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부.맹 부인은 직접 봉구안의 상처를 치료해주었다. 특히, 눈에 관한 치료가 중요했다.다행히도 제때 치료를 받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했다.그녀는 봉구안의 눈에 붕대를 감고, 짧은 시간 동안 강한 빛을 피하고 물에 닿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잠시 후, 문 밖에서 맹 장군이 문을 두드렸다.“들어오세요.” 맹 부인의 목소리는 차갑고 엄격했다.맹 장군이 들어와 봉구안을 한 번 살펴본 뒤, 급히 맹 부인에게 물었다.“눈에 상처는 좀 어떻소?”맹 부인은 마음속에 아직도 불안함이 가득했다.“어찌 그런 질문을 하는 거죠?”“전에 이미 잘 준비해놨다고 하지 않았나요? 어떻게 구안이가 돌아오자마자 이런 일이 생긴단 말이예요? 이번엔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만약 그 독약이 정말로 극도로 독했다면, 평생 볼 수 없을 뻔했으니 말이예요… 정말 큰일이 날 뻔 했어요…”맹 장군은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봉구안의 눈이 다쳤을 때, 그 역시 걱정이 컸다.봉구안은 차분히 설명했다.“사모님,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스승님께서는 저희 집안 내에 있는 첩자를 잡으시려 했습니다.”“게다가 상대는 저 하나만 보내라고 해서…”맹 부인이 재촉했다.“그 첩자는 잡혔나요?”맹 장군은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이며 웃음을 지었다.“부인 걱정하지 마시오.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 잡았으니…”맹 부인은 봉구안의 손을 꼭 쥐고,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상상도 못했구나. 천룡회가 장군부에까지 손을 뻗쳤다니!”“다행히도 구안이 네가 기민하게 문제를 파악했기에 큰일을 막을 수 있었어.”검은 옷을 입은 자객에게 들킨 후, 봉구안은 천룡회가 어떻게 자신이 맹 소장군의 정체를 알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그녀는 군영에서 지내던 동안 항상 조심했으며, 가면을 벗은 적이 없었다.그렇다면 문제는 아마도 장군부 안에 있을 터였다.맹 장군은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부인, 나도 일조하였소.”“오백이 부인의 분장을 하게 하여 그들을 끌어낸 건 바로 나
그 밀정은 이미 천룡회를 떠난 지 오래되어, 세속의 생존 본능에 물들어 자신을 위한 생로를 모색하고자 했다. 그는 살고 싶었기에, 봉구안에게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을 고백했다.“교주께서 소장군을... 죽이고자 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소장군께서 교주의 유일한 아들을 해치셨기 때문입니다!”봉구안의 얼굴빛이 차갑게 굳어들었다. ‘천룡회 교주의 아들?’“언제, 어디서였느냐.” 그녀가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밀정은 이를 갈며 힘겹게 버티며 몇 마디 말을 내뱉었다.“운산촌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소장군께서는... 기억하지 못하십니까?”봉구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그것은 오년 전, 그녀가 스승과 함께 북방에 도착한 직후였다. 아직 정식으로 군영에 들어가기 전이었다.운산촌을 지나가던 중, 그녀는 끔찍한 멸문지변을 목격했다.사건을 저지른 자는 열 살 남짓한 어린 소년이었는데, 그의 태도는 오만하고 포악했다.그날 마을에는 경사가 있었다. 그 악동은 몇몇 수하들과 함께 소란을 피우며 신랑에게 자신 앞에 무릎 꿇으라고 명령했다. 신랑이 따르지 않자, 그 악동은 수하들에게 신랑을 죽이고 신부를 공공연히 능욕하도록 했다.그 신혼부부의 부모가 저지하려 하자, 그 악동은 그들을 산 채로 끓는 가마에 삶아 죽이고, 마을 사람들에게 그 고기를 먹고 국물을 마시라고 강요했다.마을 사람들이 거부하자, 그들 역시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다.그녀가 지나가던 중, 하늘을 뒤덮은 불꽃을 보고 불이 난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악동이 횃불을 들고 불 속에서 미치광이처럼 웃고 있는 모습과, 그의 앞에 묶여 애원하는 마을 사람들을 보게 되었다.그런 악한은 나이가 어리다 해도 용서될 수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그의 수하들을 죽이고, 그 아이를 때려 기절시켜 불 속에 던져버렸다.그 악동이 천룡회 교주의 아들이었단 말인가.회상이 끝나자, 봉구안의 얼굴은 차갑고 멀어졌다.오늘날까지도 그녀는 그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았다.천룡회가 자신을 죽이려는 이유를 알고 나니, 그녀의 마음속에 계획이 서
견가의 부녀는 황제가 이토록 좋은 심기일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견진은 고개를 들어 아름다운 얼굴로 침착하게 대답했다.“폐하, 소녀는 어릴 적부터 장창을 연마해 왔사옵니다.”소욱은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시선은 어딘가 먼 곳을 바라보는 듯했다.마치 그녀를 통해 다른 이를 보고 있는 것 같았다.“장창은 익히기 어려운데, 그대가 이 정도 경지에 이르렀으니 실로 귀중하구나.”곁에 선 유사양은 다소 놀란 기색이었다.황제는 오래도록 이렇게 평온하고 상냥하게 대화한 적이 없었고, 더군다나 누군가를 칭찬한 적은 더욱 드물었다.이 견가의 여식은 아마도 특별한 재능을 지닌 이일 터였다.견진은 그간 가족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던 군 입대에 대한 포부를 오늘 황제로부터 인정받은 듯했다. 마치 평생의 동지를 만난 것처럼 가슴이 뛰었다.“폐하, 소녀는 남녀를 불문하고 나라에 헌신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옵니다. 소녀의 창술은 진정한 고수를 만나면 그저 말뚝 앞에서 재주를 부리는 것에 불과하옵니다.”“하지만 소녀의 마음만은 진심이옵니다.”“북대영에 여장군이 있듯이, 소녀는 황성에도 여장군이 세워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견진의 눈동자는 빛나고 있었고, 그 눈빛은 젊고 준수한 황제를 바라보며 기대에 찼다.그의 아버지 견여해는 초조해하며 말했다.“폐하, 소녀의 이런 황당한 말씀은 들어주지 마소서. 신이 곧 데리고 가서 엄히 꾸짖겠나이다...”소욱은 갑자기 손을 들어 제지했다.그의 시선은 견진에게 고정되었고, 깊고 탁월한 눈빛은 기쁨과 분노를 가늠하기 어려웠다.“견여해, 그대 딸의 말이 참으로 내 마음에 드는구나.”견여해는 안도하면서도 여전히 두려움에 떨었다.견진은 너무나 기뻐 제정신이 아니었다.“폐하, 폐하께서는 고루하고 완고한 남자들과는 너무나 다르십니다!”소욱은 그녀의 눈에서 존경과 기쁨을 보았다.그러나 그는 스스로를 비웃었다.자신이 정말로 그렇게 좋은 사람이라면, 그 냉혹한 여인에게 버림받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제
황제는 군영을 순시한 후 궁으로 돌아갔다.몇몇 무장들은 사적으로 견여해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견 장군, 현명한 딸을 너무 깊이 숨겨두신 것 아니오? 일찍 궁에 들어갔더라면 좋았을 텐데.""아직 늦지 않았소! 황제의 총애를 받으셨으니 앞날이 촉망되는구려!"견여해의 마음은 마치 어린 사슴이 제 몸 안에서 뛰어다니는 듯 두근거렸다.그가 황제의 장인이 되다니!오늘은 정말 전화위복의 날이로구나!견진은 이런 말들을 듣고 믿기 힘들어 아버지를 옆으로 끌어당겼다."아버님, 어찌하여 황제께서 갑자기 저에게 관심을 보이시는 것입니까?"견여해는 딸에게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가 창을 휘두를 때, 황제께서는 눈을 깜빡도 하지 않고 바라보셨다. 이보다 더 관심이 있다는 증거가 어디 있겠느냐? 딸아, 이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황제께서는 일찍이 후궁을 자진해서 들이지 않으셨다고 하니."견진은 황제의 모습을 떠올렸다. 정말 준수하고 용맹해 보였다.그러나 곧 불편한 기색으로 작은 소리로 말했다."제 뜻은 여장군이 되는 것인데요..."견여해는 딸의 말을 듣지 못한 채 아름다운 상상에 빠져 있었다.그날로 어명이 견가에 도착했다.견가 전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흥분과 기대에 휩싸였다.견부인은 입가에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장군, 혼인 파기의 어명이 도착했으니 곧 입궁하라는 어명도 내려오겠죠?"견여해는 대문 쪽을 바라보며 엄숙하게 말했다."그렇게 빨리 될 리가 없소. 봉비는 절차를 거쳐야 하니. 게다가 들어오자마자 비빈의 자리에 책봉되는 선례는 없었소. 적어도 귀인의 위치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오."견부인은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장군께서는 많이 아시는군요. 하마터면 저작거리의 웃음거리가 될 뻔했습니다." " 아, 늘 제 말을 듣지 않던 진이가 이번엔 정말 큰일을 해냈군요." " 장군, 진이의 초상화를 일찍 궁에 보냈더라면 지금쯤 비빈의 자리에 올랐을 지도 모르겠네요…"견여해 역시 후회스러운 심정이었다.다른 한편, 혼인
연상은 황제의 한 방에 오장이 찢어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그러나 그녀는 그 말을 내뱉은 것을 후회하지 않았다.최 상궁에게 그 견씨 집안 여인의 일을 듣고 나서야, 그 말이 맞음을 깨달았다.남자의 진심은 한순간에 사라질 뿐이라는 것을 말이다...예전에는 구안 아가씨가 약간 모질다 생각했었다.황제의 진심을 짓밟아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하지만 지금… 그녀는 황제가 그럴 만한 일을 당한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었다!만약 황제가 그렇게 쉽게 놓아줄 수 있었다면, 그토록 구안 아가씨를 가둬두었던 이유는 무엇이었단 말인가?지금 와서는 또 왜 그녀를 잊지 못하는 모습으로 영화궁에까지 오는가?최 상궁은 다리가 풀려 겁에 질렸다.“폐하, 연상의 뜻은 그저…”“물러가거라.”소욱의 눈빛은 차갑고도 잔혹하여, 마치 격렬히 일렁이는 분노의 바다 같았다.최 상궁은 황제의 노여움을 감히 거스를 수 없었으므로 급히 물러났다.영화궁에 남아 있던 몇몇 궁인들 또한 모두 물러가며, 가까이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뜰 안에는 황제와 연상 둘만이 남았다.황제는 천하를 다스리는 군왕의 위엄을 지녔으며, 용포는 그를 더욱 고고하고 냉혹하게 돋보이게 했다.그런 황제가 한 걸음씩 연상을 향해 다가왔다.“누구를 위해 분노하는 것이냐?”“너의 눈에는, 과인이 폐비에게 무슨 죄를 지은 듯 보이는 것이냐!”“명심하거라. 과인이 비록 다른 이를 마음에 품었다 한들, 폐비를 배신한 것은 아니다!”“폐비가 과인을 떠나고자 한 것이며, 폐비가 결정한 것이다.”“설마 과인이 폐비를 위해 몸과 마음을 바칠 만큼 천하의 하찮은 사람이란 말이냐!”연상은 몸을 일으켜 무릎을 꿇은 채로, 황제의 노여움을 묵묵히 견뎌냈다.소욱은 그녀의 그런 모습에, 문득 그 여인이 떠올랐다.그녀 또한 이렇듯 냉랭하게, 그가 무엇을 말하든 단지 “예” 한 마디만 했었다.황제는 시선 끝에 보이는 썩어 문드러진 나무를 바라보며, 깊은 연못 같은 눈에 서늘한 빛을 띠었다.잡을 수 없다면… 다 흩어져야 하는
영화궁.교지를 전하는 이는 유사양이었으니, 황제가 이 흔비를 얼마나 중히 여기는지 엿볼 수 있었다.교지를 읽고 난 유사양은 미소를 띠며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마마, 어서 더는 무릎 꿇지 말고 교지를 받으십시오.”“이건 하늘이 내린 큰 은혜입니다! 노비가 궁에 들어온 지 이렇게 오래되었지만, 바로 빈에 봉해지는 사례는 처음 봅니다.”황제가 영화궁을 자주 찾으신 까닭이 있었던 것이다. 이전 황후를 잊지 못해서가 아니라, 어떤 여인이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유사양의 눈에는 감탄과 경외가 어렸다.이 궁중에서는 아무도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는 걸 그는 다시금 깨달았다.누가 알았겠는가. 한때 황후마마의 곁을 지키던 궁녀가 이제 신분을 바꾸어 흔비가 되리란 것을.연상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저는… 저는 안 됩니다. 감히 교지를 받을 수 없습니다!”그녀가 어떻게 황제의 빈이 될 수 있단 말인가!갑자기 연상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그녀는 무서웠다.황제는 정말 미쳤다!유사양은 난생처음 이런 상황을 보았다.“설마 기뻐서 그러시는 겁니까? 잘못 들으신 거 아닙니다. 이는 비로 봉하는 교지입니다. 어서 일어나시죠…”“아니요! 그럴 수 없습니다.” 연상은 마치 도망치듯 뛰쳐나갔다.유사양은 깜짝 놀라 외쳤다.“여봐라! 흔비마마를 막아라!”연상은 머리를 감싸 쥐고 귀를 막으며 소리쳤다.“나는 아니다! 나는 흔비가 아니야! 아아아! 다가오지 말거라…”어전.진한길은 아무 말 없이 서 있었다.눈앞의 황제는 짐승 같은 눈빛을 하고 있었으며, 그는 황제의 심중을 알 수 없었다.연상을 비로 봉한 일은, 전 황후가 듣는다면 분노하지 않을까?마치 곁에 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것 같은 심정일 테니 말이다.황제는 왜 이런 일을 하는가? 연상의 실언에 대한 복수인가, 아니면 황후에 대한 복수인가.……견가 저택.견여해는 같은 말을 되풀이하며 확인했다.“뭐라고? 황제가 궁녀를 비로 봉했다고?”진부인은 견여해의 팔을
아침 식사 후, 최 상궁은 잠시 영화궁에 들렸다.최 상궁은 눈에 띄게 피곤한 모습의 연상을 보며 환심을 사려는 듯 웃으며 말했다.“소인, 흔비마마를 뵙사옵니다!”“어젯밤 수고가 많으셨으니, 이는 제가 직접 고아온 보양탕이옵니다. 부디 몸 보하시옵소서...”최 상궁은 속으로 생각했다.‘이 계집아이를 내가 너무 우습게 봤구나.’‘아무리 말려도 영화궁을 떠나려 하지 않더니, 알고 보니 높은 가지에 오르려던 것이 아니라 스스로 높은 가지가 되려 했구나!’최 상궁은 연상의 얼굴을 재차 훑어보았다. 그녀는 경국지색이라 할 수는 없었으나, 단정하고 깨끗한 이목구비는 제법 이 황궁과 어울리는 듯했다.남자들이 그녀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질 만한 얼굴이었다. 황제가 그녀에게 눈길을 줄 만도 했다.최 상궁은 자신의 의도를 드러내며 말했다.“마마, 신첩은 옛정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입니다. 마마께서는 이제 믿을 만한 사람도 곁에 필요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신첩을 다시 곁에 두시어 모시게 하심이 어떠실지요?”그러나 연상은 단호히 거절하며 말했다.“필요 없다!”최 상궁은 연상의 이러한 태도에 불쾌감을 느끼며, 날카로운 말투로 은근히 그녀를 찔렀다.“마마께서는 처음의 처지를 잊으셨나이까?”“타인들이 마마를 어떻게 보는지 아시옵니까? 폐비마마께서 자리를 비운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미 용상을 차지했다며, 주인을 배신한 노예라고 손가락질하고 있다 하옵니다.”“이 궁궐은 홀로 싸워나가는 곳이 아니옵니다. 마마 곁엔 사람이 필요하옵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하께서 새로운 것에 대한 흥미가 사라지실 때, 영화궁은 다시 냉궁이 될 것이옵니다!”연상은 두 주먹을 꽉 쥔 채, 모든 억울함을 꾹꾹 눌러 참았다.“당장 나가거라!”그들은 전혀 몰랐다. 황제가 폐비 봉씨를 잊지 못하고, 그녀를 핑계로 정당하게 영화궁을 찾으려 한다는 것을 말이다.또 그녀는 어젯밤 황제의 승은을 받아들인 적도 없었다. 그녀는 단지 황제의 계획에 협조했을 뿐이었다.그녀의 마음속 고통은, 누구에게도 말
선성에서 반란이 일어났으니, 그 원인은 장졸들이 조정에서 내린 미미한 양식과 삯에 불만을 품고 항의하였으나 성과를 얻지 못한 탓이었다. 이에 마침내 반란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주국공부가 화를 입었으며, 수많은 백성들이 성을 빠져나왔다.이곳 선성은 남제의 중요한 길목으로, 양식을 운반하고 군대를 이동시키는 데 반드시 거쳐야 할 요충지였다. 이처럼 전략적으로 중요한 땅에서 반란이 일어나자 조정과 민간은 큰 충격에 빠졌다.봄날의 찬란한 햇살 아래, 본디 맑고 청명해야 할 하늘은 선성 위로 겹겹이 먹구름이 드리워져 있었다.성문 밖, 오백은 마차를 몰고 가던 중 고삐를 잡아 세웠다. 이윽고 그는 마차 안으로 들리도록 청하며 말했다.“소장군, 선성에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아무래도 길을 돌아가야 할 것 같아요.”마차 안, 봉구안은 그간의 눈병이 이미 나았으나, 며칠 동안 강한 빛을 견디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길을 돌아 동쪽으로 가자구나.”세작의 고변에 따르면, 천룡회의 잔당 일부가 방성에 숨어 있다고 하였다. 그녀의 원래 계획은 곧바로 남하하여 방성으로 쳐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러한 전술은 지나치게 수동적이었다.천룡회의 잔당들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어 방성의 무리를 제거하더라도 여전히 다른 곳에 남아 있는 세력이 있었다. 특히 교주가 은신한 곳은 지금껏 밝혀지지 않았으니, 그녀의 이러한 전략은 효과가 크지 않을 터였다.이에 그녀는 우선 무림맹을 찾아가는 길을 선택하였다. 천룡회 같은 집단을 소멸시키려면 무림의 동도들과 함께 논의하여 정파의 힘을 모아야만 완전한 소탕이 가능하리라 판단한 것이다.“비키시오!”밖에서 오백의 격렬한 고함소리가 들리더니 마차가 갑자기 멈춰섰다. 봉구안이 마차 커튼을 들어올리니 방금 전 마차가 어린 소녀와 부딪힐 뻔한 상황이었음을 알게 되었다.이 급작스러운 일에 오백의 가면마저 거의 떨어질 뻔하였다. 그는 불쾌한 기색으로 그 소녀를 바라보았다.
완부옥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살짝 웃고는 소욱을 바라보며 말하였다.“결정했습니다. 두 분과 함께 입궁해야겠어요.”이어서 소욱에게는 태도를 바꿔 말을 이어갔다.“기왕 황제께서 계시니 직설적으로 얘기하겠습니다. 저를 비로 봉해 주세요. 크고 화려한 궁전은 필요 없습니다. 저희 낭군과 함께 살 수 있는 곳이면 충분해요.”소욱의 눈매가 차갑게 가라앉으며,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비로 봉해달라고?”그녀는 머릿속이 대단히 간단한 모양이었다.소욱은 완부옥을 마치 죽은 사람을 보듯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네게 어울리는 것은 다만 유골 단지일 뿐이다.”“폐하!” 완부옥의 눈에 살기가 번득였지만, 그를 죽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결국 그녀는 봉구안의 팔을 끌어안고는 누구도 떼어 놓을 수 없다는 듯한 모습으로 매달리며 애교스럽게 말했다.“낭군, 당신은 아직 제게 빚진 것이 있죠?”소욱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목숨이 아깝지 않은 것이냐!”완부옥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였다.그녀는 봉구안에게 상기시키듯 말했다.“잊었나요? 남방에서 당신이 제게 무당을 빌려갔을 때, 저와 무슨 약속을 했는지 말이에요. 우리 둘이… 음흠?”그녀는 말을 하면서 손가락으로 봉구안의 어깨를 콕콕 찌르며 아리따운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었다.봉구안은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있었다.그때 소욱이 독충의 독에 중독되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완부옥을 찾아 도움을 청해야 했다.바로 그때, 봉구안은 완부옥에게 자신이 여성임을 밝히게 되었다.“그만하거라!” 소욱이 봉구안을 자신의 뒤로 끌어당기며, 냉랭한 표정으로 완부옥을 바라보았다.이 여자는 도무지 부끄러움이라는 걸 모르는가!그는 곧바로 봉구안을 데리고 자리를 떠나, 완부옥을 멀찍이 떼어놓으려 하였다.그러나 완부옥은 집요하게 그 뒤를 따랐다.뒤따르던 진한길과 오백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대화를 나누었다.진한길이 먼저 입을 열었다.“너희 소장군은 참 꽃을 불러모으
봉구안은 한 채의 집을 빌려 수적들을 그 안에 가두었다.그들은 이미 고문을 당해 온몸에 상처투성이였다.오백이 구석에서 거의 숨이 넘어갈 것 같은 한 명을 가리키며 진한길에게 말했다.“저 놈입니다. 방금 도망치려다 소장군께서 친히 붙잡아 오셨던 놈입니다.”수적들은 봉구안을 보자 쥐가 고양이를 본 것처럼 벌벌 떨었다.그들은 한때 강호를 휘어잡던 수적들이었지만, 이제는 젊은 남자 하나에게 얻어맞아 친어머니도 못 알아볼 꼴이 되어 있었다.“제발… 제발 때리지 마십시오! 말할 건 다 말했단 말입니다…”진한길은 한 명을 끌어다가 소욱 앞에 내던졌다.그 자의 열 손가락은 피투성이였고, 고문을 받았음이 분명했다.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누군가 우리에게 큰돈을 주며 그렇게 하라고 시켰습니다.”“우린 돈만 받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게 부잣집 상선이라는 것밖에 몰랐습니다. 아니었으면 우리가 아무리 배짱이 커도 황실의 배를 감히 털 생각은 못 했을 겁니다!”“배가 뒤집혔을 때 다른 사람들은 다 도망쳤고, 그 여자는 물에 뛰어들었습니다. 우리가 그녀를 구해냈습니다. 그녀는 우리에게 옥패를 주며 그게 아주 값진 거라고 했습니다.”“우리를 설득하며 목숨만 살려달라고 애원했지요.”“그녀는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처음엔 우리가 강제로 손을 대볼까 했습니다. 그런데 알아보니 우리가 털었던 배가 황제의 배라는 거 아닙니까! 그 여자는 또 자기가 황제의 여인이라고 하더군요. 우린 그 말에 기겁해 어디 손이라도 댈 생각을 할 수 없었습니다.”“정말입니다! 우린 그 여자에게 손끝 하나 댄 적 없습니다!”“다 그 고용한 자가 문제입니다! 그가 우리를 속였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절대로 이런 일을 저지르지 않았을 겁니다.”“그 여자를 그냥 놔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우린 그녀를 풀어주었습니다. 정말 한 손가락도 건드리지 않았습니다!”“그 일 이후, 우린 몇 년 동안 숨어 지내며 물도둑질은 손도 대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조정에서 우리를 찾는 것도 없었습니다. 작년쯤
봉구안은 궁중에 생일 연회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저녁 해시로 약속을 잡았다.결과적으로, 해시 전 한 시간 전에 소욱이 도착했다.그는 꽃단장을 한 듯 진홍색 옷을 입고 나타났고, 봉구안은 그의 뒷모습만 보고도 강림 그놈이 나온 줄 알았다.주변 손님들이 모두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봉구안은 미리 두 각 전에 주점에 도착했는데, 그가 더 일찍 온 것이었다.“2층에 있는 방을 예약했습니다.”소욱이 즉시 그녀의 손을 잡았으나, 본능적으로 봉구안이 손을 뿌리쳤다.왜냐하면 지금 그녀는 남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남자 둘이 손을 잡고 있는 것은 모양새가 말이 아니었다.소욱의 손이 허공에 멈췄고, 그는 어딘지 모르게 서운한 기색을 보였다.혹시 자신이 며칠 동안 그녀를 못 챙겨준 것에 대해 화가 난 것인가 싶었다.아간에 들어가자마자, 소욱은 다짜고짜 봉구안을 껴안았다.문 밖에서 오백이 재빠르게 손을 놀려 문을 닫았다.그는 고개를 들어 보니, 진한길은 아무런 반응도 없이 뻣뻣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오백이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말했다.“자네는 문도 제대로 못 닫는 것이오?”진한길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였다.방 안.봉구안이 소욱을 밀어내며 눈살을 찌푸렸다.“제가 지금 몸이 더럽습니다.”그제야 소욱은 그녀의 옷에 뿌연 먼지가 묻어 있는 것을 눈치챘다.마치 좁은 골목길을 헤쳐 나간 듯했고, 머리카락에 거미줄 같은 것도 조금 묻어 있었다.소욱은 웃으며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에서 그 거미줄을 털어냈다.“무얼 하고 다녔느냐? 내 생일 선물은 준비했느냐?”봉구안은 담담히 대답했다.“그렇습니다.”소욱의 손동작이 잠시 멈췄고, 그의 눈빛이 갑자기 밝아졌다.“참말이더냐?”봉구안은 돌려 말하지 않고 바로 말했다.“그날 양연삭을 심문하던 중, 폐하의 모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이 말을 듣자, 소욱의 눈썹이 약간 찌푸려졌다.그는 조묘의 난 때 이미 알고 있었다. 과거의 해난은 천룡회의 소행이라는 것을 말이다.그러나 안다고 해서 무엇이
서왕은 모용란이 임종 직전에 남긴 말을 봉구안에게 전했다.“안타깝게도 약쟁이라는 말만 남기고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서왕의 눈가에는 근심이 서려 있었다.봉구안은 생각에 잠겼다.“천룡회에서 약쟁이들을 기른 적이 있으니, 계속 조사해야겠습니다. 다만, 이 일은 폐하께서 결정하셔야 할 일입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공손히 절하고 자리를 물러났다.서왕은 그녀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여전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예전 그 당차고 늠름하던 맹 소장군이, 여인이었다니.…모용렴이 고백한 죄행들은 수많은 억울한 사건들과 연관되어 있었다.여기에 양연삭이 자백한 내용까지 더해지며, 폐태자와 진가의 억울함은 마침내 밝혀졌다.다음 날, 천룡회의 죄행이 천하에 공표되었고, 주범 양연삭은 시장에 끌려 나갔다.사람들이 구경하도록 내버려 둔 것이다.양연삭은 아직 들을 수 있었다.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존엄을 지키지 못한 것을 몹시 후회하고 있었다.당당한 진국 황실의 후예가, 이 천한 백성들의 손가락질을 받다니!지금의 양연삭에게 있어 살아 있는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 형벌이었다.그 며칠 동안, 옛 사건들이 재심을 받으며 폐태자와 진가 사람들이 명예를 회복했다.이 소식이 후궁 처소에 전해지자, 연상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이 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그리고 황제는 그녀의 봉호를 박탈하고 출궁을 허락했으며, 진가의 후손으로서의 보상으로 좋은 농지와 가게를 하사했다. 진가의 오래된 저택까지 모두 돌려주었다.그녀의 인생은 수차례 굴곡을 겪은 끝에 이제야 비로소 땅에 발을 디딘 것 같았다.“황제 폐하의 은덕에 감사드립니다!”연상은 땅에 엎드려 큰절하며 흐느꼈다.그녀는 이 황궁에 단 한 점의 미련도 없었다. 그날로 바로 궁을 떠났다.황궁의 사치스러운 부귀도, 밖의 드넓은 하늘과 바다만큼은 아니었다.…객잔.봉구안은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열어보니, 눈물 자국으로 가득한 연상이 서 있었다.“구안 아씨…” 연상은 울먹이며 말했
소욱은 결코 생각하지 못했었다. 자신이 선황의 유언을 잘못 들었을 줄은 말이다.봉구안은 담담히 설명했다.“모호하고 불명확한 말씀이라면 쉽게 혼동될 수 있습니다.”“선황께서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하신 마지막 말씀입니다. 일반인처럼 한 번에 말을 마치실 수 없었기에, 긴 여운이 있는 기식으로 말씀하셨습니다. 이는 곁에서 듣는 사람이 충분히 헷갈릴 수 있습니다…”소욱은 여전히 의심스러워했다.“그렇다면, 왜 직접 명확히 말씀하시지 않았단 말이냐? 곧바로 모용가를 처단하라고 하셨으면 더 분명하지 않았겠느냐.”봉구안의 눈빛에는 약간의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북방에서, 저는 수많은 사람들의 임종 유언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사람은 죽음이 임박했을 때, 시간이 촉박함을 자각하여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말합니다. 선황께서는 이 모든 말씀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모용가였던 것입니다.”“또는 ‘모용란’, ‘모용가’, ‘모용 일족’일 수도 있겠지요. 선황께서는 분명 폐하께 모용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싶으셨던 것입니다”“하지만 ‘모용’ 두 글자를 말씀하신 뒤, 기력이 급격히 쇠해지셨지요. 이 점은 선황의 짧은 문장에서 드러납니다. 다음 말이 곧 생애의 마지막 말이 될 것을 염려하여, 말을 줄이고, 마지막 단어 하나로 뜻을 담으셨던 것입니다.”“죽을 사라는 한 글자는 여러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주살, 처단, 그리고 폐하께서 말씀하신 ‘처단’ 같은 의미지요.”“그 말씀을 마친 후, 선황께서는 약간의 기운을 남기고 또 한 마디를 덧붙이셨습니다. 남겨서는 안 된다…”“하지만 결국 이는 하늘의 뜻이 농락한 것일 겁니다. 마지막 한 글자가 부족한 숨결로 인해 온전히 끝까지 전하지 못해, 오해를 사게 된 것이지요.”봉구안의 설명을 들은 후, 소욱은 그녀에 대한 감탄이 더해졌다.그는 냉랭하게 말했다.“그렇다면, 선황의 임종 직전 마지막 명령은 모용 일족의 여인을 황후로 세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 아니라, 모용가를 처리해야 한다는 뜻이었겠
황궁, 소욱과 맹 부인은 저녁 식사를 막 끝마쳤다.봉구안은 소욱에게 할 말이 있어, 사람을 시켜 맹 부인을 먼저 궁 밖으로 모셨다.소욱은 돌아온 이후로 하루 종일 바빴던 터라, 지금 당장은 정사를 논할 마음이 없었다.맹 부인이 떠난 후 그는 궁인들을 물리고 곧바로 봉구안을 끌어안았다. 피곤함을 떨쳐내려는 듯, 그녀를 품 안에 꼭 안았다.“아주 피곤하구나. 저기 있는 저 상소들을 보거라. 오늘 내가 모두 결재한 것이다.”책상 위에는 두껍게 쌓인 서류가 보였고, 확실히 고된 하루였음이 느껴졌다.봉구안은 그의 품에 안겨 잠시 기대었다. 그러나 이내 냉정하게 그를 밀어내며 말했다.“정사를 논해야 합니다. 양연삭의 자백서를 읽어보셨습니까?”소욱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미간을 찌푸렸다.“지금 이곳엔 너와 나밖에 없는데, 왜 그리도 딱딱하게 구느냐?”봉구안은 그의 말을 흘려듣고 본론으로 들어갔다.“진 대인은 반역을 꾀하지 않았습니다. 폐태자 또한 무고합니다. 이 모든 것은 천룡회가 꾸민 일입니다. 이제 그들에게 명예를 회복시켜 주셔야 합니다.”소욱은 너그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말이 맞다. 그들의 명예를 회복시켜야겠지.”모용렴이 이미 이 사실을 자백했기에, 그는 이미 그렇게 할 생각이었다.그는 그녀가 말을 다 끝낸 줄로 알고 다시 그녀를 끌어안고는 입술에 가볍게 입 맞추었다.그러나 봉구안은 할 말이 더 남아 그를 밀어내려 했고, 소욱이 말했다.“잠시만 나를 안아다오. 내가 오늘 너도 모를 이야기를 하나 해 주마.”소욱이 그녀의 호기심을 얕본 것이었다. 봉구안은 단호하게 그를 밀치며 말했다.“먼저 말씀하세요. 정사가 더 중요합니다.”소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좋다. 먼저 말해 주지. 모용렴의 자백에 따르면, 모용란은 본래 양연삭의 외조카였더구나.”봉구안은 꽤나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렇다면 모용란은 정말 철저히 숨긴 것이었다.모용렴이 자백하지 않았다면, 이 비밀은 영원히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다.이 이야
봉 대인은 멀리 사라지는 가마를 바라보며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임씨는 조심스럽게 말했다.“대인, 가마가 이미 멀리 갔으니 우리도 들어가시지요. 밥이 다 식겠습니다.”봉 대인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코웃음 치고는 몸을 돌려 정청 안으로 들어갔다.자신이 봉구안의 친부이지 않았던가.황제는 맹 부인만 황궁에 초청하고 그를 부르지도 않았다.이후 봉구안을 맹가 여식의 신분으로 시집가게 하려는 셈일까?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황궁.소욱은 이미 사람을 시켜 만찬을 준비해 두었다.그는 하루 종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잠시 잊을 뻔했지만 맹 부인이 처음으로 입궐한 만큼 제대로 준비하려 했다.맹 부인은 단정하고 위엄 있게 행동하며 식사 자체는 큰 관심사가 아니었다.그녀는 황제에게 봉구안의 혼사를 어떻게 계획하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소욱 역시 봉구안과 그녀의 의사를 묻고 싶었다.‘봉부에서 시집을 갈 것인지, 아니면…’봉구안은 자리에서 일어나 평온한 얼굴로 말했다.“폐하, 스승님과 사모님께서 저를 키워주셨습니다. 제 마음속에서 그분들은 이미 제 부모님이십니다. 그러니 저는 맹가의 신분으로 황후의 자리에 오르고 싶습니다.”맹 부인은 잠시 놀란 듯했으나, 곧 눈가에 희미한 눈물이 맺혔다.소욱은 그녀가 어느 가문의 딸로 시집을 오든 신경 쓰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신부가 그녀라는 사실이었다.그는 깊은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네 뜻대로 하거라.”“구안아, 너…” 맹 부인은 그녀에게 다시 생각해보라고 권하고 싶었다.봉구안은 조용히 술잔에 술을 가득 따르더니 맹 부인 앞에서 몸을 숙여 정중히 말했다.“사모님, 제가 지금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은 스승님과 사모님께서 주신 것입니다.”“두 분께서는 제게 단지 이 무공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 옳고 그름의 기준까지 가르쳐 주셨습니다.”“양육의 은혜는 하늘보다 크니, 이것이 제가 맹가의 신분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입니다.”“또한 성주 오라버니께서는 생전에 저를
형장에서, 모용란은 거의 미쳐버린 듯 크게 웃기 시작했다.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며 눈물이 제멋대로 흘러내렸다.법에 따라 죄를 확정지었다 하더라도 날짜를 정하고, 정오에 형을 집행해야 했다.그런데 황제는 하루도 기다릴 수 없었다.그녀를 죽이고자 하는 황제의 마음이 이렇게나 강한 것이었다.모용란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아버지, 대체 폐하께 무슨 말을 하셨습니까!”모용렴은 담담히 형벌을 받아들이며 말했다.“사실 그대로 말했다. 너의 신분까지도.”모용란의 심장이 갑자기 철렁 내려앉았다.그렇구나!황제가 이렇게 서둘러 그녀를 죽이려 했던 이유는 그녀가 양연삭의 외조카이며, 진 나라 황실의 혈통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하하… 아버지! 당신은 정말로 제 좋은 아버지이십니다! 어째서 저를 이렇게 해치려 하시는 것입니까! 제가 친딸이 아니어서 그런 것입니까? 왜 저를 끌고 함께 죽으려 하십니까!”그녀는 그를 증오했다!그가 아니었다면 황제가 그녀에게 이토록 무정하게 굴지는 않았을 것이다!그것도 능지처참이라니!모용렴은 무심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생모를 떠올렸다.그녀의 생모 역시 집착이 강하고, 매우 강한 소유욕을 가진 여자였다.그녀와 생모는 너무나 닮아 있었다.성격뿐만 아니라 그녀들 또한 양연삭의 말판 위 바둑에 불과했다.모용렴은 무겁게 눈을 감았다.오늘이 지나면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그는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모용란은 그럴 수 없었다.그녀는 감찰관을 향해 소리쳤다.“황제 폐하를 만나고 싶습니다! 서왕 전하도 좋으니 둘 중 한 분이라도 제 앞에 모시고 와주세요…”그러나, 형장에 있던 그 누구도 그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사람들은 그녀의 입을 막아버려 그녀가 소란을 피우지 못하도록 했다.능지처참은 죄인의 살을 한 조각씩 잘라내며, 형이 진행되는 동안 죄인이 죽지 않도록 하는 형벌이었다. 빠르면 몇 시간, 길면 사흘이 걸렸다.이 형벌은 사람이 도
봉 대인은 너무 화가 나서 그만 입이 비뚤어질 뻔했다. 그는 어리석은 임씨의 행동에 기가 막혔다.그는 불같이 화를 내며 임씨를 꾸짖었다.“다음번에 또 이렇게 제멋대로 행동하면 그땐 널 내쫓을 것이다!”임씨는 혼이 나간 듯 멍해졌다. 조금 전까지 그녀를 채웠던 허영심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그녀는 원래 생각하기를, 그 시골에서 올라온 봉구안이 돌아오면 스스로 안주인의 위세라도 부려볼 요량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에게 전해진 소식은, 그 촌년이 황후가 된다는 것이었다.봉가의 첫째 여식 봉장미도 황후에 오른 적이 있었다.이제는 봉가의 또 다른 여식인 봉구안마저 황후가 된다는 것이다.어떻게 해서 봉 부인의 여식들은 다 황후가 될 수 있었던 걸까!그년이 정말로 엄청난 행운이라도 잡은 게 아닐까!임씨는 고개를 들어 정원에 눈길을 돌렸다.그곳에는 새를 놀리고 있는 자신의 아들 봉명헌이 있었다.봉가의 여식들은 줄줄이 황후가 되는데, 왜 자신은 딸을 낳지 못했을까! 그것도 겨우 아들을 낳았는데, 저렇게 아무 쓸모없는 녀석이라니!임씨의 마음속은 억울함과 분노로 가득했다.비록 그녀는 질투심이 강했지만, 한편으로는 집 안 사람 중 한 명이 잘되면 모두가 잘된다는 도리를 알고 있었다.곧바로 하녀를 불러 중매쟁이를 보내 퇴짜를 놓으라고 명령했고, 중매쟁이에게 입막음을 위한 돈도 따로 건넸다.그녀는 자신이 그간 들인 돈이 아깝기만 했다.애석하게도 좋은 일을 하고, 욕만 한 바가지 들었으니 말이다.…황궁, 어전.서왕은 무릎을 꿇고 모용렴의 자백서를 올렸다.소욱은 문서를 읽어내려갈수록 미간이 더 깊이 찌푸려졌다.그는 문득 고개를 들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명령을 내렸다.“모용렴을 능지처참에 처하라.”사실 능지처참으로도 부족했다!이 자가 저지른 죄는 백 번 죽어도 모자랄 것이다!폐태자를 모함죄로 모함하여 동궁의 공석을 만들었고, 여러 황자들이 서로 싸우고 해치게 만들었다.더구나 진씨 가문 일가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외 많은 사람들이 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