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8화

Author: 일설연우
황후가 궁중 법규를 베끼게 되었다는 소문은 곧 후궁 전체에 퍼졌다.

그리고 비빈들 모두가 그 내막을 알게 되었다.

“거기엔 관원들의 선물도 있었지만 우리가 보낸 것도 있었잖아. 그런데 황후께서는 우리의 이름은 단 한 번도 입에 올리지 않으시고 혼자 벌을 감당하려 하셨어.”

“영화궁 시녀의 말을 들어보니까 황후께서는 우리의 처지를 안타깝게 생각하시어 원래부터 그것들을 우리한테 돌려주려고 하셨나 봐. 장부까지 기입했다던데.”

“우리를 대신해 혼자 감당하려 하셨다니….”

비빈들은 감동에 눈시울을 붉혔다.

후궁 중에 가장 귀한 것이 진심이고 가장 희귀한 것이 진심이었다.

물론 그렇지 않은 비빈도 있었다.

녕비가 비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멍청하기는. 이유 없는 친절이 어디 있겠어? 황후께서 과연 이득을 안 챙겼을까? 지금 다들 그분께 감동하고 있는 게 그분이 바라는 상황이라고.”

“서로 이용하고 이득을 공유하는 것뿐이지 진심은 무슨.”

현비는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찌 됐건 폐하께서 우리 가족들에게 죄를 묻지 않으신 것으로도 감사해야지. 황후께서 홀로 벌을 감당하겠다고 하셔서 이루어낸 결과 아니겠어? 그러니 궁중 법규 베끼는 일에 우리도 힘을 보태야 해.”

녕비는 불만스럽게 미간을 찌푸렸다.

“난 못 해. 최근에 고모께서 불경을 베끼라고 하셨거든.”

녕비는 평소에 현비와 가장 친했다. 그 이유는 현비만이 신분이나 지위가 자신과 동등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친하다고 생각했던 현비마저 자신과 한마음이 아니라는 것에 짜증이 치밀어서 바쁘다는 핑계로 서둘러 자리를 떴다.

그녀가 떠난 뒤, 강빈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현비 마마 말씀이 맞아요. 이번에 폐하께서 각 궁을 돌아보신 것도 황후마마께서 이루어내신 것이니 저희가 도와야죠.”

현비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비빈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신첩도 하겠습니다.”

“저도요! 아버지께서 서신에서 말씀하셨는데 예전에 금은보화를 영소전에 보낸 것이 그렇게 후회된답니다. 2년 동안 그쪽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Comments (7)
goodnovel comment avatar
홍경림
주가권 구입했는데 잠금해제도 않되고 톡 보내도 답도없고 이거 사기인가요
goodnovel comment avatar
이호정
2024. 12. 21. 17:27
goodnovel comment avatar
통통쫀냐미
중복되는구간이 있네요. 여기소설은 뇌를 내려놓고 봐야해요. 그렇구나~~~~~하구요.
VIEW ALL COMMENTS

Related chapters

  • 폭군의 장군 황후   제39화

    황귀비는 자리에 앉아 봉구안을 관찰했다.봉씨 가문의 여식들은 하나같이 현명하고 단아하다고 소문이 났지만 이 정도로 미인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봉장미가 가진 화려하고 귀티 나는 이목구비는 주변의 여인들을 평범하게 만들 정도였다.이렇게 아름다운 용모를 가진 여자에게 황제가 과연 마음이 동한 적 없을까?황귀비는 저도 모르게 불안감이 찾아왔다.“황후마마, 며칠 전에 폐하께서 매일 저의 침소에 들러서 늦게까지 폐하를 모시느라 피곤하여 이제야 찾아뵙게 되네요. 송구합니다.”그녀는 봉구안에게 대꾸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황후마마께서 폐하께 후궁들을 골고루 총애하라고 간언하신 덕분에 신첩도 드디어 쉴 시간이 주어졌네요.”봉구안은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황귀비가 그동안 고생이 많았네. 앞으로 내 힘이 닿는 대로 자네가 쉴 시간을 많이 만들어 주지.”황귀비는 여전히 우아한 미소를 유지한 채 말했다.“황후마마는 참으로 현명하신 분이군요. 지난번에 두통이 발작했을 때, 약을 가져다주셔서 감사했습니다.”“그러고 보니 폐하와의 신혼밤에 신첩이 두통이 발작하는 바람에 폐하께서 신첩의 궁으로 드셨었지요. 마마께서는 그런데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고 약까지 보내주셨으니 그 은혜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이렇게 선량하신 분이니 앞으로 행하는 모든 일이 잘되실 겁니다.”봉구안은 싸늘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보았다.“착한 사람이 일이 잘 풀리는 건 모르겠고 악인은 무조건 벌을 받게 되는 법이지.”순간 황귀비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곧이어 그녀의 눈빛이 음침하게 변했다.“다만, 신첩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신혼밤에 신첩 때문에 합방이 연기되었다고는 하지만 그후에도 폐하께서 영화궁을 방문하신 거로 아는데 왜 그때 기회를 잡지 않았나요?”“그리고 폐하께 후궁 비빈들에게 총애를 나눠주라고까지 간언하셨다고 들었는데 폐하께서는 그 와중에 영화중에 한 번도 방문하지 않으셨지요.”“왜 매번 황후께서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시는지 궁금합니다. 폐하의 총애가 두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40화

    황귀비는 걸음을 멈추고 의아한 얼굴로 상석에 앉은 여인을 바라봤다.황후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상대를 바라보다가 말했다.“폐하께서 비빈들의 궁에 방문하시고 비빈들의 가족들이 더 이상 영소전에 선물을 보내지 않게 되었으니 넌 그게 신경 쓰였겠지.”“당당한척, 고상한 척하지만 전혀 성실하지 않군.”“그렇게 신경 쓰이고 날 죽이고 싶겠지만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으니.”“황귀비, 지금 네 모습은 잘 훈련된 개 같아. 분명 두려운데 사람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있으니 개가 아니면 뭐겠어?”황귀비의 두 눈이 싸늘하게 식었다.“뭐라고?”시종 춘화도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황후가 이런 식으로 황귀비를 대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태후마저도 황귀비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시국이었다.봉구안은 그녀를 빤히 노려보다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너 마당을 지키는 개 같다고. 이빨은 예리하지만 사람을 물지는 못해.”“뭐라?”봉구안은 그녀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순결을 잃었다고 하는데 증거 있느냐?”“이 속옷 한 장으로 증거라 우기려고?”“하지만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게 정녕 내 물건이 맞는지 위조한 것은 아닌지, 아무도 증명할 수 없다.”“가장 중요한 건, 내가 산적들에게 잡혀갔다는 소문은 이미 사람들에게 잊혀졌어. 황귀비, 사람은 앞을 보고 살아야지. 계속 지난 일을 붙잡고 있는 건 무능한 처사야!”황귀비는 곧장 허리를 펴고 황후를 향해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무능하다 하였습니까?”그녀는 입가에 농후한 미소를 짓고는 천천히 뒤돌아섰다.“가자, 춘화야!”“예, 마마.”춘화는 여전히 황후의 뻔뻔함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영화궁을 나온 후, 춘화는 심기가 뒤틀린 황귀비를 달랬다.“마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황후는 순결을 잃었으면서 발뺌하고 있는 거예요. 어쩌면 자기 자신마저도 속이고 있을지 몰라요.”가마에 오른 황귀비는 독사 같은 눈빛으로 영화궁을 노려보았다.‘날 건드린 대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41화

    며칠 사이에 황후에 관한 소문은 널리 퍼져서 조정의 관원들 귀에까지 들어갔다.태후는 그냥 무시로 일관하려 했지만 방법이 통하지 않자 조바심이 났다.“황후는 폐하의 정실이자 황실의 체면이야. 입궁하기 전에 그 아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입궁한 순간부터는 그 어떤 오명도 가지고 있어서는 안 돼.”계 상궁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소인이 궁인들을 잘 타일러 보겠습니다. 계속 소문을 퍼뜨리는 자가 있으면 엄벌에 처하겠다고요.”소문이 두려운 건 그것을 완전히 막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었다.태후까지 나섰지만 황후의 순결 문제는 여전히 사람들의 이야깃거리로 돌고 있었다.수다를 좋아하는 몇몇 비빈들이 한곳에 모였다.“영화궁에서 아무런 반격도 없는 것을 보면 사실인 것 같지 않나요?”“설마 그 소문들이 진짜라고요? 황후께서 순결의 몸이 아니라면… 어찌 폐하와 혼례를 올렸단 말인가요!”“나도 알아왔는데 황후께서 혼례식 전에 산적에게 잡혀간 적이 있는 건 사실이래. 비록 의심의 여지는 있긴 하지만 궁 안까지 소문이 새어 들어온 걸 보면 아예 뜬구름 잡는 소문은 아닌 것 같아.”“궁 안팎이 이렇게 시끄러운데 황후마마의 입지는 괜찮을까요?”영소전.황귀비는 흔들의자에 앉아 시종들의 시중을 받으며 손톱을 칠하고 있었다.안으로 들어온 춘화가 그녀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마마, 조정의 몇몇 관원들이 황후를 폐하라는 첩지를 올렸다고 하옵니다.”황귀비의 입가에 비뚜름한 미소가 지어졌다.“영화궁은 이 소식을 알고 있다더냐?”“지금 사람을 보내 소식을 전할 생각입니다. 이 소식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린 황후의 얼굴이 보이는 듯하네요.”대대로 황후를 배출한 봉씨 가문에게는 폐후보다 더 치욕적인 일은 없을 것이다.봉가의 모든 영예는 결국 봉장미의 손에 무너지게 될 것이다.영화궁.궁중 법규 백 벌은 결국 대부분은 연상의 손에서 완성되었다.그렇다고 봉구안이 한가롭게 지낸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봉장미의 글씨를 전보다는 쉽게 써낼 수 있을

  • 폭군의 장군 황후   제42화

    소욱은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역시 입만 열면 거짓말만 하는 여인이었어!’그는 신혼밤에 마음이 약해진 것을 후회했다.그가 한바탕 발작하려는 순간에 상궁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외람된 말씀이지만 황후마마, 평소에 오래 무용을 연습하거나 말을 자주 타셨나이까?”연상은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예, 맞아요!”그제야 상궁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소욱에게 보고했다.“폐하, 궁중의 여인들은 대부분 저택에서 외출을 자주 하지 않고 곱게 자랐기 때문에 내벽이 손상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다만 황후마마와 같은 경우도 가끔은 있습니다. 무용을 오래 연습하거나 기마를 자주 한 여인에게서 가끔 나타나는 현상입니다.”소욱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황후는 결백한지 그것만 대답하거라.”두 상궁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폐하. 자궁 내벽에 손상이 있기는 하지만 사내와 합방을 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건 저희가 확신할 수 있습니다.”그들은 궁에서 오래 생활했고 같은 여인이기에 황제의 후궁으로 사는 삶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무고한 여인에게 없는 죄를 뒤집어씌울 이유는 없었다.음침하게 굳었던 소욱의 표정이 그제야 조금은 풀렸다.옷을 갈아입은 봉구안이 담담한 얼굴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그리고 소욱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폐하, 오늘 일은 비밀로 해주셨으면 합니다. 순결을 검사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소문만 더 키울 뿐입니다.”소욱은 음침한 얼굴로 대꾸헀다.“결백이 증명되었다 하더라도 궁중에 도는 소문은 황후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이 일을 잠재우지 못하면 난 여전히 널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어.”“신첩은 누군가 일부러 소문을 퍼뜨리고 다닌다고 생각합니다.”소욱은 그녀의 요구가 예에 어긋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떠도는 소문일 뿐인데 조사가 가능하겠느냐?”유사양도 황제의 관점에 동의하는 바였다.게다가 황귀비마저 조사에 실패했는데 황후가 무슨 수로 배후를 밝혀낸단 말인가.봉구안은 고개를

  • 폭군의 장군 황후   제43화

    소욱이 영화궁에 도착했을 때, 마당에 수많은 사람들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들은 저마다 고개를 숙이고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폐하.”봉구안은 대문 앞에 서서 그를 맞이했다. 진청색의 예복을 갖춰 입고 아무런 화장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고혹적으로 아름다웠다.소욱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냉담한 얼굴로 안으로 들어갔다.봉구안은 공손히 그의 뒤를 따르며 단도직입적으로 아뢰었다.“신첩, 폐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헛소문을 퍼뜨린 배후를 밝혀냈습니다.”소욱은 마당에 꿇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물었다.“저자들이 그 장본이니냐.”“신첩이 이들을 초대하여 한 사람씩 심문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수소문 끝에 소문의 근원지가 영소전 궁녀들이라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영소전 얘기가 나오자 소욱의 얼굴빛이 달라졌다.“황후, 억지 부리지 말거라. 조사를 시작한지 불과 3일이다. 어찌 이들의 증언이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지?”봉구안은 당황하지 않고 담담히 요구를 제기했다.“폐하께서 공명정대하게 영소전을 대하신다면 신첩, 바로 소문을 퍼뜨린 그 시녀를 데려다가 심문할 생각입니다.”소욱의 눈빛이 무섭게 빛이 났다.“지금 짐이 영소전을 감싼다는 말을 에둘러하는 것이냐?”봉구안은 고개를 숙이고 답했다.“신첩이 어찌 감히 그런 불경한 생각을 하겠나이까. 단지 폐하께서 가장 총애하시는 황귀비 궁에서 생긴 일이라 폐하의 뜻을 여쭙고 싶었을 뿐입니다.”소욱은 황후인 그녀에게 호감은 없지만 억지를 부리는 사람은 아니었다.그리고 최근에 퍼진 그 소문들은 황실의 체면을 떨어뜨린 격이었다.“짐이 황귀비를 총애하는 것과 영소전 하인들은 무관하다. 만약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소문을 퍼뜨린 거라면 절대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말을 마친 그는 자신의 시위를 영소전으로 보냈다.영소전.소식을 들은 황귀비는 마음이 혼란스러웠다.“폐하께서는 왜 내 사람들을 잡아가려 하는 거지?”춘화가 말했다.“폐하께서 오늘 영화궁에 방문하셨다고 들었는데 황후가 또 뭐라고

  • 폭군의 장군 황후   제44화

    소욱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말은 잘하는군. 황후가 그렇게까지 말하면 짐이 나라의 안녕을 위해 조사를 허락할 거라 생각하였는냐?”봉구안은 공손히 답했다.“신첩은 폐하의 현명함을 믿습니다. 천하를 사랑하시는 분이니 남제를 해하려는 세력을 가만히 두고 보지는 않겠지요.”소욱은 싸늘하게 대꾸했다.“그렇게까지 과장할 필요는 없어. 이 일이 그만큼 중요한 사건이라면 짐이 황후에게 조사를 맡길 이유가 없지. 짐의 부하들이 그리도 무능해 보이더냐?”봉구안은 부인하지 않았다.“예, 신첩의 능력은 제한적입니다. 하지만 신첩은 당사자이기도 하니 이 사건의 진실을 절실히 알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신첩보다 소문이 퍼지기를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으니 누구보다 조용히 조사하겠지요.”“다른 사람에게 조사를 맡기셔도 상관없으나 입이 무거운 사람이었으면 합니다.”소욱은 인상을 찌푸리고 생각에 잠겼다. 그 역시도 이 일이 알려지길 바라지 않았다.“좋다. 한 달을 주지. 한 달 안에 산적과 그 배후를 찾지 못한다면 다시는 짐의 앞에서 그 일을 거론하지 말거라. 뜬구름 잡는 소문보다는 사소한 일을 크게 만드는 사람이 더 싫으니까!”말을 마친 그는 대문을 나가버렸다.봉구안은 유유히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에 대고 공손히 예를 취했다.“신첩, 명을 받들겠습니다.”황제가 떠난 후, 연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드디어 폐하의 허락을 받아내고 금족령까지 풀렸네요. 다만 한 달 안에 과연 증거를 찾을 수 있을까요?”봉구안은 고요한 눈동자로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한 달이면 충분해. 오늘밤에 궁을 나가볼까 한다.”“예? 또요?”연상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한편, 영화궁을 나온 소욱은 시위를 따로 불렀다.“믿을만한 사람들을 소집해서 비밀 리에 황후를 납치해 갔던 산적들을 조사하거라. 배후에 누가 있는지 꼭 밝혀내야 한다.”사건을 조사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그는 황후가 성공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하지만 황후 말처럼 의문점이 많은 사건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45화

    “멍하니 서서 뭐 해? 마마 어디 계시냐니까?”최 상궁은 멍하니 서 있는 연상의 어깨를 흔들었다.정신을 차린 연상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렸다.“제가… 찾아볼게요.”최 상궁은 일단 밖으로 나가서 황제를 맞이했다.젊은 황제는 외전의 의자에 앉아 딱딱한 표정으로 최 상궁에게 물었다.“황후는 어쩌고 너 혼자 나왔느냐?”최 상궁은 공손히 차를 올리며 답했다.“폐하, 마마께서는 목욕 중이니 곧 나오실 겁니다.”소욱의 표정이 눈에 띄게 안 좋아졌다.사실 영소전을 나와 자진궁으로 돌아가던 길에 갑자기 조사의 진전이 궁금해 영화궁으로 걸음한 것이었다.그런데 정작 장본인은 한가히 목욕이나 즐기고 있으니 황당하기 그지없었다.한참을 기다렸으나 황후는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소욱의 인내심은 거의 바닥나고 있었다.최 상궁도 뭔가 이상함을 느끼고 다급히 내전으로 달려갔다.연상은 멍하니 병풍 안쪽만 바라보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최 상궁은 화가 치밀었다.“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이냐! 마마를 찾아보랬더니 어째 여기서 멍하니 서 있어!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신 걸 몰라?”연상은 애써 침착하게 답했다.“마마께서 갑자기 배가 아프셔서 볼일을 보러 가셨습니다. 그런데 폐하께서 왜 갑자기 이 밤에 방문한 것일까요?”최 상궁은 다급히 연상의 팔목을 잡고 물었다.“너 오늘따라 이상해! 솔직히 말해봐. 마마 어디 계시냐?”연상의 어설픈 거짓말은 나이 든 최 상궁의 눈을 속일 수 없었다.최 상궁은 궁중에서 오래 생활한 사람이니 이 정도 눈치는 있었다.연상은 딱 잘라 말했다.“볼일을 보고 계시니 곧 나오실 겁니다!”“그래. 마마가 있는 곳까지 안내하거라!”“안 됩니다! 마마께서는 볼일 보실 때 누가 방해하는 것을 싫어한단 말입니다!”연상은 최 상궁의 손을 꽉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두 사람이 업치락뒤치락할 때, 병풍 바깥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금 뭐 하고 있는 게냐!”유사양이었다.두 사람은 황급히 옷매무시를 수습하고 밖으로 나갔다.최 상궁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46화

    소욱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봉구안에게로 다가왔다.봉구안은 담담한 얼굴을 하고 오른손을 소매 안으로 감추었다.“신첩, 폐하를 뵙습니다.”“볼일을 다 보고 돌아온 건가.”소욱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예, 폐하.”봉구안의 담담한 대답에 소욱이 미간을 찡그리며 말했다.“피 냄새가 나는군.”봉구안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산적들의 피를 묻히고 목욕도 하지 않았으니 피 냄새가 나는 게 당연했다.그녀는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고서 힘없이 답했다.“그날… 이라서요.”소욱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자객이 영화궁 부근에서 출몰한 것이 이번이 두 번째였다.과연 이게 우연일까?사내의 손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고 그녀는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폐… 폐하!”그는 손가락으로 지그시 그녀의 손목 안쪽을 눌렀다.내력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봉구안은 몸을 바짝 긴장하고 가만히 있었다.그가 상처가 있는 오른손이 아닌 왼손을 잡아서 다행이었다.잠시 후, 소욱은 그녀를 풀어주었다.겉으로 보기에 황후는 내력이 전혀 없었다.그녀는 아예 무공을 모르거나 너무 강해서 내력을 감췄을 가능성도 있었다.봉구안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소욱을 의아하게 쳐다보며 물었다.“폐하, 왜 그런 눈으로 신첩을 보십니까? 혹시 신첩에게 묻고 싶은 거라도 있나요?”그리고 이때, 바깥에서 시위대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폐하, 자객을 발견했는데 자진궁 쪽으로 간 것 같습니다!”소리를 들은 소욱은 곧장 밖으로 나갔다.‘내 착각이겠지.’한 명은 수십 명의 금위군을 쓰러뜨린 무림고수이고 한 명은 춤이나 추고 시나 읊으며 살아온 세가의 여식이었다.둘 사이에는 아무런 접점이 없었다.한편, 연상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황후를 바라봤다.봉구안은 담담한 어조로 답했다.“가셨으니 이제 괜찮아.”“마마, 조금 전에 나타난 자객은 누구인가요?”“오백이야. 너도 전에 만난 적 있어.”“오 장군이셨군요! 그런데 그분은 본가에

Latest chapter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91화

    월래객잔.봉구안은 월래객잔에서 정원아를을 만났다.그녀는 몸이 쇠약해 침상에 누워 있었고, 두 명의 동문이 그녀를 돌보고 있었다.“부관장님…” 정원아는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차선아가 재빨리 다가가 그녀를 눕혔다.“그냥 가만히 누워 있어라.”정원아의 시선은 다른 사람들을 지나 봉구안에게 닿았다.“절 구한 게 당신이군요.”그녀는 지난밤 몸이 약해 의식이 흐릿했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만약 이 공자가 아니었더라면 그녀는 어떤 처참한 꼴을 당했을지 알 수 없었다.방 안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을 수는 없었다.그래서 소욱과 강림 등은 모두 방 밖에 있었다.강림은 팔짱을 끼고 소욱을 살피며 물었다.“당신은 대체 뭐요?”태창성의 수비군까지 동원할 수 있는 걸 보니, 보통의 강호 인물은 아닐 것이었다.소욱은 그에게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그의 시선은 마음이 딴 데 가 있는 듯 방 안으로 고정되어 있었다.한편, 옆에서 진한길은 황제의 건강이 몹시 걱정되었다.황제는 어젯밤 사건을 심문한 데 이어 지금은 봉구안을 따라 객잔까지 왔다.잠시도 쉬지 않고 있으니, 어찌 견딜 수 있을까?방 안.봉구안은 정원아에게 물었다.“널 납치한 게 누구냐, 기억하느냐?”정원아의 얼굴은 창백했고, 그녀는 기억을 더듬으며 천천히 말했다.“구부정한 허리의 노파였어요. 겉모습은 평범했어요.”“그 노파가 너에게 무슨 짓을 했느냐?” 봉구안은 계속 물었다.“그녀는… 저를 이용해 무공을 익히려 했어요. 무슨 사악한 무공인지 모르겠지만, 제 원기를 어지럽혀 내공을 잃게 했어요.”정원아는 단단히 찌푸린 미간을 풀지 못하며 차선아를 바라보았다.“부관장님, 반드시 그 노파를 잡아야 해요. 그녀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까 봐 두렵습니다.”차선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당연한 일이다.”봉구안은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그 노파에게 갇혀 있던 장소는 기억하느냐?”정원아는 고개를 저었다.“기억나지 않아요. 그날 그녀가 자리를 비운 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90화

    소욱은 어젯밤 내내 사건을 조사하며 심문하느라 피곤했지만, 봉구안을 볼 생각에 몸이 가뿐해지는 듯했다.그러나 그녀의 방에 도착한 순간, 봉구안과 차선아가 다정하게 붙어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말았다.봉구안은 차선아를 밀쳐내며 서둘러 해명했다.“오해예요.”사실 오해는 아니었다.다만 일이 성사되지 않았고, 불필요한 번거로움을 피하려면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소욱은 그렇게 쉽게 넘어갈 인물이 아니었다.그는 봉구안에게 다가가 날카롭고 냉정한 눈빛으로 차선아를 노려보며 물었다.“너, 방금 뭘 하려 했느냐.”너무 직설적인 질문이라 상대방의 체면 따위는 고려하지 않았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부끄러움에 몸 둘 바를 몰랐겠지만, 차선아는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그녀는 피하지도, 도망치지도 않고, 당당하게 자신의 행동을 인정했다.하지만 굳이 이 남자에게 해명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했다.“이건 저와 소환 간의 일입니다.”즉, 당신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라는 뜻이었다.소욱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뻔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 여자는 내가 간섭한다.”그는 봉구안을 향해 책망하듯 물었다.“저 자가 너를 농락하려 했는데 왜 밀어내지 않았느냐?”만약 자신이 제때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면, 정말로 입을 맞췄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이 여자는 왜 여자들에게 그리도 마음이 열려 있는 것인지!봉구안은 매우 진지하게 답했다.“밀어내려고 했는데, 그때 당신이 들어왔어요.”차선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소환이 왜 이 남자에게 굳이 해명을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게다가 내가 다가가서 입을 맞춘 걸 왜 농락이라 표현하지?’어젯밤 그녀는 이미 소환과 이 남자가 함께 있는 걸 목격했다.새로 사귄 친구인가 보구나 싶었지만, 그렇다면 친구로서의 선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차선아는 차분한 표정으로 가볍게 절을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전진파의 부관장 차선아입니다. 당신은?”소욱은 차갑게 대꾸했다.“소이라 한다.”그는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89화

    은육을 통해 몰래 지원군을 요청한 건 소욱의 지시였다.그 이유는 두 가지.첫째, 봉구안 때문이다.이 무자비한 투기장의 방식으로 봐선, 봉구안이 이기더라도 쉽게 투기장을 벗어날 수 없을 게 뻔했다.둘째, 백성들을 위해서였다.투기장의 잔혹함과 잔인함을 목격한 뒤로 소욱은 이미 결심했다. 이곳을 없애겠다고.이런 삐뚤어진 풍조를 방치한다면, 이는 곧 방조와 다름없으니까.태창의 수비대는 현재 황제의 얼굴을 알지 못했으나, 은육이 가지고 명패는 알아볼 수 있었다.해당 명패를 소지한 자는 지방 관리를 감찰하고, 지역 수비대를 지휘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은육이 이끌고 온 수비대는 약 3만 명.수비대의 장수인 백효지는 장창을 손에 쥔 채 분노에 차 소리쳤다.“전원 무기를 내려놓고,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라!”“명령을 거역하는 자, 즉시 처단한다!”그리하여 병사 절반은 투기장의 관중을 포위하고, 나머지 절반은 투기장을 봉쇄하며 내부 인원을 체포하기 시작했다.봉구안은 이 상황을 보자 팽팽히 당겨졌던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은육은 명패를 소지한 사람으로 가장하며, 소욱 일행을 군중에서 떼어내 안전한 곳으로 인도했다.소욱은 짙은 자주색과 검은색이 섞인 평복 차림이었다.겉보기엔 평범한 옷 같았지만, 고급스러운 소재가 그의 품격을 감추지 못했다.백효지는 황제의 얼굴을 알지 못했으나, 소욱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게다가 명패를 들고 있던 사람은 극히 평범한 옷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황제일 가능성은 현저히 적었다.틀림없이 자신의 호위무사를 대신 자신에게 보냈을 터였다.수비대장인 백효지는 그제야 다가와 소욱에게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말했다. “이곳은 저희가 처리하겠습니다. 먼저 역관으로 가셔서 편히 쉬십시오!”소욱은 곁눈질로 봉구안을 보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걸을 수 있겠느냐?”봉구안은 대부분 가벼운 외상이었고, 걷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 괜찮습니다.”소욱은 다시 은육에게 명령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88화

    봉구안이 시합에 오르기 전, 이미 도주 경로를 치밀하게 계획해 둔 상태였다.그녀는 스스로를 잘 알고 있었다.지금의 체력으로는 끝까지 버틸 수 없다는 걸.이런 식의 연속적인 시합은 애초에 공정이라 할 수 없었다.그래서 처음부터 그녀는 마지막까지 링을 지킬 생각이 없었다.이전까지의 시합은 단지 관중들이 그녀에게 돈을 걸게 만들고, 결국 투기장이 정원아를 풀어놓게끔 압박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강림은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전진파의 무리들과 함께 뛰고 있었다.속으로는 원망했다.‘소환, 이 녀석! 무슨 일이든 하기 전에 나한테 말이라도 좀 해줘야지!’그러나 봉구안은 누구에게도 설명할 수 없었다.그녀가 혼자서 정원아를 납치한다면, 투기장의 모든 시선은 자신에게만 집중될 것이다.하지만 동료가 끼어들면, 동료가 많아질수록 함께 도망칠 가능성은 줄어들 뿐이었다.이 사실을 차선아는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그래서 그녀는 칼을 뽑아 추격에 나섰다.“뻔뻔한 도둑놈아! 우리 전진파 제자를 돌려놔!”강림은 그제야 모든 걸 깨달았다.“그렇구나! 저 녀석이 그 꽃 도둑놈이었어! 나도 속은 거야!”봉구안은 정원아를 품에 안고 투기장을 빠져나왔다.밖은 온통 칠흑 같은 어둠이었고, 여기저기서 희미한 빛이 반짝였다.그러나 그 빛은 금세 커졌고, 가까이서 확인하니 그것은 모두 투기장 경비병들이었다.그들은 이미 빠르게 모여들어 횃불을 높이 들고 그녀를 에워쌌다.안쪽에서는 또 다른 추격대가 다가오고 있었다.봉구안은 눈을 번뜩이며 재빠르게 정원아를 뒤쫓아 나온 차선아에게 넘겼다.그리고 우상의 머리도 함께 건넸다.“가! 내가 뒤를 막을게!”그녀는 이미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더 멀리 달아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차선아는 눈빛이 흔들렸다.하지만 이 순간의 봉구안은 예전의 소환과 하나도 달라 보이지 않았다.상황이 급박했기에 망설일 틈이 없었다.차선아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정원아를 데리고 떠났다.전진파의 제자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87화

    우상이 죽었다.그의 몰락을 안타까워하는 이는 없었고, 사람들은 새로운 광란 속으로 빠져들었다.방금 전까지 망설이던 이들조차 연이어 소환에게 모든 것을 걸기 시작했다.강림은 온통 혼란스러웠다.이겼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비로소 눈을 떴다.그러곤 멍하니 물었다.“어떻게 한 거야? 소환은 방금까지만 해도 발밑에 깔려 있지 않았나?”멀지 않은 곳에서 차선아가 중얼거렸다.“살인사. 소환이 상대의 살인사를 썼어.”이미 의식을 차린 방민이 입을 열었다.“그뿐만이 아니야. 철선권도 썼어!”그래.그게 핵심이었다.살인사만으로는 상대할 수 없다.철선권은 살인사와 함께 사용해야지만 제대로 쓰일 수 있다.게다가 이미 사람들에게 노출된 살인사라면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었다.그리고 소환은 그 기회를 노렸던 것이었다.차선아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자신이라면 결코 시합 중에 상대의 기술을 관찰하고 복제하여 활용하지 못했을 것이다.이는 바로 그 유명한 말이 떠오르게 했다.타산지석, 나에게도 쓸 수 있는 돌이 될 수 있다.그리고 남의 창은 나의 검이 될 수 있다.철창이 천천히 내려왔다.소환은 그 안에서 우뚝 서 있었다.한 손에는 우상의 머리를 들고 있었다.그녀의 모습은 마치 곧은 소나무 같았고, 꺾이지 않는 지조를 지니고 있었다.마치 험난한 바위 틈새에서 자라는 능소화 같았다.어려움과 두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꽃처럼 말이다.사람들은 환호했지만, 소환은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의 각양각색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철창이 완전히 내려오고, 문이 열리자 소환은 우상의 옷을 찢어 그의 머리를 감쌌다.그리고 여전히 충격에 빠져 있는 사회자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미인을 내놔. 내가 이겼잖아.”사회자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이토록 무서운 사람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방금 전의 시합을, 관객은 자세히 보지 못했지만 그는 또렷하게 보았다.우상은 뛰어난 무술을 가졌고, 몰래 갑옷을 착용하여 칼과 창조차 통하지 않았다.하지만 소환은 정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86화

    우상은 봉구안의 신념을 한 걸음씩 부수기 시작하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소환, 넌 세상의 악인을 다 없애고 싶다지만, 너무 순진한 생각이야.”“너는 이 지하 투기장이 존재하는 걸 조정이 정말 모를 거라 믿어? 여기 관할하는 관리 중에서 이걸 묵인하지 않은 자가 누가 있겠느냐? 왜 그럴까?”“그들은 돈과 권력을 원하니까, 그리고 치적을 쌓고 싶으니까.”“그럼 넌? 넌 또 뭐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건데? 너 우리를 다 반짝이는 너를 돋보이게 하는 배경이라고 생각하지? 우리를 이겨서 더 많은 사람들이 너를 대영웅이라 칭송하기를 바라는 거겠지.”“하지만 내가 묻겠다.”“그렇게 말하는 정의란 도대체 뭐냐? 악인은 또 누구냐?”“내가 악인이라면, 죄악을 방조하는 조정은 악인이 아니겠냐?”“그래, 넌 날 죽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네가 사람 마음속의 악념까지 죽일 수 있겠느냐?”“내가 너한테 알려주지. 악념이 존재하는 한, 죄악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너 따위 필부가 뭔데 사람 본성을 상대로 싸운다는 거냐?”“넌 내가 악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도 선행을 해본 적 있다.”“예를 들면, 화살에 맞아 죽어가던 산토끼를 살려준 적도 있지.”“네가 말하는 ‘좋은 사람’들은 어떤가? 그들도 악행을 저지르지 않은 자가 누가 있겠냐?”“악념 하나 품지 않은 사람이 있겠냐? 칠정육욕 아래 완벽한 인간이란 없단다.”“소환, 넌 다른 사람들에게 너무 엄격해. 그건 정의가 아니야…”철창 밖, 차선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눈썹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소환, 제발 이겨야 해!’강림은 돈주머니를 단단히 움켜쥐고 속으로 빌고 있었다.‘제발, 소환만 무사하면 십 년 동안 뭐든 다 망해도 상관없어!’소환에게 돈을 건 관중들도 흥분하기 시작했다.그는 지금 우상에게 짓밟힐 위기였고, 사람들은 소리쳤다.“내가 쟤한테 돈을 걸었으면 안 됐어!”“야, 네가 이기라고 했잖아! 빨리 일어나라고!”“야, 이기든 지든 너무 보기 안 좋잖아!”“잠깐… 뭐야? 무슨 일이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85화

    우상이 철창 안으로 들어섰다. 마치 자신의 집 마당이라도 되는 양 느긋하게 걸음을 옮겼다. 이곳을 시합장으로 여기는 기색은 전혀 없었다.철창 문이 닫히고서도,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며 봉구안에게 물었다.“소환, 저것들 봐라. 니가 이길 거라 믿는 사람이 있긴 한 거지?”봉구안은 냉정한 얼굴로 대답을 삼켰다.그 순간, 철창이 천천히 끌어올려졌다. 땅에서 떨어진 철창은 하늘 중간쯤에 멈췄다.그 후에도 우상은 움직이지 않았다.두 손을 등 뒤로 깍지 낀 채, 마치 어른이 어린아이를 타이르듯 설교하듯 말했다.“소환, 넌 여전하구나. 아직도 저렇게 젊은 혈기로 설쳐대다니.”“이런 식으로 싸우면 안 되잖아.”“내가 네 속셈 모를 줄 아나? 네가 원하는 건 입맞춤 따위가 아니잖아. 너는 이 기회를 틈타 정원아란 계집을 구하려는 거겠지.”봉구안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둘이 철창 안에서 주고받는 말은 관중들에겐 들리지 않았다.우상은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럽게 속삭였다.“걱정 마라. 내가 굳이 이걸 폭로하진 않을 테니까. 그렇지 않으면, 이 싸움이 뭐가 재밌겠어? 반 시진 동안, 내가 쓰러지든지, 아니면 네가 죽든지... 난 이곳에서 너와 끝장을 볼 거야.”그가 머리를 살짝 기울이며 웃음을 지은 순간, 손에 힘을 모아 공격을 날렸다.봉구안은 날렵하게 몸을 비틀어 피했다.우상의 공격이 허공을 가르자,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말했다.“오… 좀 실력이 늘었네?”이어지는 두 번째 공격.이번엔 번개같이 빠르고 맹렬했다.봉구안이 또 한 번 피했지만, 이번엔 처음처럼 여유롭지 않았다.우상은 여전히 웃었다.“보아하니, 실력이 꽤 늘었구먼.”그는 마음을 무너뜨리는 데서부터 싸움을 시작했다.관중석은 숨을 죽인 채 철창을 응시했다.봉구안은 우상을 보며 그가 저지른 모든 악행들을 떠올렸다.그녀의 분노가 타올랐다. 주먹을 꽉 쥐며 공격에 나섰다.그러나, 그녀의 주먹이 그의 몸에 닿자, 아파한 것은 오히려 그녀 자신이었다.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84화

    강림은 멍하니 우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평범하게 생긴 남자, 군중 속에 섞이면 금세 찾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남자를…“무림맹이 처음 설립될 당시, 강호에 세 명의 악귀가 나타났는데, 우상이 바로 그들 중 우두머리였소.”“그들은 소림의 속가 제자로, 방화와 약탈, 강탈, 살인을 일삼으며 악행을 저질렀지. 무림맹은 이 세 사람을 제거하기 위해 숭화산에서의 결전을 벌였소.”“그 전투에서 무림맹은 합심하여 두 명의 악귀를 처치했지만, 우상의 무공은 너무 강해서 그만 도망치고 말았소.”“소환은 그 전투에서 중상을 입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 우상은 동방세의 신부를 납치했소…”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강림은 그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여전히 몸이 오싹해졌다.평소 장난스럽고 가벼운 그의 태도와는 달리, 그는 잠시 멈칫하며 목이 메인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저 놈은 동방세의 부인을 토막으로 나눠서 매일 한 조각씩 보냈었소. 그 일로 동방세는 거의 미쳐버릴 뻔하였소.”“나중에 소환이 우상을 찾아내 결투를 벌였지만, 그 싸움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오. 다만, 그 싸움에서 소환이 패배했다는 것만 알려졌소.”“소환은 원래도 부맹주라는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 싸움 이후로는 아예 무림맹을 떠나버렸소.”“그 후 몇 년 동안 동방세는 계속 우상을 찾아다녔는데, 오늘 여기서 저 놈을 보게 될 줄이야.”강림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갑게 변했다.그는 그 시절 겨우 열몇 살의 어린 소년으로, 무공도 대단치 않았고, 고작 곁에서 한마디 거들며 허세나 부리던 아이에 불과했다.그러나 우상의 잔혹함은 그의 두 눈으로 직접 본 것이었다.동방세의 부인의 죽음은 지금도 무림맹이 씻을 수 없는 치욕이었다.그것은 분명히 소환의 가슴 속 깊이 박힌 한 가시일 터였다.강림은 지금이라도 소환과 함께 우상을 죽이고 싶었다.그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소욱의 마음도 무거워졌다.그는 봉구안의 과거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그 모든 풍류와 연애는 그녀가 겪은 수많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683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함을 쳤다.“보여줘! 보여주라고!”“제기랄, 우리 이렇게 많이 네 승리에 돈을 걸었는데 네가 기권하면 우린 다 쫄딱 망한다고!”“정원아를 어서 끌어내! 나도 그 여자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보고 싶으니 말이야!”봉구안의 한 마디가 사람들을 불안하고 동요하게 만들었다.사회자는 그들을 진정시키려 애썼다.“조용, 조용! 다들 조용하시오!”“여러분에게 보장하겠소. 정원아는 분명 살아 있으니 어서 진정하시오…”봉구안은 단호하고 냉랭하게 말했다.“정원아의 얼굴을 보지 못하면, 저는 경기를 포기하겠습니다.”그녀가 두 판을 연달아 이긴 후, 그녀에게 돈을 건 사람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이 시점에서 포기한다면 그들의 이익에 손해를 끼치는 셈이었다.사람들은 그녀를 따라 외치기 시작했다.“정원아를 끌어내라!”“맞아, 안 그러면 우린 돈 돌려달라고 할 거야!”천 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외치는 소리에 사회자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갔다.그는 슬며시 자리를 떠나 비밀문으로 들어가 안쪽에서 상부에 보고를 올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가 다시 나타났다.“좋소. 우리 주인께서 말씀하시길, 정원아를 먼저 데리고 나와 여러분에게 보여줄 수 있다고 하셨소.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실 수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 보시오! 다만, 여러분들은 추가로 돈을 더 걸어야 할 것이오!”관중들은 일제히 환호했다.“좋아!”전진파의 사람들은 얼굴이 굳었다.그들 또한 정원아의 상태가 어떤지 알고 싶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높은 곳에서 다시 철창 하나가 내려왔다.이번 철창은 조금 작았다.안에는 하얀 옷을 입은 여인이 있었고, 그녀는 힘없이 구석에 기대어 있었다.철창이 땅에 닿자, 전진파의 제자들이 애타게 그녀를 불렀다.“원아! 정원아!”“사매님!”희미하게 정신이 든 정원아가 눈을 떴다.“다행이다, 부관장님! 사매가 아직 살아 있습니다!”사회자는 봉구안을 향해 물었다.“어떻소?”그는 곧바로 신호를 보내 철창을 다시 올리려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