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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사모님, 제가 오늘 좋은 갈비를 사 왔어요. 오늘은 갈비탕을 가르쳐 드릴게요.”

천세희가 방에 들어오며 말했다.

난 고개를 들어 그녀의 온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고 그녀의 단추 하나가 다른 것과 약간 다르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기다 카메라를 숨겼나 보네.’

“사모님, 주방으로 오세요.”

대답을 하지 않았는데 그녀는 혼자 재료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내가 따라 들어가자 그녀가 들고 있던 앞치마를 내 몸에 걸치려 했다.

난 뒤로 몸을 피한 뒤 침착한 표정으로 말했다.

“난 안 할 거예요.”

천세희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사모님, 안 하신다고요? 오늘 저에게서 요리를 배우기로 하셨잖아요. 신 독립 여성으로서 자립하려면 스스로를 부양해야만 해요. 그중에 요리 능력은 필수고요.”

“내가 요리를 하면 세희 씨는 뭘 하는데요?”

천세희에게 물었다.

“세희 씨, 내가 세희 씨를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건 내 자립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란 거 몰라요?”

천세희는 어리둥절해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이상하게 생각할 만도 했다.

그녀에게 현혹을 당한 이후로 난 거의 그녀를 인생의 선생님으로 생각했고 정말 요리를 배우면 자립한 여성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세희는 이내 표정 관리를 하고 내게 말했다.

“사모님을 가르치려는 게 아니라 전 단지 사모님을 돕고 싶을 뿐이에요. 사모님은 지금 아무것도 할 줄 모르셔서 모든 것을 다른 사람에게 의존해야만 하죠. 지금은 대표님께서 사모님을 사랑하셔서 아무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만약 언젠가 대표님의 사랑이 식고 돈이 없다면 그때에도 혼자 지내실 수 있겠어요?”

천세희는 마치 정말로 나를 위해서인 것처럼 진지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난 냉소했다.

“세희 씨가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저희는 결혼 전에 이미 계약까지 했어요. 남편이 나를 떠난다면 그 사람이 빈털터리로 떠나게 될 거예요. 그렇게 돼도 전 여전히 돈 많은 사모님일 거고요. 이번 생뿐 아니라 다음 생, 그다음 생에도 다른 사람에 나에게 밥을 해 줘야 할걸요.”

“아무래도 세희 씨는 이 집에서 지금 자신의 위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야 할거 같네요. 세희 씨는 가사도우미일 뿐이에요. 설령 내가 파산해도 세희 씨보다 돈이 더 많을 거고요. 그러니 내가 혼자 살 걱정하지 마세요. 전 지금 남자에게 의지한 적도 없고 그렇다고 세희 씨에게는 더더욱 의지한 적이 없으니까요.”

당황한 천세희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눈을 붉혔다.

구독자들은 현재 그녀를 볼 수 없었기에 그녀는 과장되게 소리 내어 울음을 터뜨렸다.

“사모님, 저도 제가 가난하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전 다 사모님을 위해서 그런 건데 이렇게 저를 무시하면서 말씀하시니 제 자존심이 너무 상하네요.”

‘그러는 너는 내가 아무것도 못한다며 이혼하면 어떻게 하냐고 해놓고, 내 자존심은 자존심도 아니야?’

‘자기는 그래 놓고 내가 가난하다고 말한 걸 가지고 뭐? 자존심이 상해?’

내가 말했다.

“가난하다고 생각되면 가사도우미 일을 더 잘해요. 그러면 내가 언젠가 월급을 올려주 지 않겠어요? 지금 자기 직장도 지키기 어려운데 남이 혼자 사는 문제는 걱정하지 마시고요.”

천세희는 불만 가득 입을 삐죽거리며 잠잠히 갈비탕을 만들었다.

방으로 돌아가 다시 그녀의 인터넷 생방송을 켜자 댓글들이 폭발적으로 올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헐, 이게 무슨 상황? 원래 부잣집 사모님이 남자를 잘 만나서 부자가 된 게 아니라 원래 돈 많은 여자였어요? ]

[돈이 있으면 남을 무시해도 된데요? 아까 봤잖아요? 우리 세희 씨 울리는 거.]

[그러니까 내가 서혜은은 타고난 걸 못 고친다고 했잖아요. 봐요, 며칠 만에 다시 부잣집 사모님으로 도도해진 거.]

[무슨 부잣집 사모님? 당신은 서혜은이 원래 돈이 있다는 걸 듣지 못했어요?]

[뭐, 그 돈도 결국 자기 것이 아니잖아요. 다 부모님 건데, 그게 부잣집 사모님과 뭐가 달라요?]

[역시 서혜은의 말이 맞는 거 같아요. 가사도우미가 고용주에게 요리를 시킨다는 게 말이 되나요? 게다가 그렇게 돈이 많으니 혼자 밥 해 먹으며 살 걱정은 안 해도 되겠던데요?]

어쨌든 천세희의 인터넷 생방송이었다.

나를 지지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욕하는 게 사실 더 많았다.

다들 내가 무례하다고 생각하면서 천벌을 받거나 어떤 큰 손이 나를 파산시켜 주기를 바랐다. 또 누군가는 내가 힘겹게 자립하는 여성들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다.

이 댓글들을 보고 있자니 나 자신이 우스꽝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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