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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작가: 가하
강홍택과 류선은 떠났지만, 강홍식과 고세연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지아도 강홍식의 딸이었기 때문에 없는 사람 취급할 수는 없었다.

그가 들어가서 보겠다고 하자 강지찬도 막지 않았다.

지찬이 사 온 아침은 정유진이 모두 가져갔기에 형준을 시켜 다시 2인분을 사 오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강홍식이 지아를 보러 들어가자 고세연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지찬 오빠, 회사 일로 바쁜 데, 제가 남아서 지아를 볼게요.”

강지찬이 고세연을 한 눈 훑더니 답했다.

“필요 없어, 지아를 돌봐줄 사람은 있거든. 지아도 널 싫어하니 앞으로는 다시 오지 마.”

정유진이 앞으로 지아를 보러 자주 올 수도 있었으니 둘을 마주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고세연은 그 자리에서 무너져 버렸다.

“지찬 오빠, 그렇게 제가 싫은 거에요? 제가 뭘 잘못했길래 절 이렇게 싫어하세요?”

강지찬은 눈앞의 여자와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았다.

“네가 잘했든 못했든 나랑은 상관없어. 아까 한 말 못 들었니? 좋아하는 사람 있다고. 그러니 너도 앞으로 본가에 가지 말았으면 좋겠다. 강 씨 예비 며느리라고 생각하지도 말고. 전에는 일일이 신경 쓰기 싫었는데 앞으로는 알아서 잘 처신해.”

강지찬이 낮은 목소리로 호통쳤다. “꺼져!”

고세연은 깜짝 놀라 몸을 부르르 떨며 불쾌함을 온 얼굴로 티 내고 있었다.

“아버님이 그렇게 두지 않을 거예요. 정유진을 갖고 노는 거라면 뭐라 할 순 없지만, 강 씨 가문에 들어올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에요.”

재벌 집 남자 중에 일편단심인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정유진 한 명 정도는 이해하려고 했다.

강지찬이 지금은 좋아한다지만 남자의 호감은 유통기한이 냉장고 속 남은 잔반들보다도 짧았다.

고세연은 한발 물러선 자신이 충분히 사려 깊고 마음이 넓어 보였고 이런 자신이 재벌 집 맏며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강지찬은 화를 누르며 말했다.

“꺼지지 못해?”

고세연은 화를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도망쳐 버렸다.

정유진은 그녀가 떠난 후 강지찬이 어떤 장면들을 마주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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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지찬이 출장을 갔다는 소식에 예원은 일찍 퇴근하지 않았다.회사의 컴퓨터로 설계도를 그리는 게 더 편했기에 회사에서 야근하기로 했다.예원은 열 시쯤 되자 버티지 못하고 잠을 자러 돌아갔고 회사에는 유진 혼자 남아 있었다.일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전화벨이 울리자 화들짝 놀랐고 확인하니 지아에게서 온 전화였다.유진은 빙그레 웃더니 바로 전화를 받았다.“지아야, 왜 아직 안 잤어?”그녀는 컴퓨터 우측 하단을 쳐다봤고 시간은 이미 열두 시를 넘긴 시각이었다.“잠이 안 오는 거지?”유진은 지아가 자신과 이야기 좀 나누려는 줄 알고 블루투스 이어폰을 꺼내려고 했다.바로 그때 휴대폰 너머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언니, 나 무서워.”이불 속에 숨어서 이야기하는 듯 두려움과 슬픔이 가득 찬 목소리였다.정유진은 가슴이 철렁했다.“왜? 악몽을 꾼 거야?”“아니, 밖에 나쁜 사람이 있어.”휴대전화를 든 유진의 손이 멈칫했다.“밖에 나쁜 사람이 있다고? 병실 밖에?”유진의 목소리를 들은 지아는 더욱 시무룩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응, 언니, 나 무서워, 빨리 구하러 와.”유진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컴퓨터를 끄는 것도 잊은 채 가방과 열쇠만을 챙겨 뛰어나갔다.“지아야, 무서워하지마. 언니가 금방 갈게. 문만 잠그고 있어.”지아의 지능이 9세 수준이라는 걸 깨달은 유진이 재빨리 덧붙였다.“문 잠글 줄 알지?”“알아, 이미 문 잠그고 있어.”유진은 최고 속도로 차를 운전했고 도중에도 전화를 끊지 않았다.운전 도중에 갑자기 지아의 방문 밖은 경호원이 지키고 있는데 어떻게 나쁜 놈이 있을 수 있겠냐는 생각이 들어 지아에게 물었다.“지아야, 어떻게 나쁜 사람인지 알았어?”“나쁜 놈이 나한테 문을 열라고 했어.”지아가 갑자기 낮게 신음했다.“그놈이 날 불렀어, 언니 나 너무 무서워!”“지아야 무서워하지마. 언니 금방 도착하니까.”지금 시간에는 길에 차량도 적었던 터라 20분쯤 지나 요양원에 도착했다.“지아야, 언니 왔어. 조금 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66화

    사실 유진은 지찬의 침대에서 잠을 자는 게 달갑지 않았지만, 지아의 마음을 져버릴 수는 없었다.지아는 착한 아이 증후군에 걸린 듯 다른 사람의 미움을 받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다.특히 유진에게는 더더욱 그랬다.어쩔 수 없이 유진은 지아가 찾아준 여벌 잠옷과 속옷을 들고 옆방으로 갔고 이미 꽤 늦은 시간이었기에 더 고민하지 않은 채 욕실로 향해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었다.휴대전화로 지아의 굿나잇 메시지가 도착했고 바로 유진도 답장을 보냈다.강지찬의 침대에서 불편해 제대로 잠을 못 잘 거라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빨리 잠이 들어버렸다.요즘 하도 바쁜 데다 여러모로 지쳐있어 그대로 이튿날 아침까지 푹 자고 말았다.잠에서 깨어난 유진은 몸이 개운했는지 눈을 감고 이불 안에서 기지개를 켰고 무언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제대로 기지개를 켜기도 전에 오른손에 무언가 닿은 것 같았고 자세히 만져보니 단단하고 뜨거웠다. 이 촉감은...유진은 감전이라도 된 듯 손을 뺐고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렸고 단단한 남자의 가슴팍이 그대로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시선을 위로 올리니 관능적인 울대가 보였고, 그 위로는... 얇은 입술에 오뚝한 콧날…유진은 화들짝 놀랐다.“왜 여기 있어요?”지찬 역시 방금 일어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물었다.“좋아요? 단단해?”이게 무슨 남사스러운 말이지?유진은 이불을 돌돌 만 채로 벌떡 일어났다.몸을 덮고 있던 이불이 없어지자 헐렁한 반바지만 입은 강지찬의 맨몸이 드러났다.유진은 정신을 제대로 잡고 있을 수 없었다.“출장 갔다면서요? 왜 여기 있는 거예요?”강지찬이 침착하게 그녀에게 상기시켰다.“여긴 내 방이고, 당신은 내 침대에 있잖아요.”“물론 여기가 어딘지 알아요, 그러니까 내 말은, 언제 돌아온 거냐고요.”정말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른 아침부터 상당한 충격에 잠이 확 깨버렸다.강지찬이 느릿느릿 대답했다.“목소리 좀 낮춰요, 다 들려요. 어젯밤 서울에 도착했고 새벽 1시쯤 이곳에 도착했어요. 알았죠?”

최신 챕터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27화

    친아들과 시누이에게 연달아 비난을 받는 게 자존심이 강한 최신애한테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뺨 맞는 거나 다름없이 창피했다.비록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번 일은 확실히 온씨 가문에서 초래한 일이다.그리고 임씨 가문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된 원인도 다 최신애 때문이라고 볼 수 있었다.하여 위태로운 공장과 아직 조사를 받는 온혁진을 생각하니 최신애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임씨 가문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었다.임유희와 장희수가 마침 집에 있었다.보아하니 지난번에 장희수가 손을 댄 게 틀림없었다. 그녀는 최신애를 보자마자 여유로운 얼굴로 물었다.“사돈 오셨어요?”예전 같으면 저 ‘사돈’ 소리가 아주 반갑게 들렸겠지만 지금은 자신을 비웃는 것처럼 예민하게 느껴졌다.“온씨 가문에서 어떻게 감히 임씨 가문과 사돈을 맺겠습니까.”최신애는 어두운 얼굴로 다시 물었다.“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저희가 어떻게 하면 살려주실 건가요?”장희수는 그녀의 말뜻을 못 알아들은 척 되물었다.“사돈, 그게 무슨 뜻이에요? 저희는 전혀 알아듣지 못하겠네요.”“시치미 떼지 마세요. 이 모든 일이 다 당신들이 뒤에서 손을 쓰고 있는 거잖아요. 저희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셨나요?”그리고 최신애는 임유희에게 고개를 돌려 한껏 실망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유희야, 내가 너를 얼마나 챙겨줬는지 네가 제일 잘 알 거야. 난 그저 네가 아주 착한 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고작 우리 온씨 가문을 짓밟겠다고 공장 쪽 사람들을 매수해서 우리를 모함할 줄은 몰랐어. 양심적으로 나한테 미안하지도 않아?”임유희는 그녀의 말에 멍해져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장희수를 바라보았다.보아하니 이 일은 그녀가 전혀 모르고 있던 눈치였다.이때, 장희수가 차갑게 웃으며 답했다.“사돈께서는 말 가려서 해주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그래도 두 집안의 옛적 친분을 생각해서 오늘 집에 들인 건데 자꾸 헛소리하시면 저도 참지 않겠습니다.”최신애는 시간을 질질 끄는 게 너무 싫었다.“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해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26화

    최신애는 온미정에게 차마 집에 일이 생긴 게 임씨 가문의 소행이라고 말하지 못하고 그저 온혁진을 꺼내줄 방법에 대해 생각하라고만 했다.“꺼내달라고요?”온미정은 역시나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었다.“그 뜻인즉, 공장에 일이 생겼다는 게 사실이고 제품에 품질 문제가 있어서 세무조사가 들어갔다는 게 다 진짜란 소리예요?”최신애는 온미정의 눈도 차마 똑바로 보지 못하고 답했다.“공장 쪽의 상황은 아가씨도 아시다시피 저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 처리했었는데 또 이런 문제가 터질 줄은 누가 알았겠어요? 어디까지나 아가씨 오빠가 사람을 너무 잘 믿어서 문제에요.”최신애는 말하다가 그녀의 눈치를 살폈는데 역시나 자기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공장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는데 왜 올해에 들어서 갑자기 이런 문제가 자꾸 발생하는 거예요?”“진짜 공장에 문제 있는 건가요, 아니면 누군가가 이 기회를 틈타 나쁜 짓을 하는 건가요?”순간 최신애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이제 와서 그런 말이 다 무슨 소용이 있어요? 지금 급한 건 아가씨 오빠를 구해내는 거라니까요.”온미정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그녀에게 물었다.“유한이는요?”최신애는 또다시 할 말을 잃었다. 그러다가 문득 온유한이 했던 말이 머리에 떠오르면서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그 빌어먹을 놈이 아버지가 눈앞에서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더라고요. 사람을 찾아서라도 아버지를 다시 데려올 생각은 안 하고 현채영을 데리고 술 마시러 나갔어요.”온미정은 너무 어이없는 나머지 말문이 막혔다.“제가 방법을 한번 생각해 볼게요.”그녀는 말을 마친 뒤 그대로 자리를 떴다.최신애도 가만히 있지 않고 다음 날 바로 임씨 집안에 쳐들어갔다.과정은 알 수 없지만 결과는 매우 참혹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임씨 가문에서 쫓겨났다.아마도 장희수와 몸싸움도 있었는지 머리는 산발이 된 채로 차에 올라탔다.온혁진은 끌려간 뒤 계속 돌아오지 못했고 회사도 혼란에 빠졌다.게다가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25화

    최신애는 저녁 8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온 온유한을 기다리고 있었다.온혁진이 잡혀간 뒤부터 최신애는 계속 온유한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통화가 안 되는 걸 보고 혹시 그가 지금 자기 아버지랑 공장을 구하기 위해 사람을 찾아다니느라 바빴나 싶어 온유한이 돌아오자마자 재빨리 달려가 물었다.“어때, 아들? 네 아버지는 괜찮아? 그리고 공장은 대체 어떻게 되는 거야? 물건들이 왜 품질 문제가 생긴 건데? 분명 우리는 매년 제때 세금을 신고했는데 왜 문제가 있다는 거야?”그러나 온유한은 덤덤하게 한마디만 했다.“저도 몰라요.”순간 최신애가 어리둥절해서 되물었다.“모, 모른다고? 네가 왜 몰라? 그럼 몇 시간 동안 뭐 하다 왔는데?”“퇴근하고 채영 씨랑 밥 먹고 쇼핑도 좀 했어요. 지금 옷만 갈아입고 다시 나갈 거고 오늘 저녁에는 밖에서 잘게요.”말을 마친 뒤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그제야 최신애는 정신이 번쩍 들더니 재빨리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못가!”온유한은 눈앞의 최신애를 살짝 짜증 난 얼굴로 바라보았다.“할 말이 더 남으셨어요?”최신애는 손가락으로 그의 얼굴을 가리키며 분노의 말을 쏟아냈다.“할 말이 더 남았냐고? 그게 지금 어머니한테 할 소리야? 온유한, 네 아버지는 붙잡혀가서 지금 조사받고 있고 우리 회사에 일이 터졌는데 네가 유일한 후계자로서 어떻게 이리도 태연할 수 있어?”그녀의 물음에 온유한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예전에 제가 말씀드렸었는데 혹시 잊어버리셨나요?”순간 최신애는 가슴이 뜨끔해지면서 어렴풋이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그는 분명 자신을 포함한 온씨 가문을 망가뜨리겠다고 했었다.“너...”최신애는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마음에도 없는 소리라고 생각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그게 진심이었다니.그녀는 순간 눈앞의 자기 아들이 이상하게 소름 끼치는 것 같았고 혹시나 해서 그에게 물었다.“혹, 혹시 지금 뭘 알고 이러는 거야?”그녀의 말에 온유한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의현이가 전부터 나한테 임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24화

    “온씨 가문과 임씨 가문이 완전히 사이가 틀어졌대. 그리고 임씨 어르신네 생일잔치에서 온유한 씨가 임유희 씨 오빠분한테 맞았대.”“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말하길 그날 임씨 가문에서 이제부터 집안의 모든 재산을 탕진하더라도 온씨 가문과 맞서 싸우겠다고 엄포까지 내렸대.”“그날 온혁진 씨가 직접 사과했다고 들었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었겠지. 그러고 보면 온유한도 참 간이 커. 어떻게 현채영을 데리고 그 장소에 갈 수가 있어? 일부러 약 올리려는 거잖아. 임씨 집안의 체면이 뭐가 됐겠어?”임씨 가문은 세가의 반열에 오르기도 전에 이런 불미스러운 일로 의도치 않게 유명해졌다.강지찬과 최의현은 밖에서 들어오는 내내 사람들이 두 집안의 가십거리에 대해 수군거리는 걸 듣게 되었다.방안에 들어와 문을 닫은 뒤 최의현이 물었다.“그 자식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강지찬은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소파에 가서 앉았다.이때 한규진이 말했다.“오후에 임씨 집안 사람이 나한테 전화 와서 법률적인 문제로 의뢰하고 싶다고 하더라. 내 생각에는 아마도 온씨 집안과 관련 있는 일인 것 같아.”그의 말에 최의현이 급히 말을 끊었다.“내가 예전에 들은 바로는 임 씨네 그 두 부자는 아주 독한 사람이라던데 유한이랑 아버지는 분명 그들의 상대가 안 돼. 규진아, 우리가 비록 지금은 유한이랑 놀지 않지만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할 것 같아.”한규진은 그저 입을 삐쭉거릴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최의현은 다시 강지찬에게 물었다.“형, 그냥 이대로 유한이가 망가지는 걸 보고만 있을 거야?”“아니면?”“...”지난 몇 년 동안 강지아의 모습만 생각하면 그는 온유한을 볼 낯이 없었다.그러다가 술 한잔을 한 번에 입으로 털어 넣으며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그놈은 좀 당해봐야 해!” “아니다. 그 온씨 가문 사람들 전체가 당해봐야 해. 이번 일로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어.”그 후로 며칠 뒤, 임씨 가문에서는 계속 자금을 미루고 있던 온씨 가문을 고소했다.그 소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23화

    드디어 임종태의 생일 잔칫날이 돌아왔고 온혁진과 최신애는 기쁜 마음으로 연회장에 나타났다.그러나 온유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임유희를 제외한 온씨 가문의 모든 사람이 다 어두운 얼굴인 걸 보고 현장에 온 사람들은 무슨 일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우리 미래 태안 그룹의 후계자분이 왜 안 보이실까? 오늘은 임 어르신의 팔순 잔칫날인데 예비 사위가 참석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들은 바에 의하면 어제 온유한이 현채영을 데리고 카지노에 가서 크게 놀았다던데 지금쯤 침대에서 일어났는지 모르겠네요.”임씨 가문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온혁진도 초조한 마음에 최신애에게 다시 전화해 보라고 재촉했다.이미 전화에 불이 날 정도로 연락해 봤으나 온유한 쪽에서 한사코 받지 않으니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그렇게 생일잔치는 시작되었고 백발의 임종태가 휠체어에 앉은 채 밀려 나왔다.임근우는 자기 아버지가 젊었을 때 남매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떤 어려움을 겪으면서 키워줬고 또 자신은 어떻게 가업을 일으켜 세워 임종태의 노후를 편하게 보낼 수 있게 했는지에 대해 생생하게 이야기했다.바로 이때, 온유한이 도착했다.그러나 그의 옆에 현채영의 모습도 보였는데 화장도 깔끔하게 하고 온유한과 커플 드레스까지 맞춰 입었다.그리고 온유한의 팔짱을 끼고 두 사람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당당하게 연회장 안으로 들어섰다.순간 현장은 떠들썩해졌다.임근우는 너무 놀란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마이크까지 떨어뜨렸는데 무엇보다도 이 모습으로 나타난 온유한이 너무 괘씸했다.그리고 옆에 있던 임유희도 비록 온유한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고 했지만 막상 이런 상황에 부딪히니 모든 사람이 그녀를 동정 어린 시선으로 보는 것 같아 마치 가시방석에 앉은 것처럼 불편했고 전 세계의 웃음거리가 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지금까지 자라오면서 이런 수치심은 또 처음이었다.그러나 이렇게 만든 주범은 벌써 임 씨 가족들 앞에까지 다가와 뻔뻔하게 인사를 건네고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22화

    한편, 임씨 가문.임유희의 병은 좀처럼 낫지 않었고 살만 점점 빠지고 있었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장희수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온유한 그 사람은 진짜 전화 한 통도 없었어?”임유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답했다.“엄마, 나 이제 진짜 그 사람이 싫어졌으니까 더 이상 강요하지 말아줘. 응?”“그 말은 이미 너무 늦었어. 네 아버지랑 오빠는 이미 오랜 세월 간 쌓아온 인맥을 거의 전부 온씨 가문의 배 사업에 쏟아부어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임유희는 지금 온유한을 생각만 해도 소름 끼치는데 그런 애틋한 감정이 들 리가 없었다.“이 울타리 안에 발을 들이고 싶은 건 그 두 사람인데 나랑은 무슨 상관이야?”임유희는 머리를 부여잡고 울기 시작했다.“나도 엄마 딸인데 왜 내 생각은 안 해줘? 유한 오빠는 날 좋아하지도 않는데 내가 왜 억지로 만나야 해?”“처음에 네가 좋다고 쫓아다녔잖아. 이제 와서 누구를 탓해?”장희수도 인내심이 점점 바닥이 났다.“네 아버지 뜻은 만약 온유한이 연락이라도 오면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말고...”“절대 전화 올 일이 없을 테니까 그만 포기해.”임유희는 단번에 그녀의 말을 잘랐다.“그리고 여기서 분명히 말하겠는데 그 사람은 절대 나랑 결혼하지 않을 거야. 지금 잔머리를 굴린다고 해도 유한 오빠는 그리 쉽게 넘어올 사람이 아니라고.”“무슨 뜻이야?”임유희는 얼굴을 가리고 더욱 세게 울음을 터뜨렸다.“유한 오빠는 지금 우리, 그리고 온씨 가문 사람에게 복수하는 거라고. 왜냐하면 그 사람은 처음부터 끝까지 좋아하는 여자가 오직 지아 씨 한 사람뿐이었으니까. 이제 알겠어?”장희수는 그녀의 말에 너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말도 안 되는 소리. 그게 가능해? 이미 헤어진 지도 몇 년이나 지났는데?”“틀림없어!”임유희는 심장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난 강지아 씨랑 싸우고 싶지 않아. 이길 자신도 없고. 엄마, 엄마가 아빠랑 오빠한테 좀 잘 말해서 그냥 온씨 가문과 협력만 하고 결혼 이야기는 꺼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21화

    이튿날, 온유한은 점심이 되어서야 잠에서 깨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마침 온혁진이 화가 잔뜩 난 채 최신애한테 분풀이하고 있었다.“내가 임유희랑 잘 이야기해 보라고 했는데 갔어, 안 갔어? 지금 임씨 가문의 사람들이 내 전화는 아예 받지도 않는데 이거 어떡할래?”최신애는 그의 말에 깜짝 놀랐다.‘대체 뭐 하자는 거지? 설마 지금 강지찬 따라 하는 건가?’그리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애써 부여잡고 말했다.“만나러 갔는데 임유희 얼굴은 보지도 못하고 그 애 어머니한테 쫓겨났어요. 그래서 밖에 나와서 차 한잔 마시자고 문자를 몇 통이나 보냈는데도 답장이 없었고요.”말을 마친 뒤 문자 메시지를 그에게 보여줬는데 확실히 아무런 답장도 받지 못했다.이때, 온혁진이 위층에서 내려오는 온유한에게 말했다.“유한아, 네가 임씨 가문에 좀 가봐.”“싫어요.”온유한은 고민도 안 하고 단칼에 거절했다.그러자 최신애가 재빨리 다가와 그에게 설명했다.“우리랑 협력하는 사람들은 전부 임씨 가문의 그 부자 말만 듣는대. 만약 그들이 짜고 돈을 보내지 않으면 공장과 실험실은 올스톱이야. 아들아, 유희는 분명 너라면 만나줄 것 같은데 둘이서 잘 이야기해 봐.”온유한은 듣다 보니 최신애의 행동이 너무 우스웠다.“왜 제가 임씨 가문에 찾아가서 그 사람들을 만나줄 거라고 당연하게 생각하는 거죠?”“이 태안 그룹이 나중에는 다 네 것이 되는데 상관 안 할 거야?”“네. 전 싫어요.”온유한은 차가운 눈빛으로 다시 말을 이었다.“어머니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게 다 하찮게만 여겨지거든요.”“뭐라고?”최신애는 그의 대답이 너무 충격적이라 뒤로 주춤했다.온유한은 어젯밤 술의 기운이 아직도 도는지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일부러 독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온씨 가문이 그리 대단해 보여요? 그러면 무조건 제 발로 짓밟아야겠네요.”“당신 아들인 제가 그리도 대단해 보여요? 그러면 무조건 막 살아야겠네요.”“온씨 가문도, 저도 모두 죽어버리면 더 이상 어떻게 어머니의 그 고귀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20화

    “왜 이렇게 빨리 왔어?”강지찬과 정유진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뒤 정유진은 더 이상 묻지 말라는 듯이 그에게 고개를 저었다.그제야 강지아는 소파 위의 강지찬과 새언니를 보고 자신이 집을 잘못 들어섰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이왕 온 김에 그녀는 쿠션을 안고 아예 소파에 앉아버렸고 잠깐 생각을 정리한 뒤에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이때, 강지찬이 더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서원준 씨 어머니 만나러 갔어?”“응.”“어땠어?”“좋았어.”강지찬은 순간 어두운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원준 씨는 분명 자기 어머니가 너를 매우 좋아할 거라고 장담했었는데 설마 또 그 사람들의 심기를 건드린 건 아니지?”저 ‘또’라는 말이 그녀의 가슴을 콕콕 찔렀다.그러다가 정유진이 강지아의 손목에 찬 팔찌를 발견하고 웃으며 말했다.“가보도 준 걸 보면 마음에 든 것 같은데?”강지아는 팔찌를 가만히 내려다보다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 시각, 온씨 가문의 최신애도 지금 할 말을 잃었다.술에 잔뜩 취한 온유한을 현채영과 운전기사가 부축해서 데려왔기 때문이다.그러면서 입으로는 계속 큰 소리로 알 수 없는 말들을 중얼거렸다.“제... 제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성대한 결혼식을 올려줄 테니까 저랑 결혼... 해줘요.”그리고 현채영은 옆에서 그의 말에 대답을 해줬다.“네. 알겠으니까 우리 꼭 결혼해요.”최신애는 듣다가 화가 치밀어 올라 죽을 것 같았다.“우리 아들을 꼬드겨서 또 어디에 갔던 거야?”“그저 같이 술을 마셨을 뿐이에요.”“멀쩡했던 우리 아들이 너 때문에 하루가 멀다고 술에 절어있어. 유한이는 의사야. 수술하는 의사라고!”최신애는 현채영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물었다.“진짜 유한이를 망치려고 작정했어?”그녀의 말에 현채영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유한 씨는 지금 저랑 같이 있는 게 너무 행복하대요. 저랑 하루 종일 술도 마시고 하루하루가 즐겁다고 했거든요. 그리고 또 뭐라고 하는 줄 아세요?”“어머니께서 바라왔던 지난날들

  • 짜릿해서 결혼했어요   제919화

    서원준의 진지한 태도에 강지아는 자기도 모르게 그의 시선을 피했다.“왜 차는 멈췄어. 시간도 늦었는데 빨리 가...”“마음이 아팠지?”서원준은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게 그녀의 어깨를 잡고 눈을 맞췄다.“온유한 씨랑 현채영 씨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지?”“아니.”강지아는 단칼에 부인했지만 서원준은 믿지 않았다.“아닌데 왜 이렇게 몸을 떨어?”그는 강지아의 한쪽 손을 잡아주며 다시 말을 이었다.“지금 지아 씨 자신을 좀 봐봐. 얼마나 떨고 있나.”강지아는 얼굴을 찡그리며 답했다.“그런 게 아니니까 빨리 출발해.”서원준은 여전히 거짓말하는 강지아 때문에 기분이 상했다.“뭐가 그런 게 아닌데? 안 떨었다는 거야, 아니면 이제 온유한은 잊었다는 거야?”강지아는 그의 말에 발끈 화를 냈다.“아니라면 아닌 줄 알아!”그리고는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이거 놔. 그냥 나 혼자 갈게.”서원준은 그녀의 어깨를 너무 세게 잡은 나머지 뼈가 다 으스러질 것 같았다.“제발 정신 좀 차려. 세상에는 온유한 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니까.”“그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야. 지아 씨한테 안정감도 주지 못하고 사랑도 주지 못하는데 대체 뭐가 아쉬워서 아직도 그런 사람을 그리워하고 있어?”그의 입에서 자꾸 들리는 온유한이라는 단어에 강지아는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그만 말하라고!”그러나 서원준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말도 못 해? 대체 온유한 씨는 당신한테 어떤 존재인 거야?”비록 오늘 저녁 식사 자리는 매우 순조로웠지만 서원준은 만족하지 못했다.서영희가 그토록 강지아를 마음에 들어 하는데도 여전히 경계심이 있어 보이는 건 분명 예전에 온유한과 함께 했을 때의 그 트라우마가 아직 남아있다는 뜻이다.“지아 씨, 나한테도 기회를 줘. 우리 같이 노력해서 내가 온유한을 잊을 수 있도록 도와줄게.”서원준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시선을 맞췄다.“날 봐!”“나도 더 이상 기다리기 싫어졌어. 나는 원래 비열하고 욕심도 많아서 지아 씨랑 같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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