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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3화

작가: 무가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1-22 19:00:05
허준서가 다시 나타나자 허사연 자매의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

어젯밤 허준서의 행동은 허씨 가문 모두에게 크나큰 불쾌감을 주었다.

“성태 삼촌, 안녕하세요. 사연아, 안녕.”

허준서는 오자마자 허사연 일행에게 차례로 인사했다.

허성태는 미소를 지으며 허사연에게 말했다.

“젊은이들끼리 얘기해. 이 영감은 끼지 않을게.”

말이 끝나자 허성태는 낚시 도구를 챙기고 별장 옆 호수로 낚시하러 갔다.

허성태가 그렇게 급히 나가는 모습을 보자 허준서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젯밤 허사연의 남자친구는 평범한 사람이 틀림없었다.

물론 그 남자가 어젯밤 데려온 여자도 연기하고 있는 거였다.

허성태도 두 사람이 망신을 당할 걸 알았기에 여기서 체면을 구길 수 없었던 것이다.

속으로 이런 결론을 내린 허준서는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사연아, 네 남자친구는 어디 있어? 그 여자랑 황 장로님도 같이 데려오라고 얼른 전해. 난 여기서 네 남자친구를 기다리고 있을게.”

허준서는 별장이 자기 집인 것처럼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넌 한발 늦었어. 진서준 일행은 비행기를 타고 강남으로 갔어.”

허윤진은 허준서와 그의 여자친구를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

“뭐라고? 강남에 갔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

허준서는 끝내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 사람이 강남에 간다고 해도 너희 허씨 가문 명성으로는 황 장로님을 청할 수 없어. 사연아, 내 말이 거칠게 들릴 수 있지만 잘 들어. 서울에선 너희 허씨 가문이 어느 정도 체면은 있어도 서울만 넘어가면 모든 걸 장담할 수 없어...”

말을 마치며 허준서는 경멸의 미소를 지었다.

물론 허준서가 말하고자 하는 뜻은 명확했다.

“뭐라고?”

허윤진은 이를 악물고 허준서를 노려보았다.

지금 허윤진의 성격은 이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

진서준을 만나기 전이라면 허준서가 이렇게 허씨 가문을 모욕했으면 허윤진은 이미 경호원을 불러 허준서를 처리하라고 했을 것이다.

친척이라고 해서 봐줄 필요는 없었다. 맞아야 할 사람은 맞아야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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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뭐라고 지껄였어? 또 한 대 더 맞으려고 작정했어?”허윤진의 차가운 표정을 보자 허준서는 겁먹고 한발 물러났다.허준서의 얼굴은 여전히 화끈거리고 아파서 말을 잇지 못할 지경이었다.허준서는 씩씩거리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좋아, 허윤진. 이 한 대는 내가 꼭 기억할게. 너희 자매 두고 보자.”“왜? 사람이라도 불러 내게 복수라도 하자고 그래?”허윤진은 냉소하며 대꾸했다.“좋아, 그럼 얼른 불러 봐.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허윤진의 거만한 태도를 보자 허준서는 치를 떨며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허준서가 돌아서 별장을 떠나려 할 때, 눈앞에 누렁이가 한 마리 나타났다.허윤진을 실력으로 누를 수 없어도 허윤진이 기르는 개는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떠오른 허준서는 몇 걸음 다가가 누렁이에게 발길질했다.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누렁이는 허준서가 갑자기 공격해 오자 커다란 입을 벌려 허준서에게 달려들었다.우두둑!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거실에 울려 퍼졌다.허사연은 이 장면을 보고 이마에 손을 대고 미간을 찌푸렸다.허준서가 허윤진에게서 받은 화를 누렁이에게 풀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누렁이는 사실 단순한 개가 아니라 전에 진서준에게 훈련받은 대형 사자였다.비록 허사연 자매의 실력은 지금 큰 변화가 있었지만 아직도 누렁이를 상대하기에는 둘이 힘을 합쳐도 역부족이었다.“아악!”발목이 물린 허준서는 극심한 통증에 울음을 터뜨리며 끔찍한 비명을 질렀다.“누렁이야, 그만 물어.”허사연은 인명 사고가 날까 걱정스러워 얼른 누렁이에게 명령했다.허사연의 명령에 누렁이는 그제야 발목을 물었던 입을 벌렸다.하지만 누렁이의 이빨에는 이미 피가 흥건하게 묻어 있었다.허준서는 바닥에 엎드려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펑펑 울고 있었다.문 앞의 경호원들도 처절한 비명을 듣고 급히 달려와 상황을 살폈다.허준서가 물린 것을 보고 경호원들은 허사연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시선을 보냈다.“저분을 병원으로 데려다주세요.”허사연은 손을 내저으며 답답한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73화

    허준서가 다시 나타나자 허사연 자매의 이마가 살짝 찌푸려졌다.어젯밤 허준서의 행동은 허씨 가문 모두에게 크나큰 불쾌감을 주었다.“성태 삼촌, 안녕하세요. 사연아, 안녕.”허준서는 오자마자 허사연 일행에게 차례로 인사했다.허성태는 미소를 지으며 허사연에게 말했다.“젊은이들끼리 얘기해. 이 영감은 끼지 않을게.”말이 끝나자 허성태는 낚시 도구를 챙기고 별장 옆 호수로 낚시하러 갔다.허성태가 그렇게 급히 나가는 모습을 보자 허준서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어젯밤 허사연의 남자친구는 평범한 사람이 틀림없었다.물론 그 남자가 어젯밤 데려온 여자도 연기하고 있는 거였다.허성태도 두 사람이 망신을 당할 걸 알았기에 여기서 체면을 구길 수 없었던 것이다.속으로 이런 결론을 내린 허준서는 웃음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사연아, 네 남자친구는 어디 있어? 그 여자랑 황 장로님도 같이 데려오라고 얼른 전해. 난 여기서 네 남자친구를 기다리고 있을게.”허준서는 별장이 자기 집인 것처럼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말했다.“넌 한발 늦었어. 진서준 일행은 비행기를 타고 강남으로 갔어.”허윤진은 허준서와 그의 여자친구를 차갑게 쳐다보며 말했다.“뭐라고? 강남에 갔다고? 그럴 리가 없잖아.”허준서는 끝내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뜨렸다.“그 사람이 강남에 간다고 해도 너희 허씨 가문 명성으로는 황 장로님을 청할 수 없어. 사연아, 내 말이 거칠게 들릴 수 있지만 잘 들어. 서울에선 너희 허씨 가문이 어느 정도 체면은 있어도 서울만 넘어가면 모든 걸 장담할 수 없어...”말을 마치며 허준서는 경멸의 미소를 지었다.물론 허준서가 말하고자 하는 뜻은 명확했다.“뭐라고?”허윤진은 이를 악물고 허준서를 노려보았다.지금 허윤진의 성격은 이전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진서준을 만나기 전이라면 허준서가 이렇게 허씨 가문을 모욕했으면 허윤진은 이미 경호원을 불러 허준서를 처리하라고 했을 것이다.친척이라고 해서 봐줄 필요는 없었다. 맞아야 할 사람은 맞아야 제정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72화

    이건 사실을 직접 허준서에게 알려주는 것보다 더 잔인한 방식이었다.이미 목적지에 다다른 허준서에게 발차기를 날려 출발 지점으로 되돌려버리는 방식은 중간에 허준서를 막아서는 것보다 훨씬 더 가혹했다.하지만 그 잔혹함을 잘 모르는 변희영은 살짝 분개하며 말했다.“그럼 황 장로는 헛걸음한 셈이잖아요?”황운재는 자기가 헛걸음이었다는 말을 감히 하지 못하고 급히 말을 돌렸다.“괜찮습니다, 아가씨. 여기 이제 제가 필요한 일은 없는 것 같으니 다시 강남으로 돌아가겠습니다.”황운재가 급히 돌아가려는 모습을 보자 변희영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황 장로, 하루 쉬고 가세요.”“안 됩니다. 강남에는 이상한 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한 명 있습니다. 시간을 지체할 순 없습니다.”황운재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강남에 황운재의 치료를 기다리는 환자가 있다는 말을 들은 변희영은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환자가 누구죠?”진서준이 참지 못하고 대화에 끼어들었다.비록 성약당이 새롭게 개편되었지만 일반인들은 여전히 성약당의 장로급 인물의 치료를 받을 수 없었다.황 장로를 부른 사람은 분명 강남에서 유명한 가문일 것이다.강남의 유명한 가문 중, 진씨 가문과 서씨 가문은 진서준도 알고 있었다.만약 진씨 가문이라면 진서준은 상관하지 않을 거지만 서씨 가문의 사람이면 진서준은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서씨 가문 현 가주의 딸입니다.”황 장로가 진서준의 질문에 대답했다.“뭐라고요?”진서준의 눈동자가 확장되며 황 장로를 믿기지 않는 듯 쳐다보았다.진서준의 큰 반응에 황 장로는 깜짝 놀랐다.“진 선생님, 왜 그러십니까?”서씨 가문 현 가주의 딸이라면, 서지은이 아닌가?시지은이 병에 걸렸다니, 그야말로 금시초문이었다.진서준은 황운재의 손목을 잡고 다급하게 물었다.“환자가 서지은이 맞습니까?”“네, 진 선생님도 혹시 아시나요?”황 장로가 진서준이 환자를 알자 깜짝 놀랐다.진서준은 서지은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듣고 마음이 다급해졌다.“무슨 병인가요?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71화

    아침 햇살이 창밖 나뭇잎을 뚫고 지나가며 산산이 부서져 진서준의 몸 위로 떨어졌다.“오빠, 밥 먹으러 나와!”진서라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여동생의 목소리에 진서준은 천천히 눈을 뜨고 깊게 숨을 내쉬었다.“알았어!”진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서며 진서라를 따라 1층 거실로 내려갔다. 조희선과 김연아는 이미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해 두었다.아침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변희영의 전화가 울렸다.“위치를 보낼 테니 바로 그리로 오세요.”변희영은 전화를 끊고 진서준에게 휴대폰을 건네 허씨 가문 별장의 위치를 황운재에게 보내게 했다.“진짜 그 장로를 불렀어요?”진서준은 변희영의 행동에 살짝 놀랐다.어제는 변희영이 그냥 장난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당연하죠, 우리 성약당은 이제 예전과 달라 허준서 같은 돌팔이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요.”변희영은 진지한 표정으로 답했다.진서준은 그 말에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사실 그 녀석이 돌팔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보통 사람을 깔보는 의사가 될 거예요. 그런 사람은 정말 당신들 성약당에 들어가면 안 되죠.”의사는 부모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만약 모든 의사가 허준서처럼 약삭빠른 사람이라면 성약당도 결국 다시 과거처럼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약삭빠른 사람이라고요? 그럼 더더욱 성약당에서 받아들일 수 없죠.”변희영은 쌀쌀한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자, 얼른 식사나 하죠. 성약당 새 장로를 오래 기다리게 할 순 없잖아요.”아침 식사를 마친 후, 진서준은 변희영과 함께 허씨 가문으로 향했다.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황운재는 이미 대문 앞에서 한참 동안 기다리고 있었다.황운재는 올해 예순이 넘은 백발의 노인이었다.황운재는 무인이 아니었지만 대신 뛰어난 의술과 높은 덕망을 가진 사람이었다.밤새 차를 타고 와서인지 황운재는 매우 피곤해 보였다.“아가씨, 진 선생님!”황운재는 진서준과 변희영을 보자마자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두 사람 앞에 공손히 다가갔다.황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70화

    허준서는 웃으며 믿지 않았다.“너 정말 연기 잘한다. 황 장로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해? 너 같은 계집이 어떻게 그런 분 전화번호를 알 수 있겠어?”변희영은 허준서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황운재에게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황 장로도 들었죠?”“네... 들었습니다. 아가씨는 지금 어디 계시는가요? 제가 오늘 저녁에 바로 운전해서 그쪽으로 가겠습니다.”황운재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이 곤두설 지경이었다.황운재는 현장에 도착해서 허준서를 죽도록 두들겨 패겠다고 속으로 다짐했다.“서울에 있어요. 도착하면 전화하세요.”변희영이 말을 마치고 전화를 끊자 허준서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비웃었다.“계속해 봐, 왜 그만두는 거야? 네 기막힌 연기를 더 보고 싶어.”변희영은 냉랭하게 한마디 남겼다.“황운재가 내일 온대.”이때 허성태가 앞으로 나서며 중재하기 시작했다.“됐어, 더 이상 이런 재미없는 얘기 하지 말고 같이 식사나 하자.”미래의 장인어른이 이렇게 말하니 진서준도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식탁에 앉자 아무도 허준서와 그의 여자친구에게 말을 건네지 않았다.모두가 두 사람이 불편했고 마음에 들지 않았다.이런 불편한 분위기기 계속되자 허준서는 진서준 일행이 자기를 질투하고 있다고 더욱 확신했다.저녁 식사를 끝낸 후, 진서준은 조희선과 다른 여자들을 데리고 함께 떠났고 허사연 자매는 집에 남았다.허사연 자매는 집에서 허성태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오랫동안 자매는 아버지와 이렇게 오붓한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반면 허준서와 이청아는 허씨 가문의 별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 5성급 호텔에 가서 밤을 보내기로 했다.물론 두 사람이 머문 5성급 호텔도 사실 허씨 가문의 재산이라는 사실은 알 리가 없었다.“오빠, 그런 사람 때문에 화내지 마.”귀가하는 길에 진서라가 진서준을 위로했다.진서준은 그 말에 웃으며 답했다.“서라야, 네가 지나치게 걱정하는 거야. 내가 오늘 기분이 안 좋은 건 그 사람 때문이 아니야.”배수정의 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69화

    허준서 같은 사람이 성약당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자 변희영은 순간 멈칫하며 자기 귀를 의심했다.“네가 성약당에 들어간다고?”변희영은 분명 자기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며 다시 물었다.“물론이지, 너도 성약당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어?”허준서는 변희영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허준서는 눈앞의 여자가 어디서 본 사람 같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다.진서준은 눈앞의 광경이 우습기만 했다.성약당의 옛 당주 손녀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성약당에 들어갈 수 있다는 건지, 그야말로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너 뭐가 그렇게 웃겨?”허준서는 진서준을 노려보며 화난 목소리로 물었다.“너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라는 걸 모르고 자꾸 고개를 쳐 세우니 너무 웃겨서 그래.”진서준은 담담하게 말했다.허준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진서준을 분노에 찬 눈빛으로 쳐다봤다.“이 자식이 지금 누구를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하는 거야? 난 곧 대한민국 의학계 정점에 설 남자야. 너 같은 쓰레기가 감히 날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해? 너야말로 바깥세상을 모르는 두꺼비 같은 놈이야.”허준서가 진서준을 거친 말로 모욕하자 허사연 일행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하지만 진서준은 허사연에게 눈짓하며 일단 참으라고 암시했다.변희영은 휴대폰을 꺼내 허준서에게 물었다.“누가 널 성약당에 초대했어?”“왜 그걸 묻는 거야? 말해도 네가 알 수 없잖아.”허준서는 팔짱을 끼고 경멸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변희영이 예쁘게 생기지만 않았다면 허준서는 이런 사회 최하층 주민과 말을 섞으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네가 말하지 않으면 네가 사기 치는 게 맞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겠어?”변희영은 허준서를 자극하려고 일부러 허준서를 화나게 했다.그러자 변희영의 예상대로 허준서는 마침내 미끼를 덥석 물었다.허준서는 변희영을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네 귀를 세우고 잘 들어, 날 초대한 사람은 성약당 새로운 장로 황운재야.”황운재는 변희영의 할아버지가 새로 발탁한 장로가 확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68화

    허준서는 차분하게 생각한 후 천천히 눈을 뜨고 매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준서야, 내 몸 상태가 어떻게 된 거야?”허준서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허성태가 급히 물었다.“삼촌, 삼촌 몸에 큰 문제가 있네요.”허준서는 마음이 아파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허준서는 허성태의 상태를 더 심각하게 말할 작정이었다.어차피 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의술을 아는 건 허준서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허준서는 진서준이 의술을 안다는 헛소리는 믿지 않았다.“뭐? 무슨 큰 문제가 있다는 거야?”허성태가 미간을 찌푸리며 심각한 표정으로 또 물었다.허준서가 허성태의 친척이 아니었다면 허성태는 이미 사람을 불러 허준서를 별장에서 쫓아냈을 것이다.지금 허성태의 몸은 어느 때보다 더 건강한 상태였다.심지어 허성태는 대다수 젊은이보다도 건강 상태가 더 좋았다.“자세하게 설명하기엔 너무 많은 의학 용어가 포함돼서 제가 말해도 잘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하지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빨리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예요.”허준서의 말에 진실을 모르는 허사연 자매는 깜짝 놀랐다.“서준아, 아빠를 얼른 봐줘.”허사연이 진서준을 잡아당기며 말했다.하지만 진서준은 덤덤하게 웃으며 허사연의 손을 톡톡 쳤다.“아버님 몸은 괜찮아. 저 사람은 단지 겁을 주는 거야.”이 말을 듣자 허준서의 얼굴은 굳어졌고 이내 차가운 표정으로 물었다.“난 강남 명의당 수련생이고 곧 성약당에 들어갈 사람이야. 이래도 내가 한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해?”조금 전까지 긴장해 어쩔 바를 모르던 허사연도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허사연은 허준서보다는 진서준의 말을 더 믿기 때문이었다.이 세상에서 진서준의 말을 가장 신뢰하는 사람은 허사연일 것이다.“내가 거짓말인지 아닌지 어차피 믿지 않을 테니까 내가 다른 사람을 찾아보는 게 낫겠죠?”진서준은 휴대폰을 꺼냈다.“뭘 하려고요? 설마 여기 시내 의사를 부를 생각인가요?”허준서는 진서준의 말이 우스꽝스러웠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67화

    허준서가 대한민국의 성약당을 언급하자 허사연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들어본 적 있어, 왜?”허사연이 들어본 적이 있다고 하자 허준서는 그제야 속으로 안도했다.허사연이 들어본 적이 없다면 허준서는 이 사람들 앞에서 자기 고귀한 신분을 자랑할 방법이 없었을 것 같았다.허준서의 집안은 허성태 집안과 친척 관계였다.오랜 세월 동안 두 집안은 서로 왕래가 없었지만 허준서는 허성태가 이 지역에서 으뜸가는 부호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반면 허준서의 집안은 그곳에서 비교적 평범하고 재력도 그다지 강하지 않아 허성태 집안과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허성태 집안이 부럽지 않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다.하지만 허준서의 가족은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한 번도 허성태에게 돈을 빌리러 가지 않았다.언젠가는 자기 집안 사람이 출세해서 허성태 앞에서 실컷 잘난 척하고 싶었다.이번에 허준서가 온 것도 자기가 앞으로 갖게 될 신분을 자랑하려는 것이었다.“성약당이 얼마 전 대규모로 제자를 모집했어.”허준서는 보이차를 한 모금 마시며 빙그레 웃으며 설명했다.그 전에 진서준이 성약당의 몇몇 장로들을 처치했기 때문에 많은 성약당 제자들이 겁에 질려 자발적으로 탈퇴했다.성약당은 대한민국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절대 망할 수 없었다.이후 성약당의 옛 당주 변지산은 국안부의 한 호국장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변지산은 그 호국장군에게 메시지를 전달해 대한민국에서 덕망 있고 재능 있는 사람들을 모집해 달라고 부탁했다.재능이 충분한 사람은 심지어 변지산의 제자가 될 수도 있었다.허준서는 운 좋게 선정되어 얼마 후 성약당에서 수련하게 되었다.“내 능력은 그렇게 강하지 않지만 운 좋게 성약당에서 수련하게 되었어. 게다가 성약당의 옛 당주가 능력 있는 사람을 직접 선발한다고 들었어. 운 좋게 당주의 제자가 되면 너희 집안도 우리 집안 덕분에 대박 날 거야.”허준서는 자랑스러운 얼굴로 침을 튕겨가며 자랑을 늘어놓았다.진서준은 그 말을 듣고 나서 무슨 상황인지 이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166화

    허윤진이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사실 혈연관계라고 해도 거의 없다고 보면 돼. 우리 아빠의 사촌 형 아들이거든.”진서준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허윤진의 설명을 들으니 그다지 끈끈한 혈연관계는 아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친척인데 함부로 내쫓을 수도 없는 법이었다.“가자, 들어가서 보자.”진서준은 허윤진과 함께 거실로 걸어 들어갔다.거실에 들어오자마자 허윤진은 슬며시 진서준의 손목을 놓고 자연스레 거리를 두었다.“서준아, 내가 소개할게. 이쪽은 먼 친척 오빠 허준서야. 그리고 이쪽은 오빠 여자친구 이청아야.”허사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진서준에게 그 둘을 소개했다.진서준은 허준서를 쓱 훑어보았다. 외모는 잘생긴 편이었고 차려입은 옷도 꽤 비싼 편이어서 왠지 평범한 가정 출신 같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리고 허준서의 여자친구 이청아는 화려하게 꾸민 모습으로 남자들의 시선을 끌 만한 스타일이었다.“이쪽은 진서준이라고 해, 내 남자친구야.”“이 사람이 네 남자친구라고?”허준서의 눈빛에는 은근히 깔보는 기색이 섞여 있었다. 물론 잘 숨겨져 있었지만 그 미묘한 눈빛을 진서준은 눈치챌 수 있었다.진서준의 평범한 옷차림은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허준서의 태도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좀 너무 평범하지 않나? 물론 평범한 게 나쁜 건 아니지만 네가 그래도 고귀한 신분이잖아. 내가 보건대 너희 둘 사이에 큰 격차가 있을 것 같아서 그래. 지금은 괜찮더라도 나중엔 분명 그쪽으로 문제가 생길 거야.”허준서가 빙빙 돌려서 말했지만 속내는 진서준의 평범한 신분을 깔보고 있었다.허준서의 생각은 단순했다. 돈 있는 사람은 당연히 돈 있는 사람과 어울려야지 가난하지만 잘생긴 남자와 사귀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허준서는 허사연이 진서준의 외모만 보고 반한 거라고 생각했다.허준서의 말에 진서준의 눈썹이 살짝 치켜 올라갔다.방금 배수정이 떠나간 터라 진서준의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하지만 허성태의 체면을 생각해 속에 올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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