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안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성연신 씨가 이렇게까지 대단한 사람인 줄 몰랐고 보광 중신의 대표 이사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어요.”“네, 알 것 같네요.”그녀의 대답은 정욱의 예상을 빗나가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큰 행운이 떨어진다면 저도 모르게 일단 그 진위부터 확인해 보는 것이 정상적인 일이다....그러나 심지안은 아마 정욱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것이다. 그녀는 청소팀의 문 앞에 도착해 예의 바르게 문을 두드렸다. 이내 깔끔한 작업복 차림을 한 아주머니가 문을 열고 나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인가요?”“아주머니, 저 오늘부터 이곳에서 일하게 된 사람이에요.”“새로 들어온다던 사람이 그쪽이에요?”멍한 표정을 짓던 아주머니는 그녀를 안으로 안내하며 중얼거렸다.“난 또 나와 같은 또래의 사람이 들어올 줄 알았죠. 어떻게 어린 아가씨가 여기에... 희한하네요...”“제가 실수를 하는 바람에 대표 이사님의 심기를 건드리게 되어 이곳으로 오게 되었어요.”“아주머니, 제가 담당할 구역은 어느 곳이에요?”그녀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는 아주머니를 향해 공손하게 물었다. 아주머니는 예의 바른 그녀의 모습을 보고 이곳으로 벌받으러 온 그녀의 처지가 안타까워 마음이 약해졌다.“아가씨는 청소할 필요 없어요. 그냥 여기 있어요.”심지안은 연속 고개를 저었다.“어떻게 그래요? 일하러 온 것이니 편하게 일 시키세요.”그녀의 모습을 보고 아주머니는 그녀한테 일을 맡겨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머니는 벽 쪽을 향해 걸어가더니 작업 구역이 그려진 도면을 쳐다보며 펜을 들고 이것저것 설명하기 시작했다.“1층 복도는 이 씨 아저씨가 책임지고 있고 2층 사무실 구역은 장 씨 아주머니가 책임지고 있어요. 3층 탕비실도 따로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 있고요... 아가씨는 30층 회의실을 맡아요. 그곳은 아직 담당자가 없어요.”“네, 알겠습니다.”심지안은 마스크를 쓰고 걸레와 빗자루를 챙겨 엘리베이터
갑자기 뺨을 맞은 심지안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그게 뭐 어때서요? 집에 가서 소송 준비나 하세요. 법원에서 곧 연락이 갈 거예요.”“뭐라고? 법원?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냐?”“엄마가 남긴 재산 가로챌 생각 하지 마세요. 끝까지 소송할 거니까 단 한 푼도 가질 생각 말아요. 아빠는 그럴 자격 없어요.”심지안은 엄마를 언급하며 저도 모르게 눈물을 집어삼켰다.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그녀는 더 이상 아버지의 사랑을 갈망하던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심전웅의 냉혈한 모습을 똑똑히 보게 되었고 엄마의 일생이 보잘것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이상 바보처럼 아버지의 사랑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화가 난 심전웅은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는 고분고분하던 심지안이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뒤에 그 늙은이가 있어서 이렇게 날뛰는 건가?’“아빠, 화 푸세요.”심연아는 그의 등을 쓸어내리며 심지안을 설득했다.“지안아, 아빠한테 얼른 잘못했다고 사과해.”“쳇.”심지안은 바보를 쳐다보듯 심연아를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왜? 두 사람이 합심해서 우리 엄마의 재산을 빼앗아 가는 것도 고마워해야 하는 거야?”“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그때 당시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아서 위임장대로 재산을 나한테 넘겨준 거잖아.”법적으로 심전웅은 제2의 상속자이지만 법적으로 심지안의 부친인 그가 조금만 방법을 쓴다면 심지안은 그를 당해낼 수가 없었다. “내가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한 것이지 죽은 건 아니잖아.”심지안은 차갑게 그녀를 쏘아붙였다. 내심 마음에 찔렸던 심연아는 시선을 피했고 심전웅을 향해 다정하게 말했다.“아빠, 그만 싸우세요. 중요하게 하실 얘기가 있잖아요.”‘그래, 중요한 일을 깜빡하고 있었어.’심전웅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심지안을 쳐다보았다.“너랑 주원재 아는 사이지? 그럼 주원재 아버지와도 알고 지내는 사이겠네?”말끝마다 그녀에 대한 경멸이 가득 담겨있었다. 얼핏 봐도 심전웅이
그 말에 그녀는 흠칫하더니 이내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빠는 알고 있어요?”엄마가 생전에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 대해 그 어떠한 얘기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심전웅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알고 싶으면 주혁재를 찾아가 봐.”말을 마치고 심전웅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은 채 심연아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편의점을 나온 뒤, 심연아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아빠, 정말 지안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 대해 알고 있는 거예요?”“지안이 엄마가 나한테 시집왔을 때는 이미 집안과 인연을 끊은 상태였어. 그러나... 어떻게 하면 그 사람들을 찾을 수 있을지는 잘 알고 있지.”심전웅은 그녀의 목에 걸린 백옥 목걸이를 쳐다보았다.“이 목걸이를 가지고 남쪽 옥석 거리로 가면 찾을 수 있을 거야.”이건 심지안의 어머니가 그한테 말해준 것이고 심지안이 나중에 크게 되면 그녀한테 알려주라고 하면서 당부한 말이었다. 그 말에 심연아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그 집안이 주얼리 사업을 하던 집안인가요?”‘그럼 엄청 부자라는 말 아니야?’심전웅은 싫은 티를 팍팍 냈다. “그냥 조그마한 가게일 뿐이야. 구멍가게 수준이니 사업이라고 말할 수도 없지.”...그날 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성연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재킷을 챙겨 지하 주차장으로 향했다. 먼 곳에서 심지안이 구석에 머리를 숙인 채 무릎 위에 턱을 괴고는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옆에서 보니 그녀의 긴 속눈썹은 아래로 드리워져 있었고 그녀는 마치 버려진 고양이처럼 구석에 숨어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성연신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청소팀 일이 그렇게 힘들었나? 일이 너무 힘들어서 저리 축 처져 있는 건가? 내일은 기획팀으로 다시 보내야겠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내가 괴롭힌다고 오해할 거 아니야.” 그는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의 머리를 만지며 위로하려 했지만 본의 아니게 또 독한 말만 내뱉었다.“이제 고작 하루 하고 이렇게 지친 거예요?”몸이 얼어붙어 있던 그녀가
그녀는 허겁지겁 얼굴을 가리고는 이를 악물며 속으로 불평을 늘어놓았다.‘이 인간 진짜, 관심은커녕 독설만 퍼붓고 있다니!’성연신은 서재로 들어와 문을 닫고 장학수한테 전화를 걸었다. 그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보고 장학수는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전화를 받았다. “웬일이야? 네가 나한테 전화를 다 하고?”“지안 씨 사건 일찍 개정할 수는 없어?” 성연신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것 때문에 전화한 거야?”그 말을 듣고 장학수는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너 설마 그 여자 좋아하는 거야?”미간을 찌푸리던 성연신은 무의식적으로 반박했다.“그런 거 아니야. 그냥 불쌍해 보여서 그러는 거야.”그 말에 장학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그가 알고 있는 친구 성연신은 비즈니스의 귀재라고 불릴 만큼 사업수완이 뛰어난 사람이지만 연애 쪽으로는 머리가 트지 않은 바보였다.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게 연민에서 비롯된다는 걸 모르는 건가?’친구의 부탁이니 거절할 수가 없었던 장학수는 비서한테 스케줄 표를 가져오라고 했다. 잠시 후, 스케줄 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생각에 잠겼던 그가 입을 열었다.“안 돼, 제일 빨라도 7월이야. 더는 앞당길 수가 없어. 법원이 내 맘대로 되는 것도 아니고. 나도 시간 맞춰야 하고 법원에 서류 제출해서 심사하는 데도 시간이 걸려.”성연신은 넥타이를 풀고 셔츠 단추도 풀었다.“보통 사건 하나 맡는데 수임료 얼마 받아?”“보통은 20억에서 40억 정도 받는데 어려운 사건이면 100억에서 200억 가까이 받을 때도 있어.”“100억 줄게. 지안 씨 사건 이번달 중순으로 처리해 줘.”장학수는 고개를 저었다.“돈이 문제가 아니야. 아무리 판사랑 사이가 좋다고 해도 그건 좀 아니지 않냐?”“200억 줄게.”“야... 우리가 친구로 지낸 세월이 얼만데. 지금 나한테 돈지랄하냐?”“400억.”“스읍.”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던 장학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좋아. 근데 미리 말해두는데 이번 달 중순은 불가능해.
속마음을 들킨 심지안은 등골이 오싹해졌다.“그럴 리가요. 좀 오버하긴 했지만 보광 중신에 대한 나의 마음은 진심이에요.”그 말에 성연신은 피식 웃고는 위층으로 올라갔다. ‘보광 중신에 대해 진심이라고? 나한테 진심이겠지. 바보 같은 여자. 나한테 그렇게 잘 보이고 싶은 건가? 이젠 볼 기회도 더 많아졌으니 아마 속으로 엄청 기뻐할 거야.”사실 이런 여인들을 많이 봐왔지만 그는 심지안이 싫지는 않았다. 만약 앞으로 그녀가 고분고분하다면 그녀한테 마음을 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샤워를 마치고 욕실을 나오자 진유진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어떻게 됐어? 이사는 언제 할 거야? 회사 동료가 집을 세놓고 싶다고 하던데. 우리 집하고도 가까워. 아니면 그냥 우리 집에 있어. 남자친구 안 오니까 걱정하지 말고.”심지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당분간 여기서 지내려고. 이사 안 하기로 했어.”“뭐? 무엇 때문에?”“그 사람한테 신세 많이 졌는데, 그냥 이대로 떠나기가 좀 그래서.”그리고 그 사람 말대로 두 사람은 이미 계약서까지 썼고 결과가 어떠하든 다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었다. 전화 맞은편에서 진유진은 한동안 침묵했다.“너 설마 성연신 씨한테 미련이 남은 거야?”그녀의 말에 심지안은 벌컥 화를 냈다.“무슨 소리 하는 거야!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그 사람보다는 나아.”“하하하, 그런 말 하지 마. 그래도 한 기업의 대표잖아. 잘생기고 능력도 있고. 성연신 씨와 결혼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데. 정말 미련이 남았다면 그냥 있어. 할아버지도 너한테 잘해주신다며.”“왜 자꾸 그 사람이랑 날 엮는 건데?”예전에 그녀를 따르던 남자들을 보며 진유진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었고 그들의 결점들만 콕 끄집어냈었다. “성연신 씨는 능력 있잖아. 내 친구가 부자 사모님 되면 나도 친구 덕 좀 보면서 잘 먹고 잘살려고.”장난스럽게 말하는 그녀의 말에 심지안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그만 놀려. 재벌 집 며느리
멈칫하던 주원재가 쑥스러운 듯 말했다.“처음에는 누나가 성 대표님과 아는 사이인 줄 몰랐죠. 너무 예뻐서 말로 좀 꼬셔보려고 했는데 이제 알았으니까 더는 그런 태도로 누나를 대할 수는 없죠.”성연신이 아니어도 그의 아버지가 제일 먼저 나서서 그를 혼낼 것이다.주원재의 말에 심지안은 머릿속이 복잡했고 왠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역시나 그녀의 추측대로 성연신 때문이었다.한편, 전화를 끊은 주원재는 심연아와의 카톡 대화 내용을 캡처하여 심지안에게 보내주었고 현모양처 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던 심연아가 주원재에게 보낸 노골적인 문자들을 보며 심지안은 갑자기 강우석이 너무 불쌍해 보였다.심지안은 그저 우연히 심연아가 주원재에게 꼬리를 치는 걸 발견했을 뿐, 심연아에게는 들키지 않은 남자들이 더 많을 것이다.마지막 카톡 내용을 캡처해서 보낸 주원재는 누군가의 명함을 심지안에게 추천했다.“이분이 꽤 유명한 기자인데 누나가 혹시 이것들을 심연아 약혼남에게 보내고 싶지 않으면 이 사람에게 보내세요.”“주 대표님께서 주원재 씨가 이렇게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걸 보면 화내지 않을까요?”“에이, 저는 빠져나오려면 식은 죽 먹기지만 심연아는 쉽게 빠져나오지 못할 거예요.”주원재 말이 맞았다. 빠져나오기 힘든 것보다 더 골치 아픈 건 결혼이 무산되고 너무나 많은 이익 관계가 얽혀 있는 강 씨 가문과 심 씨 가문이 더 이상 비즈니스 합작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심지어 원수 사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밤새 뒤척거리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심지안은 일부 캡처 사진을 심연아에게 보냈다.이튿날, 성연신은 약속대로 심지안을 기획팀에 안배했고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은 기획팀은 부용 그룹에서 겪었던 기싸움은 전혀 없었다.심지안의 직속 상사는 임신 5개월이 된 임산부였으며 다정한 모습에 모성애까지 넘쳐 보였지만 업무 처리에 있어서 만큼은 깔끔하고 완벽했다.뿐만 아니라 보광 중신은 심지안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했다. 업무가 수많은 산업 영역을 포함하고 있
한참 뒤, 성연신은 그제야 노트북에서 시선을 돌려 덤덤한 표정으로 문서를 훑어보다가 문서 마지막 페이지에 익숙한 듯 사인을 했다.“딱히 문제가 없네요. 이대로 진행하세요.”고개를 끄덕인 심지안이 손을 뻗어 문서를 건네받은 뒤,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그럼 이만 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하지만 그녀가 문을 나서기도 전에 밖에서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벌컥 열어버렸고 기세 등등한 채, 화려하게 치장한 한 여인이 높은 힐을 신고 나타났으며 온몸에는 유명 디자이너가 맞춤 제작한 명품들을 걸치고 있었다.여인의 뒤에는 울퉁불퉁한 근육을 지닌 보디가드 네 명이 떡하니 서있었으며 그 모습에 흠칫 놀란 심지안이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성연신, 네 할아버지한테서 네가 이미 결혼했다고 들었어! 가짜지? 거짓말이지?”홍교은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성연신을 쳐다보며 서글픈 표정으로 울먹거렸고 성연신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며 경고했다.“당장 꺼져.”“싫어! 지금 당장 말해줘! 너 결혼 안 했다고 말하라고!”구석에 있던 심지안은 도화살이 넘치는 성연신의 모습을 지켜보며 입을 삐죽거렸고 성연신은 팔짱을 낀 채, 차가운 표정으로 홍교은을 보며 대답했다.“그래, 말해줄게. 나 결혼했어. 더 물어볼 말이 있어?”그의 말에 홍교은은 번개라도 맞은 듯, 자리에 굳어버렸고 큰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물었다.“어떤 여자야?”홍교은의 질문에 흠칫 놀란 심지안은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홍교은과 불필요한 전쟁을 치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조심스럽게 사무실을 나서려고 움찔거렸다.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던 성연신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손가락으로 심지안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저 여자야.”순식간에 몸이 굳어버린 심지안은 성연신에게 주먹을 휘두르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고 홍교은은 그제야 사무실에 조용히 숨어있던 심지안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돌려 경계심에 찬 눈빛으로 심지안을 노려보았다.학생처럼 보이는 듯한 옷차림에 20대 초반인 듯 어려 보였으며 청순한 외모에 길게 뻗은
”당장 그 더러운 입 다물지 못해요?”화가 잔뜩 난 홍교은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심지안이 성연신의 품에 안겨 있지만 않았다면 그녀의 입을 찢어버렸을 것이다.“말 가려서 해. 내 와이프 말이 틀린 건 아니잖아.”성연신은 홍교은을 노려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저 여자에게 너무 관대한 거 아니야?”“내가 내 와이프한테 관대한 게 무슨 문제라도 있어?”분노가 차올라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홍교은은 싸늘하게 굳은 눈빛으로 심지안을 빤히 쳐다보며 물었다.“대체 어떤 더러운 수단으로 성연신을 꼬신 거예요?”홍교은은 어렸을 때부터 일편단심으로 성연신을 좋아했고 성연신은 그녀에게 마음이 없었지만 두 가문 관계가 돈독했기에 그녀에게 매몰차게 대하지는 못했으며 오늘처럼 이렇게 대놓고 그녀 앞에서 다른 여자를 지키는 것도 처음이었다.“수단은 쓴 적이 없어요. 전 단지 연신 씨에게 연락처를 물어봤을 뿐인데 연신 씨가 갑자기 결혼하자고 얘기하더라고요. 아마도 저에게 첫눈에 반했나 봐요.”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심지안은 전혀 화도 내지 않은 채 대꾸했다. 물론 그녀가 먼저 성연신에게 다가간 건 맞지만 딱 한 번뿐이었고 결혼 얘기는 성연신이 먼저 꺼낸 게 분명했다.그러니 심지안이 거짓말을 한 게 전혀 아닌 셈이다.“진짜 나에게 이렇게까지 할 거야?”화가 나서 얼굴까지 일그러진 홍교은은 고개를 돌려 성연신을 쳐다보며 물었고 성연신은 덤덤한 표정으로 눈썹을 살짝 들썩거리며 대답했다.“그러니까 이만 꺼져줄래?”성연신의 대답에 숨을 크게 들이마신 홍교은은 폭발하기 직전이었으며 그 모습에 뒤에 있던 경호원들이 몸을 벌벌 떨었다.홍 씨 가문의 아가씨는 불같은 성격으로 여태껏 성격을 참고 이곳에 서있는 건 단순히 성연신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었다.성연신을 꽉 껴안고 있던 심지안도 홍교은이 혹시라도 화를 낼까 봐 살짝 걱정이 되었고 심지안의 걱정을 눈치챈 성연신은 머뭇거리다가 손으로 심지안의 등을 가볍게 다독이면서 말없이 위로해 주었다.하지만 모두의 예상과 달리 홍교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