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발버둥 치고 있는 복률의 모습과 추악한 얼굴을 하고 있는 복씨 가문의 사람들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가 참지 못하고 차갑게 웃었다. “재미있군, 당신들이 패배를 인정하는 것도, 용서를 구하는 것도...”“이 모든 게 다 내 신분 때문이겠지...”“만약 내 신분이 아니었다면 당신들이 이곳에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겠나?”“그럴 리가 없지!”김예훈은 앞으로 걸어가 발로 복률을 걷어찼다. “퍽”하는 소리와 함께 복씨 가문의 마지막 자존심이 무너져 버렸고 복률의 무릎은 그대로 깨져버렸다. 복률은 아무리 달갑지 않고 싫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철저히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김예훈은 차갑게 말했다. “복률, 복현, 윤수인, 왕명호, 여성택...”“당장 고개를 들어...”꼿꼿하게 있던 복률을 포함해 이름이 불린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잔뜩 긴장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게 뭘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이건 염라대왕이 곧 죽을 자의 이름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김예훈 앞에서 그들은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당신들이 문호를 밀어 죽게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어.”김예훈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아니… 난…” 부인하려던 복현은 김예훈과 눈이 마주치자 몸을 벌벌 떨었다.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희가… 저희가 그런 겁니다…”다른 사람들은 입도 뻥긋하지 못하고 창백한 얼굴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상황에서는 부인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그래, 죄를 인정했으니 문호의 묘 앞에서 7일 동안 무릎을 꿇고 있어!”김예훈의 목소리는 극도로 차가웠다.박인철은 앞으로 걸어가 모든 사람을 남문호의 묘 앞으로 끌고 갔다.김예훈은 남문호의 묘를 쳐다보면서 웃었다. “문호야, 널 죽인 인간들을 내가 모조리 잡아 왔어. 네 앞에서 무릎 꿇고 용서를 빌게 할 거야!”“널 배신한 인간들은 죽고 싶을 만큼 고통받게 해주겠어!”남혁수
김예훈의 싸늘한 시선이 이일도 등 사람들에게로 향했다.이일도 같이 지하 세계의 거물들은 늘 높은 지위에 있었고 보통 사람들은 전혀 안중에도 없었다.하지만 평소에 아무리 자신만만하고 오만해도 지금은 다 소용이 없었다. 김예훈의 차가운 시선을 느낀 이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려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들 같은 사람들의 목숨은 김예훈의 말 한마디로 날아갈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던 김예훈은 입을 열었다. “죽을죄는 면했지만 처벌은 받아야지!”“비록 내 친구의 죽음이 당신들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말이야!”“하지만 당신들은 내 친구를 방해했어. 문호의 묘 앞에서 3일 동안 무릎을 꿇고 있어!”“네, 알겠습니다!” 이일도는 벌벌 떨면서 첫 번째로 대답했다. “다들 여기 와서 무릎 꿇어! 절대 일어서면 안 돼!”이일도의 명령과 함께 건달들은 재빨리 남문호의 묘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었다. 이 순간, 이일도가 김예훈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한 채 낮은 목소리로 아부했다.“세자님, 앞으로 이곳에 묘소를 하나 건설할 것입니다. 저희가 사람을 보내 남문호 씨의 묘를 지키겠습니다. 앞으로는 그 누구도 남문호 씨를 방해하지 못할 겁니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그 제안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가 소홀히 한 점에 대해 이일도가 챙길 줄은 몰랐다. 보아하니 눈치는 있는 사람인 것 같다. 성남 지하 세계의 일인자 자리까지 오르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듯했다.그를 무시하고 김예훈은 당도 부대의 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수고했어요!”“세자님을 위해 헌신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세자님, 천하무적입니다!”총성 없는 전쟁이 마침내 이 순간에 막을 내렸다.복씨 가문의 사람들은 감히 입을 함부로 놀리지 못했고 건달들한테도 함구령이 떨어졌다.아마 복씨 가문이 이곳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쯤, 사람들이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김예훈이 자리를 뜨려고 할 때, 무릎이 깨진 복률이 갑자기 고개를
“김병욱은 화가 잔뜩 나서 날 찾아왔었어. 그의 목적은 아주 간단했어. 당신이 다시는 성남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었지.”김예훈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왜 복씨 가문에서 남문호을 죽였는지.사실 남문호가 성남에 있던 건 김씨 가문한테는 좋은 일이었다. 최소한 그를 통해 김예훈의 행방을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하지만 복씨 가문에서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단호하게 남문호를 처리했다. 이게 다 김병욱 때문이었다.다시 말해 동영상 속에서 어렴풋이 보이는 그림자 중에 우두머리는 김병욱이라는 뜻이다. 그럼 김청미와 그 쌍둥이들은, 이 일에 개입하였을까?김예훈의 표정을 보고 복률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 복씨 가문이 만약 야망이 없었더라면 김병욱도 우리를 통제할 수 없었겠지…”“애석하게도 내가 욕심에 눈이 멀어 복씨 가문의 실력을 제대로 깨닫지 못했어.”“남문호를 죽인 게 잘못이 아니라 내 능력을 제대로 알지 못한 게 잘못이지.”복률은 천천히 말했다. “김세자, 예로부터 패배자는 할 말이 없다고 했어. 오늘 내가 진 건 억울하지 않아!”얼굴이 차갑게 변한 김예훈은 자리를 떴다. …얼마 후, 정씨 일가 쪽. 하도 울어서 눈물이 마른 정민아는 울다가 지쳐 세 번이나 쓰러졌다. 정군은 정동철한테 전화를 걸어 상황에 대해 물었다. 이 일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던 정동철은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 그쪽 상황은 이미 다 끝났다고 하던데.”“근데 나오는 사람이 없대! 김예훈을 본 사람도 없고, 아마도 데릴사위가 죽은 것 같아!”정민아가 김세자의 숨겨둔 여인이라고 소문이 나서 정동철은 그녀의 많이 걱정하고 있었다. 김예훈에 대해 말을 하고 그가 또 물었다. “민아는 좀 어때?”“아버지, 민아는 이미 세 번이나 정신을 잃었습니다...” 정군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동철은 화를 벌컥 냈다. “도대체 얘를 어떻게 위로했길래? 잘 좀 위로해 줘!”“김예훈이 죽은 건 좋은 일이라고 전해!”“그래야 다른 집안으로
밤이 되어서도 김예훈은 돌아오지 않았다.정민아는 또다시 정신을 잃었지만 결국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정동철은 특별히 큰 파티를 열었다. 말로는 김예훈을 추모하는 자리라고 하지만 사실은 축하 파티였다.정씨 일가는 드디어 이 데릴사위를 따돌리게 되었다.정민아는 얼떨결에 정군과 임은숙을 따라 파티 현장으로 왔다. 반면, 정소현은 자신을 방 안에 가두고 누가 뭐라 해도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그녀는 거의 실명할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정진별장.정동철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잔을 들었다.“첫째, 정민아가 정씨 일가의 신분을 회복한 걸 축하한다!”“둘째, 정민아가 자유의 신분으로 드디어 그자한테서 벗어난 걸 축하한다.”“셋째, 앞으로 정민아가 계속하여 백운 그룹의 대표를 하는 것을 지지한다. 어차피 우리 정씨 일가의 사업이니 다들 많이 응원해 주거라!”정동철은 기분이 정말 좋았다. 김예훈이 죽었고 정민아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어떻게 계속해서 대표를 맡을 수 있겠는가?결국은 이 모든 게 그의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게 될 것이다!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잔을 들고 환하게 웃었다. 명절 연회에서도 이렇게 웃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 지금 크게 웃고 있다.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의 안색은 계속 변했다. 억지로 웃는 것처럼 그들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다.똑똑한 사람들이니 김예훈이 죽으면 가문에서 자기들의 위치가 바뀔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정동철의 태도를 보고 그들은 이 가문에서 그들의 위치는 전혀 변한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하지만 뭐라 할 수 있겠는가? 어차피 김예훈은 이미 죽었고 죽은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인데!정민아는 혼이 빠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있었다.파티를 즐기던 정동철은 정민아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 . “민아야, 그 찌질한 놈이 죽었으니 넌 이제 다른 집안으로 시집갈 수 있게 되었어!”“성남은 인재들이 많은 곳이야. 네가 마음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할아버지한
“내가 귀신 같아?” 김예훈은 로비로 들어와서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지용을 향해 걸어갔다. 정지용은 부들부들 떨면서 손을 뻗어 김예훈의 손을 만졌다. 이내 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따뜻해. 정말 살아있었던 거야? 이럴 리가 없는데 ?”김예훈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보니 내가 죽기를 바랐구나!”“엉? 아니야!” 정지용은 무의식적으로 부인했다. 왠지 모르게 지금 이 순간의 김예훈은 조금 두려웠다. “예훈 씨!” 바로 이때 정신을 차린 정민아가 달려와서 김예훈을 꼬옥 끌어안았다. 김예훈도 그녀를 끌어안았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걱정시켜서 미안해. 일찍 돌아왔어야 했는데…”“아니야, 당신이 돌아온 것만으로도 난 만족해…”두 사람의 훈훈한 광경을 목격한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싫은 표정을 지었다. 부들부들 떨고 있던 정동철이 평정심을 되찾고 의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그럴 리가 없는데! 복씨 가문과 이일도가 널 그냥 살려둘 리가 없는데 말이야!”“그러니까! 복씨 가문에서 너한테 손을 썼는데 네가 살아 돌아온다고?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야!”“넌 이미 죽었어야 하는 건데!”김예훈의 품 안에 있던 정민아마저도 의아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게, 예훈 씨 어떻게 된 일인지 얼른 설명해 봐.” 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진작에 얘기했잖아. 해결할 수 있다고.”“친구가 있는데 3년 전에 복씨 가문에 의해 살해당했어. 그 친구의 부모님이 아주 대단한 분들이셔. 그 친구의 복수를 위해 3년 동안 준비하고 있었어…”“내가 복씨 가문을 건드린 것도 그 친구 부모님의 부탁을 받고 그런 거야…”“오늘 친구의 묘지 앞에서 그의 부모님은 복씨 가문 과 이일도 등을 바로 해결해 버렸어. 군사들도 불러서 아주 난리가 났었지...”“마지막에 복씨 가문은 끝장났고 복씨 가문의 재산을 나한테 넘기겠다고 했어…”김예훈의 설명을 듣고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졌다. 이 데릴사위가 이렇게
다음 날, 아침 일찍.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김예훈과 정민아의 뒤를 따라 BJ그룹으로 왔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정동철도 함께 왔다.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가!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해야 한다!BJ그룹의 고층 빌딩을 보고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BJ그룹은 CY그룹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실력 있는 회사였다.그도 그럴 것이CY그룹은 김세자가 이끄는 그룹이니 일반 그룹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러나 BJ그룹도 성남의 일류 가문 중에서는 손꼽히는 회사였다. 지금 이 순간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모두 흥분한 상태였고 정민아조차도 엄청 흥분하고 있었다.로비에 들어서자마자 프런트 데스크를 찾아가 김예훈은 자신의 온 목적을 밝혔다.“김예훈이라고 하는데 오늘 BJ그룹을 인수하러 왔습니다!”프런트 직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제 정신이에요? 회사를 인수하러 온다는 소식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정민아가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복씨 가문은 이미 BJ그룹에서 퇴출된 거 아니에요? 복률은 이미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았어요?”“맞아요. 맞긴 하지만 우리 BJ그룹은 복씨 가문의 소유가 아니에요. 이사회도 있어요. 현재 이사회에서 복씨 가문의 지분을 가져갔어요.”프런트 직원이 해명했다.정민아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무슨 뜻이에요?”“BJ그룹의 뒤에 누군가 절대적인 지분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나요?”“복씨 가문은 그저 꼭두각시일 뿐이라는 걸 그룹 내에서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어요.”프런트 직원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도 식견이 넓은 편이라 왠만한 일은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하지만 눈앞의 광경은 참 보기 드문 일이었다.김예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바로 눈치챘다. 김씨 가문!김병욱!김병욱은BJ그룹에 대해 절대적인 지배권을 가지고 있었다!그리고 복씨 가문은 김씨 가문과 김병욱의 개나 다름없었다!BJ그룹은 처음부터 끝까지 김병욱의 것이었다.정동철과 정씨 일가의 사람들이 앞으로 비집고
BJ그룹의 과거 대표는 복률이었다.근데 어젯밤 복률은 대표직을 내려놓고 복씨 가문의 모든 지분을 내놓았다. 곽진택은 김병욱의 심복으로서 임시로BJ그룹의 대표직을 맡게 되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김병욱은 집중적으로 그를 배양하고 있었고 곽진택은 외국에서 대학을 마친 사람이었다. 어젯밤 갑자기 BJ그룹의 대표직을 맡으라는 소식을 받고 곽진택은 너무 흥분되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재산 총액이 몇천억에 달하는 그룹의 대표라니, 이건 엄청난 행운인 것이다!복씨 가문에서 왜 갑자기 모든 지분을 내놓았는지, 복률이 왜 스스로 대표직에서 물러났는지 그는 모른다. 알고 싶지도 않다. 내가 대표 자리에 오른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김병욱의 요구는 딱 하나였다. BJ그룹을 잘 경영하고 BJ그룹을 넘보는 인간은 죽여버리라는 것이었다. 곽진택의 뒤에는 김씨 가문이 있다. 경기도 최고 가문인 김씨 가문이 자신의 뒤를 봐주고 있는 이상 곽진택은 두려운 것이 없었다. BJ그룹을 맡게 될 때 각 부서에서 절대적으로 협조해 줘서 그는 기분이 좋았다. 방금 절차를 마친 그는 잠깐 쉬려고 했다. 근데 김예훈의 일행이 이곳에 모여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걸어와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프런트 직원은 냉큼 대답했다. “곽 대표님, 이 사람들이 밑도 끝도 없이 회사를 인수하러 왔다고 합니다. 제 생각에는 소란을 피우러 온 것 같습니다.” 곽진택은 김예훈과 정민아를 쳐다보았다. 정민아를 잠깐 쳐다보던 그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냉정해진 그는 차갑게 웃었다. “난 또 누구인가 했네! 복씨 가문에서 성남으로 불러들인 정씨 일가의 사람들이 아닌가요?”“참 웃긴 일입니다. 작은 도시의 이류 가문이 감히 성남에서 새로 떠오른 가문이라고 스스로 칭하다니.”“뒤를 봐주던 복씨 가문이 무너졌는데 그들의 회사를 인수하려 왔다고요? 무슨 생각인지 참?”김예훈은 차갑게 말했다. “김병욱이 보내서 왔나?”곽진택은 흠칫하더니 위아래로 김예
정말 창피했다! 너무 창피해서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 정씨 일가의 사람은 농촌에서 갓 상경한 사람들처럼 있는 대로 망신을 당하고 있었다. 앞으로 정씨 일가가 성남에서 어떻게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을지, 성남의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당장 꺼져요! 우리 그룹은 바보들을 환영하지 않아요!?”“보안팀, 이 사람들 밖으로 내쫓아요!”곽진택이 명을 내리자 주위에서 보안 요원들이 모여들었다. 결국 김예훈과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보안 요원들에 의해 쫓겨났다.“바보 같은 인간들!”보안 요원들은 욕설을 퍼부었고 하나같이 박장대소했다. 보안 요원으로 근무한 지 오래되었어도 이런 바보들은 또 처음 본다.굴욕이다!정씨 일가 역사상 가장 큰 굴욕이었다!너무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앞으로 정씨 일가는 성남시의 웃음거리가 되었다.안색이 어두운 김예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방금 곽진택을 처리하지 않은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김병욱은 비장의 카드를 대놓고 보여줄 정도로 순진하고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 김병욱을 처리하려면 아마도 시간이 좀 더 걸릴 것 같다.김씨 가문의 사걸, 김병욱은 역시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 …쫓겨난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창피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눈앞의 이놈은 어젯밤까지만 해도 엄청난 재산을 가진 재벌인 줄 알고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이놈한테 잘 보이려 했다!근데 뜻밖에도 그는 여전히 땡전 한 푼 없는 찌질한 인간이었다. 이런 놈은 차라리 죽는 게 낫다!이놈 때문에 정씨 일가는 체면을 구길 대로 구겼다, 앞으로 어떻게 성남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김예훈!”“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봐!”“제대로 상황 파악도 안 하고 남의 회사를 인수하러 온 거야?”“젠장, 널 때려죽이고 싶은 심정이야!”정동철은 부들부들 떨었고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정지용은 이를 악물고 욕설을 퍼부었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BJ그룹이
동하임이 본능적으로 말했다.“의사 선생님, 이분은 제 친구인데 좀 양해해주시면 안 될까요?”“양해요? 양해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의사 선생님은 동하임의 명찰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말했다.“동하임 씨였네요. 그런데 아무리 동하임 씨라고 해도 규칙을 어길 수는 없어요. 그런데 이분을 들이는 거 불가능한 것도 아니에요. 밖에 나가서 먼저 등록하고 기록을 남겨야 들어올 수 있는 거예요.”김예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요? 그러면 먼저 등록하러 다녀올게요. 등록실이 어디죠?”의사 선생님은 직접 밖으로 나가 등록실 방향으로 안내했다..“저쪽에 보시면 등록실이 있을 거예요. 송학민이라고 등록을 도와주시는 분이 계실 거예요.”“감사해요.”김예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텅 빈 복도를 걸어갔다.의사 선생님은 김예훈의 모습이 사라져서야 두 명의 경찰한테 시선을 돌렸다.“어머!”그녀는 갑자기 발목을 접질렸는지 비명을 질렀다.경찰들은 본능적으로 하얗고 가느다란 발목을 쳐다보게 되었다.샤샤샥!두 명의 경찰이 시선을 돌린 순간, 그녀가 휘두른 소매에서 하얀 연기가 퍼져 나왔다.두 경찰은 그대로 휘청거리면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다시 시체를 확인하려던 동하임은 이 소리에 본능적으로 몸을 돌렸다.결국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미간을 찌푸렸다.“당신 누구야. 아무런 원한도 없는 모르는 사이인 것 같은데 뭐 하려는 거야. 누가 보냈어.”동하임은 본능적으로 허리춤에 있는 총을 꺼내려 했지만 방호복을 입고있는 관계로 재빨리 빼낼 수 없었다.그러자 정체 모를 그녀가 문을 잠그고는 웃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총독님 딸을 제가 뭘 어떻게 하겠어요. 당신이 죽어버리면 저도 곤란할 수밖에 없어요. 그냥 잘 협조해달라고 요청하는 것뿐이에요. 원망하려면 제 동생을 죽인 김예훈을 원망하세요.”“동생?”멈칫한 동하임은 본능적으로 눈앞에 있는 시체를 한번 쳐다보았다.“타케이 누나라고?”상대방의 얼굴에는 슬픔이 가득했다.“맞아요. 타케이
뚜뚜뚜.김예훈은 걸어가면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냈다.복도 끝에 있는 영안실 입구에는 경찰 두명이 손을 모으고 서 있었다. 이들은 김예훈을 보자마자 살짝 고개를 끄덕이면서 바로 안으로 모셨다.동하임은 흰색 의료용 장갑을 끼고 짧은 머리를 묶어 이국적인 매력을 지닌 목을 드러냈다.김예훈이 서서히 다가갔을 때, 그녀는 타케이 목에 나 있는 상처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너무나도 집중한 나머지 하얀 가슴골이 드러난 것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의사 가운을 입고 있다고 해도 날씬한 몸매는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김예훈은 마음을 가다듬고 다가가 말했다.“하임 씨, 검시관 일까지 해버리면 그분들이 뭐 해 먹고 살겠어요?”동작을 멈춘 동하임은 눈빛 하나로 무한한 매력을 발산했다.“검시관 결과는 이미 나왔어요. 현장 증거도 모두 수집 완료한 상태고요. 그 증거들 모두 김 도련님이 살인자라고 말해주고 있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더니 말했다.“그런데 저는 살인을 저지를 시간이 없었잖아요. 어젯밤 내내 구룡성 경찰서에서 조사받고 있었잖아요. CCTV가 증거로 될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는 동씨 가문 별장에 같이 있었잖아요. 하임 씨가 증인이 될수 있는 거잖아요. 범죄를 저지를 시간이 없는데 저를 살인자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거 아니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타케이의 창백한 얼굴과 아직 가시지 않은 놀라운 표정을 발견했다.살인을 저지른 사람은 아마도 타케이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동하임은 경직된 어깨를 움켜잡으면서 김예훈의 생각을 읽었는지 말했다.“사실 누가 범인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증거가 위조되었을 가능성이 높아요. 이것으로 김 도련님을 정기적으로 조사하는 것도 불가능하고요. 문제는 이 쓸모없는 증거들이 일본인에게는 확실한 증거가 될 수도 있다는 거예요. 게다가 사카모토 류이치마저 죽였잖아요. 여러 가지 관계로 경찰이 죄를 묻지 않았지만, 일본인에게는 용서받을 수 없는 행동이잖아요
하지만 아무리 지위가 높다고 해도 배시시 웃으면서 일어나 말할 뿐이다.“김현민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미 특별 경로를 통해 일본 야마구치파에 소식을 전했거든요. 야마구치파 장로님인 나오키가 오늘 저녁 진주에 도착한다고 해요. 아들딸 세이이치로와 루미코도 동행한다고 하네요. 가족인 타케이의 억울한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예요.”김현민이 가식적으로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이 세상이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니에요? 직접 진실을 파헤쳐야 하다뇨. 정말 일본인 친구들한테 미안하네요. 지훈 씨, 저를 대신해 일본 손님들을 잘 대접해 주세요. 원하는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드리고요. 물론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거 아시죠?”남지훈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남씨 가문은 밀수로 일어난 가문이잖아요. 아무도 추적할 수 없을 거예요.”김현민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김병욱을 힐끔 쳐다보았다.“병욱아, 정말 김예훈이 타케이 도련님을 죽인 게 확실해?”김병욱이 피식 웃었다.“그럼요. 병원 CCTV에 김예훈 모습이 찍혔고, 현장에 남겨진 당도 위에 그의 반쪽 지문이 남아있거든요. 비록 확실한 증거가 아니라 평생 콩밥을 먹일 순 없겠지만 일본인이 복수할 만한 증거가 되지 않을까요?”김현민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증거는 증거야. 확실한 증거든 아니든 우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일본인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뿐이야. 그들이 어떻게 선택할지는 그들의 문제라고. 아, 또 한 가지 일이 있어.”김현민이 곽영현을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곽씨 가문에 믿을만한 변호사가 몇 명 있잖아요. 진세은 씨를 구해내죠? 일본 손님을 대접하는데 진세은 씨가 없어서 되겠어요?”곽영현은 반짝이는 두눈으로 말했다.“네.”김현민은 또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저희는 진주·밀양의 고위층을 대표하기도 하고 공평 공정을 대표하기도 하는 거예요. 기관에서 공평 공정하게 처리 못 하는데
동하임은 남윤지의 도발을 무시한 채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여유작작 차를 마시고 있는 김현민을 쳐다보았다.“김현민 도련님한테서 듣고 싶은 대답이 있어서 찾아왔어요.”“하임 씨, 저를 다시 경찰서에 데려가서 조사할 예정이에요? 어젯밤 이미 충분히 잘 답변해 드린 것 같은데요? 저는 그저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라고요. 그리고 저는 진주의 치안을 생각해서 쌍방의 모순을 중재했을 뿐인데 ‘착한 시민’ 상을 안 줄지언정 정한테 누명을 씌울 건 아니죠?”김현민은 의심할 여지 없이 확고한 말투였다.동하임은 평소였다면 이런 분노가 섞인 말투를 들었을 때 더 이상 질문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예전과는 다르다는 생각에 깊이 숨을 마시고는 천천히 말했다.“김현민 도련님, 제가 묻고 싶은 것은 왜 타케이를 죽이고 김예훈한테 누명을 씌웠느냐예요.”“타케이가 죽었어요?”놀란 표정을 보면 전혀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어젯밤 안동 김씨 가문의 명의를 에드워드 병원으로 보내드렸잖아요. 그런데 왜 죽어요?”동하임은 김현민을 자세히 쳐다보면서 잠시 후 입을 열었다.“단순한 죽음이 아니라 살해당했다고요. 죽은 사람은 그 어떤 의사도 살릴 수 없어요.”퍽!“이럴 수가!”김현민은 갑자기 일어나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던졌다.“내가 타케이 도련님을 구하려고 얼마나 힘들게 의사와 간호사를 동원했는데. 그런데 죽었다고요? 하임 씨, 반드시 진상을 규명해서 일본대사관에 알려야 해요. 아니면 위에 항의해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분노로 가득찬 김현민은 결코 연기하는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법을 지키는 정의로운 사람처럼 보였다.동하임은 한참동안 그를 바라보다 뒤돌아 문을 열고 나가려던 순간,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김현민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이 사건은 제가 직접 범인을 찾아낼 것입니다. 나쁜 사람을 절대 놓치지 않겠지만 절대 좋은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 결과가 나오자마자 알려드릴게요. 도련님께서는 결과를 기다리고 계시면 돼요.
동씨 가문 자제는 침을 꼴깍 삼키더니 말했다.“네. 살해된 것도 모자라 목구멍에 칼자국이 있었어요. 초보적으로는 당도로 인해 생긴 상처라고 보고요. 다른 단서는 추가적인 수색이 필요해요. 그런데 지금까지 모든 단서와 어젯밤 사건을 놓고 보면 알게모르게 김예훈 씨를 범인으로 몰고 있어요.”동태원은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나설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로 빨리 움직일 줄 몰랐다.이제 막 ‘착한 시민’ 상은 수여하려던 찰나에 안동 김씨 가문이 김예훈에게 살인죄를 뒤집어씌울 줄 몰랐다.안동 김씨 가문과 김현민에 대해 잘 알고있는 동태원은 이들이 나서는 순간 절대적인 치명타를 입게 될 거일 것도 잘 알고 있었다.타에이의 죽음은 김예훈이 진범임을 증명할 수 있었다.동태원이 직접 나서서 해명한다고 해도 범인임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충분할 것이 틀림없었다.동태원은 태양혈을 문지르며 동하임에게 시선을 돌렸다.“김현민한테 가봐.”“왜요?”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동씨 가문의 입장을 알려줘야지.”동태원은 한숨을 내쉬며 별장 밖에 있는 남태평양 바다를 쳐다보았다.지평선 끝에 먹구름이 가득한 것이 곧 폭풍우가 진주를 휘몰아칠 것만 같았다.그런데 이 폭풍우가 지나면 진주에 남게 될 자가 과연 누구일지 아무도 몰랐다....퍽!오후 3시. 동하임은 비를 뚫고 빅토리아 항구에 있는 고급 사무실 문을 열었다.동하림은 프론트 데스크 여직원을 무시한 채 성큼성큼 넓은 회의실로 향했다.이곳은 안동 김씨 가문의 건물이자 김현민의 사무실이기도 했다.이 순간 사무실 안에는 김현민 외에도 진주·밀양에서 내로라하는 젊은 층이 앉아있었다.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김병욱,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곽영현 및 나머지 두 명, 진주 잡지사 아들, 일본의 귀족 등등...이들은 저마다 진주·밀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 중에 어느 누가 밖에 나가서 발을 구른다고 해도 진주가 휘청거릴 정도였
“네가 아무리 김예훈 성과를 무시한다고 해도 진주·밀양에 온 지 며칠이나 되었는지 생각해 봐. 김예훈 때문에 밀양 상황이 완전히 뒤집혀 허씨 가문이 더 이상 왕으로 불리지 않잖아. 대립 구도에 서 있어야 하는 허씨 가문과 추씨 가문이 서로 손잡지 않았다고 해도 김예훈 편에 서 있잖아. 추씨 가문은 말할 것도 없어. 김예훈이 추하린을 진주·밀양 용전 주인 자리에 앉히는 순간 한 편이 된 거야. 허씨 가문 쪽은 허순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지 간에 김예훈이 어젯밤 그의 소중한 딸을 구출해 냈잖아. 허순재가 얼마나 명성을 아끼는 사람인데. 게다가 김예훈이 허순재를 두 번이나 구해줬잖아. 그런데도 김예훈을 지지하지 않고 김예훈 편에 서지 않아서야 되겠어? 두 가문의 지지를 받는 이상 밀양을 발칵 뒤집는 날은 멀지 않을 거라고. 그래도 김예훈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거야?”생각에 잠겨있던 동하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김예훈이 진주·밀양에서 온 이후로 이 사람 저 사람을 건드린 것 같아도 불과 두 주일 만에 든든한 기반을 다지게 되었다.이러한 속도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그리고 우리 동씨 가문마저 김예훈의 편에 서도 김현민과 힘을 겨룰 자격이 없다고 생각해?”동태원은 남은 커피를 한 모금에 다 마시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동하임은 한참 동안 생각에 빠져있더니 잠시 후에 말했다.“그러면 저희는 앞으로 무엇을 하면 되는 거예요? 대놓고 김예훈 편에 서 있으면 되는 거예요?”동태원은 이 순진한 딸 때문에 한숨만 나왔다. “우리 동씨 가문이 그 정도로 지조 없는 가문이었어? 잘 기억해. 김예훈이 일본인을 유도했다는 증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착한 시민’을 수여해야 해. 그리고 진주에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무조건 도와줘야 하고. 인정은 바라지 않고 그저 친해지기만 하면 돼...”동하임은 그의 말을 알 듯 말 듯 했다.“아빠, 그런데 아까는 전폭적으로 지지하라고 했잖아요...”“물론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건 맞지.”동태원은 동하임의
김예훈은 점심이 지나서야 배를 만지면서 별장에서 나왔다.동태원이 직접 문 앞까지 배웅하는 모습에 동씨 가문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항상 겸손함과 신비로움을 지키던 총독님께서 직접 배웅까지 한다고? 김예훈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길래?’이에 따라 동씨 가문 사람들은 하나둘씩 김예훈을 더 눈여겨보게 되었고, 기회가 생기면 김예훈과 친해지려 했다.동태원이 이 정도로 중시하는 사람은 절대 만만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동태원이 집안으로 돌아갔을 때, 화가 나서 표정이 어두워진 동하임이 커피 한 잔을 가져다주며 말했다.“아빠가 김예훈을 집까지 초대한 이유는 알겠는데 그냥 사람들한테 소식만 전달하면 되지 왜 이렇게 대놓고 지지한다고 말씀하신 거예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서 알면 무조건 아빠한테 불만이 생길 거잖아요. 진주·밀양의 왕이라고 불리는데 건드렸다간 저희 동씨 가문이 곤란해질 거란 말이에요.”동하임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동태원이 총독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안동 김씨 가문이 위에서 누르고 있어 동태원은 몇 년 동안 숨어서 지내야 했다.“저희 계속 조용히 숨어서 지내도 되었잖아요. 그런데 어젯밤 그 사건 때문에 우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냥 휘말여 들어간 거잖아요.”동태원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무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이 두 통의 전화로 경찰서 사람들과 기자들을 불렀어. 그건 우리 동씨 가문을 불구덩이로 몰고 간 거라고. 우리가 권력자 편에 서서 김예훈 같은 착한 시민을 억압한다면 내가 오늘 바로 제거당했을 거야.”동태원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진주·밀양이 대한민국 관할이 아니라고 해도 결국엔 대한민국 땅이야. 설마 국가에서 권력자 편에 서서 기준도, 양심도 없는, 법도 모르는 총독을 용납할 수 있었을까?”“저도 알긴 아는데...”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그런데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이 정도까지 적대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동태원이 담담하게 말했다.
“둘째, 밖에서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며 홍성파며 총독님께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소문이 나 있습니다.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구경하고 있는데 총독님 위치가 위태해지는 순간 반드시 끌어내리려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식사 한 끼로 오히려 그 사람들에게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 아닐까요? 셋째, 동맹자를 찾기 위함이겠죠. 제가 진주·밀양에 오고부터 용전을 흔들었을 뿐만 아니라 김현민이 여러 번 손쓰게 했으니까요. 그래서 총독님께서는 제가 도대체 어떤 경지에 도달했는지, 그리고 연합할 가치가 있는지 궁금했던 거죠.”김예훈의 분석에 동하임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자기 아버지가 다른 사람에게 상황을 설명할 정도로 어젯밤 이렇게 큰 압박을 받고 있을 줄 몰랐다.이와 동시에 김예훈의 깊은 의미를 분석할 수 있는 총명함에 놀란 것이다.동태원이 흥미롭게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첫 번째와 두번째는 확실히 제 생각이 맞지만, 세 번째는 어떤 의미가 온 걸까요? 김 도련님께서 저에게 조언 좀 해줄 수 있을까요?”무의식중에 변한 호칭으로 그가 김예훈에 관한 생각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이 순간 동태원은 김예훈을 어깨를 나란히 대화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겼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천하에 백성의 왕은 한 명뿐이 아니겠습니까. 이전의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은 상대적으로 겸손함을 유지했다면 김현민은 다르죠. 용전에서 새로 거듭난 무신이자 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1인자로 꼽히고 있고, 또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사람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잖아요. 그런데 총독님께서 봤을 때 김현민이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되든 말든 그 사람이 총독님을 계속 주목할 것 같은 거죠? 맞죠? 김현민의 성격과 인품을 봤을 때, 그 자리에 올라서면 진주·밀양에서 두 가지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거예요. 그때되면 총독님께서는 자리를 양보하거나 머리를 수일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이 두 가지 상황 모두 총독님께서 원하는 것이 아닐 테고
아직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동태원은 90퍼센트의 힘을 사용하기까지 했다.그런데 아무리 힘을 실어봤자 오히려 자기 손바닥만 점점 찢어지듯이 아파져 왔다.“대단하네요.”동태원은 적당히 물러나서 더 이상 계속하지 않았다.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계속해서 말했다.“머리가 뛰어난 것도 모자라 실력과 마음가짐도 대단하시네요. 이번에 그 쪽한테 당한 것이 하나도 억울하지 않네요.”이때 동태원의 손짓 하나에 집사 한명이 테이블과 의자를 두 사람 옆으로 가져왔다.김예훈한테 자리에 앉으라면서 직접 차를 한 잔 우려주었다. 이어 집사가 정교한 다과를 차례로 가져왔다.동하임은 아버지가 김예훈을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 몰랐는지 의아하기만 했다.복수극이 열릴 줄 알았는데 마치 갑자기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난 느낌이었다.동태원은 보이차를 마시면서 이상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끗 보더니 갑자기 웃으면서 말했다.“하임아, 내가 김 도련님을 죽여버리지 않고 식사 초대를 해서 이상해?”동하임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이에 동태원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원래부터 김 도련님께 식사를 초대하고 싶었어. 이곳까지 모신 이유는 나에게 중시 받을 자격이 있는지 테스트해 보려고 했던 것뿐이야. 그럴 자격이 없더라도 그냥 단순히 운이 좋아서 어젯밤 일을 일으켰다고 생각하고 똑같이 식사를 초대했을 거야. 그런데 그때는 그저 순수한 저녁 식사 한 끼에 불과한 거지.”동태원의 의미가 담긴 말에 동하림은 생각에 잠겼다.그러다 이제 막 보석으로 풀려난 김예훈이 자신의 아빠에게 이렇게 중시 받고 있을 줄 몰랐는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김예훈은 동태원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리고도 그저 피식 웃을 뿐이다.이 생각 많은 늙은 여우한테 함부로 말을 걸었다가 낭패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김예훈이 아무말도 하지 않자, 동태원이 계속해서 말했다.“하임아, 내가 김 도련님께 음식을 대접해 드리고 싶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동하임이 생각하더니 말했다.“어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