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는 대충 무슨 상황인지 알았지만 이번에는 입을 열지 않았다.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들이 먼저 찾아와서 석고대죄한 거야.”틀린 말은 아니다.어제 손장건과 홍인경이 무조건 사과하러 오겠다고 했다. 김예훈이 허락하자 손장건과 홍인경은 김예훈에게 목숨이라도 바칠 것 마냥 감동했다.이 말을 듣자 정민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김예훈, 김세자를 만나면 꼭 감사의 인사를 전해. 그가 아니었더라면 너 어제 못 돌아올 수도 있었어. 그리고 다음에는 멋대로 행동하지 말고 제발 뒷일 좀 생각하고 행동해. 이번에는 김세자가 나서줘서 운이 좋았지만 다음번에는 어떻게 될지 몰라.”정민아의 말을 듣고 김예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오히려 정군이 놀라 입을 열었다.“민아야. 그러니까 이번에 일어난 큰일을 해결할 수 있었던 이유가 김세자가 손을 썼기 때문이라는 거니?”임은숙은 이제야 조각이 맞춰졌다는 표정으로 말했다.“난 또 저 쓸모없는 놈이 한 건 한 줄 알았잖아! 경기도 일인자인 김세자가 손을 썼으니 홍인경과 손장건이 와서 사과하는 건 정상이야! 예훈아, 너 정말 낯짝도 두껍다. 왜 네가 다 해결한 것처럼 말하니! 만약 민아가 말하지 않았으면 우린 다 너한테 속아 넘어갈 뻔했잖아.”정민아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엄마 아빠, 예훈이를 탓하려고 말한 게 아니니까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저는 그냥 앞으로 김예훈이 행동하기 전에 생각이란 걸 했으면 해서 말한 거예요.”임은숙은 언짢은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봤다. 그래도 참지 못하고 정민아를 구석으로 데리고 가 의심의 눈초리를 하며 말했다.“민아야 솔직히 말해. 너 김세자랑 뭔 일 있었지? 상관없으니까 엄마한테 말해봐. 솔직히 저 쓸모없는 놈이랑 갈라서도 엄마는 너 편이야.” 정민아는 묵묵히 듣다 진지하게 말했다.“엄마. 제발 다른 사람들처럼 헛소문 좀 만들지 마! 나랑 김세자는 아무 관계도 아니야. 심지어 어떻게 생긴지도 몰라!”임은숙은 놀란 눈을 하며 말했다.“내가 예전
정민아는 엄마가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의문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맞아! 귀국해서 지금 대전에서 한 회사의 총 지배인을 맡고 있어.”“해연이 정말 대단하다!” 임은숙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딸 해연이한테 전화해서 엄마가 맛있는 밥 사줄 테니 성남시에 한 번 놀러 오라 해.” 말을 다 하고 임은숙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떠났다. 임은숙은 자신은 정민아를 설득시킬 수 없지만 육해연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육해연이 정민아를 설득하기만 한다면 머지않아 자신은 부귀영화를 누릴 테니까.이런 생각을 하니 김예훈이 더욱 눈에 거슬렸다. 매섭게 김예훈을 노려보며 인사조차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임은숙과 정군이 떠나는 것을 확인하자 정민아는 미안한 기색을 내보이며 말했다. “예훈아, 이번 일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엄마 성격 원래 저렇잖아.”김예훈이 말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뭐.”김예훈은 이번 김세자 일을 설명하려 했지만, 정민아의 태도를 보고 마음을 접었다.이 상황에서 설명을 해 봤자 소용이 없는걸 알고 있었다.더욱이 김예훈은 원래 정민아가 명문가에 들어올 수 있게 준비하고 있었는데, 지금 벌써 정체가 노출돼봤자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다음날. 김예훈은 CY그룹에 도착해 하은혜를 호출했다.하은혜는 요 며칠 잠을 자지 못해 매우 수척한 모습이었다. 하은혜는 김예훈을 보자마자 말이 튀어나왔다. “김 대표님, 대전 일을 어떻게 됐습니까?”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 “얼추 비슷합니다. 이번에 계열사에 새로 들어온 육해연 총 지배인한테 권한 넘겨서 일을 처리하라 하세요. 상당한 능력의 소유자입니다. 어차피 우리의 주 업무는 모두 경기도 쪽에 있으니, 대전부터 충청지역까지의 일은 지금 당장 급하지 않습니다. 아, 혹시 최근에 무슨 일 있었나요? 안색이 조금 안 좋아 보여요.”김예훈은 관심을 기울이며 말했다.사실 김예훈은 진주 이씨 가문이 청혼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하은혜가 어떤
블랙티 레스토랑.현대몰에서 가장 고급 진 레스토랑이다. 소문에는 한 끼에 몇 천만 원이 넘는다.이 레스토랑 앞을 지나갈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은 일반인들은 식사는 꿈도 못 꾼다.이때 하은혜와 남성은 블랙티 레스토랑에 들어갔고 김예훈은 눈살을 찌푸린 채 빠르게 그 뒤를 쫓았다. 입구에 도착했을 때 김예훈은 하은혜가 홀 중앙에 있는 모습을 보았다.홀 전체가 궁전처럼 꾸며져 있는 것을 보아 오늘 블랙티 레스토랑 전체를 대관한 것이 분명하다.하은혜 앞 쪽에 백발을 한 노부인이 있었고 중년과 젊은 사람들도 몇몇 있었다. 그리고 아까 하은혜와 같이 간 잘생긴 남성은 노부인에게 달려가 인사를 한 후 옆에 섰다.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하은혜를 차갑게 또는 조롱 섞인 눈빛으로 쳐다봤다.김예훈의 표정이 찡그러졌다. 이 상황으로 봤을 때 저 남성은 하은혜의 남자친구가 아니다.‘도대체 지금 무슨 상황이지?’이때 인파 속에서 하은혜의 형님인 조연아가 차갑게 말했다. “하은혜, 너 진짜 대단하다! 서울 하씨 가문의 큰 어르신께서 먼 서울에서부터 발걸음 하셨는데, 너는 세 번이나 거절하고! 아. 너 설마 지금 여기 경기도라고 우리가 이제 필요 없다는 거니? 서울 하씨 가문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거야?”하은혜의 사촌 오빠인 하지석도 옆에서 차갑게 말했다. “하은혜! 이번에는 일이 바쁘다 같은 핑계는 꺼내지도 마! 내가 다 이미 알아봤는데 네가 지금 일하고 있는 CY그룹에 새로 온 부대표가 전반적인 일을 관리한다며! 너는 도대체 뭘 하는 거니? 김세자를 그렇게 오래 따라다녔으면서 결국 지금도 일개 비서잖아! 엄연한 하씨 가문의 사람이 다른 사람의 비서가 된 것도 좋아. 근데 이렇게 오랫동안 일하면서 제대로 된 직책 하나 없잖아! 너는 우리 서울 하씨 가문이 온 서울에 웃음거리가 되길 원하는 거니? 하은혜, 너 잊지 마! 경기도 하씨 가문은 서울 하씨 가문에서 떨어져 나간 가문일 뿐이야! 하정민 할아버지가 너를 얼마나 아끼든 간에 평생 책임은 못 지어준다! 왜냐.
하은혜는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가 이제서야 고개를 들어 하은우를 보며 말했다. “은우 오빠, 저 결혼 안 해요.” 하은우는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하지석이 소리쳤다. “하은혜, 지금 그게 어르신 앞에서 할 소리야?”“너는 하씨 가문의 방계일 뿐이야. 진주 이씨 가문의 세자가 너를 안 싫어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길 판에 네가 무슨 자격으로 다른 사람을 싫어해?” 조연아는 매서운 눈초리를 하며 하은혜한테 소리쳤다. 하은혜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형님, 제 일은 제가 결정해요. 다른 사람이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 없어요.”짝!조연아는 하은혜한테 다가가 뺨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건방진 것! 불효를 저질러도 유분수지 어르신 말씀도 거역하겠다는 거야?”하은혜가 다른 사람한테 맞는 모습을 보자 문 앞에 서 있던 김예훈은 더 이상 이 꼴을 두고 볼 수 없었다.김예훈은 화를 참으며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차갑게 말했다. “자기가 결혼을 안 하겠다면 안 하는 거지! 하은혜는 나 김예훈의 사람이야! 이 좁은 경기도 바닥에서 내 사람을 협박하는 사람이 있다니. 믿기지가 않은데?”작은 체구의 하은혜는 몸을 떨며 고개를 돌려 김예훈에게 말했다. “김 대표님, 어서 가세요. 대표님이 계실 곳이 아닙니다. 서울 하씨 가문은 대표님이더라도 상대할 수 없습니다.”하은혜가 이 일을 김예훈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는 서울 하씨 가문이 김예훈한테 화풀이를 할까 봐 그런 것이었다.서울 하씨 가문은 윗대부터 서울 10대 명문가 중 하나로 막강한 재산과 권력을 소유하고 있다.김예훈이 CY그룹의 대표고 김세자라고 불리더라도 하은혜가 보기에는 여전히 서울 하씨 가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김예훈은 하은혜에게 웃으면서 말했다. “상대가 될지 안 될지가 중요한가요? 은혜 씨는 제 사람이고, 누구든 은혜 씨가 원치 않는 일을 강요할 수 없다는 사실이 지금 가장 중요해요. 제가 만약 제 사람들조차 지키지 못하면 세자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아요.”“넌 또 누구야
“작은엄마, 이번 일과 김예훈은 관련이 없습니다. 그냥 보내주시죠.”하은혜는 김예훈이 다른 사람에 의해 다치는 것을 원치 않아 앞을 가로 막아섰다. 작은엄마라고 불린 중년 여성은 하은혜의 새엄마 이연희이다. 하은혜의 아빠가 돌아가신 이후 이연희는 명목상 하은혜의 혈육이다.이연희는 분에 못 이겨 욕설을 퍼부었다.“계집년, 내가 작은엄마라는 걸 알긴 알아? 왜? 내가 네 내연남을 때려서 마음이 아프니? 지아비 닮아서 쪽팔린 것도 모르고 교양도 없이 매일같이 나가서 불륜이나 저지르고!”말이 끝난 후 이연희는 김예훈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 “네 입으로 세자라면서 여자 뒤에 숨기나 하고 말이야. 듣던 대로 쓸모없는 놈이잖아.”김예훈은 이연희의 눈을 잠시 동안 쳐다보며 하은혜를 자신의 뒤로 오게 했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괜찮아요. 제가 처리하면 돼요.”김예훈과 하은혜의 앳된 부부 같은 모습을 보니 이연희는 화가 치밀어 올라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우리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애정 행각을 하는 걸 보니까 네 녀석들은 쪽팔린 게 뭔지도 모르는구나. 우리는 없는 사람 취급하기로 한 거니?”조연아는 차가운 얼굴로 비꼬며 말했다.김예훈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만약 은혜 씨의 가족이란 사실을 배제하면 은혜 씨한테 그런 말들을 한 당신들 이미 죽었어.” “아, 별 능력은 없어 보이는데 큰소리치는 재주는 있구나? 이 좁은 경기도에서 감히 누가 우리 서울 하씨 가문 사람들을 건드릴 수 있는지 내가 한 번 두고 볼게. 경기도 일인자인 하정민도 우리 서울 하씨 가문 턱밑도 못 오는데 세자라고 떠들어 대는 네가 도대체 뭔데!”조연아는 김예훈을 거들떠보지도 않으며 빈정거렸다.“됐다.”이때 홀 정중앙에서 염주를 들고 있던 하씨 가문 큰 어르신이 덤덤히 입을 열었다.큰 어르신께서 입을 열자 노발대발하던 조연아나 겉과 속이 다른 이연희나 모두 겁에 질려 찍 소리 않고 가만히 있었다.하은우만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는 것 외에 모든 하씨 가문 사람
김예훈은 앉지 않았다.하은우 역시 개의치 않고 앞에 놓인 차를 마시며 말했다. “큰 어르신이 원래 이래, 큰 어르신 눈에 들지 않은 사람과는 말도 섞지 않으셔. 하은혜는 원래 엄청 아끼는 손녀였는데 너 때문에 서울 상류층에서 웃음거리가 됐어. 이제 이번 일을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지 말해봐.”김예훈은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나랑 은혜 씨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우리는…”김예훈에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은우는 키득거리며 웃었다.“김예훈, 우리 다 남자야. 내가 꼭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야 해? 비서가 말이 좋아 비서지, 할 일 있을 때는 비서고 할 일 없을 때는 방에서 둘이 무슨 일을 하겠어? 아. 이거 내가 한 말 아니다.”하은우의 말을 듣고 김예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일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 할 말이 없었다.하은혜는 우물쭈물거리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은우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둘 사이에 무언가 있는 건 너희가 인정했지만 난 너희가 무슨 관계든 간에 관심 없어. 근데 우리 서울 하씨 가문은 채면을 매우 중요시해. 그럼 이제 어떻게 처리할 건지 말해봐. 우리 하씨 가문이 만족할 만한 대답을 한다면 앞으로 우리가 네가 승승장구하게 도울지 누가 알아. 근데 그렇지 않고 명문가의 원한을 사면 어떻게 되는지는 김세자, 넌 똑똑하니까 알겠지.”하은혜는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은우 오빠, 진짜 오해예요. 저랑 김 대표님은 남녀 사이가 아니라 사이가 좋은 상사와 부하 직원일 뿐이에요.”“그럼 은혜야. 너는 왜 이장우를 거절하는 거야? 우리 같은 사람한테 혼인은 스스로 져야 할 책임이야. 하씨 가문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누리면서 이런 일을 거절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하은혜는 반박할 수 없었다. 이것이 바로 명문가가 감내해야 하는 일이다.하은혜의 표정을 본 하은우는 한숨을 쉬며 덤덤히 말했다. “너한테 두 개의 선택지를 줄게. 첫째, 너희 둘이 한 달 안에 결혼하고 김예훈은 서울 하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는 것. 둘째, 이장
“은혜야, 내가 예전부터 말했잖아. 김예훈은 야심이 너무 커. 이런 사람은 남 밑에서 견디지를 못 해. 김예훈을 선택하면 이번 생은 고생 좀 할 거야.”하정민은 걱정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하정민은 김예훈의 실제 정체를 알기 때문에 김예훈을 마음에 들어 했다. 비록 서울 하씨 가문이 김세자라는 정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지만 만약 진짜 정체가 알려진다면 서울 하씨 가문도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그러나 하정민은 자신의 손녀가 계속해서 김예훈과 엮이길 원치 않는다. “할아버지 말 잘 새겨듣거라. 은혜야. 네가 선택해야 할 쪽은 이장우 아니면 네가 마음에 들어 하는 다른 사람이야. 설령 거지라고 해도 너만 괜찮다면 할아버지는 그 누구든 높은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 있단다. 하지만 김예훈은 안된다.”하은혜는 차갑게 말했다.“할아버지, 제가 일전에 약속한 거 잊으신 거 아니죠? 지금 이런 말씀 하시는 건 약속을 어기시려는 건가요?”하은혜의 고집 있는 모습을 보며 하정민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그래. 어차피 15일에 한 약속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 네가 그를 데리고 올 수 있는지 없는지 한 번 두고 보겠다. 만약 성공한다면 그땐 인정해 줄게”...성남대호텔 로얄 스위트룸.하씨 가문의 큰 어르신은 양반다리를 하고 방석 위에 앉아 불경을 염송하고 있다.그녀의 앞에 하은우는 미소를 머금고 머리를 숙이고 서있다.30분 정도가 지나자 하씨 가문 큰 어르신은 눈을 뜨고 천천히 말했다.“일은 어떻게 됐니?”하은우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큰 어르신의 뜻은 이미 다 전달했습니다. 그러나 김예훈 이 녀석 자존심이 세서 아마 첫 번째 조건은 절대 승낙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조건은 제가 이해가 잘 안됩니다...”큰 어르신은 무덤덤하게 말했다.“어느 부분이 이해가 안 된다는 건가?”하은우는 소리를 낮춰 말했다.“한국 10대 명문가에서 우리 하씨 가문의 서열은 10위입니다. 만약 진주 이씨 가문과 우리 하씨 가문이 혼인을 맺는다
CY그룹, 대표 사무실.하은혜의 부재로 대표 사무실은 어딘가 텅텅 비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그동안 깔끔하게 정리된 테이블도 지금은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이에 김예훈은 쓴웃음을 지었다.솔직히 말하면 그는 여태껏 일만 시켰지 실무를 해본 적이 없어서 하은혜가 대체 얼마나 많은 업무를 처리했는지 감이 안 왔다.텅 빈 하은혜의 자리를 보며 김예훈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안심해요. 이 세상에서 은혜 씨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시키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진주 이씨 가문은 물론 서울 하씨 가문이라도 불가능하죠.”약 30분 후, 대표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송준이 공손한 표정으로 걸어 들어왔다.“알아냈어?”김예훈이 물었다.송준은 진지한 얼굴로 대답했다.“네, 조사는 했습니다만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사람을 보낸 탓에 정체가 탄로 났나 봅니다.”“괜찮아, 자료 줘.”김예훈이 무덤덤하게 말했다.송준에게 부탁하는 순간 그는 이미 정체가 탄로 날 거라는 사실을 예상했지만, 지금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곧이어 송준은 김예훈에게 파일을 넘겼고, 한국에서 가히 극비에 속하는 자료를 보면서 김예훈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한국에는 10대 제일의 명문가가 있는데, 서울 하씨 가문이 10위에 올랐다.그동안 김예훈은 한국 10대 제일의 명문가는 부와 영향력, 권력을 기반으로 선정한다고 여겼다.하지만 이 자료들을 보고 나서야 그렇게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한국은 대통령을 제외하고 9대 장관이 있는데, 각각 하나의 체계를 담당하고 있다.예를 들면, 국방부 장관은 한국 국방부 본부와 9대 국방부를 책임지고 국방부에서 최고의 발언권을 갖고 있다.또한, 국방부 장관이 속한 가문은 10대 제일의 명문가 중에서 서열 2위이다.물론 한국 대통령의 집안은 10대 제일의 명문가 중 서열 1위이다.하씨 가문이 10대 제일의 명문가 중 일원이 된 것도 9대 장관 중에서 꼴찌인 사람이 서울 하씨 가문 출신이기 때문이다.이는 또한 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