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의 공기가 휘어지며 공간이 찢겨나갔다.우소천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는 피하지도 저항하지도 않았다. 그저 그 검기가 자기 몸을 강타하도록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검기에 맞은 후 그의 안색이 급격히 변했다.그 검광은 그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우소천은 무엇인가가 그의 가슴을 찢는다는 느낌을 받고 그 뒤는 없었다.쾅!우소천의 몸이 순식간에 터져나갔다. 이보다 더 처참하게 죽을 수는 없었다. 죽을 때조차도 자신이 어떻게 죽는지 몰랐다.기세등등하던 우소천이 이선우에게 단칼에 죽은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라움에 눈과 입을 크게 벌릴 수밖에 없었다.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결말이었다. 처음에는 우소천에게 상처도 낼 수없는 이선우였는데 말이다.비록 마음이 흔들렸지만, 그들은 모두 이선우를 믿기로 선택했었다.그들의 예상은 현재 벌어진 상황과 완전히 달랐다. 이선우가 우소천을 이길 수 있다고 믿고 있었고, 우소천의 육체적 방어를 깨뜨릴 수 있다고 믿었지만 결코 이렇게 가볍고 쉽게 가능하다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정말 그들의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터무니없는 상황이었다.이때 모든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이선우가 아직 얼마나 많은 실력을 숨기고 있을까라는 생각이 퍼뜩 떠올랐다. 이선우 실력의 정점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아미타불, 이 시주님. 정말 매번 저희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시네요. 이번 검에는 도가 담겨있는 것 같습니다. 도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저희도 시주님이 실력을 감추고 있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짐작했지만 이렇게 강한 실력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어린 스님은 이선우의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다른 사람들도 이선우에 대한 존경심이 더 깊어지는 순간이었다.그들은 우소천이 얼마나 강한 육체적 방어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모두 체험해 본 적이 있었다. 하여 그들이 보기에는 천공성에 있는 몇몇 강자를 제외하고는 우소천의 방어를 깨뜨릴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당연히 이전의 최은영은 제외였다.이선우는
그와 동시에 전체 공간이 다시 한번 격렬하게 진동하더니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가 걸어 나왔다.그 구미호가 바로 주소요의 본체였다.주소요의 본체를 마주한 이선우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의 본체는 커도 너무 컸다.몸길이가 대략 10미터 정도 됐는데 온몸의 털은 보라색이었고, 그녀의 눈동자도 같은 보라색이었다.구미호의 꼬리는 몹시 예뻤다. 흩어진 꼬리들은 마치 공작새의 깃털 같았다.이선우가 감탄하고 있을 때 주소요는 본체에서 인간화했다.인간화한 주소요는 분신보다 더 예쁘고 분위기 있었는데 여우라고 칭할 만했다.그녀의 자색 동공에서 비쳐 나오는 매혹술은 놀라웠다. 비록 미리 대비한 이선우였지만 여전히 그녀의 매혹술에 통제당했다.한순간 이선우의 시야에 요염한 몸매를 가진 여인이 나타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선우는 주소요의 매혹술을 벗어났다.그 장면을 본 주소요의 얼굴에 놀라움의 기색이 스쳤다. 그녀는 죽일 듯이 이선우를 바라보며 요염하게 웃었다.“너 같은 놈이 내 매혹술의 영향을 안 받을 줄은 몰랐구나. 아니, 이렇게 빨리 매혹술을 떨쳐내다니 놀랍구나. 네 경지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네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농후한 걸로 보면 너의 실력은 내 생각보다 뛰어나다는 말이겠지. 그러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겠지. 하지만 실력만으로 부족하다. 젊은이, 준비는 됐어? 이제 시작이야.”주소요가 가볍게 발끝을 세우자, 그녀는 이선우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었다.그와 동시에 전체 공간의 색이 적동색으로 변하며 공기 중에 색다른 향이 풍겨왔다.이어 핑크빛 가루가 쏟아져 나왔다. 이선우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몰랐는데 그의 뒤에 있던 사람들은 이미 줄줄이 당하고 있었다.하나둘 옷을 벗더니 두 사람씩 끌어안고는 진한 스킨십을 나누는 사람들도 생겨났다.어린 스님의 얼굴이 붉어졌다. 그는 자연히 이 상황이 주소요가 부린 환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외에 매혹술까지 더해져 이전보다 더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미리 마음의 준비
검이 또 한 번 내질러 지며 주소요의 두 꼬리가 잘려 나갔다.두 꼬리가 사라지자 주소요가 사람들에게 가했던 매혹술이 훨씬 약해졌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 이선우와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그녀는 이내 먼 곳에 있던 문 근처로 후퇴하고 남은 7개의 꼬리를 모두 회수했다.잘린 두 개의 꼬리를 보는 주소요의 마음속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이를 악물고 이선우를 노려보았다.“죽일 놈의 인간! 감히 두 꼬리를 잘라? 정말 살고 싶지 않은가 보구나!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서 구미호로 진화했는지 알아? 매 꼬리가 나한테 무슨 의미인지 아냐고! 죽일 놈의 인간! 가만두지 않겠다.”이전의 주소요는 계속 실력을 숨기고 있었다. 그녀의 전력을 꺼내야 할 만큼 이선우가 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여우 일족으로 구미호가 되는 건 극한에 다다른 성과였다. 더 앞으로 진화하고 실력을 더 향상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하지만 아홉 개의 꼬리가 잘리지 않는 동시에 인간의 비술을 수련하면 끊임없이 경지를 향상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인간 남자와 정을 나눈다거나 하는 행위가 있었다.하여 이선우를 만나고 난 후 얼굴도 잘생겼고 실력도 괜찮은 듯하여 적합한 상대라는 생각이 들었다.더 중요한 사실은 이선우가 잠자리에서도 굉장한 능력이 있을 듯하여 끊임없는 그녀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만 같았다.하여 그녀는 지금까지 전력을 다하지 않았고 그저 환술만으로 이선우를 굴복시키고 싶었다.생각지도 못하게 이선우한테 두 꼬리가 잘린 그녀는 이제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두 꼬리가 잘린 그녀의 실력은 최소한 30%가 줄어들었다.그녀에게 치명적인 상황이었다.이선우와 동귀어진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러한 원수에게는 꼭 복수를 해야 했다.한순간 주위에 다시 한번 공포스러운 보라색 기운이 풍겨왔다. 그와 동시에 주소요도 여우와 인간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고 있었다.그녀는 자신의 영혼과 수명을 태우는 일도 불사했다. 주소요의 목적은 이선우
이어 청색 두루마기를 입은 중년 남성이 대문을 나서며 이선우를 향해 손바닥을 내지르고 있었다.쾅 하는 소리와 함께 이선우가 날려갔다. 멈춰 선 그의 입가로 선혈이 흘러나왔다.그 순간 이선우의 안색은 더 없이 어두워져 있었다.그 남자는 엄청 강했는데 사용하는 수법이나 공법이 매우 기이했다이선우는 한순간 그 어떠한 허점과 속임수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상황이 그의 표정을 저도 모르게 굳게 만들었다.청색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는 이선우를 바라보며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그저 그렇네. 난 또 얼마나 강한 사람인가 했어. 공격해 봐. 세 수 안에 네 목을 취하겠다.”말을 마친 남자는 더 이상 이선우를 신경 쓰지 않고 손을 주소요의 어깨에 올려 진기를 그녀의 체내로 주입해 주었다.“네 매혹술로 적을 상대하지 말라고 말했지. 이제 네 실력이 얼마나 약한지 알겠지?”주소요는 인정하지 않았다.“나 여우야! 매혹술을 안 쓰면 뭐 하라고? 그리고 네가 뭔데 내 실력이 약하다고 하는 거야? 당시에 네가 어떤 모습으로 져서 내 치마폭에 들어왔는지는 잊은 거야?”청색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지며 자신도 모르게 경련을 일으켰다.그는 주소요의 매혹술에 걸려 처참한 모습으로 패배했기에 뭐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그때 그는 하마터면 몸을 잃을 뻔했다.비록 지금의 주소요는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하지만 당시 주소요가 매혹술로 그를 패배시켰던 장면을 떠올릴 때마다 그는 여전히 몸을 흠칫 떨었다.“흥, 할 말 없지? 아직 비장의 카드는 꺼내지도 않았어! 꺼냈으면 저놈도 내 치마 밑에 무릎을 꿇었을 거야! 아까 나를 아주 처참하게 때렸어! 그러니까 나 대신 저놈 잘 좀 혼내줘. 하지만 죽이지는 마. 괜찮은 남자야. 쟤랑 수련해서 정기를 흡수할 거야. 아니면 이분을 삭힐 수 없어!”말하는 순간 조소요의 온몸에서 도발적인 향이 풍기더니 이내 인간형으로 변했다.청색 두루마기를 입은 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단 몇 알을 던져주고는 그녀를 외면한 채 이선
이선우가 말하고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체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두 시간이 지나자 이선우의 체력은 이미 완벽히 회복했다. 하지만 체내의 진기는 아직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자연히 전투력도 정상으로 회복하지 못했는데 90% 정도는 회복된 상태였다.비록 전투력은 90% 정도만 회복했지만 그의 경지는 이전보다 훨씬 많이 향상되어 있었다.두 시간의 회복 기간 이선우는 검도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도 얻었다.이선우는 이제 검도에 대해 깨달음을 얻을 때마다 경지가 향상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그 발견은 이선우를 매우 놀라게 하고 흥분시켰고 그가 검도의 길을 걸어야겠다는 마음을 더 확신시켰다.그 순간 그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이 이전보다 더 깊어졌는데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확연히 눈에 띄었다.그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특히 어린 스님이 그랬다. 비록 그와 이선우가 함께 지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선우의 천재성과 불굴의 검도에 대한 깨달음은 잘 알고 있었다.비록 얼마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이선우는 불굴의 검도에 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이전에 얻은 깨달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하여 일행들도 얼마간 깨달음을 얻긴했지만 도의 문턱에 닿으려면 아직 많이 부족했다.이선우에 비한다면 그들은 모두 이 세상에 살 자격도, 계속 앞으로 나아갈 자격도 없다고 느껴졌다.상대적인 박탈감은 심했다.“아미타불, 이 시주님은 정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났습니다. 짧디짧은 두 시간 사이에 불굴의 검도에 관해 또 새로운 깨달음을 얻다니요. 이러면 정말 사람들에게 맞기 쉽습니다. 저희도 살길 좀 주세요. 희망도 좀 주시고요.”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선배님. 제발 사람다운 모습을 보여주세요! 지금 재능은 혀를 내두를 정도예요! 저희 지금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두부에 부딪혀 죽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모두 제각기 표정이 울상인 채로 입을 열었다.이선우가 사람들을 바라보며 얼른 위로의 말을 내뱉었다.“자신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천부적인
수라감옥, 이곳은 그 어떤 나라도 감히 범접할수 없는 곳이다. 그 어느 나라의 관할도 받지 않고 있는 이곳에는 흉악하고 잔인하기로 소문난 범죄자들만 가득 수감되어 있었다. 그 인원이 얼마나 거대한지 오죽하면 수라감옥의 범죄자들이 함께 발을 구르면 온 세상이 흔들린다는 소문까지 돌 지경이었다. 하지만 그 어느 국가도 이곳을 관리할 엄두를 못 내는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었다. 바로 현재 수감 중인 이선우때문이었다. 지금 이 순간도 백 명이 넘는 범죄자들이 이선우 앞에 꿇어앉은 채 그를 공손히 모시며 헤어지기를 아쉬워하고 있었다. 오늘이 이선우가 출소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형님, 이건 제가 소유한 아이슬란드 쪽 땅의 전부 재산입니다. 고작 500억 달러밖에 안되지만 받아주십시오. 그동안 챙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형님, 전 오성그룹 주식의 50% 정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1000억 달러정도 될 겁니다. 이거라도 제발 받아주십시오!” “형님, 로스차일드가에서 발행한 한정판 카드입니다. 전 세계에 세장밖에 없고 가치는 500억 달러정도 됩니다. 이 카드 한 장만으로 세계 5대 재벌들의 100억 달러 정도 되는 대출금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형님, 전 가진 게 하나도 없는 몸이라 고작 이 영패와 쌍둥이 딸밖에…” “형님, 저는 5만 명 정도 되는 병사를 형님한테 드리겠습니다.” … “뭐 하는 거야? 내가 뭐 이 딴것들 뺏기라도 한댔어? 왜, 나가서 굶어 죽을까 봐?” “아닙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형님!” 모든 사람들이 두려워하며 몸을 숙였다. “그래, 이만 가볼게. 다들 얌전히 있어. 내 손에 너희들중 누구의 피도 묻히고 싶지 않으니까.”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가 잘 지키고 있겠습니다!” 몇 분 후, 이선우가 감옥밖으로 나왔다. “니들이 왜 여기 있냐?” 이선우가 감옥의 대문을 열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와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는 세 사람이 있었다. “스승님, 모시러 왔습니다.” 이선
방안에서 주현호는 아직도 분에 겨워 씩씩대고 있었다. “이선우 내가 죽여버릴 거야. 5년 전 그때 죽였어야 했어.” “감히 돈을 돌려달라고 해? 딱 기다려. 내가 어떻게 하나.” 부잣집 도련님으로 살아온 주현호는 이런 모욕감을 견디지 못했다. 양지은도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아까 맞은 얼굴은 이미 멍들어 있었다. 양지은네도 그다지 잘 사는 편이 아니었었다. 하지만 주현호와 만나고 난 뒤 사업도 굉장히 잘 풀리기 시작하면서 발전속도가 굉장히 빨라지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니 그녀는 한 푼도 이선우에게 줄 수 없었다. “자기야 안심해, 저런 놈 하나 죽이는 건 일도 아니야. 죽이지 못하더라도 다시 감옥에 집어넣으면 그만이야. 이선우 엄마가 교외 쪽에 산다고 했지? 우리 부하들이 관리하는 곳이니까 일단 걔네한테 연락해서 엄마부터 장애인으로 만들어 버려야겠어.” 주현호가 전화를 걸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또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주현호 아버지로부터 온 전화였다. 전화를 끊고 난 주현호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양지은에게 말했다. “아빠한테서 온 전화야. 둘째 삼촌이 곧 올 거라고 했어. 둘째 삼촌이 말하기를 부대에서 백조라고 불리는 새로 임명된 전쟁여신이 양성으로 오고 있대. 그래서 내일 아침 일찍 집에 가봐야 할 것 같아.” “둘째 삼촌이랑 그 전쟁여신님을 만나러 가야 하거든. 우리 삼촌도 전쟁 영웅이셔. 이건 우리 가문이 일떠설 기회야. 전쟁여신이라 불리는 그분의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이제 우리도 귀족가문으로 거듭날지도 몰라” “아, 그리고 삼촌이 허락하셨어. 직접 백조님한테 우리 결혼식 주례 좀 봐달라고 부탁해 주실 거래.” 양지은은 그 말을 듣자 너무 기뻐하며 주현호에게 입을 맞췄다. “진짜? 오빠가 최고야. 근데 그 백조님 신분이 삼촌분보다 높은 거야?” “당연하지, 우리 삼촌이 영웅이라면 그분은 신이야. 그것도 별을 7개나 단 신이시라고. 같은 레벨이 아니야.” 양지은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굉장히 짜릿하
그녀는 도대체 누구인 걸까? 이선우는 첫눈에 그녀의 외모와 몸매에 놀라긴 했으나 그보다도 그녀의 깊은 상처가 신경 쓰였다. 무술인이 틀림없었다. 최은영은 그런 이선우의 시선을 인식하지 못한 채 침대에 앉으며 물컵을 건넸다. 이선우는 물컵을 건네받고는 벌컥벌컥 들이켰다. 최은영이 그제야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이선우 씨, 전 최은영이라고 해요. 당신 약혼녀고요.” “네? 약혼녀요?” 이선우는 상황판단이 안 돼서 멍하니 최은영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때 최은영이 갑자기 그의 품에 안겼다. “사실 어제 절 당신께 드리려고 했어요. 근데 술을 너무 많이 드셔서 인사불성이신 상태시더라고요. 이제 술도 깨셨고 오늘 날씨도 좋으니까 지금이 기회인 거 아닐까요?” 최은영은 말을 마치고 바로 이선우에게 입을 맞췄다. 이선우는 놀라서 최은영의 어깨를 잡고 그녀를 밀어냈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일단 진정하세요. 먼저 대화부터 나눠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약혼녀라고 하시는데 전 약혼을 한 적이 없어요. 저 그렇게 쉬운 사람 아닙니다.” 최은영은 그 말에 발끈했다. “그럼 전 쉬운 여자라는 건가요? 좋아요, 어떤 게 쉬운 건지 알려드릴게요.” 그녀는 이선우를 덮치고는 그의 볼을 잡고 입을 맞췄다. 그녀는 진심으로 화가 났다. 전쟁터에서 신이라고 불리던 자신이 거절당한 것도 모자라서 쉬운 여자라는 취급을 받는 것이 참을 수 없게 분했다. 그 시각 이선우는 거칠게 입을 맞춰오는 최은영을 차마 밀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몸을 뒤집어 그녀의 몸 위에 올라타는 방식으로 제압할까도 잠깐 생각했지만 최은영 몸에 난 상처가 떠올라 차마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는 다시 한번 힘껏 그녀를 밀어내며 말했다. “죄송해요, 일단 화내지 마세요. 제 말을 오해하신 것 같아요. 전 그런 뜻으로 얘기한 게 아니었어요. 상처도 깊으시면서 왜 이러시는 거예요. 목숨이 아깝지도 않아요?” “제 상처를 보셨다고요?” 최은영이 깜짝 놀라 물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