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회사의 주소와 정민아의 신발 사이즈를 남긴 후에 김예훈 일행은 매장을 떠났고, 감히 몸을 일으키지 못하는 점원과 경외의 표정을 지닌 고객들을 남겨두었다.이 사람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이렇게 겸손하고 무서울까.밖으로 나가자 정민아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예훈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어떻게 돈이 그렇게 많아? 그리고 방금 그 사람은 어떻게 된 거야? 왜 자기 은행카드를 보고 그렇게 벌벌 떨어?”조이영은 김예훈을 위아래로 쳐다보면서 이 문제를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잠도 못 잘 것 같았다.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은행 카드는 내 거 아니라 동창 거고 그냥 월급 가불한다 치고 긁었어. 걱정 마. 내 월급이 꽤 세거든.""왜 카드를 보고 놀랐는지는 아마 내 동창의 신분이 보통이 아닌가 봐?""그렇구나!"정민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김예훈에게 9억을 빌려주고 포르쉐를 구입하는 일까지 그에게 맡기고 은행 카드도 마음대로 2억을 긁을 수 있는 것을 보면 김예훈의 동창이 보통 신분은 아닌 것 같았다.한쪽의 조이영도 이 말을 듣고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그는 김예훈 이놈이 재기한 줄 알았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궁금해서 물었다. "예훈아, 동창이 무슨 일하는 사람이야?""투자하는 사람일 거야. 무슨 문제 있어?"김예훈은 이 가만히 있지 못하는 친구가 또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보기에 너의 동창이 돈도 많고 신분도 있는 것 같은데 싱글인지 모르겠네. 혹시 싱글이라면우리에게 소개해 줄 수 있어?"조이영도 전혀 머뭇거리지 않고 뻔뻔하게 물었다. 아무튼 그녀의 목표는 재벌집에 시집가는 것이라서 전에는 YE 투자 회사의 대표를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김예훈의 동창이 이렇게 돈이 많은 걸 보고 또 마음이 많이 설레고 있다.김예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관자놀이를 주무르면서 말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너 전에 YE 투자 회사에 가서 대표님의 책상을 닦아주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어? 왜 지금
"민아야, 졸업 이후로 못 봤지." 강문탁은 정민아를 바라보며 눈빛이 매우 뜨거워 보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너라면 내가 무조건 방법을 찾아내야지. 잠깐 기다려...""참, 이분은…."강문탁은 김예훈을 보고 의문이 생겼다. 이 남자는 길바닥에서 산 옷을 입고 아무리 봐도 궁상인데 어떻게 정민아 일행을 따라왔지? 혹시 집에 일꾼인가?조이영은 가볍게 웃으며 속삭였다. "우리 강문탁 도련님은 정말로 외국에 나간 지 너무 오래되어 우리 같은 옛 동창들의 소식을 모르고 있었네. 이분이 바로 민아의 그 데릴 남편이고 민아와 결혼한 지 3년이 되었는데, 손가락 하나 건드리지 않아서….""어? 당신이 정씨 일가의 데릴 사위였군요. 그 소문의 바보 머저리 같은 놈!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강문탁은 크게 웃었다. "그런데 당신 같은 사람은 여기서 반가워하지 않아요. 그냥 가세요. 여기는 당신이 올 곳이 아니에요."김예훈은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차갑게 말했다. "한 식당 매니저가 듣기 좋게 말하면 매니저이고 나쁘게 말하면 그냥 식당에서 서빙하는 사람인데 방을 구하기 힘들면 얘기해요. 핑계 대지 말고요."김예훈은 정말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이 미자이 식당은 YE 투자 회사에서도 지분을 가지고 있으며 김예훈이 며칠 전에 서류를 본 적이 있는데 이곳은 예약제를 시행하고 규정이 엄청 까다로워서 매니저는 물론, 이 식당의 점장조차도 감히 방을 내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당신… 거기서 딱 기다려요. 내가 지금 가서 방을 마련할 테니까요."한 데릴사위가 감히 자신을 경멸하는 말을 듣고 강문탁은 벌컥 화를 내더니 오늘 내가 방 하나 마련하지 못할까 봐. 두고 보자.강문탁이 들어간 후 조이영은 눈을 부릅뜨고 김예훈을 무섭게 노려보면서 말했다. "김예훈, 여기서 방 하나 예약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 보름 전에 예약해도 안 될 수 있거든. 내가 호의로 너를 데리고 와서 대단한 거 보여주려고 했는데, 감히 강문탁을 건드려. 이따가 방을 구하지 못하면
"……" 강문탁은 침묵에 잠겼다. 그는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얼굴이 아직 부어 있는데, 어떻게 식당의 관례를 깨뜨릴 수 있었을까?하지만 그의 앞에 대학시절의 여신 정민아가 있는데, 정민아는 그가 도와줬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그는 설명하지 않고 이 해프닝을 아름다운 오해로 받아들이기로 했다."여신들, 이쪽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이번에는 저희 미자이 식당에서 가장 큰 VIP 룸을 마련해 드렸으니 데릴사위는 들어오지 않는 게 좋겠네요. 이곳은 당신이 감당할 수 있는 아니에요.” 강문탁은 싱긋 웃으며 품위 있게 입을 열었다.김예훈은 강문탁을 힐끗 쳐다보고는 차갑게 말했다. "강씨, 그 방을 당신이 구한 거 확실해요?""내가 아니면 설마 너 같은 촌놈이겠어?" 강문탁이 냉소하면서 말했다."예훈아!" 정민아는 옆에서 진지하게 말했다. "강 매니저가 호의로 방을 구해줬으니 너도 함부로 말하지 마… 그리고 강문탁, 우리 오랜 동창이고 또 네가 우리를 위해 방을 마련해 줘서 너무 고마운데 예훈이는 내 남편이야. 예훈이 들어갈 수 없다면 나도 안 들어갈 거야."강문탁은 멍해 있다가 금방 웃으면서 품위 있게 말했다. "민아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그냥 농담한 거야!"김예훈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이건 분명히 자신이 해결한 건데 밝힐 수가 없었다.룸에 도착하자 세상 물정을 좀 안다는 정민아와 조이영도 이 순간에 조금 놀랐다. 이 룸은 너무 럭셔리했고 곳곳에 정교한 목조들로 장식되어 있고 심지어 룸의 가장 안쪽에 인공 폭포도 있고, 그리고 거대한 테이블은 최소 20명이 식사를 할 수 있다. 전에 강문탁이 그녀들을 위해 룸을 마련해 준다고 했을 때 그냥 평범한 룸인 줄로만 알았지 이런 룸인 줄 절대 생각지도 못했다.강문탁은 지금 만족스러운 얼굴로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메뉴를 내놓기도 전에 종업원들이 마치 생산 라인처럼 맛있는 음식을 서빙하기 시작했다. 음식의 플레이팅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색, 향, 맛 모두 완벽했다.강문탁의 얼굴에 웃음이 약간 굳어 있었
강문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임 대표는 이미 VIP 룸 입구에 가서 문을 세게 밀었다. 그다음 순간 그의 눈빛은 정민아에게 고정되었고 탐 내기 시작했다. 그는 손을 뻗어 자신의 머리카락을 정리하고 스스로 멋있다고 생각하는 포즈를 취하고 나서 옆에 따라온 수행원을 보았다.그의 졸개도 머리가 좋은 사람이라 이때 품위 있게 문을 두드리고 정민아 앞에 다가가서 가볍게 기침 한 번하고 말했다. "아가씨, 안녕하세요…""네? 무슨 일 있어요?"정민아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한창 음식을 즐겁게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룸에 들어왔을까?정민아의 아름다운 얼굴을 봤을 때 졸개도 탐냈다. 대표님은 참 운이 좋은 분이시다. 이따가 그의 옆에서 혹시 같이 덕을 볼 수 없을까?그 생각에 그의 눈빛은 자기도 모르게 찌질해졌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임무를 기억하고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 "무슨 일이냐면요. 이 룸은 원래 우리 임 대표님이 예약하신 건데 아가씨들이 마음에 든다면 얼마든지 써도 됩니다. 하지만 우리 임 대표님이 아가씨랑 술 한잔하고 싶어 하시는데 괜찮으실지 모르겠네요."말하는 동안, 그는 몸을 옆으로 기울여 뒤에 있는 임 대표님의 모습을 보게 했다."당신들이 예약했다고요?" 정민아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무의식적으로 졸개의 움직임에 따라 룸 입구를 보았다. 강문탁의 앞에는 슬림한 양복을 입은 20대 되는 경박하게 단장한 남자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젊고, 잘 생겼고, 돈도 좀 있는 것 같고, 카리스마는 부족하지만 졸부라는 두 글자를 조금 감추어서 이마에 직접 새기지는 않았다.지금 이 임 대표는 BMW 차 키를 손에 쥐고, 품위 있는 얼굴로 정민아를 바라보고 있으며 반드시 이 여자의 마음을 얻겠다는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사실 그의 경험에 따르면, 그가 BMW 차 키를 딱 보여주면, 그를 거절할 여자는 정말 몇 명 안 됐다.안타깝지만 정민아 자신은 포르쉐를 몰고 다니는데 BMW에 대해 정말 관심이 없고, 정씨 일가는 비
그는 카리스마는 따라가지 못하지만 위풍당당했고 얼굴에는 무조건 성공하겠다는 기세가 보였다.지금 이 시간에 식당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으며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누군가가 임중호를 알아보았다."임중호, 임 대표님이시네요. 임 대표님이 또 여자애를 꼬시려고요. 매번 이렇게 패기 넘치시네요!""하하, 당신들이 모를지도 몰라. 이 대표님은 상권에서 사냥을 즐겨요. 임 대표님 말대로라면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 여자가 없거든요!""지난번에 그 어린 인플루언서도 대단한 사람이었잖아요? 결국 임 대표님이 2억 정도 써서 그 여자애를 꼬셨고 심지어 그 어린 인플루언서는 무릎을 꿇고 아빠라고 부르지 않았나요?”"내가 봤을 때 역시 졸개라는 그 사람이 운이 좋아요. 매번 임 대표님이 사냥하면 그도 같이 얻어먹고! 남은 밥이라도 부럽네요!”"오늘 또 재밌는 구경거리가 생겼네!”"그런데 오늘 이 여자는 정말 예쁘네요! 그야말로 나의 이상형이야. 안 되겠어. 나도 영웅처럼 미인을 구하고 싶네요!""됐어. 당신 같은 사람, 이따가 임 대표님에게 뺨 맞으려고..."분명히 지금 식당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임중호를 알고 있으며 그들은 의견이 분분했고 하나같이 이 혼란스러운 구경거리에 신났다.그 졸개도 지금 옹졸한 표정을 짓고 임 대표님이 직접 나섰는데 이 계집애가 순순히 따르지 않을까?그러나 강문탁은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으며 그는 임중호를 건드릴 수 없고, 지금 그는 김예훈이망신을 당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래야 그가 영웅이 되어 미인을 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정민아는 눈썹을 약간 찌푸렸지만 임중호를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김예훈에게 조금 실망했다.방금 전에 이 데릴사위인 남편에게 인상이 조금 바뀌었는데 그는 또 그녀를 실망시켰다. 누군가자기 아내를 희롱하는 거 못 본 건가? 그는 아직도 거기에 앉아서 음식을 먹고 있고 며칠 굶은 사람 같았다. 아무래도 이혼하는 게 맞을 것이다."예쁜 아가씨, 안녕하세요. 임중호라고 합니다.”임중호는 정민아의
"팍."이때 옆에서 한 손이 불쑥 튀어나와 바로 임중호의 손을 때렸다. 방금 음식을 먹던 김예훈이 벌떡 일어나 정민아의 앞을 가로막고 돌아서서 임중호를 싸늘하게 바라보았다.김예훈의 행동을 보고 정민아는 마음속으로 조금 기뻤지만, 김예훈은 그냥 상대방의 손을 때릴 뿐 다른 반응이 없으니 그녀는 오히려 약간 실망했다."어머? 멍청한 남편도 성깔이 있네요? 거지 같은 놈한테 맞았는데 안 좋은 일 생기는지 모르겠네. 진짜 재수없네!"임중호는 손을 흔들며 웃는 것 같기도, 웃지도 않는 것 같기도 한 표정이었다.옆에 있던 졸개가 분노하며 소리를 질렀다. "이 새끼야, 어디서 굴러 나온 거면 어디로 꺼져. 감히 임 대표님을 건드려? 나한테 죽고 싶어!""야야야, 우리는 교양이 있는 사람인데 이런 식으로 하지 마. 너 깡패야?"임중호는 졸개를 노려보고 나서 오른손을 내밀어 김예훈의 얼굴을 두 번 가볍게 두드리고 웃으면서 말했다. "저기요. 나 네 여자가 마음에 들거든. 볼일이 없으면 지금 당장 꺼져. 내가 기분이 좋을 때 꺼지는 게 당신한테 좋을 거야..."말하는 동안, 그는 자신의 지갑을 꺼내 안에서 지폐 한 묶음을 꺼내 김예훈의 앞에서 들고, 그다음 손을 놓자 수십 장의 지폐가 바람에 흩날렸다."왔네! 왔어! 또 임 대표님의 지폐 쇼 타임! 이 남자가 몇 번이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네!?""전에 어떤 남자가 돈 때문에 기절해서 자기 여자한테 임 대표님이랑 하룻밤 자라고 직접 타일렀어. 하하하!"김예훈은 눈앞의 이 광경을 보면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모처럼 오늘 정민아가 쇼핑하러 오자고 해서 두 사람이 정을 좀 키울 수도 있었는데, 결국 멍청한 놈들만 만났다….김예훈은 연거푸 감탄했지만, 임중호는 그가 두려워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계속 말했다. "이렇게 예쁜 여자, 너 지킬 수 없어. 이럴 때 너도 눈치가 있어야 돼. 알아?"말하는 동안, 그는 가지고 있던 BMW 차 키를 다시 돌리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졸개도 지금 경멸하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고
"결과? 이 새끼가 머리가 잘 못 됐나? 나 정말 알고 싶네. 그 어떤 결과가 있을 건지…" 임중호는 괴상야릇한 표정으로 냉소하며 손을 뻗어 김예훈 뒤에 있는 정민아를 끌어당기려고 했다."팍."결국 이번에는 그가 손을 내미는 순간 김예훈의 오른손이 벌써 그의 멱살을 잡고 그의 머리를 식탁에 대고 내리쳤다.큰 소리와 함께 임중호의 머리가 식탁에 부딪혔고, 코와 입에서 동시에 피가 튀어나왔다.하지만 김예훈은 멈출 생각이 없었고, 그의 머리를 잡고 여러 번이나 다시 세게 내리쳤다."팍팍팍..."마지막 한 대를 내리칠 때 책상 위의 강화유리가 이미 깨졌고 임중호는 피투성이가 되어 얼굴이아주 흉악했다."아..."룸 밖에서 어떤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남자들도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정민아는 충격적인 얼굴로 이 장면을 지켜봤지만, 그녀는 눈앞에 피범벅이 된 장면 때문에 충격받은 것이 아니고, 대가족의 일원으로서 이 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 지금 그녀가 충격을 받은 것은 누군가가 그녀를 희롱하고 모욕했다고 해서 김예훈이 이렇게 심하게 사람을 때린다고? 그것도 이 고급 장소에서 거리낌 없이.이 순간, 김예훈에 대한 불만과 실망이 모두 사라졌다. 처음으로 그녀는 든든함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이혼 같은 생각은 아예 까맣게 잊어버렸다. 왜냐하면 그녀는 자신이 여태까지 바보 같았던 데릴사위 남편이 이렇게 패기 넘치는 면이 있을 줄은 몰랐다.조이영 역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으며 김예훈 같은 남자는 처음 봤다.강문탁은 마치 상상도 할 수 없는 얼굴로 불가능한 일을 본 것처럼, 속으로는 김예훈이 끝장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하지만 그다음 순간 김예훈은 임중호의 아랫배를 발로 걷어차며 차갑게 말했다.”꺼져!”임중호는 비명을 지르며 4~5미터를 날아가 룸 구석에 있는 인공폭포 밑에 부딪혀서 아수라장이었다.룸 안팎의 사람들은 모두 넋이 나간 듯 김예훈을 보고 멍해 있었다.
임중호의 건달 같은 모습은 딱 봐도 불법 조직에 일하다가 신분 세탁한지 얼마 안 됐다. 이런 사람은 돈이 있는 사람도 그를 건드리지 않는데 보기만 해도 궁상인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그를 건드렸을까?"이 새끼야! 네가 감히 나를 때려! 내가 경고하는 데! 너 죽었어!”임중호는 얼굴을 가리고 일어나 흉악해 보였다.”너 죽었어!”그의 졸개가 재빨리 전화번호를 눌렀고, 잠시 후 식당에 덩치 큰 경비원 몇 명이 도착했다.임중호는 원래 보안 회사로 시작했는데, 그냥 말해서 불법 조직이고 보호비를 받아먹는 것이다. 이 백화점의 보안은 바로 그가 책임지고 있으며 이때 경비원 몇 명을 부르는 것은 일도 아니다.김예훈은 경비원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손을 털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지금 기회를 줄 테니까 내 아내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고 용서를 빌어. 그렇지 않으면 오늘 너를 그냥 죽여버릴 거야..."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서로를 쳐다보았고 이 가난뱅이의 말투가 정말 대담하네? 임중호 대표님에게 직접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잠에서 덜 깬 건가? 설마 그다음에 무릎을 꿇어야 할 사람이 바로 자신이라는 것을 모르는 걸까?그는 좀 싸움을 잘하는 거 같지만, 문제는 혼자서도 그 많은 경비원을 이길 수 있을까? 게다가 임중호 대표님은 돈도 많고 권력도 있어서 너 하나를 죽여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할 수 있다."네가 뭔데!"옆에 있던 졸개가 날뛰었다.“가난뱅이 주제에 무슨 자격으로 임 대표님을 도전해? 임 대표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우리 임 대표님이 운영하는 보안 회사는 YE 투자 회사가 투자한 거야! 너 같은 촌놈이 YE 투자 회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YE 투자 회사! 경기도 제일 명문대가 YE 가문의 회사! 이것은 우리 임 대표님의 배후에는 YE 가문! 이런 인물을 너 같은 촌놈이 모욕할 수 있는 거야?""이 새끼야! 죽음을 어떻게 쓰는지도 모르지?"지금 이 순간 졸개는 엄청 화가 났다. 자기네 대표님은 상류사회의 인물인데, 이 촌놈과 가난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