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소월은 자신이 어디로 가든, 아이의 눈동자가 그녀를 따라 굴러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장소월이 그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면 배시시 웃으며 그녀의 주의력을 집중시켰다.간호사가 들어와 아이의 상태를 살폈다. 그녀는 지금 상태가 비교적 양호하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했다.장소월은 새로 산 아이의 옷을 손세탁한 뒤 건조기에 말렸다. 아이가 다 나아 퇴원하고 나면 입을 수 있게 말이다.바쁘게 돌아치다 보니 어느덧 열한 시가 거의 되어가고 있었다.장소월은 희미한 조명만 켠 채 병실에 있는 간이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새벽 두 시.병실 문이 열리고 전연우가 들어와 벽을 더듬어 조명 스위치를 찾았다. 그 순간 곤히 잠들어 있는 여자를 본 그는 즉시 손을 멈추고 미약한 조명 불빛을 빌려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장소월은 가까이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피부에 맞닿은 뜨거운 체온과 코를 찌르는 역한 술 냄새에 잠이 깨어 번쩍 눈을 떴다.“큰소리 내지 마. 애가 깨.”전연우는 욕망을 참지 못하고 그녀의 몸을 더듬거리기 시작했다. 거친 손바닥이 치마를 헤치고 들어와 그녀의 하얀 다리에 안착했다. 그가 뭘 하려는지 짐작한 장소월은 손으로 그의 다음 행동을 제지했다.“하루 종일 애 보느라 수고했어.”장소월은 옆에 있는 주정뱅이를 밀어낸 뒤 자리에서 일어나 치마를 정리했다.“일찍 자.”“난 바깥 소파에서 잘게.”이곳은 VIP 병실이라 일반 가정집처럼 없는 것이 없다. 장소월은 목이 말라 거실에 나가 물을 한 컵 따랐다.그녀가 한 모금 마셨을 때, 어느새 여기까지 왔는지 돌연 전연우가 등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너무 놀라 하마터면 삼켰던 물을 토해낼 뻔했다.전연우는 장소월의 긴 머리를 모두 한쪽으로 넘긴 뒤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목덜미에 키스했다.“너한텐 예전 같은 긴 머리가 어울려.”오늘의 그는 평소보다 기분이 좋은 듯했다.“나 물 좀 마시면 안 될까?”말이 끝나기 바쁘게 멈추는 전연우의 모습에 장소
장소월은 일에 부딪히면 늘 우유부단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한다. 전연우와는 정반대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우리보다 이 아이를 키우는 것에 적합한 가정은 없어. 너만 원한다면 이 아이는 영원히 우리 두 사람의 아이가 될 거야.”장소월은 전연우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고작 그녀가 무심코 던진 그 한 마디 때문에?하지만 그녀가 원하는 아이는 그녀가 직접 낳았던 그 아이다.이렇듯 아무렇게나 주워온 아이가 아니라 말이다.장소월도 더는 그와 실랑이를 벌이고 싶지 않았다.“네 마음대로 해! 치료 끝나면 호적에 올리고 이름도 지어줘.”전연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다음 달로 정하자. 기성은에게 서류를 준비하라고 할게.”“응.”장소월은 대충 대답하고 대화를 마무리했다.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내려앉았다.고요한 깊은 밤, 알코올 기운이 기분 좋게 달아올랐다.장소월은 점점 그윽해지는 그의 눈동자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 도망치려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두 번째 걸음을 내딛기도 전에 전연우가 힘껏 그녀를 끌어당겼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그가 위에서 자신의 몸을 압박하고 있어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상태였다.“도망치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뼈마디가 툭툭 튀어나온 손이 셔츠 단추를 하나씩 차례로 풀어헤치고 건장하고 단단한 가슴팍을 드러냈다.“너...”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그녀의 다리를 벌렸고, 그의 손은 점점 더 아래로 향했다...장소월은 이 세상 모든 공기가 사라진 듯한 숨 막힘에 괴로워하며 몸부림쳤다.음란한 기운이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던 그때, 돌연 아기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처음엔 환청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세히 들어보니 환청은 아니었다.장소월은 전연우를 밀어내고 거친 호흡을 내뱉으며 말했다.“아이한테 가봐야 해.”분위기를 깨는 달갑지 않은 아이 울음소리에 전연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끝나면 가.”“억지 부리지 마. 바늘까지 꽂고 있는 아이야.”“조금만 기다려. 일단 보고 올게.”
“내 말 듣고 있어?”전연우는 무심히 그녀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왜 필요 없다는 거야? 난 아이를 길러본 적 없어. 만에 하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해.”전연우가 의자에 앉으며 그녀를 쳐다보았다.“난 네가 잘할 거라 믿어. 모르면 책 보고 배우면 되잖아.”장소월이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난 아이를 돌볼 시간이 없어.”전연우는 후한 상이라도 주는 듯 장소월의 긴 머리카락을 어루만졌다.“보통 사람들의 삶을 살고 싶다고 했잖아. 그냥 이 아이와 날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살면 안 돼? 내가 있는 한 아무도 너한테 뭐라고 하지 못할 거야. 넌 그냥 네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 돼. 이 아이는 앞으로 쭉 우리 옆에 있을 거야.”장소월이 그를 보는 눈빛은 마치 미쳐버린 정신병 환자를 보는 듯했다.“이게 네가 요즘 만든 새로운 게임이야?”“넌 스스로를 속일 수 있을진 몰라도 난 아니야. 너와 이런 게임을 즐길 생각은 더더욱 없고. 넌 이미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마. 우린 절대 안 돼.”“아이를 갖고 싶으면 그렇게 해. 널 위해 낳아줄 여자는 아주 많을 거야.”“네가 나한테 키우라고 한다면 난 키울 수밖에 없어. 난 거절할 방법이 없으니까.”장소월은 그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억지로 짜놓은 허상에 불과한데도 가족이라고 말하고 있다.그와 인시윤은 혼인신고도 했고, 오늘이 지나면 결혼식도 올릴 것이다. 대체 몇 개의 가족을 원한단 말인가.전연우의 낯빛이 순간 어두워졌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오싹함이 그의 몸을 타고 흘러나왔다.“싫어도 받아들여야 해.”차갑게 일갈한 그가 몸을 일으켰다.“나 씻어야겠어. 나오기 전까지 아이를 달래놔.”전연우는 거실 밖 욕실로 향했다.장소월은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아이는 너무 졸려 당장에라도 잠들 것 같았지만 큰 눈을 깜빡이며 애써 장소월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칠 때면 배시시 웃음을 지어 보이기도 했다.전생에서 전연우
이들은 모두 금융계 톱급 능력자이자 성공 인사들이다. 프로젝트 계획부터, 위험성 평가까지, 모든 일들을 철저하게 일사천리로 진행한다.전연우가 꼬았던 다리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다음 일정을 말해봐.”“앞으로 2주 동안의 일정은 해외 화상 회의를 제외하고 모두 뒤로 미뤘습니다. 이제 남은 일은 서류 결재밖에 없습니다.”기성은은 말을 마친 뒤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전연우에게 건넸다. 전연우는 대충 훑어보고는 맨 마지막 장에 사인했다.내일이 바로 전연우의 결혼식이라는 건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2주라는 시간은 전연우가 자신에게 내어준 휴가나 다름없다.기성은은 서류를 받은 뒤 송시아를 힐끗 보고는 방에서 나갔다.송시아는 전연우에게 가까이 다가가 요염한 자세로 그의 정장 단추를 잠가주었다.“정말 질투 난단 말이에요. 내일이면 결혼을 한다니요...”“연우 씨, 모레 신혼여행에 저도 같이 갈까요?”송시아가 야릇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그의 가슴팍에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내가 네 밑바닥을 저평가했나 보네.”송시아가 그에게 키스하려고 하자 남자가 그녀의 손목을 잡고 멈춰 세우고는 힘껏 소파에 던져버렸다.얼음장같이 차갑게 돌아서는 그를 보고 있으니, 그녀의 얼굴에 지독한 질투의 감정이 선명히 피어올랐다.밑바닥이라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다.전생에서 두 사람 사이엔 사랑이 흘러넘쳤었다. 함께 손을 잡고 도모한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전연우... 네 밑바닥은 대체 어딘데?방에 들어가니 이미 잠에서 깨어나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는 여자가 보였다. 전연우는 부드럽게 그녀를 안아 자신의 몸에 살포시 기대게 했다. 그는 시선을 내리뜨려 만족스러운 얼굴로 어젯밤 남긴 흔적을 감상하며 말했다.“깼으면서 왜 날 찾아오지 않았어?”장소월은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옆방에 있는 아이를 보려 자리에서 일어섰다.하지만 그런 그녀를 두고만 볼 전연우가 아니었다. 그는 장소월의 손목을 끌어당겨 다시 무릎 위에 앉혔다.“잠깐만 안
전연우가 병원을 떠난 뒤, 장소월은 아이가 잠들어 있는 틈을 타 그를 보러 위층으로 올라갔다.인시윤은 이미 문 앞 전연우가 고용한 경호원을 돌려보내고 자신의 사람들로 채웠다. 이제 장소월은 걱정 없이 수시로 드나들 수 있게 되었다.그녀가 들어갔을 때, 담당의가 강영수의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서 선생님, 환자분의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심장 박동도 정상으로 돌아왔고요. 약물 양을 조금 줄일까요?”서철용은 펜 뚜껑을 닫은 뒤 의사 가운 가슴 앞 호주머니에 찔러넣었다.“아니. 며칠 더 관찰해보고 명확한 호전 결과가 나오면 그에 따른 치료를 해야 해.”“네. 서 선생님.”강영수의 주치의가 서철용이었다고?장소월의 인지 속 서철용은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다.그가 전연우와 한통속이라는 사실을 인씨 가문이 모르는 건가?서철용은 유리문밖에 서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는 말했다.“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와요. 소월 씨!”장소월은 화들짝 놀랐다. 언제 그녀를 본 거지?장소월이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서철용은 옆에 있던 몇 명의 간호사를 내보내고는 말했다.“문 닫아요.”“지금 뭘 하려는 거예요?”서철용이 장소월을 향해 빙그레 웃었다.“내가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요?”그는 의자 하나를 드르륵 끌고 와 다리를 꼬고 앉았다.“긴장하지 말아요. 난 그저 소월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뿐이니까.”“난 소월 씨가 내가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해할 거라 생각했는데, 아닌가요?”장소월은 그에 대한 경계심을 거두지 않고 가까이 다가갔다.“대체 제게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지금은 알려줄 수 없어요.”“...”어이가 없어 멍하니 서 있는 장소월의 모습에 서철용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모습 정말 그 사람을 닮았네요. 장해진의 딸이라는 걸 하마터면 잊을 뻔했어요...”“지금 절 갖고 노는 거예요? 서철용, 당신도 전연우와 똑같이 미치광이에요.”서철용은 검지를 쳐들고 좌우로 흔들었다.“반드시 적당한 시기에 입 밖에 꺼내야 하는 말이 있어요. 지
“김남주를 강한 그룹 안주인 자리에 올리는 건 전연우에게 어렵지 않은 일에요. 김남주가 강영수와 결혼하는 데에 성공하기만 하면...”장소월이 망연하게 물었다.“김남주를 강씨 집안 며느리로 앉히는 것과 강한 그룹을 손에 넣는 것이 무슨 연관이 있다는 거예요?”장소월을 보는 서철용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아직도 모르겠어요? 강씨 집안 유일한 후계자인 강영수가 죽으면 그 아이가 바로 강한 그룹 다음 후계자가 되는 거예요.”장소월이 동그래진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하지만 인씨 집안이 있잖아요. 전연우는... 인씨 집안을 당해내지 못해요.”“인씨 집안이요?”서철용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4년 전이든, 4년 후의 오늘이든, 전연우가 인시윤과 결혼하는 건 필연적인 일이에요. 인씨 가문의 지지가 있다면 전연우는 손쉽게 강한 그룹을 무너뜨릴 수 있으니까요.”“소월 씨의 존재는 강영수를 공격하는 무기에 불과해요.”서철용이 한 걸음 내디디며 간신히 호흡하며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강영수가 저렇게 된 건 소월 씨 때문이에요. 그때 소월 씨가 떠나지 않았다면, 강영수가 소월 씨를 찾아 나서는 일도 없었을 거니까요. 전연우는 거기까지 예상하고 소월 씨를 찾으러 나갔죠. 그리고 그 교통사고...”“다만 죽은 건 강영수가 아니라 김남주였죠!”장소월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그러니까... 그 교통사고... 전연우가 벌인 일이란 말이에요?”서철용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지만 그의 표정이 그녀에게 명확한 정답을 알려주고 있었다.“소월 씨, 봐요! 한때 사랑했던 사람이 저 지경이 되었어요. 대체 죽은 것과 무슨 차이가 있어요.”“강한 그룹은 이미 풍비박산해 폐허가 되어버렸고, 마지막으로 남은 저택까지 전연우의 수중에 들어가 버렸어요.”“소월 씨는 전연우가 강한 그룹을 손에 넣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전연우가 소월 씨를 곁에 두고 있는 건 소월 씨에게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강한 그룹이 서서히 쇠락하며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
서철용이 떠난 뒤, 그가 했던 말들이 악마의 속삭임처럼 장소월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돌았다.장소월은 침대에 누워있는 남자를 응시하며 가까이 다가갔다.“영수야, 정말 다 내 잘못으로 이렇게 된 거야? 내가 떠나지 않았다면 너도 지금처럼 누워있지 않았을까?”장소월은 자신의 주변 사람들이 모두 자신으로 인해 고초를 겪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병실에서 그에게 많은 이야기를 했다.그녀가 젖은 면봉으로 그의 입술을 적셔주려고 할 때, 잡고 있던 강영수의 손에서 선명한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녀는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녀는 긴장감과 환희가 섞인 얼굴로 조심스레 그를 살펴보며 그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영수야, 내 말 다 듣고 있었던 거 맞지?”“내가 아는 강영수는 분명 다시 살아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어.”“어서 눈 떠봐, 응?”그때, 장소월은 강영수의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격했다.그녀가 환희에 찬 얼굴로 말했다.“눈 뜨고 날 봐. 날 줄곧 기다리고 있었다는 거 알아. 이제 내가 이렇게 돌아왔잖아.”심장 파동이 대폭 증가하고, 심장 박동도 빨라지기 시작했다.장소월은 호흡을 멈추고 그가 깨어나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다.강영수가 희미한 정신으로 눈을 떴다. 흐릿한 시선 속에서 한 사람의 모습이 몇 층으로 겹쳐 보였고 한참 뒤에야 장소월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머릿속에 잠깐의 하얀 공백이 일더니, 이어 수많은 기억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소... 소월?”그가 힘없는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뜨거운 눈물이 그의 손등에 뚝뚝 떨어졌다.“잠깐만 기다려. 내가 의사 선생님을 모셔올게.”장소월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녀가 떨리는 다리로 겨우 의사에게 달려갔다.“선생님... 영수가 깨어났어요.”얼마 되지 않아 담당 의사들이 신속히 달려왔다.장소월은 초조한 마음으로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환자분은 꽤 안정된 상태입니다. 일단 담백한 죽을
“난 바깥에 있을 테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엄마를 부르면 돼.”강영수는 끝까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았다. 인경아가 나간 뒤, 장소월은 입술을 꼭 깨물고 지긋이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강영수와 인시윤 사이는 짧은 시간 안에 완화될 것 같지 않았다.장소월은 이에 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강영수는 갑자기 몸이 불편했는지 창백해진 얼굴로 연신 기침했다. 장소월은 곧바로 달려가 그의 등을 두드려주었다.“의사 선생님께서 각별히 조심하라고 하셨어. 함부로 움직이지 마.”“내가 죽 사 왔어. 먹여줄게.”그녀가 숟가락을 강영수의 입가에 가져갔다. 그는 한입 삼키고는 일분일초도 아까운 듯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소월아... 나...”“영수야, 지나간 일은 이제 말하지 말자. 지금은 치료에 전념해야 해. 우리 다른 얘기 하자 응?”“알았어. 네 뜻대로 할게.”강영수는 이제 더는 원하는 게 없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사람이 눈앞에 있으니, 이것보다 더 기쁜 일이 뭐가 있겠는가.성세 그룹.기성은이 병원으로부터 소식을 듣고 대표 사무실로 들어갔다.“대표님, 강영수가 깨어났다고 합니다.”“그래.”전연우는 이미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소월이는?”전연우가 물었다.기성은이 고개를 저었다.“아마 병원에 계실 겁니다. 외출했다면 경호원이 장소월 씨의 행적을 보고했을 테니까요.”전연우가 들고 있는 담배꽁초를 버리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순진한 것!”“밖에서 좀 돌아다녔다고 모든 걸 다 안다고 생각하고 있어. 날개가 돋아났다고 주제도 모르고 날아가려고 하다니...”“내일 강영수 옆에 두었던 경호원 모두에게 인씨 집안사람들을 감시하라고 해. 내 허락이 없다면 아무도 병원을 한 발자국이라도 나가게 하면 안 돼!”“네. 대표님.”장소월은 전연우 퇴근 한 시간 전까지 강영수와 함께 있다가 핑계를 대고 아이 병실로 돌아왔다.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