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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작가: 무솔레
남하준은 아찔하고도 강렬한 수컷의 기운을 내뿜었다.

“감히 날 협박해?”

서다인은 그의 압도적인 기세에 숨이 막혀 질식할 것만 같았다. 그녀는 불안감에 떨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제발 사람 강요하지 말아요.”

남하준은 싸늘하고도 한없이 짙은 두 눈동자를 반짝이며 그녀의 얼굴을 담담하게 쳐다봤다.

매끄럽고 탱탱한 피부 결과 또렷한 이목구비, 작고 동그란 얼굴은 젖살이 채 빠지지 않아 귀엽고 앙증맞을 따름이었다.

그녀의 예쁘장한 얼굴은 백하린의 어릴 때 모습을 조금 닮아 있었다.

남하준은 넋 놓고 바라보다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눈썹을 살짝 들썩거렸다.

“네가 그 여자 어릴 때 모습이랑 비슷해지려고 갖은 수단을 부렸나 봐? 이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겠어. 이래서 할머니가 널 그렇게 좋아하셨구나.”

그 여자 어릴 때 모습이라니?

남하준이 말한 ‘그 여자’는 대체 누구일까?

서다인이 의아해하고 있을 때 남하준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알았어, 네 요구 들어줄게.”

그는 이 말만 남긴 채 부하를 데리고 방을 나섰다.

그 순간 서다인은 어안이 벙벙했다.

어떤 요구를 들어준다는 말이지?

이혼 아니면 부부로서 잘 지내는 거?

...

밤이 깊어지고 청량한 바람이 불어왔다.

류청이 저녁밥을 방 문 앞까지 가져왔고 서다인은 식사를 마친 후 방 안에서 병법에 관한 서적을 한 권 찾아내 흥미진진하게 새벽까지 책을 읽었다.

피곤이 몰려오자 그제야 씻으러 들어갔다.

욕실에서 30분을 씻은 후 갈아입을 옷이 없어 몸에 걸쳤던 때 묻은 옷을 깨끗이 빨아서 욕실 창문 밖에 내걸어놓고는 샤워가운을 두르고 밖으로 나왔다.

별안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녀는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라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남하준이 막 상의를 벗고 튼실한 몸매를 드러내며 버젓이 방에 나타난 것이다.

건강한 피부색과 탄탄한 근육, 군살 하나 없는 완벽한 몸매에 간간이 옛 상처가 보여 남자의 매력이 더 물씬 풍겼다. 말 그대로 상남자였다.

남하준이 상의 탈의한 채로 화끈한 몸매를 드러내며 그녀의 방에 나타나자 화들짝 놀란 그녀는 미처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남하준은 미간을 구기며 그녀를 쳐다봤다.

서다인의 두 볼은 지금 누가 봐도 빨갛게 달아올랐다. 맑고 영롱한 두 눈은 순진한 척하는 연기가 절대 아니었다.

남하준은 훤히 드러난 그녀의 새하얀 어깨를 바라보다가 늘씬한 흰 다리에 시선을 옮겼다.

성형을 십여 차례 했음에도 몸매와 외모 전부 이토록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다니, 의사가 신이 내린 손길로 지금 눈앞의 완벽한 결정체를 만들어낸 듯싶다.

그는 시선을 거둬들이며 저도 몰래 목젖을 움직이더니 옷장에서 캐쥬얼한 여름옷 한 벌 꺼내서 무심코 욕실로 걸어갔다.

서다인의 곁을 지날 때 운동복 세트를 그녀의 품에 밀어 넣었다.

화들짝 놀란 그녀는 남하준이 건넨 옷을 와락 끌어안았다.

서다인은 머리가 백지장이 된 채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남자가 대체 왜 이러는 거지?

이때 남하준이 차갑게 명령했다.

“입어.”

그녀는 재빨리 돌아서서 욕실로 들어가는 남하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하준 씨가 왜 제 방에 있어요?”

남하준은 그녀를 등지고 내심 불만을 토로하듯이 말했다.

“제대로 된 부부생활을 하자던 사람이 누군데?”

그녀가 한 말이긴 하지만 이건 단지 이혼을 위해서일 뿐 내연녀에, 서로 감정도 없이 강요당해서 사는 비정상적인 혼인 관계를 죄스럽게 유지하자는 뜻이 아니었다.

남하준이 욕실에 들어가 문을 닫고 나서야 그녀는 내내 참고 있던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답답한 마음을 추슬렀다.

그녀는 쿵쾅대는 심장을 부여잡다가 또다시 화끈거리는 얼굴을 쓰다듬었다.

미처 어쩔 바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15분 뒤.

남하준이 심플한 캐쥬얼 잠옷을 입고 개운하게 샤워를 마친 후 욕실에서 나왔다.

서다인은 잔뜩 긴장해서 자리에 벌떡 일어났다.

“하준 씨, 우리 얘기 좀 해요.”

물론 이 남자를 3년 동안 짝사랑했지만 가슴보다 머리가 먼저 알려주고 있다. 그와 억지로 이 결혼을 유지한다면 나중에 상처받을 사람은 무조건 그녀라는 것을.

남하준은 옷장 앞에 다가가 안에서 다른 이불을 꺼내더니 그녀 맞은편의 침대 가장자리로 다가갔다.

“시간이 너무 늦었어. 용건 있으면 내일 다시 얘기해.”

서다인은 마음이 복잡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녀는 저도 몰래 옷깃을 꼼지락거리며 맑은 눈동자로 그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다정하게 되물었다.

“우리 이혼 안 하는 건가요?”

남하준은 이불을 펴고 침대 한쪽에 눕더니 눈을 감았다.

“당분간은 안 할 거야.”

서다인은 바짝 긴장해서 나지막이 요구했다.

“그럼 꼭 남편의 도리를 지켜요.”

“알았어.”

남하준이 고민 없이 바로 대답했다.

서다인은 그가 이토록 흔쾌히 대답할 줄은 몰랐다.

침대에 누워 잠든 이 남자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이불과 베개를 챙겨서 살금살금 바닥에 펴놓았다.

남하준의 마음속에 딴 여자가 있으니 분명 그녀와 한침대에서 자길 원치 않을 것이다.

서다인은 하는 수 없이 저 자신을 희생하며 바닥에서 자기로 했다.

이부자리를 다 펴고 불을 끈 후 창밖의 달빛을 빌어 담요까지 걸어가 살며시 누웠다.

몇 초 후 갑자기 불이 환하게 켜졌다.

서다인은 비스듬히 눈을 뜨고 남하준의 차갑고 준수한 얼굴을 마주했다. 그는 옆에 서서 거만한 눈길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굳게 잠긴 허스키한 목소리에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서다인은 멍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자고 있잖아요!”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남하준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이부자리에 누운 그녀까지 함께 덥석 안아 올렸다.

태평양처럼 넓은 어깨에 어마어마한 팔뚝 힘까지 과시했다.

“하준 씨?”

서다인은 허공에 붕 떠 있다가 미처 반응하지도 못한 채 그의 거친 손길로 침대에 내동댕이쳐졌다.

침대에서 살짝 튀어 올라 머리가 어지럽고 다친 몸에 이따금 고통이 밀려왔다.

남하준은 그녀를 향해 몸을 기울였다.

화들짝 놀란 서다인은 본능적으로 손을 내밀어 그의 가슴을 밀쳤다.

“하준 씨...”

남하준은 양손으로 침대를 짚고 팔뚝 하나를 사이에 둔 거리로 그녀를 가둬두었다.

서다인은 그의 탄탄한 가슴에 손이 닿은 순간 너무 수줍어서 황급히 거둬들였다. 그녀는 보호 차원으로 제 가슴팍을 감싸 안으며 긴장하고 불안한 눈빛으로 이 남자의 그윽한 검은 눈동자를 쳐다봤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녀였다. 남하준이 가까이 다가오니 두려우면서도 은근 기대되어 너무 긴장한 나머지 온몸이 경직됐다.

지금 뭐 하는 거지? 설마 그녀랑 하룻밤을 보내겠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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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밤.서다인은 샤워를 마친 후 햇살이 가득한 등나무 의자에 앉아 잃어버린 휴대폰을 들고 뉴스를 확인했다.그녀를 납치한 김호영은 현장에서 사살되고 사기 센터의 피해자들도 모두 구출되었다. 그리고 범행에 가담한 사람들은 남하준의 부하들에게 잡혀 경찰에 인계되었다.그녀의 가방도 휴대폰도 모두 되찾았지만 아쉽게도 3년 동안 모은 돈은 모두 그녀의 친오빠가 빼돌렸다.지금의 그녀에게는 이 휴대폰 말고는 무일푼이다.기억을 잃은 후로 그녀는 은경애를 만났는데 은경애는 마치 원래 그녀를 알고 있던 것처럼 예뻐했고, 꼭 그녀를 곁에 두려고 했다.그렇게 서다인은 은경애 옆에서 3년 동안 간병인을 해 왔다.친구도 없고 불운과 재앙만 안겨주는 가족을 찾아갈 수도 없으니 생활고에 쪼들리는 지금 누구에게 돈을 빌려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서다인이 생각을 거두고는 문 쪽을 바라봤는데 남하준의 튼실하고 넓은 어깨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남자는 지금 문을 닫고 있었다.그런 그의 모습을 본 서다인은 이상하게도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긴장된 마음에 시선을 거두고는 고개를 푹 숙여 휴대폰으로 디지털책 아무거나 하나 열어 읽기 시작했다.남자의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는데 그가 내디딘 걸음마다 서다인의 심장을 강타하고 있었고 긴장감은 갈수록 커졌다.남하준이 그녀의 앞을 지나갔다.그녀가 고개를 들자 남하준은 베란다 난간을 등진 채 정면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압감을 풍기는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의심스러운 듯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그와 눈을 마주치자 서다인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았지만 겨우 침착을 유지하며 나지막이 물었다.“왜 나를 그렇게 봐요?”남하준이 대답했다.“정말 3년 전에 있었던 일을 잊었어?”“네.”서다인이 고개를 끄덕였다.남하준이 입술을 감쳐물고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킨 뒤 또 물었다.“청유액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서다인의 머릿속에는 이 물질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3화

    서다인이 방 안의 책장을 가리키며 말했다.“요 며칠 하준 씨 책장에 있는 책은 전부 다 읽었어요.”남하준이 한 번 더 물었다.“정말 한 번 더 생각해 보지 않겠어?”서다인이 고개를 숙였다.“네, 나 내일 아침 바로 갈 거예요. 앞으로 이곳에 올 기회는 더 없겠죠.”남하준은 더는 그녀를 설득하지 않았다.그녀의 곁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면서 외투 단추를 풀며 당부했다.“집으로 돌아가면 할머니에게 이혼 얘기를 꺼내지 마. 할머니께서 자극받으실까 봐 걱정돼.”휴대폰을 쥐고 있던 서다인의 손에는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그녀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괴로운 감정이 북받쳐왔다.“미안한데 하준 씨 책에서 어떤 여자애 사진을 봤어요. 그 뒤에 ‘내가 사랑하는 여자 백하린’이라고 쓰여 있더군요.”외투 단추를 풀던 남하준이 멈칫하더니 온몸이 굳어진 듯 제자리에서 꼼작도 하지 않았다.그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서다인은 가슴이 비수에 꽂힌 듯이 아팠다.말 못 할 고통에도 애써 괜찮은 척하며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당신이 가장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하린 씨겠죠?”한참 뒤에야 남하준이 정신을 차리고는 계속 외투를 벗으면서 무심하게 말했다.“어렸을 때 하린이를 많이 좋아했던 건 맞아. 하지만 하린이가 14살 때 외국 명문 학교에 합격했거든. 하린이가 출국한 뒤로 우리는 연락이 끊겼어. 10년 동안 한 번도 못 만났지. 심지어 하린이가 돌아온 첫해에도 두 사람 사이는 어색했어.”말을 마친 후 남하준은 곧장 욕실로 향하고는 문을 닫아 샤워하기 시작했다.그의 설명에도 서다인은 괴로운 마음이 조금도 덜해지지 않았다.그녀는 심지어 자기가 내연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남하준과 백예린은 어려서부터 서로를 좋아했으니까 말이다.만약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남하준은 분명 백하린과 결혼했을 것이다. 그러면 그녀는 사랑도 감정도 없는 이 결혼에서 고통스럽게 버티지 않았을 것이다.찬 봄바람이 불어 들어오면서 서다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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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09화

    “그냥 내가 씻을게요.”이다은은 남우영이 집안일을 잘 못 하고 심지어 전혀 해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아챘다.그녀가 걸어 들어가자 남우영이 부랴부랴 일어나 그녀를 문으로 밀어붙이며 단호하게 말했다.“안 돼요. 내가 한다고 하면 꼭 잘할 수 있어요.”“그럼 조심해요.”이다은이 안쓰러워하며 말하자 남우영은 생글생글 웃으며 답했다.“알겠어요.”이다은은 거실로 돌아와 앉아 있었고 남우영은 주방에서 설거지하고 또 싱크대까지 깨끗이 닦았다.거실에서 이다은이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메시지가 하나 왔다.그녀의 단골 중 한 명으로 닉네임은 ‘늙은 늑대'였다.늙은 늑대: [다은 씨, 아웃소싱 프로젝트가 있는데 할 수 있어요?][어떤 프로젝트죠?]그러자 상대방은 ‘기밀문서’라고 적힌 파일을 보내왔다. 파일을 열어본 이다은은 충격에 휩싸였고 한참을 보다가 답장했다.[할 수 있어요. 페이는 얼마죠?][160만 원.]그러자 이다은이 답장했다.[500만 원 주세요.][너무 한 것 아니에요?][이게 어떤 프로젝트인지 잘 아시잖아요? 만약 500만 원이 많다고 생각하시면 다른 사람 찾으시죠.][만약 다른 사람이 할 수 있었으면 내가 다은 씨를 찾지도 않았어요.]그러자 이다은은 활짝 웃은 이모티콘을 보냈다.[좋아요. 거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프로젝트를 납기하고 통과되면 비용을 지급하죠.][좋아요.]그녀는 즉시 방으로 돌아가 노트북을 가져와 찻상 위에 놓고 땅바닥에 앉아 프로젝트데이터를 받기 시작했다.일련의 코드와 데이터 그리고 프로그래밍 번호가 난무했다.그녀는 온 정신을 집중하여 거의 무아지경으로 몰입했다.남우영이 걸어 나와 그녀의 뒤에 쪼그리고 앉아 보고 있어도 그녀는 발견하지 못했다.그녀의 민첩한 손가락은 계속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남우영은 볼수록 안색이 어두워졌고 휴대전화를 꺼내 몰래 컴퓨터 안의 물건을 촬영했다.이어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소파에 앉아 느릿느릿 물었다.“다은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이다은은 화들짝 놀라더니 재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08화

    저녁 일곱 시쯤.남우영이 집에 돌아왔다.문을 들어서자마자 음식 냄새를 맡은 그는 신발을 갈아 신고 부엌으로 들어갔다.앞치마를 두른 이다은은 포니테일을 길게 묶고 정숙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남우영은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왔어요? 손 씻고 밥 먹어요.”이다은이 웃으며 말하자 남우영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이전에 다른 여자들에게서 느껴본 적이 없는 설렘이 이렇게 단순하고 아름다운 것일 줄이야.“그래요.”남우영은 대답하고 들어가서 손을 씻었다.손을 깨끗이 씻은 그는 두 사람의 밥을 들고 나왔다.두 사람의 저녁 식사는 두 가지 요리에 국 하나로 깨끗하고 간결했다.이다은은 남우영이 계속 자신에게 고기를 집어주는 것을 발견했다.“당신도 먹어요. 계속 내게만 고기 집어주지 말고.”“다은 씨는 너무 말랐어요.”그녀는 자신이 말랐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좀 통통하다고 느꼈다.아마도 남자와 여자의 눈은 다를 것이다.이다은은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으며 서운한 생각이 들었고 그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다.그녀는 평소에 잡담하는 것처럼 느릿느릿 입을 열었다.“근데 우리 방 따로 써요?”남우영이 밥 먹는 동작을 멈추었다.이다은은 그의 반응을 보고 서둘러 설명했다.“따로 쓰는 것도 좋죠 뭐. 당신 출근도 해야 하는데 내가 잠버릇이 고약해서 자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어요.”“그렇지 않아요.”남우영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다은은 눈을 내리뜨고 계속 밥을 먹으며 감히 그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이 문제를 토론하는 것은 마치 그녀가 매우 초조해하는 것처럼 보였다.“나 다른 뜻은 없어요.”이다은은 어색하게 웃었다.“그냥 확인한 것뿐이니 너무 긴장할 필요 없어요. 우리 아직 안 친하니 천천히 기다리는 것도 맞아요.”남우영은 마음이 뒤숭숭해서 이 사기 결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이다은이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야만 그녀에게 자신의 신분을 고백할 용기가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07화

    생김새는 그저 그렇지만 분위기는 있었다.남우영은 졸업증명서와 입사지원서를 보며 심오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여민지는 바짝 긴장했다.남우영의 시선에 그녀는 얼굴이 빨개지고 수줍고 불안했다. 그룹의 대표가 직접 자신을 면접 본다는 생각에 떨리기도 했다. 이건 자신에 대한 편애라고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감격스러웠다.그녀는 오기 전에 대머리에 뚱뚱한 중년 남자인 대표가 그녀의 미모와 능력을 보고 부른 줄 알았다.그런데 정작 만나고 보니 대표는 젊고 잘생기기까지 했다.“수석으로 우주대학교에 진학했다가 최악의 성적으로 졸업했네요? 고등학교 때 우주항공을 꿈꾸는 글을 써서 M국 뉴스에 실려 한때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근데 지금은 왜 민간기업에 출근하려는 거죠? 우주의 꿈은 포기하신 건가?”여민지는 난처해서 입술을 오므리고 웃더니 말했다.“우주의 꿈을 꾸었지만 항공우주대학에는 몇만 명의 학생들이 있고 그중에 우주항공청에 갈 수 있는 건 겨우 몇 명뿐이에요. 그 경쟁력을 이기지 못해 우주항공청에 들어갈 수 없었지만 제가 우수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죠. 저도 제 나름대로의 분야에서는 반짝반짝 빛날 수 있어요.”남우영은 냉소를 짓더니 그녀의 이력서를 내려놓으며 물었다.“어떤 분야를 말하는 거죠?”여민지는 존중받기는커녕 오히려 그에게 겨냥당하는 느낌이 들었다.명색에 대기업 대표가 그녀를 조롱하고 비웃기 위해 직접 면접을 보는 걸까?‘아니야. 이건 분명 테스트야!’여민지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말을 이었다.“저에게는 훌륭한 점이 많아요. 그리고 특기도 많아요. 피아노도 잘 치고, 춤도 잘 추고, 외국어도 유창하게 해요.”“우리 그룹 산하에 항공운수회사가 있는데 와서 춤을 출 건가요? 아니면 피아노를 칠 건가요?”여민지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도 애써 덤덤한 척 말했다.“대표님, 제가 드린 구직서를 자세히 보시면 희망 부서는 홍보팀입니다.”홍보팀은 사무실에서 문서를 작성하고 고객 분쟁을 처리하는 가장 쉬운 직업으로 기술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06화

    두 사람은 별장에 들어섰다.이다은은 으리으리한 거실에 서서 주위를 어색하고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었다.그녀는 감히 이 집에서 살 용기가 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만질 수 없었다. 이곳의 물건은 아무거나 망가뜨려도 그녀가 배상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반면 남우영에게는 익숙한 별장이었다. 그는 들어와서 짐을 2층 방으로 옮기고 내려와서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는 물 한 컵을 따라 이다은에게 건넸다.“고마워요.”이다은이 컵을 받아 손에 쥐니 따뜻한 물이었다.남우영은 이다은의 불편함을 눈치채고 위로했다.“여기서는 자기 집처럼 지내면 돼요. 뭘 망가뜨리면 어쩌나 그런 걱정도 하지 말고요.”이다은은 따뜻한 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긴장한 듯 말했다.“하지만 여기는 어쨌든 우리 집이 아니잖아요.”남우영은 덤덤하게 웃으며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정말 괜찮아요. 편하게 지내요. 내 말 들어요.”이다은은 움찔 놀라더니 몸이 굳어졌고 경악한 표정으로 남우영의 행동을 보며 심장이 두근거렸다.남우영은 그제야 자신의 행동이 그녀를 긴장하게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평소 남서연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에 습관된 나머지 저도 모르게 버릇이 튀어나왔던 것이다.그는 손을 거두고 목을 축이더니 말했다.“나 일하러 가야 해요. 집 먼저 둘러보고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요.”그러자 이다은은 고개를 끄덕였다.남우영은 그녀를 한참 동안 바라보며 조금 아쉬웠지만 결국 그녀를 혼자 집에 두고 혼자 출근했다.이다은은 출근하는 남우영을 배웅하고 들고 있던 컵을 내려놓고 사방을 둘러보기 시작했다.이 별장은 모두 3층이었다.방이 많았는데 객실 외에 다용도실도 많았다. 헬스방, 영화방, 오락방, 서재 등 없는 것이 없다.돈 있는 사람의 주택에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녀가 안방에 가보니 그녀와 남우영의 짐이 함께 놓여 있지 않았다.그녀는 문을 나서서 옆에 있는 다른 안방에 가보니 자신의 짐이 보였다.순간 그녀는 멍해졌다.이건 남우영이 그녀와 따로 자겠다는 뜻일까?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05화

    기세로는 남우영의 압도적인 완승이었다.정하늘은 감히 남우영의 앞에서 한마디도 못 했다.이다은은 그의 긴장감과 두려움을 알아채고 일을 크게 만들기 싫어 설명했다.“약간 실랑이를 벌였을 뿐이지 별거 아니에요.”남우영은 미간을 찌푸리고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이다은은 긴장된 듯 침을 삼키고 정하늘에 말했다.“너 이현이 아침 식사 갖다 줘야 한다며?”그러자 정하늘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맞아. 그럼 나 먼저 갈게.”말을 마친 그는 황급히 도망쳤다.남우영은 떠나가는 정하늘을 보며 어이가 없어 코웃음을 쳤다.그는 정말 미칠 것 같았다.어렸을 때 이다은은 그를 좋아하지 않았고, 다 큰 지금 그녀에게는 잊지 못하는 첫사랑이 있었다.남우영은 왜 굳이 자신에게 가혹한 일을 찾아 하고 있을까?왜 하필 이 여자를 만났을까?이다은은 남우영의 앞에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화났어요?”남우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녀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났을 뿐이었다.“대체 누가 매달린 거예요?”“난 아니에요.”이다은이 급히 답했다.“그러니까 저 자식이 매달렸단 거예요?”남우영의 말투가 서늘하고 무거웠다.이다은이 고개를 푹 숙이자 남우영은 심호흡을 하고 불편한 마음을 쓸어내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집으로 향했다.이다은은 걸어가며 물었다.“왜 나 집으로 데리고 가요? 나 일자리 찾으려고 나가던 길이었어요.”“일자리 찾는 일은 제쳐두고 일단 가서 짐부터 싸요.”“네? 왜요?”“우리 이사 가요.”“어디로요?”“친구가 해외에 갔는데 10년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는대요. 나더러 들어가서 살면서 집 지키래요.”이다은은 할 말을 잃었다.세상에 이렇게 좋은 일이 또 있을까?“월세를 내요?”“아니요.”남우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올라갔다.이다은은 그의 뒤를 따라가며 남자가 자신의 손을 꼭 잡고 놓지 않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든든하고 따뜻했다.어렴풋이 그의 긴장감도 느껴졌다.마치 손을 놓기만 하면 그녀를 잃을 것처럼.이다은은 생각하더니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04화

    이다은은 지금의 정하늘이 낯설게 느껴졌다.그녀는 자신이 한때 좋아했던 남자가 이렇게 짜증 나는 인간이길 바라지 않았다.“다은아, 난 술에 취해 실수한 거야.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좋아하는 사람은 오직 너였어. 나...”이다은이 엄한 말투로 끊었다.“그만해. 정하늘. 나 이미 결혼했고 이현이도 임신했어. 이현에게 잘 해주고 곧 태어날 너희 둘 아이에게나 잘 해줘. 이런 쓸데없는 말로 고민만 늘어놓지 말고.”말을 마친 이다은은 그의 곁을 지나갔다.그러자 정하늘은 돌아서서 이다은의 팔을 덥석 잡아당기더니 표정이 싸늘해졌다.“이다은, 너 설마 내게 복수하려고 아무 남자나 찾아서 결혼한 거야?”“아니야! 이거 놔.”이다은이 차갑게 말했지만 정하늘은 손을 놓으려 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앞으로 끌어당기고 다른 한 손도 그녀의 팔을 잡아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거리가 좀 가까워지자 이다은은 거부감을 느끼며 몸부림쳤다.“이거 놓으라고!”정하늘은 마치 이성을 잃은 듯 나지막이 외쳤다.“내게 복수하려고 결혼한 게 분명해. 넌 아직도 날 좋아하고 잊지 못했는데 왜 너 자신을 괴롭히는 거야?”“그런 거 아니라고!”이다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내 말 맞아!”정하늘은 멋대로 결론을 내렸다.“아니면 네가 처음 본 남자랑 결혼할 리가 없잖아? 그 남자 가정 형편도 열약하고 직장도 별로고 인품도 별로 좋지 않아 보여. 생김새는 재벌가 사모님의 스폰을 받는 오리처럼 생겨서 말이야. 어디 술집의 에이스가 아닌지 몰라.”이다은은 화가 치밀어 가슴이 아팠다.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삼키더니 또박또박 말했다.“정하늘, 대체 무슨 근거로 내 남편을 비하해? 네가 뭐라도 되는 것 같아?”“근거? 신혼집도 없이 너희 집에서 얹혀살면서 밥 얻어먹고 있잖아?”“그게 너랑 뭔 상관이야?”“이다은. 정신 차려! 얼굴 번지르르한 것 빼고 아무런 쓸모도 없는 인간이야. 내게 복수하려고 네 행복까지 버리는 건 아니지.”이다은은 힘껏 발버둥 쳤다.“이 손 놔!”그러나 그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03화

    이다은은 온몸에 힘이 빠졌다. 남자의 따뜻한 품에 안겨 몸이 나른해졌고 긴장되고 무서워서 눈을 감고 조용히 그의 다음 동작을 기다렸다.그녀의 마음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그녀는 한참을 기다렸다.그러나 남우영의 몸은 화로처럼 뜨거웠지만 그저 그녀를 안고만 있었다. 잠시 후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좀 더 자요. 이렇게 일찍 일어날 필요 없어요.”이다은은 할 말을 잃었다.따뜻하던 품이 갑자기 텅 비었다.남우영은 그녀의 뒤에서 떠나 그녀에게 이불을 잘 덮어주고는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이다은이 의혹이 가득한 얼굴로 돌아보니 그는 잠옷을 벗고 셔츠로 갈아입고 있었다.그의 탄탄한 등 근육을 보자 이다은은 얼굴이 살짝 뜨거워져서 다시 침대에 누웠는데, 저도 모르게 시트를 움켜쥐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다.‘대체 뭐가 문제야? 지금이 조선 시대도 아니고 이 남자는 왜 내 몸에 손도 안 대는 거야? 설마 지각할까 봐?’남우영은 옷을 갈아입고 화장실에 가서 씻었다.이다은은 눈을 감고 계속 자려 했지만 이미 잠을 이룰 수 없었다.대략 30분 정도 지난 후, 남우영은 거실에서 아침을 먹고 방으로 돌아왔다. 그의 핸드폰과 슈트 코트를 집어 들고 나가려고 할 때, 그는 자는 이다은을 보았다.걸음을 멈추고 몇 초간 망설였다.이다은은 잠이 들지 않았다.그녀는 남우영의 발소리를 들었지만 문을 닫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막 이상하게 여기던 차에 갑자기 남자의 향긋한 체향이 코끝을 통해 물씬 풍겨 오더니 이내 얇은 입술이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갑작스러운 남자의 스킨십에 이다은은 놀라서 멍해졌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가슴에는 천둥번개가 치는 것처럼 두근거렸다.남우영이... 그녀에게 키스했다.아니, 그녀에게 몰래 키스를 했다.남자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춘 후 조용히 방을 나가 문을 닫았다.순간 이다은은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홱 일어나 벌렁거리는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문의 위치를 보고 또 자신의 이마를 만졌다.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02화

    절대 그렇게 말할 수 없었다.“일자리 구하는 일을 생각하고 있었어요.”“그거라면 너무 서두르지 말아요. 그리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내게 말하고요. 내가 친구가 많아서 도움이 될 거예요.”이다은은 자존심 때문에 얼른 거절했다.“신세 지고 싶지 않아요. 나 혼자 해결할 수 있어요.”“내가 당신 남편인데 신세라니요?”“그 뜻이 아니라, 나 곧 취직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그래요.”“그럼 당신은 왜 안 잤는데요?”“회사 일 생각하고 있었어요.”“그만 생각하고 얼른 자요.”이다은은 눈을 깜빡이며 어두운 빛 속에 그녀와 함께 누워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조명 없이 그림자만 보였지만 여전히 너무 멋있었다.“그래요. 잘 자요.”“잘 자요.”남우영은 눈을 감았고 호흡이 점차 균일해졌지만 이다은은 여전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녀는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또 생각했다.두 사람은 이미 결혼한 지 며칠이 지났고 잠자리를 같이했는데 남우영은 그녀에게 일말의 충동도 없을까?매일 서로를 손님 대하듯 존경하며 예의를 갖추니 이 결혼이 진실하게 느껴지지 않았다.남자들은 여자를 사랑하지 않아도, 잘 모르는 여자를 만나도 몸매와 얼굴만 예쁘면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했는데 왜 그녀의 남편은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 걸까?‘설마 그쪽으로 문제가 있나?’이다은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천천히 잠에 빠졌다.이튿날 아침.남우영이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뭔가가 그의 아랫배를 눌렀다. 그곳은 아침의 생리적인 반응으로 인해 팽창되어 있었는데 무게를 받으니 고통이 엄습해왔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순간 꿈에서 깨어났다.“음!”그는 무거운 소리를 내며 재빨리 자신의 아랫배를 누르고 있는 무게를 잡았다.그러나 이다은이 손을 뻗어 자신의 몸을 만지려 하는 것을 보고 놀라서 어리둥절했다.이다은은 아주 난처해하며 급히 그의 몸에 일어나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사과했다.“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내 휴대폰을 가지려다가 실수로 당신을 짓눌렀어요.”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01화

    “혹시 그 여자를 만난 적 있으세요?”“본인은 만난 적이 없고 모두 부모님이 나서서 일을 해결했네.”남우영은 순간 깨달았다.“괜찮아요 아버님, 일찍 쉬세요.”“그래. 자네도 어서 쉬게.”이적은 방으로 돌아갔고 남우영은 소파에 쓰러져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욕실에서 나온 이다은은 남우영이 소파에 기대 누워 있는 것을 보고 그가 잠이 든 줄 알고 걸어가서 허리를 굽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남우 씨, 여기서 자면 안 돼요. 당신...”남우영은 눈을 번쩍 떴다.남자의 그윽하고 예쁜 눈을 본 이다은은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그윽한 시선에는 뜨거운 빛을 띠고 있었고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이다은은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여기서 자면 감기 걸려요. 얼른 씻고 방에 들어가서 자요.”“다은 씨.”“네?”“후회해요?”“뭘요?”“나와 초고속으로 결혼한 거.”이다은은 씁쓸하게 웃더니 자책감에 말했다.“그 말은 내가 당신에게 물어야죠. 당신처럼 좋은 남편을 얻었는데 내가 왜 후회해요? 그러는 당신은요? 우리 가족 형편도 봤고 나도 이렇게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걸 알고 후회해요?”남우영은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부드러운 손을 잡고 엄지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문질렀다.“아니요.”이다은은 남자가 손을 잡자 심장이 벌렁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리며 부끄러워 고개를 떨구고 감히 그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가서 씻어요. 내가 잠옷 가져다줄까요?”남우영은 움찔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그는 이다은의 손을 놓았다.이다은이 침실로 들어가자 그는 욕실로 들어갔다.방에 돌아온 이다은은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가리고 심호흡을 하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이다은, 너 참 못났다. 그냥 손잡은 것뿐인데 이렇게 긴장해? 정말 창피하네.”그녀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남우영의 잠옷을 챙기려고 옷장을 열었다.서랍을 열어 팬티를 가지려고 할 때, 또 참지 못하고 자세히 보았다.‘뚱뚱하지 않은데 팬티 사이즈가 왜 이렇게 크지?’이다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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