. 흠뻑 젖은 검은 머리카락이 선홍빛 눈을 가렸다.그는 천을 주워 고개를 숙인 채 손에 꼭 말아 쥐었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는 갖은
장소월은 자신이 의식을 잃은 지 얼마나 되었는지는 몰랐지만, 누군가 늘 자신에게 들려주는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그녀는 전연우의 목소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눈을 뜨지 않아도 매일 따뜻한 물로 몸을 닦아주고, 정성스럽게 머리를 손질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히는 일을 반복하는 전연우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서철용은 문을 열고 들어와 이미 넋이 나간 전연우를 보며 말했다.“...수술의 위험성은 이미 말했어. 일주일 뒤에 깨어나면 수술할 수 있을 거야. 너도 마음의 준비해.”“소월이는 줄곧 괜찮았고 앞으로도 괜찮을 거야.”전연우는 서울 변경 해역에서 돌아온 이후로 사흘 밤낮을 뜬눈으로 버텨왔다. 옷은 여전히 그날과 똑같았고, 머리는 잔뜩 헝클어져 있었으며, 눈은 시뻘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평소 결벽증이었던 전연우는 사흘 동안 샤워도 하지 않아 몸에서 냄새가 나기도 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소월을 위해서라면 온 힘과 온 마음을 다해 그녀를 정성껏 돌보았다.서철용이 말했다.“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건 알지만, 수술을 안 하면 정말 죽을 수도 있어.”“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소월 씨가 말하지 말라고 했어. 그리고... 너한테 말한다고 무슨 소용이 있겠어? 소월 씨가 치료를 거부한다면 아무도 어찌하지 못해. 그나마 강영수를 생각해 항암제를 먹겠다고 결심한 거야. 강영수 치료에 도움이 되어주기 위해 하루라도 버티려고... 하지만 이제... 소월 씨를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죽었어.”“이제 장씨 집안에 남은 사람이라곤 소월 씨 한 명뿐이야.”“살아야 하는 유일한 희망을 앗아간 너를 소월 씨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강영수, 강영수!결국엔 또 그놈이다!전연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서철용의 목덜미를 잡고 문밖으로 나갔다. “뿌리까지 깨끗이 치료해. 만에 하나 잘못되면 병원 전체를 소월이와 함께 묻어버릴 거야.”얼마 전에도 투덕거렸던 탓에 서철용의 얼굴엔 아직도 상처가 남아있었다. 서철용이 무표정하게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그녀는 오직 그의 독점적인 소유물이 되어야만 한다...그렇게 7일이 흘러가는 동안 전연우는 늘 어정쩡하게 그녀의 옆에 누워 있었다. 그녀를 만질 때에도 항상 그녀가 다칠세라 조심조심 신중을 기했다. 전연우는 단 한 번도 어느 날 장소월이 자신을 떠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과거에는 힘도 권력도 없어 그녀에게 최고 좋은 선물을 줄 수 없었다.하지만 이제 그는 모든 것을 가졌다.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즉시 눈앞까지 가져다줄 수 있다.불 꺼진 어두운 방 안에서 전연우는 눈을 감고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처음부터 마음을 독하게 먹었어야 했어. 너희 둘이 만나지 않았다면... 소월이는 영원히 이 오빠의 것이었을 텐데...”새벽 열두 시, 서철용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문틈 사이로 새어 나오는 불빛을 본 순간 피곤함이 사라지고 경계심이 피어올랐다.그는 문을 열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소파에 잠든 듯 누워 있는 배은란의 모습을 보았다. 그 모습에 처음 가졌던 경계심이 풀렸다.깊이 잠들어 있던 배은란은 얼굴에서 전해져오는 간지러움에 흐릿하게 눈을 떴다. 그 순간 깊고 가는 서철용의 눈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어 서철용이 그녀의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음엔 휴게실에 가도 돼.”배은란은 순식간에 정신을 차렸다. 순간 그의 얼굴에 생긴 상처에 흠칫 놀랐지만 이내 그의 시선을 피하고는 당황한 듯 머리카락을 정리했다. “시간이 꽤 지났어. 이제 수술할 때가 되지 않았어? 나랑 약속한 거 잊지 마.”서철용이 말했다. “나 지금은 시간 없어.”배은란은 벌컥 화를 내며 손에 들려 있던 베개를 그에게 집어 던졌다. “약속은 지켜야지... 너랑 자주면... 우리 그이 살려준다고 했잖아!”.서철용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나처럼 변태 양아치 같은 놈의 말을 믿어?”배은란은 순식간에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의 말은 마치 그녀의 얼굴에 세게 내
“미... 미안해. 오늘은 민용 씨 일로 찾아오는 게 아니었어. 오늘 힘들면 다음에 다시 찾아올게.”배은란은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그를 기다렸었다. 더이상 있다간 바보가 될 것 같았다.배은란이 소파에 놓인 가방을 들고 돌아서서 나가려는 순간... 서철용은 돌연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번쩍 안아 올렸다.배은란이 몸부림치며 말했다. “내려놔.”서철용은 귀를 닫고 곧장 휴게실로 들어가 그녀를 침대에 던져놓고는 그녀의 몸을 짓누른 뒤 두 손을 잡아 머리 위로 올렸다. “너도 하고 싶은 거지? 왜 항상 내가 나가라고 하면 안 나가는 거야?”서철용은 한 손으로 그녀의 속옷을 찢고, 다른 한 손으로 금속 바지 지퍼를 내려 커다란 물건을 드러내고는 그녀의 다리를 벌렸다.“안 돼... 하지 마.”서철용은 짜증스러움에 그녀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은 채 곧바로 거칠게 물건을 밀어 넣었다.30분 사이에 관계는 빠르게 금세 끝이 났다. 서철용은 숨을 헐떡이며 침대에서 흐느끼고 있는 배은란의 몸에서 내려와 종이를 꺼내 흔적을 닦았다. “오늘 밤은 여기서 자. 내일 내가 데려다줄게”배은란은 아직 복부의 팽창 감이 가시지 않았다. 그녀가 몸에 걸쳤던 옷을 끌어 올리며 일어나 앉았다.“필요 없어. 나 오늘 운전했어.”배은란은 다리에 힘이 풀려 간신히 서 있었다.“서민용이 우리 사이에 대해 모를 것 같아?”배은란은 온몸이 얼어붙은 채 멍하니 자리에 서 있다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았다.“너... 네가 말한 거야?”서철용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나 그렇게 한가하지 않아.”“나도 짐작만 한 것뿐이야.” 서철용은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냥 삼켜버렸다.“기어이 그런 상태로 돌아가고 싶다고 하면 말리진 않을게.”배은란은 급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다리 사이가 불쾌하게 끈적끈적했고 하이힐을 신은 발 옆에는 찢어진 속옷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녀는 황급히 그것을 주워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서철용은 조금 전 콘돔을 착용하지 않고 모두 다 넣어버렸다. 그녀
그녀는 이미 결혼한 몸이다!배은란은 절대 지조 없는 여자는 되지 않을 것이다.배은란은 서민용에게서 걸려온 3통의 부재중 전화를 보니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그녀는 서민용에게 너무 미안해 다시 전화를 걸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문자를 보냈다.[나 오늘은 바빠서 스튜디오에서 야근해야 해. 내일 들어갈게.]서민용은 곧바로 답장을 보내왔다.[알았어.]그가 더는 묻지 않자 배은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돌연 다리에 힘이 풀린 그녀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복잡한 마음에 침대 옆에 있는 서철용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이게 옳은 일이 맞는지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그녀는 정말 방법이 없었다.서민용과 함께 해외로 나갔던 3년 동안, 그녀는 각지 모든 병원에 가보았지만 치료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대로 가다간 결국 오장육부가 서서히 고장 나 죽고 말 것이다.현재 서민용은 약물에만 의존하여 겨우 생명의 끈을 유지하고 있다.배은란은 서철용을 제외하고는 부탁할 사람이 떠오르지 않았다....전연우는 장소월이 입원한 층 전체를 독점했다.이틀 후 의식을 회복한 장소월은 병원 침대에 앉아 종양 전문의들에게 말했다. “수술은 하지 않겠습니다.”“장소월 씨, 걱정 마세요. 저희가 직접 소월 씨의 수술을 집도할 거예요. 소월 씨가 치료에 협조하기만 한다면 높은 확률로 수술에 성공할 수 있어요... 아니면 몸은 정말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질 거예요.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아직 젊은 나이잖아요...”장소월의 백옥 같은 얼굴엔 어떠한 감정도 보이지 않았고, 눈동자는 공허하게 텅 비어 있었다. “살고 싶지 않아요.” “수술 안 하겠어요. 아무도 저한테 강요할 수 없어요.”“장소월 씨... 그건...”“됐어요! 다들 나가요!” 전연우가 문을 걷어찼다.사람들은 모두 화들짝 놀랐다.그들이 나간 후, 전연우는 더는 아무도 들여보내지 않고 장소월에게 가까이 다가가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대
“그들을 위해 복수하고 싶다면 몸 회복하고 직접 날 죽여. 그렇지 않으면... 다음은 인씨 가문이 될 거야.” 잔인한 말을 내뱉은 뒤, 전연우는 얼음처럼 날카롭게 번뜩이는 눈으로 문 쪽을 쳐다보며 말했다. “... 가능한 한 빨리 수술을 준비해 주세요. 거부한다면 수술대에 묶어요.”전연우는 말을 마친 뒤 병동을 떠났다.그녀의 말은 모두 강영수를 위해 복수를 하겠다는 말뿐이었다. 전연우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무르다간 무슨 일을 저지를지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문밖에서 전연우가 경호원에게 지시했다.“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똑바로 감시해.”“네, 대표님.”사무실 안.서철용은 장소월을 치료하고 그녀가 무사히 평화롭게 살게 해주는 것만이 그녀에게 속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창문 앞에서 전연우가 담배에 불을 붙이자 서철용은 환풍구를 열어 연기를 내보냈다.“네 마음이 안 좋다는 거 알아. 하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졌으니 해결할 방법을 찾는 수밖에 없어.”“지금은... 정말 너답지 않아.”전연우가 물었다. “제일 빨리 할 수 있는 수술 시간은 언제야?”서철용은 손에 든 서류를 닫으며 말했다. “내일이야. 오늘 밤부터 금식해야 해.”전연우가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끄고 몸을 돌려 그와 마주 섰다. “내일 수술의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돼?”“...”서철용은 한동안 침묵하다가 네 글자 내뱉었다.“십 퍼센트.”겨우 10%?서철용은 입술을 앙다물고 일어나 그에게 걸어갔다. “이미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났고 종양이 뇌신경을 누르고 있어. 만약 수술 중 조금이라도 사고가 나면...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어. 그리고...”죽을 수도 있다!“모든 알 수 없는 변수를 차단할 수는 없어... 그래서 나도 단언은 못 해.”“최선을 다해 소월 씨를 살리겠다고 약속할게.”전연우가 깊게 어둠이 내려앉은 눈으로 말했다.“왜 암에 걸린 거야? 이미 자궁 적출 수술도 받았잖아?”서철용이 대답했다. “원인을 설명하기 어려운 병
병실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장소월이 집어던진 물건들이 여기저기 깨지고 부서져 있었다. 또한 바닥 군데군데에 피가 고여 있어 간호사가 청소하고 있었다.장소월은 다행히 의식을 찾았다. 하지만 환자복 전체가 피로 얼룩졌고, 몸 상태는 더욱 악화된 것 같았다. 그가 자리를 비운 그 짧은 시간 안에 이 지경이 되었다니.전연우는 심장 깊은 곳에서부터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고통이 전해졌다.장소월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발버둥 쳤다.“난 수술 안 할 거야. 이거 놔...”그녀의 팔은 간호사에 의해 단단히 압박되어 있었다.그녀는 문밖에서 들어오고 있는 사람을 보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넌 나가. 보기 싫어.”전연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섞인 복잡한 얼굴로 말했다. “의사 선생님 말씀대로 수술해.”장소월은 그를 쳐다보며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살아서 수술대에서 내려오지 못하도록 저주할 거야.”장소월은 전연우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고통을 보았다.그녀의 죽음 때문에 슬퍼하는 걸까?그건 장소월에게 있어 조롱거리일 뿐이었다.그녀는 전연우는 절대 감정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전연우가 말했다.“앞으로는 그런 말 하지 마. 넌 괜찮을 거야.”“그 말... 날 위로하려는 거야, 아니면 널 위로하려는 거야? 나보다 내 몸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전연우, 내가 언젠가 죽으면... 꼭 널 저주할 거야...”“널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모두 떠나고...”넌 평생 고독하게 살다가 쓸쓸하게 죽어가게 만들 거야...장소월은 말을 채 끝내기 전, 진정제 약효 때문에 잠이 들었다.모두가 그 말을 들었지만 단 한 사람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수간호사님 준비됐어요.” 함께 온 간호사가 머리를 자르는 도구를 들고 옆의 수간호사에게 건네주었다.수간호사는 난감한 얼굴로 전연우의 옆으로 걸어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보호자분, 수술 전에 아가씨의 머리를 깎고 두개골을 열어 피를
서울 감옥.빛 한 줄기 들어오지 않는 음산하고 어두운 감옥 안, 허름하기 그지없는 누더기를 걸친 송시아가 손발이 꽁꽁 묶인 상태로 깨어났다.강지훈은 단추를 목 끝까지 잠근 검은색 제복을 입고 눈까풀 위 흉측한 흉터를 번뜩이고 있었다.“오랫동안 그 사람과 함께 다녔는데도 아직 처녀라니. 생각지도 못했네.”“너희들, 데려가서 씻겨. 죽게 만들면 안 돼.”“네. 알겠습니다.”“나쁜 자식.” 송시아는 돌연 분개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남자에게 반 발자국도 다가서기 전에 곤봉이 그녀의 다리를 후려쳤다. 송시아는 비참한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럽게 다시 바닥에 쓰러졌다.강지훈은 모자를 눌러쓴 채 힘없이 널브러진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지금까지 내 영역에서 감히 나를 건드리는 사람은 없었어. 네가 처음이야.”“나는 네 주인님의 여자고, 너는 그 사람의 개에 불과해. 전연우가 알면 널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거야.”강지훈은 수많은 여자들과 놀아봤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몸을 팔러 나온 창녀들이었고, 심지어 그는 인씨 가문 고고한 사모님과도 함께 뒹굴었었다. 송시아는 그가 처음으로 손대본 처녀였다. 하여 침대 위에서 그 여인들에게 했던 거친 방식에 비하면, 송시아에게는 최대한 자비를 베풀고 있었다.“...다시 한번 그런 말을 지껄이면 내가 직접 그 입을 꿰매 버리겠어.”“...”“처음 가진 잠자리라고 하니, 이제부터 넌 내 사람이다. 반경 수십 킬로미터 내엔 사람 한 명 없는 황량한 들판뿐이니 도망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고분고분 내 말을 잘 듣기만 하면 나가서 놀게 해줄게.”그가 떠난 후 송시아는 다른 교도관들에게 끌려 검은 타일로 둘러싸인 큰 욕조가 있는 곳으로 끌려갔다. 방금 전 그곳보다 크게 다르지 않은 열악한 환경이었다.그곳에 가는 동안 송시아는 오랫동안 성욕에 굶주린 남자들에게 수차례 모욕을 당했다. 욕조 안, 송시아는 몸의 더럽혀진 곳을 씻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 어느 때에도 강지훈과 관계를 맺게 될 것이라고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