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신은 허공에 균열을 일으킬 수 있었고 신령은 새로운 공간을 개척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백리는 바로 그 반신의 경지에 오르려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백리는 이번 일에 대해 확실한 자신은 없었다. 다만 백리는 자신이 반드시 반신의 경지에 올라야 한다는 강렬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갑판 위의 백리가 이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먼 바다 위의 하천 쪽에서는 갑자기 굉음이 들려왔다. 원래 허공 중에 생겼던 균열은 점점 더 커졌고 그 안에서는 갑자기 하얀 무언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멀리서 보면 마치 무한한 힘을 가진 홍수가 밀려오는 것 같았는데 조금씩 균열이 일던 허공은 철저히 부서졌고 그 속의 홍수는 천지를 뒤덮을 듯 분출되었다. 순간 하천은 쏜살같이 후퇴했고 허공에서 분출된 그 파도는 미친 듯이 그를 쫓아왔다. 부서진 허공 속에서 용솟음치는 홍수는 하천과 같은 반신조차도 쉽게 당해낼 수 없었다. 이때 빠르게 후퇴하는 하천과 함께 백리도 당황하고 말았는데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거렸다. 그런데 사실 부서진 허공 속에서 분출되는 것은 홍수가 아니라 바로 하얀 검기였다. 다만 그 검기가 너무 많았기에 한데 뒤엉켜 결국 홍수처럼 보이는 것이었다.“세상에!” 줄곧 침착하던 백리도 이 장면을 보고 크게 놀랐다. 심지어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가져야 만이 검기를 모아 이런 엄청난 홍수를 일으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때 하천도 눈앞의 장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이건 그가 반신의 경지에 오른 후 본 가장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그리고 하천은 이미 이 홍수는 이 세상 사람이 시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이건 분명 고대의 신령이 부린 수단이 확실했는데 바로 검기로 홍수를 만드는 방법으로 검벽의 입구를 막아놓은 것이었다. 때문에 누군가 검벽에 진입하려 할 때면 바로 이 검기로 이루어진 홍수가 그들이 마주할 첫번째 난관이었다. 만약 고대 신령이 이 검기로 입구를 막아놓은 지 얼마되지 않았더라면 하천은 절대 눈앞의 상황을
“빨리 뛰어!” 백조는 무언가 발견한 듯 백리에게 소리쳤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그 검벽의 상공에는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들었고 삽시간에 그 검벽 전체는 천둥번개가 난무했다. “아!!!” 이때 그 검벽 위에서는 백조의 고통스러운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백조는 그 검벽에서 벗어나더니 몸은 온통 검기로 뒤덮인 채 백리와 하천 쪽으로 날아왔다. 크르릉- 이때의 백조는 이미 눈이 핏빛으로 물들어 버렸고 당장이라도 눈 앞의 두 사람을 삼켜버릴 것만 같았다. “안 돼. 백조가 무언가에 통제된 것 같아.” 백리는 깜짝 놀랐고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얼른 피해야 합니다.” 하천은 백리를 뒤에서 감쌌고 삽시간에 패도진기를 온몸에서 끌어냈다. “당신이 어떤 괴물이든 간에 상관없어. 반드시 죽여주겠어.” 하천의 외침 소리와 함께 그의 몸에는 황금색 빛줄기가 뿜어져 나와 그의 온몸을 감쌌다. 이때 백조는 온몸이 검기로 뒤덮인 채 험상궂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르릉- 하늘에서는 천둥과 번개가 울리고 있었고 아래에는 각종 광포한 검기가 난무하고 있었는데 백조는 엄청난 속도로 하천을 향해 돌진했다. “이리 와봐!!!” 하천은 조금도 피할 생각이 없어 보였고 곧바로 천궐도로 백조가 발사한 검기를 막아버렸다. 챙강- 삽시간에 허공에는 검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로 가득 찼고 엄청난 검기가 두 사람을 둘러싸고 회전했다. 잠시 후 그 검기들은 다시 거대한 소용돌이가 되어 두 사람을 뒤덮고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 이 엄청난 검기의 여파로 한쪽에 있던 백리는 끊임없이 뒤로 밀려났는데 온몸에는 검기로 인해 많은 상처가 나버렸다. 하지만 백리는 몸에 난 상처는 신경 쓸 겨를도 없었고 공중에 형성된 소용돌이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하천과 백조는 모두 그 소용돌이 속에 뒤덮여 버렸는데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 지 도저히 감 잡을 수 없었다. 몇 분 후 공중에는 엄청난 폭음이 들려왔고 수많은 검들이 산산이 부서져 천지를 뒤
말을 마친 후 백조의 몸에서는 흰색 빛줄기가 폭발했고 그의 옷소매에서는 검 한 자루가 날아오르더니 그의 발 밑에 떨어졌다. 곧이어 백조는 백리를 데리고 그 검 위에 올랐는데 검은 흰 빛을 발산하더니 순식간에 저공에 떠올라 검벽의 방향으로 날아갔다. 어검비선.” 이때 하천은 백조가 전설 속의 그 어검비선을 구사하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사실 하천도 진기를 이용하여 저공에 날아오를 수 있었지만 백조가 방금 구사한 그 어검비선은 하천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기술이었다. 백조가 어검비선을 이용하여 검벽으로 날아가는 속도는 방금 하천이 백리와 걸어가는 속도보다 훨씬 더 빨랐다. 이때 검벽에는 고대 신령의 영혼이 사라지긴 했지만 여전히 무수한 검기가 두 사람을 향해 발사되었고 두 사람이 검벽 너머로 접근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백조와 백리는 끊임없이 날아오는 검기를 계속 막아냈지만 뒤로 갈 수록 그 검기는 더욱 강해졌다. 그렇게 두 사람이 겨우 검벽 아래에 도착했을 때는 무려 3시간이나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세 시간 후, 두 사람은 마침내 검벽 아래에 도착했고 이때의 두 사람은 이미 모두 상처투성이가 되어버렸다. 백조는 고개를 들어 검벽 꼭대기를 가리키며 매우 허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백리, 이제 백씨 가문의 운명은 모두 너에게 달렸어. 저기 검벽 꼭대기가 보이느냐? 네가 저기를 맨발로 올라갈 수만 있다면 반신이 될 수 있어.” 백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갑자기 한 줄기의 횡포한 검기가 검벽에서 튀어나와 백조의 가슴에 맞혔다. 순간 백조는 한 줌의 피를 뿜어내며 거꾸로 날아올랐는데 이 상황을 본 하천은 바로 몸을 날려 백조를 잡았고 다시 평온하게 착지했다. 이때의 백조는 더욱 허약해 보였고 얼굴 전체는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백조에게 남은 시간이 점점 줄어가고 있다는 신호였고 지금 백조의 상태를 보면서 하천도 매우 걱정되었다. “백조 선배님, 괜찮으신 겁니까?” 말하면서 하천은 마치 큰 결정을 내린 듯 자신의 손목 보호대에 보관해 두었던
순간 백리의 온몸에는 전류가 흘렀고 미친 듯이 경련을 일으켰다. 뿐만 아니라 백리는 그 검벽 위에 붙은 채 두 눈을 감고 있었는데 만약 그가 두 손을 꿈틀거리지 않았다면 하천은 심지어 그가 죽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백리가 검벽과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그가 받는 고통도 점점 커졌고 상처 또한 더욱 심해져 갔다. 이 모습을 본 하천은 주먹을 꽉 쥐었다. 심지어 하천은 3일간 눈을 붙이지 않았는데 매 순간 백리 쪽을 주시하며 그를 응원하고 있었다. “백리, 꼭 올라가야만 해.” “절대 포기하면 안 돼.” “제발, 제발 올라가야 해.” 시간은 계속 흘렀고 7일째 되는 날이었다. 우르릉-한바탕 귀가 찢어질 듯한 천둥소리가 갑자기 이 공간에 울려 퍼졌고 엄청난 공포에 하천도 온몸이 떨려왔다. 바로 백리가 검벽 가장 꼭대기의 그 날카로운 칼날을 잡은 것이었다. 그 칼날을 잡은 백리의 두 손에는 피가 철철 흘렀고 피는 그의 팔을 따라 그의 온몸을 적셨다. “으아아아악!!!” 며칠 동안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던 백리가 귀청이 터질 듯이 포효를 했는데 이 포효는 마치 그가 그동안 겪은 모든 고통과 원망을 털어내는 것 같았다. 슈슈슉- 곧이어 백리는 곧장 그 칼날을 잡고 검벽의 정상으로 뛰어올랐다. “성공이야!” 하천은 주먹을 불끈 쥐더니 백조 쪽으로 다가가 말했다. “백조 선배님, 일어나 보세요. 해냈어요! 형님이 검벽에 올랐다고요.” 깊은 잠에 들어있던 백조는 열심히 두 눈을 뜨기 시작했고 만신창이가 된 채 검벽에 서있는 백리를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성공했구나!” 백조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말했다. 이때 무수한 검들이 검벽의 꼭대기에 우뚝 솟은 백리를 향해 발사되었다. 그러자 백리가 외쳤다. “검기들이여! 나를 반신의 경지로 이끌어라!” 챙챙챙- 순간 엄청난 검기가 백리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고 그를 향해 발사되던 검들을 전부 부숴버렸다. 그리고 그 검벽에서 하얀 기운이 쏟아져 나왔는데 백리의 주위를 감싸고 맴돌았다.
동시에 고대 무림계의 많은 세력들과 각 세가들도 전부 백씨 가문에 제사를 지내려 몰려 들기 시작했는데 그들이 정말 온전히 제사를 지내러 온 것인지 아니면 다른 속셈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때 하천과 백리도 관을 메고 천천히 백씨 가문의 대문으로 향했다. 백우상과 백고흥 등 백씨 가문 가족들은 이미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온 가문은 슬픔에 젖어 있었다. 뿐만 아니라 백씨 가문 전체에는 백릉을 달았고 모든 이들은 전부 흰 색의 상복을 입고 있었다.그리고 백리가 관을 메고 백씨 가문의 대문으로 들어갔을 때 모든 사람들은 무릎을 꿇은 채 통곡하기 시작했다. “백조님,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바랍니다.” “백조님,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바랍니다.” “백조님, 부디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바랍니다.” 연거푸 울려 퍼지는 사람들의 통곡 소리에 심지어 백리 조차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뒤 따라오던 하천은 긴 한숨을 쉬었고 함께 슬픈 감정에 잠겼다. 백조의 시신이 빈소에 들어서자 고대 무림계의 여러 사람들도 모두 백조를 추모하기 시작했다. 백조가 세상을 뜬 것은 고대 무림계의 한 반신이 사라진 것으로 매우 큰 일이었기에 고대 무림계의 수많은 권력자들도 몰려들었는데 여기에는 다른 세가의 가주들도 있었다. 그 외에도 하천과 백리는 며칠 간 백씨 가문 주위에는 여러 갈래의 강력한 기운이 존재하는 것을 느꼈다. 즉 줄곧 숨어 지내던 고대 무림계의 세력들이 현재 반신이 사라진 백씨 가문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기도 했다. 백조의 장례는 모두 3일간 진행되었고 3일 후 백조를 땅에 묻은 뒤 손님들도 서서히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고대 무림계 세가의 대표들은 여전히 백씨 가문을 떠나지 않았는데 바로 다음 날 고대 무림계 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고대 무림계 회의란 원래 9대 세가의 가주들이 함께 연합하여 고대 무림계의 각종 세력을 분배하기 위해 여는 회의였다. 그리고 이런 회의는 항상 고대 무림계에 천지개벽의 큰 변화가
하지만 회의에 고대 무림계 문파들이 참석하는 것은 단지 표면적으로 이 회의가 공정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수단일 뿐 사실상 진짜 결정권을 가진 것은 여전히 세가들이었다.그리고 이번 회의에는 9대 세가 중 하나였지만 이미 멸문하고 천왕궁의 소속이 되어버린 조씨 가문과 동양 가문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외에도 9대 세가들 가운에서 항상 중립을 지켜온 독고 가문과 안씨 가문은 가주가 직접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단지 형식적으로 인원을 보내 회의를 듣게 할 뿐이었다. 그러므로 이번 회의를 주도하는 것은 백씨 가문을 빼면 바로 어제 백고흥이 말한 문씨 가문, 도씨 가문, 염씨 가문 그리고 남궁 가문이었다. 이 4대 가문은 마치 굶주린 늑대들 같았다. 이때 백씨 가문 일행은 차에서 내린 뒤 바로 산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문에 들어서자마자 하천과 백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형님도 느꼈습니까?”백리의 표정이 자신과 똑같은 것을 보고 하천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 “그래.” 백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사방을 둘러보았다. “이 주변에 반신이 존재하는 것 같아. 그게 한 명 이상인 것 같고 말이야.” “허!” 하천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보아하니 다른 세가들이 이미 백씨 가문을 물어뜯을 만반의 준비를 했나 보군요.” 백리는 표정이 매우 어두웠는데 그가 자신이 반신이 되었단 사실을 숨긴 이유가 바로 지금처럼 누가 백씨 가문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즉 백리는 오늘날 백조가 없더라도 백씨 가문은 절대 세가의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란 것을 전체 고대 무림계에 확실히 보여주려 했다. 백씨 가문 일행이 산장 안에 들어서자 이미 다른 세가들의 사람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게다가 산장의 한 회의실 안은 4대 세가의 대표들이 이미 도착하여 매우 시끌벅적했고 의론도 분분했다. 심지어 회의가 아직 시작되기도 전에 그들은 이미 두 눈을 부릅뜨고 백씨 가문의 자원들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지를 언급하며 자신의 욕망을 거리낌 없이 드러냈다.
여기까지 말한 염사해는 말을 멈추었는데 백씨 가문 스스로 세가의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백고흥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모든 결정은 백우상에게 맡겼다. 필경 지금 백우상이야말로 백씨 가문의 가주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이때 백우상은 싸늘한 눈길로 염사해를 빤히 쳐다보더니 말했다. “그러니까 염씨 가문 가주의 말은 우리 백씨 가문을 세가의 자리에서 내치겠다는 겁니까?” “내치려는 게 아니라 이건 규칙입니다.” 염사해는 바로 변명을 시작했고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던 다른 세가들도 한 마디씩 말을 보탰다. 남궁 가문의 가주인 남궁한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백씨 가문의 반신이 세상을 뜬 건 우리도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규칙은 규칙인 겁니다. 백씨 가문에는 반신이 더 이상 없으니 세가의 자리에서도 물러나야죠.” “뿐만 아니라 세가가 아닌 이상 백씨 가문이 소유하고 있던 고대 무림계의 자원들도 전부 내놓아야 하고요.” “백씨 가주, 고흥 형님, 백씨 가문에서 현재 어떤 자원들을 내놓아야 하는지는 우리가 미리 계산해 두었습니다.” “걱정 마세요. 앞으로 10년 간 고대 무림계의 그 어떤 세력들도 백씨 가문을 건드릴 수 없도록 우리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세가들이 보호할 겁니다.” 이때 백고흥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고 성격이 불 같은 백우상은 눈으로 이들을 째려보고 있었다. 순간 백우상은 벌떡 일어나 말했다. “지금 여러분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백씨 가문을 여러분들이 전부 나눠 가지겠다는 것 아닙니까?” 백우상의 이 말에 현장의 분위는 갑자기 얼어붙었다. 잠시 후 도군이 웃으며 일어나 말했다. “백씨 가주도 다 알고 있다니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오늘부터 백씨 가문은 고대 무림계 세가의 자리에서 물러나고 점유하고 있던 모든 자원들도 전부 내놓으세요.” 그러자 문운봉도 눈치를 살피더니 지도 한 장을 꺼냈다. 그 지도 위에는 붉은 펜으로 수많은 동그라
일시에 도군 등 사람들은 모두 잇달아 주위를 살폈는데 이때 모든 사람들은 근처에 강력한 압박감이 엄습해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주변에 숨어 있던 각 세가의 반신들이 백리를 강제로 제압하고 백씨 가문을 분할하려던 계획을 그대로 진행하려는 속셈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이게 바로 고대 무림계의 진면모였다. 규칙이란 약자를 속박하는 데 쓰이는 것일 뿐, 강제들에게 있어서 사실상 이 규칙들은 장식이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오직 강대한 힘만이 진정한 규칙이었으니 말이다. 이때 백리로 주위에 엄습해오는 강력한 압박감을 느꼈지만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고 옆에 있던 하천이 나섰다. 그리고 하천이 손을 휘젓자 삽시간에 천궐도가 나타났다. 이어 하천이 천궐도를 휘둘렀는데 패도진기로 감싼 도망이 저 멀리 날아갔고 순식간에 폭음과 함께 허공에는 균열이 생겨 버렸다. 그리고 하천의 이 일격에 주위에 숨어있던 누군가가 맞은 것 같았다. “천왕궁의 하천이야.” 이 모습을 본 남궁한 등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 하천은 다시 칼을 거두었고 자신이 방금 도망을 날려보낸 허공을 바라보며 말했다. “백씨 가문의 가주인 백우상은 우리 천왕궁의 천왕입니다. 때문에 백씨 가문과 우리 천왕궁 또한 서로 이어져 있는 셈이지요.” “그러니 누군가 백씨 가문을 공격하고 싶거든 먼저 우리 천왕궁의 동의부터 얻어야 할 겁니다. 어떤 반신이든지 감히 여기서 한 걸음만 더 움직인다면 각오하세요. 반드시 살려두지 않을 겁니다.” 하천의 선전포고에 주위에서 접근하고 있던 반신들은 전부 걸음을 멈춰버렸다. 필경 전에 하천이 선대 왕조의 묘지에서 세 반신을 연달아 참수했다는 소식은 GPE에 의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으므로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이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순간 모든 세가들의 표정들은 점점 어두워졌는데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했다. 이때 저쪽 멀리 않은 곳에서 검은 그림자가 신속하게 달려와 하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는 바로 이화 노조였고 그 또한 반신이었다. “천왕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