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각, 정씨 가문에 정민아가 투자금을 받아오면 총지배인으로 승진한다는 소문이 쫙 퍼졌다. 다들 놀라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감히 반대 의견은 내지 않았다. 이 투자금이 없다면 정씨 가문이 진짜 망할지도 모르니까.현재의 사치스러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면 누가 권력을 잡든 상관 없었다.정지용과 정민택이 마주 앉아 서로를 쳐다본다.정지용은 원망스러웠다. “아빠, 셋째 삼촌네는 죄다 쓸모없는 자식만 낳았어요. 자기 식구 편을 들어야지 왜 그 자식 편을 드냐고요! 김예훈이 내 뺨을 때려도 가만히 있지 않나, 투자금 핑계를 대고 총지배인 자리를 달라고 하지 않나. 사람을 너무 우습게 봐요!”정민택이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말씀이 맞아. 이 투자금은 우리 집에 아주 중요해. 그러니 꼭 YE 투자 회사와 관계를 회복시켜야 돼. 투자금만 받는다면 자리를 내주는 게 무슨 대수겠냐?”“그래도…” 정지용의 얼굴이 점점 구겨졌다.“그럼 그 기지배한테 자리를 넘겨요?”“넘기는 게 어때서? 걱정 마. 아무리 애를 써봤자 어쩌지 못할 거야. 여자가 무슨 사업을 한다고. 할아버지는 그냥 요구를 들어주는 척한 거야. 투자금만 받으면 정말로 그 자리를 여자한테 넘길 것 같아?”정민택의 안색이 싸늘했다. “그때 가서 내가 사임할 테니 요즘 말썽 부리지 마. 총지배인 자리를 포기하는 대신 이 프로젝트 담당자 자리를 쟁취해야 돼. 그래야만 정씨 가문을 손에 넣을 수 있어.”그 말에 정지용이 씨익 웃었다. “그럼 550억을 우리 마음대로 쓰는 거죠?”“아마 그렇게 될 거야. 한데 쇼핑 센터는 우리 가문 근본이니 무조건 세워야 돼. 쇼핑 센터만 잘 운영하면 누구 눈치도 볼 일이 없어.”정민택은 오늘 일로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참, 그 집 데릴사위. 기회를 봐서 혼내 줘야겠어요. 그 자식 때문에 우리 일을 망쳤잖아요.”정지용이 씩씩거리며 이를 갈자 정민택이 인상을 구겼다.“너 바보냐? 그 자식이 꾸며낸 말이겠어? 내 짐작엔 임은숙 그 여자가 시킨
오늘 송문영이 화장발을 잘 받았는지 유난히 예뻐 보였다. 선글라스를 벗는 송문영을 본 순간 손호남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여신은 YE 투자 회사의 고위 직급에 포스쉐를 몰고 다니는데, 정작 본인은 보잘 것 없는 보안원이라니 갑자기 힘이 빠졌다.옆에서 보던 김예훈이 웃으면서 송문영에게 다가갔다.“여기 주차 자리 좁은 것 같은데 내 자리에 댈래?”대표님이 말에 송문영이 깜짝 놀라 재빠르게 차에서 내렸다.“괜찮습니다. 여기 주차하면 됩니다.”슬쩍 그 주차 자리를 보다 할 말을 잃었다. ‘이 대표님 진짜 웃기네.’저리도 넓은 자리에 딸랑 전동 스쿠터를 갖다 놓았다.“그럼 차는?” 김예훈이 물었다.“보안원 도움받으면 돼요.” 송문영이 이내 대답했다.“그럼 먼저 올라갈게.” 옆에 있는 손호남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돌아섰다.그때 손호남은 송문영이 자신을 알아볼까봐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송문영은 별로 신경 쓰지 않고 차키를 건넸다.“이따가 차를 제대로 세워주세요. 차키는 프런트에 맡기면 되고요. 그리고…”말을 하던 송문영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손…반장? 네가 왜 여기 있어? 우리 회사 보안원이었어?”손호남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겨우 한 마디 했다. “그냥 체험하러 왔어.”“그래?” 솔직히 송문영은 손호남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동창으로서 웃으며 말을 건넸다.“며칠 전에 대표님이 보안 대장을 잘랐어. 그러니 화이팅해. 잘하면 그 자리 줄지 어떻게 알아?”“그게…”손호남은 진짜 어이가 없었다. 파이팅하라는 건 나더러 쭉 보안원이 되라는 건가?불만 가득했지만 송문영 차를 다시 세웠다. 그리고 김예훈의 전동 스쿠터를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려 할 때 갑자기 멈칫했다.‘아니지. 여긴 대표 전용 주차 자리잖아. 김예훈 그 자식이 무슨 능력으로 YE 투자 회사에 출근하는지 모르겠지만. 만약 대표님이 데릴사위 따위가 자기 주차 자리에 전동 스쿠터를 세운 걸 보면 그 자식도 잘리려나?’그런 생각에 조금
송문영이 고개를 저었다. “대표님께서 요즘 일정이 빠듯해서 만나실 수 없어요. 하지만 당신 가문 일은 이미 나한테 맡겼으니 편하게 말씀해주시면 돼요.”정민아가 두툼한 서류를 꺼내서 건넸다.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할게요. 송 부자님, 저희 가문에서 계획하고 있는 쇼핑 센터는 확실히 비전이 있어요. 비록 전에 두번이나 거절당했지만 이렇게 또 다시 찾아왔어요.”송문영이 서류를 꼼꼼히 들여다보더니 미소를 지었다. “정민아 씨가 직접 오셨는데 저도 체면을 생각해서 이 쇼핑 센터에 투자를 할 수 있지만…”“정말이에요?” 정민아는 욕을 먹거나 곤란하게 나와도 참으려고 했다. 생각보다 일이 순리롭게 진행될지도.“제 말 끝까지 들으시죠.” 송문영이 잠시 멈칫하더니 말을 계속했다. “하지만 전에 우리 회사에 무례하게 대했기 때문에 400억만 투자할 수 있어요. 그리고 저희가 원하는 이익은 과거 기준에서 10프로 추가할 거예요. 이건 새로 작성한 계약서예요. 가져가서 천천히 읽어보시고 문제없으면 다시 갖고 오세요. 만약 이 조건이 너무 까다롭다고 생각되면 뭐 없던 일로 해도 되고요. 저희 회사에서 이런 프로젝트는 흔하거든요.”정민아는 열심히 계약서를 읽어봤다. 확실히 전 것보다 까다로웠다. 전에 계약서는 정씨 가문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했지만 이번은 다르다. 유리한 조건은커녕 약간의 손해도 볼 수 있다. 그래도 정민아는 따지지 않았다. 계약서를 다시 받은 것만으로 다행이라 여겼다.송문영도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말했다. “정민아 씨, 계약서를 갖고 가서 상의해보세요. 저희가 오래 기다리지 않게 연락주세요.”…대표님 사무실.김예훈은 그래도 길거리에서 파는 하얀 티셔츠가 편안하고 심플해서 좋았다.그는 남해시 상업권에서 가장 높은 건물 옥상에 서서 도시 전체를 내려다보았다. 한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잠시 도시를 감상을 하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 대단하다 여기겠지?”몇 발 치 뒤에 서 있던 하은혜가 가볍게
”네, 대표님!”하은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애도했다. 감히 사모님을 괴롭히다니 진짜 죽고 싶어서 환장을 한 모양이다.“아, 오정범에게 연락해서 오후에 사무실에 들르라고 해.”갑자기 한 사람이 떠올랐다. 하은혜가 움찔했다. 오정범은 남해시에서 잘 나가는 세력이다. 전에 YE 투자 회사와 아무런 연계점이 없었는데 왜 대표님이 그 사람을 찾을까?“만나러 오라고 해.”김예훈이 다시 한 번 말했다.하은혜는 의아했지만 이유를 묻지 않았다. 이 회사에서는 대표님 말에 절대적으로 복종해야 하니 그저 고개를 끄덕이고 물러났다. …오정범이 회사에 왔다. 하은혜는 생각도 못했다.남해시에서 잔인하기로 소문난 오정범이 하은혜의 전화 한 통에 30분도 안 돼서 공손한 모습을 드러냈다. 게다가 미리 도착했는데도 대표님 사무실에 들어가지 않았다.오후 정각 3시에 하은혜의 안내를 받고서야 긴장한 얼굴로 김예훈 사무실에 들어갔다.김예훈 앞에서 오정범은 차렸 자세로 고개도 들지 않았다. 김예훈이 하은혜보고 나가라는 제스처를 하고 직접 찻잔에 차를 따라 오정범에게 건넸다.“앉으세요. 우리끼리 예의는 갖추지 않아도 돼요. 부하들이 보면 체면 깎여서 형님 노릇이나 하겠어요?”“도련님 앞에서 무슨 형님입니까? 다 부하나 마찬가지죠.”오정범은 식은 땀을 손등으로 딱아내고 두 손으로 찻잔을 받았다.“전에 정씨 가문 일은 의도한 것이 아닙니다. 만약 도련님이라는 걸 알았더라면…”그 일만 생각하면 박동훈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요 며칠, 김예훈의 소식이 없어 계속 안절부절하던 참에 하은혜의 전화를 받고 긴장이 풀렸다.김예훈이 앉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뭐 그런 일로. 한데 범이 형한테 조금 실망했어요. 남해시에서 잘 나가던 사람이 어떻게 다른 살람 아래서 일하게 됐는지.”오정범은 식은 땀만 뻘뻘 흘렸다. “도련님, 정말 이번뿐이에요. 평소엔 제가 아니라 부하들이 일하거든요.”김예훈의 태도는 여전히 담담했다. “평소 어떻게 부하들 관리하는지는 내가
정민아 옆에 미녀 한 명 더 있었다. 조이영은 워낙 몸매가 글래머한테 짧은 미니 스커트까지 입어 보는 사람이 군침 돌게 만들었다.두 사람이 같이 서 있으니 남자들 돌아볼 확률이 더 컸다.김예훈을 본 조이영이 눈살을 찌푸렸다. 살짝 어색하기도 했다. 전에 9억건 일 이후 처음으로 만났다. 갑자기 두 사람이 한 내기가 떠올라 얼굴이 빨개졌다.김예훈은 오히려 보고도 못 본 척하고 씩씩하게 정민아에게 다가갔다. 얼굴에 웃음 꽃이 피었다.“여보, 나 왔어!”조이영이 살짝 기분이 나빴다. ‘내 얼굴과 몸매를 보고 눈길은커녕 감히 무시를 해? 간덩이가 부었나?’정민아는 오늘 기분이 꽤 좋았다. 여보라고 불렀는데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핸드백을 건넸다.“오늘은 쇼핑백 들어줘.”“당연하지!” 김예훈이 배시시 웃었다. 그제야 옆에 선 조이영을 봤다.“착한 딸아, 아빠가 가방 들어줄까?”“너…” 조이영이 발끈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섭게 노려봤다. “김예훈, 9억을 마련했다고 우쭐대지마! 그만한 돈을 벌 때 내 앞에서 잘난 척해도 늦지 않아!”김예훈이 피식 웃었다. “보아하니 내기를 하기 싫은가 보네.”“너!” 조이영은 화를 내면서도 가방을 김예훈에게 던졌다.김예훈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늘 정민아가 기분 좋으니 다른 애송이들이 까부는 건 봐줄 수 있었다.뒤에서 김예훈이 핸드백 들고 따라가고 앞에서 정민아와 조이영이 말하면서 걸었다. 대충 들어도 두 사람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정민아는 YE 투자 회사에서 내민 계약 조건이 까다로우니 정씨 가문에서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니 내일 다시 대표님을 만나러 갈 생각이라고.조이영은 사업 얘기에 관심이 없지만 YE 투자 회사의 신임 대표에게 구미가 당긴 모양이다.“민아, 그 회사 신임 대표 만나봤어?”“아니.”“운도 지지리 없어라. 듣자니 그 신임 대표. 젊은 나이에 돈도 많다고 하더라? 게다가 엄청나게 잘생기고 몸매도 근육질이라 던데. 내일 나도 같이 갈까? 연락처라
만약 잘생기고 돈 많은 신임 대표가 지금 자기 핸드백을 들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정민아가 진지하게 조이영을 아래위로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기회는 있어. 하지만 문제는 라이벌이 많아.”“뭐?”“대표님은 못 만났지만 비서하고 부장, 하물며 프런트 직원까지, 하나 같이 섹시하고 예뻐. 너보다 더 위야. 너는 말이지. 그 회사 청소부에 들어가서 대표님 테이블이나 닦으면 몰라도 전혀 기회 생기지 않을 걸?”정민아가 정색해서 말했다.“좋은 아이디어야. 역시 나를 잘 알아. 그럼 내일 가는 김에 청소부에 지원할까?”두 사람이 깔깔 웃었다. 아름다운 쇼핑 거리의 한 폭 그림 같았다. 뒤에 따라가던 김예훈을 무시할 정도로.걷고 걷다 세 사람은 고가 브랜드 구역에 도착했다. 한 브랜드 매장 유리창 안에 아주 정교하게 만든 구두 한 컬레를 놓았다. 수많은 여자들이 부러운 눈길로 보고 있다. 정민아와 조이영이 봐도 감탄이 나올 지경이다.이 구두는 다른 브랜드와 제휴하여 만든 한정판이라 남해시에 딱 한 컬레만 있단다.김예훈이 멀리서 슬쩍 가격을 봤다. 2000만 원.“마음에 들면 신어봐.”눈에서 빛이 나는 정민아를 끌고 가계 안으로 들어갔다. 정민아는 손을 내치지 않고 웃었다.“얼마인지 알아? 내 월급으론 못 사. 설마 네가 사주려고?”지금 정민아는 김예훈이 친구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조이영도 기대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대표님이 나한테 사주지 않을까? 대표님 아내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김예훈은 눈을 희번뜩거릴 뿐 대꾸도 하지 않았다. 매장 점원에게 말을 건넸다.“저 신발 신어봐도 되죠?”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 점원은 가늘고 긴 눈매로 김예훈을 바라봤다. 그리고 손에 쥔 폴더폰을 보더니 무의식적으로 인상을 썼다.“죄송해요. 저희 가게에선 사지 않는 이상 신어볼 수 없어요. 신어보고 싶으면 다른 곳에 가세요. 길거리에서 만 원씩 하는 신발 많거든요.”점원이 말을 하면서 시선을 정민아에게 향했다. 그
"안 사면 신어 볼 수 없다고요?"김예훈은 웃음이 나왔다. 그는 이런 점원을 처음 보았으면 옷이나 신발 같은 거 입어보지도 신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사지?옆에 있는 정민아도 좀 민망했으며 이 점원이 그들을 무시한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요즘 그녀의 회사가 자금조달이 어려워서 김예훈의 9억 원으로 겨우 버틸 수 있었다. 지금 2천만 원을 가지고 신발 한 켤레를 사기에 정말 아까웠다."예훈아, 우리 그냥 가자. 다른 데 가보자..." 정민아가 어색하게 말했다.정민아의 이런 태도를 보고 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지역 상권에는 명품들이 많아서 이 매장의 서비스가 좋지 않으면 다른 데 가면 되고, 돈이 있는데 신발 한 켤레를 못 살까 봐 걱정할 필요 없다.결국 세 사람이 나가기도 전에, 바로 그때 뒤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기요. 그 신발 좀 신어볼게요!"이 여자는 스물일곱 여덟 살 정도 되는 요염한 여자인데, 지금 바로 정민아 일행이 마음에 들어했던 그 신발을 가리키고 있고 이 요염한 여자 옆에는 대머리에 뚱뚱한 50대 남자가 따라다니고 있었는데 그의 목에 걸친 큰 순금 체인 목걸이가 유난히 눈부시게 했다.지금 이 대머리 남자는 건성으로 요염한 여자를 지켜보고 있었고 잠시 후에 큰돈을 쓰는데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그 남자는 그냥 호구였다!이 광경을 본 점원은 매우 친절하게 말했다. "예쁜 고객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빼어드릴 테니 여기 잠깐 앉아 계세요. 물 한 잔 드릴까요?"앞뒤 태도 차이가 너무 커서 정말 한탄스러웠다.김예훈은 한숨을 쉬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난 3년 동안 그는 이러한 일을 하찮게 여겼고, 사람을 함부로 무시하는 일은 처음 보는 거 아니었다.김예훈은 따지고들 생각은 없었지만 그들이 나가기도 전에 방금 그 점원은 신발을 가져다 그 요염한 여자에게 건네주면서 알랑거렸다. "고객님, 이 신발은 고객님을 위해 준비한 거예요… 어떤 사람처럼 돈도 없으면서 돈이 있는 척하고
그 점원 몇 명은 갑자기 다리가 풀려 바닥에 주저앉았다. 특히 방금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던 그 점원은 벌벌 떨었다. "죄송합니다. 고객님, 죄송합니다…"이럴 때 점장까지 쏜살같이 뛰어나와 굽실거렸다. 이런 고위층 고객들은 물건을 사면은 물론이고 안 사더라도 그들은 찍 소리 한번 못 한다."사과할 필요 없어요. 인센티브는 저분께 지급해 주시면 돼요."김예훈은 방금 전에 줄곧 예의 바르게 응대하던 다른 점원을 가리키며 말했다."네네네!" 그 점장은 계속 고개를 끄덕였고, 김예훈을 비웃었던 점원은 이 순간 얼굴이 하얗게 변했다. 2억 정도 되는 판매액의 인센티브는 적어도 몇 백만 원이 되는 데 자신의 손에서 빠져나갔으며, 게다가 그녀는 이것 때문에 미래의 VIP 고객 한 명에게 제대로 밉보여서 무릎을 꿇고 싶은 심정이었다.바로 이때 원래 구경만 하고 있던 그 요염한 여자가 갑자기 앞으로 나섰다."지금 매장에서 뭐 하는 짓이에요? 그 신발은 내가 고른 건데 왜 저 사람에게 팔아요?그녀는 애초부터 정민아의 미모를 질투했는데, 옆에 있는 궁상맞은 남자가 2억 원의 신발을 사주는 것을 보고 그녀의 기분은 지금 미쳐버릴 지경이다.김예훈은 영문도 모른 채 이 여자를 쳐다보고 상대하기 귀찮았으며 점장에게 말했다. "이따가 이 신발들을 정씨 일가 광고 회사에 보내줘요.""네, 고객님." 점장이 공손하게 대답했다."이 새끼야, 내가 말하는 거 못 들었어? 그 신발은 내가 먼저 본 거야! 네가 뭔데 사가는 거야?"요염한 여자는 불만이 가득 찬 눈을 부릅뜨고 김예훈을 보면서 발버둥을 쳤다."내가 돈이 많아서 그랬겠지?" 김예훈은 진지한 얼굴로 손에 든 카드를 흔들었다."너…" 요염한 여자가 달려들어 뺨 한 대를 날렸다."팍..."뺨 때리는 소리가 났지만 김예훈은 아무렇지도 않았고 오히려 그 요염한 여자가 자신의 오른쪽 볼을 감싸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그 중년의 뚱뚱한 대머리 남자는 얼굴 전체에 식은땀이 흐르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그가 정신 차리고 이 바보 같
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안 지나 장덕수가 심문실로 들어오면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쳐다보았다.“지옥으로 가기 전에 이렇게 큰 비밀을 알려준 거, 김현민과 치고받는 꼴을 보고 싶어서야?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야.”“그런거 아니에요.”김청미의 말투는 담담하기만 했다.“김현민이 저를 버렸는데 굳이 비밀을 간직할 이유는 없잖아요. 선배가 김현민을 죽일 순 없어도 괴롭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장덕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 들어 진주 태산 쪽을 바라보았다.김현민이 김예훈을 건들지 않았더라면 이 많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김현민이 먼저 건드렸고, 김예훈도 진실을 알아버렸으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그런데 김현민은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을 맡을 사람인데 김 회장님이 그의 상대가 될수 있을까?”...용연옥 감옥을 벗어난 김예훈은 밀양 송산 빌라로 향했다.오늘은 추하린과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인수·인계받으러 가기로 했다.한참을 기다렸는데 추하린 대신 불청객 한명이 찾아왔다.김예훈은 보디가드가 건넨 배첩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줘도 된다고 했다.그러고는 마당으로 가 롤스로이스 한대가 세워지기를 기다렸다.“도박왕께서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을 찾으셨을까요.”차 문이 열리는 순간, 사면팔방에서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 수십 명이 나타났다.이어 백발의 노인이 김예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환갑이 넘는 나이었지만 정정한 모습으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겼다.이 사람은 다름아닌 도박왕 허순재였다.“김 회장님, 안녕하세요.”허순재는 김예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처음 보는 도박왕의 모습에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상대방이 찾아온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애써 모른 척하기로 했다.김예훈이 허씨 가문과 관계가 안 좋긴 해도 그렇게 원한이 깊은 관계는 아니었다.최소한 소문으로만 듣던 도박왕 허순재한테는 악한 감정이 없었다.“어제 뵈러 오고 싶었는데 김 회장님께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이 정도로 칼 같다니. 김청미한테 모든 죄를 떠넘겼다고? 진주·밀양 용전을 잃어버렸다고 분풀이하나 보네.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한테는 가장 좋은 선택일 수 있겠지만 김청미한테는 너무나도 잔인한 현실이야.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에서 보호해 줬다면 어쩌면 다시 해 뜰 날을 맞이할지도 모르는데...’“이 모든 것이 불공평하고, 억울하다고 느껴지면 배후자인 김현민을 불어내.”김예훈은 그림과도 같은 김청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네가 증거를 내놓으면 용문당과 용연옥에서 너의 안전을 책임져 줄 거야. 나머지 인생을 해외에서 풍족하게 살 수 있게 해줄게.”“김현민을 불라고?”김청미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현민은 선배랑 만난 적도 없고, 선배를 타깃으로 명령을 내린 적도 없었어. 비록 김현민이 배후자인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모두 의미 없는 일이야. 심지어 내가 혼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볼 수 있지. 김현민이 한 의미심장한 말에 내가 알아서 움직였거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잘못을 인정하려고 오늘 나를 부른 거라면 이 만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봐.”“당연히 의미 있는 일이지. 이렇게 된 이상 난 용연옥을 떠날 수 없어. 나랑 함께 지옥에 갈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 사실 알려줄 것이 있어서 보자고 했어. 김현민이 선배를 짓밟으려고 한 진짜 이유이기도 하지.”김예훈은 김청미더러 계속해서 말해보라고 했다.”“선배와 나를 포함한 전체 경기도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일부분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족보를 봤을 때 우리 모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선배 때문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어르신이 경기도 김씨 가문을 여겨보기 시작했어.”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내가 수장 자리를 빼앗을까 봐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거야?”김청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이 모든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김청미는 이미 하얀 죄수복을 입고 머리를 묶은 채 책을 읽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여느 때와 달리 지적인 느낌이었다.김예훈은 그제야 알고 지내던 익숙한 김청미라는 느낌이 들었다.“장 옥주님은 역시 약속을 지키는 분이시네. 내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선배를 데려온 걸 보면.”김예훈이 나타나자 김청미의 표정은 감정 기복이 심했다.“용연옥 감방장님 외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평생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김예훈은 표정 변화 없이 아무렇지 않게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날 왜 불렀는데? 마음껏 욕하려고? 아니면 내 모습을 기억해 뒀다가 귀신이 되어서까지 내버려두지 않으려고?’김예훈이 말했다.“우리가 혈연관계가 있는 점을 봐서 10분만 줄게. 10분 뒤에 바로 갈 거야. 추하린 씨와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다스리려면 바빠.”진주·밀양 용전을 다스린다는 말에 김청미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정민아, 하은혜, 우현아, 방수아, 추하린 같은 여자한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거 알아. 아무리 그래도 나도 선배라고 불러주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 정도로 냉정할 수 있어?”김예훈이 어깨를 으쓱거렸다.“할수 없지 뭐. 네가 날 한두 번 죽이려고 했어? 그러고도 너를 잘해달라고? 내가 뭐 바보야? 솔직히 말해서 용연옥에 유용한 사람이 아니라면 진작에 목을 졸라 죽여버렸어.”“역시나 김 세자님은 다르네.”김청미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사실 계속 묻고 싶었던 것이 있었어. 선배가 소문으로만 듣던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 맞아?”“네가 보기엔 어떤 것 같은데?”김예훈이 냉랭하게 물었다.“난 잘 모르겠어.”김청미의 표정은 이상하기만 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의하면 김현민이야말로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라고 했어. 곧 대한민국 9대 국방부 총사령관직을 맡게 될 사람이라고 하잖아.”김예훈은 콧방귀를 뀌고 말았다.“무슨 자격으로?”김청미가 담담하게 말했다.“김현민은
추하린은 반짝이는 두눈으로 김서하, 김청미, 김병욱 등을 차례대로 쳐다보았다.자기 능력으로는 진주·밀양 용전을 접수하고 진주·밀양에서 한 획을 긋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 밖에도 자기가 일어서면 추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제일 잘나가는 명문가로 될수있는 기회인 것도 알고 있었다.성공하면 추씨 가문의 일등 공신이고, 실패하면 추씨 가문을 구렁텅이로 빠뜨린 원흉이기도 했다.추씨 가문의 미래가 어떨지는 그녀의 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었다.추하린은 김예훈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최근에 있었던 일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제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요. 저희 아버지는 이 바닥을 벗어나 깊은 산속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어 하셨는데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저희 추씨 가문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는 없잖습니까. 그래서 저도 한번 도전해 보려고요!”김예훈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좋아요. 그러면 지금부터 추하린 씨가 진주·밀양 용전의 전주를 맡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의견 없으시죠?”...밀양 국제공항 사건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밀양 기관에서는 이 사건의 진범이 진두준이라는 공고를 낸 것도 모자라 200억 원을 들여 국제 수배령을 내리기도 했다.용전, 용문당, 홍성에서도 상금을 추가하는 바람에 진두준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수배자가 되고 말았다.진주·밀양 용전은 오늘부로 주인이 바뀌게 되었다.이 사건의 최대책임자인 김청미는 용연욕에 끌려가 심층 심문을 받게 되었다. 나라를 팔아먹은 경황이 있는지 더 확인해 보려는 의도였다.이번 사건으로 용전에서 입은 피해는 어마어마했다....다음 날 아침, 진주 빅토리아 항구 5성급 호텔에서 자고 있던 김예훈은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로비로 내려갔을 때, 오래 기다리고 있던 장덕수를 만나게 되었다.“어르신.”김예훈은 용연옥 옥주인 장덕수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컸다.어제저녁 용인주, 하은우, 박인철 등은 급한 사정이 있어 밤을
“김 회장님께서 진주와 밀양의 중요성을 알고 계신다면 외부인은 관리하기 어려운 곳인 것도 아실 텐데요? 진주·밀양 용전의 독자적 운영과 고위층 퇴임은 약속드릴 수 있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그 관리자가 진주·밀양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김 회장님께서 약속하신다면 저 또한 약속을 지켜드리죠. 하지만 김 회장님께서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없었던 일로 합시다. 용문당에서는 저희 용전에 복수하고 싶으신 대로 하셔도 좋습니다.”늘 우아함을 지키고 있던 김서하는 순간 자기편을 들어주는 성격이 드러나고 말았다.보여주는 태도를 봐도 어느정도 선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보였다.김서하의 뜻을 알아차린 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진주와 밀양은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었다.용의 부대, 용연옥, 용전과 용문당 간의 단결을 위해 대가를 치르겠다고 해도 모자랄판에 이런 재미있는 요구를 내놓을 줄 몰랐다.진주·밀양 상류인사 중에서 용전을 진압할 만한 사람 중에 상대하기 쉬운 사람은 없었다.대부분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사람이거나 그 가문과 밀접히 연관된 사람이었다.간단히 말해서 김예훈이 김서하의 요구를 들어주면 그 누구를 관리자로 선택하든 진주·밀양 용전은 안동 김씨 가문의 손에 들어갈 것이 뻔했다.김서하는 양보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태도를 강경하게 보여주었다.이에 용인주, 장덕수 등은 하나같이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잘 따져보면 김예훈이 직접 진주·밀양 용전의 수장을 맡기에는 어려웠다.외부인으로서는 진주·밀양에 발붙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어디 가서 적합한 후보자를 찾지?’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김서하를 향해 피식 웃었다.“사모님께서 제 조건을 들어주신다는데 제가 어떻게 사모님 조건을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후보자를 용전에서 직접 뽑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김서하가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히 김 회장님께서 직접 뽑는 거죠.”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청미, 김병욱과 곽영현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제가 마침 소식을 듣고 진주로 왔기 다행이지 하마터면 용문당의 기둥인 김 회장님이 용전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런 유사한 사건이 얼마나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알수 없어요. 용전은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하는 거지, 누군가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용전도 새로운 모습을 보일 때가 되었다고요.”김청미가 죄를 인정하면서 용인주, 장덕수, 하은우는 하나둘씩 용전에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용문당, 용연옥, 용의 부대의 절대다수의 힘은 국내에 있었기 때문에 서로 감시하고, 서로 다툼없이 평화롭게 지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질 리가 없었다.하지만 대외적인 업무를 맡은 용전은 최근 몇 년 동안 놀라운 발전을 보였기 때문에 차마 간섭할 방법이 없었다.오늘 이 사건을 빌미로 용전을 대대적으로 수색하자는 것도 어쩌면 대한민국 고위층의 뜻일 수도 있었다.김서하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태양혈을 어루만지고 있었다.그녀는 각 대표들의 발언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여러분, 김청미 씨가 잘못한 것도 사실이고, 용전도 책임을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다들 정의로운 척하지 말고 뭘 원하시는지 한번 말씀해 보시죠?”장덕수와 하은우가 힐끔 쳐다보자 용인주가 말했다.“저는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별로 바라는 것도 없습니다. 김 회장님께 물어보시는 건 어떨까요?”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용인주를 힐끔 쳐다보았다.‘내가 이 기회를 빌어 용전을 손봐주고 싶어 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김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김 회장님께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가요? 혹은 저희가 어떻게 보상해 드리면 좋을까요?”김예훈이 김서하를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부족한 것이 없어서 보상은 필요 없습니다. 괜히 정의로운 척하기도 싫고요. 용전이 대외적으로 어떤 업무를 보고 있는지는 몰라도 오늘부로 진주·밀양 용전은 용전 본부에서 계속 관리할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하고, 모든 고위직은 자리에서
‘큰 죄를 지었습니다?’간단하기 그지없는 말에 용의 부대, 용연옥, 용전, 용문당 대표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김예훈마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힐끔 쳐다볼 정도였다.사실 그녀가 쉽게 잘못을 인정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김씨 가문 사걸 중에세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이렇게 쉽게 잘못을 인정하다니.’“김예훈 씨는 경기도에 있을 때 저희 김씨 가문을 풍비박산 내버리고 진주까지 쫓아냈기 때문에 죽도록 미웠습니다. 그래서 진주에 오고부터 계속 계획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성남에서 부산까지, 모두 저의 계획대로였죠. 김예훈 씨는 결국 제가 함정을 파놓은 진주와 밀양에 올 수밖에 없었어요. 두 번이나 암살 작전에 나선 킬러 역시 저였고요. 그런데 운이 얼마나 좋은지 전부 다 비켜 가더라고요.”김청미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밀양 국제공항 사건이 너무 크게 벌어진 바람에 생각을 바꾸게 되었어요. 그것은 바로 공권력을 남용하여 김예훈 씨를 짓밟아 버리는 것이었어요. 1부터 100까지 전부 다 짜놓은 판에 발만 내디디면 총살감이었어요. 그런데 용문당 당주님께서 직접 진주에 와서 4자 대면까지 진행할 정도로 김예훈 씨를 아낄 줄 몰랐어요. 그리고 임현우 저 자식도 돈 받고 저를 배신할 줄 몰랐고요.”김청미는 씁쓸한 표정이었다.“정말 세상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나 보네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요. 제가 용전을 먹칠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떠안겠습니다.”김예훈은 김청미를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다. 도도하기만 하던 그녀가 갑자기 모든 책임을 떠안겠다고 해서 수상한 느낌이었다.김청미의 신분과 힘으로는 일을 이렇게 크게 벌였을 리가 없었다.간단히 말해서 뒤에 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김청미가 나서서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 뒤에 있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김청미 씨, 당신은 진주·밀양 용전 서열 2위로써 공권력을 남용한 것도 모자라 용문당 김 회장님까지 모함하려고 했어요. 용전을 먹칠한 것도 모자라
이때, 또 장덕수의 손짓 하나에 용연옥 사람들이 무리 지어 혈액검사 진행하러 나섰다.이렇게 된 이상 이미 김예훈이 억울하다는 것과, 김청미 등이 김예훈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김청미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그녀는 일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전개될 줄 몰랐다.다른 말로 김예훈이 용전에 들어선 순간부터 컨트롤할 수 없는 국면에 빠졌다고 볼 수 있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차가운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다행히 너무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퍽!문이 열리고, 용연옥 사람들이 걸어들어와 상황을 보고했다.“R 국에 연락해서 임현우 씨의 통장에 40조 원이 들어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돈세탁의 방식으로 입금되긴 했지만 송금한 자가 진두준 씨가 맞았습니다. 그리고 혈액도 검사해 보았는데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었고, 최면을 통해 사람의 행동과 의지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오늘 점심 12시쯤, 진두준 씨가 리카 제국 어둠의 성으로 간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홍성에 있던 50kg의 황금과 함께 사라진 것을 보면 진두준 씨의 짓인 것이 확실합니다. 홍성에서 이 사실을 알고 지명 수배령을 내렸고, 어떻게든 진두준 씨를 잡아 와 여러분께 해명해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황금 삼각지대 쪽에도 확인해 보았는데 진두준이 그 깡패들을 고용한 것이 틀림없었습니다.”용연옥 전문 인사들은 각종 자료를 가져와 사람들한테 보여주었다.사실 임현우가 한 말이 모두 다 사실이었기 때문에 사건이 이미 종결된 거나 마찬가지였다.김서하가 냉랭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말했다.“증거도 확실한 상황에서 진두준 씨가 이 일을 꾸민 것이 맞네요. 저는 용전의 전주로서 아랫사람을 잘 관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여러분께 꼭 제대로 된 해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용전에서는 상금 2천억 원을 걸고 국제 수배령을 내려 꼭 진두준 씨를 잡아 오도록 하겠습니다.”용전 정예부대는 안색이 안 좋긴 했지만 그녀의 명령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김서하를 포함한 사람들의 표정은 순간 일그러지고 말았다.이들은 하나같이 매서운 눈빛으로 김청미를 쳐다보고 있었다.만약 임현우가 한 말이 맞는다면 진두준의 동기가 불순하고 김청미의 심보가 고약한 것이 된다.심지어 이 사건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차기 수장인 김현민과 연관되어 있을수도 있었다.김청미는 결국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제 발 저려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만 봐도 임현우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추하린과 추문성은 이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추씨 가문이 다른 사람한테 이용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이 사건은 저희 용연옥에서 전적으로 책임질 것이니 용의 부대, 용전, 용문당에서는 감독을 해주십시오.”장덕수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바로 이때, 그의 손짓하나에 몇십 명의 용연옥 정예부대가 달려 들어왔다.용의 부대, 용전, 용문당에서도 각각 감독자를 선정했다.용전과 용문당은 이 일에 나서기 적합하지 않았고, 용의 부대는 이 부분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용연옥에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적합했다.김예훈은 이 모든 것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임현우를 쳐다보았다.“어차피 임 도련님께서 하신 말씀이 진짜인지 아닌지 곧 밝혀질 건데 이참에 김청미 씨가 당신을 어떻게 이 사건에 끌어들였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사실대로 말씀하시면 저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일은 없던 거로 해드리겠습니다.”용인주 역시 담담하게 말했다.“김 회장님의 억울함만 풀어주신다면 용문당에서도 책임을 묻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까 약속드렸던 부분도 유효하고요.”김청미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임현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청미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서 저는 특수한 신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식으로 자리를 물려받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은 후계자일 뿐이고요. 이번에 이곳으로 온 목적은 자리를 물려받기 위해 제 실력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희망호와 자금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