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보영 체내의 영기가 너무 많았던 탓에 진승철의 강기로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풉!”진승철은 피를 왈칵 토했다. 오히려 그가 상처를 입었다.만약 제때 멈추지 않는다면 크게 다치게 될 것이다.동시에 진승철이 들고 있던 유광 거울에 균열이 생겼다.다음 순간, 거울의 파열음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유광 거울의 거울 조각이 바닥에 후드득 떨어졌다. 그렇게 유광 거울은 망가졌다.진승철은 마음이 아팠다. 그 유광 거울은 그가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겨우 찾은 보물이었다.“진 선생님, 어서 제 딸을 구하셔야죠!”한서강이 서둘러 말했다.“못 구합니다!”진승철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당신 딸의 병은 제 생각보다 훨씬 심각해요. 전 치료할 수 없어요.”“뭐라고요?”한서강은 비틀거리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이때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제가 치료할게요. 전 따님을 구할 수 있어요.”“당신이요?”한서강은 진서준을 아래위로 훑어보았다.“말도 안 돼요. 진승철 선생님도 보영이를 치료하지 못했는데 당신이 어떻게 구한단 말이죠?”황경두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진승철은 그가 데려온 사람이었다. 진승철이 한보영을 구하지 못했으니 그도 체면을 구긴 셈이었다.“저 사람이 치료하지 못했다고 해서 저도 치료하지 못한다는 법은 없죠.”진서준은 차갑게 말했다.“진승철 선생님이 누군지 알아요? 이분은 경성 진씨 일가의 사람이라고요!”황경두는 차갑게 웃었다.한제성은 그 말을 듣더니 헛숨을 들이켰고 권해철도 놀란 얼굴로 진승철을 바라보았다.“진씨 일가?”진서준은 경성의 가문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그는 출소하고 난 뒤에야 이 세상을 조금씩 알게 되었다.“진서준 씨, 경성 진씨 일가는 화진의 모든 가문 중 최고입니다!”권해철이 설명했다.“진씨 일가에는 인재들이 아주 많고 천 년 넘게 화진의 최고 가문이라는 역사를 이어가고 있죠.”당시 권해철은 진서준이 진씨 일가의 자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진서준의 신분을 알게 된 뒤로는 그런 생각을
한씨 일가 사람들은 화가 난 얼굴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진서준이 한보영을 성추행하려고 하는 줄로 알았다.허사연은 진서준이 그런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진서준의 편을 들었다.“전 진서준 씨 여자 친구예요. 제가 여기 남아서 지켜볼게요!”“그건 안 되죠!”황경두는 바로 반박했다.“당신은 환자 가족인가요?”진서준이 차갑게 말했다.“전... 전 보영이 친구예요!”황경두가 쩌렁쩌렁하게 대답했다.황경두는 한보영을 좋아했지만 한보영은 그에게 아무 관심이 없었다.“풉!”이때 한보영이 갑자기 몸을 뒤집으며 바닥에 피를 왈칵 토했다.그 광경에 한서강은 마음이 저렸다.“옷을 다 벗긴다는 말이 아니에요. 겉옷만 벗길 겁니다.”진서준이 한마디 보탰다.“내 딸을 살려준다면 우리 한씨 일가는 당신에게 큰 빚을 진 게 됩니다. 하지만 내 딸을 구하지 못한다면 가만두지 않을 줄 알아요!”한서강은 그렇게 말한 뒤 곧바로 방 안의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내고 방 안에 진서준과 허사연 두 사람만 남겼다.황경두는 진서준은 매섭게 노려보다가 내키지 않는 얼굴로 병실을 나섰다.다들 나간 뒤 진서준은 허사연을 향해 말했다.“사연 씨, 우선 한보영 씨 겉옷부터 벗겨줘요!”“네!”허사연은 서둘러 한보영이 입고 있는 겉옷을 벗겼다.진서준이 수련한 장철결은 자연 속 영기와 음살 기운을 흡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인의 체내에 있는 영기를 흡수하여 이용할 수도 있었다.진서준은 이런 방식을 혐오하여 지금껏 써본 적이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반드시 이 방법을 써서 한보영 체내의 영기를 흡수해야 했다.“사연 씨, 뒤로 물러나 있어요.”한보영의 체내에는 방대한 양의 영기가 있었고 아직 난폭한 상태라 진서준은 허사연이 다칠까 봐 걱정되었다.허사연이 뒤로 물러난 뒤 진서준은 한보영의 단전 위에 한쪽 손을 올려두었다.다음 순간, 진서준의 손바닥을 중심으로 광풍이 일기 시작했다. 허사연은 깜짝 놀라서 서둘러 탁자를 잡고 중심을 잡았다.방 밖에 있
진승철이 그렇게 말하자 한서강은 침묵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병실 안에서 진서준은 장철결을 사용하여 한보영 체내의 영기를 흡수하고 있었다.흡수한 영기가 많아질수록 진서준의 미소 또한 더욱 짙어졌다.그는 한보영의 체내에 있는 모든 영기를 흡수하게 되면 실력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한보영의 얼굴에서 괴로워하던 표정이 사라졌고, 창백하던 얼굴에는 점차 핏기가 돌기 시작했다.마침내 방 안에서 광풍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진서준은 손을 거두어들였다.“됐어!”진서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이번에 한씨 일가로 와서 많은 수확을 거두었다.실력이 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백 년 된 설련 세 개를 얻었고 한씨 일가가 그에게 큰 빚을 지게 되었다.그러니 한씨 일가에게 진서라의 행방을 찾아달라고 할 수 있었다.허사연은 다가와서 곧바로 한보영의 겉옷을 입혀줬다.“이러면 끝이에요?”허사연이 물었다.“네, 목숨에는 지장이 없어요. 하지만 만영체라서 앞으로도 또 이런 상황이 생길 거예요. 완전히 치료하려면 반드시 한보영 씨 스스로가 영기를 장악하는 방법을 수련해야 해요.”진서준은 조금 부러운 듯 말했다.만영체는 수련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아주 귀한 체질이었다.진서준이 그 체질이었다면 취영진을 쓸 필요가 없었다. 본인이 거대한 취영진이기 때문이다.진서준은 문을 열어 한서강 등 사람들이 들어오게 했다.“진서준 씨, 제 딸은 어떻습니까?”한서강이 서둘러 물었다.“이젠 괜찮아요. 하지만 완전히 나으려면 반드시 따님 본인이 체내의 영기를 수련하는 공법을 배워야 해요. 이 일은 권해철 씨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진서준이 말했다.권해철이 배운 것은 술법이었고 그가 수련한 공법은 영기를 진기로 전화하는 공법이었다.“권해철 씨, 제 딸을 제자로 받아주세요!”한서강이 서둘러 말했다.권해철은 잠깐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너무 잘됐네요. 앞으로 보영이는 이런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겠네요!”한서강은 흥분한 얼굴로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조금 전 한보영을 치료한 진서준이 뺨 한 대로 대성 종사인 진승철을 날려 보낼 줄은.진서준은 얼마나 강한 걸까?진승철은 바닥에 엎어진 채로 연신 피를 토했다. 그의 안색은 종잇장처럼 창백했다.그는 고개를 들어 두려움이 깃든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감히 내 뺨을 때려?”진승철은 무지 화가 났고 또 두려웠다.진씨 일가의 외척인 그는 이런 소도시에서는 전혀 꿀리지 않았고, 대단한 가문의 가주들도 그를 정중하게 대해야 했다.그런데 젊은 청년이 그의 뺨을 때렸다.“뺨만 때린 걸 고맙게 생각해. 지금 당장 꺼지지 않으면 여기서 죽여버릴 거니까.”진서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진서준의 눈빛에서 살기를 읽은 진승철은 몸을 흠칫 떨었다.그는 농담이 아니란 걸 알았다. 진서준은 정말 그를 죽일지도 몰랐다.“그래, 그래. 남주성에서는 손님을 이런 식으로 대하나 보지? 두고 보자고!”말을 마친 뒤 진승철은 씩씩대면서 떠났다.황경두는 무척 무안했다. 그는 한서강에게 인사를 한 뒤 서둘러 떠났다.황경두와 진승철 두 사람이 떠난 뒤 한서강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진서준 씨, 진승철 씨를 때려서는 안 됐습니다. 진승철 씨는 진씨 일가의 외척이에요. 진승철이 사람을 데려와서 복수하려고 한다면 큰일이에요!”한서강은 남주성의 일류 가문으로 화진 가문들의 세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진씨 일가는 모든 가문이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였다.한 나라에 필적할 수 있을 만큼 부유할 뿐만 아니라 무도 천재들도 많았다.“만약 사람을 데려와서 복수하려고 한다면 절대 이곳에서 살아 나가지 못할 겁니다.”진서준은 덤덤히 말했다.“휴...”진서준이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자 한서강은 어이가 없었다.“따님 병은 다 나았습니다. 이제 권해철 씨가 영기 수련 공법을 가르쳐주면 됩니다. 이제 백 년 된 설련 세 개를 주시죠.”“네,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 가져오라고 하겠습니다.”곧 백 년 된 설련 세 개가 진서준의 앞에 놓였다.상자
“지금 당장 저 자식을 조사해요. 대체 배후에 누가 있길래 저렇게 건방진지 알아야겠어요!”황경두도 진서준이 무척 불만스러웠고 미웠다.오늘 진서준은 자신의 실력을 과하게 뽐냈다.“네,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 조사해볼게요.”황경두는 고개를 끄덕였다.곧 황씨 일가에서는 진서준을 조사해 냈다.진서준의 자료를 본 황경두와 진승철은 당황했다.감옥에 가기 전까지 진서준은 평범하기 그지없었다.그런데 3년간 감옥에 있다가 출소한 뒤 갑자기 실력이 비약적으로 늘었고, 서울에서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 진 마스터가 되었다.“혹시 감옥 안에서 기연을 만난 걸까요?”진승철은 미간을 찌푸렸다.“하지만 기연을 만났다고 해도 겨우 3년 사이 이렇게 무시무시한 실력을 갖출 수는 없을 텐데요.”진씨 일가의 천재들도 10년 이상 수련하고 대량의 진귀한 약재를 써서 대성 종사가 된다.“진 선생님, 저 자식이 어떤 기연을 만났던 간에 저 자식에게는 뒷배가 없어요.”황경두의 눈빛이 악랄하게 번뜩였다.“게다가 조씨 일가와도 사이가 좋지 않아요. 지금 저 자식이 한씨 일가에 있다는 사실을 조씨 일가에 알린다면 조씨 일가에서 나서서 그를 처리할 거예요.”진승철은 차갑게 코웃음 쳤다.“내 복수는 내가 직접 할 겁니다. 조씨 일가 따위 필요 없어요.”진승철은 남주성의 가문들을 깔봤다.진서준은 그의 뺨을 때렸고 진승철은 반드시 직접 그 복수를 할 셈이었다.“네, 네...”황경두는 고개를 끄덕였다.진승철은 곧바로 경성에 있는 집안 사람들에게 연락해서 대성 종사 두 명을 보내라고 했다.전화를 끊은 뒤 진승철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하루만 더 살려두죠. 내일은 죽게 될 테니 말이에요.”...조씨 일가.조재찬은 심어둔 사람에게서 진서준이 고양으로 왔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그래, 지금 당장 내 아내를 찾으러 가야겠어.”조재찬은 성수민을 찾아가서 말했다.“여보, 우리 아들을 죽인 놈이 고양에 왔대!”“어디 있는데?”성수민의 눈동자에서 불길이 불타올랐다.“
그동안 권해철은 진서준을 위해 많은 일을 해줬기에 진서준은 그에게 인색하게 굴고 싶지 않았다.탄영단은 만들기가 어렵긴 했지만 단약 한 알로 권해철의 충성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허사연이 부러운 얼굴로 물었다.“서준 씨, 난 언제쯤 서준 씨처럼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진서준은 허사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서라를 구한 뒤에 같이 강주로 가요. 내가 은영과를 사줄게요. 은영과가 있으면 사연 씨도 나처럼 수련할 수 있을 거예요!”진서준은 도를 닦을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서 차마 하지 못했다.진서준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만 도를 닦는 것에 관해서 얘기할 생각이었다.“네, 얼른 서라 씨를 찾은 뒤 같이 강주로 가요.”허사연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허사연은 돈 있고 권력만 있으면 될 줄 알았다.그러나 진서준과 한 달 동안 함께 있으면서 그래도 힘이 강한 사람이 가장 강하단 걸 알게 되었다.비록 허씨 일가는 돈이 많았지만 진서준의 곁에 있으면 그녀는 짐 덩어리에 불과했다.허사연은 강해지고 싶었고, 진서준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전 우선 이 두 단약을 사용해야겠어요. 서라를 찾는 일은 한서강 씨께 맡길게요.”진서준이 말했다.“문제없어요!”한서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은 빈방으로 들어간 뒤 탄영단 두 알을 삼켰다.탄영단을 삼키자마자 단약 안의 영기가 마치 밀물처럼 진서준의 체내에서 마구 날뛰었다.진서준은 서둘러 장청의 힘을 이용했다. 이 엄청난 영기는 장철결의 궤적에 따라 진서준의 체내에서 33주 동안 돌아다니다가 마지막에는 단전에 흡수될 것이다.단전 안의 영해는 눈에 보이는 속도로 늘어났다.오후 사이 진서준의 단전 속 영해는 또 늘어났다.진서준의 실력은 기 수련 6단계에서 7단계가 되었다.체내의 영해는 무려 20m에 달했다.진서준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백 년 된 설련이라 그런지 역시 남다르네. 이 속도라면 내년 3월 전까지 기 수련 경지를 돌파할 수 있겠어
옆에 있던 한제성이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빠, 너무 편애하시는 거 아니에요? 언제쯤이면 저한테도 그렇게 잘해주실 거예요?”“이 자식, 내가 너한테 못 해준 게 뭐가 있어? 나 아니었으면 넌 이미 다른 사람에게 맞아 죽었을 거야. 네가 사고를 칠 때마다 수습해 준 사람이 누군데 그래?”한서강은 한제성을 매섭게 노려보았고, 한제성을 겁을 먹고 목을 움츠렸다.세 사람의 화기애애한 모습을 본 진서준은 하루빨리 진서라를 구출하고 싶었다.이때 한제성의 전화가 울렸다.“알겠어. 지금 당장 갈게.”전화를 끊은 뒤 한제성은 한서강에게 말했다.“아빠, 제가 구매한 원석이 도착했대요. 제가 가서 받을게요.”“제대로 된 일 좀 하면 안 되니? 원석 같은 건 그만해. 벌써 돈을 얼마나 쏟아부은 거야?”한서강이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진서준은 궁금한 듯 물었다.“원석 거래를 해요?”“사실 도박이죠. 제가 원석을 많이 사거든요. 그리고 사들인 원석들을 고양시의 원석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다시 팔아요.”한제성이 설명했다.허사연은 한씨 일가에서 심심했던 참이라 한제성과 함께 가보고 싶었다.“서준 씨, 우리고 가볼까요?”허사연이 말했다.“좋아요.”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진서준 씨가 있다면 경호원을 데리고 가지 않아도 되겠네요!”한제성이 크게 웃었다.“이 자식,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진서준 씨를 네 경호원으로 생각하는 거야?”한서강은 한제성의 머리를 퍽 쳤다.“괜찮아요. 저도 궁금하거든요. 같이 가볼게요.”진서준은 덤덤히 웃었다.권해철은 같이 갈 생각이 없었다. 그는 한씨 일가에 남아서 한보영에게 공법을 배워 줄 생각이었다.한제성이 운전해서 진서준과 허사연을 데리고 교외에 있는 창고에 도착했다.그곳은 한제성이 평소 원석을 두는 곳이었다.가는 길에 한제성은 진서준에게 자신이 고양시에 원석 가게를 여러 군데 차렸고, 매달 이윤이 40억 정도라고 했다.그리고 자신도 가끔 원석을 열어보기도 한다고 했다. 혹시라도 에메랄드가 나오면 수
차들이 멈춰 선 뒤 중간에 있던 승용차에서 중년 남성 한 명이 내렸다.중년 남성은 목에 엄지손가락만큼 굵은 금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그는 시가를 물고 있었는데 벼락부자 같아 보였다.다른 차에서는 십여 명의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내렸다. 다들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고 기세등등한 것이 일반인은 아닌 것 같았다.“양 사장님, 물건 보내주러 온 거면서 사람은 왜 이렇게 많이 데려왔습니까? 절 믿지 않는 겁니까?”한제성은 웃는 얼굴로 다가가서 양지후와 악수를 했다.“한제성 씨를 믿지 않는 게 아니라 이번에 물건을 많이 가져와서요. 혹시라도 오는 길에 문제가 생긴다면 제가 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어서 말이에요.”양지후는 한제성과 힘껏 악수를 나눈 뒤 웃으며 말했다.그는 한제성이 경호원을 데려오지 않은 걸 보고 의아해했다.그러나 이곳은 그의 구역이 아니었기에 나쁜 생각을 접었다.“양 사장님, 너무 겸손하시네요. 이 트럭을 버려도 양 사장님이 거리에 나앉을 일은 없을 텐데요.”한제성은 양지후의 비위를 맞췄다.“한제성 씨, 말을 참 예쁘게 잘하시네요!”양지후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사람들은 듣기 좋은 말을 좋아했다. 특히 돈 많은 사람들이 그랬다.아무도 아부하지 않는다면 그들 같은 사람들은 오히려 무료해 했다.진서준과 허사연은 서로 시선을 주고받았다.“장사를 잘할 스타일이네요.”진서준은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그러네요. 분위기에 따라서 유연하게 구는 법도 알고 말이죠.”허사연이 웃으며 말했다.한제성과 양지후는 몇 마디 나눴고, 양지후는 허사연에게 시선을 옮기더니 눈을 빛냈다.“저 미녀는 누구죠?”돈 많은 사람들은 미녀와 돈에 관심이 많았다.“진서준 씨 여자 친구입니다. 저희 한씨 일가의 귀한 손님이세요.”한제성이 서둘러 설명했다.한제성은 진서준과 양지후 사이에 갈등이 생길까 봐 두려웠다.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긴다면 이 거래는 망하게 된다.남자 친구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한씨 일가의 귀한 손님이라는 말에 양지후는 곧바로 마
“안 돼, 네가 서류 들고 도망가면 어쩌려고?”황현호가 서류를 품에 꼭 안고 거절하자 진서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널 데려가면 나만 귀찮아질 뿐이야. 내가 그걸 강제로 빼앗으면 네가 내게서 다시 뺏을 능력이 있겠어?”황현호는 진서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여겨 마지못해 서류를 건넸다.“이번 한 번만 믿을게. 우리 누님이 무사히 돌아오지 않으면 난 죽어서도 널 용서하지 않을 거야.”진서준은 서류를 받아 봉투에 넣었고 자세히 살펴볼 생각이 없어 보였다.“기밀 서류는 받았어. 너희는 어디에 있어?”진서준이 전화를 걸어 상대방에게 물었다.“속도가 꽤 빠르네.”상대방은 놀란 듯 말했다.“바다 근처에 있는 한 폐기물 처리장에 있어. 빨리 오지 않으면 이 여자 안전을 장담할 수 없어.”진서준이 그 폐기물 처리장의 이름을 묻기도 전에 상대방은 전화를 끊어버렸다.“바다 근처 폐기물 처리장이 몇 군데나 있죠?”진서준이 비서에게 묻자 비서는 급히 휴대폰을 꺼내 검색을 시작했다.“모르겠어요, 검색해 볼게요.”잠시 후, 검색을 마친 비서가 대답했다.“아직 운영 중인 폐기물 처리장은 9곳이 있어요.”진서준은 아까 갔던 찻집을 떠올리며 찻집 주변에 있는 한 곳이 유전이라는 이름의 폐기물 처리장임을 확신했다.이 유전 폐기물 처리장은 진서준이 방금 있었던 찻집과 거리가 가장 가까웠다.“나만 가면 돼요. 둘은 여기서 기다리세요.”진서준은 말을 마친 후, 급히 건물 밖으로 나갔다....유전 폐기물 처리장.건장한 남자 다섯 명이 한 방에 앉아 있었다.“저쪽에서 물건을 가져오는 중이야. 물건이 도착하면 즉시 철수할 준비해.”방에 있던 우두머리가 목소리를 낮게 깔며 말했다.“형님, 그 여자 어떻게 할 건가요?”방 한쪽에 있는 교활하고 변태처럼 생긴 남자가 물었다.“왜? 그 여자를 맛볼 생각이야?”우두머리 남자가 그를 쏘아보며 물었다.“당연하죠! 저 여자 얼마나 이쁘게 생겼는데요? 딱 내 취향인데요.”변태 같은 남자는 얼굴에 음흉한 미소를 지
전화가 끊어진 신호가 들린 후, 진서준은 비서를 바라보며 물었다.“상대방이 황씨 가문 기밀을 원한다고 했는데, 그게 뭔지 아나요?”비서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저는 황 대표님의 작은 비서에 불과해요. 황씨 가문 기밀을 알 리가 없죠. 하지만 황 대표님 동생이라면 알 수도 있을 거예요.”진서준은 황현호의 전화번호가 없어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달라고 부탁했다.전화 너머에서 황현호의 목소리가 들렸고 자초지종을 듣고 난 후, 처음에는 진서준을 욕하며 격렬하게 분노를 표출하다가 황현호는 결국 차를 몰고 회사로 향했다.황현호가 회사로 올 때, 진서준은 눈을 감고 황예은을 잡을 범인이 도대체 누구일지 추측하고 있었다.“황씨 가문 기밀을 원한다면 황씨 가문의 위치를 대신하려는 걸까요?”진서준은 사무실에서 불안하게 왔다 갔다 하는 비서를 바라보며 물었다.“황씨 가문과 경쟁 관계에 있는 가문은 어느 가문인가요?”비서는 멈칫하더니 이내 대답했다.“황씨 가문 산업이 매우 방대해서 명주시에서 황씨 가문과 경쟁하는 가문만 해도 대여섯 개는 될 거예요. 그리고 이 가문들은 전부 실력이 만만치 않죠.”비서의 설명을 듣고 진서준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졌다.명주시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고 심지어 서울시 같은 작은 도시의 규모에도 미치지 못했다.하지만 도시 실력만 놓고 보면 이곳은 대한민국 수도인 경성과도 견줄 수 있는 곳이었다.20분 후, 황현호는 숨을 헐떡이며 사무실에 도착했다.“진서준, 너 이 자식 도대체 우리 누님을 어떻게 경호한 거야?”황현호는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진서준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소리쳤다.“네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이 있나 했더니 별거 아닌 쓰레기였잖아! 하루도 안 돼서 우리 누님이 사람에게 납치당하는 소란을 일으켜?”진서준은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경고했다.“너 그 입 조심해.”황예은이 납치당한 건 전적으로 그녀의 잘못이었다.황예은이 진서준을 몰래 추적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납치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진서준은 요 며칠을 무사히
허윤진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그럼 넌 뭐해?”“난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진서준이 대답했다.“무슨 일인데?”“다른 사람 경호원 역할을 맡았거든.”허윤진은 바로 은행카드를 꺼내 진서준 앞에 놓으며 말했다.“그딴 거 집어치우고 내 경호원이 되어줘.”진서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정말 경호원 하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알아? 그 사람 신분이 중요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야.”“흥, 내가 보기엔 그 사람이 예뻐서 그런 거겠지.”허윤진은 코웃음을 쳤다.“이번에 내가 온 건 우리 언니 명령 때문이야. 여기서 다른 여자를 건드리기라도 하면 우리 언니는 바로 날아올 거야.”이 말은 허사연이 할 법한 말이기에 진서준도 약간 믿음이 갔다. 허사연이라면 정말 그렇게 할 사람이었다.“얼른 서지은 찾으러 가자. 그 여자 대표님이랑 알콩달콩한 시간 보내는 걸 더 이상 방해 안 할게.”허윤진은 삐친 듯한 말투로 말했다.진서준은 여전히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고 심기가 불편한 허윤진을 데리고 찻집을 나섰다.두 사람이 찻집을 나설 때, 마침 황예은이 앉아 있던 곳을 지나쳤다.하지만 진서준이 지나갈 때 황예은은 이미 그 자리에 없었다.황예은은 급히 차로 돌아간 것도 아니었다.차 안에 있던 비서가 진서준과 허윤진이 나오는 것을 보고 황예은도 곧 나오겠거니 했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황예은은 나타나지 않았다.“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가?”비서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급히 휴대폰을 꺼내 황예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두 번 울리자마자 상대가 끊어버렸고 다시 걸어도 마찬가지였다.나중에는 아예 전원이 꺼져 더 이상 연결되지 않았다.“큰일 났어, 정말 뭔가 좋지 않은 일 생겼어.”비서는 초조하게 중얼대다가 기사에게 소리쳤다.“빨리 저 차를 따라가세요.”하지만 기사는 조급해하지 않았다.“황 대표님은 아직 차에 안 타셨는데요.”“황 대표님이 위험에 처했어요. 빨리 진서준을 쫓아가요.”비서는 목소리를 높였다.그 말을 듣자 경호원은 즉
황예은은 가까운 곳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충격을 금치 못했다.황예은은 진서준이 이 두 여자와 불건전한 대화를 나눌 줄 알았지만 예상외로 그들은 정말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중요한 이야기는 황예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서양의 혈수사 조직, 멸용 조직, 그리고 올림푸스 신전과 교회 조직에 관해 황예은도 들어본 적이 있었다.이 조직들은 전 세계적 범위 내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들이었다.해외의 왕족이나 귀족들도 신왕, 원탁 기사 같은 인물을 만나면 반드시 예의를 갖춰야 했다.그때, 진서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넌 그럼 어떻게 탈출한 거야?”진서준의 현재 실력으로는 천용 반지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이 인물들 손에서 살아서 도망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바이올렛의 눈빛에 잠시 당황한 기색이 스쳤고 곧바로 설명을 시작했다.“그 당시 다른 혈수사들도 있었어. 그 혈수사들이 가까스로 멸용 조직의 시선을 끌고 있는 틈을 타 겨우 도망쳐 나왔어.”진서준은 바이올렛의 눈빛에 깃든 당황한 감정을 놓쳤고 고개를 끄덕였다.“상황은 대충 알겠어. 넌 일단 호텔을 찾아 거기 잠시 머무는 게 좋을 것 같아.”그러자 바이올렛이 간절한 표정으로 물었다.“너랑 함께 있으면 안 돼?”“저 여우 같은 년!”허윤진과 황예은은 동시에 속으로 욕설을 날렸다.두 사람은 바이올렛처럼 이렇게 적극적인 여자는 처음 보았다.주동적으로 진서준과 같은 방을 쓰겠다니, 정상적인 욕구가 있는 진서준이 유혹을 이겨내지 못하고 덮치기라도 한다면 어쩔 건데?진서준은 웃으며 말했다.“넌 나랑 함께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게 더 안전해. 지금 난 오히려 너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야. 네 안전을 생각해서 혼자 호텔에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진서준의 태도는 매우 단호했고 바이올렛이 반박할 여지를 주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번 애틋한 눈빛을 진서준에게 보냈다.“진서준, 앞으로 잘 부탁할게.”허윤진은 경계의 눈빛으로 바이올렛을 쏘아보며 말했다.
“저 녀석이 여기서 뭐 하는 거지? 명주시를 떠날 생각인가?”황예은의 눈꺼풀이 바르르 떨렸다.“대표님, 계속 따라갈까요?”비서의 질문에 황예은은 바보를 쳐다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이곳 사람이 이렇게 적은데 굳이 진서준에게 들킬 일 있어?”비서는 그제야 자기 질문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달았다.“차 안에서 기다려.”진서준은 공항에서 거의 세 시간을 기다렸고 오랜 기다림의 끝에 마침내 바이올렛의 비행기가 도착했다.“넌 왜 따라왔어?”진서준은 검은 선글라스를 쓴 허윤진을 보고 의아해했다.“내가 왜 못 오지?”허윤진은 눈을 굴리며 말을 이었다.“혹시 내가 오면 네 계획에 방해가 될 것 같아서 그래?”진서준은 어이없어 말문이 막혔다.“전에 말했잖아, 명주시는 안전하지 않다고.”“괜찮아, 어차피 네가 있잖아.”허윤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진서준의 팔을 끌어안으며 자기 품에 밀어 넣었다.진서준은 얼굴색이 살짝 변하며 급히 벗어나려 하자 허윤진은 오히려 더 꽉 안았다.어쩔 수 없이 진서준은 허윤진의 팔을 그냥 둘 수밖에 없었다.바이올렛은 주위를 경계하며 살폈다.“다른 곳에서 얘기하자. 여기 사람 많아.”“따라와.”진서준은 두 사람을 주차장으로 안내했다.차 안에서 잠시 졸고 있던 황예은은 진서준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고는 벌떡 자세를 고쳐 앉았다.“세상에, 저 남자가 여자 두 명 데리고 왔네요. 그중 한 명은 심지어 서양 여자네요.”비서는 이 장면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그래서 아까 대표님이 물어봤을 때 저 남자가 제대로 대답을 안 했던 거구나.’비서는 진서준과 함께 온 두 여자가 분명히 진서준과 그렇고 그런 관계일 것이라고 확신했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진서준이 양쪽에 여자를 끼고 있는 모습을 보니 황예은은 화가 나기도 했지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더 큰 감정은 서글픔이었다.황예은도 자기 솔직한 감정을 스스로 깨닫지 못했다.“황 대표님, 불륜 현장을 잡으러 가시는 건가요?”비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 말을 듣자 황예은
한바탕 소동 끝에 황예은의 얼굴 양옆이 홍조로 물들어 술에 취한 사람처럼 보였다.온몸에 진한 향기와 땀이 배어 침대 시트엔 큰 자국이 남았다.항상 도도하고 차가운 모습만 보이던 황예은이 지금 진서준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원망과 수줍음이 섞여 있었다.진서준조차도 조금은 머리가 띵한 기분이었다.어젯밤에 약 바를 때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는데 왜 지금은 이런 눈빛으로 진서준을 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이런 눈빛으로 진서준을 쏘아보니 마치 진서준이 황예은을 괴롭히는 것처럼 보였다.가장 중요한 건 옆에 있는 비서가 사냥감을 보는 눈으로 진서준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었다.정확히 말하면 비서는 진서준이 아니라 진서준의 손에 들고 있는 약을 보고 있었다.이 세상에 더 예쁘고 아름다워지고 싶은 걸 원하지 않는 여자는 있을 수 없었다.그런 마치 남자라면 누구나 다 자기 소중한 부위 사이즈가 늘어나길 원하는 것과 똑같은 도리였다.“왜 아직도 안 나가?”황예은은 돌아누우며 이불을 당겨 몸을 가렸다.이번에 약을 발라줄 때, 진서준은 모든 것을 다 본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거의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이유는 단순했다. 상처 두 곳 중, 하나는 가슴 아래쪽에 있었고 또 한 곳은 허벅지 안쪽에 있었다.진서준이 이 약은 내가 발라야 효과가 있다고 단언하지 않았다면 황예은은 절대로 진서준에게 이런 일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다.어젯밤, 진서준이 자기 알몸을 만졌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황예은의 얼굴은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진서준도 더 이상 반박하지 않고 살짝 죄책감을 느끼며 방을 나갔다.10분쯤 지나자 황예은이 방에서 나왔다.황예은은 새로운 검은색 정장으로 갈아입었지만 한 가지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황예은의 눈부신 가슴 라인은 절대 새 정장으로 가려지지 않았다.그리고 아까와는 달리 황예은의 얼굴에는 더 이상 수줍은 표정을 찾아볼 수 없었고 차갑고 도도한 표정만 남았다.“네 상처는 이제 다 치료했어. 다른 일이 없으면 난 이만 가볼게.”황예은이 사무실에
“네, 알겠습니다.”비서는 벗은 옷을 다시 주워 입기 시작했다.비서가 옷을 다 입자 황예은은 진서준을 방으로 불렀다.가운은 황예은의 풍만하고 매혹적인 몸매를 전혀 감출 수 없었다.그 몸매를 슬쩍 본 진서준은 아랫도리에서 불타는 느낌이 솟기 시작했다.“젠장, 내가 언제 이렇게 변했지?”진서준은 속으로 자기를 욕하고 곧바로 청심주를 속으로 읊었다.다행히 그 불타오르는 욕망이 곧바로 내려가기 시작했다.“먼저 등 쪽부터 처리하자.”진서준은 평온하게 말했다.황예은은 침대에 엎드려서 수건을 천천히 허리까지 내리며 그녀의 부드럽고 윤기 나는 등을 드러냈다.황예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진서준은 이전에 목욕탕에서 목욕할 때, 그곳 직원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이렇게 좋은 등을 보면 컵 마사지를 해주지 않으면 아쉽죠.”비서는 세 가지 감정이 섞인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봤다.긴장함과 호기심 그리고 부끄러운 세 가지 감정이었다.비서는 진서준과 황예은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몰랐다.이런 방식으로 즐기는 건 비서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었다.진서준은 손가락에 약을 묻혀서 황예은의 상처 부위에 가볍게 눌렀다.“으윽!”황예은은 순간 차가운 숨을 들이마시며 신음을 냈다.약이 아픈 게 아니라 너무나 차가워서였다.마치 한겨울 눈이 내리는 날, 갑자기 누군가 목에 눈 뭉치를 던져 넣은 것처럼 너무나 차가웠다.이건 혹시 특별한 애무 방식인가?비서는 여전히 의심을 가득 품고 또 엉뚱한 생각을 했다.황예은의 등에는 상처가 두 군데 있었다. 진서준은 약을 발라준 뒤, 손바닥으로 고르게 그녀의 등을 문지르며 약을 완전히 흡수시켰다.그러자 황예은은 갑자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진서준이 이 틈을 타 자기를 추행하려고 하는 게 아닌지 의심이 생겼다.“다른 곳엔 상처가 없던 걸로 기억하는데?”그러자 진서준이 천천히 설명했다.“이 약은 네 몸에 좋은 거야. 피부가 더 부드럽고 매끄러워질 거야.”어떤 여자도 피부가 더 하얗고 탄력 있게 변하는 걸 원하지 않을 수
“진! 서! 준!”황예은의 얼굴은 눈에 띄게 빨개졌고 그녀의 눈에서는 화가 치솟아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만약 사무실에 두 사람만 있을 때 진서준이 이런 말을 했다면 황예은은 이 정도로 화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비서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이다.진서준이 갑자기 옷을 벗으라는 건 일부러 자기를 곤란하게 만들려는 의도 아니겠는가?황예은은 자존심이 극도로 강한 사람으로 다른 사람에게 급하게 해명을 해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비서에게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으면 아마 다음 날에는 회사뿐만 아니라 명주시 전역에서 황예은이 남자가 생겼다는 소문이 퍼질 것이다.분노가 가득한 황예은을 보자 진서준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황예은의 예상대로 진서준은 일부러 황예은을 곤란하게 만들려고 한 것이다.“왜 소리쳐? 등 뒤의 상처를 치료하지 않겠다면 난 그냥 가겠어.”진서준은 말을 마친 후, 황예은이 망설일 틈도 주지 않고 몸을 돌려 바로 나가려 했다.옆에 있던 비서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두 사람이 도대체 얼마나 자극적으로 놀았기에 등 뒤에 상처까지 생긴 거지?평소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황 대표가 이렇게 야생마처럼 열정적인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황예은은 비서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꿰뚫어 볼 수 있다면 아마 그 자리에서 기절했을 것이다.“기다려!”황예은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날 따라와.”황예은은 차갑게 말한 후, 발걸음을 재촉했다. 사무실을 나가려던 순간, 황예은은 다시 돌아서서 비서에게 말했다.“너도 함께 와.”황예은은 굳이 구구절절 해명하고 싶지 않았고 설령 해명한다고 해도 비서가 믿을지 의문이었다.그래서 황예은은 비서가 직접 보고 알 수 있도록 하려고 했다.또한, 비서가 함께 있으면 진서준도 도가 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비서는 그 말에 당황해하더니 급히 말했다.“황 대표님, 저도 같이 가는 게 적절할까요?”비서는 이곳에 일하러 온 것이지 그런 일을 하러 온 것이 아니었다.비서가 황예은이라는 여성 상사와 함께
그리고 왜 굳이 대한민국으로 도망쳤는지 그 이유는 단순했다.대한민국에는 국안부가 존재해 그 사람들이 함부로 소란을 일으킬 수 없었다.게다가 대한민국에는 진서준이 있었다.“용란 혈수사들이 재난을 겪었다고?”진서준은 멈칫하더니 눈빛에 놀라운 기색이 스쳤다.전에 바이올렛은 용란 혈수사 집단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실력은 매우 강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게다가 그들 중에는 지선 급의 존재도 하나 있었다.이렇게 강력한 혈수사 집단이라면 해외에서 그들을 상대할 수 있는 조직은 별로 없을 것이다.“맞아, 넌 어디 있어? 직접 만나서 얘기하고 싶은데?”“난 지금 명주시에 있어. 도착하면 전화해, 마중 나갈게.”진서준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휴대폰을 허사연에게 돌려준 후 바이올렛은 떠나려고 몸을 돌렸다.“기다려요, 옷 좀 갈아입어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한테 눈에 띄지 않을 거예요.”허사연이 바이올렛을 말렸다.처음에는 바이올렛의 신원을 확신하지 못했으나 이제 바이올렛이 진서준의 친구라는 사실을 확인한 후 허사연의 태도는 확연히 달라졌다.“고마워요.”바이올렛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탈출하는 길에 실제로 많은 현지 경찰들이 바이올렛을 추적했지만 다행히 바이올렛의 속도가 빨라 도망칠 수 있었다.샤워하고 새 옷으로 갈아입은 바이올렛은 허사연과 작별을 고하고 떠날 준비를 마쳤다.“기다려요, 나도 같이 갈 거예요.”허윤진이 작은 가방을 메고 나왔다.“너 뭐 하러 가는 거야?”허사연은 허윤진을 제지하려고 했다.“당연히 이분한테 길을 알려줘야지, 길이라도 않으면 어쩌려고 그래?”허윤진이 당당하게 대답했다.길을 안내하는 것은 그저 구실일 뿐, 사실은 바이올렛을 감시하려는 목적이었다.비록 바이올렛이 47세였지만 외모만 봤을 때 그녀의 성적 매력은 이 여자들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다.아까 속옷을 갈아입을 때, 허사연은 본인이 입을 수 있는 가장 큰 사이즈를 꺼내야 겨우 바이올렛이 입을 수 있었다.이런 여자라면 나이가 47이든 57이든 여전히 예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