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하준은 책갈피를 넣고 책을 덮어 탁자 위에 놓았다.서다인은 따뜻하게 웃으며 일어나려 했다.“깼어요? 배 안 고파요? 음식 데우라고 할게요.”남하준은 그녀를 자기 곁으로 끌어당겨 옆으로 끌어안고 턱을 그녀의 어깨에 눌렀다. “배 안 고파. 나랑 얘기 좀 해.”“그래요. 무슨 얘기하고 싶은데요?”남자는 가볍게 탄식했다.“형은 좀 어때?”“여전히 중환자실에 있어요.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겨우 버티고 있죠.”그는 주머니에서 반지 하나를 꺼냈다.서다인은 그의 손가락 사이에 있는 그 예쁜 반지를 보았을 때, 가슴이 두근거리고 긴장되고 설레어 말문이 막혔다.결혼 반년 동안 그녀에게 반지를 준 적이 없었다.“형이 자기 첫사랑한테 주라고 부탁했대.”순간 서다인의 안색이 어두워지고 모든 기대와 설렘이 순식간에 사라졌다.“아.”“근데 난 형이 반지를 직접 전하게 하려고.”그는 반지를 서다인의 손에 넣었다.“내일 병원에 가서 의사한테 소독해 달라고 하고 형 손가락에 끼워줘.”서다인은 그의 뜻을 알아챘다.형에게 목표가 생겨 빨리 낫기를 바라는 것이었다.서다인은 밋밋한 반지를 보며 말했다.“중환자실에서 환자한테 반지를 끼우게 할까요?”“이 반지는 형에게 아주 중요해. 사고를 당하기 전에 부모 형제도 언급하지 않고 첫사랑인 여자친구만 언급했대.”서다인은 반지를 보면서 침묵했다.남태준은 아마도 남하준과 마찬가지로 정과 의리를 중시하는 일편단심인 남자일 것이다.다만, 남태준의 일편단심에 서다인은 매우 감동했지만 남하준의 일편단심에는 아주 슬펐다.남하준이 사랑하는 여자는 백하린이었으니.서다인은 그의 품에서 나오며 물었다.“J국 국경을 폭파한 일에 대해 정통 어르신께서 뭐라고 하세요? 당신 처벌하지 않으셨어요?”남하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그녀의 긴 머리를 쓰다듬었다.“걱정하지 마. 난 괜찮아.”“그럼 M국이 곤란해졌겠네요?”“요즘 국제 여론 상 좀 그렇겠지만 큰 문제는 아니야. 고의로 그런 것도 아니니까.”고의가 아니
남하준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눈동자로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완아, 기억을 되찾는 것도 좋지만 네 목숨이 더 소중해. 그냥 운명에 맡기자.”“가장 좋은 의사를 찾으면 되잖아요.”그녀는 살구 눈을 깜빡이며 거의 애원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남하준은 단호하게 고개를 흔들었다. 단 0.001%의 위험이라도 존재한다면 그는 동의할 수 없었다.“나중에 다시 얘기해. 배 안 고파? 밥 먹으러 가자.”남하준이 화제를 돌렸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여자의 손을 잡고 일어섰을 때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하인이 즉시 달려가 문을 열고 긴장한 표정으로 남하준에게 돌아섰다. “도련님, 정통 어르신과 비서님이 오셨어요.”두 사람은 서로 눈이 마주쳤고 남하준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먼저 가서 밥 먹어.”서다인이 고개를 끄덕였고 하인이 문을 열자 차가운 얼굴의 정통 어르신이 기세등등하게 성큼성큼 서재로 향하며 한마디 말도 없이 남하준 곁을 지나갔다.“어르신...”남하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정통 어르신은 그의 곁을 홱 스쳐 지나갔고 노기가 등등했다.남하준은 어쩔 수 없이 그의 뒤를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무거운 마음으로 식탁에 앉은 서다인은 서재를 돌아보니 비서실장이 문밖을 지키고 있었고 태도가 매우 엄숙하고 분위기가 냉엄했다.그녀는 남하준이 처벌을 받을까 봐 안절부절못하며 기다렸다.서재.정통 어르신은 소파에 앉더니 화를 억제하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자네가 총회에 제출한 미사일 오류 보고서를 난 한마디도 믿을 수 없네. 지금 우리 둘뿐이니 솔직히 말해보게. 대체 어떻게 된 건가?”남하준은 그의 맞은편으로 가서 천천히 앉았다. “차 드릴까요?”정통 어르신의 안색이 어둡고 두 손으로 무릎을 짚고 화가 나서 가슴이 벌렁거렸다.“나 속일 생각 말게. 미사일 1호 기술은 이미 완전무결해. 절대 데이터 오류가 생길 리 없다고. 원래 무인 사막에 떨어졌어야 할 미사일이 어떻게 이웃 나라 마약 소굴에 떨어지냐고
“정부 지원으로 양귀비 농사를 지어 전 세계에서 거의 모든 마약이 흘러나오는 나라죠. 저희는 이웃 국가로서 마약이 가장 범람하는 피해국입니다.”“우리 국경수비대원 18명이 강제로 마약 주사를 맞았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그들은 지금 매일 독과 싸우고 있습니다. 차라리 죽음보다 못한 고통이죠. 우리 M국에는 2천만 명의 중독자가 있는데 이 숫자는 여전히 매일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수도 없는 마약 검거 경찰이 참혹하게 죽었지만 여전히 마약이 우리 M국으로 반입되는 것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정통 어르신은 비통한 표정으로 앉아 이마를 짚고 흐느끼며 말했다.“미사일로 마약 소굴 하나를 없애면 뭐하나? J국에게는 그저 간지러움을 태운 정도지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남하준은 비통하게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정통 어르신의 말투가 조금 느려졌다. “자네는 절대 충동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네. 대체 왜 그런 건가?”남하준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숨을 내쉬며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네, 사심이 있었습니다.”“제 부하 정호와 아내가 얼마 전 J국에서 살해당할 뻔했는데 다행히 무사히 구출돼 참았습니다.”“하지만 이번에는 제 친형이었습니다. 형은 M국 마약 단속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고 목숨도 버릴 수 있는 영웅이었습니다.”남하준은 눈물이 반짝이며 울먹였다.“전 형이 영광스럽게 희생될지언정 6일 밤낮으로 매달려 지독한 고문에 시달리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이건 사람이 아니라 짐승입니다.”“형은 아직 병원에 누워 위독한 상황입니다.”남하준은 촉촉한 눈을 천천히 감고 호흡이 점점 무거워지며 낮게 울먹였다.“형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형을 위해 뭐라도 해주고 싶었습니다.”정통 어르신의 얼굴이 굳어지며 긴장해서 물었다.“설마 태준이? 요 몇 년 동안 계속 J국에 잠입 수사했던 건가?”남하준은 목구멍이 시큰거렸고 고개를 끄덕였다.정통 어르신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주먹을 쥐고 소파에 주먹을 쥐어박았다
남하준이 그를 따라 일어났고 정통 어르신은 서재를 나오면서 말했다.“착한 사람이 칼을 들고 있는 건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서지만 강도가 칼을 들고 다니는 건 약탈을 일삼기 위해서네.”“남 장군, 내 살아생전에 우리 M국이 세계 무적의 국방 무기를 개발하는 걸 보고 싶네. 우리나라를 굳건히 지키고 다시는 괴롭힘 당하지 않게 말이네.”“그 희망을 자네에게 걸고 있네.”정통 어르신은 감개무량해서 말했고 남하준은 무거운 마음으로 어르신을 배웅했다.식탁에 앉아 초조하게 기다리던 서다인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남하준이 돌아오자 급하게 달려가 물었다.“어르신이 뭐라 하세요? 당신 욕해요? 처벌하겠대요?”남하준의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괜찮으니까 걱정 마.”“정말이에요?”“그럼.”서다인은 손을 뻗어 그의 볼을 만졌다. 하얗고 가느다란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잘생긴 뺨에서 더 앙증맞게 보였다.그녀의 손바닥은 부드럽고 따뜻했으며 매우 편안했다. 남하준은 참지 못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덮으며 그녀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당신 안색이 안 좋아요. 요 며칠 많이 힘들었죠?”“완아, 어떤 일들은 너에게 다 말해줄 수가 없어. 그런데도 묻지 않아 줘서 고마워.”서다인은 부드럽고 가벼운 미소를 지었고 미간에는 애틋함이 가득했다. “음식 벌써 세 번이나 데웠네요. 얼른 가서 먹어요.”남하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를 끌고 식탁으로 향했다.이날 밤.남하준은 또 밤늦게까지 바빴고 새벽녘에 그가 방으로 돌아왔을 때 서다인은 이미 피곤해서 잠이 들어 있었다.이튿날 아침.서다인은 평소처럼 병원 중환자 관찰실에서 남태준을 한참을 지켜본 뒤 의사에게 그의 상태를 파악한 뒤 반지를 건넸다.처음에 의사는 ICU 병동에 장신구를 가지고 가는 것을 권장하지 않았다.하지만 서다인은 이 반지가 환자의 삶의 의지를 일깨울 수 있다고 설명하니 의사도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서다인이 떠나려고 할 때,
서다인은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순간 백인호는 그녀의 팔을 잡더니 그녀를 잡아당겼다.서다인은 화를 내며 그의 손을 밀쳤다.“뭐예요? 이거 놔요!”백인호는 그녀를 자기 앞으로 끌어당겨 애틋하게 바라보며 가볍게 말했다.“뭐가 그렇게 급해? 나 전 여자친구한테 할 말 있단 말이야.”서다인은 속으로 당황하여 죽을 지경이었지만 짐짓 침착한 척 눈을 가늘게 뜨고 시선을 그의 손에 옮겨 또박또박 말했다.“이 손 놓고 말씀하시죠. 내 몸에 손대지 마세요.”백인호는 손을 놓기는커녕 오히려 고개를 숙이고 다가가 가볍게 웃었다.“네 몸은 내가 얼마나 많이 만졌겠어?”서다인은 입술을 깨물고 꾹 참고 노려봤다.“우리가 얼마나 오래 만났는데 네 몸은 내가 가장 익숙하지.”만약 얼마 전 검사에서 산부인과 의사가 그녀에게 처녀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정말 그를 믿었을 것이다.입만 열면 거짓말이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데 뻔뻔스럽기 짝이 없었다.서다인은 팔을 힘껏 잡아당겼다.“이거 놔요!”백인호는 힘껏 잡아당겨 그녀를 품에 끌어안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에 껴안아 그녀를 가두었다. 머리를 숙이고 그녀의 귀에 사악하게 중얼거렸다.“난 널 꼭 가질 거야. 무슨 수를 써서든.”서다인은 놀라서 온몸이 으슬으슬 떨렸다.“계속 안 놓으면...”살려달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갑자기 우람한 모습이 덮쳐와 백인호의 팔을 세게 꺾었다.꾸드득.“악!”백인호는 아파서 울부짖으며 꺾인 팔을 재빨리 부축했다.곧 단단하고 따뜻한 가슴이 서다인의 두 손에 파고들자 익숙한 향기가 코로 스며들었다.고개를 들어 남하준의 늠름하고 준수한 얼굴을 보는 순간 마음이 안정되었다.그는 매우 바쁘지 않은가?바빠서 넷째 형을 보러 올 시간도 없었는데 왜 지금 여기에 나타난 걸까?“준.”서다인이 따뜻한 눈으로 남하준의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올려다보았다.그녀는 남자의 노기가 백인호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무서웠다.백인호는 깊이 숨을
서다인은 정신을 차린 후, 난처하고 부끄러운 듯 눈을 돌려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얼굴이 화끈거리는 그녀는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안 바빠요? 여긴 어떻게 왔어요?”“방금 다 마쳤어.”“아.”남하준은 그녀의 손을 잡고 중환자 관찰실로 향했다.“나랑 같이 형 보러 가자.”서다인은 그를 따라 걸어가면서 두 사람의 손에 시선이 고정되고 마음이 따뜻해지며 손바닥이 뜨거워지고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지금의 그녀는 남하준이 이렇게 다정하게 자신의 손을 잡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매번 그에게 사랑받는 느낌이 들었다.관찰실 밖 유리 앞에 선 남하준은 굳어진 표정으로 남하준을 바라보며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형은 좀 나아졌어?”서다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요. 의사가 지금까지 버틴 게 기적이라고 했어요.”“기적이 일어날 거야.”“네. 그럴 거예요.”두 사람은 조용히 남태준을 오랫동안 지켜봤다.그 후 며칠 동안 남하준은 나랏일로 바쁘게 보냈다.이날 아침 서다인이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금원 안에서 정원을 거닐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지우의 긴장된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인아, 빨리. 빨리 민간 생중계 한 번 봐봐.”“생중계?”“뉴스 채널인데 민간 인터뷰야. 빨리 찾아봐.”서다인은 통화를 끊고 곧바로 검색창을 열어 지우가 지정한 최신 프로그램을 시청했다.스튜디오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세 사람을 보고 넋을 잃었다.MC가 세 사람을 인터뷰하고 있었는데 인터뷰 대상은 뜻밖에도 그녀의 가족이었다.엄밀히 말하면 서다인의 가족, 서대홍, 서지석 그리고 진화연.대개 서다인이 부잣집에 시집갔지만 부모를 모시기는커녕 친오빠를 때리고 가족과의 왕래를 끊은 배은망덕한 여자라며 욕설을 퍼붓는 내용이었다.더욱 어이없는 것은 그들이 끊임없이 그녀의 명예를 훼손하고 그녀의 과거를 폭로하고 있었다.또 전국 시청자들에게 중학교 졸업도 하기 전에 학교를 그만두고 남자를 따라다니며 술집에서 세간살이를 하고, 음란한 장소에서 서비스업을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야. 결혼 사실을 부인하고 몰래 남하준과 이혼하든지, 아니면 네 진짜 정체를 밝히든지.”서다인은 이마를 감싸고 소파 등에 기댄 채 눈가에 주룩주룩 눈물이 흘렀다.“이혼 얘기는 다시 꺼내지 않기로 하준 씨랑 약속했어.”“그럼 네 정체를 밝혀. 넌 서다인이 아니라고.”그녀는 무기력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그것도 안 돼. 아직 배후를 밝히지 못했고 진짜 내 신분도 찾지 못했으니 아직은 아니야.”“그럼 어떡해?”서다인은 심호흡을 하며 눈물을 훔쳤다.“하준 씨한테 말할 거야. 그 사람은 나 믿어 줄 거야. 이건 하준 씨만 해결할 수 있어.”“그래, 네 남편 지금 집에 있어?”“아니. 군전 그룹에 있어.”“전화해서 오라 그래. 요즘 외출은 삼가고. 분명 잠복해 있는 인간들 있을 거야.”“그래, 알겠어.”서다인은 전화를 끊고 남하준에게 연락하려는데 서지석의 전화가 걸려왔다.그녀는 심호흡하고 이를 악물고 받았다.그는 득의양양한 말투로 도발했다.“사랑하는 우리 동생. 뉴스 봤어? 죽이지?”서다인은 옷을 움켜쥐고 떨면서 한 글자 한 글자 내뱉었다.“서지석, 너 미쳤어? 왜 이렇게까지 하는데?”“하하, 네 명예가 실추되는 걸 원하거든. 왜. 이제 좀 무서워?”서다인은 한 번도 자기 걱정을 한 적이 없었다. 다만 남하준의 명예가 실추될까 봐 두려웠다. 이 신분의 불명예스러운 과거는 남하준을 더럽히고 그의 앞날을 망칠 것이다.“죽는 게 전혀 두렵지 않나 봐?”서다인은 이를 악물고 물었다.“뭐가 두려워? 지금 전 세계 사람들이 내가 장군 부인 가족이라는 걸 알아. 나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겨봐. 가장 큰 혐의는 남하준이 받지 않겠어?”서다인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답답함에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이 파렴치한 개자식들에 대해 그녀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서지석은 갑자기 말투가 부드러워졌다.“다인아, 만약 더 이상 스캔들을 폭로하고 싶지 않다면 차라리 용돈으로 나 입막음해도 돼. 오빠가 너 명
뒤에 더 많은 메시지가 있었다.서다인은 보다 못해 넋을 잃고 소파에 엎드려 눈물을 글썽이며 방법을 찾았다.그녀는 지금 남하준이 너무 필요했다.정 안 되면 그녀는 신분을 공개해야 했다.그러나 두 번의 권위 있는 DNA 검사 보고서 앞에서 누가 그녀의 말을 믿을까?법률도 그녀를 믿지 않는데 하물며 네티즌들이 믿을까?벨 소리가 두 번 울려 확인해보니 서지석이 보낸 메시지였다.[다인아, 엄마 아빠가 160억 달래. 네가 알아서 해.]서다인은 휴대전화를 땅에 내동댕이쳤다.그녀는 소파에 누워 눈을 감고도 몸이 여전히 약간 떨리고 화가 나서 위가 경련 되고 은근히 아렸다.‘나는 누구일까? 난 대체 누구지?’서다인은 마음속으로 흐느끼고 절규하며 비분에 잠겼다.저녁노을이 지고 어둠이 내렸다.남하준은 부하 두 명을 데리고 비행기에서 내려 서둘러 금원으로 돌아갔다.그가 집에 발을 들여놓자 거실 안은 캄캄했고 그는 불을 켜고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었다.거실로 들어가 바닥에서 부서진 휴대전화를 보고 주워 탁자 위에 놓았다.소파에 옆으로 누워 잠이 든 서다인을 따듯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남하준은 몸을 천천히 쪼그리고 앉아 부드럽고 뜨거운 눈빛으로 서다인의 아름다운 잠든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의 눈물 자국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그녀는 백씨 가문의 귀한 아가씨로 태어나 행복한 나날을 보내야 마땅하다.그런데 왜 그녀는 이렇게 많은 고난과 억울함을 겪어야 할까?남하준은 안쓰러운 마음으로 그녀 눈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그는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들을 보자마자 쉴 새 없이 비행기를 타고 서둘러 돌아왔다. 하지만 그녀는 보고 말았다.남하준이 그녀를 안아 올리려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몸에 손을 댔을 때, 그녀가 젖은 눈을 떴다.남하준의 얼굴을 본 순간, 그녀는 눈물이 솟구쳤다. 재빨리 일어나 두 손으로 남하준의 목을 꼭 껴안고 그의 어깨에 머리를 묻은 채 속삭였다.“왔어요?”남하준은 그녀의 울먹이는 소리에 가슴이 아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다독
남서연은 빠른 걸음으로 뛰어내려 계단 모퉁이에 서서 백건의 뒷모습을 보며 외쳤다.“오빠, 우리 결혼해요!”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또렷했다.떠들썩한 거실이 폭탄을 떨어뜨린 듯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모두가 입을 딱 벌린 채 남서연을 충격적으로 바라보았다.온 집안이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백건은 움찔하더니 꼼짝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그는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거실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에 드러난 충격이 그에게 이것이 사실이라고 말해주었다.그는 미친 듯이 심장이 뛰었다.돌아서서 남서연을 바라보니, 그녀는 반달 눈을 한 채 그를 향해 환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세상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어린아이처럼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 같았다.백건이 그녀를 좋아하고 그녀와 결혼하고 싶다면 남서연은 그에게 다가갈 용기가 있었다.남서연은 다시 한번 외쳤다.“오빠, 우리 결혼해요.”백건은 눈가가 흠뻑 젖어 그녀를 향해 입술을 오므리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큰소리로 대답했다.“좋아!”거실에 있는 모든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다.남우영이 일어나서 말했다.“난 반대야. 내 삼촌이 내 사촌 동생과 결혼한다니. 이게 말이나 돼?”남창민이 남우영의 손을 덥석 잡아당겨 소파에 앉히고 낮은 목소리로 꾸짖었다.“넌 네 결혼이나 신경 써. 네 삼촌과 서연이 일은 걱정할 필요 없어.”남우영은 고민 끝에 남서연의 아래에 뛰어가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서연아, 지금 두 사람 농담하는 거지? 두 사람.. 두 사람 늘 차갑고 낯선 사이였잖아? 갑자기 결혼이라니? 너 진우석이랑 결혼하려던 거 아니었어?”백건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걸어가서 남우영의 목을 조르고 소파로 끌고 갔다.장면이 좀 난처하게 되었다.백건은 어른들께 예의 바르게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오늘 급하게 왔어요. 오늘은 일단 돌아가고 다음에는 정식으로 혼수 예물을 갖고 찾아뵙겠습니다.”허윤미가 서둘러 말했다.“그래. 어서 돌아가. 우리도 서연이와 잘 얘기해볼게. 너무 오냐오냐 키
“왜 내 방에 들어왔어요?”남서연은 긴장해서 그를 내쫓으려 했다.“얼른 나가요. 오빠가 몰래 내 방에 들어온 거 가족들이 알면 큰일 나요.”백건은 이미 그런 건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오늘 머리에 총을 겨누고 있더라도 결과를 얻어야 했다.“가족들에게 우리 결혼에 대해 직접 말하겠다고 시간을 달라며?”백건은 실망스럽기 그지없고 눈 밑에 슬픔이 가득했다.“방금 네 할아버지, 할머니와 얘기를 나눠보니 아무것도 모르고 계시던데?”“그게...”남서연은 말문이 막혔다.백건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갔다. 그의 뜨거운 호흡이 남서연의 피부에 뿜어져 나와 그녀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했다. 백건이 매력적인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렸다.“나와 결혼하기 싫어?”남서연은 거짓말이 언젠가 들통 날 것이니 사기 결혼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죄책감을 안고 말했다.“미안해요 오빠. 나 임신하지 않았어요.”백건은 가슴이 칼에 베인 듯 아파 숨을 쉴 수 없었다.남서연은 고개를 푹 숙였다.“미안해요. 일부러 거짓말한 건 아니었어요. 생리가 늦어져서 약국에 가서 유통기한이 지난 테스트기를 샀더니 이런 오해가 생겼어요.”“내가 임신하지 않았으니 오빠도 저 책임질 필요 없고 우리도 결혼할 필요 없어요.”남서연이 한마디 덧붙이자 백건은 두 손으로 벽을 짚고 그녀 앞에서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숙였다. 무력감은 그를 쓸쓸하기 짝이 없게 만들었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고 그는 씁쓸하게 냉소를 지었다.남서연은 축 늘어진 그의 머리를 보며 긴장한 채 물었다.“오빠, 왜 그래요?”“남서연, 천국에서 지옥까지 떨어진 충격이 얼마나 큰지 알아?”백건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다.남서연은 그가 너무 안쓰러웠다.대체 얼마나 아이를 원했으면 이렇게 슬퍼할까?“미안해요.”남서연이 나지막이 사과했다.백건은 깊은 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들어 남서연을 바라보았다.그의 눈시울이 붉어지고 비분이 교차하는 눈빛에 남서연은 겁을 먹고 조심스럽게 위로했다.“오빠, 너무 슬
[나 기다리고 싶지 않아. 그냥 내가 말씀드릴게.][싫어요. 안 돼요. 그냥 제가 말할게요.]사흘째 되던 날, 남서연이 어렵게 용기를 내어 가족에게 고백하려고 했을 때 피가 흘렀다.그녀는 유산인 줄 알고 놀라서 혼자 허둥지둥 병원으로 달려갔다.근데 알고 보니 생리였다.의사는 테스트기가 틀릴 가능성도 있으니 임신을 확정하려면 반드시 병원에 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알고 보니 이 모든 건 오해였다.그녀가 임신하지 않은 것은 기쁜 일이지만 그녀는 한없이 서글프고 괴로웠다.슬프게도 백건에게 시집가는 꿈에서 깨어나야 했다.아이를 빌미로 그와 결혼할 가망이 없어졌다.그녀는 백건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백건이 그녀에게 메시지를 보내 물었지만 답장하지 않았다.일주일 뒤.기업 디자인 부서에서.하현우는 직접 디자인 부서에 와서 남서연을 찾았고 공손히 말했다.“아가씨, 대표님께서 찾으세요.”남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배를 보며 안타까움을 느꼈다.“미안해요. 집에 일이 좀 생겨서 시간이 없다고 전해주세요.”남서연은 가방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사무실을 나섰다.그녀는 아직 백건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생각하지 못했다.백건을 속이고 두 사람이 혼인신고를 한 후에 그에게 진실을 알리려고 했다.그런데 가짜 임신으로 속여서 결혼해야 백건에게 시집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슬프기도 했다....대표 사무실.백건은 인터넷에서 임신 기간에 대한 책들을 찾아보고 있었다. 어떻게 임산부를 보살피는지, 산전 검사를 어떻게 하고 어떻게 간호해야 하는지 등등...그때 하현우가 노크했다.남서연인 줄 알았던 백건은 순간 마음이 가라앉아 혼자 온 하현우를 보며 물었다.“서연이는?”“아가씨는 먼저 집에 돌아가셨어요.”백건은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천천히 눈을 감고는 마음의 답답함을 달랬다.남서연은 대체 무슨 뜻일까?이미 일주일 동안 그를 피했다.잠시 후 그는 눈을 뜨고 책상 위의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일어섰다.“대표님, 어디 가세요?”백건은 성
유승아는 어쩔 수 없이 쓴웃음을 짓더니 남서연이 가장자리에 앉아 조용히 경청하는 것을 보고 즉시 화제를 돌렸다. “서연아, 촌수로 따지면 네가 건이를 삼촌이라고 부르는데 두 사람 만나게 되면 양쪽 어른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네 작은 엄마가 어떻게 그런 복잡한 관계를 처리하겠어?”남서연은 멍해졌다.그녀가 설명하기도 전에 백건이 버럭 화를 냈다.“지금 내 앞에서 시비를 거는 거야?”유승아는 서둘러 해명했다.“네 친구로서 서연이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했을 뿐인데 왜 시비를 건다고 말해?”“이건 나와 서연이 일이니까 우리가 알아서 처리할 거야. 너 할 말 끝났으면 돌아가.”유승아는 얼굴의 미소가 점점 사라지고 태도가 진지해졌다. “백건, 비록 우리 연인 사이는 가짜였지만 오랜 우정은 가짜 아니지?”“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친구로서 충고 한마디 하고 싶어. 너와 서연이는 절대 불가능해. 양쪽 어른들께서 동의하지 않을 거야. 괜히 어린 서연이 상처 주지 마.”백건의 안색이 점점 나빠졌다.유승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나 할 말 끝났으니까 돌아갈게. 두 사람 잘 생각해봐.”두 사람 모두 일어나서 유승아를 배웅하지 않았다.문이 심하게 닫혔고 거실이 조용해졌다.남서연과 백건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 몇 초 동안 멍하니 있다가 어색한 듯 고개를 떨구고 중얼거렸다. “승아 언니 말이 맞아요. 양쪽 집안에서 쉽게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넌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내 옆에 있겠다고, 나와 결혼하겠다고 동의하면 돼.”남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백건은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을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키고 잠시 침묵을 삼키더니 물었다.“서연아, 키스해도 돼?”남서연은 이런 문제일 줄은 몰랐다.그녀는 머리가 텅 비었고 심장이 두근거리고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그녀가 멍해 있을 때, 남자는 그녀를 소파에 눕히고 키스를 했다.기습적인 키스에 남서연은 당황스러웠다.두 사람은 아주 오랫동안 키스를 나눴다.저녁 무렵.집
유승아는 조금 경악했다.“서연이도 있었네?”그러자 백건이 물었다.“무슨 일로 찾아왔어?”유승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다음 달 결혼에 대해 아주머니가 너무 재촉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너와 의논하려고 왔어.”남서연은 괜히 애태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유승아는 남서연을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서연아, 나 건이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은데 너...”남서연은 급히 말했다.“두 분 말씀 나누세요. 전 먼저 가볼게요.”그녀가 말을 마치고 발걸음을 떼기도 전에 백건이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너 갈 필요 없어. 여기서 들어.”남서연은 경악했고 유승아는 얼굴이 굳어지며 난처한 태도로 말했다. “건아, 그건 좀 아니지. 우리 두 사람 얘기야. 서연이는 외부인이고.”백건은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외부인이 아니라 내 아내야.”남서연은 깜짝 놀랐고 유승아는 더욱 경악했다.두 사람은 놀란 얼굴로 백건을 바라보았다.생각지도 못한 남자의 말에 남서연은 어리둥절했다.벌써 그의 아내가 되는 건가?유승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두 사람... 만나기로 한 거야?”남서연은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그러자 백건이 또박또박 대답했다.“응. 몇 분 전에 결혼까지 약속했어.”유승아는 억지로 웃음을 짜내며 짐짓 대범한 척 말했다.“축하해.”“소파에 가서 앉아서 말해.”백건은 남서연의 손을 잡고 소파로 다가가 앉았다.유승아도 따라가 앉더니 침울하게 숨을 푹 내쉬었다.“우리 집 쪽 친척들은 이미 청첩장을 받았어. 다들 축하 전화를 걸어오고 있어. 오늘 아주머니께서 특별히 나를 찾아오셔서 결혼식은 반드시 거행될 거라고 하셨어. 어떻게든 너를 잡아서 교회에 묶어둘 테니까 안심하고 너의 신부가 되라고 하셨어.”백건이 되물었다.“넌 어떻게 생각하는데?”유승아는 남서연을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내가 뭘 어떻게 생각해? 오랫동안 네 여자친구였으니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잖아.”백건은 서둘러 남서연을 바라보며 나지
그녀에게 보여줄 수 없는 사진은 무엇일까?여자 사진?남서연은 기분이 가라앉아 말했다.“나 먼저 돌아갈게요.”그러자 백건이 그녀에게 다가갔다.“나랑 같이 집에 가서 어른들께 상황을 설명해 드리자.”“안돼요.”남서연은 긴장감에 못 이겨 안절부절했다.“일단 아직은 안돼요. 내가 먼저 가서 가족들 생각을 알아보고 다시 결정해요.”“어떤 상황이든, 어떤 결과든, 나 혼자 감당할 거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마.”“서두르지 말고 우리 천천히 얘기해요. 내가 우리 가족들 설득하고 오빠는 오빠 가족들 설득해요. 네?”백건은 여전히 변수가 있을까 봐 걱정했다.그러나 너무 성급하게 행동해 남서연을 놀라게 해서 일을 망칠 수는 없었다.“그래. 네 말대로 해.”남서연은 그가 덮은 앨범을 가리키며 호기심 어린 눈으로 덤덤하게 물었다.“누구 사진이에요?”백건은 고개를 돌려 협탁을 보더니 마음이 찔려 말했다.“내 사진이야.”그건 백건이 전에 몰래 찍었던 남서연의 사진이었다.결혼 후에만 그녀에게 모든 것을 고백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그가 한 모든 것들이 오랫동안 계획한 거라고 말할 수 없었다.어머니의 강력한 방해를 무릅쓰고 그는 강력한 권한을 동원하여 인사팀을 통해 남서연의 면접을 합격시키고 그녀를 ND에 무사히 입사하게 했다.또 직권을 이용하여 남서연을 데리고 해외 출장을 갔다. 그 목적은 바로 남서연을 가족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게 만든 다음 그 기회를 빌려 잠자리를 갖고 그녀를 임신시키는 것이었다.두 차례의 성관계에도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것도 그녀를 임신시키기 위함이었다.그는 감히 남서연에게 말할 수 없었다. 남서연이 그를 비열하다고, 수단이 더럽다고, 파렴치하다고 생각할까 봐 두려웠다.결혼하고 나서 다시 그녀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천천히 용서를 빌어야 했다.남서연은 더 이상 캐묻지 않고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백건은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조심스럽게 손을 내밀어 그녀의 발이 미끄러질까 봐 보호했다. 남서연은 남자가 조심스럽게 자신을 보호하
심장이 두근두근 떨려서 목구멍에서 튀어나올 것 같았다.그녀는 초롱초롱한 큰 눈으로 물끄러미 백건을 바라보며 머리가 하얘졌다.결혼이라는 두 글자가 백건의 입에서 나오는 것은 그녀에게 너무 큰 유혹이었다.그녀가 당황하고 있을 때, 백건은 갑자기 몸을 기울여 왼쪽 무릎을 그녀 앞에 꿇고 그녀의 손을 잡았다. 놀란 그녀는 소파에 붙으며 경악한 채 그를 바라보았다.남자는 한쪽 무릎을 꿇고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뜨거운 눈빛으로 부드럽게 말했는데 매우 절실해 보였다.“서연아, 나와 결혼해줘. 응?”‘지금 아이를 위해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를 한 거야?’남서연은 아주 기뻤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괴롭고 불안했다.“두 집안 어른들 모두 찬성하지 않을 거예요.”“너만 원한다면 그런 것들은 전부 내가 알아서 해.”남서연은 차마 배 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 수 없었다. 가족 모두가 반대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남자와 결혼할 수 있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현실 생활에서 많은 부부가 선을 보고 결혼하니 먼저 결혼하고 사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결혼 후에 그녀가 잘 보인다면 백건도 그녀를 사랑하게 되지 않을까?남서연은 멋진 미래를 상상하며 참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백건은 감격에 겨워 붉어진 눈시울이 순식간에 흠뻑 젖었다. 어지러운 숨결로 소파에 앉더니 남서연을 덥석 품에 끌어안았다.남자의 동작은 절박했고 강렬한 포옹에 그녀는 몸이 아팠다.남서연은 그의 등 뒤에 두 손을 널어놓고 턱을 그의 어깨에 괴고는 물끄러미 천장을 바라보았다.귓가에 남자의 무거운 호흡과 함께 약간 울먹이는 쉰 목소리가 들렸다.“고마워. 서연아. 정말 고마워. 반드시 좋은 남편과 좋은 아빠가 될게. 절대 실망하게 하지 않을게. 최선을 다해서 네게 가장 행복한 미래를 줄게.”남서연은 마치 구름 위를 떠다니는 듯 몽환적이고 아름다웠다.다만, 앞으로 어떻게 가족을 대해야 할까?아이 때문에 결혼하게 되면 백건은 앞으로 후회하지 않을까?
남서연은 고개를 숙이고 슬픈 듯 중얼거렸다.“나 임신했어요.”백건은 심장이 움찔했고 온몸은 걷잡을 수 없이 흥분했다. 그는 제자리에서 거의 뛰기라도 하듯 벌떡 일어났다. 가슴의 흥분을 터뜨리기 위해 미친 듯이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서연이가 내 아이를 임신했다고? 나 아빠가 되는 거야? 서연이 아이의 아빠? 이거 지금 꿈 아니지?’그는 갑작스러운 행복을 애써 눌렀다.남서연은 그의 반응에 깜짝 놀라 그를 올려다보니 남자는 주먹을 불끈 쥐고 그녀를 등지고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이 남자가 대체 어떤 마음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었다.그녀와 마찬가지로,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까?그녀처럼 망연자실할까?이미 마음의 준비를 한 남서연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책임지라고 찾아온 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다만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에 오빠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요. 만약 수술하게 되면 나와 함께 가줘요.”백건은 무거운 몽둥이에 얻어맞은 것 같았다.순식간에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 그는 재빨리 자리에 앉았다. 얼굴빛은 굳어졌고 말투는 엄숙했다.“뭐? 수술한다고?”남서연은 주눅이 들어 쳐다보며 말했다.“네. 혼전 임신은 안 돼요.”가족들이 만약 그녀가 혼전임신이라는 것을 안다면 반드시 백건을 때려죽일 것이다.숨이 가빠진 백건은 두 손을 꼭 잡았고 엄숙한 말투에 약간의 온기를 더해 부드럽게 달랬다.“서연아, 아이는 포기할 수 없어. 내게 책임질 기회를 줄 수 없어? 나 좋은 아빠가 될게.”남서연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백건을 바라보며 멍해졌다.그녀의 생각과 달랐다.그녀는 백건이 그녀보다 더 이 아이를 원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아이의 존재가 그를 위험하게 만들 테니까.백건은 긴장된 듯 입술을 오므리고 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그리고 너만 괜찮다면 나... 좋은 남편이 될 수도 있어.”남자는 주먹을 문지르며 가늘게 떨릴 정도로 긴장했고 호흡이 가빠졌다. 그는 남서연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녀의 시주를 기
남서연은 복잡하고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저예요.”백건은 숨이 거칠고 오랫동안 한마디도 하지 않으며 말이 막힐 정도로 긴장했다.그는 남서연이 무슨 일로 먼저 전화를 걸었는지 몰라 계속 그녀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고 있다.“지금... 시간 있어요?”남서연이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쭈뼛쭈뼛 물었다.백건이 다급하게 대답했다.“있어.”“잠깐 만나서 얘기할래요?”“좋아.”백건이 곧바로 대답하더니 또 물었다.“어디서 볼래? 데리러 갈게.”남서연이 생각해보니 밖에는 보는 눈이 많아 안전할 것 같지 않았다.“데리러 올 필요 없어요. 내가 오빠 집으로 갈게요. 반 시간이면 도착해요.”“좋아.”남서연은 전화를 끊고 일어서서 마스크를 쓰고 공중화장실을 나섰다.한편, 공항 가는 차에 타고 있던 백건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명령했다.“차 돌려서 집으로 가.”“대표님, 비행기 시간 이미 다 됐어요.”백건은 정색해서 말했다.“이번 행사 취소하고 바로 집으로 가.”하현우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방금 그 전화를 들으니 아마 남서연일 것이다.백건에게 새 시즌 발표회는 취소할 수도 있고 연기할 수도 있고 없어도 되는 일이다.그러나 남서연을 만날 어떤 기회도 그는 놓칠 수 없었다.하현우는 차를 돌려 집으로 돌아갔다....30분 후.남서연은 산 중턱 별장에 와서 막 초인종을 누르려는데 하현우가 이미 입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가 문을 열고 공손히 인사했다.“서연 아가씨, 안녕하세요. 들어오세요.”남서연은 살짝 놀랐다가 하현우인 걸 발견하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별장으로 걸어 들어갔다.그녀는 경치가 아름다운 화원의 앞마당을 지나 웅장한 큰 집으로 들어갔다.문은 열려 있고 백건은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는 흰색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를 입고 있어 우아하고 멋스러우며 준수한 매력을 자랑했다.남자는 그윽한 눈동자로 남서연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를 다시 만난 남서연은 마음이 혼란스럽고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 마음속에 토끼 한 마리가 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