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준이 아무리 조준을 잘한다고 해도 놈들의 숫자는 너무 많아 당해낼 수 없었다.한 놈을 쓰러뜨리면 또 한 놈이 달려 나왔다.연재준은 유월영을 데리고 후퇴하다 큰 나무 뒤로 숨었다.두 사람은 함께 쭈그리고 앉아 나무 몸통을 방패 삼아 숨었고 그는 다시 화살을 쏘아 측면에서 노현재를 공격하려는 건달 하나를 맞췄다.팔에 화살이 꽂힌 건달은 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노현재에게 발로 차여 나무에 부딪혔다.노현재는 뒤돌아 자신을 구해준 연재준과 시선이 마주쳤다. 오랜만에 다시 연재준을 만난 그의 마음도 복잡했다.“재준이 형...”“설마 두 사람만 온 거야?”연재준은 앞에 있는 유월영을 내려다보며 말했다.“두 명이 이렇게 무모하게 그냥 오다니. 빨리 죽고 싶어 환장했어?”그의 숨결이 바로 유월영의 목뒤에 닿았다. 유월영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팔꿈치로 그의 복부를 가격하고는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유월영은 연재준을 보며 말했다.“연 대표도 우리가 여기 왜 왔는지 알고 있어요?”“운전기사 최광일 잡으러.”유월영은 곧바로 물었다.“그럼 연 대표님은요, 여기 왜 왔어요?”“당연히 나도 그놈 잡으러 왔지.”연재준의 눈동자는 밤보다도 더 어두웠다.“설마 그놈이 비밀리에 만나러 온 사람이 나라고 의심하는 건가?”유월영은 그런 의심을 한 적은 있었지만 이내 의심을 접었다.그녀는 모든 무턱대고 모든 걸 그를 의심하는 건 아니었다. 그가 사람을 사주해 자신을 납치할 이유는 없다고 유월영은 판단했다.그러나 연재준은 그녀의 의심을 두려워한 듯 서둘러 해명했다.“난 그 운전기사가 출소하기 전부터 주시하고 있었어. 그래서 그와 친한 수감 동기를 매수해 일부러 경찰이 이미 조우제의 시체를 찾았고 지금 조사 중이라고 흘렸지. 만약 조우제를 그들이 죽였다면 살인죄로 다시 10년을 더 복역해야 한다고 말이야.”“그가 4년 동안 감옥에서 지냈으니 더는 감옥 생활을 견디지 못할 거라고 나는 확신했어. 조우제를 누가 죽였든 그는 자신이 연루될까 두려워할 거고 틀림없이 움직일
유월영은 연재준의 말을 무시하고 지형을 살피며 뛰쳐나갈 시간을 재고 있었다.그러나 연재준은 그녀의 손을 잡은 채 하늘로 화살을 쏘아 올리려고 했고 그건 그와 그의 부하들이 약속한 신호였다.유월영은 바로 그의 팔을 힘껏 눌러 그 화살이 빗나가게 하여 신호를 보내지 못하게 했다.연재준은 영문을 알지 못한 채 그녀를 바라보았고 유월영은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연 대표님, 죽기 무서우면 혼자 숨어 있어요. 우리를 방해하지 말고.”연재준은 한순간에 그 의미를 깨달았다.“당신 일부러 사람을 데려오지 않은 거구나.”유월영은 바쁜 와중에도 연재준을 한 번 힐끗 보고 그가 이렇게 빨리 이해하자 약간 놀랐다.그러나 그녀는 아무 설명도 하지 않고,나무 뒤에서 뛰쳐나가 연속으로 화살 두 발을 쏘아 놈들의 시선을 끌었다. 그런 다음 일어나 숲속으로 달려갔다.놈들의 목표가 유월영인게 분명해졌다. 그녀가 달리면 그들도 쫓아왔다.유월영은 달리면서 뒤로 화살을 쏘았고 다시 화살집을 더듬었을 때 안이 텅 빈 걸 확인했다.놈들도 그녀의 상황을 금방 알아차리고,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저년의 화살이 다 떨어졌다! 겁먹지 말고 쫓아!”유월영은 그들에게 쫓겨 절벽 끝으로 몰렸고 뒤에는 더 이상 발 디딜 곳이 없었다.노현재는 그녀 앞을 가로막고, 다가오는 놈들을 노려봤다. 아마도 두 사람이 이제 죽을 운명이라 생각했는지 그 운전기사 최광일이 드디어 두 사람 앞에 나타났다.그는 손전등으로 유월영을 비추고 희번덕거리며 웃었다.“아, 네년이구나. 기억나. 그때 우리가 돈을 받고 너를 잡으러 갔지. 조우제가 여자에 눈이 멀어 목숨을 잃었지만 상관없어. 그가 그때 즐기지 못한 걸 내가 대신 즐겨줄게!”노현재는 손등으로 입가의 피를 닦아내며 더욱 야만적으로 웃으며 말했다.“혀가 뽑혀 나가는 걸 본 적 있어? 한번 당해볼래?”운전기사는 노현재의 눈빛에 겁을 먹었는지 잠시 주춤거렸다.그러나 이내 그들이 막다른 길에 몰려 있고 도망갈 수 없다는 걸 확신하자 다시 히죽거렸다.
최광일이 너무 횡설수설하자 핸드폰 너머의 남자가 호통쳤다.“무슨 일인지 똑바로 말해봐!”최광일은 물을 몇 번이나 꿀꺽꿀꺽 삼킨 후에야 자초지종을 제대로 설명했다.상대방이 다 듣고 나서 물었다.“같이 뛰어내린 사람은 누구야?”최광일은 미쳐버릴 것처럼 소리쳤다.“몰라요! 나 그 사람 모른다고요! 이제 어쩌면 좋죠? 당신들이 여자만 잡으면 조우제의 죽음이 나랑 상관없다는 걸 증인을 서준다고 했잖아요. 근데 이제 사람까지 죽었으니 나 완전히 망했어요!”그러나 상대방은 여전히 침착하게 타일렀다.“그 여자가 자살한 거라며. 그러면 네 책임은 없어. 지금 어디야? 내가 주소를 하나 줄 테니 그쪽으로 와. 내가 사람을 찾아 해외로 빼돌려줄 테니 걱정 말고.”그 말을 듣고 나서야 최광일은 조금 안심한 듯 밤길을 달려 그가 말한 곳으로 향했다.상대방은 전화를 끊고 다른 사람에게 연락해 최광일의 말한 내용을 확인한 후 서재 문을 두드렸다.안에서 들어오라는 말이 들리자 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변호사님.”오성민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어떻게 됐나?”비서가 말했다.“유월영이 절벽에서 뛰어내렸다고 합니다.”오성민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절벽에서 뛰어내렸다고?”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최광일한테 보낸 사람들한테도 확인해 봤는데 모두 그 여자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걸 직접 봤다고 합니다. 아래는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라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오성민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손에 쥔 만년필을 휙휙 돌렸다.그는 최광일에게 바람을 넣어 자기 부하로 삼은 것도 유월영을 낚기 위해서였으며 그를 이용해 의도치 않은 사고로 유월영을 죽게 만들어 이 골칫거리를 완전히 해결할 생각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유월영 스스로 절벽에서 뛰어내려 죽어버린 것이다.“정말 죽었다면 수고를 덜었군. 하지만 죽음이 너무 갑작스러워.”비서는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눈앞에서 직접 그 여자가 뛰어내리는 걸 봤습니다. 날개라도 달린 게 아니라면
오성민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흥원동으로 향했다.설이 지나고 신주시의 기온이 점차 따뜻해지고 있었다.오성민이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이혁재는 매일 오후 이승연을 휠체어에 태워 동네를 산책시키며 햇볕을 쬐었다.그는 오늘도 날씨가 좋아 이혁재가 이승연을 또 데리고 내려올 거라 확신했다.오성민은 그들의 집 앞에서 조용히 기다렸고 한참 후 마침내 이혁재가 휠체어를 밀고 나타났다.그는 바삐 벽 뒤로 몸을 숨겼다.그의 시야에는 휠체어에 앉아 있는 흰 원피를 입은 여자가 들어왔다. 이혁재는 휠체어를 밀며 천천히 산책로를 걸었고 가끔 몸을 숙여 그녀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오성민은 사람을 불러 이혁재를 따돌릴 계획이었으나 그럴 필요 없어 보였다.이혁재가 고개를 숙이며 이승연에게 말했다.“너무 급히 내려와서 담요를 깜빡했네. 여보, 잠시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여자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이혁재는 휠체어를 길가에 세워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방해되지 않도록 하고 바퀴에 잠금장치를 한 후 자리를 떠났다.오성민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달려갔다.“승연아!”이승연은 휠체어에 앉은 채 오성민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고 오성민은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면서 마음이 두근거려 오성민은 선뜻 가까이 가지 못했다.“승연아, 나야. 날 기억하지?”이승연의 몸이 흠칫했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오성민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네가 깨어났다는 걸 알고 계속 널 보러 오고 싶었어. 회복은 잘 되고 있어? 다리만 아직 회복되지 않은 거야?”이승연은 조용한 채 여전히 아무 움직임도 없었다.하지만 오성민은 그녀가 당장 도망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려왔다.“네가 아직 나에게 화가 나 있고 아직 나를 용서하지 않은 거라는 것도 알아. 그런데 승연아, 난 정말로 변했어. 지난 3년 동안 다른 여자를 만난 적 없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여전히 너란 걸 깨달았으니까.”“우리는 7년이라는 시간을 함께했어. 나는 네가 아직
이혁재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오성민, 꿈 깨지. 이번 생에 내 아내를 너에게 보여줄 일은 없을 거야.”오성민이 음산한 표정으로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이혁재가 먼저 말을 이었다.“오 변. 승연 누나가 그때 법정에서 어쩌다 다치게 되었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았어? 그 빚, 하루라도 잊은 적이 없었지.”이제 그 빚을 청산할 때가 되었다.“...”오성민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그는 줄곧 이혁재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왔다.만약 그걸 이미 알고 있었다면 이혁재의 성격상 이렇게 오랫동안 참았을 리가 없었다.누군가 그에게 결정적인 순간까지 기다렸다 복수하라고 조언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몰라도.그게 누구인지 오성민은 잠시 생각하다 이내 답을 얻었다. 바로 자신을 신주시로 유인한 사람이었다.오성민의 미간에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 그는 더는 이혁재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빠르게 떠났다.그의 멀어지는 뒷모습이 지켜보던 이혁재의 눈에 살기가 가득했다. 그러다 시선을 거두고 옆을 바라보며 다시 평소처럼 차분한 모습으로 돌아갔다.오랜 방랑 끝에 주인에게 돌아온 떠돌이 강아지처럼 순종적이고 얌전했다.다만 방금 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여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스스로 휠체어 바퀴를 돌리며 천천히 떠났다.이혁재는 약간 실망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그 뒤를 따라 바싹 붙어갔다....빠르게 아파트 단지를 나온 오성민은 바로 공항으로 가서 신주시를 떠날 생각이었다.그의 운전사는 이미 차를 몰고 그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가 막 차 문을 열고 올라타려는 순간, 누군가의 거대한 손이 차 문을 다시 닫아버렸다.몇 명의 남자들이 그를 앞뒤로 둘러쌌다.“오성민 씨인가요?”오성민이 차분하게 물었다.“그러는 당신들은 누구죠?”앞장선 사람이 경찰증을 내보였다.“경찰입니다. 오성민 씨가 엄중한 범죄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어요. 경찰서에 가서 조사에 협조해 주시죠.”오성민은 애써 침착했다.“무슨 범죄 사건이죠? 내가
순간, 오성민의 턱 근육이 딱딱하게 굳었다.그가 용청을 떠나온 지 겨우 네다섯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비서까지 체포당하고 나서야 그는 자신이 완벽하게 준비된 함정에 빠졌다는 걸 알아챘다.그러나 오성민은 처음 듣는 내용이라는 듯 놀라운 척하며 물었다.“이런 일이 있었다니, 양현준이 자백했나요?”경찰은 되물었다. “오 변호사님 생각은 어떻습니까?”오성민은 경찰의 전략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경찰들은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전부 보여주지 않고 오성민이 그들의 패를 알 수 없도록 하여 그가 방심한 틈에 스스로 자백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오성민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런 중대한 사건을 제가 어떻게 함부로 추측할 수 있겠어요? 하지만 경찰분들이 저까지 경찰서로 데려오신 걸 보면 양현준이 아마 저에게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나 보죠?”경찰은 차분하게 되물었다. “자기 비서가 한 일을 오 변호사님께서 모를 리 없잖아요.”오성민은 손을 내보이며 말했다. “그는 제 비서일 뿐 제 분신이 아닙니다. 솔직히 말해서 부모도 자식이 뭐 하고 다니는지 모르잖아요. 우리는 단지 사장과 직원의 관계일 뿐입니다.”“근무 중에는 그를 통제할 수 있을지 몰라도 퇴근 후에 무슨 일을 하든 저에게 보고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릅니다.”심문실은 유리로 되어 있으며 안에 있는 사람은 밖을 볼 수 없지만 밖에 있는 사람은 안을 볼 수 있다.‘사망했다’는 소문이 돌았던 유월영은 유리창 밖에서 안에 앉아 있는 오성민을 바라보고 있었다.역시 연재준이 말했던 대로 오성민은 매우 까다로운 인물이었다.변호사로서의 경력과 경험이 그에게 심문실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할 수 있는 강단을 주었고, 타고난 의심이 많은 성격과 냉혹한 계산은 자신이 체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찰 앞에서 머리를 굴리며 빠져나가려는 의지를 불어넣었다.심문실 안에서 경찰은 다시 물었다. “양현준은 유월영과 아무런 원한이 없는데 왜 최광일 한테 유월영을 공격하라고 지시했을까요?”오성민이 웃
오성민은 여전히 차분하고 침착한 표정을 유지했다.“저는 변호사입니다. 법을 가장 잘 지키는 시민이죠. 당연히 경찰 업무에 전적으로 협조할 것입니다. 제가 어디 사는지는 알고 계시니 경찰관님들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찾아오시면 됩니다.”그는 일어나 두 명의 경찰관과 먼저 악수를 하고 나서야 심문실을 나와 경찰서를 떠났다.경찰서 앞, 한 차량 옆에서 유월영이 팔짱을 한 채 서 있었다.오성민은 안경을 고쳐 쓰고 걸어 내려가며 미소를 지었다.“유월영 씨,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정말 다행인가요? 왜 저는 오 변호사님이 어금니를 악물고 계신 것 같은 느낌이 들죠?”유월영이 오성민보다 더욱 활짝 웃으며 대꾸했다.“치아는 한번 망가지면 복구하기 힘들어요. 그래서 저는 항상 잘 관리하죠.”오성민은 그녀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고 대표님, 실례지만 절 좀 이해시켜 줄 수 있을까요? 절벽 아래 시체는 어떻게 된 건가요?”“절벽 아래 시체요?” 유월영은 짐짓 못 알아들은 척하며 뒤돌아 한세인을 바라보았다.한세인이 말했다.“오 변호사님이 말씀하시는 건 우리가 며칠 전에 계향동에서 했던 크라임씬 게임을 말씀인 것 같네요.”“아, 그거요.”유월영이 웃으며 말했다. “오 변호사님, 요즘 핫 한 크라임씬 게임 아시죠? 여러 플레이어가 등장하고 누군가는 경찰을 누군가는 시체를 연기하며 추리를 통해 범인을 찾는 게임이죠. 매우 재미있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우리와 함께하시는 것도 좋겠네요.”오성민이 허탈한 듯 웃었다.그는 줄곧 의심하고 있었지만 그 시체의 등장은 그의 의심을 더욱 확신하게 만들었다.게다가 이혁재가 이승연을 데리고 신주시를 떠난다는 소문 때문에 그는 더욱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조바심이 나자 그는 결국 신주시로 왔고 이곳에 발이 묶이게 되었다.유월영이 말했다.“게임은 양측의 조건이 균등해야 공평하고 재밌는 법이죠. 제가 신주시를 떠날 수 없듯이, 이제 오 변호사님도 여기를 떠날 수 없게 됐으니 우리 드디어 같은 판에서 제대로 맞붙
유월영이 절벽에서 뛰어내린 것은 사실 사전에 계획된 것이었다.그들은 운전기사 최광일이 계향동에 갑자기 나타난 것부터 수상하게 여겼다.이전에 노현재는 오성민의 부하들 손에서 그 납치범 일당인 운전기사 최광일을 빼앗아 왔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중요한 증인을 빼앗겼는데도 오성민 측에서 더 이상 쫓아오지 않았으며 바로 그 점이 그들에게 의아하게 느껴졌다.이는 그들이 알고 있는 오성민의 성격과 전혀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때문에 최광일이 별장 단지에서 어슬렁거리는 게 정말 배후 조종자를 만나려는 것일 수도 있었지만 유월영을 유인하려는 함정일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후자라면 운전기사 최광일은 미끼였고 그 뒤의 배후는 평소와 다르게 조용한 오성민일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유월영은 두 가지 준비를 했다.만약 전자라면 최광일을 따라가 배후 조종자를 잡으면 되고, 후자라면 유월영은 “죽은” 척하면서 오성민을 신주시로 유인하려 했다.사전에 준비된 일이었기 때문에 유월영의 ‘절벽에서 뛰어내리기'는 위치, 거리, 높이까지 모두 계산된 것이었고 절벽 아래에는 그물을 준비해 그녀를 받아낼 수 있었다.하지만 그들은 연재준도 유월영을 따라 뛰어내리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다.그들은 다른 사람을 받아낼 준비를 전혀 하지 못했고 연재준은 그렇게 뛰어내리면서 자칫하면 정말 목숨을 잃을 뻔했다.한세인은 백미러를 통해 뒷좌석에 앉은 유월영을 힐끗 보았다.유월영은 오른손으로 이마를 받치고 왼손은 약간 뻣뻣하게 내려놓고 있었다.“거의” 죽을 뻔했다는 말은 위기 순간에 유월영이 그를 붙잡았기 때문이다.산수원에 도착하자 한세인은 앞으로 나서 벨을 눌렀다.문을 연 사람은 가정부였다.“누구를 찾으시나요?”한세인이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부엌에서 약을 들고나온 강수영이 문 앞에 있는 유월영을 보더니 싸늘하게 물었다.“여기 왜 온 거죠?”유월영이 대답했다.“연 대표님 보러 왔어요.”강수영이 입을 삐쭉거리며 말했다.“정말 악어의 눈물이네요. 오빠 자고 있어요, 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