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아요, 이건 독충입니다.”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사람을 구한다고 하지 않았어? 왜 독충을 왜 쓰는 거야?”신수란의 표정이 여전히 좋지 않았다.신수란은 변방에서 직접 목격한 킬러의 죽음을 떠올렸다.그 킬러는 바로 독충 때문에 죽은 것이었다.지금, 이 중년 남자가 갑자기 독충을 꺼내자 신수란은 남자가 불손한 속셈으로 조슬기에게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물론 독충으로 사람을 구하려고 쓰는 거야.”진서준이 평온하게 대답하자 신수란은 다가가 진서준을 끌어내려고 했다.“허튼소리 하지 마. 독충이 어떻게 사람을 구할 수 있어. 독충은 사람을 죽이는 도구로 사용할 수밖에 없잖아.”“거 참 머리만 길고 생각이 없네.”진서준은 여전히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남강 독충술은 본래 대한민국 전통 의학 중 하나였어. 근데 그 사람들이 딴마음을 품으면서 독충술을 사람 죽이는 쪽으로 발전시킨 거야. 이 사람이 선한 사람이냐 극악무도한 사람이냐를 가리는 건 그 사람이 어떤 종문에 속했는지를 볼 게 아니라 그 사람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를 봐야 해. 어떤 사람은 유명한 종문 사람인데도 자기 목숨을 살려준 은인에게 칼을 뽑고 달려들거든.”이 말은 신수란을 겨냥한 것이었다.그때, 진서준은 신수란과 조슬기를 킬러의 손에서 구해주었지만 신수란은 감사하기는커녕 오히려 진서준과 싸우려 했던 것이다.이런 행동은 그야말로 종문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창피한 행동이었다.신수란의 얼굴이 붉어지며 부끄러움과 분노로 목소리가 떨렸다.“헛소리 그만해. 넌 분명 우리 아가씨를 해치려는 거야!”“이장로님, 치료를 계속할지 말지는 그쪽이 결정하세요.”진서준은 신수란과 더 이상 도리를 따지고 싶지 않았다.여자랑 도리를 따지는 건 시간 낭비일 뿐이었다.“계속해 주세요. 하지만 김평안 씨가 불손한 의도를 보인다면 우리 곤륜에서 결코 가만히 지켜보지 않을 겁니다.”진서준은 바로 그 다리가 많은 독충을 조슬기의 입에 넣었다.신수란은 고개를 돌리고 그 끔찍한 장면을 보
“이 독충이 그런 효과가 있을 줄이야!”성동석은 눈을 반짝이며 감탄했다.진서준의 이런 치료 방법은 성동석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묘강에 심한 편견이 있었기에 거의 모든 무인과 의사는 묘강의 모든 것이 사악한 것과 연결된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들이 평소 깔보던 독충이 실제로 사람을 구하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성동석은 내심 흥분하며 이번에 하산한 게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성동석은 사실 더는 자기 의술을 발전시킬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제야 일말의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슬기야, 지금 기분이 어때? 혹시 불편한 데는 없어?”이장로가 서둘러 다가가 물었다.“몸 상태가 좋아요. 체내를 계속 감돌던 그 차가운 기운이 사라진 것 같아요.”조슬기는 몸을 만지며 감격스러워했다.병환 중인 조슬기는 자기 몸이 괜찮아졌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그럼 다행이야. 얼른 푹 쉬어. 우리는 먼저 나갈게.”이장로는 그제야 안도하며 사람들을 데리고 방을 나가려 했다.“잠깐만요, 이장로님, 누가 저를 구해주었나요?”“바로 이분, 김평안 씨야.”이장로가 진서준을 가리키자 조슬기는 바로 일어나 감사의 뜻을 표했다.“김평안 씨, 저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아직 고마워하긴 이릅니다.”진서준은 천천히 말을 이었다.“아가씨 체내 한독은 이미 너무 오래 쌓여있어서 그 독충이 한독을 3년 동안만 억제할 수 있습니다.”“무슨 말씀인가요?”이장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그 작은 독충이 아가씨 체내 한독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겁니까?”진서준이 평온하게 되물었다.이장로는 잠시 생각한 후, 이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란 걸 깨달았다.조슬기도 똑같이 의아한 모습이었다.“제 체내에 독충이 있어요?”어떤 여자라도 자기 몸속에 벌레가 있다는 말을 들으면 기겁할 수밖에 없다.조슬기 역시 다른 여자와 다를 바 없었다.“걱정 마세요. 그 독충은 아가씨 몸을 해치지 않고 단지 체내 한독을 먹을 뿐입니다.”진서준은 한마디
“그건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4대 종문 대회에서 최종 승리한 사람에게 보상으로 천년병제련을 준다고 들었습니다.”이장로가 한마디 보탰다.“이 약초는 남사에서 제공한 겁니다.”진서준은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이 빛났다.이전에 유기명은 이번 4대 종문 대회에서 천년병제련이 보상으로 나올 수 있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지금 이장로가 그 사실을 확증한 것이다.마지막 약재인 천년병제련을 손에 넣으면 진서준은 진서라 체내의 독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게 된다.“김평안 씨, 혹시 참가할 겁니까?”이장로가 진서준의 표정을 보며 슬쩍 물었다.“당연하죠.”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김평안 씨가 의술이 뛰어난 건 사실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의술이 아니라 무도를 겨루게 됩니다.”이장로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이번에 참가하는 건 우리 4대 종문의 젊은 제자들입니다. 이 청년들은 비록 나이가 어리지만 실력이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이때, 은청준이 갑자기 대화에 끼어들었다.“나도 이번 4대 종문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데 넌 더 말할 필요 없겠지.”4대 종문에는 천재가 넘쳐났다.누구도 다른 세 종문에 역대급 천재가 얼마나 있는지 모른다.“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천년병제련은 반드시 제 손에 넣을 겁니다.”진서준이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이장로님, 이 천년병제련을 우리가 손에 넣으면 김평안 씨에게 양보할 수 있나요?”조슬기가 간절한 눈빛으로 이장로를 바라보며 물었다.은혜를 갚고 살아야 하는 건 뻔한 도리였다.더군다나 진서준은 조슬기 생명의 은인인데 이 은혜는 꼭 갚아야 할 것이다.“물론 양보할 수 있어. 우리 종문 내 다른 약재를 갖고 우승자와 교환할 수 있을 거야.”이장로가 고개를 끄덕였다.그 후, 다들 방을 떠나고 조슬기만 혼자 남아 침대에서 편히 휴식을 취했다.진서준도 쉬려고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성동석이 진서준을 붙잡았다.“김평안 씨, 그 독충을 이용한 치료법을 가르쳐 주실 수 있나요?”성동석의 눈에는 기
조슬기의 목소리를 듣자 허윤진은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봐, 아침 일찍부터 널 찾잖아, 이래도 네게 관심 없다고 할 거야?”“너도 날 찾으러 왔잖아.”진서준은 순간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이 여자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난 저 여자랑 달라.”허윤진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려 콧방귀를 뀌었다.“알겠어, 일단 먼저 숨어. 내가 저 여자를 돌려보낼게.”진서준의 말에 허윤진은 불만이 또 터졌다.“왜 내가 숨겨야 해? 우린 아무것도 한 게 없잖아. 왜 내가 저 여자를 피해야 해?”“그건 말이야...”진서준은 할 말을 잃었다.사실 진서준이 걱정하는 건 이런 게 아니었다.잠시 침묵을 지킨 후 진서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지금 난 김평안이야, 진서준이 아니야. 너랑 너무 가까워지면 사람들이 의심할 수도 있어.”허윤진은 그제야 마지못해 화장실로 들어갔다.방 안에는 숨을 곳이 전혀 없었고 화장실만이 유일한 은신처였다.문밖에 있던 조슬기는 방 안에서 오랫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진서준이 아직 자고 있다고 생각했다.조슬기가 돌아가려고 하던 찰나, 방 안에서 소리가 들렸다.“일어났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조슬기는 그제야 신난 표정을 지으며 진서준이 문을 열기를 조용히 기다렸다.“미안해요, 김평안 씨. 아침 일찍 휴식을 방해했네요.”조슬기의 얼굴에 죄송한 표정이 가득했다.“저를 왜 찾아오셨죠?”진서준은 전혀 개의치 않고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어젯밤 은 선배와 다른 선배들의 폭언에 관해 그분들을 대신해서 사과하러 왔어요.”조슬기는 어젯밤에 은청준 등 사람들이 진서준에게 불친절한 태도로 대하며 온갖 폭언을 날린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다행히 진서준이 너그러워 그냥 웃어넘겼기에 어젯밤 병상에서 죽을 뻔한 조슬기를 다시 살려낼 수 있었다.“아가씨가 날 건드린 것도 아닌데 왜 사과하는 건가요?”진서준이 담담하게 묻자 조슬기는 진진하게 대답했다.“김평안 씨, 제 선배들이 김평안 씨를 건
“내가 구한 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아가씨니까요.”진서준의 설명을 듣자 조슬기는 감탄과 존중이 섞인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알겠어요.”조슬기는 이렇게 공과 사를 완벽하게 구분하는 사람을 처음 만났다.“이해했으면 다행이네요.”진서준은 그제야 빙그레 웃었다.“그럼 더 이상 휴식을 방해하지 않을게요, 먼저 가볼게요.”조슬기는 몸을 돌려 떠나려 했다.“에취!”화장실에 숨어 있던 허윤진이 갑자기 재채기했다.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조슬기가 듣기에 충분한 정도였다.조슬기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조슬기는 진서준의 방 안에 여자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진서준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입꼬리가 떨렸다.언제 해도 좋을 재채기를 하필 지금 하다니, 또 골치 아픈 상황을 만든 것 같았다.“미안해요, 김평안 씨. 어젯밤에 김평안 씨가...”조슬기는 얼굴이 빨개지며 말끝을 흐렸다.조슬기는 남녀 간의 일을 겪어본 적은 없지만 그 일에 대해서는 조금 알고 있었다.“콜록, 콜록...”진서준은 어색하게 헛기침을 두 번 했다.“그럼 저는 먼저 가볼게요.”조슬기는 황급히 도망치듯 떠났다.조슬기가 떠난 후, 진서준은 즉시 방문을 닫고 화장실로 가서 허윤진을 끌어냈다.“고의로 한 거지?”진서준은 어이없어 다짜고짜 따졌다.“내가 언제 재채기를 할지 어떻게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어?”허윤진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허윤진은 아까 화장실에 숨어 있었는데 갑자기 코가 간지러워져서 참지 못하고 재채기를 해버린 것이다.“너 자기 이미지가 조슬기 씨 마음속에서 무너지는 게 그렇게 신경 쓰여?”허윤진은 여전히 질투가 가득한 말투로 비꼬았다.“아니야, 조슬기 씨가 네가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기만 하면 돼.”진서준도 너무 신경 쓰려고 하지 않았다.어차피 조슬기가 허윤진을 보지 못했다면 진서준의 정체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이제 나가도 돼.”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말하자 허윤진은 나가지 않고 오히려 진서준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방금 너희
가장 무서운 건 공기가 갑자기 고요해지는 순간이다.진서준이 허윤진에게 강제로 키스를 당한 장면을 조슬기가 직접 목격하게 되었다.조슬기는 충격을 받아 입이 떡 벌려졌다.두 사람이 방에서 이렇게 열정적으로 교류하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게다가 지금은 저녁이 아니라 아침이었다.조슬기는 순간 자리에 얼어붙어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죄송합니다, 노크하지 않았네요.”정신을 차리고 나서 조슬기는 얼굴이 빨개지며 깜짝 놀란 새끼 토끼처럼 곧바로 줄행랑을 놓았다.하지만 허윤진은 여전히 진서준을 놓지 않았다.자기가 숨쉬기 어려워지자 그제야 진서준을 놓지 않았다.허윤진의 얼굴은 이미 홍조로 물들어 있어 백 년 된 와인보다 더 매혹적이었다.평소 대범해 보이던 허윤진이지만 이런 강제로 키스하는 행동은 난생처음이었다.“이 선물, 마음에 들어?”허윤진은 고개를 숙이고 진서준과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허윤진도 마음속으로는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다.특히 다른 여자가 이 대담한 현장을 본 게 너무도 창피해 땅속에 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진서준도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시퍼런 대낮에 이런 일을 당하다니, 진서준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어휴, 이젠 입이 열 개라도 해명할 수 없겠네.”진서준은 고개를 흔들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해명할 수 없으면 억지로 하려고 하지 마. 어차피 저 사람들은 네 진짜 모습을 본 적 없잖아.”허윤진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답하자 진서준은 입을 열어 반박하려고 했지만 결국 말을 삼켰다.신수란과 조슬기는 진서준의 얼굴을 본 적이 있었지만 김평안과 진서준이 한 사람이란 걸 알아채지 못했을 뿐이었다.입술에 남은 빨간 자국을 닦고 진서준은 허윤진과 함께 나갔다.식사를 마친 후, 진서준은 유정 옆에 붙어 있었다.진서준은 지금 유정의 경호원인 김평안이기에 허사연과 함께 있을 수는 없었다.하지만 조슬기가 진서준과 눈을 마주치자 진서준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유정아,
그렇게 하는 건 너무 어리석은 짓일뿐더러 유씨 가문을 곤란한 상황에 몰아넣을 뿐이었다.“아참, 오빠, 우리 집은 최근에 성약당과 협력해서 새로운 제품을 연구했어요. 회사에 도착하면 그 제품 좀 봐주세요.”유정이 갑자기 새 화제를 꺼냈다.“응? 어떤 새 제품인데?”진서준도 흥미가 생겼다.지금의 성약당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그곳 장로들의 의술과 인품은 예전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고 그들이 연구한 제품은 분명 평범한 게 아닐 것이다.“성약당 대장로가 말하길 그 제품은 회연단이라고 하는데,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노화도 늦출 수 있대요.”유정은 신난 표정으로 제품을 소개했다.모든 여성은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 하지만 그런 생각은 분명 비현실적이었다.이 세상 그 누구도 영원히 젊은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설령 지선 경지에 이른 절세 고수라도 젊음을 영원히 유지할 수는 없었다.단, 진서준처럼 선법을 수련하는 경우는 예외였다.하지만 그 선법을 수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현재까지 진서준이 만난 사람 중, 교회 사람과 구지범이 가짜 선법을 배웠었다.하지만 가짜 선법과 진짜 선법은 큰 차이가 있었다.“그래? 네 말을 들으니 더 궁금해지네.”진서준은 웃으며 대응했다.피부 노화 방지 처방전에 관해 진서준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효과가 어떨지는 진서준이 직접 시험해 본 적 없었다.하지만 이 모든 지식은 창욱 어르신한테서 전수한 것이라 완벽한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해도 일정한 효과는 있을 것이다.곧 두 사람은 회사에 도착했다.유씨 가문의 회사 빌딩은 백 미터 길이에 달하는 웅장한 빌딩이었고 이 빌딩 전체가 유씨 가문 그룹 소유였다.사무실에 들어가자 유정은 자기 비서와 마주쳤다.외부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자 유정의 태도는 즉시 변했다.진서준 앞에서 보였던 단순하고 고분고분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카리스마가 넘치는 강력한 리더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방 비서, 회사에서 새로 개발한 회연단 가져오세요.”“유 대표님,
저녁 무렵, 수안 호텔.금도에서 유명한 한식과 서양식이 어우러진 호텔인 수안 호텔의 면적은 매우 넓었다.수안 호텔은 한국식 왕궁의 아름다움과 서양식 고층 빌딩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정원, 대나무 숲, 와이너리, 심지어 인공 호수까지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그야말로 곳곳에서 고귀하고 사치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최고급 호텔이었다.이 순간, 수안 호텔 입구에 은백색 벤틀리 차가 천천히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고 하얀색 연회복을 입은 유정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본래 어여쁜 외모를 자랑하는 유정은 정성껏 꾸민 후 더 매력적으로 변했다.차가운 기질과 이쁜 미모가 어우러지며 순식간에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여성들의 몸에 있던 시선을 전부 끌어갔다.모든 남자가 유정을 주목하며 눈에서 탐욕스러운 금빛을 뿜어냈다.“이야, 저 여자는 어느 가문 딸이지? 너무 예쁜데?”“모르겠어, 근데 저 차 보니까 유씨 가문 번호판 같지 않아?”벤틀리의 번호판은 여섯 개의 6으로 이루어졌다.금도에서 유씨 가문 외엔 이런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차가 없었다.유정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잘 나타나지 않아 그녀를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이번에 유정이 이 자리에 참석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하나는 장씨 가문과 유씨 가문 사이의 관계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자랑하려는 의도였다.자랑하려는 사람은 물론 유정 곁에 있는 진서준이었다.하지만 이번에 진서준은 김평안의 인피면구를 쓰고 연회에 참석했다.“금도에도 이렇게 멋진 호텔이 있었어?”차에서 내린 진서준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수안 호텔은 정말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아름답고 웅장한 빌딩이었다.“금도는 국내에서 유명한 도시잖아요. 게다가 이 수안 호텔은 장씨 가문의 전용 장소예요. 장정범 부자는 체면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서 이곳을 굉장히 화려하게 꾸민 거예요.”진서준은 유정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지하 세계를 누비다가 신분 세탁한 사람들은 체면을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유정 씨,
“저는 김평안 씨를 믿어요.”조슬기는 망설이지 않고 국색천향을 꿀꺽 삼켰고 약은 입안에서 바로 녹았다.조슬기가 그 맛을 음미할 틈도 없이 몸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빠르게 퍼졌다.“너무 편안한데요?”조슬기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유정은 빙긋 웃으며 거울을 꺼내 건넸다.“조슬기 씨, 얼굴 한번 보세요.”조슬기는 거울을 들여다보고 깜짝 놀랐다.피부가 전보다 더 부드럽고 매끈해졌을 뿐만 아니라 몇 년은 젊어진 것 같았다.“이게 정말 저예요?”조슬기는 놀라움과 기쁨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옆에 있던 신수란도 입을 떡 벌리고 경악했다.처음엔 이 약이 별거 아닐 거라 생각했는데 효과가 신수란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뚜렷했다.그야말로 기적이나 다름없었다.조슬기의 달라진 모습을 보자 신수란의 눈빛도 점점 뜨거워졌다.나이가 몇이든, 모든 여자는 젊고 아름다워지고 싶어 하는 법이다.올해 서른을 갓 넘긴 신수란은 한창 외모에 대한 고민이 많아질 때였다.이제 국색천향이라는 기적 같은 약이 눈앞에 있는데 신수란이 잠자코 있을 수 없었다.하지만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 약을 대놓고 무시했으니 이제 와서 달라고 하기도 참 난감했다.“김평안 씨는 의술도 뛰어난데 약을 만드는 실력까지 겸비했네요. 정말 대단한 사람이네요.”조슬기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그러나 문득 어제 아침 진서준과 허윤진이 키스하던 장면이 떠오르자 조슬기는 차분하게 정신을 가다듬었다.“신수란 씨, 정말 안 드셔 보겠어요?”유정은 신수란의 탐욕스러운 눈빛을 일찌감치 눈치채고 있었다.신수란이 자존심이 센 것도 알기에 유정은 일부러 그녀에게 손을 한 번 더 내밀었다.“음... 유정 씨가 이렇게 권하시는데 제가 계속 거절하면 너무 예의 없는 사람이 되겠죠.”신수란은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약을 받아 들고 그대로 삼켰다.십여 초 뒤, 신수란은 거울을 들여다보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슬기 후배, 뭘 그렇게 신나게 얘기하고 있어?”그때, 은청준 일행이 야외 훈련을 마치고 돌아왔다.“선배님
단약이 입안에서 바로 녹았다.유정은 몸속에서 따뜻한 기운이 퍼지는 걸 느꼈고 몸이 극도로 편안해졌다.어젯밤 단약을 생각하느라 뒤척이다 보니 유정은 결국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그래서 아침에 일어났을 때 유정의 눈 밑에 얕은 다그서클이 생겨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다크서클이 사라졌고 피부도 훨씬 부드럽고 촉촉해졌다.“정말 신기하네요!”아기 피부처럼 부드럽고 탱탱한 모습을 보며 유정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약화한 버전의 주안단이 유씨 가문이 연구한 회연단보다 몇 배나 더 강력했다.더욱 놀라운 건 이게 단지 약화한 버전일 뿐이라는 점이다.진짜 주안단을 꺼내면 아마도 정말 영원히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진서준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주안단에 필요한 약재가 비싸긴 하지만 이 약화한 주안단은 네가 말한 회연단보다 효과가 더 좋을 거야.”“좋은 정도가 아니라 하늘과 땅 차이인데요?”유정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좀 너무 과장한 게 아니야?”진서준이 웃으며 되물었다.“오빠, 제가 과장하는 게 아니에요. 회연단은 정말 이거랑 비교할 수 없어요.” 유정이 단호하게 말했다.“이 약에 이름을 지어봐.”진서준은 이 약의 이름을 짓고 싶었다.주안단 약화 버전은 너무 길고 이상한 이름이었다.“잠깐만 생각해 볼게요.”유정은 잠시 고개를 숙이고 곰곰이 생각했다.“국색천향이라고 하죠, 어때요?”유정이 제안했다.“이 이름은 홍보 효과가 좋고 부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딱 좋을 거예요.”진서준도 괜찮다고 생각했다.“네 의견을 따를게.”“그럼 이 이름으로 하죠. 아참, 장정범이 어젯밤에 발표회를 연다고 하지 않았나요? 우리도 한 번 열어보죠. 날짜는 같은 날로 잡고요.”유정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장소도 똑같은 곳에서 열죠. 장정범이 철저하게 무너지는 걸 직접 보고 싶어요.”유정의 모습을 보고 진서준은 저도 몰래 등골이 서늘해졌다.악한 사람을 건드리는 것보다 여자를 건드리는 게 더 무서운 일이라는 게 틀린 말 같지 않
“그렇게 신기해?”허윤진도 순간 흥미를 보였다.세상 어떤 여자도 더 예뻐지는 걸 거부하지 않았고 물론 허윤진도 마찬가지였다.이미 경국지색이라 해도 더 아름다워지고 싶은 게 여자 마음이었다.이 세상에 가장 예쁜 여자는 없고 더 예쁜 여자만 있을 뿐이다.“좋아, 나도 가볼래.”기대에 찬 허윤진이 신나게 뛰어갔다.이때, 진서준은 약을 빚느라 여념이 없어 발소리가 들리자 유정이 온 줄 알았다.애초에 진서준이 여기서 약을 제조하는 걸 아는 사람은 유정뿐이었다.“유정아, 먼저 가서 쉬어. 내일 아침이면 샘플이 완성될 거야.”허윤진은 살금살금 다가가더니 갑자기 손으로 진서준의 눈을 가리고는 상반신을 진서준의 등에 밀착시키며 몸을 꾹 눌렀다.허윤진의 풍만한 가슴이 완전히 눌려 변형될 정도였다.진서준은 순간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유정아, 장난치지 마. 지금 약을 만들고 있어.”진서준은 유정을 친동생처럼 생각하고 있었지만 단 한 번도 이렇게 친밀한 밀착이 있었던 적은 없었다.남녀유별인 데다 의형제 사이였으니 이런 일이 있을 수 없었다.허윤진은 대답 대신 얼굴을 가까이 대고 진서준의 귓불에 따뜻한 숨을 불었다.촉촉하고 뜨거운 숨결에 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유정아, 빨리 떨어져. 장난 그만해.”“바보야, 난 네 여동생이 아니거든?”진서준이 긴장한 모습을 보이자 허윤진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윤진이었어?”진서준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만 장난쳐, 나 약 만들고 있잖아.”“진짜 그렇게 대단한 약이야? 설마 유정을 속인 건 아니겠지?”허윤진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단약을 바라봤다.“내가 그런 걸로 장난치겠어?”진서준은 어이없다는 듯 눈을 부라렸다.“예전에 내가 너희한테 준 주안단, 기억 안 나?”그 말을 듣자 허윤진은 갑자기 기억이 떠올랐다.작년 서울시에서 진서준이 허윤진 일행에게 주안단이라는 신비한 약을 준 적이 있었다.그 약을 먹으니 피부가 아기보다 더 부드러워졌다.다들 워낙 미인이었지만 복용한 후로
진서준은 상업적인 일에 대해서 대략적인 개념만 알고 있을 뿐, 자세한 건 잘 몰랐다.하나는 가격 경쟁을 거는 것이고 또 하나는 더 좋은 제품으로 상대를 완전히 무너뜨리는 것이었다.장정범이 회연단의 처방을 훔쳤다면 분명 대량 생산할 것이다.왜냐하면 장정범은 회연단이 엄청난 인기몰이를 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그때가 되면 장씨 가문은 돈을 억수로 긁어모으며 승승장구할 터였다.하지만 장씨 가문을 무너뜨리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했다.회연단보다 더 강력한 단약을 만들어내면 되는 일이었다.장씨 가문이 모든 자금을 회연단에 쏟아부었을 텐데 그 회연단이 팔리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장씨 가문의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파산은 시간문제일 것이다.그렇게 되면 장씨 가문은 스스로 무너지는 길만 남을 것이다.“넌 또 뭐야? 우리 대화에 끼어들 자격이라도 있나?”장정범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싸늘한 기운을 뿜어냈다.대기업 대표끼리 대화하는데 어디 듣보잡 경호원이 감히 끼어들어?상황 파악도 못 하고 주제 넘는 경호원인 것 같았다.“장정범, 네가 우리 유씨 가문과 정식으로 한판 붙어보겠다고 했으니 나중에 누가 웃을지 한번 보자고.”유정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좋아, 유씨 가문이 과연 어떤 수로 날 상대할지 두고 보지.”장정범은 비웃듯이 코웃음을 쳤다.회연단은 유씨 가문의 정예 연구진과 성약당 장로들이 합심해서 개발한 걸작이다.장정범은 이 회연단을 직접 써보고 그 효과를 확신했다.이 회연단은 기적의 명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그런데 유씨 가문이 고작 사흘 만에 이보다 더 뛰어난 단약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그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돌아가죠.”두 사람은 뒷말 없이 자리를 떴다.“아버지, 저 사람들 그냥 보내실 겁니까?”장우림이 씩씩거리며 말했다.유정을 탐내온 지 오래되었는데 경호원 하나만 데려온 지금이야말로 유정을 덮칠 절호의 기회였기 때문이다.“유씨 가문은 아직 무너지지 않았어. 네가 지금 유정을 덮치면 유기
“저 사람이 장정범이에요.”유정은 중년 남자가 등장하자 바로 진서준에게 소개했다.진서준은 장정범을 흘낏 보고 바로 그가 내뿜는 피비린내가 섞인 살기를 느꼈다.“여러분!”장정범은 마이크를 잡고 차분한 눈빛으로 손님들의 얼굴을 훑어보았다.그러자 본래 시끄럽던 홀은 즉시 고요해졌다.모든 사람이 장정범을 묵묵히 지켜보며 그의 다음 발언을 기다렸다.“오늘 제 아들의 성인식 연회에 오셔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물론 오늘 이 연회는 단순한 생일 파티만은 아닙니다. 이미 몇몇 분들은 소문을 들으셨을 겁니다. 저희 장씨 가문은 곧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노화도 늦출 수 있는 약을 출시할 예정입니다.”이 말에 현장은 술렁이기 시작했다.왜냐하면 모두가 장씨 가문이 건축 자재를 취급하는 회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약재와 건축 자재는 재료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천양지차였다.장씨 가문이 미치지 않고서야 이런 결정을 내릴 것 같지 않았다.유정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충격을 받았다.“혹시 장씨 가문이 회연단을 훔쳐 간 걸까요?”유정의 표정이 굳어졌다.“그럴 가능성이 있어.”진서준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아까 그 장우림이라는 놈이 그렇게 대담했던 이유가 바로 이거겠지.”유정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화가 치밀어 올라 주먹을 꽉 쥐었다.“장정범 씨, 건축 업체가 약재를 출시한다고요? 장난치고 있는 거 아닌가요?”누군가가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물론 장난 아닙니다. 저희가 이번에 출시할 약은 회연단이라고 불리며 그 효과가 탁월합니다. 최대 3년 이내에 공식 발표회가 열릴 예정이니 그때 각자 애인을 데리고 와서 현장에서 직접 효과를 확인해 보세요.”장정범의 목소리는 자신감이 넘쳤다.그 말을 듣자 사람들은 서로를 마주 보며 할 말을 잃었다.장씨 가문의 가주인 장정범이 이런 어이없는 농담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그런데 장씨 가문은 도대체 어디서 이 약의 처방전을 구했을까?“그럼 여러분, 음식과 와인을 마음껏 즐기세요. 저는 더
그 가벼운 말투에 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고개를 돌리니 선글라스를 쓰고 어려 보이는 얼굴에 교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청년이 두 사람 뒤에 서 있었다.“장 도련님.”유정은 차가운 표정으로 바로 인사했다.이 사람은 바로 오늘 연회의 주인공인 장정범의 아들 장우림이었다.“며칠 보지 못했더니 유정 씨는 예전보다 더 아름다워졌네요.”장우림은 눈을 가늘게 뜨며 경박한 목소리로 말했다.선글라스 밑에서 장우림의 눈은 배고픈 늑대가 사냥감을 노려보는 것처럼 유정을 노려보았다.유정은 장우림의 눈에 맛있는 먹잇감인 듯한 느낌이었다.“장 도련님, 과찬이세요.”유정은 여전히 쌀쌀하게 대응했다.“유정 씨 피부도 예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네요.”장우림은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거리낌 없이 손을 뻗어 유정의 얼굴을 만지려 했다.유정의 얼굴에는 더 짙은 냉기가 감돌았다.하지만 장우림의 손이 유정에게 닿기도 전에 진서준은 유정의 손목을 꽉 잡았다.“넌 씨X 누구야? 이 손 못 놔?”장우림은 진서준을 바라보며 눈에서 불꽃을 튕겼다.“네 손을 공제하지 못하겠으면 내가 대신 부러뜨려 주마.”진서준도 역시 쌀쌀한 목소리로 말했다.공공장소에서 유정의 얼굴을 만지려는 행동은 공개적으로 성희롱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내가 누구인지 알기나 해?”장우림은 선글라스를 벗고 진서준을 노려보며 물었다.“네가 누구든 상관없어. 유정 씨에게 손대는 건 용납할 수 없어.”진서준의 목소리는 변함없이 차가웠다.“얼씨구?”장우림은 대놓고 진서준을 비꼬아대기 시작했다.“유정 씨 집에서 키우는 개는 꽤 충성스럽네요.”“장우림, 그따위로 말하겠으면 닥치는 게 좋을 거야.”유정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오늘은 네 생일이야. 공공장소에서 망신당하고 싶지 않으면 내 앞에서 썩 꺼져.”자기를 성희롱하고 진서준을 모욕한 건 유정이 그냥 웃어넘길 수 없었다.“망신당한다고? 내가? 잊지 마, 여긴 우리 장씨 가문 세력 범위 안이야.”장우림은 악랄하게 웃으며 말했다.“너 경호
유정은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정말 병에 걸려 쓰러졌다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을지도 몰라요. 오랜만에 푹 쉴 기회가 생겼으니까요.”유정의 물 흐르듯이 완벽한 연기를 보며 진서준은 속으로 감탄했다.시간은 정말 최고의 스승이었다.이 스승의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유정의 변화를 본 진서준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박진용은 당황해하지 않고 가볍게 웃어넘겼다.“저도 다른 사람들한테 들은 소문이에요. 시간도 늦었는데 같이 들어가실래요?”“박 도련님, 먼저 가세요. 저는 여기서 잠깐 있을게요.”유정이 평온하게 거절했다.박진용의 속셈을 잘 알고 있는 유정은 일부러 박진용과 거리를 두려고 했다.유정은 박진용에게 조금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유정의 마음은 오래전부터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알겠어요. 그럼 유정 씨, 여기서 바람 쐬시면서 편히 계세요.”박진용은 웃으며 돌아서서 떠났다.박진용이 멀어지자 유정은 비로소 긴장을 풀며 웃었다.“오빠, 방금 저 사람은 박서명의 둘째 아들 박진용이에요. 박씨 가문은 여기서 여러 회사를 운영하고 박진용은 그걸 전담하고 있어요. 우리 유씨 가문과도 사업적으로 연관이 많죠.”유정이 박서명과 그의 회사를 소개했다.진서준과 대화를 나누는 동안 유정은 매우 편안해 보였다.누구나 가족에게만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었다.지금 이 사회에서 사람들은 전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진심을 내보이면 마찬가지로 진심이 돌아오는 게 아니라 냉혹한 칼날만 돌아오기 일쑤였다.진서준이 문득 뭔가 생각난 듯 물었다.“저 사람이 너희 회연단을 훔칠 가능성은 없어?”“아마 없을 거예요. 박씨 가문 가주는 주로 인터넷 사업을 하고 약재 생산에는 발을 들여놓은 적이 없어요.”유정은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근데 제 병에 관한 소식은 누군가 밖에 퍼뜨렸네요.”유정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유정이 병에 걸렸을 때, 유씨 가문은 이 소식을 철저히 차단하려 했었다.그 이유는 회사 내에
저녁 무렵, 수안 호텔.금도에서 유명한 한식과 서양식이 어우러진 호텔인 수안 호텔의 면적은 매우 넓었다.수안 호텔은 한국식 왕궁의 아름다움과 서양식 고층 빌딩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고 있었고 정원, 대나무 숲, 와이너리, 심지어 인공 호수까지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그야말로 곳곳에서 고귀하고 사치스러운 분위기가 풍기는 최고급 호텔이었다.이 순간, 수안 호텔 입구에 은백색 벤틀리 차가 천천히 멈춰 섰다.차 문이 열리고 하얀색 연회복을 입은 유정이 먼저 차에서 내렸다.본래 어여쁜 외모를 자랑하는 유정은 정성껏 꾸민 후 더 매력적으로 변했다.차가운 기질과 이쁜 미모가 어우러지며 순식간에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여성들의 몸에 있던 시선을 전부 끌어갔다.모든 남자가 유정을 주목하며 눈에서 탐욕스러운 금빛을 뿜어냈다.“이야, 저 여자는 어느 가문 딸이지? 너무 예쁜데?”“모르겠어, 근데 저 차 보니까 유씨 가문 번호판 같지 않아?”벤틀리의 번호판은 여섯 개의 6으로 이루어졌다.금도에서 유씨 가문 외엔 이런 번호판을 달고 다니는 차가 없었다.유정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잘 나타나지 않아 그녀를 아는 사람이 극히 드물었다.이번에 유정이 이 자리에 참석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었다.하나는 장씨 가문과 유씨 가문 사이의 관계 때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자랑하려는 의도였다.자랑하려는 사람은 물론 유정 곁에 있는 진서준이었다.하지만 이번에 진서준은 김평안의 인피면구를 쓰고 연회에 참석했다.“금도에도 이렇게 멋진 호텔이 있었어?”차에서 내린 진서준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수안 호텔은 정말 영화에서나 볼 법한 아름답고 웅장한 빌딩이었다.“금도는 국내에서 유명한 도시잖아요. 게다가 이 수안 호텔은 장씨 가문의 전용 장소예요. 장정범 부자는 체면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서 이곳을 굉장히 화려하게 꾸민 거예요.”진서준은 유정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지하 세계를 누비다가 신분 세탁한 사람들은 체면을 목숨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유정 씨,
그렇게 하는 건 너무 어리석은 짓일뿐더러 유씨 가문을 곤란한 상황에 몰아넣을 뿐이었다.“아참, 오빠, 우리 집은 최근에 성약당과 협력해서 새로운 제품을 연구했어요. 회사에 도착하면 그 제품 좀 봐주세요.”유정이 갑자기 새 화제를 꺼냈다.“응? 어떤 새 제품인데?”진서준도 흥미가 생겼다.지금의 성약당은 예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그곳 장로들의 의술과 인품은 예전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고 그들이 연구한 제품은 분명 평범한 게 아닐 것이다.“성약당 대장로가 말하길 그 제품은 회연단이라고 하는데, 피부를 촉촉하게 하고 노화도 늦출 수 있대요.”유정은 신난 표정으로 제품을 소개했다.모든 여성은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고 싶어 하지만 그런 생각은 분명 비현실적이었다.이 세상 그 누구도 영원히 젊은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설령 지선 경지에 이른 절세 고수라도 젊음을 영원히 유지할 수는 없었다.단, 진서준처럼 선법을 수련하는 경우는 예외였다.하지만 그 선법을 수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현재까지 진서준이 만난 사람 중, 교회 사람과 구지범이 가짜 선법을 배웠었다.하지만 가짜 선법과 진짜 선법은 큰 차이가 있었다.“그래? 네 말을 들으니 더 궁금해지네.”진서준은 웃으며 대응했다.피부 노화 방지 처방전에 관해 진서준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효과가 어떨지는 진서준이 직접 시험해 본 적 없었다.하지만 이 모든 지식은 창욱 어르신한테서 전수한 것이라 완벽한 효과를 보지 못한다고 해도 일정한 효과는 있을 것이다.곧 두 사람은 회사에 도착했다.유씨 가문의 회사 빌딩은 백 미터 길이에 달하는 웅장한 빌딩이었고 이 빌딩 전체가 유씨 가문 그룹 소유였다.사무실에 들어가자 유정은 자기 비서와 마주쳤다.외부 사람이 있다는 걸 알아차리자 유정의 태도는 즉시 변했다.진서준 앞에서 보였던 단순하고 고분고분한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카리스마가 넘치는 강력한 리더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방 비서, 회사에서 새로 개발한 회연단 가져오세요.”“유 대표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