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이렇게 좋은 프로젝트와 자원이 정 씨 가문의 그룹의 손에 쥐어져 있는지 몰랐다.정 씨 가문의 그룹은 성남 시에 방금 설립된 그룹이었기 때문이다.CY 그룹에서 자신의 생각을 그래도 말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높은 목소리로 축하를 해주는 말들뿐이었다.현장에 있는 정지용과 정가을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 사람들의 축하 인사를 받았다.“다음, 우리 정 씨 가문의 도련님께서 단상 뒤에 있는 자리에서 사인을 해주겠습니다!”계약서에 사인을 하는 책임자는 바로 조금 전 행정부의 부 주임이었다.“음? 정민아 아가씨는요?”부 주임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람을 의아하게 쳐다보았다.“책임자님 안녕하세요. 민아가 다른 일로 참석하지 못하여 제가 대리 참석했습니다!”정지용은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가을도 한편에서 그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네 주임님. 책임자가 밖에서 이미 결과를 선포했습니다. 어차피 프로젝트는 결국 저희 정 씨 가문의 손에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누가 사인을 하던 같지 않나요?”부 주임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했다.“네. 민아 아가씨께서 다른 일로 바쁘시면 대신 서명해 주세요. 틀리게 적지 말아 주세요.”“네네. 알겠습니다 주임님!”정지용은 한껏 격동된 목소리로 계약서를 건네받은뒤 정독하더니 사사삭 하며 정지용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적어 넣었다.“일단 앉으세요. 제가 도장을 가져...”부 주임은 계약서를 손에 쥐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정지용과 정가을은 서로 마주 보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었다.“지용 오빠, 저는 조금 전까지도 부 주임이 저희더러 사인을 하지 말라고 할까 봐 걱정했어요. 이제 보니 진짜 우리 정가 그룹이 마음에 들었나 봐요!”“그러니 정민아가 아니어도 전혀 문제가 없어요!”“빨리 할아버지에게 이 소식을 전해야죠.”정가을이 정지용을 부추기며 말했다.정지용은 한껏 들뜬 표정이었다. 정가을의 말처럼 그렇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처음부터 복현과 손을 잡았다면 지금
CY 그룹.30분의 초조한 기다림 끝에 사무실을 나갔던 부 주임이 다시 돌아왔다.그 시각, 부 주임은 미소 띤 얼굴로 정지용의 손을 잡고 악수하며 말했다.“정 부대표님, 정 대표님에게 전해주세요. 이런 업무는 직접 오실 필요가 없어요. 필요하면 저희에게 전화를 걸어주세요. 제 휴대폰 번호가 등록되어 있을 거예요.”“그리고, 이건 저희가 준비한 작은 성의에요. 전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부 주임은 자신의 손에 들린 포장이 완벽한 선물 상자를 정지용에게 건넸다.뭐?CY 그룹의 임원이 우리 정 씨 가문 대표에게 선물을 보내준다고?이게 대체 무슨 상황이야?정지용은 어질어질하게 선물 상자를 받아들고 CY 그룹 밖으로 나왔다. 여전히 얼빠진 표정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도리어 정가을은 한껏 궁금한 표정으로 선물 상자를 쳐다보았다. 그녀가 말했다.“지용 오빠, 여기에 뭐가 들어있는지 우리 열어 봐요.”정지용도 한껏 궁금한 표정이었지만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안돼!”“뭐가 무서워요. 선물을 할아버지께 전달해라고 했지 열어보지 말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우리가 열어보지 않으면 무엇인지 어떻게 알아요.”정가을이 말했다.정가을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정지용은 아름다운 선물 포장을 바로 열어보았다.선물 상자를 열어본 두 사람은 동시에 깜짝 놀랐다.별장!선물은 바로 개인 별장이었다! 하물며 성남 시 변두리에 있는 부자 동네였다.이 별장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성남 시에서 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상류층 사람들이 사는 동네였다.CY 그룹에서 이렇게 대단한 선물을 보냈을 줄이야.사소한 선물이었다면 정지용과 정가을이 꿀꺽했을 것이다. 하지만 별장은 아마 값어치가 어마어마하겠지?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두 사람은 열쇠를 손에 쥐고 몸을 떨었다.“우리 빨리 할아버지께 전해드리자. 이건 너무 어마어마해...”정지용은 침을 꼴깍 삼켰다.....그 시각, CY 그룹의 꼭대기 사무실.김청미는 표정이 쌀쌀맞은 하은
정 씨 가문.정 씨 가문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김예훈과 정민아도 불려 왔다.가문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는 전에 살던 별장이 아니라 부자동네에 있는 새로운 별장이었다.집으로 돌아온 정지용이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정 씨 어르신은 빨리 가보자고 부추겼다.별장 내부로 들어선 정 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전형적인 서양식 단독 주택으로 부지 면적이 500평에 육박하며 모두 3층 높이였다.이런 별장은 성남 시에서 대단한 별장은 아니었지만 정 씨 가문의 사람들에게는 과분하기도 했다.눈앞의 별장을 바라보는 정 씨 어르신의 눈에는 욕망으로 가득 찼다.정지용은 하하 웃으며 말했다.“할아버지, 이 별장 진짜 괜찮죠? 하지만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성남 시 로열패밀리는 모두 백운 정상에 살고 있대요.”“김 씨 가문의 사람들도 그곳에 살고 있어요.”“우리 정 씨 가문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니 언젠간 저희도 그곳에서 살 수 있을 거예요.”정지용은 한껏 자신감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방금 그는 정민아에게 번거로운 일을 찾아 주지 않아고 기본 계약을 체결하고 별장의 일을 보고했다.정 씨 어르신도 깜짝 놀라 정민아에게 숨돌릴 시간도 주지 않았다.한참 후, 정 씨 어르신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부 주임이 선물했다고 했지만 이 별장의 가격은 몇백억에 달할 거예요. 그가 선물할 수 있는 정도의 금액이 아니에요.”“그렇구나. CY 그룹이 진짜 우리 정 씨 가문을 잘 봐주고 있어!”“하지만, 왜 그럴까?”정 씨 어르신은 미간을 찌푸렸다. 정민아와 하은혜의 사이를 고민해 보고 정민아가 김세자의 숨겨놓은 여자라는 생각도 했다.하지만 자신도 돈이 있는 사람인지라 돈이 있는 사람들의 생각을 잘 알고 있다.숨겨놓은 여자를 왜 보여주는 거지?하지만 이 별장은...그때, 정 씨 어르신의 비서가 황급하게 별장으로 들어왔다.“대표님, 누군가 선물을 보냈습니다!”비서의 표정은 거의 경악에 가까웠다.그들이 방금 별장에 도착하자마자, 누군가 선물을 보
정 씨 어르신의 말을 들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여자들의 얼굴이 발그레 해졌다.정가을이 복 씨 가문의 도련님과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들은 질투를 했다.하지만 지금은 말로만 듣던 김세자의 청혼이었다!복 씨 가문이 재벌 가문이라면 김 씨 가문은 로열패밀리였다.소문이 파다한 김세자는 맨땅의 헤딩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혼자의 힘으로 죽어가는 김 씨 가문을 일으켜 세웠다!경기도의 최고봉에서 한국의 최고 상류층에 도달했다.이런 사람은 모든 여자들의 백마 왕자이자 꿈에서만 그리던 사람이다!그녀들은 자신들의 꿈에도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많은 사람들중 정민아의 안색만 창백했다.소문에 의하면 자신이 바로 김세자가 숨겨둔 여자였기 때문이다. 그녀도 자신에 관한 소문을 들어보았다. 하지만 자신의 일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다. 김세자와 자신은 아무 사이도 아니었기 때문이다.김세자의 사람이 어마어마한 예물을 보내왔다는 것은 김세자가 점찍어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다.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유부녀였기 때문이다.다른 사람들은 모두 기회가 있기 마련이다. 정가을도 마찬가지다. 사실 그녀와 복 씨 가문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기에 그녀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정민아는 완전히 기회가 없다.하물며 정소현은?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그녀는 완전한 제외 대상이다.“저는 그저 집사일 뿐입니다. 세자의 일은 저도 완전히 모릅니다.”김 집사는 모른다는 말만 하고 바람처럼 사라졌다.누구도 그가 김예훈이 있는 방향을 쳐다보지 않았다는 것을 알지 못하였다.그가 떠난 후, 정 씨 가문의 사람들은 눈앞의 황금빛으로 도배된 금과 노란색 수표를 쳐다보며 침을 흘렸다.잠시 생각을 해보니 자신이 있는 이 별장도 예물의 일부분이었다.이만큼 한 예물 금액은 경기도에서 아직 들어보지 못한 가격이다!자신의 집 딸이 김세자의 마음에 들었다면 그것은 바로 현대판 신데렐라인 것이다!김 씨 가문은 경기도의 유일한 로열패밀리였기 때문이다!“그래서 CY 그룹에서
정민아에 대한 무책임한 소문이 완전히 사라졌다.그러니 정민아에게도 기회가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하하하하. 우리 지용이 말이 맞아. 경쟁상대가 한명 줄어들었어!”“김예훈! 넌 역시 우리 정 씨 가문의 제일 좋은 사위야!”“고마워. 내가 정 씨 가문을 대표로 고맙다는 인사를 할게. 누가 너의 심기를 건드린다면 내가 나서줄게!”김예훈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그가 부탁하지 않은 일이고, 하은혜가 혼자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을 것이다.김 씨 가문에서 자신의 동의를 거치치 않고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은?김병욱?그는 인성이 바르고 마음이 깊으며 모든 신중하게 행동했으며 책사 역할을 해오기 때문에그는 절대 이런 수법으로 자신을 나타내는 사람이 아니다.그러면 쌍둥이?아니야, 쌍둥이는 항상 조용해. 김 씨 가문에서 존재감이 아주 미약해.김 씨 사걸 호칭은 사용하고 있지만 김 씨 가문에서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은 여전히 김병천이다.그렇다면 제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은 바로 그 여자.도무지 속마음을 알 수 없는 그 여자.예쁘장한 얼굴이 김예훈의 머리에 스쳤다.그는 그녀가 조금 꺼려졌다.김 씨 가문에서 그가 제일 꺼려 하는 사람은 바로 김청미이다.김청미는 절대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워낙 이상한 짓만 벌이는 사람이었기에 상대방이 자신의 목적을 알아맞히기 힘들게 한다.환심을 사려는 걸까?아니면 단순히 김 씨 가문과 정 씨 가문의 사이를 좁히려고?김예훈은 인상을 찌푸렸다. 도저히 꿰뚫어 볼 수 없는 사람이다!이 여자 너무 위험해!...“그만해! 이 물건들은 내가 먼저 보관하도록 할게. 김세자가 나타나면 우리 정 씨 가문의 어떤 여식을 마음에 들어 했는지 물어볼게. 확인되면 이 예물들을 그녀에게 줄 것이야.”정 씨 어르신이 호언장담했다.별장에 관한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별장이 마음에 들었으니 당분간 이곳에 살아도 괜찮겠지?정 씨 어르신은 제일 먼저 이사 준비를 계획했다.김세자가 청혼을 하는 여식이 대체 누구인지 모르는 상황이었기에 누구
정군의 안색이 조금 새까맣게 변했다. 그가 가지고 온 큰 프로젝트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 딸의 기본협정은 다른 사람이 체결했다. 지금 다른 정씨 가문의 딸들이 모두 재벌집에 시집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니 그의 마음은 얼마나 아픈지 모른다. "이제 보니 김예훈 이 바보새끼와 민아를 이혼시키는 일을 반드시 서둘러야지. 이 재수없는 놈이 있으면 우리의 처지가 더 비참해질 거야!” 임은숙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정군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 것 같아? 방금 떠날 때 아버지가 이미 나에게 경고하셨어. 곧 정씨 가문의 경사의 날인데 만약 무슨 불길한 사달이 나면 나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아버지는 민아가 나설까 봐 두려워하는 거야. 이런 상황에서 민아가 이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실 거야!" 임은숙은 정군의 뺨을 한 대 때리고 매섭게 말했다. "정군, 어르신이 말씀하시는 대로 할 거야? 조금이라도 자기 주관이 있으면 안 돼?" "먼저는 복세자, 그 다음은 김세자!" "만약 우리 딸이 그 바보에게 시집가지 않았다면 이 모든 게 우리 것일 수도 있었는데!" "이제 우리 딸은 아무런 이득도 없이, 고생해서 얻은 것까지 모두 남에게 넘겨줘야 돼!" "이게 공평해?" 정군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도 불공평하다는 걸 알아. 근데…" "근데 뭐. 이 일이 잠잠해지면 민아와 그 바보를 반드시 이혼시켜야 해. 이번에는 더 이상 질질 끌게 가만두지 않을 거야!" 임은숙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녀는 전에 자신이 너무 마음이 약했다고 생각했다. 늘 이혼하라고 말했지만 실제로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졌으며 반드시 그들을 이혼시킬 것이다. 그러면 자신의 딸이 김세자와 결혼할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경기도의 끝판왕이다! 진정한 최고의 가문이다! 딸이 김세자에게 시집가게 된다면 자신은 진정한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 최상위권에 들어갈 수 있다. 그
30분 정도 기다린 후에야 김예훈은 문을 열고 들어갔으며 손에 고기와 야채를 조금 들고 말했다. "아버님, 어머님, 방금 제가 전통시장을 지나다가 세일하는 것을 봤어요. 우리 저녁에 맛있는 거 해먹어요." 정민아는 웃으면서 말했다. "좋아.” 하지만 임은숙과 정군의 눈빛은 매우 이상했으며 지금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은 더 이상 혐오와 어쩔 수 없다는 눈빛이 아니었다. 더 많은 것은 절대적인 실망이었고, 어떤 일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정민아가 이혼하기 싫으면 그녀의 뜻대로 내버려 두기로 하고 어차피 그들도 포기했다. 이때부터 그들은 이미 정소현을 신경쓰기 시작했다. ...... 다음날, 정민아가 회사로 출근할 때 김예훈도 함께 외출했다. 떠나기 전에 임은숙이 당부했다. "민아야, 이틀 후면 추석 연휴인데 네 동생이 여기에 와서 학교 다닌지 얼마되지 않고, 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데 적응이 되었는지 모르겠어." "그때 가서 네 동생을 집으로 데려와." 임은숙은 이제 완전히 내려놓았다. 큰딸이 아무 소용없으니 막내딸을 키우면 되지. 막내딸만 잘 키울 수 있다면 이번에는 꼭 돈 많은 사위를 찾아야 한다. "알았어, 엄마." 정민아는 고개를 약간 끄덕였다. 사실 요 며칠 그녀는 잘 지내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정씨 회사의 모든 업무를 성남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회사 건물의 부지 선정도 완료되었다. CY그룹 쪽에서는 가끔 사람을 보내 시찰하는데 매번 태도가 아주 좋은 것으로 김세자의 관심과 인정을 말해준다. 이런 상황에서 정민아는 더욱 소외되었다. 원래 정씨 어르신은 그녀에게 한가한 자리를 마련해 주려고 했지만 지금은 아예 회사의 후방 지원 부서에서 일하게 했다. 이 부서는 듣기만 좋았지 사실 하루 종일 할 일이 없고, 돈도 권리도 없다. 하지만 정민아는 따지지 않았다. 그녀는 이 상황에서 따져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묵묵히 버티고 있었다. 김예훈은 이 모든 것을 눈여겨보면서도 아무 말
한참 골동품 롤렉스를 만지작거리다가 김예훈은 고개를 들고 담담한 눈빛으로 김청미를 흘겨보고 말했다. "너 이렇게 대놓고 나를 만나고 김병욱이 알면 너를 죽여버릴까 봐 두렵지 않아?" "이렇게 귀여운 동생이 아까워서 손을 댈 수 있겠어?" 김청미가 방긋 웃었다. "귀여워?" 김예훈의 입가에 비아냥거리는 웃음이 떠올랐다. 눈앞의 이 여자는 계략적인 여자, 팜므 파탈, 냉혈한 미인, 가식적인 여자 등의 형용사로 표현할 수 있어도 유독 귀엽다는 말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물론 김예훈은 그녀의 아름다움을 전혀 부인하지 않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은 무기일 뿐만 아니라 흉기이기도 한다. 나라를 망하게 하고 백성을 해칠 수 있는 흉기이다. "내가 귀엽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왜 그때 나를 김씨 가문으로 데려 왔어?" 김청미는 담백한 말투로 옛날 일을 회상하고 있었다. "내가 너를 김씨 가문으로 데리고 왔을 때, 겨우 여덟 살이었어. 여덟 살 때 길가에서 주운 세 살짜리 어린 소녀가 십여 년 후에 하마터면 내 목숨을 빼앗아갈 줄 어떻게 알았겠어?"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물론 나도 후회는 안 해.” "과거의 나는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자부심이 강해서 이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너, 그리고 다른 세 놈도 나에게 인생수업을 가르쳐줬어. 그런 점에서 너희들에게 감사하지." 김예훈의 입가에 담담한 웃음이 가득했으며 마치 3년 전 김씨 가문에서 일어난 모든 일들이 웃음거리 같았다. "오빠, 3년 전에 일어난 일이 오빠에게 매우 불공평하다는 걸 알아. 하지만 그건 할머니의 결정이고 우리는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야." 김청미가 설명하는 것 같았다. "그래? 김청미가 언제 일을 저질러 놓고 감당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어?” 김예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인정해. 늙은이의 명령이 없어도 너희들은 나에게 손을 댔을 거야." "나의 존재가 너희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니까." "내가 김씨 가문에 있는
“아까 김 회장님께서 아빠를 섬라 3대 마승의 손에서 구해주셨어. 그러고도 총으로 쏴 죽이고 싶어? 유주야, 담이 너무 커진 거 아니야? 세상 사람들이 우리 허씨 가문을 배은망덕하다고 수군거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지금 당장 김 회장님께 사과해! 사과 안 하면 바로 집에서 쫓아낼 거야! 우리 허씨 가문에는 막무가내이자 상황 파악마저 못 하는 사람은 필요 없어!”허순재는 허유주가 김예훈한테 무례해서 많이 화난 모양이다.김예훈과 허순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는 허준서 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버지가 왜 김예훈을 저렇게 감싸고 도는 거지?’허순재의 아내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의문에 빠지고 말았다. 김예훈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허순재가 가장 예뻐하는 허유주가 욕을 먹자 하나같이 고개 숙이고 차만 마실 뿐이다.허유주의 얼굴에는 분노가 사라지고 두려움이 밀려왔다.지금까지 허순재가 이 정도로 화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도포를 입은 여자 스님은 평온한 표정으로 일어서더니 허유주를 뒤에 숨기고는 웃으면서 말했다.“도박왕님, 유주도 흥분해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을 것입니다. 열여덟 살짜리 여자아이가 무슨 나쁜 마음을 품고 있겠습니까. 이분이 바로 어제 한마디로 진주·밀양 용전 전주를 교체시킨 김 세자님이자 김 회장님이시겠네요? 배포가 넓으시다고 들었는데 이런 어린 여자아이가 한 말을 마음에 두진 않겠죠?”여자 스님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유주야, 얼른 김 세자님께 사과해야지.”허유주는 눈가를 파르르 떨고 말았다. 내심 속으로 내키진 않았지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김 세자님, 죄송해요.”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허순재가 집안사람들을 교육하든, 허씨 가문이 이 기회를 빌어 허순재의 권력에 도전장을 내밀든, 김예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피도 안 마른 어린애가 앞에서 거들먹거려서 불쾌할 뿐이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살짝 시간을 확인한 김예훈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도박왕님께서 초대하셨는데 말 나온 김에 오늘 바로 가서 확인하시죠.”“여기서 멀지 않아요. 제가 길을 안내해 드릴게요.”허순재는 차를 부르지 않고 고즈넉한 길로 안내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앞을 내다보았다. 이순간 허순재의 몸에서 왠지 모르게 검은 기운이 뿜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혹은 살기라고 할까......별로 멀지 않았기 때문에 몇 분도 안 지나 바로 허씨 가문에 도착하게 되었다.앞장서는 허순재를 본 순간 문을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더니 공손하게 길을 비켜드렸다.“김 회장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허씨 가문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김 회장님께 달렸습니다.”...거실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김예훈과 일면식이 있는 허성빈, 허도겸, 허준서 등 외에 기껏해 18살로 보이는 소녀가 앉아있었다.김예훈이 걸어들어오는 모습을 본 허씨 가문 3형제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고 있었다.18살짜리 소녀 역시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네가 바로 우리 둘째 오빠의 손을 부러뜨리고, 셋째 오빠의 다리를 부러뜨린 것도 모자라 넷째 오빠 뺨까지 때린 김예훈이야?”이 사람은 딱 봐도 허씨 가문의 다섯째, 허유주로 보였다.그녀의 뒤에는 허준서의 약혼녀인 허영미도 서 있었다.아까 허유주의 귓가에 속삭이는 것을 보니 김예훈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허씨 가문 자녀들 외에 도포를 입고있어도 몸매가 좋아보이는, 얼굴까지 예쁜, 속세를 벗어난 것만 같은 여자 스님이 앉아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신처럼 모시듯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김예훈은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네. 제 이름은 김예훈이 맞습니다.”“이런 젠장!”김예훈이 신분을 인정하자 허유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우리 허씨 가문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감히 우리 구역을 침범해? 저 자식을 그냥 총으로 쏴서 죽여버려
그야말로 올킬이었다!3대 마승은 김예훈 앞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고, 대마승도 곧 숨통이 끊어질 것만 같이 경련을 일으켰다.김예훈은 아까의 격투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서 있었다.“김예훈! 죽여버릴 거야!”두 명의 동생이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본 대마승은 마지막 힘을 다해 총을 꺼내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담담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던 허순재가 갑자기 예술품과도 같은 총을 꺼내 대마승의 급소를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고선 손수건을 꺼내 아무렇지않게 총을 닦았다.김예훈은 확장된 동공으로 대마승의 시체를 쳐다보았다.총알마다 완벽하게 대마승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대마승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라고 없었다.이런 사격술은 몇십 년 연습하지 않았다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기술이었다.“도박왕님, 사격 솜씨가 장난이 아니네요.”김예훈은 허순재에게 경계심을 품으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그러다 갑자기 굳이 자기가 나서지 않았어도 3대 마승은 허순재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밖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허순재는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웬걸.’그 사람들은 허순재에게 총을 맞아도 무슨 영문인지 모를 것이다.“도박왕님!”이때, 전신 무장한 보디가드들이 허순재가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달려왔다.사처에 깔린 수백 명의 보디가드를 보고 있자니 밀양에서는 허씨 가문이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허순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보디가드들더러 물러가라면서 김예훈의 곁으로 걸어갔다.“김 회장님, 역시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허순재는 옷에 피 한 방울조차 묻지 않은 김예훈을 보고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그를 기피 대상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심지어 김예훈과 한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쨕! 쨕!귀가 째질 듯한 거대한 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움찔도 잠시 저 멀리 바닥에 떨어졌을 때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김예훈은 뒤로 몇발짝 물러서면서 여력을 흡수시켰다.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대마승을 향해 발길질했다.퍽!김예훈의 발에 얼굴이 차인 대마승 역시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김예훈의 덤덤한 표정을 보고있던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회장님, 괜찮으세요?”“괜찮아요. 섬라 마승이라고 해도 그냥 그렇네요, 뭐.”예전에 전쟁터에서 일당백으로 수백 명의 장병을 때려눕혔는데 이 세 명의 장병급 실력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허순재 앞에서 진정한 실력을 숨기지만 않았다면 뺨 한 대로 아예 죽여버렸을 것이다.대마승은 얼굴을 감싸쥔 채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희들 괜찮아?”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도 얼굴을 감싸쥔 채 휘청거리면서 일어서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비록 크게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움직일 수는 있었다.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이 세 명의 마승은 상상을 초월하는 김예훈의 실력에 표정이 심각해지고 말았다.‘이런 천재는 절대 내버려 둬서는 안 돼. 아니면 대한민국이 더욱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섬라는 대한민국에 총사령관급 실력자가 존재하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다.“대마승, 실력이 그냥 그 정도라면 너무 실망인데?”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앞으로 걸어갔다.“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아예 너희 셋이 동시에 붙어.”“죽여버려!”대마승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명령했다.“속전속결로 죽여버려!”이때, 세 명의 마승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자신의 도사 지팡이를 챙겼다.“황금 삼각 법진!”세 명의 마승은 동시에 하늘로 솟더니 김예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세 자루의 도사 지팡이를 교차하면 무신 급 실력자를 진압할 수 있는 일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황금 삼각 법진을 알아본 허순재는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대마승은 허순재의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다.“너를 죽일만한 기회를 엿보기 위해 보름 동안 미행했어. 점까지 쳐봤는데 오늘이 바로 네가 죽는 날이더라고.”둘째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허순재, 걱정하지 마. 널 죽이고 나서 너의 아들들도 같이 보내줄게. 딸만 살려둬서 그 딸이 나중에 허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우리 섬라 왕자님께 시집와야 할 거야. 허씨 가문이 동의하든 말든 그때 가서는 모든 재산이 우리 섬라의 것이 되겠지. 이건 법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잖아. 아무도 우리를 말리지 못해.”셋째 마승도 피식 웃었다.“오늘은 무조건 죽어야겠어. 그런데 걱정하지 마. 내년의 오늘, 딸한테 제사를 멋지게 차려달라고 할게. 김예훈도 살아서 이곳을 나갈 생각하지 마. 우리 큰형님을 상대할 순 있어도 우리 셋을 동시에 막지는 못할 거야. 우리 섬라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오늘 무조건 죽어야겠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제야 왜 황금 삼각지대에 깡패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동남 해역에 해적이 많았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동남 해역의 제1 강국이라는 섬라의 능력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다니.’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셋이 같이 덮쳐. 너희들을 해결하고 도박왕님을 위해 풍수도 봐 드려야 하거든.”“이 자식이!”“너부터 죽여야겠어!”“그리고 허순재 너도 도망가지 못해!”대마승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시간을 지체해봤자 보디가드들이 와서 널 도와주지 못할 거야. 우리 제자들이 이미 그들을 상대하고 있거든. 이곳에 오려면 반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러니까 오늘 너희 둘은 죽을 수밖에 없어! 얘들아! 다 같이 덤벼!”3대 마승은 거의 동시에 앞으로 덮쳤다.이때,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3대 마승은 어느샌가 김예훈 앞에 나타나 그의 길을 막기 위해 진법을 세워놨다.기세등등한 3대 마승과는 달리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
“그래서 오늘 우리 위대한 섬라를 위하여! 위대한 섬라왕을 위하여 너랑 허순재는 죽어야겠어!”대마승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정의로운 말투로 말했다.김예훈은 휴지를 바닥에 툭 던지고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한 명씩 달려들 거야? 아니면 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 거야?”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허순재는 이미 김예훈의 실력을 예상했기 때문에 전혀 놀라운 표정이 아니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것만 봐도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허순재가 마승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김 회장님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 분이신지 알겠지? 그러니까 그냥 보내는 것이 좋을거야. 나를 죽이는 것이 너희들 주요 목적이 아니었어? 굳이 다른 사람한테 힘 뺄 필요는 없지 않아?”“꺼져!”허순재의 청산유수에 마승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허순재,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가르치려고 드는 거야. 네가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우리 섬라왕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우리 섬라에서도 대단한 젊은이들을 만들어 냈다고. 그러면 우리 셋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섬라는 세계 강국 중의 하나로 거듭났겠지. 그런데 네가 감히 우리를 무시해? 이런 제기랄!”대마승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머지 두 마승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말았다.섬라는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냥 이 정도의 범위에서만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젊은 인재를 배양해 낼 자금도 부족해서 도박왕 허순재에게까지 손 벌릴 정도였으니 말이다.허순재는 한때 도박왕인 만큼 재산이 어마어마했다.이들은 도박왕 같은 사람은 무조건 섬라를 모시고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밀양도 동남 해역 범위에 있었기 때문에 밀양의 돈은 섬라의 돈과도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정정당당하게 강도질하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이때 김예훈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힐끔 쳐다보았다.“섬라왕이 도박왕님과 손잡는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 혹시 여쭤봐도 될까요? 너무 궁금해서요.”허순재
마승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 한 번 앞으로 튕겨 나가면서 그의 뺨을 때리려고 손바닥을 내밀었다.깜짝 놀란 마승은 피해 보려고 했지만 차마 법장을 들어 올릴 새도 없이 주먹을 내밀뿐이다.퍽!손바닥과 주먹은 마치 망치가 서로 맞닿은 듯이 거대한 소리와 함께 눈 부신 스파크를 일으켰다.빠직!살짝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마승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손에 쥐고 있던 법장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김예훈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했다.파바박!하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김예훈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기세로 마승의 오른쪽 뺨을 노렸다.샤샤샥!마승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그림자도 쫓아 못 오는 김예훈의 스피드보다는 빠르지 못했다.그는 어떻게든 마승의 얼굴을 때릴 작정이었다.쨕!또 한 번 뺨 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승은 공중에서 머무르다 바닥에 떨어진 순간, 얼굴이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다.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첫 번째 뺨은 피습이라면 두번째 뺨은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재밌군. 섬라 마승이 장병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좀만 더 연마하면 무신 급이 되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바닥을 닦았다.“그런데 이깟 실력으로 자칭 마승이라고 하는 거야? 무슨 염치로? 우물 안의 개구리라 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야?”“너!”김예훈에게 손가락질하던 마승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피를 토해냈다.섬라 3대 마승은 최근 몇 년 동안 동남 해역을 헤집고 다니면서 천하무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들 체면을 지켜주었다.3대 마승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김예훈한테는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이순간 3대 마승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지금까지 이렇게 짓밟힌 적도, 무시를 당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3대 마승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볼 뿐이다.섬라왕 특유의 전통 무술을 연마한 이 세 명은 누구나 다
“이런 제기랄!”3대 마승은 분노하더니 동시에 법장을 꺼냈다.이때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 덮치는 건 괜찮아. 죽기 살기로 붙어보는 거지, 뭐. 그런데 내 옆에 있는 이분은 아무 잘못도 없어. 너희랑 아무 원한도 없는데 그냥 보내줘. 이분이 가시면 천천히 붙어보자고. 경기도 세자님이자 부산 용문당 회장님이라 목숨을 잃으시면 너희들도 큰 화를 입을 거거든. 너희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허순재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지 담담한 표정이었다.하필 오늘 김예훈과 만나자고해서 피해를 줄까 봐 어떻게든 먼저 보내고 싶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께서 제 실력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제가 실력 없다고 해도 어떻게 도박왕님을 혼자 두고 가겠습니까.”김예훈은 3대 마승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손바닥만 한 섬라가 감히 우리 대한민국을 건드려? 내 체면을 뭐로 보는거야!”3대 마승은 피식 웃더니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허순재, 저놈 신분이 심상치 않다고? 그러면 몸값도 어마어마하겠네? 저놈을 생포하기만 하면 큰돈을 얻을 수 있겠네? 허순재, 네 놈만 죽이려고 했는데 이제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어. 우리 섬마왕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바로 곱상하게 생기고, 몸값이 어마어마한 사람이거든.”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섬라도 어떻게 보면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인데 어떻게 깡패 같은 말만 내뱉지? 벌써 잊었어? 그때 혼자서 칼 한 자루만 든 총사령관님을 상대로 참패한 것도 모자라 너희 섬라왕이 무릎 꿇고 다시는 대한민국에 발을 내딛지 않겠다고 했던 거. 왜, 이제는 약속을 어기려고? 총사령관님이 또 본때를 보여줄까 봐 두렵지도 않아?”총사령관님 언급에 3대 마승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잠시 후 한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예훈이라고 했나? 총사령관님을 이용해서 겁줄 생각하지 마. 총사령관님은 이미 3년 전에 전역했다고 들었어. 3년이나 실종된 사람을 언급해서 우리한테 겁주
“하인이 사라졌다고요?”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경찰에는 신고하셨나요?”허순재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 허씨 가문은 규모가 큰 만큼 말하지 못할 비밀도 많은지라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에 신고하지는 못해도 진주·밀양에서 유명한 사설탐정 세 명을 모셔 왔지만 크게 발견한 점이 없었습니다. 하인들이 갑자기 증발된 느낌이에요. 하인들의 거처마저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의심될 정도라니까요. 이 일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인데 김 회장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도박왕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조용한 곳에 가서 맥을 한번 짚어봐도 될까요?”허순재는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럼요. 김 회장님 하고 싶으신 대로 하면 돼요.”두둥!바로 이때, 김예훈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허순재를 밀쳐내고 앞구르기를 했다.다음 순간, 갑자기 검은색 법장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나면서 바닥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순재의 옆으로 다가갔다.샤샤샥!이순간 주위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명의 승포를 입은 섬라인이 나타났다.허순재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섬라 3대 마승?”“어디서 온 사람들이에요?”김예훈은 이 정도의 피습으로 당황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의 신분만큼은 확인해야 했다.“섬라 대불사의 마승이요.”허순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용전과 비슷한 조직이지만 또 달라요. 대한민국의 용전은 나라를 위해 일하지만 섬라 마승은 돈만 주면 해서는 안 될 짓도 하거든요. 섬라왕이 도박패 지분을 갖고 싶다길래 거절한 적이 있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폭군 같은 섬라왕이 체면이 깎여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걸 거예요.”허순재가 침착하게 분석에 나섰다.김예훈은 그제야 이 섬라 마승들이 자신이 아니라 허순재를 타깃으로 찾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오랫동안 허순재를 감시해 오던 이들은 마땅히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