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리가 없는데.’유월영은 3년이나 그의 옆에서 비서로 일했기에 그가 월요일에 가장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게다가 집에 오기를 극도로 싫어하던 사람이 왜 갑자기 이 시점에 집에 나타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유월영은 연 회장 내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미간을 확 찌푸렸다. 두 달을 안 만났지만 연재준은 여전했다.겨울의 신주시는 바깥 기온이 영하 10도로 내려갔는데도 그는 검은색 정장 코트를 입고 있었다. 아마 실내로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았다.그녀가 안으로 들어왔지만 연재준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유월영은 불편함을 느끼고 곧장 주방에 도우러 들어갔다.그녀가 직접 끓인 갈비탕을 테이블에 올려놓자 윤미숙 여사가 테이블에 수저를 세팅했다.“어머, 월영아. 이 갈비탕 정말 맛있어 보이네. 요즘 날씨가 추워서 안 그래도 따끈한 국물이 먹고 싶던 참이었는데.”유월영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윤미숙은 억지스러운 그녀의 표정을 보고 다가와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회장님이 회사 일로 재준이랑 할 얘기가 따로 있다고 부르셨어. 마침 재준이도 점심을 안 먹었다고 하더라고.”유월영이 말했다.“업무적인 일로 오신 거면 제가 끼어 있으면 불편하실 거예요. 저는 이만 돌아가 볼게요.”윤미숙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식사 준비까지 하고 집에 가는 경우가 어디 있어? 요리는 다 네가 했잖아. 당연히 같이 먹어야지.”이때, 연 회장도 거실로 나왔다.“비밀 얘기를 할 것도 아니니까 월영이 너도 편하게 밥 먹어. 안 그래도 네 아버지 일로 물어보고 싶은 게 좀 있어.”유월영은 뒤에 있는 연재준을 힐끗 바라보고는 마지못해 자리에 앉았다.그녀와 윤미숙 여사가 같이 안고 맞은편에 연회장과 연재준이 앉았다.고용인이 식기와 국을 세팅하는 사이, 연 회장은 유월영에게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를 물어보았다.유월영은 다 잘 지낸다고 답했다.이영화는 그녀와 큰언니의 극진한 보살핌을 받으며 최근 두 달 사이에 병세가 안정되었다. 약도 꾸준히 먹고 있고 발작을
유월영은 더 이상 예전처럼 나서서 분위기를 무마해 주지 않았다. 그냥 일반 손님처럼 소리를 죽이고 있을 뿐이었다.윤미숙이 다급히 일어나 연재준을 잡았다.“밥 먹다 말고 이렇게 가는 게 어디 있어. 몇 술 뜨지도 않았잖아. 재준아, 밥이라도 먹고 가. 이따가 오후에 바쁘다고 또 끼니를 거르면 속 쓰려서 안 돼.”연재준은 싸늘한 시선으로 계모를 바라볼 뿐이었다.윤미숙이 연 회장을 호출했다.“여보.”연 회장은 인상을 쓰고 있다가 결국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에게 말했다.“연말에 주주총회가 있다고 들었다. 김 이사와 안 이사에게 정년 퇴직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면서?”연재준은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앉았다.“네.”연 회장이 인상을 쓰며 말했다.“회사가 설립할 때부터 같이 일해온 공신들이야.”연재준이 싸늘하게 답했다.“그거 핑계로 많이 드셨잖아요.”“회사에 큰 공을 세운 사람들이니 그만한 대우를 해주는 건 당연해.”“그분들을 이사회에서 퇴출 시켜야 하는 이유는 이미 문서로 보내드렸을 텐데요. 회사는 인정이 아닌 규정을 따라야 합니다. 제가 보내드린 증거가 그분들을 보내기에 부족하다고 말씀하시는 겁니까?”잠자코 있던 연 회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도 지금까지 회사를 위해 일해온 사람들이잖아.”연재준이 피식 비웃더니 말했다.“이사회에서 나갈 뿐이지 퇴직금도 넉넉히 챙겨드릴 거고 가지고 있는 주식 배당금도 해마다 나갈 텐데요. 그 정도면 노후자금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까.”연 회장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유월영은 조용히 식사에 전념하면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회장님 사람들을 전부 내치겠다는 걸까?’그녀는 퇴사하기 전에 연재준이 이사들을 조용히 조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때는 왜 그랬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니 아마 그는 그때부터 회장님 사람들을 숙청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유월영은 고개를 들고 백발의 노인을 바라보았다.여전히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지만 나이가 들어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오늘 아
이게 회장님의 생각인지 윤미숙 개인의 생각인지 분간할 수 없어 유월영은 당혹스러웠다.너무도 위험한 제안에 유월영은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사모님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모르겠네요. 저는 환경을 바꿔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바깥세상도 구경하고 싶고요. 저를 딸처럼 생각해 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새도 크면 둥지를 떠나듯이 자식은 언젠가는 부모의 품을 벗어나서 자립하기 마련이에요. 제 생각이 틀렸나요?”그녀는 감성을 호소하며 위험한 주제를 가까스로 피해갔다.그녀의 말에 윤미숙도 더 이상 그녀를 만류할 수 없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차나 마시자꾸나.”유월영은 더 오래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찻잔을 내려놓고 말했다.“시간도 늦었으니 저는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모님도 얼른 쉬세요.”윤미숙이 말했다.“회장님 2층 서재에 계셔. 가서 인사나 드리고 가. 둥지 떠난 새가 또 언제쯤 집에 돌아올지 모르잖아.”유월영이 물었다.“서재는 어디 있어요?”“2층 올라가서 좌측의 두 번째 방이야.”“알겠습니다.”유월영은 해운에 있을 때도 저택에 자주 방문했지만 1층에서 식사만 했을 뿐, 2층까지 올라가 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계단을 따라 올라가서 윤미숙이 알려준 대로 좌측의 두 번째 방 문을 노크하고 들어갔다.그런데 문을 열자마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서재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고개를 돌려 보니 전신 거울 앞에서 연재준이 옷을 벗고 있었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회사로 돌아간 거 아니었나?’연재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당황한 유월영은 다급히 시선을 돌리며 그에게 말했다.“죄송해요, 바로 나갈게요.”말을 마친 그녀가 문을 열고 나가려던 순간, 연재준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유월영.”그녀가 걸음을 멈추자 등 뒤에서 그의 서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입구에 단추가 하나 떨어졌어. 그거 좀 주워서 갖다줘.”유월영이 시선을 아래로 내려 보니 바닥에 파란색 단추 하나가 떨어져 있었다.
유월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손을 뻗어 넥타이를 바로맸다.와인색 셔츠에 진한 청색 넥타이는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연재준도 눈을 내리 깔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전에는 그녀가 넥타이를 매주고 옷매무시를 정리해 주는 게 무척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었는데 지금 여자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느낌이었다.그래서 덩달아 그의 기분도 언짢아졌다.“인공심장이 뭐예요?”그녀가 바짝 경계하는 말투로 그에게 물었다.연재준은 담담히 대답했다.“해외에서는 이미 임상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치료법이야. 널리 퍼지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테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임상실험을 마쳤어.”심장 기증자는 간이나 신장보다도 더 찾기 어려웠다. 그렇게 간단한 치료법이 있는데 왜 널리 퍼지지 않은 걸까?유월영이 말이 없자 연재준이 그녀의 의문을 대신 대답해 주었다.“비용이 어마어마하고 감염 확률이 아직은 높기 때문이야. 인공심장의 수명은 길어서 7년이거든.”인체의 심장을 이식 받으면 짧게는 10년, 관리만 잘하면 더 길게 수명을 연장하는 것도 가능했다.가성비나 안전성에서 인공심장은 아직 장기 기증을 따라갈 수는 없었다.유월영은 말없이 넥타이 매듭을 지었다.연재준이 계속해서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인공심장을 먼저 이식 받은 환자가 다시 인체 심장을 이식받지 못한다는 설은 없어. 먼저 인공심장을 이식받았다가 시간을 벌고 기증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야.”유월영은 전혀 몰랐던 가설이었기에 그녀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그게 가능해요?”연재준은 그녀의 앞으로 팔을 쭉 내밀었다. 팔 소매 단추를 잠가달라는 의미였다.유월영은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어 단추를 잠가주었다.시선을 내리고 있어서 그녀의 긴 속눈썹이 얼굴이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연재준이 물었다.“두 달이라는 시간 동안 시골에서 먹고 놀기만 하고 이런 것도 안 알아봤어?”“대표님이 하실 얘기는 아닌 것 같네요.”옷매무시를 다 정리한 유월영
저택을 나온 유월영은 택시를 잡아 신주대학으로 가면서 핸드폰으로 인공심장에 대해 검색했다.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인공심장 관련해서 대략적으로 요해하게 되었다.핸드폰을 가방에 넣고 직원 카드를 센서에 찍고는 안으로 들어갔다.유월영은 새로 직장을 구하지 않았지만 신연우의 옆에서 잠시 조교로 일하고 있었다.처음에 신연우가 그렇게 제안했을 때 혹시 그가 자신을 직장도 없는 백수라고 불쌍하게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오해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건 아니었다.학기말이라 신연우는 학생들 학점도 케어하고 논문도 써야 해서 굉장히 바빴다.유월영은 이틀 해보고 그의 말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전에는 교수직이 이렇게 많은 일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었다.그렇게 일한지 벌써 두 달이 되었다.물론 신연우도 그녀를 돕기 위함이 아니었다면 더 전문지식이 있는 사람을 조교로 초빙했을 것이다.유월영도 그것을 알기에 더 열심히 노력해서 그의 배려에 보답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신연우가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자 유월영은 오늘 정리해야 할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었다.그는 조용히 다가가서 일에 열중하는 그녀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오늘은 쉬라니까 왜 왔어요? 조교가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월급이라도 더 올려줘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유월영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봤다.손에 교재를 들고 안경 너머로 미소를 짓고 있는 신연우는 교수라기보다는 학생처럼 보였다.“재판 순조롭게 풀린 거 축하해요.”유월영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소식이 신 교수님한테까지 전해졌어요?”“월영 씨 일인데 각별히 관심 갖고 있었죠. 인터넷에서 기사 봤어요.”신연우가 말했다.“그런데 점심까지 기다려도 월영 씨한테서 문자 한 통 없어서 좀 서운했어요. 나랑은 그 정도로 친하지 않은 사이인가 싶어서요. 그래도 이렇게 사무실에서 보니까 좋네요.”굉장히 친근감이 느껴지는 말에 유월영은 잠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신연우가 빙그레 웃으며 그녀에게
유월영이 자료를 정리해 줬기에 이 일은 그녀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그녀가 고개를 들고 말했다.“혹시 저를 배려해서 안 가도 된다고 말씀하신 거예요?”신연우가 웃으며 말했다.“꼭 그런 건 아니고요.”유월영은 월급 주는 사람이 직원을 이 정도로 배려해 줄 줄은 몰랐다.“괜한 걱정이세요. 저는 정말 괜찮아요. 아르바이트 끝나면 정식으로 직장도 구할 건데 어떻게든 일하면서 마주치게 되겠죠. 매번 그쪽을 피할 수는 없잖아요.”유월영은 단호한 어조로 재차 강조했다.“저는 이제 해운그룹에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그녀가 이렇게까지 얘기하는데 신연우도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저녁에 그들은 함께 약속 장소로 향했다.오늘 미팅에는 신연우 연구팀 소속 멤버들이 모두 참석했다.팀장이 문을 열고 한 남자와 함께 룸에 입장했다. 유월영이 고개를 들자 보인 얼굴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들어오는 연재준의 모습이었다.오늘 그와 마주친 것이 벌써 두 번째였다.그는 아까 입었던 캐주얼한 옷 대신에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팀원들과 함께 있는 유월영을 본 순간에 그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유월영은 오늘 방에서 그와 함께 나눴던 대화 중에 자신을 놓아줄 생각이 없다던 연재준의 말이 떠올랐다.그녀는 저도 모르게 숨을 꾹 참았다.이어지는 식사 자리에서 연재준은 그녀에게 별다른 시선을 주지 않았고 사람들은 일 얘기에 집중했다.유월영은 그들의 협상 내용을 기록하고 자료를 정리해서 보고서를 올리는 업무를 맡았다.간단히 말하자면 해운그룹에서 과학기술 연구팀에 거액의 돈을 투자하고 그들의 연구성과를 해운의 사업에 이용하는 것이었다.만약에 돈이 안 되는 연구였다면 절대 해운에서 거금을 투자했을 리 없었다.하지만 협상은 순조롭지 못했다. 해운에서 연구팀의 주도권을 제한했기 때문이었다.신연우는 연구팀의 핵심인물로써 가장 많은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수시로 유월영의 상태를 살폈다. 호텔 직원이 와서 그녀에게 술을 따르려 하자 그는 손을 내밀어 저지하고 말
레스토랑을 나온 신연우는 고개를 돌려 유월영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우리 밥 먹으러 갈까요? 샤브샤브 어때요?”그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태연했다.유월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에게 물었다.“정말 이대로 가도 상관없어요?”신연우는 안경을 추켜올리며 답했다.“당연하죠. 안 될 게 뭐가 있어요?”“이번 프로젝트 제가 들어가서 두 달 동안 열심히 준비하셨잖아요. 그랬는데 이건 너무…”“내가 감정에 휘둘려 공과 사 구분하지 못하고 뛰쳐나왔다고 생각해요?”신연우가 웃으며 물었다.유월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사실 이 프로젝트에 해운이 투자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어요. 연재준은 저를 쉽게 보내줄 리 없거든요. 어차피 사전 준비는 끝났으니 더 이상 제가 필요 없잖아요. 저 때문에 피해 보지 말고 제가 물러날게요.”“저 때문에 팀에서 오랜 시간 준비한 연구성과를 휴지조각으로 만들지 말아요.”신연우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장난 좀 치려고 했는데 이렇게 정색하니까 장난도 못 치겠네요. 그럼 나도 사실만 말할게요. 난 처음부터 해운의 투자에 관심이 없었어요. 아까 눈치 못 챘어요? 내가 항상 뚱한 표정으로 있었던 거?”그렇게 말하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유월영은 해운에서 제시한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서 그가 불편해하는 줄로만 생각했다.“사실 지금 해운이 진행하는 사업에 SK도 투자했거든요. 형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겠다고 했는데 협상이 결렬돼도 투자하겠다는 사람은 많아요. 오히려 월영 씨 덕분에 해운을 거절할 명분이 생긴 거죠.”신연우는 손을 뻗어 바람에 흩날리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었다.“다만 형은 내가 월영 씨 때문에 해운과의 협력을 포기했다고 생각할 테니 남자를 홀린 나쁜 여자로 생각하겠군요. 그렇게 생각하면 오히려 내가 미안해요.”유월영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제가 정말 전문성이 결여된 건 맞나 보네요. 교수님의 생각
유월영은 오늘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겠다고 다짐하며 이를 악물고 말에 오를 준비를 했다.그런데 말이 살짝 움직였는데도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치게 되었다.이미 말 등에 오른 신연우는 아직도 주저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배를 잡고 웃었다.“유월영 씨가 무서워하는 것도 있었군요.”유월영이 못 말린다는 듯이 물었다.“설마 교수님은 제가 천하에 두려울 게 없는 억센 여자로 보였나 봐요?”신연우가 웃으며 말했다.“좀 그런 이미지이긴 했죠.”그녀와 알게 된 순간부터 그녀는 홀로 모든 걸 감내하는 강한 모습을 보였다.유월영은 이를 악물고 말 등에 훌쩍 뛰어올랐다.말이 앞으로 가자 그녀는 겁에 질려 고삐를 확 잡아당겼다.“움직이지 마!”신연우는 기분 좋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두려울 거 없어요. 여기 있는 말들은 사전에 교육을 받은 말들이라 온순해요. 살짝 고삐를 잡아당기면 말이 앞으로 갈 거예요.”유월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말고삐를 살짝 잡아당겼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말이 앞으로 걸었다.‘응? 조금 알 것 같기도 한데?’그녀가 말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멀리서 바람을 가르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돌자 두 마리의 흑마가 멀리서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말을 탄 사람의 얼굴을 확인한 유월영의 두 눈이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연재준? 저 사람이 왜 여기 있지?’검은색 기마복을 입은 연재준이 멋지게 머리를 흩날리며 달리고 있었다.그의 옆에서 달리고 있는 사람은 신연우의 형인 신현우였다.그들도 사업 얘기도 할 겸, 이쪽으로 승마를 나온 것 같았다.하지만 왜 하필 이곳에서 마주친 것일까?신연우도 여기서 그들을 마주칠지 몰랐는지 유월영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형, 연 대표님이랑 승마장 간다더니 여기로 왔어?”신현우는 유월영과 동생을 번갈아 보며 동생에게 물었다.“그래. 너도 놀려왔어?”“응.”유월영은 다가가서 인사라도 건네려고 말고삐를 잡아당겼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도 얌전히 걷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