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역시 호남이 오빠가 최고야, 취업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연봉이 9천만 원이나 되지, 저런 데릴사위가 뭘 알겠어!” 화장이 짙은 여인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은 오히려 의외라는 표정으로 손호남을 쳐다보았다, 저 녀석은 생각보다 능력이 있는 것 같았다.김예훈의 눈빛을 본 손호남은 김예훈이 질투하는 줄 알고 겸손한 표정을 지었다.“내 동창 그만 난감하게 해, 난 운이 좋은 거야, 우리 사촌 형 박동훈은 YE 투자 회사의 임원이잖아, 그래서 내 이력서를 보내봤는데 회사에서 아주 훌륭하다고, 날 채용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더라고.”손호남은 YE 투자 회사에 대해 말할 때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남해시에서는 YE 투자 회사의 배후에는 경기도의 제일 가문인 YE 가문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다, 그들과 조금이라도 인연이 닿는다면 앞날이 창창할 것이다.김예훈은 정말 의아했다, 아직 박동훈이 쫓겨난 일을 모르는 눈치 같았다, 자신의 사촌 형이 아직도 비바람을 막아주는 줄 아는 것 같았다.인사팀에서 박동훈이 쫓겨난 까닭도 모르는 것 같았다, 그게 아니고서야 손호남이 입사를 할 리가 없었다.김예훈은 손호남을 몇 번 훑어본 후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 저런 사람과 쓸데없는 말을 섞기도 귀찮았다, 나중에 직접 손호남의 채용을 취소하면 될 일이었다, 지금 힘들게 힘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떠나려는 김예훈을 손호남은 그를 그냥 놓아줄 의사가 없었고, 세 걸음 두 걸음씩 걸어와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또 무슨 일이야?” 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엊그제 동창 모임에서 우리를 괴롭혔던 일을 잊은 건 아니겠지?”손호남은 이가 근질근질할 정도로 원망스러웠다, 송문영의 앞에서 망신을 당했고, 나중에 따로 카톡을 추가했지만 자신을 차단해버렸다, 모든 것이 김예훈 때문에 틀어져 버린 것이라고 생각했다.김예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손호남, 네가 동창이기 때문에 그날 계산을 하게 하지 않았어, 근데 또 뭘 원하는 거야
“데릴사위라니, 남자 망신 다 시키네!”“아, 저 잘생긴 남자 말대로라면 동창회 때 술 청탁을 해서 자기 친구들을 못살게 굴면서 자신이 오히려 도운 시늉이라도 하는 모양이지?”“어떻게 저런 사람이 있을 수 있죠? 남자의 체면을 혼자 다 구기네요!”“저런 놈이 왜 차에 치여 죽지 않아!”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김예훈도 조금 화가 났다.오늘 기분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아내에게 밀크티를 사주러 나왔을 뿐인데, 어떻게 이런 바보들과 마주칠 수 있는 거지? 전에는 손호남이 이렇게 머리가 텅텅 비었다는 것을 몰랐다.그리고 그의 옆에 있던 여자는 더욱 거만하고 당당해졌다.손호남이 계속해서 말을 하려고 하자 김예훈은 진작에 조심스럽게 밀크티를 바닥에 내려놓은 후 차갑게 말했다. “손호남, 동창이라 충고하는데 선 넘지 마!”“왜? 네가 날 어떻게 할 수 있는데? 이 쓸모없는 놈아, 네가 한 짓을 말하면 안된다는거야?”김예훈이 화를 냈지만 손호남은 아무렇지 않게 입을 계속해서 열었다.“퍽”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예훈은 예고도 없이 주먹을 날렸다.손호남은 잠깐 동안 정신을 잡더니 부들거리며 말했다.“김예훈,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네 마누라가 요즘 우리 회사에 투자를 부탁하고 있어! 잘 들어, 그 투자 받을 생각하지 마! 네가 무릎을 꿇고 사타구니를 통과하지 않는 이상 누구를 찾아도 소용없어!”김예훈은 차갑게 그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내가 너한테 손을 대면 어쩔 건데? 쓸데없는 말 한 번만 더 지껄여봐, 내가 오늘 네 망할 아우디를 부숴버릴 거야, 알겠어?”손호남은 눈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김예훈이 정말로 그렇게 할까 봐 두려웠다. 아우디는 할부로 사온 거다, 아직 4천만 원이 넘는 빚이 있었다, 김예훈이 부숴버린다면 정말 가슴 아플 것이다.주위의 많은 사람들도 어안이 벙벙해서 바라보았다, 데릴사위가 독기를 품고 잘난 집 아들을 때릴 줄은 아무도 몰랐다.“집에서 하도 천대를 당해서 분노를 표출할 곳이 없었나
이 말을 들은 손호남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일부러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스피커 모드로 바꾼 후 기침을 한번 해주고 큰소리로 말했다. “팀장님, YE 투자 회사의 대표님께서 이미 저를 채용하기로 하셨다는 거죠?”이 말을 꺼내자, 방금 전까지 구경을 하고 있던 사람들이 하나같이 부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방금 저 도련님이 YE 투자 회사에서 연봉을 9천만 원 받는다고 하던데!”“확실히 임원급이야, 앞날이 창창해!”“저런 것을 바로 젊은 유망주라고 하는 거야, YE 투자 회사는 경비원에 대한 요구도 매우 높고, 회사의 사람들도 서로 인맥으로 이어진 거라 저 회사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업계의 유망주라느 말이지!”적지 않은 사람들이 손호남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가득 차 있었다, 자신이 그 주인공이 아닌 것이 원망스러웠다.짙은 화장을 한 여자는 지금 이 순간에 고고한 얼굴로 손호남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선택한 남자가 너무 우수했다, 그야말로 남자 중의 남자,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다. 평범한 남자들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어쨌든 지금 그녀의 눈에는 손호남이 멋있어 보였다.전화 상대의 목소리는 장난기 어렸다. “맞습니다, 대표님의 비서가 이미 분부를 내렸습니다, 게다가 대표님이 이력서를 보고 당신을 아주 좋아하셨다고 하던데...”“영광입니다!” 손호남은 가슴을 펴고 고개를 들어 사방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했다.“그래서 대표님의 결정으로 당신의 일자리와 급여에 대해 조정을 하였습니다...” 상대방는 계속 말을 했다.손호남은 전에 투자 팀의 부 팀장 자리에 지원했다.설마, 팀장이 되는 것인가?“대표님이 어떤 결정을 내리셨는지...” 손호남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러자 상대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대표님의 뜻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마음에 들지 않다니요, 대표님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손호남은 마치 YE 투자 회사의 대표를 위해 대단한 일을 하는 것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김예훈이 들어오는 것을 본 임은숙은 어두운 얼골로 호통을 쳤다. “이 모자란 놈, 무슨 물건 사는 데 반나절이나 걸려? 어디 가서 애라도 낳고 온 거야? 어르신께서 사람을 보내 너랑 민아를 데리고 오라고 한거 몰라?”임은숙이 욕설을 퍼부으며 얼굴이 어두워지는 것을 발견한 김예훈은 그제야 눈치를 챘다, 정씨 일가와 YE 투자 회사의 협력이 무산되면서 정 씨 일가 사람들은 정민아에게 책임을 전가할 것이 뻔했기에 임은숙은 이렇게 길길이 날뛰면서 얼굴빛이 어두워진 것이었다.정민아도 한껏 어두워졌다, 그녀는 김예훈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밀크티도 마실 틈도 없이 바로 김예훈의 포르쉐에 올라탔다, 김예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빠르게 차를 운전했다.곧 김예훈, 정민아, 임은숙 일행은 정한 별장에 도착했다.한편, 정 씨 일가의 어르신은 이미 집안에서 어느 정도 발언권이 있는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분노와 불만이 가득했다, 오후에 정지용이 이미 모두에게 정민아가 받아온 계약서는 가짜고 게다가 민아의 쓰레기 남편이 민아를 도와 조작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렸던 것이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정민아 가족을 쓸어버려야 그들의 마음속의 분노를 풀 수 있을 것 같았다.곧 정민아가 별장 로비로 들어섰다, 사람들은 그녀의 홀쭉해진 얼굴을 보고 다양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김예훈을 발견하고 얼굴을 찡그러졌다.사람들은 모든 것이 저 쓸모없는 데릴 사위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 씨 일가가 이 지경으로까지 전락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계약서를 위조한 일이 크든 작든, 어쨌든 정 씨 일가의 향후 사업 평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르신이 화낼 수밖에 없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정민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어르신 옆에 앉아 있던 정지용은 일어나 썩소를 지으며 정민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민아 누나, 정말 뻔뻔하네요! 가짜 계약서를 만들어서 어르신을 속이다니, 게다가 오늘 YE 투자 회사로 불러 쫓겨나게 만들어 우리 집안의 체면
어르신은 설명하기도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민아는 여자아이로 태어났단 이유 때문에 원래 사랑을 받지 못했었다, 그런데 또 이렇게 큰일을 저질렀으니 그들을 추방하는 것만으로도 인의를 다한 셈이었다.임은숙과 정민아는 둘 다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혼란스러워하자, 마침 그 장면을 지켜보던 김예훈은 갑자기 천천히 일어나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저는 어르신이 이렇게 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뭐? 공정?”“하하하하!”경직된 분위기였던 회의실 안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김예훈은 정말 웃겨, 이게 무슨 자리인데? 데릴사위가 말할 자격이 있어? 또 무슨 공정성에 어긋난다고 그래? 바보 아니야? 드라마라도 촬영하는 줄 알았나 봐? 어르신께서는 결정하는 일에 언제부터 사위가 이러쿵저러쿵 말할 차례가 되었지?” 다들 김예훈을 미친 사람처럼 보았다.“뭐라고?”정동철 어르신은 얼굴을 약간 찡그리며 김예훈을 응시하며 불쾌해했다.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계약서에 대한 철저한 조사도 없이 가짜 계약서라고 하고 아내에게 책임을 떠넘기시려고 하시잖아요, 심지어 이 억울한 누명을 씌워 그녀의 회사를 빼앗고 우리 가족을 추방하는 것은 너무 허황된 결정이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어르신은 비웃으면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 “네 말대로라면 내가 사리분별이 되지 않아 정민아를 오해했다는 말이야? 데릴사위 주제에, 이 늙은이한테 한바탕 교훈을 주겠다는 거냐?”김예훈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지었고 어르신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었다.이때 정지용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탁자를 툭 치며 말했다.“네가 뭔데? 우리 가족이 회의를 하는데, 언제부터 데릴사위가 나서서 이래라저래라 훈계질을 놓기 시작한 거야?”김예훈은 고개를 들어 차갑게 정지용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르신께 정확히 조사해 보시고 결론을 내리라고 했을 뿐인데, 뭐가 그렇게 걱정되는 거야? 설마 네가 일을 망쳐놓고 발뺌하려는 건 아니겠지?”정지용은 순식간에 폭발해서 김예훈의 뺨을
정지용은 “김예훈, 네가 개소리하는구나, 내가 사람을 찾아 너를 없애버리는 수가 있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김예훈도 입꼬리를 말아올리며 말했다.“정지용, 네가 뭘 했는지 아무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네가 뭘 알아? 청소나 하는 사람 주제에 뭘 알아! 할아버지, 이놈이 제멋대로 말을 하는 것이니 빨리 사람을 불러 쫓아내세요.”라고 어르신한테 고자질했다.이때 어르신은 차가운 목소리로 “김예훈, 네가 정 씨 가족의 일원이기에 용서해 주는 거다,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지용이에게 사과하지 않으면 험한 꼴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어르신은 말을 하면서 김예훈에게 시선도 주지 않았다.그는 계약서 조작 때문에 투자가 무산된 게 틀림없다고 마음속으로 확신했고, 다른 가능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어르신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본 정 씨 가족은 하나같이 기뻐하는 표정이었다.“무릎 꿇어! 데릴사위! 무릎 꿇어! 무릎을 잘 꿇으면 어르신께서 자비를 베풀어 줄지도 모른다.”라고 말했다.“지용아, 얼른 무릎 꿇게 해, 오늘 무릎 꿇지 않으면 집 밖으로 나갈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해라! ”“그러게, 쓸모없는 놈이 우리 정 씨 집안에서 시치미를 떼고,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명탐정이라도 되는 것처럼?”“바보 같은 놈! ”한편, 옆에 있던 임은숙 역시 좋지 않은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김예훈, 빨리 어르신께 사과해. 일을 성사시키기에는 역부족한 놈, 애초에 널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어!”정민아도 초조한 얼굴이었디. “김예훈, 함부로 말하지 마...”지금 이 순간, 정민아는 절망적이었다. 자기 남편이 드디어 진보를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눈치가 없을 줄이야, 어르신이 화내는 것도 모르고 결정적인 순간에 증거도 없이 정지용을 비난이나 하다니, 자신의 행동이 남자답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임은숙은 더욱 차가워진 눈길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 아무 쓸모도 없는 놈이 파나메라를 운전하고, 남을 도와 운전할 줄 밖에 김예훈에게 화가
정동철 어르신은 “경비원 몇 명을 데려와, 오늘 무조건 쟤 무릎을 꿇게해, 안 꿇으면 꿇게 만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누군가가 입구에 있는 정 씨 일가의 전용 경호원 몇 명을 불러들였고 경호원들이 움직이려고 했다. “왜 이렇게 서두르세요! 말 한마디 할 시간도 주지 않으면서, 내가 그렇게 두려운가요?” 김예훈은 미소를 지으며 정민아의 핸드폰을 집어 들고 재빨리 앱으로 들어가 조작을 하더니 동영상 한 개가 로비에 있는 거대한 TV에 나타났다.“오늘의 뉴스, 오늘 오후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YE 투자 회사의 충돌 사건이 내부자에 의해 진실이 밝혀졌습니다. 소식에 의하면 YE 투자 회사에서 쫓겨난 이 선생은 YE 투자 회사의 회의실에서 회사 직원을 성추행했기 때문이라고 폭로했는데요, 직원 신변보호 차원에서 즉각 해명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회사 측은 이 영상을 가지고 경찰에 신고를 접수를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다 함께 관련 영상을...”라는 뉴스 영상이 재생되었다. 화면에는 YE 투자 회사의 회의실 화면이 나타났다.화면에는 정지용이 비열한 얼굴로 안내 데스크의 여직원에게 손을 대는 모습이 담겨 있었고, 곧바로 하은혜가 소리치며 멈추라고 하는 장면도 찍혀있었다. 그다음 정지용은 두 경비원에 의해 회사 밖으로 쫓겨나가는 장면이 나왔다.영상이 끊겼고 곧 화면 전체가 어두워졌지만 모두 멍해졌다.영상의 화질이 조금 흐릿하였지만 아주 흐릿한 화면이라도 그들은 이미 익숙한 형체를 알아보았다. YE 투자 회사에서 저질스러운 행동을 하던 사람은 다름 아닌 방금까지 떳떳하게 행동하던 정지용이었다!“이...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어르신은 비록 나이가 많아 눈앞이 흐릿하게 보이긴 했지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직감적으로 알아차렸고 지금 그의 마음속에는 의심이 가득했다.김예훈은 대답 대신 가볍게 웃으며 정지용을 돌아보았다.순간 정지용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다.처음 영상을 볼 땐 의문이 가득했지만 점차 영상 속의 인물이 자신이라
“그래, 지용은 나이도 어리고 돈도 많아,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꼬시면 그만이지, 그런 치졸한 수법은 필요 없어!”“설마 김예훈이 자기 아내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이런 영상을 만든 건 아니야?”“정말로 그런 것이라면 우리가 김예훈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거네!”정 씨 가족들은 김예훈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었다, 게다가 어르신도 정지용의 편을 들어주자 그들은 기다렸다는 듯 줄을 갈아탔다.김예훈은 차갑게 한번 웃더니 어리둥절해하는 정민아를 힐끗 쳐다보며 “여보, 그 하 비서 연락처 있어?”라고 말했다.“응? 있어, 전에 명함을 받았어.” 정민아는 무의식으로 대꾸했다.“그럼 간단하겠네, 사람들 앞에서 하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도대체 왜 우리와 협력하지 않는지 물어보면 답이 나오잖아!” 김예훈이 한마디 귀띔했다.“좋아!” 정민아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방법이었다.그러자 정지용은 창백한 얼굴로 “민아 누나! 우리 정 씨 일가는 이번에 이미 충분히 창피를 당했어요! 설마 스스로 모욕을 자초하려고요? 누나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는 그 모욕을 받아들일 수 없어요!”정민아는 김예훈을 한 번 쳐다보았다.김예훈은 미소를 지으며 “평생 이렇게 억울하게 당하고 싶다면 이 전화는 하지 않아도 돼!”라고 말했다.“야! 김예훈, 감히 우리 정 씨 집안일에 끼어들다니,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정지용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갑자기 달려들어 발을 들어 김예훈이 있는 방향으로 걷어찼다.“퍽”그러나 김예훈은 발을 들어 정지용의 무릎을 직접 걷어찼고 정지용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주저앉아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김예훈! 감히!”“김예훈, 너무하는 거 아니야?”
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안 지나 장덕수가 심문실로 들어오면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쳐다보았다.“지옥으로 가기 전에 이렇게 큰 비밀을 알려준 거, 김현민과 치고받는 꼴을 보고 싶어서야?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야.”“그런거 아니에요.”김청미의 말투는 담담하기만 했다.“김현민이 저를 버렸는데 굳이 비밀을 간직할 이유는 없잖아요. 선배가 김현민을 죽일 순 없어도 괴롭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장덕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 들어 진주 태산 쪽을 바라보았다.김현민이 김예훈을 건들지 않았더라면 이 많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김현민이 먼저 건드렸고, 김예훈도 진실을 알아버렸으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그런데 김현민은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을 맡을 사람인데 김 회장님이 그의 상대가 될수 있을까?”...용연옥 감옥을 벗어난 김예훈은 밀양 송산 빌라로 향했다.오늘은 추하린과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인수·인계받으러 가기로 했다.한참을 기다렸는데 추하린 대신 불청객 한명이 찾아왔다.김예훈은 보디가드가 건넨 배첩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줘도 된다고 했다.그러고는 마당으로 가 롤스로이스 한대가 세워지기를 기다렸다.“도박왕께서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을 찾으셨을까요.”차 문이 열리는 순간, 사면팔방에서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 수십 명이 나타났다.이어 백발의 노인이 김예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환갑이 넘는 나이었지만 정정한 모습으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겼다.이 사람은 다름아닌 도박왕 허순재였다.“김 회장님, 안녕하세요.”허순재는 김예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처음 보는 도박왕의 모습에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상대방이 찾아온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애써 모른 척하기로 했다.김예훈이 허씨 가문과 관계가 안 좋긴 해도 그렇게 원한이 깊은 관계는 아니었다.최소한 소문으로만 듣던 도박왕 허순재한테는 악한 감정이 없었다.“어제 뵈러 오고 싶었는데 김 회장님께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이 정도로 칼 같다니. 김청미한테 모든 죄를 떠넘겼다고? 진주·밀양 용전을 잃어버렸다고 분풀이하나 보네.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한테는 가장 좋은 선택일 수 있겠지만 김청미한테는 너무나도 잔인한 현실이야.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에서 보호해 줬다면 어쩌면 다시 해 뜰 날을 맞이할지도 모르는데...’“이 모든 것이 불공평하고, 억울하다고 느껴지면 배후자인 김현민을 불어내.”김예훈은 그림과도 같은 김청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네가 증거를 내놓으면 용문당과 용연옥에서 너의 안전을 책임져 줄 거야. 나머지 인생을 해외에서 풍족하게 살 수 있게 해줄게.”“김현민을 불라고?”김청미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현민은 선배랑 만난 적도 없고, 선배를 타깃으로 명령을 내린 적도 없었어. 비록 김현민이 배후자인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모두 의미 없는 일이야. 심지어 내가 혼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볼 수 있지. 김현민이 한 의미심장한 말에 내가 알아서 움직였거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잘못을 인정하려고 오늘 나를 부른 거라면 이 만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봐.”“당연히 의미 있는 일이지. 이렇게 된 이상 난 용연옥을 떠날 수 없어. 나랑 함께 지옥에 갈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 사실 알려줄 것이 있어서 보자고 했어. 김현민이 선배를 짓밟으려고 한 진짜 이유이기도 하지.”김예훈은 김청미더러 계속해서 말해보라고 했다.”“선배와 나를 포함한 전체 경기도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일부분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족보를 봤을 때 우리 모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선배 때문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어르신이 경기도 김씨 가문을 여겨보기 시작했어.”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내가 수장 자리를 빼앗을까 봐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거야?”김청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이 모든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김청미는 이미 하얀 죄수복을 입고 머리를 묶은 채 책을 읽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여느 때와 달리 지적인 느낌이었다.김예훈은 그제야 알고 지내던 익숙한 김청미라는 느낌이 들었다.“장 옥주님은 역시 약속을 지키는 분이시네. 내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선배를 데려온 걸 보면.”김예훈이 나타나자 김청미의 표정은 감정 기복이 심했다.“용연옥 감방장님 외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평생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김예훈은 표정 변화 없이 아무렇지 않게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날 왜 불렀는데? 마음껏 욕하려고? 아니면 내 모습을 기억해 뒀다가 귀신이 되어서까지 내버려두지 않으려고?’김예훈이 말했다.“우리가 혈연관계가 있는 점을 봐서 10분만 줄게. 10분 뒤에 바로 갈 거야. 추하린 씨와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다스리려면 바빠.”진주·밀양 용전을 다스린다는 말에 김청미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정민아, 하은혜, 우현아, 방수아, 추하린 같은 여자한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거 알아. 아무리 그래도 나도 선배라고 불러주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 정도로 냉정할 수 있어?”김예훈이 어깨를 으쓱거렸다.“할수 없지 뭐. 네가 날 한두 번 죽이려고 했어? 그러고도 너를 잘해달라고? 내가 뭐 바보야? 솔직히 말해서 용연옥에 유용한 사람이 아니라면 진작에 목을 졸라 죽여버렸어.”“역시나 김 세자님은 다르네.”김청미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사실 계속 묻고 싶었던 것이 있었어. 선배가 소문으로만 듣던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 맞아?”“네가 보기엔 어떤 것 같은데?”김예훈이 냉랭하게 물었다.“난 잘 모르겠어.”김청미의 표정은 이상하기만 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의하면 김현민이야말로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라고 했어. 곧 대한민국 9대 국방부 총사령관직을 맡게 될 사람이라고 하잖아.”김예훈은 콧방귀를 뀌고 말았다.“무슨 자격으로?”김청미가 담담하게 말했다.“김현민은
추하린은 반짝이는 두눈으로 김서하, 김청미, 김병욱 등을 차례대로 쳐다보았다.자기 능력으로는 진주·밀양 용전을 접수하고 진주·밀양에서 한 획을 긋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 밖에도 자기가 일어서면 추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제일 잘나가는 명문가로 될수있는 기회인 것도 알고 있었다.성공하면 추씨 가문의 일등 공신이고, 실패하면 추씨 가문을 구렁텅이로 빠뜨린 원흉이기도 했다.추씨 가문의 미래가 어떨지는 그녀의 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었다.추하린은 김예훈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최근에 있었던 일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제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요. 저희 아버지는 이 바닥을 벗어나 깊은 산속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어 하셨는데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저희 추씨 가문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는 없잖습니까. 그래서 저도 한번 도전해 보려고요!”김예훈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좋아요. 그러면 지금부터 추하린 씨가 진주·밀양 용전의 전주를 맡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의견 없으시죠?”...밀양 국제공항 사건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밀양 기관에서는 이 사건의 진범이 진두준이라는 공고를 낸 것도 모자라 200억 원을 들여 국제 수배령을 내리기도 했다.용전, 용문당, 홍성에서도 상금을 추가하는 바람에 진두준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수배자가 되고 말았다.진주·밀양 용전은 오늘부로 주인이 바뀌게 되었다.이 사건의 최대책임자인 김청미는 용연욕에 끌려가 심층 심문을 받게 되었다. 나라를 팔아먹은 경황이 있는지 더 확인해 보려는 의도였다.이번 사건으로 용전에서 입은 피해는 어마어마했다....다음 날 아침, 진주 빅토리아 항구 5성급 호텔에서 자고 있던 김예훈은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로비로 내려갔을 때, 오래 기다리고 있던 장덕수를 만나게 되었다.“어르신.”김예훈은 용연옥 옥주인 장덕수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컸다.어제저녁 용인주, 하은우, 박인철 등은 급한 사정이 있어 밤을
“김 회장님께서 진주와 밀양의 중요성을 알고 계신다면 외부인은 관리하기 어려운 곳인 것도 아실 텐데요? 진주·밀양 용전의 독자적 운영과 고위층 퇴임은 약속드릴 수 있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그 관리자가 진주·밀양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김 회장님께서 약속하신다면 저 또한 약속을 지켜드리죠. 하지만 김 회장님께서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없었던 일로 합시다. 용문당에서는 저희 용전에 복수하고 싶으신 대로 하셔도 좋습니다.”늘 우아함을 지키고 있던 김서하는 순간 자기편을 들어주는 성격이 드러나고 말았다.보여주는 태도를 봐도 어느정도 선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보였다.김서하의 뜻을 알아차린 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진주와 밀양은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었다.용의 부대, 용연옥, 용전과 용문당 간의 단결을 위해 대가를 치르겠다고 해도 모자랄판에 이런 재미있는 요구를 내놓을 줄 몰랐다.진주·밀양 상류인사 중에서 용전을 진압할 만한 사람 중에 상대하기 쉬운 사람은 없었다.대부분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사람이거나 그 가문과 밀접히 연관된 사람이었다.간단히 말해서 김예훈이 김서하의 요구를 들어주면 그 누구를 관리자로 선택하든 진주·밀양 용전은 안동 김씨 가문의 손에 들어갈 것이 뻔했다.김서하는 양보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태도를 강경하게 보여주었다.이에 용인주, 장덕수 등은 하나같이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잘 따져보면 김예훈이 직접 진주·밀양 용전의 수장을 맡기에는 어려웠다.외부인으로서는 진주·밀양에 발붙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어디 가서 적합한 후보자를 찾지?’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김서하를 향해 피식 웃었다.“사모님께서 제 조건을 들어주신다는데 제가 어떻게 사모님 조건을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후보자를 용전에서 직접 뽑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김서하가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히 김 회장님께서 직접 뽑는 거죠.”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청미, 김병욱과 곽영현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은 제가 마침 소식을 듣고 진주로 왔기 다행이지 하마터면 용문당의 기둥인 김 회장님이 용전에서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어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런 유사한 사건이 얼마나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알수 없어요. 용전은 대한민국을 위해 존재하는 거지, 누군가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용전도 새로운 모습을 보일 때가 되었다고요.”김청미가 죄를 인정하면서 용인주, 장덕수, 하은우는 하나둘씩 용전에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용문당, 용연옥, 용의 부대의 절대다수의 힘은 국내에 있었기 때문에 서로 감시하고, 서로 다툼없이 평화롭게 지냈기 때문에 오늘과 같은 일이 벌어질 리가 없었다.하지만 대외적인 업무를 맡은 용전은 최근 몇 년 동안 놀라운 발전을 보였기 때문에 차마 간섭할 방법이 없었다.오늘 이 사건을 빌미로 용전을 대대적으로 수색하자는 것도 어쩌면 대한민국 고위층의 뜻일 수도 있었다.김서하는 어두워진 표정으로 태양혈을 어루만지고 있었다.그녀는 각 대표들의 발언을 듣고 한숨을 내쉬었다.“여러분, 김청미 씨가 잘못한 것도 사실이고, 용전도 책임을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다들 정의로운 척하지 말고 뭘 원하시는지 한번 말씀해 보시죠?”장덕수와 하은우가 힐끔 쳐다보자 용인주가 말했다.“저는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별로 바라는 것도 없습니다. 김 회장님께 물어보시는 건 어떨까요?”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용인주를 힐끔 쳐다보았다.‘내가 이 기회를 빌어 용전을 손봐주고 싶어 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김서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김 회장님께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가요? 혹은 저희가 어떻게 보상해 드리면 좋을까요?”김예훈이 김서하를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부족한 것이 없어서 보상은 필요 없습니다. 괜히 정의로운 척하기도 싫고요. 용전이 대외적으로 어떤 업무를 보고 있는지는 몰라도 오늘부로 진주·밀양 용전은 용전 본부에서 계속 관리할 자격이 없다고 봅니다. 하고, 모든 고위직은 자리에서
‘큰 죄를 지었습니다?’간단하기 그지없는 말에 용의 부대, 용연옥, 용전, 용문당 대표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김예훈마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힐끔 쳐다볼 정도였다.사실 그녀가 쉽게 잘못을 인정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김씨 가문 사걸 중에세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이렇게 쉽게 잘못을 인정하다니.’“김예훈 씨는 경기도에 있을 때 저희 김씨 가문을 풍비박산 내버리고 진주까지 쫓아냈기 때문에 죽도록 미웠습니다. 그래서 진주에 오고부터 계속 계획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성남에서 부산까지, 모두 저의 계획대로였죠. 김예훈 씨는 결국 제가 함정을 파놓은 진주와 밀양에 올 수밖에 없었어요. 두 번이나 암살 작전에 나선 킬러 역시 저였고요. 그런데 운이 얼마나 좋은지 전부 다 비켜 가더라고요.”김청미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밀양 국제공항 사건이 너무 크게 벌어진 바람에 생각을 바꾸게 되었어요. 그것은 바로 공권력을 남용하여 김예훈 씨를 짓밟아 버리는 것이었어요. 1부터 100까지 전부 다 짜놓은 판에 발만 내디디면 총살감이었어요. 그런데 용문당 당주님께서 직접 진주에 와서 4자 대면까지 진행할 정도로 김예훈 씨를 아낄 줄 몰랐어요. 그리고 임현우 저 자식도 돈 받고 저를 배신할 줄 몰랐고요.”김청미는 씁쓸한 표정이었다.“정말 세상일은 계획대로 되지 않나 보네요.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잘못을 인정할 수밖에요. 제가 용전을 먹칠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떠안겠습니다.”김예훈은 김청미를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다. 도도하기만 하던 그녀가 갑자기 모든 책임을 떠안겠다고 해서 수상한 느낌이었다.김청미의 신분과 힘으로는 일을 이렇게 크게 벌였을 리가 없었다.간단히 말해서 뒤에 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김청미가 나서서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 뒤에 있는 사람을 보호하기 위함이었다.“김청미 씨, 당신은 진주·밀양 용전 서열 2위로써 공권력을 남용한 것도 모자라 용문당 김 회장님까지 모함하려고 했어요. 용전을 먹칠한 것도 모자라
이때, 또 장덕수의 손짓 하나에 용연옥 사람들이 무리 지어 혈액검사 진행하러 나섰다.이렇게 된 이상 이미 김예훈이 억울하다는 것과, 김청미 등이 김예훈에게 죄를 뒤집어씌웠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었다.김청미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그녀는 일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전개될 줄 몰랐다.다른 말로 김예훈이 용전에 들어선 순간부터 컨트롤할 수 없는 국면에 빠졌다고 볼 수 있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차가운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다행히 너무 오래 기다릴 필요는 없었다.퍽!문이 열리고, 용연옥 사람들이 걸어들어와 상황을 보고했다.“R 국에 연락해서 임현우 씨의 통장에 40조 원이 들어간 것을 확인했습니다. 돈세탁의 방식으로 입금되긴 했지만 송금한 자가 진두준 씨가 맞았습니다. 그리고 혈액도 검사해 보았는데 수면제 성분이 들어있었고, 최면을 통해 사람의 행동과 의지를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오늘 점심 12시쯤, 진두준 씨가 리카 제국 어둠의 성으로 간 것도 확인되었습니다. 그런데 홍성에 있던 50kg의 황금과 함께 사라진 것을 보면 진두준 씨의 짓인 것이 확실합니다. 홍성에서 이 사실을 알고 지명 수배령을 내렸고, 어떻게든 진두준 씨를 잡아 와 여러분께 해명해 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황금 삼각지대 쪽에도 확인해 보았는데 진두준이 그 깡패들을 고용한 것이 틀림없었습니다.”용연옥 전문 인사들은 각종 자료를 가져와 사람들한테 보여주었다.사실 임현우가 한 말이 모두 다 사실이었기 때문에 사건이 이미 종결된 거나 마찬가지였다.김서하가 냉랭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말했다.“증거도 확실한 상황에서 진두준 씨가 이 일을 꾸민 것이 맞네요. 저는 용전의 전주로서 아랫사람을 잘 관리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여러분께 꼭 제대로 된 해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용전에서는 상금 2천억 원을 걸고 국제 수배령을 내려 꼭 진두준 씨를 잡아 오도록 하겠습니다.”용전 정예부대는 안색이 안 좋긴 했지만 그녀의 명령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김서하를 포함한 사람들의 표정은 순간 일그러지고 말았다.이들은 하나같이 매서운 눈빛으로 김청미를 쳐다보고 있었다.만약 임현우가 한 말이 맞는다면 진두준의 동기가 불순하고 김청미의 심보가 고약한 것이 된다.심지어 이 사건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차기 수장인 김현민과 연관되어 있을수도 있었다.김청미는 결국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제 발 저려서 어쩔 줄 몰라 하는 모습만 봐도 임현우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추하린과 추문성은 이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치고 말았다.추씨 가문이 다른 사람한테 이용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이 사건은 저희 용연옥에서 전적으로 책임질 것이니 용의 부대, 용전, 용문당에서는 감독을 해주십시오.”장덕수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바로 이때, 그의 손짓하나에 몇십 명의 용연옥 정예부대가 달려 들어왔다.용의 부대, 용전, 용문당에서도 각각 감독자를 선정했다.용전과 용문당은 이 일에 나서기 적합하지 않았고, 용의 부대는 이 부분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용연옥에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적합했다.김예훈은 이 모든 것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임현우를 쳐다보았다.“어차피 임 도련님께서 하신 말씀이 진짜인지 아닌지 곧 밝혀질 건데 이참에 김청미 씨가 당신을 어떻게 이 사건에 끌어들였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사실대로 말씀하시면 저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일은 없던 거로 해드리겠습니다.”용인주 역시 담담하게 말했다.“김 회장님의 억울함만 풀어주신다면 용문당에서도 책임을 묻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아까 약속드렸던 부분도 유효하고요.”김청미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임현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김청미를 힐끔 보더니 말했다.“리카 제국 임씨 가문에서 저는 특수한 신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식으로 자리를 물려받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은 후계자일 뿐이고요. 이번에 이곳으로 온 목적은 자리를 물려받기 위해 제 실력을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희망호와 자금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