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의 비난에 정군은 멍해졌고 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그들을 쳐다보았다. “너희들이 날 모함한 거잖아! 너희들이 날 함정에 빠뜨린 거야!”정군은 노발대발했다.“우리가 너한테 강요했어? 우리가 널 이곳으로 불렸냐고?”“처음부터 끝까지 네가 원해서 그런 거잖아!”“우리가 널 건드린 적 있어?”정군은 침묵했다.친구들의 말처럼 이 모든 건 그가 원해서 한 일이었고 누구도 그를 강요한 사람은 없었다.이 모든 게 다 그가 욕심이 많아서 그런 것이다!이때, 정민아는 이 모든 게 함정이라는 걸 눈치챘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김예훈한테 말했다. “우리 그냥 경찰에 신고하는 게 어때?”“안돼, 신고해도 소용없어, 잘못하다가는 저들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김예훈이 대답했다. 두 사람의 말을 들은 송호범은 차갑게 웃었다. “신고? 그래 어디 한번 신고해 봐!”“정군이 진 놀음 빚은 다 다른 사람한테서 빌린 돈이야, 명백하게 차용증도 있다고…”“그리고 정씨 일가의 부동산, 주식들도 다 저당 잡혀있어, 이거 다 합법적이야!”“우리는 당신들이 경찰에 신고해 줬으면 좋겠어! 그럼 일이 더 쉽게 풀릴 테니까!”“경찰들은 우리 같은 선한 시민을 보호해 주겠지!”사람들은 의아한 표정으로 정군을 쳐다보았다. 그는 확실히 정씨 일가의 회사, 주식 그리고 부동산들을 담보로 맡겼다. 그것 때문에 그는 정진 별장에 잠입해 이 물건들을 훔쳐 왔다.그가 이것들을 담보로 맡긴 건 이미 잃은 것들을 만회하기 위해서이다.하지만 뜻밖에도 그는 1000억이라는 빚을 지게 되었고 그게 더블이 되어 2000억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절대 아버지한테 알려서는 안 돼, 내가 정씨 일가의 회사를 담보로 맡긴 걸 아버지가 알게 되면 우리를 죽일지도 몰라!”정군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저들이야! 저들이 날 데리고 정진 별장으로 들어갔어. 그래서 그것들을 무사히 빼내 올 수 있었던 거야…”송호범은 차갑게
결국, 김예훈과 가족들은 정군을 데리고 자리를 떴다. 문 앞에 도착하자 임은숙은 벌벌 떨면서 울먹였다. “도박하지 말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해? 왜 이렇게 내 말을 안 들어!”“말해봐, 우리 이제 어떡할 거야?”“어디 가서 2000억이라는 돈을 만들어와?!”“그러게 말이에요!” 정민아도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그냥 넘어갔지만 결국은 돈을 갚아야 하는데, 다른 방법 있어요?”김예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울상이 되어있던 정군은 김예훈의 표정을 보고 이내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그를 가리키며 호통쳤다. “왜 웃는 거야?”“당장 방법이나 생각해 봐! 이 쓸모없는 인간아!”“나한테 좋은 사위가 있었으면 이런 일은 쉽게 해결이 되었겠지!”“넌 뭐야?! 넌 그냥 찌질한 놈이야! 오늘 일은 다 네 탓이라고!”정군의 말을 들은 김예훈은 어리둥절해졌다. 정군의 머릿속에 도대체 뭐가 들어있는지 참 이해가 안 되었다. 돈을 잃은 건 자신인데 남의 탓을 하다니?그 모습을 보고 정민아는 화를 냈다. “아빠, 무슨 말씀이세요? 이건 아빠가 저지른 일이잖아요! 예훈 씨랑 무슨 상관이에요?”“왜 상관이 없어?” 정군은 당당하게 말했다. “우리 딸이 이렇게 훌륭한데. 당연히 좋은 남자한테 시집가야지. 1000억도 턱턱 내놓을 수 있는 그런 남자 말이야!”“근데 이놈이 자꾸 네 앞길을 막고 있잖아. 이혼해 주지도 않고 지금은 나까지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고!”정군은 흉악한 얼굴로 김예훈을 노려봐다. “너 능력 있잖아? 김세자의 대리인이라며? 복씨 가문도 건드리지 않았어?”“능력 있으면 이 일도 한번 해결해 봐!”“똑똑히 말하는데 이번 일 해결 못하면 민아랑 당장 이혼해!”“난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방금 전까지만 해도 겁에 잔뜩 질려있던 정군은 이제야 정신을 차리고 김예훈한테 화풀이를 했다. 임은숙은 그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은 어떻게 돈 구할 생각부터 해야지!”“그게 다 무슨 소용이야!”
일어난 일들을 되짚어 보는 과정에서 그제야 눈치를 챈 정군이 욕설을 퍼부었다.“이제 알겠어, 난 함정에 빠진 거야, 내 친구들도 그들과 한편이었어!”정민아와 임은숙은 마주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함정에 빠진 거야!”“지금으로써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하나는 돈을 갚은 거고요!”“또 하나는 아버님을 모함한 사람을 찾아내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겁니다.”“하지만 전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 돈을 갚지 말고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부터 하는 게 좋겠습니다!”김예훈이 옆에서 아이디어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정군은 김예훈을 노려보며 호통쳤다.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지? 아까 못 들었어? 돈 안 갚으면 내 손가락을 하루에 하나씩 자르겠다고 했잖아?!”“네놈이 뭔데? 네가 명탐정이라도 돼?”“네가 알아낼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발가락도 다 잘리고 없을 거야!”“됐어, 그만해, 싸우지 마. 내일 다시 얘기해!” 임은숙이 한마디 했다. “동생한테 돈 빌려달라고 해봐야지. 그리고 다른…”정군과 임은숙이 쉬러 가는 걸 보고 김예훈과 정민아는 자리를 떴다. 마음이 불안한 정민아는 방법을 찾으러 회사로 향했고 김예훈도 조용히 어딘가로 사라졌다. ...다음 날. 정진 별장 안, 사람들은 아직 단잠에 빠져있었다. 갑자기 ‘펑’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대문을 차고 들어왔고 이내 밖에서 수십 명의 건달들이 기세등등하게 안으로 걸어왔다. 그들은 바로 정진 별장의 로비로 들어왔고 값비싼 꽃병들을 부쉬버렸다. 기척에 놀란 정동철과 정씨 일가의 사람들이 바로 달려 나왔고 건달들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성남시는 남해시와 달리 이곳의 지하 세계의 사람들은 군에서 뒤를 봐주고 있거나 정부에서 뒤를 봐주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조직이 박살 났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정동철은 냉정하게 심호흡하고 입을 열었다. “당신들 뭐 하는 사람이야? 함부로 하지 마. 이건 무단침입이야
“돈 갚을 시간 하루 줄게, 돈을 갚지 못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당신들은 잘 알고 있을 거야!”“그때가 되면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길바닥에서 밥을 빌어먹고 있겠지!”“하하하...”송호범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떴다.정신을 차린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미칠 지경이었다. “가자... 정군한테 가자!”“맞아, 이 일에 대해서 설명을 해줘야 할 거야!”“어르신, 그 망할 놈을 때려죽이세요...”...이른 아침, 정군과 임은숙은 피곤한 얼굴을 한 채 집을 나서고 있었다. “띵동-”바로 이때, 세차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군이 대문을 열자 순식간에 밖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방안을 꽉 채웠다, 제일 앞장선 정동철은 정군을 보자마자 따귀를 때렸다. “망할 자식!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네 입으로 말해봐!”“내가 평생 고생 끝에 겨우 우리 가문을 이끌고 성남시로 와서 자리 잡았는데!”“얼마나 많은 우여곡절과 어려움을 겪고 어렵게 이 자리까지 왔는데...”“네놈이 감히 날 해치다니!”말을 하면서 정동철은 정군을 뺨을 후려쳤다. “아버지... 아버지..., 다 아셨어요?!”정군은 얼굴을 가리며 입을 열었다. “아침부터 우리 별장에 쳐들어와서 난리를 쳤는데, 내가 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정동철은 씩씩거리며 말했다. 정민택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정군,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왜 우리들까지 끌고 같이 죽으려고 하는 건데?”“말해봐! 어떻게 된 거야?”“너도 네 사위처럼 쓸모없고 찌질한 놈 인거야?!”정동철은 정군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노발대발했다. “오늘 똑똑히 말하지 않으면 네 손목을 잘라버릴 거야!”정군은 부들부들 떨면서 임은숙을 쳐다보고는 입을 열었다. “이게 다 김예훈 그놈 때문에 일어난 일입니다!”“뭐라고? 이 일이 김예훈과 상관있는 일이라고?” 정동철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정군은 당당하게 말했다. “맞아요, 김예훈이 도박을 하다가 빚을
“김예훈은요?”이때, 정지용이 펄쩍 뛰며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말했다. 정군은 그 장단에 맞춰 이내 입을 열었다. “김예훈은 진작에 도망쳤어! 지금 김예훈의 모습이 보이지 않잖아?”정동철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다. “김예훈, 빌어먹을 놈, 내가 널 죽여버릴 거야!”“가자, 김예훈한테 따지러 가자!”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기세등등하게 자리를 떴다.사람들이 떠나자 정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총명했길래 다행이지 안 그러면 정말 맞아 죽었을지도 모른다.“여보, 당신이 있어서 다행이야. 안 그러면 저들이 날 믿지 않았겠지.” 정군은 아부하며 말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내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하겠어?”“하지만 김예훈은 쓸모없는 인간이니 이런 일을 그한테 덮어씌우는 것도 나쁘지 않아!”“가자, 동생한테 가서 돈 빌려달라고 하자…”“돈을 갚지 못하면 당신 손가락을 자르러 올지도 몰라!”임은숙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말을 마치고 두 사람은 집에서 가장 값비싼 물건을 찾아가지고 곧장 임지숙이 머물고 있고 호텔로 달려가 방문 수속을 밟았다. “언니, 형부. 아침부터 웬일이에요?” 임지숙은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대답했다. “본론부터 얘기할게요! 2000억을 빌려줬으면 해요! 최근에 사업하면서 자금이 부족해서요!”“돈은 꼭 갚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백운 별장 프로젝트 다들 알고 있죠? 몇조에 달하는 프로젝트예요. 마무리되면 2000억을 갚는 데는 전혀 문제없어요.”정군과 임은숙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고 전혀 체면을 차리지 않았다. 임지숙과 여경택은 돈의 액수를 듣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잠깐 상의해 볼게요…”30분쯤 전화 통화를 하더니 그들은 돈을 빌려주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백운 그룹의 주식을 담보로 맡기라고 요구했다. “좋아요! 좀 있다가 바로 가져다줄게요!” 정군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돈만 자기 손에 들어오면 자신은 안전하게 된다.바로 이때, 임지숙의 전화가 울렸
한편, 김예훈은 이미 이 일을 조사하기 시작했다.그는 여러 경로를 통해 사건을 조사했고 그 결과 상대방은 타짜를 섭외하지도 않았고, 심지어 처음부터 정군이 돈을 따도록 의도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나중에 정군이 돈을 잃은 것은 단순히 고수를 만났기 때문이었다. 이 모든 것이 그들이 설계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조작된 일이라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가 없었다.물론 경찰에 신고하면 뭐라도 나올 것이다.그러나 그때가 되면 정군은 감옥살이를 해야 할 것이다.그렇게 되면 정민아가 마음 아파할 것이고 김예훈은 그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사실상, 김예훈의 자산으로 보면 2000억쯤은 단번에 갚을 수 있었다.그러나 그는 이 일을 조작한 사람이 누구인지 꼭 밝혀내고 싶었다.…정씨 일가. 정군 부부는 하루 종일 방법을 생각했지만 그 많은 돈을 구할 수가 없었다.돈의 액수를 듣고는 다들 전화를 바로 끊어버렸다.내일이면 손가락이 잘릴지도 모르고 김예훈한테 뒤집어씌운 것이 들통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군은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여보, 우리 이제 어떡해? 방법 좀 생각해 봐! 나 그들한테 손가락 잘리고 싶지 않다고!” 정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임은숙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방금 민아랑 통화했어. 600억은 마련할 수 있다고 했어. 근데 민아가 공금을 횡령하면 감옥에 가야 할지도 몰라...”“지금 이리저리 돈을 빌리고 있다고 했어. 2000억을 마련하려면 아마 며칠이 걸리겠지…”“그럼 어떡해? 며칠 걸리면 난 손가락이 다 잘리고 말 건데!”정군은 식은땀을 흘렸다.“그러니까 그전에는 당신 대신 다른 사람을 보내면 되잖아!”임은숙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 말을 들은 정군의 눈빛이 반짝였다. “당신 뜻은 김예훈 그 쓸모없는 놈을 내보내자고? 나 대신 손가락이 잘려 나가게 하는 거야!”“그럼 다른 사람이 또 있어? 쓸모없는 인간 이참에 유용하게 써야지!”“어차피 김예훈한테
한편, 송호범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전화를 끊고 이내 일어나서 공손한 태도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도련님, 도련님께서 예상하신 대로 정씨 일가에서 김예훈한테 다 덮어씌울 작정인 것 같습니다!”“그래, 그럼 룰대로 일 진행해. 기억해. 김예훈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네!”송호범은 전화를 끊고 손바닥을 비볐다. 백운별원.김만철은 전화를 끊고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맞은 편에 앉아있던 김만태가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허점이 많은 계획을 큰형이 눈치 못 챌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김예훈이 어떤 사람인지 몰라? 순순히 손가락 내줄 것 같아? 그럴 리가!”김만철은 담담하게 말했다. “보통이면 그럴 리가 없겠지.”“근데 송호범이 어떤 사람이야? 김예훈은 이제는 송호범한테 굽신거릴 자격도 없는 인간이라고...”“하지만... 초라한 봉황이 닭보다 못하다는 말도 있잖아...”“우리가 무심코 짜고 있던 계획이 어쩌면 실패할 지도 몰라.”김만태는 찻잔을 들고 담담하게 말했다. “CY그룹은 파죽지세로 최근에 성남에서 큰 프로젝트를 여러 개 따냈어...”“이런 상황에서 그의 손가락을 자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를 며칠 감금시킬 수만 있어도 우리 김씨 가문한테는 좋은 일이겠지...”김만철은 차갑게 웃으며 편전이 있는 곳으로 눈길을 돌렸다. 김병욱이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는 그는 모른다.하지만 김예훈을 상대하는데 자신이 앞장설 수는 없다.“김세자, 전설 속의 김세자...”김씨 가문의 지하 세력을 장악하고 있는 김만철이지만 지금 그는 김예훈을 상대할 자신이 없었다. ...한편, 일을 조사하던 김예훈은 거의 실마리가 풀렸고 이때 정군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김예훈, 당장 튀어와! 일에 변수가 생겼으니 카지노 쪽으로 와!”전화를 끊고 김예훈은 바로 카지노로 향했다.도착하자 정동철과 정씨 일가의 사람들도 그곳에 있는 걸 발견했다.김예훈이 걸어들어온 걸 보고 정동철이 일어나서 김예훈의 뺨을 때렸다. “어떻게
이 순간, 김예훈은 어리둥절해졌다. 그가 문제를 해결하고 주범을 찾을 방법을 찾고 있는 동안 뜻밖에도 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은 매몰차게 자신한테 그 죄를 뒤집어씌웠다!만약 정민아가 아니었다면 그는 이런 일에 절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고 지금 이 순간 바로 이 자리에서 그들을 폭로하고 화를 냈을 것이다.하지만 정군과 임은숙한테는 이게 최선의 방법이었을 것이다.김예훈한테 덮어씌우지 않는다면 그들은 끝장이니까.그러나 김예훈한테 덮어씌우고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지 그들은 생각하지 못했다.“뭘 꾸물대고 있어! 죄를 지었으면 당연히 책임지고 벌을 받아야지!”정동철은 차갑게 말했다. 바로 이때, 카지노 안, 송호범이 사람들을 데리고 걸어와서 단번에 정씨 일가의 사람들을 에워쌌다.“사람은 데리고 왔으니 당신 마음대로 해!”김예훈이 반응하기도 전에 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은 그를 밀어냈다.“김예훈? 당장 끌고 가!”송호범은 눈을 반짝이더니 이내 사람들을 시켜 김예훈을 끌고 가게 했다.그 모습을 보고 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송호범이 인정한다면 그들은 김예훈이 죽든 말든 전혀 상관없었다.김예훈이 끌려가자 그들은 마음이 놓였다. “빨리 가자, 괜히 엮이지 말고!”정군 부부는 이내 자리를 떴고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정씨 일가의 사람들도 자리를 떴다.집으로 돌아온 정군은 미간을 찌푸렸다. “오늘 일은 예상외로 순조로웠어,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거겠지...”“이 모든 걸 김예훈한테 떠넘기면 얼마나 좋을 지 그 생각 하고 있어.”임은숙은 안색이 변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당신 뜻은 2000억의 빚도 김예훈한테 떠넘기고 민아와 이혼시키고 우리와 관계를 끊어버리자는 거야?”“그래!”정군은 당당하게 말했다.“그렇게만 한다면 채무도 자연히 해결될 거야!”“중요한 건 그놈과 인연을 끊을 수 있다는 거야!”“이건 일석이조, 꿩 먹고 알 먹기야!”정군의 자신의 묘한 계략에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생각을 하
동하임이 본능적으로 말했다.“의사 선생님, 이분은 제 친구인데 좀 양해해주시면 안 될까요?”“양해요? 양해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의사 선생님은 동하임의 명찰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말했다.“동하임 씨였네요. 그런데 아무리 동하임 씨라고 해도 규칙을 어길 수는 없어요. 그런데 이분을 들이는 거 불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밖에 나가서 먼저 등록하고 기록을 남겨야 들어올 수 있는 거예요.”김예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요? 그러면 먼저 등록하러 다녀올게요. 등록실이 어디죠?”의사 선생님은 직접 밖으로 나가 등록실 방향으로 안내했다..“저쪽에 보시면 등록실이 있을 거예요. 송학민이라고 등록을 도와주시는 분이 계실 거예요.”“감사해요.”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텅 빈 복도를 걸어갔다.의사 선생님은 김예훈의 모습이 사라져서야 두 명의 경찰한테 시선을 돌렸다.“어머!”그녀는 갑자기 발목을 접질렸는지 비명을 질렀다.경찰들은 본능적으로 하얗고 가느다란 발목을 쳐다보게 되었다.샤샤샥!두 명의 경찰이 시선을 돌린 순간, 그녀가 휘두른 소매에서 하얀 연기가 퍼져 나왔다.두 경찰은 그대로 휘청거리면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다시 시체를 확인하려던 동하임은 이 소리에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다.결국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미간을 찌푸렸다.“당신 누구야. 아무런 원한도 없는 모르는 사이인 것 같은데 뭐 하려는 거야. 누가 보냈어.”동하임은 본능적으로 허리춤에 있는 총을 꺼내려 했지만 방호복을 입고있는 관계로 재빨리 빼낼 수 없었다.그러자 정체 모를 그녀가 문을 잠그고는 웃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총독님 딸을 제가 뭘 어떻게 하겠어요. 당신이 죽어버리면 저도 곤란할 수밖에 없어요. 그냥 잘 협조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뿐이에요. 원망하려면 제 동생을 죽인 김예훈을 원망하세요.”“동생?”멈칫한 동하임은 본능적으로 눈앞에 있는 시체를 한번 쳐다보았다.“타케이 누나라고?”상대방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맞아요. 타케이
뚜뚜뚜.김예훈은 걸어가면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복도 끝에 있는 영안실 입구에는 경찰 두명이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이들은 김예훈을 보자마자 살짝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로 안으로 모셨다.동하임은 흰색 의료용 장갑을 끼고 짧은 머리를 묶어 이국적인 매력을 지닌 목을 드러냈다.김예훈이 서서히 다가갔을 때, 그녀는 타케이 목에 나 있는 상처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너무나도 집중한 나머지 하얀 가슴골이 드러난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의사 가운을 입고 있다고 해도 날씬한 몸매는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김예훈은 마음을 가다듬고 다가가 말했다.“하임 씨, 검시관 일까지 해버리면 그분들이 뭐 해 먹고 살겠어요?”동작을 멈춘 동하임은 눈빛 하나로 무한한 매력을 발산했다.“검시관 결과는 이미 나왔어요. 현장 증거도 모두 수집 완료한 상태고요. 그 증거들 모두 김 도련님이 살인자라고 말해주고 있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더니 말했다.“그런데 저는 살인을 저지를 시간이 없었잖아요. 어젯밤 내내 구룡성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있었잖아요. CCTV가 증거로 될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동씨 가문 별장에 같이 있었잖아요. 하임 씨가 증인이 될수 있는 거잖아요. 범죄를 저지를 시간이 없는데 저를 살인자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거 아니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타케이의 창백한 얼굴과 아직 가시지 않은 놀라운 표정을 발견했다.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아마도 타케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동하임은 경직된 어깨를 움켜잡으면서 김예훈의 생각을 읽었는지 말했다.“사실 누가 범인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증거가 위조되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이것으로 김 도련님을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문제는 이 쓸모없는 증거들이 일본인에게는 확실한 증거가 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게다가 사카모토 류이치마저 죽였잖아요. 여러 가지 관계로 경찰이 죄를 묻지 않았지만, 일본인에게는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지위가 높다고 해도 배시시 웃으면서 일어나 말할 뿐이다.“김현민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특별 경로를 통해 일본 야마구치파에 소식을 전했거든요. 야마구치파 장로님인 나오키가 오늘 저녁 진주에 도착한다고 해요. 아들딸 세이이치로와 루미코도 동행한다고 하네요. 가족인 타케이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김현민이 가식적으로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에요? 직접 진실을 파헤쳐야 하다뇨. 정말 일본인 친구들한테 미안하네요. 지훈 씨, 저를 대신해 일본 손님들을 잘 대접해 주세요.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드리고요. 물론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거 아시죠?”남지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남씨 가문은 밀수로 일어난 가문이잖아요. 아무도 추적할 수 없을 거예요.”김현민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김병욱을 힐끔 쳐다보았다.“병욱아, 정말 김예훈이 타케이 도련님을 죽인 게 확실해?”김병욱이 피식 웃었다.“그럼요. 병원 CCTV에 김예훈 모습이 찍혔고, 현장에 남겨진 당도 위에 그의 반쪽 지문이 남아있거든요. 비록 확실한 증거가 아니라 평생 콩밥을 먹일 순 없겠지만 일본인이 복수할 만한 증거가 되지 않을까요?”김현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증거는 증거야. 확실한 증거든 아니든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본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뿐이야. 그들이 어떻게 선택할지는 그들의 문제라고. 아, 또 한 가지 일이 있어.”김현민이 곽영현을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곽씨 가문에 믿을만한 변호사가 몇 명 있잖아요. 진세은 씨를 구해내죠? 일본 손님을 대접하는데 진세은 씨가 없어서 되겠어요?”곽영현은 반짝이는 두눈으로 말했다.“네.”김현민은 또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저희는 진주·밀양의 고위층을 대표하기도 하고 공평 공정을 대표하기도 하는 거예요. 기관에서 공평 공정하게 처리 못 하는데
동하임은 남윤지의 도발을 무시한 채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여유작작 차를 마시고 있는 김현민을 쳐다보았다.“김현민 도련님한테서 듣고 싶은 대답이 있어서 찾아왔어요.”“하임 씨, 저를 다시 경찰서에 데려가서 조사할 예정이에요? 어젯밤 이미 충분히 잘 답변해 드린 것 같은데요? 저는 그저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고요. 그리고 저는 진주의 치안을 생각해서 쌍방의 모순을 중재했을 뿐인데 ‘착한 시민’ 상을 안 줄지언정 정한테 누명을 씌울 건 아니죠?”김현민은 의심할 여지 없이 확고한 말투였다.동하임은 평소였다면 이런 분노가 섞인 말투를 들었을 때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예전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깊이 숨을 마시고는 천천히 말했다.“김현민 도련님,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왜 타케이를 죽이고 김예훈한테 누명을 씌웠느냐예요.”“타케이가 죽었어요?”놀란 표정을 보면 전혀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어젯밤 안동 김씨 가문의 명의를 에드워드 병원으로 보내드렸잖아요. 그런데 왜 죽어요?”동하임은 김현민을 자세히 쳐다보면서 잠시 후 입을 열었다.“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살해당했다고요. 죽은 사람은 그 어떤 의사도 살릴 수 없어요.”퍽!“이럴 수가!”김현민은 갑자기 일어나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던졌다.“내가 타케이 도련님을 구하려고 얼마나 힘들게 의사와 간호사를 동원했는데. 그런데 죽었다고요? 하임 씨,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서 일본대사관에 알려야 해요. 아니면 위에 항의해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분노로 가득찬 김현민은 결코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법을 지키는 정의로운 사람처럼 보였다.동하임은 한참동안 그를 바라보다 뒤돌아 문을 열고 나가려던 순간,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김현민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 사건은 제가 직접 범인을 찾아낼 것입니다. 나쁜 사람을 절대 놓치지 않겠지만 절대 좋은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 결과가 나오자마자 알려드릴게요. 도련님께서는 결과를 기다리고 계시면 돼요.
동씨 가문 자제는 침을 꼴깍 삼키더니 말했다.“네. 살해된 것도 모자라 목구멍에 칼자국이 있었어요. 초보적으로는 당도로 인해 생긴 상처라고 보고요. 다른 단서는 추가적인 수색이 필요해요. 그런데 지금까지 모든 단서와 어젯밤 사건을 놓고 보면 알게모르게 김예훈 씨를 범인으로 몰고 있어요.”동태원은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나설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빨리 움직일 줄 몰랐다.이제 막 ‘착한 시민’ 상은 수여하려던 찰나에 안동 김씨 가문이 김예훈에게 살인죄를 뒤집어씌울 줄 몰랐다.안동 김씨 가문과 김현민에 대해 잘 알고있는 동태원은 이들이 나서는 순간 절대적인 치명타를 입게 될 거일 것도 잘 알고 있었다.타에이의 죽음은 김예훈이 진범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동태원이 직접 나서서 해명한다고 해도 범인임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충분할 것이 틀림없었다.동태원은 태양혈을 문지르며 동하임에게 시선을 돌렸다.“김현민한테 가봐.”“왜요?”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동씨 가문의 입장을 알려줘야지.”동태원은 한숨을 내쉬며 별장 밖에 있는 남태평양 바다를 쳐다보았다.지평선 끝에 먹구름이 가득한 것이 곧 폭풍우가 진주를 휘몰아칠 것만 같았다.그런데 이 폭풍우가 지나면 진주에 남게 될 자가 과연 누구일지 아무도 몰랐다....퍽!오후 3시. 동하임은 비를 뚫고 빅토리아 항구에 있는 고급 사무실 문을 열었다.동하림은 프론트 데스크 여직원을 무시한 채 성큼성큼 넓은 회의실로 향했다.이곳은 안동 김씨 가문의 건물이자 김현민의 사무실이기도 했다.이 순간 사무실 안에는 김현민 외에도 진주·밀양에서 내로라하는 젊은 층이 앉아있었다.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김병욱,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곽영현 및 나머지 두 명, 진주 잡지사 아들, 일본의 귀족 등등...이들은 저마다 진주·밀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어느 누가 밖에 나가서 발을 구른다고 해도 진주가 휘청거릴 정도였
“네가 아무리 김예훈 성과를 무시한다고 해도 진주·밀양에 온 지 며칠이나 되었는지 생각해 봐. 김예훈 때문에 밀양 상황이 완전히 뒤집혀 허씨 가문이 더 이상 왕으로 불리지 않잖아. 대립 구도에 서 있어야 하는 허씨 가문과 추씨 가문이 서로 손잡지 않았다고 해도 김예훈 편에 서 있잖아. 추씨 가문은 말할 것도 없어. 김예훈이 추하린을 진주·밀양 용전 주인 자리에 앉히는 순간 한 편이 된 거야. 허씨 가문 쪽은 허순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지 간에 김예훈이 어젯밤 그의 소중한 딸을 구출해 냈잖아. 허순재가 얼마나 명성을 아끼는 사람인데. 게다가 김예훈이 허순재를 두 번이나 구해줬잖아. 그런데도 김예훈을 지지하지 않고 김예훈 편에 서지 않아서야 되겠어? 두 가문의 지지를 받는 이상 밀양을 발칵 뒤집는 날은 멀지 않을 거라고. 그래도 김예훈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생각에 잠겨있던 동하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김예훈이 진주·밀양에서 온 이후로 이 사람 저 사람을 건드린 것 같아도 불과 두 주일 만에 든든한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이러한 속도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그리고 우리 동씨 가문마저 김예훈의 편에 서도 김현민과 힘을 겨룰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동태원은 남은 커피를 한 모금에 다 마시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동하임은 한참 동안 생각에 빠져있더니 잠시 후에 말했다.“그러면 저희는 앞으로 무엇을 하면 되는 거예요? 대놓고 김예훈 편에 서 있으면 되는 거예요?”동태원은 이 순진한 딸 때문에 한숨만 나왔다. “우리 동씨 가문이 그 정도로 지조 없는 가문이었어? 잘 기억해. 김예훈이 일본인을 유도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착한 시민’을 수여해야 해. 그리고 진주에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무조건 도와줘야 하고. 인정은 바라지 않고 그저 친해지기만 하면 돼...”동하임은 그의 말을 알 듯 말 듯 했다.“아빠, 그런데 아까는 전폭적으로 지지하라고 했잖아요...”“물론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건 맞지.”동태원은 동하임의
김예훈은 점심이 지나서야 배를 만지면서 별장에서 나왔다.동태원이 직접 문 앞까지 배웅하는 모습에 동씨 가문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항상 겸손함과 신비로움을 지키던 총독님께서 직접 배웅까지 한다고? 김예훈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길래?’이에 따라 동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둘씩 김예훈을 더 눈여겨보게 되었고, 기회가 생기면 김예훈과 친해지려 했다.동태원이 이 정도로 중시하는 사람은 절대 만만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동태원이 집안으로 돌아갔을 때, 화가 나서 표정이 어두워진 동하임이 커피 한 잔을 가져다주며 말했다.“아빠가 김예훈을 집까지 초대한 이유는 알겠는데 그냥 사람들한테 소식만 전달하면 되지 왜 이렇게 대놓고 지지한다고 말씀하신 거예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알면 무조건 아빠한테 불만이 생길 거잖아요. 진주·밀양의 왕이라고 불리는데 건드렸다간 저희 동씨 가문이 곤란해질 거란 말이에요.”동하임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동태원이 총독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안동 김씨 가문이 위에서 누르고 있어 동태원은 몇 년 동안 숨어서 지내야 했다.“저희 계속 조용히 숨어서 지내도 되었잖아요. 그런데 어젯밤 그 사건 때문에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냥 휘말여 들어간 거잖아요.”동태원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무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이 두 통의 전화로 경찰서 사람들과 기자들을 불렀어. 그건 우리 동씨 가문을 불구덩이로 몰고 간 거라고. 우리가 권력자 편에 서서 김예훈 같은 착한 시민을 억압한다면 내가 오늘 바로 제거당했을 거야.”동태원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주·밀양이 대한민국 관할이 아니라고 해도 결국엔 대한민국 땅이야. 설마 국가에서 권력자 편에 서서 기준도, 양심도 없는, 법도 모르는 총독을 용납할 수 있었을까?”“저도 알긴 아는데...”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그런데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이 정도까지 적대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동태원이 담담하게 말했다.
“둘째, 밖에서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며 홍성파며 총독님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소문이 나 있습니다.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구경하고 있는데 총독님 위치가 위태해지는 순간 반드시 끌어내리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식사 한 끼로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 아닐까요? 셋째, 동맹자를 찾기 위함이겠죠. 제가 진주·밀양에 오고부터 용전을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김현민이 여러 번 손쓰게 했으니까요. 그래서 총독님께서는 제가 도대체 어떤 경지에 도달했는지, 그리고 연합할 가치가 있는지 궁금했던 거죠.”김예훈의 분석에 동하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자기 아버지가 다른 사람에게 상황을 설명할 정도로 어젯밤 이렇게 큰 압박을 받고 있을 줄 몰랐다.이와 동시에 김예훈의 깊은 의미를 분석할 수 있는 총명함에 놀란 것이다.동태원이 흥미롭게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첫 번째와 두번째는 확실히 제 생각이 맞지만, 세 번째는 어떤 의미가 온 걸까요? 김 도련님께서 저에게 조언 좀 해줄 수 있을까요?”무의식중에 변한 호칭으로 그가 김예훈에 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이 순간 동태원은 김예훈을 어깨를 나란히 대화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겼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천하에 백성의 왕은 한 명뿐이 아니겠습니까. 이전의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은 상대적으로 겸손함을 유지했다면 김현민은 다르죠. 용전에서 새로 거듭난 무신이자 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1인자로 꼽히고 있고, 또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사람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잖아요. 그런데 총독님께서 봤을 때 김현민이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되든 말든 그 사람이 총독님을 계속 주목할 것 같은 거죠? 맞죠? 김현민의 성격과 인품을 봤을 때, 그 자리에 올라서면 진주·밀양에서 두 가지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 그때되면 총독님께서는 자리를 양보하거나 머리를 수일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이 두 가지 상황 모두 총독님께서 원하는 것이 아닐 테고
아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동태원은 90퍼센트의 힘을 사용하기까지 했다.그런데 아무리 힘을 실어봤자 오히려 자기 손바닥만 점점 찢어지듯이 아파져 왔다.“대단하네요.”동태원은 적당히 물러나서 더 이상 계속하지 않았다.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머리가 뛰어난 것도 모자라 실력과 마음가짐도 대단하시네요. 이번에 그 쪽한테 당한 것이 하나도 억울하지 않네요.”이때 동태원의 손짓 하나에 집사 한명이 테이블과 의자를 두 사람 옆으로 가져왔다.김예훈한테 자리에 앉으라면서 직접 차를 한 잔 우려주었다. 이어 집사가 정교한 다과를 차례로 가져왔다.동하임은 아버지가 김예훈을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 몰랐는지 의아하기만 했다.복수극이 열릴 줄 알았는데 마치 갑자기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다.동태원은 보이차를 마시면서 이상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끗 보더니 갑자기 웃으면서 말했다.“하임아, 내가 김 도련님을 죽여버리지 않고 식사 초대를 해서 이상해?”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이에 동태원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원래부터 김 도련님께 식사를 초대하고 싶었어. 이곳까지 모신 이유는 나에게 중시 받을 자격이 있는지 테스트해 보려고 했던 것뿐이야. 그럴 자격이 없더라도 그냥 단순히 운이 좋아서 어젯밤 일을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식사를 초대했을 거야. 그런데 그때는 그저 순수한 저녁 식사 한 끼에 불과한 거지.”동태원의 의미가 담긴 말에 동하림은 생각에 잠겼다.그러다 이제 막 보석으로 풀려난 김예훈이 자신의 아빠에게 이렇게 중시 받고 있을 줄 몰랐는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김예훈은 동태원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리고도 그저 피식 웃을 뿐이다.이 생각 많은 늙은 여우한테 함부로 말을 걸었다가 낭패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김예훈이 아무말도 하지 않자, 동태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임아, 내가 김 도련님께 음식을 대접해 드리고 싶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동하임이 생각하더니 말했다.“어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