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빡하지 않고 위선을 떠는 심연아의 재주는 여전했다.심지안은 그녀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았고 갖고 온 쇼핑백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선물했던 모든 장신구야. 옷이랑 인형은 심씨 저택에 두고 나왔어.”심연아는 그녀를 끌어당기며 걱정이 가득한 얼굴을 하고 물었다.“너 요즘 어디서 어떻게 지내고 있었던 거야?”“너랑 무슨 상관이야?”“진유진한테도 물었더니 걔네 집에서 지내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심연아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집으로 돌아와, 여자 혼자 밖에서 지내는 건 너무 위험해.”강우석은 심지안이 늙은 남자에게 꼬리 치고 있다는 사실을 대충 알고 있었기에 지금 마음이 복잡하면서도 그녀가 경멸스러웠다.한편으로 그는 심지안이 이 지경으로 망가진 것이 자기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 실연의 아픔을 겪더라도 이렇게 자포자기하는 것은 그녀 스스로를 문제라고 생각했다.강우석은 훈계하는 듯한 말투로 심지안을 보고 말했다.“연아의 말이 맞아, 넌 여자애가 며칠째 집에 들어가지 않았단 말이야? 말도 안 돼, 얼른 집으로 돌아가.”심지안은 어이가 없고 말문이 막혔다.“너희 둘, 제정신이지?”‘연기 실력이 아주 나날이 발전하는 것 같구나...’“우린 네가 걱정돼서 하는 말인데, 넌 어쩜 그렇게 삐뚤어진 반응을 보일 수 있니?”강우석이 다그쳤다.“걱정해달라고 한 적 없는데.”그녀는 눈을 깜박이며 ‘오지랖 떨지 마'라고 일침을 날릴 뻔했다.심연아는 계속해서 위선을 떨려고 했지만 심지안은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네가 줬던 것까지 다 돌려줬으니까, 이제 두 번 다시 연락하지 말아줘.”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리에서 떠나려 했다.“심지안, 너한테 정말 실망이야!”강우석이 노발대발하는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하지만 심지안은 못 들은 척하며 카페에서 나왔다. 그녀는 성연신이 곧 데리러 올 것으로 생각하고 정처 없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시간 맞춰 카페 쪽으로 걸어갔다.그러다가 카페에서
심지안은 잠시 멈칫하더니 착잡한 표정으로 물었다.“다 봤어요?”성연신이 동문서답했다.“뭘 봐요?”“제가 카페에서 만난 사람 말이에요...”‘당신의 쓰레기 같은 조카 말이에요!’성연신은 한참 동안 침묵하다가 말했다.“아니요, 못 봤어요.”그는 그저 반쯤 넋을 잃고 길가에 서 있던 심지안만 보았을 뿐이었다.심지안은 그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나서야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는 정말로 강우석과 심연아를 보지 못한 것 같았다. 심지안은 이유 모를 약간의 허탈함과 실망을 느꼈다.성연신은 그녀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고 싶어 하지 않아 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고 그렇게 조용히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선 심지안은 그에게 잘 자라는 말만 남기고 방으로 걸어갔다.성연신은 생각에 잠긴 듯 위층으로 올라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쳐다보며 입을 벙긋댔다.“굿나잇.”심지안은 강우석에게 화가 났고 조금 전에 있었던 일에 정신이 팔려 성연신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고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다음날, 성연신은 침대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가 식탁 위에 준비된 도시락을 보고 눈동자가 약간 흔들렸다.심지안이 주방에서 나왔는데, 아침 햇살 때문인지 오늘따라 그녀의 작은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아침 식사 대용으로 만두와 호박죽 좀 만들어 봤어요. 도시락 갖고 출근해서 회사에서 간단하게 식사하세요.”성연신은 아침을 거르지 않는 습관이 있었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밖에서 사 먹느니, 차라리 심지안이 집에서 만든 음식을 갖고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맛있다고 장담할 수 없지만 외부 식자재보다 신선하고 조미료도 덜 첨가되어 건강한 한 끼가 될 것이니까.그는 알겠다고 하고 도시락을 들고나갔다.오전 9시 30분, 성연신은 차가 막히는 탓에 평소보다 출근 시간이 30분 가까이 늦어졌다. 그는 할 수 없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회의실로 갔다.회의실에
“아니요, 면접 보러 왔어요.”“부용 그룹에 면접 보러 오셨어요?”“네.”“어때요, 면접 잘 보셨어요?”“아니요, 요즘은 일자리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네요.”심지안은 어깨를 으쓱 끌어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진현수는 그녀가 들고나오던 이력서를 가리키며 물었다.“좀 봐도 될까요?”심지안은 약간 멍 때리다가 말했다.“여기요.”진현수가 이력서를 펼쳐보고 나서 말을 이었다.“객관적으로 보면 같은 나이 또래 중에서는 아주 괜찮은 스펙인 것 같네요.”심지안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객관적이지 않으면요?”“객관적이지 않고, 주관적으로 본다면 훌륭한 인재라고 하고 싶네요.”심지안은 대학 4년 내내 장학금 받고 대학교 2학년 때 인턴십을 시작하여 대기업 두 곳에서 인턴 생활을 했고 좋은 프로젝트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는 팀을 이끌고 외국에 나가 국제적인 비즈니스까지 상담했다. 이 나이에 프랑스어 C2 자격증을 딸 수 있었던 것도 해외 출장을 자주 갔던 것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그녀의 이력서를 마저 훑어본 진현수는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그녀가 인턴십 기간에 보인 활약이라면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을 텐데, 왜 마지막으로 몸담았던 직장은 규모도 작은 이름 모를 회사였을까?’그도 이 회사의 이름을 우석에게서 몇 번인가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때 그다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별로 주의를 기울여 듣지도 않았었다.심지안은 활짝 웃었다.“과찬이십니다. 정말 제가 훌륭한 인재라면 일자리 하나 찾지 못했을까요?”“급하실 것 없어요. 곧 찾을 수 있을 겁니다.”심지안은 그의 말에 숨은 뜻이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은 말씀 감사합니다.”...진현수는 심지안을 멀리까지 배웅한 후, 핸드폰을 꺼내서 옛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회사 밑에 도착했어. 이미 30분이나 늦었으니, 10분만 더 기다려볼게. 10분 뒤에도 내려오지 않으면 이만 돌아갈 거야.”...5분 뒤, 진현
“전혀 감동적이지 않아요.”성연신이 사실대로 말했다.만약 그녀가 돈을 노린 게 아니라고 한다면, 성연신은 오히려 그것은 그녀가 노릴 만큼 자기가 능력 있는 남자가 아니란 것을 의미한다고 생각했다.심지안은 어이가 없었다.‘이렇게 여자를 모르는 숙맥을 보았나! 보통의 남자들은 이렇게 말하면 분명 감동할 텐데, 왜 이렇게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거지?’심지안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 요즘 요리 학원에 다니면서 성공한 요리든, 실패한 요리든 음식 낭비를 하지 않기 위해 그녀는 모두 자기 배에 집어넣었다. 그 때문에 그녀의 양 볼은 통통하게 살이 올라 예전만큼 여리여리하지 않았다.심지안은 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부터 같이 조깅할 거예요! 아침마다 저 좀 깨워주세요!”성연신은 의아한 눈길로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갑자기 왜 안 하던 조깅을 한다고 해요?”심지안은 최근 며칠 동안 그에게 아침밥을 지어주기는커녕 적어도 10시가 넘어서야 일어났다. 그전에 한 번 챙겨준 아침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성연신은 그런 그녀가 조깅을 함께 갈 거라고 하니, 기껏해야 사흘 정도 버틸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역시 여자들이란, 이랬다저랬다... 이러니까 비서가 있어야 해.’“진심이에요, 진지하게 살 좀 빼려고요. 연신 씨도 저 살찐 것 같다고 생각했죠!”‘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당신을 유혹하겠어요?’성연신은 그녀의 장단에 맞춰주기 귀찮아하며 대답했다.“전혀 뚱뚱하지 않아요. 살 안 빼도 돼요.”“정말이에요?”심지안은 눈이 번쩍 뜨였고 금세 신이 나서 물었다.“혹시 글래머 스타일 좋아해요?”“좋아해요.”“그래요, 알겠어요!”“뭘 알아요?”성연신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이따가 퇴근하면 알게 될 거예요!”...심지안이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내려오자 백호 아저씨가 도착해 있었다. 그녀는 차를 타고 공항 터미널로 가서 성수광을 기다렸다.그녀는 성수광을 기다렸지만 뜻밖에도 강아지 한 마리가 먼저
울타리 옆에 서 있던 심지안은 흠칫 놀랐다.“제 연락처는 어떻게 가지고 계신 거죠?”‘부용 그룹 인사팀에서 준 걸까?’“이것은 요점이 아닙니다. 요점은 심지안 씨가 아직 우리 회사에 관심이 있는지입니다. 심지안 씨가 지원하려고 했던 프랑스어 통역직은 확실히 티오가 없습니다. 이민선 씨가 고의로 헛걸음하게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현재 부족한 직위의 급여와 대우는 프랑스어 통역사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심지안 씨가 맡기 적절한 프로젝트 팀장 직입니다. 만약 관심이 있다면, 직접 만나서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네요.”“매니저님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건가요, 아니면 전에 면접을 봐주신 이민선 씨를 만나는 겁니까?”최근에 그녀는 여러모로 성가시게 구는 인사담당자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다시는 그런 자리에 면접을 보러 가고 싶지 않았다.“직접 저를 만나면 됩니다.”“그럼 약속 시간을 정합시다.”...통화가 끝나자, 심지안은 휴대전화를 쥐고 생각에 잠겼다. 그녀는 부용 그룹을 이해할 수 없었다.“할아버지와 함께 있지 않고, 왜 여기서 멍 때리고 있어요?”우람하고 훤칠한 몸매를 자랑하는 성연신은 어느새 별장으로 돌아와 그윽한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고 물었다.“할아버지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고, 지금은 위층에 쉬러 가셨어요.”심지안의 아름다운 눈동자가 밝게 빛났다.“내 일 처리에 의심할 거 없어요, 안심해요.”성연신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심지안에게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할아버지는 이미 그녀에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애정을 품고 있었으니까.두 사람은 앞뒤로 서서 집으로 들어갔다.성연신은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거실에 들어섰고 달라진 인테리어와 소품에 집안 분위기가 바뀐 것 같았다.“집안이 왜 이렇게 된 거예요?”설상가상으로 냉장고 위에 캐릭터 스티커도 붙어있었다.‘세 살짜리 아기도 아니고, 이렇게 붙이면 흔적이 남는다는 것도 모르나?’심지안은 나지막한 소리로 설명했다.“오해하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하는 것은 단
성연신은 온몸이 딱딱하게 굳어 부자연스럽게 답했다.“응.”지안의 말이 듣기 좋아 수광은 마치 복덩이를 얻은 느낌이었다. 만면에 웃음꽃을 피우며 말했다.“허허허 말이라도 고맙구나, 지안아.”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식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 수광은 지안의 부모님과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심가네를 조사한 정보를 떠올리고는 지안 앞에서 말을 꺼내지 않으려 참았다.‘됐어, 내 직접 따로 만나보지.’수광을 배웅하고 지안은 냉장고에 붙였던 여자아이 그림을 뗀 후 행주로 풀 자국을 박박 지웠다.열심히 행주질을 하면서 지안은 말했다. “전처럼 깨끗하게 지워놓을게요. 베란다에 화분도 옮길 거예요. 전처럼 다 돌려놓을게요.”눈치껏 행동하는 모습을 보니 연신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동안 내가 너무 원리원칙대로 행동했나.’원을 산책시키려 목줄을 챙기면서 그는 말했다.“그만해. 이대로도 충분해. 할아버지가 올 때마다 이러면 번거롭잖아.”“그렇긴 해요.”지안은 마침 귀찮았던 참이라 행주를 놓고 씻으러 갔다.욕실로 향하던 지안은 돌연 고개를 돌려 연신에게 물었다.“맞아, 혹시 부용 그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내일 면접 보거든요.”“일 찾은 거야?”“네. 오늘 연락받았어요.”연신을 보니 말은 하지 않았지만 의심 가득한 눈빛이었다. 지안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연신은 악의 없는 다소 차분한 목소리로, 그러나 정곡을 찌르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보광이 좋다고 하지 않았나? 이렇게 빨리 바뀔 마음이었나?”지안은 또 어떤 게 연신의 심기를 건드렸는지 알 수 없었다. 예의상 미소를 지었다.“내가 한 게 있지, 어떡해요. 가고 싶어도 이제 못 가요. 보광하고는 인연이 없나 봐요”연신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답했다.“부용도 나쁘진 않아.”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안은 이런 성질머리에 익숙해졌는지 상처받지 않았다.내일 면접을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려 침대에 누웠다.침대에 눕자마자 연신에게 서프라이즈를 선
비서의 말은 두 가지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의미든 심전웅의 입장에선 모욕적이었다.그 말을 듣고 심전웅은 손을 뻗지도 거두지도 못했다.겨우 평온함을 되찾은 심전웅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맞는 말씀입니다. 비위생적이죠.”하지만 성수광은 받아주지 않았다.심연아는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말을 꺼냈다.“참 할아버지, 손녀 분과 함께 오신다고 알고 선물 준비했는데 손녀 분이 좋아할지 모르겠네요.”최고급 품질의 화장품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수광의 비위를 맞추려 노력했다.“손녀는 일이 있어서 못 왔어요.”심연아는 수광의 말이 끝나자 아쉬운 기색을 내비쳤다.“정말 만나고 싶었는데... 분명 할아버지처럼 훌륭한 분일 거예요.”“그건 그렇죠.”수광은 수염을 만지며 영특한 지안을 떠올렸다.집안의 애물단지에게 사랑을 알게 하고 이렇게나 빨리 결혼을 했으니 지안은 영특하긴 하다.종업원이 문을 두드리고는 주문한 음식을 서빙했다.전복, 샥스핀, 바다제비집, 불도장 등 각종 진귀한 음식들이 테이블에 차려졌다.음식들을 보니 심연아는 심전웅이 지불했을 금액이 계산됐다. 고개를 들어 수광을 바라보니 음식에 전혀 관심 없는 표정을 짓고 있어 온몸이 더 꼿꼿하게 굳었다.하지만 방금 손녀 얘기를 꺼냈을 때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걸 깨닫고 다시 손녀 얘기를 꺼냈다.“할아버지, 여기 디저트 정말 맛있어요. 이따가 포장해서 드릴 테니 손녀 분이랑 같이 드셔보세요. 분명 달달한 디저트 좋아할 거예요.”“그러죠. 어릴 때부터 디저트라면 사족을 못 썼어요.”심전웅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다급히 입을 뗐다.“제가 보낸 서류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그 땅이 앞으로 값이 엄청 뛸 겁니다. 지금이 딱 투자하기에 좋은 타이밍이에요. 거기에 신사옥을 지으면 손해 보진 않으실 겁니다.”제 발로 찾아온 투자자들은 난진 그룹의 비전에 관심을 가졌다. 분명 발전 가능성은 있지만 심전웅의 눈에는 현재 앞에 앉아 있는 이 나이 든 투자자는 사업 이외의 일에 더 관심이 있
심전웅은 본인의 잘못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아 자연스럽게 심연아에게 책임을 전가했다.“그럼 네 잘못이 아니라 내 잘못이란 말이냐?”심연아의 얼굴은 붉어지고 너무 답답했지만 차마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그저 넋이 나간 채로 읊조렸다. “분명 심지안의 스캔들을 빌미로 화를 내는 거 같은데... 무슨 관계일까...”보광과 부용 두 그룹은 모두 도심에 위치했고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었다.지안은 부용에 입사한 첫날부터 회의에 참석했다.동료를 따라 회의실에 들어섰는데 30대로 보이는 남성이 그녀의 옆에 앉으며 인사를 건넸다.“Hi, 반가워요.”지안은 처음보는 남성을 쳐다보며 그의 가슴팍에 달린 명찰로 시선을 돌렸다. 진욱. 경영팀 총괄 담당자였다.자신에게 왜 인사를 했는지 모르지만 웃으며 화답했다.“현수의 오랜 친구예요. 그때 저한테 지안 씨 추천해줬거든요."지안의 앵두 같은 입술은 ‘오'자를 그리며 놀라움을 표했다.“진현수 씨랑 아시는 분이라구요?”진욱은 웃으며 말했다.“아는 사이 그 이상이에요. 지안 씨 추천서도 제가 써줬는 걸요. 시간될 때 현수랑 셋이 밥 한번 먹어요”지안은 감격하며 답했다. “그럼요. 정말 두 분께 감사드려요!”알게 된지 얼마 안 된 진현수가 자신을 이렇게 신경쓸 줄은 생각도 못했다.보광 중신.서백호가 휴가를 낸 터라 성연신은 급한 일을 마무리 하고 지하에 주차해둔 차를 끌고 회사에서 나왔다.카카오톡을 확인해보니 평소 같았으면 하루에 열 통 이상 연락했을 지안이 오늘 하루 종일 그에게 연락 한 통 없었다.연신은 다소 못 마땅한 듯 표정을 지으며 생각했다.‘일 찾았다고 벌써 저녁 식사 걱정은 하지도 않는다는 거지. 쳇’집으로 돌아왔지만 지안은 역시나 아직 귀가 전이었다. 연신은 지안이 한 시간 정도 늦게 올 거라고 예상했지만 11시가 돼서야 지안은 택시에서 내렸다.정원에 검게 드리운 연신의 모습을 보자 지안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안 자고 있었어요?”건강을 끔찍이 생각하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