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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사모인생
환생한 사모인생
Author: 뽀빠이

제1화

내가 환생해서 한 첫 번째 일은 집안의 모든 방에 초소형 카메라를 설치한 것이다.

설치 기사님이 떠나신 후 소파에 앉아 휴대폰을 꺼내 인터넷 방송을 켰다.

마침 천세희가 생방송을 시작했다.

“여러분 오늘 식재료를 사 왔어요. 잠시 후에 우리 사모님에게 인생 첫 요리를 시켜보도록 할게요.”

댓글 창의 글이 빠르게 올라가며 얼마 지나지 않아 세희의 생방송 시청 인원이 5천 명을 넘어섰다.

[하루라도 부잣집 사모님 길들이기를 보지 않고는 살 수 없다니까요.]

[부잣집 여자들 콧대 좀 납작하게 해 줘요.]

[세희 씨는 정말 대단해요. 겨우 보름 만에 그 도도한 사모님을 부엌에 들여보내다니.]

댓글창에 도배되는 글들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천세희는 보름 전에 중개인으로부터 소개받았는데 처음에는 그녀가 너무 어려서 가사도우미를 잘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천세희는 요리로 경연대회에서 상을 받았었고 거기에 외국어까지 구사할 줄 안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이 지방 출신이었지만 열심히 노력한 끝에 대도시로 오게 되었고 전문 가사도우미로 일하기 위해 400만 원을 들여 교육을 받았다고도 했다.

이야기에 감동한 난 바로 그 즉시 천세희의 월급을 올려 주었다.

그 후로 그녀가 점점 변하기 시작했다.

천세희는 내가 손에 물 한 방울 묻힌 적 없는 온실 속에 화초 같은 사람이라며 좀 더 자립심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매일 은근히 내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결국 전생에 난 그녀의 뜻대로 모든 것을 직접 하기 시작했다.

청소하고, 빨래를 정리하고, 요리하고, 아이를 돌보았다.

하지만 돈을 주고 고용한 전문 가사도우미 천세희는 하루 종일 집에서 누워 낮잠을 잤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대하는 태도와 남편을 대하는 태도가 전혀 달랐다.

나에게는 남자의 비위를 다 맞춰줄 거 없다며 남편에게 잘해주지 말라고 했고, 내가 자립 능력이 없는 건 모두 남편 때문이라며 이혼하라고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집에서 남편에게 차와 물을 가져다주었고 남편의 옷을 벗겨 어깨를 주무르기까지 했다.

시간이 흘러서 천세희의 부추김에 남편과 이혼을 하려고 했을 때 난 뜻밖에도 그녀가 구독자 100만의 인터넷 방송 셀럽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의 계정에는 온통 나와 관련된 이야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영상에 있는 난 남편인 형묵 씨에 기생해 살고 있는 여자로 천세희는 마치 그런 나를 자립하게 도와준 은인이었다.

하지만 영상을 몇 개 보고는 그 안에 있는 이야기 전부 그녀가 지어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수시로 생방송을 진행해서 “부잣집 사모님”을 가르치는 과정을 구독자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영상들 중 몇 개에서 내가 잃어버린 보석 몇 가지가 그녀 목에 걸려있다는 것도 발견했다.

전생에서 천세희가 물건을 훔치는 것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을 때 그녀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자 마음이 약해진 난 그냥 그녀를 해고하는 것으로 문제를 끝낸 적이 있었다.

그 후 그녀는 그날 인터넷 생방송에서 내가 자신을 해고했다며 구독자들에게 하소연했다. 내가 자신을 남편과 내연관계가 되었다고 의심하고, 불륜을 범했다고 이야기를 꾸며서 모욕했다고 했다.

내가 남자 운전기사에게는 다정하고 여자 가사도우미들에게는 가혹하게 대한다고까지 했다.

그녀는 내가 가사도우미 업계에서 그녀에 대한 소문을 퍼뜨려서 이제 완전히 생계를 잃게 되었다고 울부짖었다.

방송을 본 많은 여자들이 그녀의 말에 현혹되었고 순식간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나를 욕하기 시작했다.

그중 어떤 극성팬이 우리 집에 가사도우미로 들어와 독을 탄 물을 내가 마시게 했다.

그 일로 내가 세상을 떠나자 천세희는 남편과 재빨리 결혼했다.

그녀는 내게서 남편을 빼앗기 위해 우리 집에 가사도우미가 된 것이었다.

그렇게 그녀는 나 대신 부잣집 사모님이 되었다.

“여러분, 이제 시작할게요. 몰래카메라로 전환할 테니까 지켜봐 주시고요. 모두 구독과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낯익은 목소리가 휴대폰 화면에서 들려오자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휴대폰을 닫았다.

‘그동안 날 잘도 가지고 놀면서 유명세 좀 누렸지?’

‘그럼 이번 생애에는 내가 널 더 유명해지게 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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