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고 해서 신민준 일행은 섣불리 진서준을 기습할 수 없었다.우선 차 내 공간이 너무 작아 공격을 개시하기에 불리했기 때문이다.게다가 그들이 기습에 성공했다고 해도 진서준을 단번에 죽일 자신도 없었다.진서준이 아까 보인 푸른빛 번개는 이미 신민준과 우진영의 전투 의지를 전부 꺾어놓기에 충분했다.차는 신호등도 무시한 채 길에서 전속으로 달렸다.10분 후, 다들 드디어 장씨 가문의 장원에 도착했다.목적지에 다다르자 진서준은 차에서 내려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별장의 거실로 향했다.“거기 서!”장조인은 진서준이 이곳에서도 거만한 태도를 유지하자 더 이상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진서준, 네가 장씨 가문에 발을 들인 이상 죽을 각오를 해야 할 거야. 오늘 네가 비록 하늘을 나는 용이라고 해도 우리 장씨 가문은 반드시 널 잡아 죽일 거니까.”장조인의 분노 섞인 외침에 진서준은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네게 1분을 주겠어.”장조인은 지체 없이 해외에서 초빙한 강자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하는 장조인의 말투는 매우 공손했다.전화를 끊자마자 장조인은 다시 장씨 가문의 다른 대종사들에게도 연락했다.30초도 채 되지 않아 세 명의 인물이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왔다.이 세 사람 모두 대종사였고 그중 가장 강한 인물은 사급 대종사 경지였다.사급 대종사가 진서준을 상대하기에 턱없이 부족했지만 강남 전체에서는 손꼽히는 강자였다.진서준은 다가오는 네 사람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희가 날 죽이겠다는 거야?”“물론 아니지. 이게 다라면 내가 어찌 너에게 호언장담할 용기가 있겠어?”장조인은 냉랭하게 웃으며 답했다.“진서준, 네가 아무리 잘난 척해도 내가 해외 강자를 초빙한 걸 예상치 못했을 거야.”진서준은 그 말에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너 해외 이족과 손잡은 거야?”“손잡은 게 아니라 서로 필요한 걸 주고받는 사이일 뿐이야.”장조인은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원래는 용멸 계획이 시작될 때 그 강자를 이용할
바이올렛의 매혹적인 몸매를 보면서도 장조인 일행은 누구 하나 감히 사악한 생각을 품지 않았다.그 이유는 단순했다.다들 바이올렛은 가시가 달린 장미와 같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바이올렛에 불순한 생각을 품는 자에겐 오직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지의방 랭킹 26위에 있는 칠급 대종사를 감히 얕볼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바이올렛 혼자만으로도 장씨 가문을 무릎 꿇게 하기에는 충분했다.사실 바이올렛은 장조인이 주동적으로 찾은 게 아니라 바이올렛이 먼저 장씨 가문을 찾아온 것이다.장조인의 말대로 바이올렛과 장씨 가문은 단순한 이익 교환의 사이였다.장씨 가문은 바이올렛한테 대한민국의 천재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고 바이올렛은 장씨 가문을 도와 서씨 가문을 공격해 장씨 가문이 강남 최고의 가문에 오를 수 있도록 조력했다.처음에 장조인은 바이올렛의 말을 농담으로만 받아들였다.하지만 바이올렛이 엄청난 실력을 보여주자 그는 이 매혹적인 여자가 결코 농담하는 게 아니란 걸 깨닫게 되었다.바이올렛의 실력은 강남 최고의 대종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진서준, 조금 전에는 그렇게 건방지게 굴더니 왜 지금은 한마디도 안 하는 거야?”진서준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장조인은 바로 분노를 터뜨리며 조롱했다.아무래도 조금 전에 당한 굴욕을 전부 쏟아내는 것 같았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경멸스럽게 말했다.“네 눈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겁먹은 걸로 보여? 장조인, 너 참 한심하구나. 바이올렛이 있으니까 내가 여기서 죽을 줄 알아? 네가 바이올렛과 손잡으면 장씨 가문이 강남 최고 가문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난 사실 너희 장씨 가문이 내게 무릎 꿇고 사죄하도록 했을 뿐이야. 근데 이제 생각이 바뀌었어. 장씨 가문이 해외 이족과 내통했다는 이유로 너희 장씨 가문을 처단하겠어.”국안부 규정에 따르면 이족과 내통하는 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였다.해외 이족과 내통한 가문은 반드시 뿌리 뽑아야 했다.
“네 입맛이 특이한 거야, 아니면 너희 이족의 입맛이 다 그 꼬락서니인 거야?”진서준은 바이올렛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진서준이 아직도 태연자약하게 웃는 모습을 보자 바이올렛의 눈빛은 더욱 차가워졌다.“이따가 지금처럼 웃음이 나올지 두고 보자.”말을 마친 후, 바이올렛은 몸을 휙 돌리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그리고 장씨 가문의 저택 안에서는 바이올렛의 허상이 여러 개 나타났다.허상은 하나하나가 실제 사람과 같았고 진짜와 가짜를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했다.“죽여! 저 녀석 숨통 끊어버려!”바이올렛이 공격을 개시하자 장조인의 얼굴은 흉측하게 일그러졌다.장조인은 이미 진서준이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었다.쿵!둔탁한 소리와 함께 바닥이 강렬하게 흔들렸다.주위의 풀밭에는 대지진이라도 겪은 듯한 섬뜩한 균열이 나타났다.장조인과 그 일행은 깜짝 놀라며 균열의 중심으로 시선을 돌렸다.그곳에서는 진서준과 바이올렛이 이미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두 사람의 주먹과 손바닥이 맞닿을 때마다 고막을 찢을 듯한 굉장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게다가 두 사람의 발이 바닥에 떨어질 때마다 바닥이 갈라지며 균열이 점점 더 넓어졌다.장조인 일행은 급히 뒤로 물러섰다.진서준과 바이올렛이 싸우는 그 여파만으로도 장조인 일행은 견디기 힘들었다.두 사람의 막상막하인 모습을 보자 장조인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바이올렛과 손잡은 게 참 다행일 정도였다.바이올렛이 없었다면 진서준의 실력으로 장씨 가문을 충분히 멸망할 수 있었다.쿵!다시 한번 강력한 충격이 일어났고 두 사람은 각각 10미터 넘게 뒤로 밀려났다.두 사람이 바닥에 발을 딛고 서 있을 때 지나간 자리는 온통 균열이 가득했다.푸른 눈동자를 가진 바이올렛은 진서준을 빤히 노려보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아무리 생각해도 진서준이 그날 밤보다 훨씬 강해진 것 같았다.설마 그날 밤 이 녀석이 일부러 실력을 감춘 건가?생사가 오가는 판국에서 누구도 그렇게 대담한 짓을 할 수는 없을
“서 가주, 서 가주!”서씨 가문에 도착한 권해철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정원으로 달려갔지만 입구의 경호원들이 그를 막아섰다.“당신은 누구십니까?”입구의 경호원은 권해철을 꽉 잡고서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저는 권해철입니다. 중요한 일이 있어 서 가주를 찾고 있습니다.”권해철은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서준은 지금 장조인과 함께 장씨 가문으로 갔다.이건 말 그대로 혼자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격이었다.권해철은 진서준이 장씨 가문으로 가는 걸 손 놓고 그냥 지켜볼 수가 없었다.“권해철이라고요?”경호원은 곰곰이 생각했지만 권해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우리는 당신을 모르고 이름도 들어본 적 없습니다. 급한 일이 있다면 가주님과 먼저 연락을 취하세요.”권해철이 누군지 모르는 경호원은 그를 절대로 들어가게 할 수 없었다.권해철은 경호원이 자기를 모른다고 하자 씁쓸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남주성에서는 어느 가문에 가든 특별한 대우를 받았는데 남주성을 벗어나 명문대가들이 가득한 강남에 오니 가문의 문턱도 넘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서광문의 전화번호를 모르는 권해철은 서광문과 연락이 닿을 수 없었다.“당신들이 저를 모를 순 있어도 진 상경 진서준은 아시겠죠?”궁지에 몰린 권해철은 바로 진서준의 이름을 꺼냈다.“진서준은 저희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진서준과 어떤 관계인가요?”“저는 진 상경과 친구입니다. 지금 진 상경은 혼자 장조인과 함께 장씨 가문으로 갔습니다. 진 상경이 혹시나 생명에 위험이라도 있을 것 같아 서 가주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권해철은 급하게 설명했다.그 말을 들은 경호원 중 한 명은 바로 전화를 걸어 집사 오하늘에게 연락했다.오하늘는 진서준이 장조인과 함께 장씨 가문으로 갔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 바로 서광문을 찾아갔다.“가주님, 큰일 났습니다.”“무슨 일이 있길래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서광문은 인상을 쓰며 오하늘을 꾸짖었다.오하늘은 오랫동안 서광문과 함께한 집사였고 그런 집사가 이 정도로
하지만 어제 고성운과 육위준 두 사람과의 전투에서 옥패 속 영기가 완전히 고갈되었다.바이올렛 역시 전투 초반의 당당한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공기 중에 거의 다 노출된 바이올렛의 하얀 피부와 전투복이 어우러져 몹시 요염해 보였다.단약 하나로 진서준이 이렇게까지 강해질 줄은 생각지 못했다.하지만 오늘 진서준을 반드시 제거해야 했다.그렇지 않으면 진서준은 훗날 해외 강자에게 큰 재앙이 될 것이다.생각을 마친 바이올렛은 멀리 있는 장조인을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외쳤다.“너희 가문 사람들은 거기서 언제까지 구경만 할 거야? 어서 달려들어.”장조인은 그 말을 듣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바이올렛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아 여태껏 그녀가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 줄 알았던 것이다.괜히 장조인이 멋대로 행동했다가 바이올렛의 비위를 건드릴까 봐 두려운 것도 있었다.“다들 힘을 합쳐 진서준에게 덤벼. 오늘 진서준을 반드시 여기서 죽여야 해.”진서준이 여기서 죽어야만 장씨 가문의 비밀이 외부에 누설되지 않을 것이다.만약 서씨 가문이나 국안부 사람들이 장씨 가문이 해외 이족과 결탁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장씨 가문은 파멸을 면치 못할 것이다.장조인의 호령을 듣자 장씨 가문의 대종사 세 명과 우진영이 진서준을 둘러싸기 시작했다.방금 바이올렛이 진서준의 강기와 체력을 거의 다 소모했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었다.그들은 이제 진서준이 저항할 힘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아 전혀 두렵지 않다고 판단했다.“대한민국 최정상에 있는 천재를 죽일 수 있다면 우리도 헛되이 산 건 아닐 거야.”흰 정장을 입은 노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 노인 역시 지의방에 오를 수 있을 만큼 실격이 강한 강자였다.수백 번의 생사를 넘나드는 전투를 겪었지만 노인은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용존이라, 이름은 거창하긴 한데 사람은 좀 어리석군.”다른 노인도 한마디 덧붙였다.오직 우진영과 또 다른 사급 대종사만이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진서준을 신중하게 바라보았다.사자가 토끼를
“멍청한 놈!”바이올렛은 죽은 흰옷의 노인을 보며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진서준은 바이올렛과 실력이 비등할 정도였기에 비록 강기가 거의 소진된 상태라 해도 삼급 대종사가 함부로 모욕할 대상은 아니었다.삼급 대종사는 종사나 일반 사람들 앞에서는 강한 실력을 갖춘 자들이지만, 진서준과 바이올렛의 눈에는 그야말로 하찮은 벌레와도 같은 존재였다.죽어가는 코끼리라도 눈앞의 개미를 죽이는 건 여전히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운 일이었다.“모두 함께 공격해, 제멋대로 움직이는 놈이 있으면 난 그냥 가버릴 거야.”바이올렛은 화가 나서 거친 말을 내뱉었다.우진영 일행은 급히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진서준을 바라보는 눈에 여전히 경계심이 가득했다.“죽어!”바이올렛은 나지막한 소리로 외치며 발을 내디뎠고 바닥은 산산이 부서져 조각이 튀었다.바이올렛의 신속한 공격은 여러 겹의 잔상을 남겼다.진서준은 바이올렛을 바라보며 손에 든 참선검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체내의 영기가 이미 거의 고갈되어 혈용권은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었고 지금은 오직 참선검으로만 대응할 수 있었다.다행히 참선검의 강도는 이전의 천문검보다 몇 배나 더 강했다.바이올렛의 주먹이 참선검에 부딪혔지만 검에는 아무런 균열도 생기지 않았고 쟁쟁한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만 울렸다.충돌이 일어날 때마다 두 사람의 팔에는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세 번의 격돌 후, 우진영과 장씨 가문의 다른 두 대종사가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다.네 사람은 좌우와 뒤쪽에서 진서준을 겹겹이 포위했다.네 갈래의 강력한 선천강기가 뿜어져 나와 진서준에게 숨이 막힐 듯한 압박감을 주었다.포위당한 진서준의 눈빛은 한없이 차가워졌다.진서준이 한 손으로 결계를 맺자 손바닥에서 영기가 번개로 되어 빛이 흘러나왔다.다음 순간, 번개가 하늘로 치솟아 우진영과 나머지 셋에게 내리쳤다.그러자 다들 즉시 선천강기를 본인 앞에 내세워 방어했다.번개가 선천강기에 닿자 쩌저적 소리가 울려 퍼졌다.그 소리는 귀청이 터질 듯 요란했지만 강기에
다만 이번에 사용하면 다시는 쓸 수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지금 옥패가 품고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영기를 품고 있는 다른 옥패를 또 구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진서준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자 다들 진서준이 두 손 들고 항복하려는 줄로 생각했다.“진 마스터님, 저항하지 마세요. 우리가 고통 없이 보내드리겠습니다.”우진영이 말하며 체내의 강기를 두 주먹에 모았고 다른 두 사람도 마찬가지로 강기를 주먹에 모았다.진서준은 그 셋을 쓱 훑어보며 비웃음을 터뜨렸다.“너희가 날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해?”진서준이 죽을 위기에서조차 여전히 허세를 부리는 모습을 보자 우진영 일행은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진서준, 오늘 네놈을 내 동생의 곁으로 보내주마.”장조인 역시 분노로 가득 찬 얼굴로 진서준을 노려보며 앞으로 나섰다.하지만 진서준은 여전히 담담하게 웃으며 대꾸했다.“네 동생 곁을 보낸다고? 너희는 그럴만한 수준이 안돼. 너희 셋이 저 외국 이족과 같은 실력이라면 날 죽일 가능성이 있겠지.”진서준은 너무나 거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우진영 일행은 주먹을 꽉 쥐고 바닥을 힘껏 밟으며 진서준에게 달려들었다.세 사람 모두 전력을 다해 진서준을 단번에 죽이려 했다.이 절체절명의 순간, 한 인물이 갑자기 진서준 앞에 나타났다.“꺼져...”왕안석의 냉혹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다음 순간, 우진영 일행의 손에 있던 강기가 갑자기 사라졌다.다들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고속으로 달리는 대형 트럭에 부딪힌 것처럼 셋은 한순간에 공중으로 날아갔고 갈비뼈가 몇 개나 부러졌는지 알 수 없었다.갑작스럽게 나타난 왕안석를 보자 장조인의 동공이 심각하게 흔들렸다.왜 왕안석이 갑자기 여기에 나타난 거지?장조인은 서씨 가문의 대종사가 왜 진서준을 구하러 온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진서준과 서씨 가문은 서로 등을 돌린 사이가 아니었나?장조인이 멍하니 있는 동안, 서광문과 이한석도 어느새 정원에 도착했다.“죽지 않아서 다행이구나.”진서준이 치명상
국안부 상경 신분을 갖춘 진서준은 이족과 내통한 장씨 가문을 처단할 권리가 당연히 있었다.진서준은 심지어 사후보고의 권한까지도 있었다.비상시기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특별한 수단이 필요했다.그래서 진서준도 별로 주저하지 않았다.바이올렛을 제외하고 이번 음모에 가담한 장씨 가문의 종사 7명을 포함한 총 21명을 전부 처단했다.이 사건은 대한민국 내 모든 명문대가에 해외 이족과 내통하는 자는 국안부가 절대 가만두지 않는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던졌다.물론 다른 명문대가도 이런 민감한 시기에 장씨 가문이 해외 이족과 내통할 줄은 몰랐다.장씨 가문 별장과 멀리 떨어진 경성에 있는 진서훈은 이 소식을 전해 들은 후 얼굴에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이후 국안부는 무도 포럼에 직접 공고를 발표했다.장씨 가문은 모든 명문대가에 제대로 된 부정적인 케이스가 되었다.누구든 해외 이족과 내통할 경우, 국안부는 절대 가차 없을 것이라는 신호를 보냈다.이 갑작스러운 사건으로 인해 진서준은 오늘 강남을 떠날 수 없었다.상처를 치료한 후, 진서준은 곧바로 서씨 가문의 지하 감옥으로 향했다.바이올렛은 그곳에 갇혀 있었지만 감옥은 별다른 경비가 없었다.서씨 가문으로 돌아오는 길에 진서준은 이미 은침으로 바이올렛의 단전을 봉인해 두었다.지금 바이올렛은 혈수사가 아닌 평범한 여인일 뿐이었다.진서준이 지하 감옥에 내려갔을 때, 바이올렛은 이미 깨어 있었다.바이올렛의 몸에는 여전히 오후에 입었던 몸에 딱 붙는 전투복이 걸쳐져 있었다.게다가 그 전투복은 이미 찢어진 상태였고 하얀 피부가 어두운 불빛 아래서 은근히 유혹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네 이놈, 나한테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바이올렛은 깨어나자마자 감옥에서 탈출하려 했다.하지만 체내의 강기를 소환해 보니 강기가 작은 새장에 갇힌 것처럼 전혀 다룰 수 없는 걸 발견했다.“별건 아니야, 내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 좀 손을 썼어.”진서준은 금속 유리 앞에 다가가 차가운 눈빛으로 바이올렛을 바라보았다.바이올
“당연히 가능하죠.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애초에 병이 있다고 말하지도 않았겠죠.”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정말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용존님.”그러자 진서준이 손을 내저으며 진지하게 말했다.“아직은 섣불리 고마워하지 마세요. 제가 치료하는 데에는 조건이 있습니다.”“무엇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저 이용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기꺼이 돕겠습니다!”이용진이 자신 있게 가슴을 치며 말했다.“제가 약왕인 당신에게 부탁이 있다면 당연히 약재 때문이죠.”진서준은 차분하게 진서라의 체내 독소를 치료하기 위해 필요한 네 가지 약재를 설명했다.이용진은 그 얘기를 들은 뒤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용존님, 솔직하게 말할게요. 용존님이 언급하신 약재 중 혈령지는 제 약재 창고에 하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세 가지 약재는 아쉽게도 제 창고에 없습니다.”“그것 하나만 있어도 충분합니다.”진서준은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적어도 하나는 확보했으니 오늘 헛걸음을 한 게 아니었다.“얼마면 되겠습니까? 시세대로 구매하겠습니다.”이용진은 그 말을 듣고 자기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용존님, 가격을 말하는 건 제게 따귀를 날리는 겁니다. 용존님이 제 목숨을 구해주셨는데 제가 어떻게 돈을 받을 수 있겠습니까? 제 약재 창고에 나머지 세 가지 약재가 있었다면 전부 무료로 드렸을 겁니다.”이용진이 이렇게 호탕하게 나오자 진서준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생명을 구해준 대가로 혈령지 하나를 받는 건 결코 과한 요구가 아니었다.“용존님, 급하지 않으시다면 식사를 마친 후 제가 약재 창고로 가서 혈령지를 가져오겠습니다.”이용진의 제안에 진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하죠.”“오늘 식사는 제가 모시겠습니다. 곽 선생님, 어서 앉으시죠.”이용진은 웨이터를 불러 이곳의 대표 요리를 전부 주문했다.이 대표 요리들만 해도 가격이 2억을 넘겼다.일반인 한평생 월급을 한 끼 식사로 소비하는, 그야말로 호화로운 만찬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차려졌
이용진은 평생 실력이 이 정도로 무시무시한 청년을 본 적이 없었다.자기를 지키는 두 호위가 반응할 틈조차 없이, 아니, 심지어 방어할 기회도 없이 한순간에 당하다니, 너무나 놀라운 일이었다.곽윤상 역시 진서준이 갑자기 공격을 시도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해명할 기회가 생겼다.“약왕님, 이분은 바로 국안부 용존님이십니다.”곽윤상이 재빨리 이 틈을 이용해 설명했다.“뭐라고? 네가 바로 그 용존이라고?”이용진은 입을 떡 벌린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진서준을 바라보았다.용존이라는 이름은 이미 명주시에 널리 알려져 있었다.대다수 명주시 명문대가는 이 절세 천재를 돈으로라도 끌어들이고 싶어 했다.진서준을 끌어들이려는 이유는 단순했다. 진서준이 아직은 새파랗게 젊은 청년이었기 때문이다.스무 살 남짓한 나이에 용존이라는 봉호를 받은 인물이니 앞으로 거의 30년이 지나면 대한민국 전역에서 진서준과 겨뤄볼 만한 상대가 있을 리 없었다.심지어 4대 은거 문파조차도 진서준에게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컸다.“보시다시피 용존이 틀림없습니다.”진서준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진서준이 처음부터 용존이라는 신분을 밝혔다면 이용진은 아마 믿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대한민국 전역에서 이 나이에 육급 절정의 대종사를 단숨에 제압할 수 있는 사람은 진서준 외에는 없었기 때문이다.이용진은 이제야 이 청년이 이렇게 자신만만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대화할 수 있었던 이유를 깨달았다.“용존님, 방금 제가 무례했던 점은 널리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약왕 이용진은 몸을 약간 숙이며 진서준에게 진심으로 사과했고 조금 전의 거만했던 태도와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이용진은 곽윤상이 명주시의 얼굴에 먹칠을 한다고 질책했었다.그런데 3분도 안 돼 본인이 직접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고 있었다.이용진은 지금 누군가가 그에게 귀싸대기라도 날린 것처럼 얼굴이 화끈거렸다.“약왕님, 앉으세요.”진서준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용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놀라운 기색이 담긴 눈빛으로 진서준을 바라봤다.진서준은 찻잔을 내려놓으며 평온하게 입을 열었다.“방금 당신이 한 얘기는 전부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 체내에 숨은 질병이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비 오는 날씨에 수련을 하다 보면 체내 강기를 돌릴 때 복부 아래쪽에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 통증은 심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도 있겠지요. 설령 신경이 쓰여 의사를 보인다고 해도 보통 의사라면 문제를 발견하지 못할 겁니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정밀한 장비로도 알아내기 어렵겠죠.”진서준의 이 말에 이용진의 표정이 한순간 어두워졌다.진서준은 정확히 이용진의 몸 상태를 파악하고 있었다.지난 2년 동안, 비만 오면 이용진은 온몸이 불편해졌다.특히 강기를 돌릴 때면 복부 아래쪽에서 은은하게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처음에는 이용진도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그러나 점점 이상하다고 느껴져 성약당의 장로까지 불러 진찰을 받았지만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그런데 진서준이 오늘 초면에 단번에 이 문제를 짚어내자 이용진은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이용진이 의심스러운 눈빛을 보이며 묻자 진서준은 태연히 대답했다.“당연히 당신 얼굴을 보고 알았죠.”“얼굴을 본다고 어떻게 알 수 있어?”이용진의 표정이 밝아졌다가 어두워졌고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터무니없군. 성약당의 장로조차 알아내지 못한 문제를 네가 단번에 알아냈다고?”이용진은 탁자를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가락으로 진서준을 가리키며 소리쳤다.“이봐 청년, 솔직하게 말해. 내 곁에 내통자를 심어 놓은 게 아니야?”명주시에서 이용진 같은 높은 지위에 있는 인물은 항상 최악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계해야 했다.다시 말해 억울한 사람 천 명을 죽이더라도 내통자 한 명도 놓치지 않는 태도가 생존의 비결이었다.그렇지 않으면 명주시 같은 복잡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어려웠다.이용진 곁의 두 대종사도 이
‘이 녀석 미쳤나?’방 안의 모든 사람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이용진이 누구인가? 바로 명주시에서 누구나 다 아는 약왕이었다.전국을 논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절반 이상의 귀한 약재는 약왕의 손을 거친다.이런 사람이 어떻게 병에 걸릴 수 있을까?더군다나 매일 약재를 다루는 약왕에게 병이 있다면 명의들이 못 알아챘을 리가 없었다.그러니 진서준이 이용진에게 병에 걸렸다고 말한 건 미친 소리가 아니면 설명할 수 없는 소리였다.“이봐, 넌 지금 무슨 헛소릴 지껄이는지 알고는 있나?”이용진의 얼굴은 어둠 그 자체였다.그는 이곳에서 꼬박 30분 넘게 기다렸다.그런데 자기를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한 장본인이 고작 이런 애송이였고 오자마자 병이 있다며 모욕까지 했다.평소 인내심이 깊고 신사적이던 이용진도 이 순간만큼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이용진의 분노를 눈치채자 곽윤상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겁에 질려 진서준의 옷자락을 살짝 당겼다.하지만 진서준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듯, 태연히 이용진 맞은편에 앉아 스스로 차를 따라 마셨다.진서준의 이 태연한 모습에 이용진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아무래도 이 청년은 약왕인 이용진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했다.“난 똑같은 말을 두 번 하지 않아요.”진서준은 차 한 모금을 마신 뒤,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진서준의 말에 이용진 오른쪽에 앉아 있던 대종사가 비웃으며 말했다.“약왕님은 무공을 수십 년간 연마하셨고 이미 종사 경지에 도달한 무인이야. 병에 걸렸다면 네가 말하지 않아도 진작 발견되었을 거야. 허튼소리도 정도껏 해야지.”보통 종사 경지에 오른 무인은 병에 걸리는 일이 극히 드물었다.무인의 근육, 뼈, 혈액은 이미 평범한 인간을 초월했기에 체내 바이러스조차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종사 무인이 병에 걸릴 경우라면 대개 다음 세 가지 이유 중 하나였다.난치병이거나 중독이거나 아니면 심각한 내상이 있을 경우였다.하지만 이용진은 이 세 가지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았다.난치병은커녕, 누군가의 독에
“여기는 국제적인 대도시잖아요.”곽윤상도 감탄했다.호텔 입구에 도착하자 교내 미인 대회에 나가도 손색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 안내원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손님, 저희 호텔은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식사나 숙박을 원하시면 회원 자격이 필요합니다.”곽윤상은 군말 없이 금박으로 장식된 카드를 꺼냈다.여성 안내원은 카드를 꼼꼼히 확인한 뒤,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곽 선생님, 안으로 모시겠습니다.”“이미 예약을 해두었습니다. 꼭대기 층의 5번 방입니다.”곽윤상의 말에 여성 안내원이 대답했다.“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확인해 보겠습니다.”여성 안내원은 프런트로 가서 예약 사항을 확인한 뒤, 두 사람을 엘리베이터로 안내했다.꼭대기 층으로 가는 직행 엘리베이터는 총 네 대였고 속도는 어마어마했다.무려 300미터의 높이를 단 20초도 되지 않아 올라갔다.꼭대기 층에 도착하자 진서준은 눈앞의 광경에 말문이 막혔다.사방이 투명한 유리로 되어 있어 멀리 보이는 구름층과 자기와 나란히 있는 듯한 달빛이 시야에 들어와 하늘 속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진 마스터님, 여긴 어떠십니까?”곽윤상의 질문에 진서준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내가 가본 레스토랑 중 가장 호화로운 곳 중 하나로군요.”“그렇긴 하죠. 이 호텔은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곳입니다.”곽윤상은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였다.“이 호텔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회원이어야 하는데 꼭대기 층에 오고 싶다면 일반 회원으로는 부족하고 최소한 골드 회원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골드 회원권을 발급받는 데만 200억이 필요합니다.”골드 회원권이 200억이나 한다는 말에 진서준이 다른 질문을 던졌다.“그럼 일반 회원은 얼마인가?”“10 억입니다.”곽윤상이 손가락으로 숫자를 표시하며 말했다.“그리고 이 돈은 카드에 적립되는 게 아니라 그냥 회원권 발급 비용일 뿐입니다.”그 말을 듣고 진서준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전국을 통틀어도 이런 가격을 자신 있게 책정하는 곳은 명주시의 호텔들뿐일
진서준과 곽윤상은 약속된 호텔을 향해 차를 몰았다.가는 길에 곽윤상이 말문을 열었다.“진 마스터님이 황씨 가문 따님을 데리고 떠난 직후, 경찰청과 군부 사람들이 모두 몰려왔습니다.”그 총격 사건에 관련된 총잡이들은 물론, 사건 현장과 가까웠던 사람들까지도 모두 경찰서로 끌려가 진술을 받았다.하지만 진서준이 사람을 구할 당시 주변엔 이미 아무도 없었기에 누가 황예은을 구했는지는 아무도 보지 못했다.“아마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할 겁니다.”진서준이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저쪽에서 고용한 사람은 대부분 죽음의 수행자입니다. 이런 더러운 일을 처리하기 위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자들이죠.”아까 진서준이 그 총잡이들을 처리하면서 그들이 이미 중독된 상태란 걸 알아챘다.그 독은 독성이 맹렬한 독이었고 섭취 후 12시간 안에 즉사하게 되어 있었다.이를 통해 배후의 진짜 범인은 상당히 잔혹한 수단을 사용하는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곽윤상은 진서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명문대가로 불리는 가문들은 흔히 이런 죽음의 수행자들을 양성한다.이 죽음의 수행자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주인이 명령만 내리면 기꺼이 목숨을 바치는 사람들이었다.“명주시에서 이런 죽음의 수행자를 양성할 능력이 있는 가문이 어느 가문인지 알아요?”진서준의 질문에 곽윤상은 멈칫하다가 되물었다.“진 마스터님은 이 사건을 조사하려는 겁니까? 황씨 가문 따님과 친구 사이신가요?”“친구는 아니지만 내가 조사 중인 다른 일이 오늘 밤 사건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진서준이 답했다.간첩 문제는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혀가고 있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부족했다.황씨 가문의 실권을 장악한 황예은이 확보한 자료 중에 진서준이 필요한 단서가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명주시에서 황씨 가문과 박씨 가문 외에도 이런 죽음의 수행자를 양성할 능력이 있는 가문이 열 곳은 넘습니다.”곽윤상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명주시 규모가 너무 크지는 않지만 이곳은 땅값이 금값입니
잠시 후, 황예은이 엎드린 채 갑자기 구토하기 시작했다.검은색의 악취 나는 물질들이 황예은의 입에서 흘러나와 바닥을 적셨다.하지만 진서준은 이 상황을 보며 여전히 긴장하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황예은이 이물질을 다 토해낸 후, 진서준은 그녀의 몸에서 침을 뽑아냈다.그러고는 입가의 검은 물질을 닦아내고 황예은을 소파에 똑바로 눕혔다.“실례할게요.”말을 마친 진서준의 두 손이 황예은의 쭉쭉빵빵한 몸 위를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진서준은 일부러 황예은이 의식이 없는 틈을 타 뭔가를 시도하려는 게 아니었다. 황예은이 중독된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침 치료만으로는 독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었고 탐운19수라는 특별한 마사지 기법을 병행해야 했기 때문이다.이 치료는 진서준에게도 고역이었다.의사 앞에서는 남자나 여자나 다 똑같다고는 하지만 사실 현실은 달랐다.특히 이렇게 절세 미녀인 황예은 앞에서라면 어느 남자 의사라도 마음을 다잡기가 어려웠다.그때 갑자기 대문이 벌컥 열렸다.올기가 서지은을 집 안으로 들어보내고 곽윤상은 문밖에서 대기하게 했다.거실에 들어온 서지은은 알몸으로 누워 있는 황예은과 그녀의 몸을 만지고 있는 진서준을 보고는 황급히 문을 닫았다.“서준아, 너... 너 어떻게 예은 언니가 기절한 틈을 타 성추행할 수 있어?”서지은은 화난 표정으로 빠르게 다가왔다.“그건 오해야. 난 지금 이 여자 체내 독을 제거하는 중이야.”진서준은 씁쓸하게 웃으며 상황을 설명했다.서지은은 아무 말 없이 진서준을 의심스럽게 바라보았다.“바닥에 있는 이 검은 물질은 전부 독이야. 이 여자가 방금 토한 거거든.”진서준이 바닥을 가리키며 한마디 덧붙였다.서지은도 바닥에 가득한 물질에서 풍기는 악취를 맡았다.“다른 방법으로 치료할 순 없었어?”“나도 다른 방법을 찾고 싶었지만 이게 가장 빠른 방법이야. 이따가 곽 선생님과 함께 약왕을 만나러 가야 하거든. 그 사람을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할 순 없어.”진서준은 이 수단을 사용한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했다
도시의 도로를 가로지르며 검은 그림자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존재가 있었다.주변 사람들이 무엇인지 제대로 확인할 새도 없이, 그 그림자는 순식간에 사라졌다.진서준은 황예은을 등에 업고 5분도 채 되지 않아 자기와 서지은이 머무는 별장으로 돌아왔다.별장에 들어가자 진서준은 서둘러 불을 켜고 황예은을 소파에 눕혔다.이때 황예은은 아직 의식을 잃은 상태였고 몸에 묻은 핏자국은 이미 바람에 말라 피비린내가 거의 다 사라졌다.황예은의 몸에는 몇 군데 총상 자국이 있었고 꽤나 참혹한 상태였지만 다행히 주요 부위는 피해 가서 치명상은 아니었다.“넌 밖에 나가서 별장을 지켜.”진서준은 어깨에 앉아 있던 올기를 향해 말했다.올기는 순순히 밖으로 날아가 진서준을 위해 문을 지켰다.올기가 떠난 후, 진서준은 황예은의 몸에 남은 옷을 천천히 벗기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예술 작품처럼 완벽한 몸매가 진서준의 눈앞에 드러났다.비록 여자의 몸을 처음 본 건 아니었지만 진서준은 자연스럽게 동작을 멈춘 채 멍하니 서 있었다.핏자국이 없었다면 황예은의 꽃처럼 아름다운 얼굴을 보지 않아도 그 몸매만으로도 진서준의 피를 끓게 할 만큼 매혹적이었다.진서준은 마음을 다잡고 손바닥을 황예은의 몸에 놓았다.진서준 체내의 영기가 천천히 움직이더니 이내 황예은의 온몸에 퍼져나갔다.치료가 거의 다 끝나자 진서준은 손을 살짝 떨었다.그러자 황예은 몸 안에 흩어진 영기가 터진 풍선처럼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속 총알을 튕겨냈다.총알은 무려 다섯 개나 체내에 있었다.여자는 고사하고 건장한 남자라고 해도 총알 다섯 발을 맞고 살아남는 건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체내의 총알이 빠져나간 후, 진서준은 바로 젖은 수건으로 황예은 몸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몇 군데 피가 황예은의 허벅지 안쪽에 흘러내렸다.“이건 다 널 살리기 위한 거야...”진서준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황예은의 피를 닦아내는 데만 해도 수건 세 개가 전부 붉은색으로 물들어 버렸다.황예은의 몸에
게다가 지금 황씨 가문이라는 거대한 그룹은 황예은이 전적으로 통제하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황예은이 죽으면 황씨 가문는 크게 요동치며 무너질 가능성도 있었다.그때는 대한민국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큰 일이 될 수 있었다.진서준은 급히 황예은을 부축해 차에서 끌어냈고 영기를 그녀의 몸에 주입해 출혈로 인한 상처를 치유했다.“주인님, 제가 도와드릴까요?”올기가 급히 물었다.“괜찮아, 여긴 보는 눈이 많아 넌 그냥 조용히 있어.”진서준은 황예은을 안고 단 몇 걸음 만에 곽윤상의 차로 돌아갔다.진서준이 차 안으로 돌아오자 서지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를 바라봤다.하지만 진서준이 안고 있는 사람을 보자 서지은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예은 언니!”황예은이 온몸에 피를 흘리고 있는 걸 본 서지은은 얼굴이 급격히 창백해졌다.“서준아, 아까 공격받은 사람이 예은 언니였어?”진서준도 놀라며 되물었다.“너 이 여자 알아?”“명주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람입니다.”곽윤상이 대신 대답했다.“이 여자는 명주시 최고 재벌 황경영의 딸입니다. 지금 황씨 가문 실권도 이 여자가 꽉 쥐고 있고요.”보아하니 황예은은 명주에서 꽤나 유명한 인물인 듯했다.“예은 언니와 난 같은 대학에 다녔고 언니는 내 선배였어. 우리는 학교에서 꽤 친하게 지냈어.”서지은은 진서준의 손을 꼭 잡으며 초조하게 말했다.“서준아, 제발 예은 언니를 살려줘.”“걱정 마, 이 여자를 죽게 두지 않을 거야.”진서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곽윤상에게 말했다.“곽 선생님, 오늘 약왕과의 만남은 취소해야 할 것 같아요. 이 여자를 치료하는 게 시급한 것 같아요.”“알겠습니다, 바로 약왕에게 연락할게요.”곽윤상은 곧바로 약왕에게 전화를 걸었다.약왕은 약속이 취소됐다는 소식을 듣자 불쾌한 기색을 감출 수 없었다.명주시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 중 하나인 약왕은 누군가가 약속을 잡았다가 제멋대로 취소할 수 있는 대접을 받을 수 없었다.“곽윤상, 난 당신 스승 체면을 봐서 만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