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침묵했다.이혁재는 이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의사의 옷깃을 잡고 소리쳤다.“승연 누나가 수술실 들어갈 때까지도 내 손을 잡고 있었어! 깨어 있었다고! 내 이름도 불러줬는데 어떻게 깨어나지 못할 수 있어! 당신 수술 어떻게 한 거야! 왜 승연 누나를 그렇게 만들었어!”연재준과 서지욱은 곧바로 양쪽에서 이혁재를 붙잡아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이혁재를 떼어 놓았다. 이혁재는 상처 입은 맹수처럼 의사를 향해 소리치며 달려들려고 했다.의사는 난감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대표님, 저희는 정말 최선을 다했습니다...”“먼저 가보세요!”서지욱은 의사에게 먼저 가라고 소리쳤고 의사는 재빨리 도망쳤다. 이혁재가 여전히 울부짖으며 의사한테 달려들려고 했지만 연재준이 그의 어깨를 잡아 벽에 밀었다. “진정해! 지금 네 모습은 승연 씨에게 원한 품고 달려든 사람과 별반 다르지 않아!”이혁재는 울컥해서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는 연재준을 강하게 밀어내며 절망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내 아내가 깨어나지 못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진정할 수 있어! 모두가 너처럼 아내가 죽어도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아? 넌 유월영을 사랑하지 않았지만 난 내 아내를 사랑한다고! 승연 누나는 내가 17살 때부터 결혼하고 싶어 했던 여자야!”순간 연재준의 얼굴이 굳어졌다.서지욱이 앞으로 나서며 말렸다.“모든 게 너무 갑작스러워서 그래. 이 의사들이 비록 최고의 실력을 갖췄지만 한계가 있어. 내가 알고 있는 몇몇 훌륭한 뇌과 의사들을 데려올게. 혁재야. 이 변호사님은 아직 살아 있잖아. 살아만 있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을 거야. 의료 기술이 이렇게 발달한 시대에 심장이 고장 나도 인공 심장을 이식할 수 있는데 다른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어. 안 그래?”그의 말에 이혁재는 다시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그는 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맞아, 분명히 방법이 있을 거야. 방법이 없을 리 없어. 몇 시간 전에 내일 산부인과 검진을 같이 가자고 했던 사람이, 그렇게 사라질
2층 복도에 있는 전등은 어느샌가 꺼져있었고 거실에서 비치는 빛은 계단까지만 비췄다. 이혁재의 실루엣은 어둠 속에 구슬아를 내려보고 있었다.그는 여전히 법원에 갔던 그 옷을 입고 있었으며 흰 셔츠의 가슴 부분에는 거대한 말라붙은 핏자국이 있었으며 마치 지옥에서 뻗어 나온 손처럼 섬뜩하고 끔찍해 보였다.구슬아는 그의 갑작스러운 모습에 놀라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나려다 계단에서 발을 헛디딜 뻔했다.그녀는 황급히 난간을 잡고 진정한 채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혁재야, 언제 돌아왔니? 나도 계속 아래에 있었는데 네가 들어오는 걸 못 봤네.”이혁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았다.구슬아는 침을 삼키며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그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이상하다고 느꼈다.‘설마 얘가 모든 것을 알았나?’‘그럴 리 없어...’그녀는 아주 은밀하게 행동했으니 그가 알 리가 없었다.구슬아는 난간을 더욱 꽉 잡고 말했다.“나...나도 뉴스를 봤어. 승연이가 사고를 당했다면서? 나도 방금 막 병원에 가려던 참인데. 승연이 괜찮아? 네가 이 시간에 집에 왔다는 건 별일 없다는 거겠지. 하늘이 도왔어...”이혁재는 여전히 아무 말 하지 않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과 눈에는 아무런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평소의 이혁재는 반항적이고 성격이 불과 같아서 아버지 이진화도 그를 포기한 지 오랬다. 그의 어머니 공주연도 아들 때문에 화가 나 가슴을 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런 불같던 이혁재는 지금 이상하리만치 차분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구슬아는 심지어 그가 진짜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고 본능적으로 두려움을 느꼈다.“...혁재야, 왜 나를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아니야, 뭔가 잘못됐어. 그는 분명히 뭔가를 알고 왔어!’구슬아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급히 말했다.“혁재야! 다른 사람의 헛소리를 듣지 마. 이 일은 나와 아무 관련이 없어!”“내가 아무리 간이 부었다고 해도 승연이와
“이 쓸모없는 것들! 뭐하냐! 빨리 당장 둘째 사모님을 병원으로 데려가지 못하고!” 이진화가 호통치자 가정부들은 그제야 앞다퉈 이혁재의 발밑에서 기절한 구슬아를 들어 올려 병원으로 데려갔다.대문을 향해 걸어 나가는 이혁재를 보고 이진화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아들의 뺨을 때리려 손을 높이 들었다. 그러다 이혁재의 공허한 눈동자와 마주치자 이진화는 흠칫하더니 손을 부들부들 떨기만 할 뿐 차마 때리지 못했다.이혁재는 그를 조롱하듯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내 아내가 잘못되면 저년과 저년 아들 모두 목숨 내놓을 준비하는 게 좋을 거예요.”이혁재는 구슬아가 이 모든 짓을 벌인 이유가 자기 아들이 가문을 이어받게 하기 위해서인 걸 알고 있었다. 그녀의 아들도 모두 원수이니 그는 모두를 죽여버릴 생각이었다.이진화가 분노하며 말했다.“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꿈도 꾸지 마!”그러나 이혁재는 그를 무시하고 바로 집을 나섰다.집에 돌아온 그는 아내가 깨어났을 때 피투성이의 자신을 보고 놀랄까 봐 바로 옷을 갈아입고 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한 이혁재는 아까부터 계속 울리던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해외에서 걸려 온 모르는 번호이자 그는 바로 끊어버렸다.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그의 비서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대표님, 사람을 데려왔습니다.”이혁재는 아무 표정 없이 ICU로 걸어갔고, ICU 문 앞에는 그의 부하들이 이승연의 고모인 이연희를 붙잡고 있었다.이연희는 그를 보자마자 흥분하며 고함 질렀다.“이혁재! 내 아들을 어디로 데려갔어! 넌 법도 안 무서워? 우리 아들 빨리 안 내놓으면 경찰에 신고해서 널 잡아가게 할 거야!”이혁재가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고모님, 법을 아주 잘 알고 계시네요.”그는 이연희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옷깃을 잡아 벽에 내팽개치며 눈에 살기를 띠고 말했다.“그렇게 법을 잘 아는 사람이 어떻게 구슬아랑 짜고 승연 누나를 이렇게 만들 수 있어?”“...네가 무슨 말 하는지 모르겠어! 난 그
그건 두 사람이 함께 산 지 한 달 정도 됐을 때였다.전날 밤부터 이승연의 안색이 좋지 않았고 계속 배를 움켜쥐고 있었다. 이혁재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이승연은 그저 곧 생리 올 때라 그런 거라며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다음 날 아침, 이혁재는 잠결에 옆방에서 이승연이 고통을 참는듯한 낮은 신음을 들었다. 그는 전날에도 불길한 예감에 선잠을 자고 있었기에 소리를 듣자 바로 일어나 달려갔다.“승연 누나, 왜 그래?”이승연은 배를 움켜쥔 채 침대에서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배가 너무 아파...”“병원에 데려다줄게!”“성민 씨한테 전화해서 나 좀 병원에 데려가라고 해.”그때 그녀의 눈에 이혁재는 단지 질풍노도의 시기에 집을 떠난 소년일 뿐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니었고 오성민은 그녀의 남자 친구였다.이혁재는 그때 몰래 이승연을 짝사랑하고 있었고 오성민을 질투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 바로 외투를 입혀 안아 들고 병원으로 데려갔다.이승연은 아픈 와중에도 어린 소년이 언제 이렇게 힘센 청년으로 자라났는지 속으로 놀랐었다. 이혁재는 그렇게 그녀를 안고 병원으로 갔다.응급실에 가서 줄을 서고 의사를 만나고, 검사를 받고… 이전에 그는 항상 많은 사람들의 보호를 받으며 어떤 일이 생기면 지시만 내리면 해결되었지만 그날은 핸드폰을 들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모든 병원 절차를 혼자 다 했다.검사 결과 이승연은 맹장염 진단을 받았고 꽤 심각해서 바로 수술해야 했다.그 당시 이혁재는 17살이었고 수술이라는 말을 듣자 아주 심각한 병이라고 생각하고 수술실로 따라가면서 울먹였다.이승연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나와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난 괜찮을 거야.”“정말?”“당연하지, 난 오래 살 거라고.”“약속해.”“약속할게.”...5시간 후, 수술실의 불이 꺼지고 두 명의 외국 의사가 나왔다.이혁재는 차마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같이 결과를 기다리던 서지욱이 다가가 대신 물었다.
하늘은 다시 어두워졌다.이혁재는 홀로 차를 몰고 부둣가에 도착했다. 오늘 밤은 바람도 약하고 파도가 잔잔하여 공기는 습하고 답답했다.이곳은 그에게 낯설지 않았다. 바로 예전에 유월영의 시체를 던진 장소였다.신주시에는 그 뒤로 새로운 컨테이너 부둣가가 생겼고 이곳은 이미 황폐해진 지 오래서 평소에 아무도 오지 않았다.하지만 오늘, 그가 도착했을 때 부두에는 이미 네다섯 대의 차가 세워져 있었고 차마다 두 명씩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서 있었다.건장한 경호원들은 무표정한 채로 서 있었으며 단순히 겁을 주기 위해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들의 몸에서는 피 맛을 본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살기가 있었다.그 사람들 사이엔 두 명의 여자가 서 있었다. 한 명은 검은 망토를 쓰고 모든 사람에게 등을 돌린 채 조용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고 다른 한 명은 짧은 머리를 깔끔하게 정리한 모습이었다.이혁재는 그 짧은 머리 여자를 본 적이 있었다. 현시우의 곁에 있던 사람이라는 확인하자, 그는 다른 한 사람이 누군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는 차에서 내려 망설임 없이 걸어가 검은 망토를 쓴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유월영, 진짜 당신이야?”검은 망토를 쓴 여자가 몸을 돌리며 고개를 들었다.부두에는 가로등이 없었고 오직 달빛만이 바다에 희미한 어둠을 비추고 있었다. 여자의 턱은 하얗고 옥같이 매끄러워 마치 진주처럼 빛났다.지금 이승연의 일로 마음이 심란하지 않았더라면 이혁재는 정말 자신이 귀신을 본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정말 안 죽었어? 혹시 현시우가 널 구해주고 같이 해외로 데려갔어? 도망쳤으면서 왜 돌아온 거야? 내 아내를 해친 주범이 구슬아와 이연희가 아니라고 말했는데, 그럼 누군데?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나에게 전화했었잖아. 무슨 일이 일어날 걸 미리 알고 있었던 거야? 유월영, 이 모든 게 네 계획이었어?”그는 연속으로 질문을 쏟아냈고 신경이 점점 날카로워졌다. 한세인은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이 대표님! 말
유월영이 차갑게 말했다.“충동은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해요. 혁재 씨가 바로 구슬아와 이연희에게 복수해서 속이 시원했을지 모르지만 거의 너 혁재 씨 자신도 망칠 뻔했어요. 혁재 씨 아버님 원래 혁재 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 구슬아를 유산시키고 얼굴도 망가뜨렸는데 왜 감옥에 보내지 않았겠어요? 그래도 친아들이라는 이유로 참아준 거예요. 하지만 만약 또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때는 절대 당신을 구해주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이연희 일에 대해서도 말이죠.”한세인이 덧붙였다.“이승연 씨는 평소에 사교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승연 씨네 가문의 인맥은 이 몇 년 동안 친척들이 유지해 왔어요. 이 대표님이 이연희 씨의 아들을 잡아 가두고 그녀를 고문한 일도 저희 아가씨가 먼저 친척들의 입을 막지 않았더라면 이미 이 대표님 벌써 경찰에 잡혀갔을 거예요.”이혁재는 돌아서서 유월영을 똑바로 바라봤다.“오성민의 원래 계획은 구슬아와 이연희를 이용해 승연 언니를 유산시키고 혁재 씨와 이혼하게 하는 거였어요. 그렇게 되면 그는 승연 언니를 다시 얻을 수 있을 거로 생각했겠죠. 하지만 남철우가 너무 날뛰는 바람에 지금의 결과를 초래한 거죠.”유월영이 부드럽게 말했다.“만약 혁재 씨까지 감옥에 가게 된다면 누가 승연 언니를 보호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오성민을 뭐 어떻게 하려고요? 그를 때리기라도 할 건가요? 아니면 그를 죽일 거예요? 그런 쓰레기들을 위해 자신을 망치고 싶어요?”이혁재는 혀끝으로 뺨을 누르면서 비웃었다.“그렇다면 너는? 너는 죽은 척하고 도망쳤다가 이제 와서 나한테 나타나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뭐야? 유 비서, 아니, 정확히는 레온 가문의 아가씨라고 불러야겠군.”유월영이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당신이 오성민과 원한이 있지만 나도 오성민과 원한이 있어요. 우리 협력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이혁재가 눈을 가늘게 떴다.“너와 내가 손을 잡는다고?”대화는 한 시간 동안 계속되었고, 깊은 밤이 되어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이혁재는 부두
두 사람은 오랫동안의 깊은 우정을 나누고 있었기에 연재준은 당연히 이혁재의 말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이미 이렇게 된 이상 너도 정신 차리고 일어나야 해. 이 변호사도 너의 이런 모습을 보는 것을 원하지 않을 거야.”이혁재는 말없이 뜨거운 수건으로 이승연의 손가락 하나하나를 닦아주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창백하고 차가웠다.시간이 늦었기에 연재준은 더 머무르지 않고 이혁재에게 밥을 챙겨 먹으라고 당부한 후 병원을 떠났다.이혁재는 이승연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고 병실을 나왔다. 밖에는 이미 이마가 피로 가득한 이연희가 계속 절을 하고 있었다.며칠 동안 그녀는 계속 병실 문 앞에서 지냈으며 의식을 잃으면 찬물을 끼얹어 다시 절을 하게 했다.거의 정신을 잃을듯한 이연희를 이혁재는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저 사람 끌어내.”“네.”부하들이 즉시 이연희를 끌고 갔다.이혁재는 유월영이 준 종이를 비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이 정보가 맞는지 확인해 봐.”비서는 쪽지를 보고 전화번호와 통화 날짜라는 것을 알았지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대표님, 이게 무슨 정보죠?”이혁재는 다른 설명 없이 말했다.“확인하면 바로 알려줘.”그는 확인해야만 그 “죽었다가 부활한” 여자와 협력할지 결정할 수 있었다.정보를 확인하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고 다음 날 비서는 이혁재에게 종이에 적혀있는 모든 정보가 맞다고 알렸다.이혁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았어.”그리고 그는 다시 본가로 돌아갔다.이틀 후, 이승연의 상태가 안정되자 이혁재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갔다.같은 시각, 이혁재 아버지 이진화는 갑자기 외부에 이혁재와의 부자 관계를 끊고 재산 상속에서 그를 제외한다고 발표한 것이다.연재준과 서지욱은 이 소식을 접하고 바로 같이 진주만으로 갔다.이혁재는 안방을 전문 병실로 꾸미고 의료 장비를 잔뜩 설치했다. 이승연은 조용히 침대에 누워 있었으며 마치 잠든 것처럼 보였다.서지욱은 코를 쓱 만지고 말했다.“너 정말 미친 거 아니야? 어떻게 아버
6월이 끝나기 무렵, 해성 그룹은 프링스 아르사 그룹과 장기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두 회사는 한국과 프링스에 57개의 실험실을 공동으로 건설하여 재생 가능 에너지 분야에서 공동 연구와 심층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며 이는 최근 몇 년간 두 나라의 민간 기업이 체결한 가장 큰 협력 프로젝트였다.이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아무도 해성 그룹의 첫 프로젝트가 이렇게 크고 게다가 재생 가능 에너지라는 신흥 산업을 목표로 삼고 있는 줄 몰랐다.이런 움직임은 해성 그룹이 분명히 업계 리더 자리를 노리고 있다는 걸 확연히 보여주었다.그도 그럴 것이 4대 가문이 연합하여 만든 회사가 업계의 선두가 되는 건 당연했다.해성 그룹은 명성에 걸맞게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국내외 여러 대기업과 연이어 협력 계약을 체결하였고 기업 가치는 매 순간 상승하고 있었다.그렇게 해성 그룹은 한 달 만에 일반 기업이 평생 도전하지 못할 만큼 크게 성장했고 연말이 다가올 때쯤, 해성 그룹은 증권거래위원회와 증권거래소의 심사를 통과하여 코스피 시장 상장에 성공했다.이제야 사람들은 연재준이 해성 그룹 개업식에서 ‘해성이 올해 코스피에 상장되기를 바라며 나스닥에서도 종을 울리기를 희망합니다’라고 말한 것이 농담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해성 그룹이 상장된 그 밤 업계의 많은 사람들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은 전례가 없었고 해성 그룹이 시장의 점유율 대부분 가져가면 자신들에게 남는 것은 없기 때문이었다.외부의 사람들이 불안해할수록 해성 그룹 사람들의 자신감은 하늘을 찔렀다. 연말에는 성대한 송년회와 축하연을 열어 친지와 친구를 초대했으며 심지어 언론도 전 과정을 기록했다.서지욱도 최근에 회사 일을 너무 외부로 과시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 해성 그룹의 대표직을 달게 된 이혁재에게 물었다.“누가 방송국 사람들을 초대했어?”“재준이.”뜻밖의 이름에 서지욱은 더 놀랐다.“난 윤영훈인 줄 알았는데, 언제부터 재준이도 이렇게 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