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현은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김예훈은 바로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때, 이대위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다가왔다. “어머? 부모님이라도 불렀어?”“내가 미리 말하는데 오늘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그 외국 놈들 당장 나오라고 해!”김예훈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집 아이가 예절이 없다고 해서 어르신도 함께 예절이 없는 건가요?”“VIP 고객들한테 대체 어쩌려는 거야!”이대위가 큰 소리로 소리를 질렀다.“좋은 마음으로 물건을 구매하러 온 사람이야말로 진짜 VIP 고객이야. 쓰레기 새끼들은 이미 충분히 체면을 줬어!”“3초 시간을 줄게. 당장 나와서 무릎 꿇고 사과해.”“당신들 진짜 미쳤구나? 우리 VIP 고객들한테 사과를 하라고? 너 진짜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 몰라서 그래?”“3... 2... 1...”이대위는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터뜨렸다.“미친놈. 진짜 카운트다운을 한다고? 100까지 세어도 널 대꾸하는 사람은 없을 거야.”“여기가 어느 가문에서 관리하는 구역인지 알기나 해?”“여긴 선우 가문이 운영하는 쇼핑몰이야.”“너 같은 촌놈이 선우 가문이 누군지 알기나 해?”이대위는 바로 의기양양하여 팔짱을 꼈다.이곳에서 선우 가문의 이름만 말하면 모두 몸을 벌벌 떨며 뒤로 물러나기 마련이다.“선우 가문?”김예훈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김예훈의 명찰을 보고 물었다.“이대위? 선우 가문의 개가 선우 가문의 이름을 등에 업고 유세를 부리고 있어? 잘 하고 있네.”“그래. 나 선우 가문의 개 맞아. 하지만 이런 개도 네가 함부로 건들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넌 개만도 못한 사람이야.”“내 이름을 기억해서 뭐 신고라도 할 거야?”이대위는 김예훈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김예훈을 그런 이대위를 무시하고 바로 휴대폰을 꺼내어 숫자를 눌렀다.“저 김예훈이에요. 선우 가문에서 아주 충성심이 강한 개 한 마리를 키웠더라고요.”“이대위라는 개가 지금 제 앞에서 함부로 짖어대고 있어요.”“지금 저한
김예훈은 이대위를 밀치고 바로 VIP 휴게실 문을 열었다. 두 남자는 깜짝 놀라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사람을 때리고, 물건을 부순 것도 모자라 정소현한테 술도 같이 먹자고 했어?”두 사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으스대며 말했다.“그래. 우리가 그랬다. 어쩔 건데? 왜? 복수라도 할 거야?”익숙한 한국어는 아니었지만 김예훈을 쳐다보는 남자들의 시선이 충분히 사나워 보였다.두 사람은 김예훈보다 자신들이 더 잘났다고 믿는 사람들 같았다.“무릎 꿇고 빌어. 기회는 단 한 번뿐이야.”“사과를 하라는 거야? 그럴 일은 절대 없어.”“우리와 같은 사람들이 왜 너희들한테 사과를 해야 하는 거지?”“차라리 네가 무릎 꿇고 사과하는 건 어때?”남자들은 기세등등하게 말했다.김예훈과 정소현은 자신과 말을 할 자격도 없는 사람들처럼 두 사람을 깔보았다.“경호원! 경호원 어디 있어!”“빨리 이 사람들 쫓아내. 우리 휴식이 방해되잖아!”그때, 한 사람이 살벌한 표정으로 다가와 김예훈의 뺨을 내리칠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퍽!”김예훈은 바로 남자의 정강이를 걷어찼다.“악!”순간, 남자는 자신의 다리를 감싸 안고 바닥에 뒹굴었다.김예훈은 다른 한 사람의 뺨도 내리치며 두 사람을 함께 바닥에 뒹굴게 만들었다.두 사람이 힘겹게 일어서려고 하자 그는 남자들의 배를 깔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만들었다.“소현아, 너의 손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 내가 때렸어.”정소현은 김예훈을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우리 형부 진짜 너무 멋있어. 형부만 있으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이 없을 것 같아.’“너, 네가 와서 때려. 내가 멈추라고 할 때까지 때려!”이대위를 가리키며 김예훈이 말했다.이대위는 자리에 굳은 채 서있었다.“너 지금 네가 어떤 사고를 쳤는지 알기나 해?”“이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하냐고?”무릎을 꿇은 두 남자는 김예훈을 노려보았다.“네가 감히 나를 때렸어? 넌 끝났어. 반드시 너를 교도소에 처넣을 거야.”“마지막
이대위는 머리가 순식간에 폭발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선우건이를 쳐다보며 입술을 달싹거렸다.그는 고개를 돌려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조금 전 전화를 건 사람이 바로 회장님?5분도 안 되는 사이에 선우건이가 직접 쇼핑몰에 와 자신을 해고했다.이대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선우건이는 그의 뺨을 내치고 소리를 질렀다.“꺼져! 너의 해명 따위 듣고 싶지 않아!”“잠깐.”김예훈의 목소리에 이대위는 바로 씩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자신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일까?그는 바로 김예훈에게 다가가 허리를 굽혀 감사 인사를 전했다.“사장님, 감사합니다. 이 은혜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김예훈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내가 한 말 기억 안 나?”이대위의 얼굴이 삽시간에 하얗게 질렸다.어떻게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가 멈추라고 할 때까지 뺨을 내리치라고 했다.하지만 감히 두 분의 VIP 고객의 뺨을 때릴 수 없었다.선우건이는 바로 두 사람의 틈에 끼어들어 말했다.“도련님 말이 맞습니다. 바로 저 두 놈들의 뺨을 갈겨야죠!”“그리고 우리가 받은 피해부터 보상해달라고 하세요. 청화자기 그릇의 가격은 2억이 아니라 20억입니다.”“1원도 모자라면 안 됩니다.”20억이라는 말을 들은 이대위는 바로 정신이 번쩍 들었다.순간, 그가 손을 벌벌 떨며 무릎을 꿇고 있는 두 사람한테 다가갔다.남자들은 선우 가문을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선우 가문의 가주가 저 젊은 남자한테 기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2억이 아니라 20억....“선우 대사! 저흽니다. 저는...”“퍽!”그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겨우 용기를 낸 이대위가 손을 내리쳤다.남자의 뺨을 친 그는 쉬지 않고 계속하여 남자들의 뺨을 내리쳤다.한참 후, 두 사람의 얼굴은 빨갛게 부어올랐다.그제야 김예훈은 느긋하게 입을 열었다. “사과하라고 해. 사과를 하면 그만 멈추고 하지 않으면 계속 때려.
“도련님, 조금 전에 발생했던 일은 정말 죄송합니다. 20억은 이 아가씨한테 드리겠습니다.”선우건이는 눈을 가늘게 뜨며 수표를 건넸다.정소현은 김예훈을 힐끗 쳐다보고 수표를 받지 않았다.“받아. 그건 당연히 네가 받아야 하는 거야. 네가 오늘 그 돈을 받지 않으면 선우 대사는 저녁에 잠도 자지 못할 거야.”정소현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수표를 건네받았다.선우건이의 뒤에 있던 직원들은 모두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저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저 사람은 선우건이한테 말을 할 때 조금도 존경하는 말투로 말하지 않아.그리고 선우건이는 기분 나빠하지 않아.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걸까?그의 신분이 선우건이의 신분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선우건이도 저 남자의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선우건이와 함께 일을 해 온 사람들은 그와 함께 유명 인사들을 많이 만나 보았다.하지만 어느 젊은 사람도 선우건이 앞에서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정소현이 돈을 받자 선우건이는 그제야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련님, 다음엔 꼭 저한테 전화를 하세요. 제가 직접 처리하겠습니다.”“아닙니다.”선우건이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직원들을 꼭 주의시키겠습니다. 이런 쓰레기들은 제가 꼭 깔끔하게 처리하겠습니다.”“그리고 저희 도시의 쇼핑 문화 안전을 중시하여 우리나라 물건은 꼭 외국에 출고되지 않게 중시하겠습니다.”김예훈은 그제야 굳은 얼굴을 조금 풀었다.선우건이도 천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그는 김세자라는 그의 신분을 많이 신경 쓰지 않았다. 그의 다른 신분을 많이 신경썼다.남해에서 자신이 했던 말을 생각하면 선우건이는 얼굴이 타올랐다.선우 가문이 김예훈의 힘이 되어주는 것과 그의 보호를 받는 것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이 분이 자신의 든든한 백이 되려면, 정말 자기 좋을 대로 생각한 것이다.한참 후, 김예훈과 정소현은 백화점 문 앞까지 데려다준 선우건이는 그제야 등 뒤에 감추었던 목갑
정 씨 가문.정민아가 책임진 배운 별장 프로젝트가 큰 성과를 걷어 정 씨 가문에서 정민아는 조금의 발언권을 갖고 있었다.거기에 복 씨 가문의 망한 다음, 정지용은 든든한 빽을 찾지 못해 정민아를 괴롭히는 사람도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어느 날, 손에 초대장을 든 사람이 정 씨 가문을 찾아왔다.정 시 어르신은 초대장을 보고 한껏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빨리, 정군이네 가족들부터 불러와!”정 씨 어르신의 부름을 받고 정군 가족들은 바로 달려왔다.정 씨 어르신은 초대장을 꺼내 보이며 말했다.“정군아, 은숙아!”“우리가 임 씨 가문의 연회에 갈 수 있게 되었어!”정 씨 어르신은 임은숙을 쳐다보는 눈길부터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처음부터 며느리가 마음에 들었던 건 아니다. 성남시에서 이름있는 가문 집 딸이라고 했지만 두 사람이 결혼을 한 뒤, 정 씨 가문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오늘 초대장을 손에 넣으니 정 씨 어르신의 미소는 귀까지 걸렸다.성남시에서 일류 가문인 임 씨 가문 연회의 초대장이라니!임은숙의 가문이자 정민아와 정소현의 외갓집이기도 했다.초대장은 씨 가문에 단비 같은 존재와 같았다.정 씨 가문이 지금 제일 급한 존재는 바로 새로운 빽을 찾지 못한다는 것이다.CY 그룹이 정 씨 그룹의 본사로 확정되었지만 언제 자신들의 자산을 모두 빼앗을지 몰라 걱정만 앞섰다.그리하여 빨리 새로운 빽을 만들 기회만 엿보고 있었다. 임 씨 가문에서 보내온 초대장으로 인해 그들은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정 씨 어르신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은숙아, 임 씨 가문에서 왜 갑자기 우리 가문에 초대장을 보내왔을까?”임은숙이 입을 열려고 하자 정지용이 끼어들었다.“할아버지, 무슨 이유가 있겠어요?”“우리 정 씨 가문이 지금 성남시에서 잘나가고 있으니 임 씨 가문에서 저희를 초대하는 건 당연한 사실 아니겠어요?”임은숙은 그의 말을 단칼에 반박했다.“헛소리하지 마. 초대장은 우리 집에 온 거니까.”정지용은 피식 웃음을
임은숙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정지용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서 함부로 말하지 마! 내 동생이 말했어! 우리 가족을 연회에 참석시키겠다고!”“그러니까 그 초대장은 우리 가족들한테 온 거야!”“그만! 그만해!”“초대장에 쓰인 이름을 확인하면 되잖아.”그가 한껏 기대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열었다.정 씨 가문의 사람들도 가까이 다가와 초대장을 확인했다.“정 씨 가문!”정지용은 바로 웃음을 터뜨렸다.“역시는 역시네요. 할아버지 제 말 맞죠? 임 씨 가문에서 저희 정 씨 가문의 세력이신경 쓰여 보낸 거예요! 한 사람을 콕 집어 보낸 것이 아니란 말이에요!”“그래, 맞아. 우리 지용이 말이 맞아.”“임 씨 가문에서 연회에 참석할 인원은 10명으로 보냈어. 만약 너희 가족들만 초대했다면 5명이 아니겠어?”아직 성남시 일류 가문의 규칙을 제대로 모르는 정 씨 어르신은 누군가 초대장을 보내왔다면 특정 인물을 초대한 것이 아니었다. 특정 인물을 초대하려면 한 사람만을 위한 초대장이 보내지게 된다. 정 씨 가문의 세력은 아직 개인 초대장을 받을 만한 위치가 아니었다.“할아버지, 10명이나 초대한다네요. 저희 가문을 많이 신경 쓰나 봅니다!”“그러면 연회에서 저희 가문을 위한 테이블이 따로 만들어졌겠네요! 일반 가문에서 절대 해낼 수 없는 일이에요!”“좋아! 그래!”“복 씨 가문이 망한 다음 우리 가문이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복이 굴러오는구나!”“우리 정 씨 가문이 그동안 덕을 많이 쌓아서 그래.”“네 할아버지, 임 씨 가문도 어쩌면 우리 가문한테 손을 벌려야 할지도 모릅니다.”“우린 백운 별장을 손에 넣은 사람들이니 누구나 우리와 합작하려고 할 겁니다.”“큰 프로젝트는 앞으로 할아버지께서 직접 다니세요. 누군가 그 프로젝트를 망치려고 손을 쓰면 우리 정 씨 가문도 그날로 끝이 납니다.”정지용의 말에는 가시가 있었다.그는 정 씨 어르신이 어떻게든 정민아의 손에 있는 프로젝트를 빼앗길 바라는 것이다.그의 말을 들은 정 씨
정 씨 어르신은 정민아를 힐끗 쳐다보고 잠시 고민을 하더니 말했다.“민아야, 시간 날 때 프로젝트에 관한 모든 서류를 가져와 보거라. 내가 한번 훑어봐야겠어.”정민아는 정 씨 어르신이 핑계를 대며 자신의 손에서 백운 별장의 프로젝트를 뺏으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정 씨 어르신은 무리한 요구를 건네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동의해야만 했다. 정지용은 정민아를 곁눈질로 쳐다보았다.할아버지가 요구한 것이니 정민아는 바로 꼬리를 내릴 것이다. 오늘이 아니면 다음 기회를 보면 되니까.“그래. 일단 우리 임 씨 가문에 참석할 명단부터 작성하자고.”정 씨 어르신은 자신의 위엄을 나타내며 손을 휘둘었다.사실 그는 정 씨 가문에서 어떻게 이 초대장을 손에 넣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프로젝트 하나 때문에 임 씨 가문에서 자신들을 높게 평가했다고?백운 별장 프로젝트는 좋은 프로젝트가 확실하다. 정 씨 가문은 그 프로젝트로 큰돈을 벌수 있는 기회도 맞다.하지만 이것 하나만으로 임 씨 가문의 마음에 들었다고?초대장이 정 씨 가문에 보내진 것은 임 씨 가문의 시험과도 마찬가지다. 임 씨 가문은 정 씨 가문과 CY 그룹이 대체 어떤 사이인지 궁금했을 뿐이다.그렇게 많은 가문들이 CY 그룹의 계열사가 되어 망했는데 정 씨 가문만 망하지 않았을까?임 씨 가문, 이 사건의 주최자는 바로 김 씨 가문의 김만태이다. 초대장도 그의 의견이 확실했다.그 원인이 아니라면 임 씨 가문에서 임은숙한테 전화를 걸어 참석하라고 해도 체면을 많이 생각해 준 것이다.초대장을 받은 일은 결국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할아버지, 초대장에 10명만 참석할 수 있다고 썼으니 저희가 잠시 고민을 해봐야 될 것 같아요. 저희 가문에 먹칠을 하지 않는 사람만 데려가는 것은 어떠신가요?”자신은 무조건 연회에 참석할 것이라 정지용은 굳게 믿고 있었다.정 씨 가문의 다른 일원들도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내며 꼭 참석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지금 생활이 너무 힘들어 연회에서 좋은 친
정지용의 비아냥 거림에도 김예훈은 그저 싱긋 웃으며 말했다.“내가 가고 싶은 자리면 가는 것이고 가고 싶지 않은 자리면 싹싹 빌어도 안 가.”“진짜 뭐라도 되는 줄 아는 저 거만함! 만약 연회에 네가 참석하면 내가 무릎을 꿇을게!”“나는 그런 취미가 없어.”“너 진짜...”정지용은 남해시에서 열린 경매대회가 생각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김예훈, 예전의 네가 했던 방식과 많이 달라. 그깟 알량한 수법으로 모두를 속일 거라고 생각했으면 큰 오산이야!”“성남시에서 일류 가문인 임 씨 가문에서 열리는 연회는 네가 봐왔던 그 어떤 연회와도 다를 거야.”“임 씨 가문의 가주가 바로 성남시의 부시장이라는 걸 잊은 건 아니지?”“너의 알량한 수법에 속을 가문이 아니란 말이야!”“사실 정민아를 대표로 참석시키려고 했으나 그냥 취소하는 것이 좋겠어요. 우리 정 씨 가문의 체면을 모두 떨어뜨리면 방법이 없잖아요.”정지용은 말을 끝내고 바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정 씨 어르신은 그의 말에 다시 깊은 고민에 잠겼다. 그의 말대로 정민아는 연회에 어울릴만한 사람이 아니다. 정 씨 가문의 권력을 손에 넣었으니 당분간 권력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정지용 너 적당히 해!”“할아버지, 임 씨 가문은 우리 엄마 집이에요. 어떻게든 우리 엄마 명단은 남기셔야죠!”정 씨 어르신은 쌀쌀맞은 말투로 말했다.“정민아, 너 진짜 네가 뭐라도 되는 것 같아? 아직 내가 결정도 하지 않았는데 네가 뭐라고 끼어들어!”“선택은 내가 할 거야!”그리고 정 씨 어르신은 2층으로 올라갔다.사실, 그는 기회를 찾아 정민아를 어떻게든 자리에서 떨어 뜨리려고 한 것이다.임은숙은 화가 치밀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너 하나 때문에 내가 우리 가문에서 보낸 초대장에도 참석하지 못하고!”“어르신의 연회에 참석하지 못하면 영원히 임 씨 가문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돼!”“임 씨 가문의 도움을 받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