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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하정은이 급히 말했다.

“병세 위급 통지서에 서명하는 건 절차일 뿐이에요. 작년에 저희 할머니가 위내시경 수술을 하셨을 때도 제가 병세 위급 통지서에 서명했지만 수술은 30분 만에 끝났고 아무 일도 없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변호사님은 젊고 건강하고 또 의사분들도 전문적이고 뛰어나니까 분명 괜찮을 거예요.”

이혁재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정말요? 승연 누나 정말 괜찮을까요?”

그의 눈에는 간절함과 절박함이 가득했다. 하정은은 한 번도 그런 그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고 이렇게 무서울 게 없던 사람의 두려움과 무기력한 표정을 본 적도 없었다.

하정은은 본능적으로 그를 위로하려 했지만 사실 그녀 자신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혁재의 눈빛을 마주하고 그의 희망을 빼앗지 않기 위해 단호하게 말했다.

“네, 괜찮을 거예요.”

이혁재는 벽에 머리를 기대며 중얼거렸다.

“승연 누나만 괜찮으면 돼.”

그는 아이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저 이승연마저 잃을까 두려웠다. 이혁재는 갑자기 가슴이 거대한 돌로 짓눌린 것 같아 숨쉬기 힘들었고 그의 눈은 더 붉어졌다.

“승연 누가가 너무 많은 피를 흘렸어. 피가 너무 많이...”

연재준은 이혁재와 소꿉친구로 자라오면서 20년 넘게 알고 지냈지만 그가 이렇게 절망에 빠진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연재준은 곧 이성적으로 생각했으며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책임을 따지는 게 더 중요했다.

“그 사람은 누구야? 이 변호사님과 원한이 있어? 아니면 사건 때문에 그런 거야?”

“사건 때문이야.”

이혁재는 그제야 후회가 밀려와서 뒤통수로 벽을 쳤다. 남철우가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승연이 변호사인 것을 생각해서 손을 쓰지 않았다. 이혁재는 그녀가 자신을 법도 안 지키는 양아치라고 생각하는 게 싫었다.

...만약 그가 손을 썼더라면 오늘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다시 한번 뒤통수로 벽을 세게 쳤지만 그 정도로의 고통은 마음의 고통을 대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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