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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5화

Author: 무가
떠나는 순간, 온 하늘이 흐릿해졌다.

빗방울이 한 방울, 두 방울, 세 방울씩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진서준은 홀로 떠나가는 배수정의 처량한 뒷모습을 보며 가슴이 아릿하게 아팠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사라지는 것 같았다.

“떠나는 게 나을지도...”

진서준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오래 끌 바엔 차라리 단칼에 끝내는 게 낫다.

배수정과의 연을 확실히 끊어내지 않으면 진서준에게도 배수정에게도 지속적인 고통만 남을 뿐이다.

“주인님, 마음이 편치 않으신 것 같네요...”

언제 다가왔는지 모르는 이가 나미가 우산을 받쳐 들고 진서준 옆에 서 있었다.

유령처럼 불쑥 나타난 이가 나미를 보고 진서준은 순간 놀라 멈칫했다.

“방금 그 모든 걸 보고 있었어?”

“네, 다 보았습니다...”

이가 나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네가 여러 사건에서 내게 도움을 많이 줬어. 이제 네 몸속의 독을 완전히 제거해 줄 거니까 넌 이제 그만 가봐도 돼.”

진서준의 말은 다소 차가웠다.

자기를 보내려는 진서준의 말에 이가 나미는 연신 고개를 저었다.

“주인님, 전 절대 떠나지 않겠습니다. 저를 너무 부담스러워하지 마시고 그냥 하인 정도로 여겨주세요.”

진서준을 떠나면 이가 나미는 어디로 가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세상은 이토록 넓지만 이가 나미가 설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집에 가지 않았으니 이가 집안에서 의심을 품었을 게 분명했다.

이가 집안 사람에게 붙잡혀 가면 자기가 어떤 처지에 놓일지 발끝으로도 알 수 있었다.

이제 이가 나미한테 진서준 곁이 가장 안전한 곳으로 되었다.

“하인이라니?”

진서준은 이가 나미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진서준이 어릴 적부터 대가족에서 자랐다면 하인의 시중을 받는 생활이 익숙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진서준의 성장 과정에서는 누군가의 시중을 받는 것 자체가 어색할 뿐이었고 그런 행복을 누릴 욕심도 없었다.

“주인님, 저를 내쫓지 말아 주세요. 주인님 곁을 떠나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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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 소리인가? 맞는 것 같은데?”“야, 누구 하나 나가 확인해.”결국, 방 안의 병사가 일어서기도 전에 고탑 전체가 갑자기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쿵!귀를 찢는 듯한 소음이 100미터 안팎을 뒤흔들었다.“무슨 일이야? 나가서 확인해 봐.”병사들은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던지고 즉시 밖으로 뛰쳐나갔다.병사들이 아래를 내려다보자 믿기지 않는 광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5미터가 넘는 철문이 이 순간, 쑥대밭처럼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고 철문 앞에는 거대한 대한민국 용 한 마리가 서 있었다.그리고 그 용 위에는 한 사람이 검을 들고 뒷짐을 낀 채 있었다.이 장면을 목격한 병사들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멍하니 서 있었다.“대박이야, 용이 진짜 존재해!”배논국은 대한민국과 매우 가까운 나라라 대한민국의 거대한 용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진짜 용을 보는 건 난생처음이었다.“빨리 경보를 울려! 침입자야, 침입자!”누군가 정신을 차리고 즉시 경보를 울리려고 했다.하지만 병사들이 미처 움직이기도 전에 청색의 검광이 바닥에서 하늘로 솟구쳤다.우르르!수십억이 넘는 고탑이 순식간에 무너졌다.진서준은 고탑을 바라보지도 않고 발밑의 올기에게 담담하게 지시했다.“앞으로 가.”올기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흔들며 앞으로 나아갔다.본래 잠을 자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둘 창문을 열고 이 장면을 바라보았고 진짜 용이 나타난 걸 보고 모두가 멍해져 할 말을 잃었다.“어머나! 이... 이게 뭐야? 날아다니는 뱀인가?”“눈멀었어? 저건 용이야! 그렇게 상식이 없어?”“넌 상식이 있어 여기서 살아? 입 닥쳐!”올기는 아래의 사람들을 보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용존님, 이 사람들은 안 죽입니까?”“무고한 평민을 죽인다면 내가 그 개자식들과 다를 게 뭐야?”진서준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때 경보가 울렸고 완전하게 무장되지 않은 병사들이 나와서 진서준의 앞길을 막으려 했다.하지만 다들이 그 거대한 용을 보고는 모두 마른침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61화

    유문기는 노인이 점점 더 격앙된 어조로 말하는 걸 보자 곧바로 무릎을 꿇었다.“제자 유문기는 스승님의 위대한 사업을 위해 몸이 부서지고 뼈가 으스러져도 마다하지 않겠습니다.”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됐어. 시간도 늦었으니 얼른 돌아가서 쉬어.”“네!”유문기는 조심스럽게 전당에서 물러났다.밖으로 나온 순간, 유문기의 머리 위로 먹구름이 가득 드리웠다.잠시 후, 부슬부슬 내리던 빗방울이 점차 굵어지기 시작했고 비는 점점 더 거세졌다.묘강 전역에 빗소리 외에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이 시각, 대한민국 국경 지역.한 줄기 검은 그림자가 대한민국 국경 안쪽에서 국경 밖으로 날아갔다.경비병이 레이더에서 이를 포착하고 즉시 보고했다.레이더는 이 검은 그림자를 포착해냈지만 밤이 너무 어두웠고 하늘에는 먹구름이 자욱해 희미하게 보이는 검은 그림자의 윤곽 외에는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이상하네, 저거 우리 신화에 나오는 용이랑 좀 닮지 않았어?”누군가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댔다.“이봐, 책 너무 많이 읽은 거 아니야? 세상에 어떻게 용이 있을 수 있어?”“그럼 저건 뭐라고 설명할 건데? 이렇게 크고 길면서 하늘을 날아다니잖아.”“아마 전신전 병사들이 또 임무 수행하러 나간 거겠지. 이제 익숙해져야 해.”대다수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전신전 병사들은 임무 수행 시 보안을 위해 경비병들에게 정보를 따로 제공하지 않았다.그만큼 극비 사항이기 때문이었다.이 검은 그림자를 포착한 건 대한민국 국경 경비병뿐만이 아니라 배논국 쪽에서도 마찬가지였다.배논국 쪽은 더욱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심지어 대다수 사람은 대형 새일 거라고 추측했을 뿐이다.동남아 지역은 각종 이수가 빈번하게 나타나는 곳이다.길이가 20미터나 되는 거대한 뱀이 나타나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기에 길이가 10미터나 되는 새를 포착했다고 해도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이 이수들이 자기를 공격하지 않는 한 굳이 주동적으로 건드릴 필요도 없었다.이 검은 그림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60화

    “우리는 그저 가만히 앉아 어부지리를 누리면 돼.”유기철은 호탕하게 웃었다.이 순간을 위해 유기철은 오래도록 기다려왔고 이제 곧 그의 계획이 이루어질 것이다.“아버지, 이제 돌아가면 우리 스승님 일을 계속 도와야 해요.”유문기가 갑자기 다른 화제를 꺼내자 유기철은 표정이 어두워졌다.“그건 당연하지. 근데 문기야, 제발 스승님 얘기 좀 그만해. 너와 내가 한 가족이야.”유문기의 태도에 유기철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자기야말로 유문기의 친아버지인데 대화할 때마다 유문기는 자꾸 스승 얘기만 꺼내니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 불편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낼 수는 없었다.묘강 묘주가 자기 불평을 들으면 큰일이 일어날 것이기 때문이었다.“아버지는 물론 제 아버지입니다. 근데 그분도 제 스승님이잖아요.”유문기는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우리 스승님이 없었으면 지금 저도 이 자리에 없을 거였고 아버지도 살아남지 못했을 겁니다.”유기철은 불편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다.다들 딸을 키우면 결국 남 좋은 장사만 될 거라고 하지만 유기철 아들은 더 심한 것 같았다.“그만하죠. 일찍 쉬세요. 전 스승님을 찾으러 가겠습니다.”유문기는 말을 마치고 일어나 방을 떠났다.유문기가 나가자 유기철는 마음속에 쌓인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했다.“그깟 기술을 몇 개 가르친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해? 아들이 스승이 아니라 신선님을 모시는 것 같잖아. 이제 내가 대한민국에 다시 돌아가면 더 이상 네놈 말을 듣는지 두고 봐.”유기철은 더 이상 다른 사람에게 통제당하는 인형이 되기를 원하지 않았다.유기철은 유씨 가문을 완전히 장악해 서남 지역의 모든 명문대가의 위에 서서 호령을 내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유문기는 방을 떠난 후 큰길을 따라 규모가 거대한 궁전에 도달했다.그는 먼저 세 번 무릎을 꿇고 큰 예를 올린 뒤 안으로 들어갔다.지금 유문기의 얼굴엔 경건한 표정이 가득했고 궁전 안에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하늘의 신을 만나는 것처럼 대단한 일이라고 간주했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9화

    진서준이 묘강으로 간다는 소리를 듣자 유기명과 유기태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서둘러 만류하기 시작했다.“진서준,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마. 묘장은 배논국 국경 안에 있고 그 지역만의 무장 부대가 있어. 게다가 배논국 자체가 우리 대한민국을 적대적으로 대하는 나라야. 네가 정말 묘강으로 간다면 배논국과 묘강의 이중 공격을 받게 될 거야.”묘강은 배논국 내에서도 굉장히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그들은 심지어 자체 군대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공포스러운 세력이어서 배논국 군부조차도 묘강을 언급할 때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었다.진서준이 묘강으로 무작정 간다면 거의 십중팔구 죽음이 기다릴 것이다.“그곳에선 손발 묶일 일 없으니 저를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진서준의 눈빛은 점점 더 싸늘해졌다.묘강에서는 법과 규제를 무시할 수 있기에 진서준은 본인의 모든 힘을 맘껏 사용할 수 있었다.진서준은 유기철 부자가 자기 가족을 건드린 대가를 반드시 혹독하게 치르게 할 계획이었다.유기명과 유기태가 서로 눈을 마주치며 쓴웃음을 지었다.“진서준, 정말 묘강으로 갈 거야?”“말을 뱉었으면 지켜야죠.”진서준이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럼 어떻게 갈 예정이야? 묘강으로 가는 길은 매우 험난해. 순찰과 경비가 곳곳에 깔려 있어. 묘강에 도착하기도 전에 발각되어 대한민국에 돌려보낼 가능성이 커.”유기명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진서준이 갑자기 묘강으로 뛰어간다면 생존할 확률이 높을 수 있다.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움직여서 그들에게 움직임이 발각되기라도 하면 무조건 덫을 준비하고 기다릴 것이다.그렇게 되면 지선급 강자라고 해도 살아서 도망쳐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시대가 아무리 변해도 총의 위력은 여전히 무시무시했고 사람이 거의 없는 지대에서는 거의 압도적인 지위를 자랑했다.더군다나 묘강 지역은 사람 목숨을 가치 있는 물건으로 간주하지 않았다.그들은 결사대를 조직할 수도 있고 수백, 수천 명이 희생되더라도 진서준 하나를 제거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만족할 것이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8화

    “두 분이 아니었으면 제 딸은 지금쯤...”유기명은 두 사람에게 연신 감사의 뜻을 표했다.“유정은 제 동생입니다. 제 동생이 독충 때문에 위독하다고 하니 당연히 최선을 다해 치료해야죠.”진서준은 확고한 목소리로 말했다.“주 신의님, 날도 어두워졌는데 오늘은 우리 집에 머무세요. 내일은 제가 두 분을 위해 성대한 연회를 열겠습니다.”유기명은 기쁜 마음을 숨기지 않고 주두준에게 권유했다.“좋아요, 그럼 나도 사양하지 않겠습니다.”주두준은 유기명의 호의를 받아들였다.비록 유정의 병은 주두준이 치료한 게 아니지만 그의 독충 덕분에 진서준이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오빠, 어떻게 여기 왔어요?”혼수상태에서 깨어난 유정은 진서준을 보고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다.“내가 오늘 안 왔으면 널 다시 볼 수 없었을 거야.”진서준은 따뜻한 눈빛으로 유정을 보며 말했다.“너도 참 답답해, 독충 때문에 고통받는데 왜 더 빨리 내게 말하지 않았어?”“오빠에게 방해될까 봐 그랬어요...”유정은 진서준이 혹여 자기를 나무랄까 봐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네 목숨을 구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없어.”진서준은 유정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넌 서라랑 똑같은 내 가족, 내 동생이야.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반드시 가장 빠른 속도로 내게 연락해야 해, 알겠어?”진서준의 부드러운 말투와 걱정 어린 말에 감동을 받은 유정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알겠어요, 오빠.”“좋아, 아직 몸이 좀 허약한 상태니까 일찍 쉬어.”“오빠, 내일 떠나지 않겠죠?”유정은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유정은 자기가 잠에서 깨어났을 때 진서준이 사라지는 게 두려웠다.왜냐하면 유정은 너무 오랫동안 진서준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당연하지, 너희 집에서 좀 더 있을 거야.”“그렇다면 다행이에요.”진서준이 웃으며 대답하자 유정은 그제야 시름 놓고 편안히 잠들 수 있었다.유정이 잠든 후에야 진서준은 자리를 떠났다.유기명과 유기태는 문 앞에서 진서준을 기다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7화

    본래는 흰색이었던 그 독충이 진서준의 영결에 맞고 난 후 눈에 띄게 빨갛게 변하기 시작했다.“응? 이게 뭐지?”난생처음 보는 장면에 주두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해했다.진서준은 별다른 설명 없이 빨갛게 변한 독충을 유정의 입에 넣어주었다.유기명이 불안한 마음으로 물었다.“진서준, 확실히 치료할 수 있겠어?”방금 주두준이 두 번이나 실패한 걸 직접 목격한 유기명은 더 이상 희망을 품을 엄두를 내지 못했다.사실 진서준이 치료한다고 해도 유기명은 확신이 없었다.주두준은 독충술에 대해 오랫동안 깊은 연구를 해온 사람이었다.진서준은 의술에 능했지만 독충술은 또 다른 문제였다.본래 서로 다른 분야는 격차가 심했고 특히 이 두 분야는 하늘과 땅 사이의 차이가 나는 두 분야였다.“확신이 없으면 저도 치료에 나서지 않을 겁니다.”진서준은 평온한 말투로 담담하게 말했다.진서준은 가족의 목숨을 갖고 장난칠 사람이 아니었다.비록 의동생이긴 하지만 진서준은 이미 유정을 친동생처럼 여기고 있었다.“좋아, 그럼 부탁할게.”유기명은 이를 악물며 부탁했다.“은침을 주세요.”진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자 주두준은 본인의 은침을 진서준에게 건넸다.은침을 받은 진서준은 즉시 유정의 건리, 음교, 석문 세 곳에 정확하게 찔렀다.독충이 진서준이 원하는 자리에 도착했다고 추측한 진서준은 다시 영결을 그리기 시작했다.따뜻한 기운이 유정의 체내에서 흐르기 시작했다.3분이 채 지나지 않아 유정의 몸에서 차가운 기운이 눈에 띄게 빠져나갔다.조금 전까지 차갑기만 하던 유정의 몸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고 얼굴에 생기가 보이더니 호흡도 힘차졌다.주위 사람들의 경악이 가득한 시선 속에서 유정은 갑자기 눈을 떴다.“세상에... 이렇게 바로 깨어났다고?”다들 입을 떡 벌린 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깜박였다.방금 신의 주두준이 유정을 살리기 위해 그렇게 애썼지만 결국은 해내지 못했다.하지만 지금 이 청년이 단지 침술을 이용해 그 어려운 일을 해낸 것이다.게다가 진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6화

    “유 가주님, 아까 말했듯이 가주님 따님은 이미 병이 몸에 너무 침투되어 회복 불가능합니다. 누구도 치료할 수 없을 겁니다.”주두준은 참지 못하고 냉랭하게 말했다.“주 신의님, 이분은 저희 대한민국에서 보기 드문 천재입니다. 이분 의술은 성약당 당주도 감히 초월하지 못한다고 할 정도입니다.”유기명은 서둘러 진서준을 소개했다.“아이고, 그러세요?”주두준은 유기명의 말이 우스웠다.“이 사람 의술이 정말 가주님 말처럼 뛰어나다고 해도 가주님 따님을 구할 수 없을 겁니다. 가주님 따님이 걸린 건 독충입니다. 평범한 침술로는 어림도 없죠. 내가 기른 팔곡 독충도 이미 체내에서 죽었습니다. 그만큼 가주님 따님 체내 얼음 독충이 강력하다는 증거입니다.”이 말은 절대 주두준이 과장한 게 아니었다.유정의 체내에 있는 얼음 독충은 그 위력이 대단했다.주두준이 10여 년을 기른 팔곡 독충은 본래 묘강 지역에서 기르는 독충을 상대하기 위해 키운 것이다.그런데 이제 그 팔곡 독충마저 죽어버렸는데 이렇게 젊은 청년이 과연 뭘 할 수 있단 말인가?진서준은 주두준의 말을 무시하고 유정의 맥을 자세히 짚기 시작했다.시간이 지날수록 진서준의 표정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진서준, 어때? 유정을 구할 방법이 있겠어?”유기명은 초조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르신, 혹시 다른 독충이 더 있나요?”진서준은 대답 대신 주두준을 쳐다보며 물었다.진서준의 의도를 알 수 없는 주두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뭘 하려고 그러는데?”“독충이 필요합니다.”진서준은 간결하고 강력하게 답했다.“하나 더 있긴 해. 근데 이 독충은 가주님 따님 얼음 독충에 대항할 수 없을 거야.”주두준은 솔직하게 말했다.“그냥 제게 주세요.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진서준의 말에 주두준은 상당해 불쾌했다.“이봐, 네가 내놓으라고 하면 내가 반드시 줘야 해? 난 이 독충을 몇 년 동안 온갖 정성을 들여 키운 거야. 근데 지금 네가 내놓으라고 하면 내가 시원하게 넘겨줄 것 같아?”독충을 기

  • 천기: 하늘의 뜻을 엿보는 자   제1555화

    유정 체내의 독충이 묘주가 직접 기른 독충인지 아닌지 유기명이 알 리가 없었다.지금 유기명한테 중요한 건 딸을 과연 살릴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주 신의님, 지금 당장 제 딸을 구할 방법이 있습니까?”유기명이 가까스로 침착을 유지하며 물었다.“다시 시도해 보겠습니다.”주두준은 짧게 대답하며 은침을 들었다.그러고는 놀라운 속도로 유정의 족삼리, 용천, 명문 등 세 주요 혈 자리에 침을 놓았다.일련의 동작이 유려하게 이어져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역시 신의님은 남다르군요. 이런 침술은 제가 평생 배워도 못 따라가겠네요.”“주 신의님께서 나섰으니 유씨 가문 아가씨 병은 틀림없이 완치될 겁니다.”“맞습니다. 주 신의님도 못 치료한다면 세상에 치료할 사람이 없을 겁니다.”방 안의 의사들이 한결같이 주두준을 아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하지만 그들의 칭찬이 주두준은 그다지 기쁘게 하지는 않았고 오히려 더 큰 부담을 안겨주었다.만약 이 여자를 살리지 못하면 주두준의 명성에 치명타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침 세 개가 들어가자 유정의 사지에서 실낱같은 냉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마지막 침!”주두준은 은침을 들어 유정의 정수리에 찔렀다.그 순간, 유정의 입에서 대량의 냉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 냉기가 방을 가득 채우며 실내 온도를 급격히 떨어뜨렸다.“주 신의님? 이걸로 끝난 겁니까?”유기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유기명은 아까처럼 또다시 희망을 품다가 크게 실망하는 게 두려웠다.“내 독충이 나오는 걸 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주두준은 이번에는 아까처럼 자신감 있게 대답하지 못했다.침술을 하는 동안 주두준은 자기 독충이 반응이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다.평소 같으면 독충이 반드시 반응을 보였을 텐데 이번에는 너무 조용했다.주두준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쳤다.주두준의 예감이 틀리지 않았다.1분이 지나도 독충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그때, 상태가 조금 좋아졌던 유정이 갑자기 격렬하게 기침하기 시작했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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