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민경이 내놓은 6조 원 배상금과 조민영에게 무릎 꿇고 사과하라는 요구는 누가 봐도 도를 넘은 요구였다.조태희는 물론, 구경하던 사람들도 심민경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게 분명했다.하지만 사람들은 심민경이 이렇게 뻔뻔하게 요구한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속으로 곰곰이 생각했다.무언가 깨달은 몇몇 사람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고 그들의 시선은 변씨 가문의 저택으로 향했다.심씨 가문이 조씨 가문과 이렇게 공개적으로 맞설 수 있는 이유는 단순했다. 바로 변씨 가문과 손을 잡았기 때문일 것이다.이 추측이 사실이라면 조씨 가문의 상황은 정말 암울해질 수밖에 없었다.심민경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조태희는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거절했다.“그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그러자 심민경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그럼 우리 가문에 어떤 배상을 하시겠다는 겁니까?”조태희는 얼굴을 굳히며 강경한 태도로 대응했다.“배상 같은 건 없습니다. 혼약은 이미 끝났고 사과도 없을 겁니다. 심씨 가문이 받아들일 수 없다면 정면으로 대결해 보죠.”결단을 내려야 하는 밤인 만큼, 조태희도 물러서지 않고 단호한 태도로 맞섰다.조태희가 갑작스럽게 강단을 보이자 심씨 가문의 세 사람은 모두 놀란 기색을 보였다.‘무슨 상황이지? 설마 조씨 가문이 외부 지원을 받은 건가?’놀라움도 잠시일 뿐, 심국강의 얼굴엔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분노가 스쳤다.“조태희,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는 있어?”“당연하지. 혼약은 우리가 이미 파기했고 절대 사과하지 않을 거야. 너희 가문이 불만이라면 지금이라도 한번 손대봐.”조태희는 거침없이 선언했다.그 얘기를 들은 주변에 모인 유명 인사들은 재빨리 물러났다. 혹시라도 싸움에 휘말리기라도 할까 봐 우려했기 때문이다.심국강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좋아, 아주 좋아. 조씨 가문 태도가 정 그렇다면 우리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두 가문이 곧 서로에게 달려들 태세로 긴장을 끌어올릴 무렵, 위엄 넘치는
변철주는 그 말을 듣고 조태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이 아이가 한 말이 사실인가?”“사실입니다.”조태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부인하지 않았다.“그렇다면 이번 일은 너희 조씨 가문 잘못이 맞아. 하지만 혼약을 파기한 것도 나쁜 일만은 아니야.”변철주는 갑자기 화제를 돌리며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며 연회에 참석한 다른 세가 권력자들을 향해 의미심장하게 선언했다.“여러분, 오늘 우리 변씨 가문이 연회를 개최한 이유는 여러분께 아주 중요한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드디어 오늘 연회의 진짜 목적이 나왔다.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변철주의 다음 발언을 기다렸다.“우리 변씨 가문은 심씨 가문과 혼인 동맹을 맺을 겁니다.”이 한마디는 거대한 폭탄처럼 연회장을 순식간에 뒤흔들었다.“진짜였구나. 난 단순한 소문인 줄 알았어.”“조씨 가문은 이제 끝났군. 앞으로 동북에선 조씨 가문이 사라지겠어.”“앞으로가 아니라 오늘 밤이라고 봐야지. 흑권왕 같은 살인마가 나서면 조태희 일행은 오늘 살아서 나가기 어려울걸.”사람들은 조태희 일행을 동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처음엔 조씨 가문과 심씨 가문이 손잡고 변씨 가문을 무너뜨리는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조씨 가문이 함정에 빠진 꼴이었다.조태희와 조기강의 얼굴은 이미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역시나 예상이 틀리지 않았어...’심민경은 상황이 뜻대로 돌아가자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조 가주, 당신 딸이 우리 동생에게 무릎 꿇고 빌면 우리가 당신 가문을 살려줄 수도 있어요.”조민영은 그 말을 듣고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정말입니까?”조민영의 말에 심민경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사실입니다.”물론 사실일 리 없었다.심씨 가문과 변씨 가문은 오늘 밤 조씨 가문을 절대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오늘 밤 이 세 사람은 절대 살아서 변씨 가문의 장원을 나가지 못할 것이다.“민영아, 저 개수작에 속지 마!”조태희는 서둘러 조민영을 뒤로 끌어들이며 변철주를 향해 분노를 터뜨렸다.“변 어르
칠급 대종사 두 명을 상대한다면 전성기 조기강이라고 해도 아무런 승산도 없었다.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조태희 형제는 마지막 희망을 진서준에게 걸었다.“진 마스터님, 부디 우리를 도와주십시오.”조태희는 진서준을 향해 크게 외쳤다.진 마스터는 또 누구지?연회에 참석한 사람들 모두가 당황하며 조태희가 부른 진 마스터가 누구인지 이해하지 못했다.조태희의 요청을 듣자 진서준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와인잔을 들고 앞으로 걸어 나왔다. 진서준의 양옆에는 허사연 자매가 따라붙었다.한편, 변철주와 그의 일가족은 조태희가 언급한 진 마스터가 누구인지 머릿속에서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어? 설마 저 녀석을 말하는 거야?”변지오는 진서준이 걸어오는 것을 보며 폭소를 터뜨렸다.“왜 그래?”변철주가 의아해하며 물었다.“할아버지, 조태희가 말한 진 마스터는 저 청년일 겁니다.”변지오는 진서준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모두가 고개를 돌려 진서준을 보았다. 스무 살 남짓 되어 보이는 청년의 등장에 연회장의 분위기는 금세 조롱으로 변했다.“조태희가 제정신이 아니구나. 저런 애송이를 불러들여 도움을 청하다니.”“저건 도움을 청한 게 아니라 자살을 부른 거잖아.”저 청년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스무 살 남짓의 나이로 얼마나 대단할 수 있겠는가?그럼에도 조태희는 진서준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진 마스터님, 오늘 밤은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조태희,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선 이런 애송이에게 가문의 장래를 맡기다니, 참으로 가소롭구나.”변지오는 거침없이 조롱했다.하지만 변지오와 달리 변철주는 신중한 표정으로 물었다.“이봐 청년, 혹시 넌 경성 진씨 가문 사람이야?”“알 필요 없어.”진서준은 차갑게 답했다.그러자 변지오가 비웃으며 진서준의 정체를 대신 설명했다.“할아버지, 저 녀석이 무슨 진씨 가문 사람이겠습니까? 저건 그냥 평범한 놈이에요. 보세요, 저 자매는 동북 허씨 가문 허순재 손녀들이잖아요. 진짜 경성 진씨 가문 사람이었다면 허씨 가문 같은 하찮
진서준은 손에 들고 있던 와인잔을 기울이며 와인을 바닥에 쏟았다.그 순간, 잔에서 떨어진 와인 한 방울이 영기에 감싸였다.사람들이 진서준이 뭘 하려는지 깨닫기도 전에, 그 와인 한 방울은 심민경의 미간을 향해 날아갔다.그 광경에 강명찬과 변운도는 온몸에 소름이 쫙 돋으며 긴장했다.두 칠급 대종사는 진서준의 손끝에서 와인 방울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즉시 저지하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푸슉!예리한 무기가 살점을 꿰뚫는 소리가 들렸다.작은 와인 방울은 심민경의 이마를 그대로 꿰뚫었다. 심민경의 얼굴에 남아 있던 오만한 표정은 그대로 영원히 굳어버렸다..쿵!심민경의 몸이 뒤로 넘어가며 흙바닥에 처참하게 쓰러졌다.이 갑작스러운 광경에 연회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민경아! 민경아!”“누나, 왜 그래?”심국강 부자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급히 심민경의 상태를 확인했다.그러나 심민경의 미간에 물방울 크기만 한 피로 물든 구멍을 본 순간, 두 사람은 기절초풍할 뻔했다.다른 사람들 또한 겁에 질려 웅성거리기 시작했다.방금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지도 못했지만 단 한 순간에 한 사람이 목숨을 잃은 현실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렸다.“이봐, 네 짓이야?”변운도는 진서준을 노려보며 물었다.진서준은 변운도를 깔끔하게 무시하고 변지오를 바라보았다.진서준의 시선이 닿는 순간, 변지오의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거대한 맹수의 눈빛 아래 서 있는 듯한 공포감이 순간 변지오에게 밀물처럼 밀려왔다.“방금 했던 말을 기억해?”진서준은 차분하게 물었다.“너, 너 대체 뭘 하려는 거야?”변지오는 큰소리로 되물었지만 내심 두려움이 커졌다.“우리에겐 칠급 대종사가 두 명이나 있어. 너 혼자서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변지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명찬이 앞으로 나서며 차갑게 말했다.“이 녀석, 아무리 봐도 보통 놈이 아니야. 우리가 먼저 선수 치는 게 좋을 것 같아.”“좋아.”변운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진서준의 단 한마디가 거대한 산맥처럼 압박감을 주자 모두가 숨쉬기 힘들 정도로 힘들어했다.이 청년은 진짜 전설 속의 용존이었다.검을 휘두른 일격과 손바닥으로 튕긴 한 방으로 칠급 대종사 두 명을 완벽하게 제압하다니, 용존을 제외하고 세상에 이런 괴물 같은 청년은 없을 것이다.물론 이처럼 무시무시한 전설 속의 용존이 겨우 스무 살 남짓의 청년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예상할 수 없었다.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미 하늘을 찌르는 실력을 갖췄다면 몇 년 후에는 대체 누가 용존과 대적할 수 있을까?연회 현장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막해졌다.변씨 가문과 심씨 가문의 사람들은 초상을 치르는 듯한 절망에 잠겨 진서준을 바라보았다.두 가문이 보물로 여기던 칠급 대종사조차 용존 앞에서는 한 방도 견디지 못했고 도무지 대적할 만한 상대가 아니었다.조태희 또한 멍하니 서서 사색에 잠겼다.칠급 대종사가 언제 이렇게 약해졌단 말인가?심지어 국안부의 호국장군이 와도 이렇게까지는 못할 것이다.한편, 허사연의 눈은 환희로 가득했다.그리고 조민영은 진서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묘한 친숙함을 느꼈다.진서준의 뒷모습은 신농산에서 만났던 김평안과 너무 닮아 있었다.진서준의 유아독존적인 태도와 압도적인 강함까지... 모든 것이 김평안과 판박이였다.혹시 진서준이 김평안 아저씨란 말인가...이런 생각이 조민영의 머릿속에 떠오르자 아무리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았다.조민영의 타고난 무구의 체질 덕분에 조민영의 직감은 일반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웠다.따라서 이런 상상을 하게 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한참을 침묵하던 조태희는 팽팽한 분위기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 진서준에게 공손히 예를 올렸다.“조씨 가문, 용존께 문안 드립니다.”이 말이 떨어지자 모두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강씨 가문, 용존께 문안드립니다.”“한씨 가문, 용존께 문안드립니다.”이어지는 우렁찬 목소리가 끊임없이 현장에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이곳에 모인 동북 지역의 30여 개 최
그러고는 부들부들 떨며 억울한 눈물을 흘렸다.“이놈아, 내가 네게 수없이 말하지 않았어? 사람은 겸손하게 조용히 살아야 한다고. 내 말이 네 귀에 들어갔으면 이 지경까지 되지 않았을 거야. 네 할아버지가 무정하다고 나무라지 마.”말을 마친 후, 변철주는 손을 들어 변지오의 머리를 한 방에 내리쳤다.변지오는 그 충격에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바닥에 쓰러졌다.변철주가 주저하지 않고 자기 친손자를 죽이는 모습을 보자 모두가 수군대기 시작했다.당당하던 변씨 가문 도련님의 결말은 이토록 처참했다.“용존님, 우리 변씨 가문은 조씨 가문에게 6조를 배상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용존님께서 부디 우리 변씨 가문을 용서해 주십시오.”변철주는 허리를 깊이 숙이며 마지막으로 부탁했다.“알았어.”진서준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시선을 심국강에게 돌렸다.그 순간, 심국강도 움찔하며 가슴속에서 두려움이 피어나기 시작했다.심국강은 20여 년간 군인으로서 수많은 전투에서 총알을 맞고도 일말의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었다.하지만 지금, 20대의 젊은 청년인 진서준 앞에서는 두려움이 불길처럼 번져나가며 그의 온몸을 태웠다.“심국강, 용존께 문안드립니다.”“네 아들과 너희 심씨 가문 중 하나를 선택해.”진서준이 마찬가지로 심국강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던졌다.“용존님, 제 딸은 이미 죽었습니다. 제 아들에게 한 번만 반성할 기회를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심국강의 가슴 속에서 피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딸을 위해 복수하기는커녕, 이제는 그 복수를 해야 할 상대에게 아들의 목숨을 구걸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답답하고 어이없었다.“조금 전엔 너희가 내게 살길을 준 적 있어?”진서준은 여전히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만약 내 실력이 형편없는 상황에서 네게 살려달라고 구걸한다면 네가 과연 날 살려줄 수 있을까?”진서준의 말에 심국강은 말문이 턱 막혀 말을 잇지 못했다.딴 사람의 목숨을 마음대로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이 심국강에게 주어진다면 심국강은 절대 진서준을 용서하
조씨 가문 저택에 돌아온 후, 조태희는 진서준 일행에게 별장을 따로 하나 배정했다.드디어 세 사람만 있게 되자 허윤진은 신나서 막 떠들어대며 진서준에 대한 애정을 그대로 드러냈다.“진서준, 너 방금 진짜 멋졌어. 단 한 방에 칠급 대종사를 날려버리다니, 정말 대박이야.”그 말에 진서준은 씩 웃으며 말했다.“방금 내가 날려버린 사람, 그렇게 약한 사람은 아니야.”“약한 사람이 아니라고?”허윤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한 방에 그 사람 날아갔잖아?”“맞아, 한방만 쓰긴 했지. 하지만 그 한 방에 내 힘의 절반이 들어갔어.” 진서준의 말을 허윤진은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응? 근데 내 눈엔 왜 그렇게 쉽게 보였지?”분명 그 한 방은 너무나도 여유로워 보였고 무시무시한 기운이 전혀 없었다.“칠급 대종사라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일반 사람이 아니야. 방금 그 한 방과 그 검격에 두 대종사를 물리친 이유는 두 가지야. 첫 번째는 그 사람들이 날 얕봤기 때문이지. 그리고 두 번째는 내가 전력을 다해 기습 공격을 들이댔기 때문이야.” 진서준이 자세히 상황을 설명했다.만약 변운도와 강명찬이 진서준이 용존임을 확신하고 전력을 다해 싸웠다면 진서준이 절대 지금처럼 쉽게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두 대종사의 과소평가 덕분에 진서준은 외부인이 보건대 식은 죽 먹기처럼 쉽게 상황을 압도한 것이다.진서준이 방금 선보인 두 번의 일격은 전력을 다해 날린 게 확실했다.칠급 대종사는 거의 무도계 정상에 서 있는 존재나 마찬가지였다.진서준이 한 경지를 더 넘어야 전력을 다해 덤벼드는 강명찬과 변운도를 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다.“그렇구나...”허윤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어갔다.“대충 이해했어. 설표 특전대에서 그 여자 종사 고소연이 처음엔 날 무시했잖아. 그랬다가 내가 날린 한 방을 맞고 쓰러질 뻔했지. 그 후에 고소연이 전력을 다하니까 내가 그렇게 쉽게 이길 수 없었어.”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이 화제를 이어갔다.“그러니까 앞으로 누구든 네게 도전하
허윤진은 그 모습을 보고 진서준의 다리를 자기 다리에 올려놓으며 말했다.“나도 할래.”“좋아,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진서준도 더 이상 주저하지 않고 자세를 고쳐 더 편하게 누웠다.허사연이 허리를 굽혀서 손으로 눌러야 해서 허사연의 풍만한 가슴이 가끔 진서준의 코와 얼굴에 닿았다.어차피 두 사람은 이미 명실상부한 연인사이었기에 둘만 있었다면 진서준은 전혀 어색하지 않았을 것이다.문제는 허윤진이 진서준의 허벅지를 열심히 마사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은은한 향기와 부드러운 촉감이 이중으로 진서준을 자극하자 진서준의 호르몬이 미친 듯이 분비하며 몸을 제대로 공제하기 힘들어졌다.허사연은 그런 점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마사지를 이어갔지만 허윤진은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했다.허윤진의 시선은 어느새 작은 텐트처럼 올라오는 곳을 향하고 있었다.순간, 허윤진의 얼굴은 불타오르듯 빨개졌고 황급히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하지만 이미 허윤진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었고 손은 점점 다른 곳으로 미끄러져 가더니 결국 실수로 그곳에 닿고 말았다.그러자 진서준이 가볍게 신음을 냈다.“왜 그래? 내가 너무 세게 눌렀어?”허사연이 깜짝 놀라며 묻자 진서준은 고개를 급히 흔들며 말했다.“아니야, 네 힘은 아무런 문제도 없어...”허사연의 문제가 아니라면, 그럼 허윤진의 문제란 말인가?허사연은 고개를 돌려 허윤진을 바라봤고 그녀의 새빨개진 얼굴을 보자 이내 고개를 돌려 아래를 봤다.그제야 허사연은 상황을 제대로 파악했다.하지만 허사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다시 진서준에게 마사지를 이어갔다.잠시 후, 허사연은 조용히 말했다.“윤진아, 너 먼저 방에 가서 쉬어.”“응, 알겠어.”허윤진은 황급히 진서준의 다리를 소파에 내려놓고 방으로 도망치듯 뛰어갔다.허윤진이 사라지자 허사연은 고개를 숙여 진서준의 귀에 속삭였다.“또 그런 생각 하는 거야?”“응...”진서준도 솔직하게 한 글자로 답했다.허사연의 부드러운 손길이 이어진다면 어느 남자라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