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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0화

작가: 무가
그렇다고 해서 신민준 일행은 섣불리 진서준을 기습할 수 없었다.

우선 차 내 공간이 너무 작아 공격을 개시하기에 불리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이 기습에 성공했다고 해도 진서준을 단번에 죽일 자신도 없었다.

진서준이 아까 보인 푸른빛 번개는 이미 신민준과 우진영의 전투 의지를 전부 꺾어놓기에 충분했다.

차는 신호등도 무시한 채 길에서 전속으로 달렸다.

10분 후, 다들 드디어 장씨 가문의 장원에 도착했다.

목적지에 다다르자 진서준은 차에서 내려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별장의 거실로 향했다.

“거기 서!”

장조인은 진서준이 이곳에서도 거만한 태도를 유지하자 더 이상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진서준, 네가 장씨 가문에 발을 들인 이상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거야. 오늘 네가 비록 하늘을 나는 용이라고 해도 우리 장씨 가문은 반드시 널 잡아 죽일 거니까.”

장조인의 분노 섞인 외침에 진서준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네게 1분을 주겠어.”

장조인은 지체 없이 해외에서 초빙한 강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하는 장조인의 말투는 매우 공손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장조인은 다시 장씨 가문의 다른 대종사들에게도 연락했다.

30초도 채 되지 않아 세 명의 인물이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왔다.

이 세 사람 모두 대종사였고 그중 가장 강한 인물은 사급 대종사 경지였다.

사급 대종사가 진서준을 상대하기에 턱없이 부족했지만 강남 전체에서는 손꼽히는 강자였다.

진서준은 다가오는 네 사람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희가 날 죽이겠다는 거야?”

“물론 아니지. 이게 다라면 내가 어찌 너에게 호언장담할 용기가 있겠어?”

장조인은 냉랭하게 웃으며 답했다.

“진서준, 네가 아무리 잘난 척해도 내가 해외 강자를 초빙한 걸 예상치 못했을 거야.”

진서준은 그 말에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너 해외 이족과 손잡은 거야?”

“손잡은 게 아니라 서로 필요한 걸 주고받는 사이일 뿐이야.”

장조인은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원래는 용멸 계획이 시작될 때 그 강자를 이용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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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이올렛의 매혹적인 몸매를 보면서도 장조인 일행은 누구 하나 감히 사악한 생각을 품지 않았다.그 이유는 단순했다.다들 바이올렛은 가시가 달린 장미와 같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바이올렛에 불순한 생각을 품는 자에겐 오직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지의방 랭킹 26위에 있는 칠급 대종사를 감히 얕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바이올렛 혼자만으로도 장씨 가문을 무릎 꿇게 하기에는 충분했다.사실 바이올렛은 장조인이 주동적으로 찾은 게 아니라 바이올렛이 먼저 장씨 가문을 찾아온 것이다.장조인의 말대로 바이올렛과 장씨 가문은 단순한 이익 교환의 사이였다.장씨 가문은 바이올렛한테 대한민국의 천재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고 바이올렛은 장씨 가문을 도와 서씨 가문을 공격해 장씨 가문이 강남 최고의 가문에 오를 수 있도록 조력했다.처음에 장조인은 바이올렛의 말을 농담으로만 받아들였다.하지만 바이올렛이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자 그는 이 매혹적인 여자가 결코 농담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다.바이올렛의 실력은 강남 최고의 대종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진서준, 조금 전에는 그렇게 건방지게 굴더니 왜 지금은 한마디도 안 하는 거야?”진서준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장조인은 바로 분노를 터뜨리며 조롱했다.아무래도 조금 전에 당한 굴욕을 전부 쏟아내는 것 같았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경멸스럽게 말했다.“네 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겁먹은 걸로 보여? 장조인, 너 참 한심하구나. 바이올렛이 있으니까 내가 여기서 죽을 줄 알아? 네가 바이올렛과 손잡으면 장씨 가문이 강남 최고 가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난 사실 너희 장씨 가문이 내게 무릎 꿇고 사죄하도록 했을 뿐이야. 근데 이제 생각이 바뀌었어. 장씨 가문이 해외 이족과 내통했다는 이유로 너희 장씨 가문을 처단하겠어.”국안부 규정에 따르면 이족과 내통하는 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였다.해외 이족과 내통한 가문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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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 입맛이 특이한 거야, 아니면 너희 이족의 입맛이 다 그 꼬락서니인 거야?”진서준은 바이올렛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진서준이 아직도 태연자약하게 웃는 모습을 보자 바이올렛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이따가 지금처럼 웃음이 나올지 두고 보자.”말을 마친 후, 바이올렛은 몸을 휙 돌리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그리고 장씨 가문의 저택 안에서는 바이올렛의 허상이 여러 개 나타났다.허상은 하나하나가 실제 사람과 같았고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했다.“죽여! 저 녀석 숨통 끊어버려!”바이올렛이 공격을 개시하자 장조인의 얼굴은 흉측하게 일그러졌다.장조인은 이미 진서준이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이 강렬하게 흔들렸다.주위의 풀밭에는 대지진이라도 겪은 듯한 섬뜩한 균열이 나타났다.장조인과 그 일행은 깜짝 놀라며 균열의 중심으로 시선을 돌렸다.그곳에서는 진서준과 바이올렛이 이미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두 사람의 주먹과 손바닥이 맞닿을 때마다 고막을 찢을 듯한 굉장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게다가 두 사람의 발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바닥이 갈라지며 균열이 점점 더 넓어졌다.장조인 일행은 급히 뒤로 물러섰다.진서준과 바이올렛이 싸우는 그 여파만으로도 장조인 일행은 견디기 힘들었다.두 사람의 막상막하인 모습을 보자 장조인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바이올렛과 손잡은 게 참 다행일 정도였다.바이올렛이 없었다면 진서준의 실력으로 장씨 가문을 충분히 멸망할 수 있었다.쿵!다시 한번 강력한 충격이 일어났고 두 사람은 각각 10미터 넘게 뒤로 밀려났다.두 사람이 바닥에 발을 딛고 서 있을 때 지나간 자리는 온통 균열이 가득했다.푸른 눈동자를 가진 바이올렛은 진서준을 빤히 노려보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진서준이 그날 밤보다 훨씬 강해진 것 같았다.설마 그날 밤 이 녀석이 일부러 실력을 감춘 건가?생사가 오가는 판국에서 누구도 그렇게 대담한 짓을 할 수는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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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어제 고성운과 육위준 두 사람과의 전투에서 옥패 속 영기가 완전히 고갈되었다.바이올렛 역시 전투 초반의 당당한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공기 중에 거의 다 노출된 바이올렛의 하얀 피부와 전투복이 어우러져 몹시 요염해 보였다.단약 하나로 진서준이 이렇게까지 강해질 줄은 생각지 못했다.하지만 오늘 진서준을 반드시 제거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진서준은 훗날 해외 강자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다.생각을 마친 바이올렛은 멀리 있는 장조인을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너희 가문 사람들은 거기서 언제까지 구경만 할 거야? 어서 달려들어.”장조인은 그 말을 듣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바이올렛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여태껏 그녀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줄 알았던 것이다.괜히 장조인이 멋대로 행동했다가 바이올렛의 비위를 건드릴까 봐 두려운 것도 있었다.“다들 힘을 합쳐 진서준에게 덤벼. 오늘 진서준을 반드시 여기서 죽여야 해.”진서준이 여기서 죽어야만 장씨 가문의 비밀이 외부에 누설되지 않을 것이다.만약 서씨 가문이나 국안부 사람들이 장씨 가문이 해외 이족과 결탁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장씨 가문은 파멸을 면치 못할 것이다.장조인의 호령을 듣자 장씨 가문의 대종사 세 명과 우진영이 진서준을 둘러싸기 시작했다.방금 바이올렛이 진서준의 강기와 체력을 거의 다 소모했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었다.그들은 이제 진서준이 저항할 힘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아 전혀 두렵지 않다고 판단했다.“대한민국 최정상에 있는 천재를 죽일 수 있다면 우리도 헛되이 산 건 아닐 거야.”흰 정장을 입은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노인 역시 지의방에 오를 수 있을 만큼 실격이 강한 강자였다.수백 번의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겪었지만 노인은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용존이라, 이름은 거창하긴 한데 사람은 좀 어리석군.”다른 노인도 한마디 덧붙였다.오직 우진영과 또 다른 사급 대종사만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진서준을 신중하게 바라보았다.사자가 토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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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청한 놈!”바이올렛은 죽은 흰옷의 노인을 보며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진서준은 바이올렛과 실력이 비등할 정도였기에 비록 강기가 거의 소진된 상태라 해도 삼급 대종사가 함부로 모욕할 대상은 아니었다.삼급 대종사는 종사나 일반 사람들 앞에서는 강한 실력을 갖춘 자들이지만, 진서준과 바이올렛의 눈에는 그야말로 하찮은 벌레와도 같은 존재였다.죽어가는 코끼리라도 눈앞의 개미를 죽이는 건 여전히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운 일이었다.“모두 함께 공격해, 제멋대로 움직이는 놈이 있으면 난 그냥 가버릴 거야.”바이올렛은 화가 나서 거친 말을 내뱉었다.우진영 일행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진서준을 바라보는 눈에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했다.“죽어!”바이올렛은 나지막한 소리로 외치며 발을 내디뎠고 바닥은 산산이 부서져 조각이 튀었다.바이올렛의 신속한 공격은 여러 겹의 잔상을 남겼다.진서준은 바이올렛을 바라보며 손에 든 참선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체내의 영기가 이미 거의 고갈되어 혈용권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고 지금은 오직 참선검으로만 대응할 수 있었다.다행히 참선검의 강도는 이전의 천문검보다 몇 배나 더 강했다.바이올렛의 주먹이 참선검에 부딪혔지만 검에는 아무런 균열도 생기지 않았고 쟁쟁한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만 울렸다.충돌이 일어날 때마다 두 사람의 팔에는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세 번의 격돌 후, 우진영과 장씨 가문의 다른 두 대종사가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다.네 사람은 좌우와 뒤쪽에서 진서준을 겹겹이 포위했다.네 갈래의 강력한 선천강기가 뿜어져 나와 진서준에게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을 주었다.포위당한 진서준의 눈빛은 한없이 차가워졌다.진서준이 한 손으로 결계를 맺자 손바닥에서 영기가 번개로 되어 빛이 흘러나왔다.다음 순간, 번개가 하늘로 치솟아 우진영과 나머지 셋에게 내리쳤다.그러자 다들 즉시 선천강기를 본인 앞에 내세워 방어했다.번개가 선천강기에 닿자 쩌저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그 소리는 귀청이 터질 듯 요란했지만 강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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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미 가문 사람인 내가 우리 가문을 배반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거야.”바이올렛의 이토록 강경한 태도에 진서준은 담담히 웃으며 손가락을 튕겨 금속 문을 열었다.진서준이 문을 여는 모습을 본 바이올렛은 눈꺼풀이 떨렸다.지금의 바이올렛은 강기를 쓸 수 없어 그저 평범한 사람에 불과했다.진서준이 지금 바이올렛에 뭔가를 하려고 하면 그녀는 저항조차 할 수 없었다.바이올렛은 서둘러 자기 몸을 훑어보았다. 옷 곳곳에 구멍이 나 있어 자칫 민망한 부분이 드러날 수 있다는 걸 발견하자 바이올렛의 얼굴이 급격히 변했다.“이봐, 뭘 하려는 거야?”바이올렛은 천천히 뒤로 물러섰고 파란 눈동자에 한 줄기 두려움이 비쳤다.바이올렛은 올해 47세였지만 여태껏 남자와의 친밀한 접촉은 한 번도 없었다.지금까지도 바이올렛은 순결을 지키고 있었다.진서준이 점점 다가오자 바이올렛의 심장은 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가까이 오지 마!”하지만 진서준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고 서서히 바이올렛을 벽 모퉁이로 몰아넣었다.바이올렛의 공포스러운 눈빛을 보며 진서준은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너도 두려움을 느낄 줄 아는구나.”진서준의 조롱에 바이올렛은 분노하며 주먹을 꽉 쥐고 진서준을 노려보았다.“네가 진정한 남자라면 날 원래대로 돌려놓고 밖으로 나가 한 판 붙자. 목숨을 걸고 죽을 때까지 싸우자고!”진서준은 그 말에 비웃음을 터뜨렸다.“내가 남자인지 아닌지 증명하는 방법은 또 있어.”진서준의 말에 바이올렛의 눈 속 공포가 한층 짙어졌다.다른 방법이라니?바이올렛이 아무리 멍청해도 진서준이 말한 방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이 짐승 같은 나쁜 놈아! 난 올해 마흔일곱이야, 이 나이면 네 어머니뻘이란 말이야!”바이올렛은 진서준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냉랭하게 웃으며 답했다.“너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하네? 내가 너에게 그런 짓을 할 거라고 생각해? 넌 그럴 자격이 없어.”마지막 한마디는 바이올렛을 더욱 큰 분노를 끌어냈다.바이올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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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가면 안 돼?”사실 진서준은 거절하려 했었다.르벨은 안개가 짙게 깔린 늪지대 같은 곳이라 진서준조차도 어디에 함정이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다.그러니 허사연이 온다면 다칠 가능성이 컸다.하지만 거절하면 허사연이 상처받을 게 뻔했다.“당연히 되지. 지금 위치 보낼게.”진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위치를 보냈다.자기 여자를 지킬 자신도 없으면서 강자들을 상대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자기야, 잘 자.”허사연이 애정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너도 일찍 자.”진서준이 다정하게 답했다.전화를 끊고 나니 진서준의 졸음이 싹 가셨다.진서준은 창가로 다가가 이 화려한 도시를 내려다봤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하씨 가문... 너희가 무슨 꿍꿍이를 꾸미든 난 전부 박살 낼 거야. 이번엔 반드시 나와 아버지의 정체를 밝혀내고 말겠어.”진서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그렇게 별다른 사건 없이 밤이 지나갔다.다음 날 아침.진서준이 막 눈을 뜨자마자 도지아의 흥분한 외침이 들려왔다.“진서준, 됐어. 나 생겼어!”도지아는 눈 밑이 시커멓게 변해 있었는데 밤새 잠을 자지 않은 게 분명했다.진서준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물었다.“너 아직 처녀 아니었어? 대체 어떻게 임신한 거야?”“미친놈아, 임신은 개뿔, 무슨 헛소리야?”도지아는 얼굴이 빨개지며 진서준을 노려봤다.“그럼 왜 아침부터 난리야?”진서준이 되물었다.보통 사람이라면 이렇게 아침부터 흥분해 날뛰지 않을 것이다.“어제 네가 준 수련법 기억나지? 나 벌써 원기를 형성할 수 있게 됐어.”자기가 대단하다고 여긴 도지아는 자랑스럽게 선언했다.고작 하룻밤 만에 원기를 형성한 건 확실히 대단한 일이었다.“뭐? 그렇게 빠르다고? 너 타고난 천재 맞네?”진서준이 다소 의아한 표정을 보였다.보통 무인은 원기를 익히는 데만 최소 1년이 걸리는데 그것도 매일 꾸준히 수련할 경우에만 발생하는 일이었다.심지어 재능 있는 자들도 한두 달은 족히 걸린다.그런데 도지아는 단 하룻밤에 이 어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5화

    “스위트룸은 따로 갈라져 있으니까 오해하지 마.”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도지아가 설명했다.“오해 안 해. 네가 그런 사람 아니라는 거 알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답했다.사실 둘은 황예은의 소개로 알게 되었을 뿐, 알고 지낸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진서준은 본인이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스위트룸에 들어가자 도지아는 안쪽 방을 골랐다.“네 다리에 바른 연고에 아직 물 닿으면 안 돼. 되도록 샤워는 참아.”진서준이 슬쩍 주의를 줬다.“알았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건을 적셔 상반신만 가볍게 닦았다.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기 몸매를 보자 진서준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내 몸매가 별론가? 아니면 내 얼굴이 부족한 건가? 예은과 비교하면 차이가 없다고 할 순 없네.’솔직히 외모만 놓고 보면 황예은을 이길 여자는 없었고 심지어 허사연조차도 약간 밀릴 정도였다.10분 후, 도지아는 가운을 입고 방에서 나왔다.진서준도 샤워를 마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상태였다.“아까 얘기했던 거 계속할게. 내공 수련을 하려면 타고난 재능이 엄청 중요해.”진서준이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재능 앞에서는 노력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만약 네가 타고난 천재라면 빠르게 입문할 거고 아니라면 그냥 시간 낭비야.”감옥에 있을 때, 창욱 어르신이 진서준을 슬쩍 만져보더니 바로 천재라고 단언하며 무조건 제자로 삼겠다고 했었다.지금 돌이켜보면 그 말이 맞긴 했다.진서준이 연마하는 선법을 다른 사람이 똑같이 배운다고 해도 그 사람이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할 터였다.“알겠어.”도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내 재능부터 한번 확인해 줘.”“손 내밀어.”도지아는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잠시 후, 내가 너한테 원기 조금 밀어 넣을 거야. 그걸 느낄 수 있다면 넌 무도계에 발을 들일 자격이 있는 거고 못 느끼면 그냥 포기하는 게 나아.”진서준은 그렇게 말하며 도지아의 손목을 잡고 천천히 경락을 따라 원기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4화

    “이게 무슨 천벌 받을 일이야, 기가 막히는구나.”아버지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한탄했다.“그래도 그렇지. 마약에 손댔다고 해서 어떻게 너를 팔아넘길 생각을 해? 그게 사람이야? 넌 민수 친누나잖아.”이게 바로 도지아 아버지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다.마약을 한 건 차라리 괜찮았다.그냥 도민수를 끌고 가서 반년 동안 재활센터에 처박아 두면 된다.하지만 도민수는 마약 때문에 도지아를 팔아넘겼다.이건 이미 인간이 할 짓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한 놈이었다.“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도지아는 부모님을 바라보며 물었다.“경찰에 신고해야지. 이 자식이 저지른 짓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해.”도지아 아버지는 분노로 얼굴이 새빨개졌다.“당신 미쳤어요? 쟤 우리 친아들이라고요. 아들 인생 망칠 일이 있어요?”도지아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황급히 휴대폰을 빼앗았다.“이놈은 더 이상 내 아들이 아니야. 그냥 짐승이야.”도지아 아버지는 분노의 고함을 질렀다.“우리 딸이 이놈 때문에 잘못될 뻔했잖아.”“지아가 없었으면 우리가 납치당했겠어요? 우리가 납치 안 당했으면 민수가 강제로 마약을 했겠어요? 그럼 이후의 일들이 벌어졌겠냐고요?”도지아 어머니는 여전히 아들을 감싸며 말했다.“당신 진짜 노망났어? 그러니까 지아를 그 개자식한테 넘기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도지아 아버지는 아내를 믿을 수 없다는 듯 쳐다봤다.“둘 다 제 자식이에요. 아무튼 경찰 신고는 절대 안 돼요.”도지아 어머니는 도지아에게 애원했다.“지아야, 엄마가 부탁할게. 제발 신고하지 마, 응? 엄마가 약속할게. 다시는 민수가 이런 짓 못 하게 말이야.”솔직히 도지아는 어머니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라고 예상했기에 미리 결론을 내려두었다.“그럼 재활센터로 보내요. 난 집에서 나가서 살 거예요. 민수랑 다시는 마주치지 않을 거예요.”“안 돼, 지아야. 나가야 할 놈은 저 개자식이야. 넌 우리와 함께 있어야 해.”도지아 아버지가 간절하게 설득했다.“아빠, 엄마, 지금까지 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3화

    조호는 동부 구역 귀도파의 두목이었다.그 지위는 노랑머리 청년의 상급 보스와 맞먹었다.그런 조호가 지금 한 청년 앞에서 이렇게 공손하게 행동하고 있었다.이것만 봐도 상대의 정체가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노랑머리 청년은 완전히 얼이 빠졌다.“진서준 씨, 이놈 어떻게 처리할까요?”조호가 고개를 숙이며 공손하게 물었다.“그냥 죽여. 이런 쓰레기는 살아 있어 봤자 사람들에게 해만 끼쳐.”진서준이 무심하게 대답했다.“뭐라고요? 호랑이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이분도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노랑머리 청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기겁하며 무릎을 꿇고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하지만 진서준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도지아 쪽으로 걸어갔다.“호랑이님. 저 삼생파 소속입니다. 우리 두목의 체면 봐서라도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랑머리 청년은 무릎으로 기어가 조호 앞에 매달렸다.“나도 널 살려주고 싶어. 하지만 이건 진서준 씨 명령이야. 따를 수밖에 없어.”조호가 부하들에게 손짓하자 부하 두 명이 즉시 다가왔다.한 명은 검은 두건을 꺼내 노랑머리 청년의 얼굴을 뒤집어씌웠고 다른 한 명은 단단히 밧줄을 감아 그의 목을 조였다.노랑머리 청년은 공중에서 팔다리를 마구 휘저으며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30초 후 완전히 조용해졌다.“네 동생을 어떻게 할 생각이야?”진서준이 질문을 던졌다.“나도 몰라.”도지아는 초점 없는 눈으로 대답했다.친동생이 그깟 마약 한 봉지를 위해서 자기를 배신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도지아는 이제야 도민수의 눈에 자기가 마약 한 봉지보다도 가치 없는 존재였다는 걸 깨달았다.“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하고 계속 모르는 척하는 것도 여러 방법의 하나야.”진서준이 제안했다.“하지만 한 번이 있으면 두 번도 있는 법이야.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길 때, 난 아마 이곳에 없을 거야. 그때는 네가 스스로 보호할 줄 알아야 해.”진서준이 솔직하게 말했다.어떤 일이든 한 번 일어나면 두 번도 일어나기 마련이다.도민수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2화

    다음 순간, 도민수의 시선은 흐릿해지고 완전히 환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자, 그럼 내가 먼저 할게. 이따가 너희도 실컷 즐겨.”노랑머리 청년은 눈에 불을 켜고 도지아에게 달려들 준비를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별장 대문을 거칠게 걷어찼다.그와 동시에 천장의 전등이 박살 나며 순식간에 실내가 암흑으로 뒤덮였다.그리고 문 쪽에서 서늘한 한기가 흘러들어왔다.“누구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여길 쳐들어와? 죽고 싶어?”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이를 갈았다.딱 한 걸음만 더 가면 이 여자를 즐길 수 있었는데 누군가가 이 좋은 노릇을 방해한 것이다.그때, 별장 대문에서 어떤 남자의 실루엣이 나타났다.어둠 속에서 달빛을 받아 노랑머리 청년 일행은 그의 모습을 똑똑히 확인했다.“야, 너 뭐야? 여긴 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니야. 당장 꺼져.”노랑머리 청년은 버럭 화를 내며 소리쳤다.하지만 진서준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안으로 걸어왔다.그리고 바닥에 널브러져 환상에 빠진 도민수를 내려다보며 씁쓸하고 실망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도박꾼, 술주정뱅이, 약쟁이... 이 세 부류의 말은 절대 믿어선 안 돼.”진서준이 나지막한 소리로 중얼거렸다.다행히 진서준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도지아에게 위치추적기를 달아두었다.“야, 내 말 들리지 않아? 뭘 멍때리고 있어?”노랑머리 청년은 씩씩거리며 다가오더니 진서준의 뺨을 갈기려 손을 치켜들었다.철썩!따귀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노랑머리 청년의 몸이 팽이처럼 제자리에서 열 바퀴 가까이 빙글빙글 돌았고 진서준이 힘껏 걷어차자 새우처럼 접힌 채 바닥에 처박혔다.“웩!”노랑머리 청년은 쓰러진 채 입을 벌리더니 그 자리에서 어제 먹은 밥까지 모두 토해냈다.“형님, 괜찮으세요?”건달 하나가 달려와 노랑머리 청년을 부축했다.“저 개자식이... 다들 저놈 죽여버려!”노랑머리 청년은 분노에 차 똘마니들에게 명령했다.삼생파 두목인 노랑머리 청년은 정말 오랜만에 누군가에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1화

    노랑머리 청년의 말에 도민수는 속에서 분노의 불길이 치솟았다.“너 너무한 거 아니야?”도민수가 분노에 차서 소리쳤다.“너무해? 그게 네가 할 소리야?”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를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고작 마약 좀 얻겠다고 친누나를 바친 건 누구야? 대체 누가 더 개같은 짓을 한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찼다.“솔직히 말해서 나도 너 같은 쓰레기 동생은 처음 봐.”주변에 있던 똘마니들도 박장대소했다.모두가 도민수를 한심한 광대 보듯이 쳐다봤다.“좋아. 영상 찍을게.”도민수는 이를 갈며 결국 받아들였다.“쯧쯧... 옛날에 많은 장군들이 여러 가지 수모를 견뎠다지만 넌 그 장군들보다 더 대단하네?”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가 이런 정도의 수모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이건 거의 전대미문의 인내력이라고 볼 수 있었다.“저 여자 데리고 들어가.”노랑머리 청년이 도지아를 가리키며 말했다.“내 누나 건들지 마. 내가 직접 업고 갈 거야.”도민수는 치근덕거리는 건달들을 밀쳐내고 직접 도지아를 업었다.그렇게 도지아를 별장으로 데려오자 노랑머리 청년은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잠깐, 너희 하 도련님은 안 오는 거야?”도민수가 서둘러 물었다.“그 녀석이 오면 우리가 이 짓을 할 수 있겠어?”노랑머리 청년은 도민수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너 설마 아직도 우리가 하 도련님을 위해서 일하는 거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틀려도 한참 틀렸어. 우린 그냥 이 여자를 신나게 맛보고 싶을 뿐이야.”도민수는 순간 멍해졌다.“그럼 나한테 마약을 먹인 것도 너희 결정이었어?”“그래, 그게 아니면 뭐겠어?”노랑머리 청년은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너희 같은 평범한 집안 놈들은 우리 하 도련님 기억 속에 남을 가치도 없어.”“이 벼락 맞아 뒈질 개자식들아!”도민수가 꽉 쥔 주먹에서 우두둑하는 소리가 났다.“이 개자식이 누굴 욕하는 거야?”노랑머리 청년은 곧바로 발차기를 날려 도민수를 바닥에 나뒹굴게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40화

    “단순히 하경범의 동선을 조사하라는 것뿐이야. 너더러 그놈이랑 목숨을 걸고 싸우라는 게 아니야.”진서준이 조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사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나 혼자 여러 일을 대응하기 어려워 그런 거야. 다른 일이 없으면 내가 직접 그놈을 찾아갔을 거야.”조상규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떠올리며 조호는 이를 악물고 임무를 받았다.“알겠습니다, 진서준 씨. 사흘 내로 하경범의 일정을 조사해 보고하겠습니다.”“좋아, 그럼 일단 밥부터 먹자.”진서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식사가 끝난 후, 조호 부자는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들이 나간 후, 오영수는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였다.“저 자식 믿을 수 있는 겁니까? 하경범에게 달려가 밀고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겁니까?”“그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러 저 녀석 앞에서 조상규를 죽인 겁니다.”진서준이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마음만 먹으면 사람을 죽인다는 걸 알게 됐으니 감히 딴생각은 못 할 겁니다.”오영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오영수도 인간 심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어왔기에 진서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하세요.”오영수가 입을 열었다.“저는 단 하나만 궁금합니다. 대장님 삼촌은 도대체 언제 돌아오는 겁니까?”진서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궁금한 걸 말했다.진서준의 목표는 오영수의 삼촌에게서 자기 가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이었다.그것이 아버지의 행방을 찾는 단서가 될 수도 있었다.“늦어도 모레면 돌아올 겁니다.”오영수가 대답했다.“셋째 삼촌이 돌아오면 바로 연락할게요.”“부탁할게요.”진서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무렵.한 식당에서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민수야, 오늘은 웬일이야? 왜 갑자기 밥을 사주려는 거야?”도지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이건 도민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최근 도민수는 화약고처럼 사소한 일에도 폭발하기 일쑤였다.그런데 갑자기 자기를 불러 밥을 사준다고 하니 너무나도 이상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9화

    조호는 진서준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걸 보고 앞으로 감히 다른 마음을 품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조상규 같은 대종사조차 가볍게 정리되었는데 하물며 조호 같은 평범한 인간은 말할 것도 없었다.일행은 다른 방으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진서준 씨... 잠시 후, 제가 모셔도 될까요?”치파오 여자는 일부러 허리를 숙이며 가슴골을 드러냈다.조상규가 죽으면서 여자는 기댈 곳을 잃었으니 이제는 새로운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했다.조호의 아들은 자기 밥만 쳐다보며 눈길을 감히 다른 데다 돌리지 못했다.괜히 이상한 시선을 줬다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조금 전엔 일부러 조상규를 자극하려고 연기한 거야. 넌 가봐도 좋아.”진서준이 손을 휘저었다.치파오 여자는 매력적이었지만 진서준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진서준에게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것도 한 명이 아니었다.이 말을 듣자, 치파오 여자는 눈에 띄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그럼 저는 문 앞에서 대기하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여자가 나간 후, 진서준이 입을 열었다.“대장님, 하씨 가문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죠?”“하씨 가문이요?”오영수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다지 잘 알진 못합니다. 저는 군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 집에 잘 안 들릅니다.”“그럼 너는?”진서준은 조호를 바라봤다.조호는 급히 젓가락을 내려놓고 입을 닦으며 대답했다.“저도 하씨 가문의 사업에 대해 조금 아는 정도입니다. 현재 르벨의 모든 카지노는 하씨 가문이 장악하고 있고 그 외의 누구도 끼어들 수 없습니다.”다른 지역에서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의식주가 가장 중요했지만 르벨에서는 도박이 가장 중요했다.80세 노인부터 3살짜리 아이까지 누구나 도박을 했다.르벨 경제의 중심은 도박이었다.덕분에 하씨 가문은 지역 내 절대적인 권력을 쥐고 있었다.오씨 가문, 안씨 가문 같은 명문대가도 하씨 가문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야 했다.“하경범이라는 인물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838화

    “뭐가 무리야? 네 여자가 따라준 차를 마시면 앞으로 너희 둘의 관계가 완전히 끝난다는 뜻에서 절교차라고 생각하면 되겠네.”진서준이 웃으며 말했다.“진서준 씨가 큰형님이잖아요. 첫 잔은 큰형님이 먼저 드셔야죠.”“얼른 마셔. 마시지 않으면 널 죽일 거야.”진서준의 얼굴이 순간 냉랭하게 변했고 순식간에 분위기가 살벌해졌다.“진서준 씨, 농담이 심하시네요. 설마 차 한 잔 때문에 절 죽이겠습니까?”조상규가 여전히 억지로 웃었다.하지만 다음 순간, 조상규의 웃음은 영원히 얼굴에 굳어버렸다.진서준이 갑자기 손을 뻗어 아무런 예고 없이 젓가락을 던졌다.그 젓가락은 공기를 가르며 날아가 조상규의 가슴을 관통했다.펑!심장이 터지는 끔찍한 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조상규는 고개를 푹 떨구고 그대로 식탁 위에 쓰러졌다.조호 부자는 겁에 질려 다리가 풀렸고 슬금슬금 진서준과 거리를 벌렸다.‘이건 분명 미친놈이야. 자기 심기를 건드렸다고 사람을 마음대로 죽여?’처음부터 이런 놈인 줄 알았다면 차라리 아까 목숨을 내걸고 싸웠을 것이다.치파오 여자는 더욱 기겁하며 벌벌 떨면서 진서준을 쳐다봤다.“아가씨, 이제 네 남편은 죽었어. 그러니 이 차는 네가 대신 마시도록 해.”진서준이 치파오 여자를 바라봤다.“저, 저요?”치파오 여자의 얼굴이 순간 얼어붙었다.조상규는 차 한 잔을 마시지 않으려다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그럼 자기도 거부하면 그대로 죽을 게 아닌가?“왜? 설마 차 한 잔도 못 마시는 건 아니겠지?”진서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치파오 여자는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차에 독이 들어 있어요. 조상규가 저를 협박해서 저도 어쩔 수 없었어요. 전 정말 아무 죄도 없어요.”“뭐? 차에 독이 있다고?”조호 부자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방 하나 더 잡아.”진서준이 무심하게 말했다.“네. 지금 당장 준비하겠습니다.”치파오 여자는 공포에 질린 채 황급히 방을 빠져나갔다.치파오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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