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아주머니의 죽음.그리고 장해진의 죽음...화장이 끝난 뒤, 직원이 검은 천으로 감싼 유골함을 들고 나왔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유골함을 받은 건 전연우였다.그가 말했다.“장례식은 내가 치를게.”장소월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마음대로 해.”말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병원 로비, 서철용은 이미 모든 검사 비용을 계산하고 약이 든 주머니를 장소월에게 건넸다.“저번에 가져갔던 약은 약효는 좋지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먹지 말아요. 이건 임상 실험을 거쳐 부작용이 없다고 판명된 약이에요.”뒷이어 걸어오는 전연우를 본 서철용은 몸을 살짝 굽혀 장소월의 귀에 속삭였다.“이제... 난 항상 소월 씨 곁에 있을 거예요.”전연우는 아이를 안고 걸어오고 있었고, 기성은은 유골함을 안고 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그들이 가까이 다가오자 서철용은 몇 걸음 물러서 그녀와 거리를 뒀다.기성은은 뒤에서 전연우와 장소월의 차를 따라갔다.전연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검사 결과는 다음 주 수요일에 나온대.”별이는 장소월의 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자 팔을 뻗어 안아달라고 애교를 부렸다.“그래.”장소월은 힘없이 대답하고는 아이를 안았다. 별이는 침이 가득 고인 입술로 그녀의 목을 이리저리 문질렀다.전연우는 장해진이 죽었다는 사실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하지만 언젠가는 새어나가고 말 것이다.한 시간 반 뒤에도 장소월은 여전히 차 안에서 별이를 달래고 있었다. 전연우에게 안겼을 땐 한없이 얌전하더니, 그녀에게만 가면 흥분제라도 맞은 듯 붕방거린다. 장소월은 도저히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오후 퇴근 시간이라 길이 막혀 여섯 시가 되어서야 남원 별장에 도착했다.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는 별장은 장소월로 하여금 낯선 느낌이 들게 만들었다.알고 보니... 여긴 그녀의 집이 아니었다.별이는 장소월의 어깨에 기대어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세 사람이 현관에 들어왔을 때, 강만옥과 그 여자아이는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 둘
그 말을 내뱉는 순간 강만옥의 시선이 도발하듯 장소월에게로 향했다.장소월은 못 본 척 그녀의 눈길에 반응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녀를 키워줬던 아버지가 하루 사이에 자신의 친부모님을 죽인 원수가 되어버렸다.이제 장씨 가문은 그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곳이다.장소월은 구경 어떤 신분으로 강만옥과 그녀의 아이를 마주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장소월은 전연우가 말하기 전에 덤덤히 입을 열었다.“급하시면 내일 아침에 남원 별장 명의 이전 해줄게요. 끝나면 최대한 빨리 이 집에서 나갈 거고요.”“양육비 문제는 전연우와 상의하세요.”전연우는 남원 별장을 매입한 뒤 명의를 그녀 이름으로 옮겼다.장해진이 죽은 지금, 강만옥은 여전히 장해진의 아내이다.강만옥이 이 별장을 요구하면 장소월에겐 거부할 명분이 없다.장소월은 그들의 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았다. 강만옥의 목적은 전연우다. 그가 장명주를 키우든 말든 그녀와는 상관없는 일이다.그녀는 전연우의 품에서 아이를 받아 안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창문 밖으로 화원에 쪼그리고 앉아 놀고 있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그녀의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았다.그녀 역시 강만옥의 아이가 전연우의 딸이 아닐지 의심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전연우는 장소월이 코너를 돌고 시선 속에서 사라지자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으로 강만옥을 노려보았다.“재밌어?”강만옥은 태연하게 웃으며 반짝반짝 매니큐어가 되어있는 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어루만졌다.“장해진을 죽이는 데에 난 적잖은 도움을 줬다고 생각해. 심지어 장해진의 아이까지 낳았어. 이제 와 우리 모녀를 내쫓으려 하는 거야? 이 양심 없는 놈아.”전연우는 강만옥의 손을 잡아 힘껏 뿌리쳤다. 그녀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거리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정도껏 해. 그렇게 죽고 싶으면 내가 흔쾌히 보내줄게.”전연우가 도우미를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음식 다 버리고 새로 만드세요.”서늘한 눈빛에서 한기가 뿜어져 나왔다.도우미는 깜짝 놀라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왜 이 약들을 먹고 있는지 그녀 자신은 똑똑히 알고 있다.장소월은 조산으로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몸이 허약했다.한 번 발병하면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지곤 했었다.4,5년 전 궁지에 몰려 바다에 뛰어들었던 적이 있다. 그때 침투한 한기는 지금까지도 채 가시지 않은 상태다.또한 해외에 있는 동안 수많은 곳을 헤매고 다니느라 줄곧 몸을 돌보지 못했었다.도우미가 다가와 비스듬히 열린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아가씨... 식사 준비됐어요.”장소월이 말했다.“먼저 내려가서 먹어. 난 별이 옷 입히고 내려갈게.”“기다릴게.”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장소월의 얼굴에 불현듯 당황스러움이 비쳤다. 그녀는 곧바로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마음대로 해.”전연우는 침대 끝에 앉아 아이를 다리에 올려놓았고 장소월은 웃옷을 입혀 주었다. 그는 이어 투박한 손으로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고는 바지를 입혔다.장소월이 고개도 들지 않고 물었다.“안 가봐도 돼?”“가라고? 내가 어디에 가길 원하는 거야?”전연우가 입힌 바지엔 주름이 가득 잡혀있었고 심지어 바지 끝은 양말 안에 억지로 쑤셔 넣은 상태였다.그는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최근 회사 일은 모두 송시아와 기성은에게 맡겼다.전연우는 일 욕심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인시윤과 결혼한 이후론 대부분의 시간을 그녀를 감시하는 데에 사용했다.인씨 저택으로 돌아가지도 않고 이곳을 자신의 집처럼 드나들고 있다.그가 계속 옆에 있기 때문에 장소월은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갈 수 없었다.그녀는 올해 25살밖에 되지 않은 젊은 나이다. 아직 해 보고 싶은 일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있다.그녀는 이렇게 허망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았다.살고 싶었다. 살아야만 그를 떠날 희망이 생기니까...전연우도 이제 서른이 갓 넘은 나이다. 삼십 대는 그의 인생의 황금기다. 현재 일적으로 큰 성공을 이룩해 서울 전체를 손에 움켜쥐고 있다. 이제 아무도 그의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앞으로... 그는 장소월보다 더 능력 있
장소월은 사업에 별다른 재능이 없다.그녀는 엄마를 닮아 그림 그리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장소월이 말했다.“아버진 처음부터 너한테 회사를 맡기려고 하셨잖아. 회사는 네 것이야. 난 됐어. 그리고 난 사업할만한 사람이 아니야.”“엄마랑 합장하는 일은 다음에 다시 얘기하고 일단 시간부터 정하자.”장소월은 아이가 분유를 뱉어내자 휴지 몇 장을 뽑아 입가를 닦아주었다.전연우가 말했다.“시간은 이미 정했어. 내일이나 모레 다 괜찮아.”“내일은 너무 촉박하고 모레로 하자.”“그래.”일기예보에 따르면 모래 날씨는 꽤나 화창하다. 적어도 비는 내리지 않을 것이다.장소월은 줄곧 흐리고 꿉꿉한 날씨를 좋아하지 않았다.하루면 많은 일들이 끝을 맺는다.장해진은 생전 수많은 사람을 원수로 만들었다. 그들은 모두 장해진의 죽음을 통쾌해할 것이다.장소월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들었다. 다만 많이 괴롭지는 않았다.전연우는 그녀가 슬퍼할 거라 생각해 한 걸음도 떨어지지 않고 그녀의 곁에 있어 주었다. 그저 기성은이 갖고 온 서류에 사인해야 할 때만 잠시 서재에 다녀올 뿐이었다.서재 안.전연우는 책상에 앉아 서류를 훑어보았다.기성은이 보고했다.“대표님의 분부대로 사모님의 묘와 50미터 떨어져 있는 곳인 천당원에 묘지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장해진 회장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은 막지 못했습니다. 이미 적잖은 신문사에서 기사를 올렸습니다.”“장례식 준비는 이미 마쳤고 시간은 점심 12시 15분으로 정했습니다. 그 시간이면 마침 비도 내리지 않을 겁니다.”전연우는 만년필로 서류에 사인하고는 한쪽에 밀어놓았다.“내일 경호원들 데리고 가. 소란을 피울만한 사람이 오면 접근하지 못하게 해.”“네. 대표님.”장해진의 죽음을 안다면 누군가는 반드시 찾아와 난동을 부리려고 할 것이다.전연우 앞에서만 하지 않는다면 그는 못 본 척 눈감아줄 수 있다.다음 날 10시 반.그들은 남원 별장에서 출발했다. 장소월은 아이가 혼자 집에 있는 것이 염려되어 전
“엄마... 오빠 왔어요.”장명주가 돌연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키며 신나게 소리쳤다. 장소월도 고개를 돌려보니, 멀지 않은 곳에 하얀색 셔츠와 검은색 바지를 입은 스무 살 남짓한 대학생 같아 보이는 젊은 남자가 걸어왔다. 그가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엄마, 전 오빠한테 갈게요.”강만옥이 말했다.“그래.”그녀가 손에 힘을 풀자, 장명주는 곧바로 흥분하며 그를 향해 달려갔다.그 순간 장소월은 화들짝 놀랐다. 그의 모습, 특히 그의 눈과 눈썹이 지금 그녀 옆에 서 있는 남자와 무척이나 닮아 보였기 때문이었다.그렇다. 그는 전연우와 매우 닮아있었다.단지 다른 점이라면, 그에게는 전연우가 갖고 있지 않은 순진함과 청초함이 담겨 있다는 것이었다.강만옥은 전연우를 한 번 힐끗 보고는 자리를 떴다.그 후, 장소월도 떠났다.차에 오르니, 하늘에서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어젯밤 제대로 자지 못했던 탓인지, 장소월은 차 안에서도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나와 강만옥 사이엔 아무 일도 없었어.”묘지를 떠난 지 10분이 지난 뒤, 전연우가 그녀에게 한 마디 말했다.아무 일도 없었다고?장소월은 줄곧 전연우와 강만옥 사이에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애증의 감정이 존재할 거라 생각했다.그녀는 전연우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말했다.“나한테 설명할 필요 없어.”아무 일도 없었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그의 순결함을 증명해 주기라도 하는가?그런 말을 내뱉는다면, 그 자신조차 믿을 수 없을 것이다.장소월은 그의 한 마디, 한 단어조차도 함부로 믿을 수 없었다.별장에 돌아간 뒤.전연우는 아이를 안은 그녀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걸어갔다. 그의 한쪽 어깨는 이미 비에 젖어 흥건해진 채 말이다.그때 호주머니에 넣어둔 핸드폰이 울렸다. 전연우는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자리를 피해 전화를 받았다.극소수의 전화를 제외하고는, 전연우는 늘 그녀 앞에서 받곤 했다.그가 걸어 나가자 장소월은 틀림없이 좋은 일은 아닐 거라는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전화는
“누군지는 밝히지 않았어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나이는 별로 많지 않은 아가씨 같았어요.”장소월은 워낙 혼자 다니기를 좋아하고 인간관계에 신경 쓰는 데에 능하지 않으니, 은경애는 그녀가 참석할 거라는 말 대신 그저 알려주겠다고 대답했었다.장소월은 초대장을 열어보았다. 아래 적혀있는 이름을 보지 않아도, 위에 글씨만으로도 소현아라는 걸 알 수 있었다.몇 년이 지났어도, 그녀의 글씨는 여전했다.생일 파티?전연우가 밖에서 들어오며 물었다.“가고 싶어? 내가 같이 갈게.”“그때 가서 생각해.”장소월은 손에 들고 있던 금빛 초대장을 내려놓았다. 날짜를 보니 일주일 뒤였다.아마 허이준이 돌아와 알려줬을 것이다. 허이준을 제외하면 그녀의 귀국 소식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테니.장소월은 방에 돌아와 입고 있던 검은색 원피스를 갈아입었다.아이를 은경애에게 맡겨놓으니, 마음이 놓였는지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장소월은 침대에 잠시 누워 휴식을 취했다.전연우가 언제 침대에 올라왔는지 전혀 모를 정도로 깊이 잠들었다.하늘에 천천히 어둠이 내려앉았다.먼저 깨어난 전연우는 아직 꿈나라에 빠져있는 여자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그때 복도에 있던 도우미가 말했다.“대표님,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습니다.”전연우가 잠옷 단추를 잠그며 말했다.“잠시만요.”장소월은 아주 긴 꿈을 꾸고 있었다. 꿈속에서 그녀는 의자에 묶인 채 큰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사납게 번지는 불길은 조금씩 그녀의 피부를 삼켜버렸다. 한편 전연우는 문 어구에 서서 아이를 안고 있는 송시아와 함께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외면하고는 매정히 떠나버렸다.그녀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들어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그녀는 절망과 무력감에 휩싸인 채 자신을 집어삼키는 불꽃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꿈속에서의 그녀는 건강한 몸 상태였다...돌연 심장에서 전해져오는 강렬한 통증에 눈을 번쩍 떴다.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려 베개를 적셨다. 희미한 조명 아래, 전연우가 앉아있었다.
“사람을 죽였으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지.”“어떤 일을... 오빠가 너한테 알려주지 않는 건, 네 세계가 더러운 흙탕물에 오염되지 않길 원해서야.”“장해진도 깨끗하지 않고, 나 역시...”장소월은 얼룩 한 점 없이 깨끗이 살아가야 한다.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다.장해진은 줄곧 나쁜 사람이었다. 학교에서 수많은 친구들이 그녀를 괴롭히고, 때리고, 욕설을 퍼부었었다...장소월은 소리도 내지 못한 채 그 괴롭힘을 견뎌내야 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장해진의 딸이었으니까...그녀가 이런 일로 장해진에게 도움을 청할 때면 장해진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그저 조용히 견디라는 대답만 할 뿐이었다.때문에... 장소월은 이를 악물고 참아낼 수밖에 없었다.장소월이 천천히 힘을 풀었다. 입술이 빨간 핏빛으로 물들었고, 어두운색 줄무늬 잠옷에도 선명한 핏자국이 묻어났다.“그래. 아버지는 벌을 받고 돌아가셨어. 그럼 넌? 넌 왜 안 죽는 거야?”“너도 수많은 사람을 해쳤잖아. 넌 왜 안 죽는 거냐고!”“아버지가 죽어야 마땅하다면, 너도 죽어야지!”감정이 머리끝까지 북받쳐 올랐다. 또르륵... 긴 속눈썹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져 내렸다.전연우는 피로 물들어 더욱 유혹적으로 변한 그녀의 입술을 지긋이 쳐다보았다.그는 손가락으로 피를 닦아주고는 다른 한 손을 그녀의 머리카락 속에 집어넣고 품 안에 끌어당겼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난 죽지 않아. 소월이는... 오빠와 함께 잘 살아가야 해.”“난 너랑 함께 있고 싶지 않아. 죽을 때까지.”“언젠간 너도 알게 될 거야.”“난 알고 싶지 않아. 대체 왜 나야? 왜... 내가 모든 피해를 안아야 하는데? 분명 난 잘못한 거 없잖아. 왜! 나한테 이런 고통을 감내하라고 하는 건데!”전연우는 장해진에 대한 모든 원한을 그녀에게 풀었다. 서철용도... 그녀의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던 오 아주머니 역시 마찬가지였다.다들 그녀를 지옥 불구덩이에 몰아넣는 것에 혈안이 되어 그녀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만들었
품에서 달콤하게 잠든 아이가 깰세라, 번개가 치자 장소월은 곧바로 아이의 귀를 막았다.전연우가 침대 옆 탁자 위에 놓은 컵을 집어 들자 장소월이 그를 멈춰 세웠다.“별이가 먹는 약을 탄 물이야.”전연우는 멈칫하다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고는 눈썹을 찌푸리며 컵을 내려놓았다.“아이한테 약 많이 먹이지 마. 부작용이 있어서 몸에 안 좋아.”“목소리 낮춰. 금방 잠들었어.”오늘 밤엔 전연우가 그녀를 건드리지 않아 장소월은 모처럼 편히 잠들었다. 새벽, 장소월은 돌연 들려온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다.전연우는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무슨 얘기를 하는지 장소월은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통화는 얼마 지나지 않아 끝이 났고, 장소월은 이내 다시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날씨는 여전히 흐리고 꿀꿀했다.그녀는 점심 12시까지 자고서야 깨어났다. 옆자리를 만져보니 차갑게 식어있었다. 깨어난 지 꽤 시간이 흐른 것 같았다.장소월이 깨자 별이도 연달아 잠에서 깨어났다. 그녀는 침대에서 일어나 간단히 씻은 뒤 아이를 안고 내려가 밥을 먹었다. 집안 어디에도 전연우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그녀는 소파에 앉아 아이를 눕혀놓은 뒤 기저귀를 갈았고, 은경애는 분유를 따뜻하게 데워 가져왔다.장소월이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나갔어요?”“누구요?”은경애는 곧바로 장소월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렸다.“아, 대표님이요? 아침 일찍 나가신 뒤로 아직 돌아오지 않으셨어요. 비서도 온 걸 보니 회사에 일이 있어 나가신 것 같아요.”장소월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은경애가 한 마디 덧붙였다.“곽씨 아주머니가 집에 급한 일이 있어서 며칠 휴가를 내고 싶다고 제게 말했어요.”“네.”장소월은 간단히 대답하고는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그렇게 떠난 전연우는 3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저 가끔씩 안부 전화만 걸어왔다.그가 없으니, 장소월은 한동안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점심시간, 별이는 찬 바람을 맞아 감기에 걸렸는지 연속 며칠 동안 약을 먹여도 호전될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