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씨 가문의 임시 별장.정 씨 어르신은 팍 하는 소리와 함께 찻잔을 내려놓고 화를 내며 말했다.“진짜 그렇게 말을 했다고?”집으로 돌아온 정민택은 정군의 집에서 일어난 일들에 살을 붙여 말했다.정 씨 어르신의 안색은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좋아! 우리 셋째 가문이 아주 대단한 집이구나! 이제 내 말도 소용이 없어!”“정민아가 없다면 우리 정 씨 가문이 이런 일도 하지 못할 가봐?”“지용아, 네가 직접 처리해야겠다. 계약을 따내지 않아도 좋아. 가서 눈도장만 찍어!”정 씨 어르신이 말했다.정지용은 거절하려고 했지만 눈도장만 찍으면 된다는 말을 듣고 웃으며 알겠다고 했다.계약을 따내지 않고 눈도장만 찍고 CY 그룹의 고위 관계자들과 인사만 한다면 그가 제일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는 자신의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정민아가 없으면 제가 있어요! 제가 저의 실력을 보여드릴게요!”“정민아가 없어도 우리 정 씨 가문이 잘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죠!”호언장담을 한 정지용은 아버지와 함께 CY 그룹에 도착했다....CY 그룹의 창립식이 열리는 장소는 바로 성남에서 제일 번화거리인 상업거리였다.이 지역은 고층 빌딩이 빽빽이 들어섰고 성남 내의 모든 대기업과 쇼핑몰이 자리 잡고 있는 번화가였다.CY 그룹의 밖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CY 그룹의 창립식은 이미 사람들로 하여금 떠들썩하게 토론을 하고 있는 뉴스이기 때문이다.소문에 의하면 김세자가 성남에서 경기도 못지않은 세력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CY 그룹이 창립되고 몇몇 유명한 대기업들은 모두 CY 그룹의 계열사가 되겠다고 했다.이것은 김세자가 계획한 빙산의 일각이라고 했다.정민택과 정지용이 CY 그룹의 로비에 들어서 웅장한 광경을 보고 기쁨을 주체하지 못했다.CY 그룹에 계열사가 많으면 정 씨 가문과 같은 작은 가문은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정 씨 가문에서 자산을 몰래 이동하면 짧은 시간 내에는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정민택과 정지용 부자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오늘 그들은 원대한 이상과 포부를 가지고 왔다. 그런데 갑자기 정씨 가문이 파산 절차를 밟는다고 하는데 그들보고 어떻게 반응하라는 말이지? 이때 담당자는 무슨 생각이 난 듯 표정을 바꾸고 웃으면서 말했다. "원래 당신들이 남해시 정씨 회사 사람이네요. 죄송합니다. 방금 깜빡했어요. 귀사의 정민아씨가 오셨나요?" "네?" 이 말에 정지용 부자는 멍해졌으며 이 타이밍에 왜 갑자기 정민아를 언급할까? 정지용은 한참이나 생각하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담당자님, 제 이름은 정지용이고 정씨 회사의 부대표예요." "정민아는 예전에 우리 정씨 회사의 재무 매니저였는데, 큰 실수를 해서 이미 해고했어요." “담당자님께서 왜 그 사람을 물어보시는 건가요?” 담당자는 이 얘기를 듣고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좋은 일이네요. 그 사람이 해고되었으니 일이 쉬워졌네요." 정민택과 정지용은 안색이 갑자기 좋아졌으며 설마 새로운 희망이 생기는 걸까? 그런데 뜻밖에도 담당자가 바로 말했다. "정민아씨가 이미 귀사에서 근무하지 않으니 내일 파산 절차를 빨리 처리해 주세요. 제가 사람 보내서 인수 인계할 거예요.” 정지용과 정민택은 동시에 멍해졌다. "담당자님… 이게… 그게…" 정지용은 부들부들 떨었다. "뭐가 이러쿵저러쿵이에요?" "정민아씨와 김세자의 비서 하은혜가 좋은 친구예요. 하 비서님이 정민아씨의 일은 신중하게 처리하라고 특별히 당부하셨어요." "이제 정민아씨가 귀사에서 근무를 안 하시니 그럼 상관없네요. 당신들은 빨리 파산 절차를 밟으면 되겠네요." 담당자는 이번에 충분히 인내심을 가지고 한 마디 한 마디 설명하였다. 간단히 말하자면 정씨 회사에 정민아가 없으면 파산하라는 것이다. 만약 정민아가 있다면 모든 일을 다시 상의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하은혜의 체면을 봐서 정씨 회사를 살리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하지
곧 정민택과 정지용 두 사람은 쫓겨났다. 길거리에 서 있는 부자의 안색은 극도로 보기 안 좋았다. "정민아 이 못된 년이 김세자와 수상한 관계인 게 틀림없어요. 아니면 이 담당자가 왜 그녀의 체면을 세워주죠?!" "뭐 하은혜의 절친이라고? 귀신이나 속이라고 해!" 이 순간 정지용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정민택은 머리를 감싸고 말했다. "이번에 큰일 났네. 만약 정민아 그년에게 다시 실권을 넘겨주지 않는다면 절대 정씨 가문을 대신하여 부탁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겨우 그들 가족을 쫓아냈는데 어떻게 이렇게 쉽게 포기해?"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내일 정씨 회사는 파산해야 하고 우리는 자산을 이전할 시간도 없어." 정지용 부자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상대방의 눈빛 속에 담긴 씁쓸함을 보았다. 원래 성남에 오면 모든 것이 바뀔 것이고 정민아도 더 이상 그들의 머리 위에서 손가락질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를 정씨 가문에서 쫓아낸 지 하루도 안 돼서 또 다시 정민아에게 부탁해야 할 줄은 몰랐다. 성남에 있는 정씨 가문의 별장으로 돌아왔다. 정씨 어르신은 아예 떠나지 않았으며 이때 정지용 부자가 돌아온 것을 보고 곧장 다가와서 물었다. "지용아, 일이 어떻게 됐어? CY그룹에서 난처하게 한 건 아니지?" 정민택은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에는 방금 일어난 일을 그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뭐라고? 우리 정씨 가문이 파산절차를 밟는다고?" “그리고 부탁하고 싶으면 정민아만 가야 한다고?” 이때 정씨 어르신의 안색이 너무나 안 좋았다. 정민택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버지, 그 담당자가 명백하게 말했어요. 내일 정민아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파산 절차 서류를 가지고 오라고요. 아니면 나머지 49%의 지분도 지킬 수 없다고요!" "정씨 회사가 계속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정민아를 보내서 부탁하는 거예요! 다른 사람 그 누구도 안 돼요!" "오늘 우리가 나타나서
이 장면은 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의 얼굴에 의혹이 가득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TV를 보던 정소현은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면서 말했다. "우리 언니를 찾는다면 집에 없어요." 정가을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소현 동생, 민아 언니가 어디 갔는지 말해 줄 수 있어?" 정소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몰라요. 아침 일찍 김예훈이랑 같이 나갔어요. 어디 갔는지는 몰라요." "그렇구나. 삼촌, 숙모, 그리고 소현 동생, 우리 먼저 가볼 게요." "민아가 들어오면 우리에게 전화하는 것을 잊지 마세요!” 세 사람은 굽실거리며 비록 많이 어색했지만 그래도 선물을 두고 떠났다. 정소현은 별 생각이 없었지만 정군과 임은숙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고 얼굴에는 의혹이 가득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선물도 주고? 우리에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건가?” 정군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설마 이번에도 그 바보의 말이 맞았단 말인가? 어르신께서 우리에게 부탁하러 오신다고? 나는 진짜 저 놈을 잘 모르겠네!" 임은숙은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녀는 선물 박스를 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보, 이건 금테 중화 담배, 마르텔 꼬르동 블루, 그리고 제비집, 샥스핀, 동충하초야." "이걸 모두 합치면 2천만 원 정도 되는데, 큰 아주버님 가족들이 언제 이렇게 손이 컸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정군 부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어서 정민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정민아가 어젯밤에 휴대폰을 충전하지 않아 전원이 꺼진 상태였는데 본인도 모르고 있었다. 또 김예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를 받지 않아 정군 부부는 더욱 얼떨떨했다. ...... 이때 김예훈과 정민아는 이미 성남에서 가장 럭셔리한 쇼핑몰인 현대몰에 도착했다. 돈 많은 사람들의 쇼핑 천국이라고 알려진 현대몰은 돈만 있으면 어떤 명품이든 어떤 꿈에서 가지고 싶었던 물건들 모두 현대몰에서 살 수 있다. 정민아는 이 곳을 많이 들어봤지만 지금 처음 와봤
정민아의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고, 김예훈은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때 정지용 세 사람은 어이가 없었다.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정민아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잘해줬을 것이다. 그러면 이 지경까지 번거롭지 않았을 것이다. 이때 정씨 어르신의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정지용의 안색이 좋지 않았지만, 전화를 받고 상황보고를 해야 했다. "할아버지, 저희가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게 아니라 그 바보 새끼가 정민아 그년을 어디로 데려갔는지 몰라요!" "전화도 했는데 안 받아요. 전화가 꺼져 있어요!" "삼촌이랑 숙모도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몰라요!" 이 말을 들은 정씨 어르신은 휴대전화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정민아를 찾지 못하면 정씨 가문은 파산할 수밖에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의 반평생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된다! "빨리 가서 찾아내! 다 나가서 찾아봐. 내일 아침까지 찾아와!" "걔를 찾지 못하면 우리 정씨 가족 모두 입에 거미줄 쳐야 해!" "너 뒷감당 할 수 있겠어?" 정지용은 당연히 이런 결과를 감당할 수 없으며, 정씨 가문이 파산하면 그가 어떻게 사치스러운 삶을 누릴 수 있겠는가? 하등인의 삶을 보내느니 차라리 강에 몸을 던지라고 하는 것이 낫다! 이어서 정씨 가족들은 벌떼처럼 여기저기로 정민아와 김예훈 두 사람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그들은 성남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고 또 성남은 너무 컸다. 이곳은 수천만 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대도시인데 이 짧은 시간 안에 어디서 사람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정씨 가족들이 다시 모였을 때 하나같이 얼굴이 새까맣게 되어버렸다. "혹시 정민아가 열 받아서 성남을 떠나 다른 곳에 일하러 간 거 아닌가요? 아무튼 우리가 그녀를 해고했잖아요?" 누군가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이럴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매우 컸다. 정씨 가문이 그들의 집세까지 정지시켰는데 그녀가 일하러 간 것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이 말을 들은
그날 밤, 정민아는 이미 100개 넘은 매장을 둘러봤다. 그녀는 마음에 드는 옷이라면 모두 피팅해보지만, 라벨을 보고 살 마음을 접었다. 현대몰은 모두 명품 브랜드이기 때문에 저렴한 물건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정민아에게는 단순히 피팅 과정을 즐기는 것만으로도 아주 행복했다. 김예훈은 줄곧 인내심을 가지고 옆에 같이 있어주면서 정민아가 피팅해 본 옷은 다 기억해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현대몰의 마지막 매장을 둘러볼 때 정민아는 미션을 완수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김예훈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여기 있는 옷을 다 입어보고 들어가자." "알았어.” 김예훈은 웃으면서 거절하지 않았다. 그들이 매장을 들어가서 막 옷을 입어보려고 할 때, 다른 남자와 여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그 여자는 몸매가 요염하고 얼굴에 화장을 너무 두껍게 해서 원래 모습을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남자는 런닝구에 슬리퍼를 신고 있었지만 허리춤에 한 뭉치의 열쇠가 잔뜩 달려 있어 딱 봐도 성남 현지의 돈 많은 건물주였다. 여자는 매장에 들어온 후 마음에 드는 옷은 가격도 안 보고 바로 직원에게 포장하라고 했다. 이렇게 손이 큰 모습은 당연히 직원들을 잘 보이려는 미소를 짓게 했고 매우 친절하게 서비스를 제공하게 했다. "이것도 포장해줘요!" 요염한 여자는 정민아 앞으로 다가와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마침 피팅하고 있는 옷을 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 매장 직원은 굽실거렸다. 어쨌든 정민아는 이미 여러 벌의 옷을 입어 보았고 김예훈은 아무리 보아도 돈이 많은 사람 같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은 당연히 정민아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 "고객님, 얼른 옷을 갈아입으시겠어요? 이쪽 고객님이 마음에 드신답니다!" 이 직원은 비록 예의를 갖추고 말했지만, 말 속에는 명백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정민아는 아직도 거울을 보고 있었는데 이 순간 눈썹을 찌푸렸다. 솔직히 말해서, 그녀는 피팅한 이 옷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방금도 몰래 가격을 봤으며
정민아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고 말했다. "이렇게 속물적으로 차별할 거예요? 저 여자는 고객이고 나는 고객이 아니란 말인가요?" 솔직히 정민아는 입은 옷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그냥 벗으라고 하니까 정말 굴욕감이 들었다. 맞은편에 있는 직원은 입꼬리를 올리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고객님, 고객도 여러 등급으로 나눕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분의 구매력은 고객님이 비교할 수 있으세요?" "아마도 이분이 한 번에 사는 물건이 고객님이 평생 사는 것보다 더 많을 거예요!" 이 말을 듣고 그 요염한 여자도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역량을 잘 알고 있는 게 좋을 같아요. 망신당하지 말고요." "자신의 역량을 저울질해보고, 그리고 나와 비교할 수 있는지 봐요!” 이때, 열쇠를 허리에 찬 남자가 요염한 여자의 옆으로 다가와서 담담하게 말했다. "이 궁상맞은 놈들과 쓸데없는 말을 그렇게 많이 해서 뭐해?" "이 시대에 돈만 있으면 왕도야!" "이 사람들은 아무리 봐도 돈이 없어 보이는데 왕이 되려면 진짜 돈을 좀 가져와야지!" 정민아는 안색이 좀 보기 안 좋았다. 이 여자는 딱 봐도 세컨드인데 지나치게 날뛰고 있다. 그녀도 화풀이하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집안 형편으로 명품 옷을 하나 사는 건 괜찮다. 많이 사면 집세와 숙식은 어떻게 하지? "너…" 정민아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김예훈은 갑자기 일어나 담담하게 말했다. "매장의 규정이 누가 많이 사면 누구에게 파는 건가요? 건물주는 업신여기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요? 나랑 비교해보려고요?" "내 집 한 채가 당신 같은 가난한 놈이 평생 분투해도 가질 수 없는 거에요!" 말하는 동안 그가 허리춤에 있는 열쇠 뭉치를 들고 흔들자 딸랑딸랑 소리가 났다. 성남의 집값에 따르면, 집 한 채의 가치는 최소 6~10억 원 정도 된다. 이 건물주의 허리춤에 있는 열쇠의 수로 볼 때, 그의 재산은 최고 200억 원이
정민아는 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지만 그래도 이때 어금니를 깨물며 참았다. 그런데 그 요염한 여자는 이미 이런 일에 익숙한 듯, 지금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김예훈을 위아래로 훑어보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궁상맞은 놈, 우리 남편이 아주 손이 크거든요. 이 4천만 원은 당신에게 몇 년의 월급이 될 텐데요." "내가 당신이라면 지금 당장 돈을 가지고 꺼질 거예요. 이 계집애는 두고요!" 옆에 있던 직원도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이때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아가서 말했다. "아이고, 나도 나의 연약함을 알아 봐주는 오빠가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예쁜 고객님, 운이 좋으세요. 이 오빠가 고객님에게 헤어지라고 4천만 원을 내주신대요." 김예훈은 안색이 점점 더 냉담해졌고 그는 담담하게 직원과 건물주를 쳐다보며 천천히 말했다. "여기는 쇼핑몰이니까 나는 당신들의 규정대로 할 게요.” "돈 있는 게 대단해요? 이 매장의 모든 옷을 내가 다 살 게요." "그리고 당신은, 내가 4천만 원 줄 게요. 나는 당신의 여자에게는 관심이 없으니 내 여자에게 사과하라고 해요." 김예훈의 말투는 매우 냉담했고 의심할 여지가 없이 강압적이었다. 정민아는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녀는 김예훈이 이렇게 패기가 넘칠 줄 몰랐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가 뜻밖에도 다 사겠다고 했다? 그는 이 매장의 물건들이 얼마나 비싼지 알고 있을까? 다 사면 몇 천만 원으로 되는 게 아니다. "김예훈, 제 정신이야? 이 옷들이 얼마인지 알아?" 정민아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그는 단지 데릴 사위일 뿐이다! 예전에 남해시에서 근무할 때 적금이 좀 있었다고 해도, 문제는 그가 많은 돈을 빌렸다는 것이다. 그가 어떻게 매장의 모든 물건을 살 수 있을까? 그 건물주는 어리둥절해하다가 잠시 후 깔깔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내가 당신이 계산하는 걸 지켜볼 거야! 당신이 그렇게 많은 돈을 내놓을 수 있다면 내 여자를
“아까 김 회장님께서 아빠를 섬라 3대 마승의 손에서 구해주셨어. 그러고도 총으로 쏴 죽이고 싶어? 유주야, 담이 너무 커진 거 아니야? 세상 사람들이 우리 허씨 가문을 배은망덕하다고 수군거려야 속이 시원하겠어? 지금 당장 김 회장님께 사과해! 사과 안 하면 바로 집에서 쫓아낼 거야! 우리 허씨 가문에는 막무가내이자 상황 파악마저 못 하는 사람은 필요 없어!”허순재는 허유주가 김예훈한테 무례해서 많이 화난 모양이다.김예훈과 허순재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있는 허준서 등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버지가 왜 김예훈을 저렇게 감싸고 도는 거지?’허순재의 아내들을 포함한 모든 사람은 의문에 빠지고 말았다. 김예훈에게 본때를 보여주려고 했는데 허순재가 가장 예뻐하는 허유주가 욕을 먹자 하나같이 고개 숙이고 차만 마실 뿐이다.허유주의 얼굴에는 분노가 사라지고 두려움이 밀려왔다.지금까지 허순재가 이 정도로 화를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도포를 입은 여자 스님은 평온한 표정으로 일어서더니 허유주를 뒤에 숨기고는 웃으면서 말했다.“도박왕님, 유주도 흥분해서 해서는 안 될 말을 했을 것입니다. 열여덟 살짜리 여자아이가 무슨 나쁜 마음을 품고 있겠습니까. 이분이 바로 어제 한마디로 진주·밀양 용전 전주를 교체시킨 김 세자님이자 김 회장님이시겠네요? 배포가 넓으시다고 들었는데 이런 어린 여자아이가 한 말을 마음에 두진 않겠죠?”여자 스님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면서 말했다.“유주야, 얼른 김 세자님께 사과해야지.”허유주는 눈가를 파르르 떨고 말았다. 내심 속으로 내키진 않았지만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김 세자님, 죄송해요.”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허순재가 집안사람들을 교육하든, 허씨 가문이 이 기회를 빌어 허순재의 권력에 도전장을 내밀든, 김예훈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저 피도 안 마른 어린애가 앞에서 거들먹거려서 불쾌할 뿐이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살짝 시간을 확인한 김예훈은 아직 여유가 있다고 생각해 고개를 끄덕였다.“도박왕님께서 초대하셨는데 말 나온 김에 오늘 바로 가서 확인하시죠.”“여기서 멀지 않아요. 제가 길을 안내해 드릴게요.”허순재는 차를 부르지 않고 고즈넉한 길로 안내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앞을 내다보았다. 이순간 허순재의 몸에서 왠지 모르게 검은 기운이 뿜이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혹은 살기라고 할까......별로 멀지 않았기 때문에 몇 분도 안 지나 바로 허씨 가문에 도착하게 되었다.앞장서는 허순재를 본 순간 문을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들은 정신을 바짝 차리더니 공손하게 길을 비켜드렸다.“김 회장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허씨 가문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김 회장님께 달렸습니다.”...거실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아있었다.김예훈과 일면식이 있는 허성빈, 허도겸, 허준서 등 외에 기껏해 18살로 보이는 소녀가 앉아있었다.김예훈이 걸어들어오는 모습을 본 허씨 가문 3형제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를 째려보고 있었다.18살짜리 소녀 역시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네가 바로 우리 둘째 오빠의 손을 부러뜨리고, 셋째 오빠의 다리를 부러뜨린 것도 모자라 넷째 오빠 뺨까지 때린 김예훈이야?”이 사람은 딱 봐도 허씨 가문의 다섯째, 허유주로 보였다.그녀의 뒤에는 허준서의 약혼녀인 허영미도 서 있었다.아까 허유주의 귓가에 속삭이는 것을 보니 김예훈의 신분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허씨 가문 자녀들 외에 도포를 입고있어도 몸매가 좋아보이는, 얼굴까지 예쁜, 속세를 벗어난 것만 같은 여자 스님이 앉아있었다.허씨 가문 사람들은 그녀를 신처럼 모시듯이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김예훈은 허유주를 힐끔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네. 제 이름은 김예훈이 맞습니다.”“이런 젠장!”김예훈이 신분을 인정하자 허유주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우리 허씨 가문을 건드린 것도 모자라 감히 우리 구역을 침범해? 저 자식을 그냥 총으로 쏴서 죽여버려
그야말로 올킬이었다!3대 마승은 김예훈 앞에서 마치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고, 대마승도 곧 숨통이 끊어질 것만 같이 경련을 일으켰다.김예훈은 아까의 격투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것처럼 깔끔한 모습으로 담담하게 서 있었다.“김예훈! 죽여버릴 거야!”두 명의 동생이 자기 눈앞에서 죽어가는 걸 지켜본 대마승은 마지막 힘을 다해 총을 꺼내 김예훈을 향해 방아쇠를 당기려고 했다.피융! 피융! 피융!하지만 그가 움직이기 전에 담담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던 허순재가 갑자기 예술품과도 같은 총을 꺼내 대마승의 급소를 향해 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겼다.그러고선 손수건을 꺼내 아무렇지않게 총을 닦았다.김예훈은 확장된 동공으로 대마승의 시체를 쳐다보았다.총알마다 완벽하게 대마승의 급소를 노리고 있었기 때문에 대마승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라고 없었다.이런 사격술은 몇십 년 연습하지 않았다면 이루어 낼 수 없는 기술이었다.“도박왕님, 사격 솜씨가 장난이 아니네요.”김예훈은 허순재에게 경계심을 품으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그러다 갑자기 굳이 자기가 나서지 않았어도 3대 마승은 허순재의 상대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밖에서 돌아다니는 소문에 의하면 허순재는 3개월도 버티지 못할 거라고 했는데 이게 웬걸.’그 사람들은 허순재에게 총을 맞아도 무슨 영문인지 모를 것이다.“도박왕님!”이때, 전신 무장한 보디가드들이 허순재가 습격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달려왔다.사처에 깔린 수백 명의 보디가드를 보고 있자니 밀양에서는 허씨 가문이 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허순재는 담담한 표정으로 보디가드들더러 물러가라면서 김예훈의 곁으로 걸어갔다.“김 회장님, 역시 실력이 대단하시네요. 아까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허순재는 옷에 피 한 방울조차 묻지 않은 김예훈을 보고도 표정 변화 하나 없었지만 그를 기피 대상 리스트에 추가하기로 마음먹었다.심지어 김예훈과 한편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쨕! 쨕!귀가 째질 듯한 거대한 뺨 소리가 울려 퍼지고, 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은 움찔도 잠시 저 멀리 바닥에 떨어졌을 때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피를 토해내고 있었다.김예훈은 뒤로 몇발짝 물러서면서 여력을 흡수시켰다.그 순간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대마승을 향해 발길질했다.퍽!김예훈의 발에 얼굴이 차인 대마승 역시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김예훈의 덤덤한 표정을 보고있던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김 회장님, 괜찮으세요?”“괜찮아요. 섬라 마승이라고 해도 그냥 그렇네요, 뭐.”예전에 전쟁터에서 일당백으로 수백 명의 장병을 때려눕혔는데 이 세 명의 장병급 실력자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허순재 앞에서 진정한 실력을 숨기지만 않았다면 뺨 한 대로 아예 죽여버렸을 것이다.대마승은 얼굴을 감싸쥔 채 겨우 바닥에서 일어나면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너희들 괜찮아?”둘째 마승과 셋째 마승도 얼굴을 감싸쥔 채 휘청거리면서 일어서다 일그러진 표정으로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비록 크게 다치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움직일 수는 있었다.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이 세 명의 마승은 상상을 초월하는 김예훈의 실력에 표정이 심각해지고 말았다.‘이런 천재는 절대 내버려 둬서는 안 돼. 아니면 대한민국이 더욱더 강해질 수밖에 없어.’섬라는 대한민국에 총사령관급 실력자가 존재하기를 절대 바라지 않았다.“대마승, 실력이 그냥 그 정도라면 너무 실망인데?”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앞으로 걸어갔다.“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아예 너희 셋이 동시에 붙어.”“죽여버려!”대마승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명령했다.“속전속결로 죽여버려!”이때, 세 명의 마승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자신의 도사 지팡이를 챙겼다.“황금 삼각 법진!”세 명의 마승은 동시에 하늘로 솟더니 김예훈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갔다.세 자루의 도사 지팡이를 교차하면 무신 급 실력자를 진압할 수 있는 일격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황금 삼각 법진을 알아본 허순재는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
“널 죽이지 못할 거라고?”대마승은 허순재의 말이 우스갯소리처럼 들렸다.“너를 죽일만한 기회를 엿보기 위해 보름 동안 미행했어. 점까지 쳐봤는데 오늘이 바로 네가 죽는 날이더라고.”둘째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허순재, 걱정하지 마. 널 죽이고 나서 너의 아들들도 같이 보내줄게. 딸만 살려둬서 그 딸이 나중에 허씨 가문을 물려받으면 우리 섬라 왕자님께 시집와야 할 거야. 허씨 가문이 동의하든 말든 그때 가서는 모든 재산이 우리 섬라의 것이 되겠지. 이건 법에 어긋나는 일도 아니잖아. 아무도 우리를 말리지 못해.”셋째 마승도 피식 웃었다.“오늘은 무조건 죽어야겠어. 그런데 걱정하지 마. 내년의 오늘, 딸한테 제사를 멋지게 차려달라고 할게. 김예훈도 살아서 이곳을 나갈 생각하지 마. 우리 큰형님을 상대할 순 있어도 우리 셋을 동시에 막지는 못할 거야. 우리 섬라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오늘 무조건 죽어야겠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그제야 왜 황금 삼각지대에 깡패가 무리 지어 다니고, 또 동남 해역에 해적이 많았던 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동남 해역의 제1 강국이라는 섬라의 능력이 이정도밖에 되지 않다니.’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내 시간 낭비하지 말고 그냥 셋이 같이 덮쳐. 너희들을 해결하고 도박왕님을 위해 풍수도 봐 드려야 하거든.”“이 자식이!”“너부터 죽여야겠어!”“그리고 허순재 너도 도망가지 못해!”대마승은 콧방귀를 뀌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시간을 지체해봤자 보디가드들이 와서 널 도와주지 못할 거야. 우리 제자들이 이미 그들을 상대하고 있거든. 이곳에 오려면 반 시간은 걸릴 거야. 그러니까 오늘 너희 둘은 죽을 수밖에 없어! 얘들아! 다 같이 덤벼!”3대 마승은 거의 동시에 앞으로 덮쳤다.이때, 우르릉 쾅쾅 천둥·번개가 치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3대 마승은 어느샌가 김예훈 앞에 나타나 그의 길을 막기 위해 진법을 세워놨다.기세등등한 3대 마승과는 달리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으로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
“그래서 오늘 우리 위대한 섬라를 위하여! 위대한 섬라왕을 위하여 너랑 허순재는 죽어야겠어!”대마승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 정의로운 말투로 말했다.김예훈은 휴지를 바닥에 툭 던지고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말했다.“한 명씩 달려들 거야? 아니면 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 거야?”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허순재는 이미 김예훈의 실력을 예상했기 때문에 전혀 놀라운 표정이 아니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된 것만 봐도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허순재가 마승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김 회장님이 어느 정도로 대단한 분이신지 알겠지? 그러니까 그냥 보내는 것이 좋을거야. 나를 죽이는 것이 너희들 주요 목적이 아니었어? 굳이 다른 사람한테 힘 뺄 필요는 없지 않아?”“꺼져!”허순재의 청산유수에 마승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허순재, 무슨 자격으로 우리를 가르치려고 드는 거야. 네가 한 번이고 두 번이고 우리 섬라왕의 요청을 거절하지 않았다면 우리 섬라에서도 대단한 젊은이들을 만들어 냈다고. 그러면 우리 셋이 굳이 나설 필요도 없이 섬라는 세계 강국 중의 하나로 거듭났겠지. 그런데 네가 감히 우리를 무시해? 이런 제기랄!”대마승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나머지 두 마승의 표정도 어두워지고 말았다.섬라는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그냥 이 정도의 범위에서만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젊은 인재를 배양해 낼 자금도 부족해서 도박왕 허순재에게까지 손 벌릴 정도였으니 말이다.허순재는 한때 도박왕인 만큼 재산이 어마어마했다.이들은 도박왕 같은 사람은 무조건 섬라를 모시고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밀양도 동남 해역 범위에 있었기 때문에 밀양의 돈은 섬라의 돈과도 같다고 생각할 정도였다.이런 근거 없는 자신감에 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정정당당하게 강도질하는 사람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이때 김예훈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허순재를 힐끔 쳐다보았다.“섬라왕이 도박왕님과 손잡는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 혹시 여쭤봐도 될까요? 너무 궁금해서요.”허순재
마승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 한 번 앞으로 튕겨 나가면서 그의 뺨을 때리려고 손바닥을 내밀었다.깜짝 놀란 마승은 피해 보려고 했지만 차마 법장을 들어 올릴 새도 없이 주먹을 내밀뿐이다.퍽!손바닥과 주먹은 마치 망치가 서로 맞닿은 듯이 거대한 소리와 함께 눈 부신 스파크를 일으켰다.빠직!살짝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마승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손에 쥐고 있던 법장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김예훈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했다.파바박!하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김예훈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기세로 마승의 오른쪽 뺨을 노렸다.샤샤샥!마승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그림자도 쫓아 못 오는 김예훈의 스피드보다는 빠르지 못했다.그는 어떻게든 마승의 얼굴을 때릴 작정이었다.쨕!또 한 번 뺨 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승은 공중에서 머무르다 바닥에 떨어진 순간, 얼굴이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다.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첫 번째 뺨은 피습이라면 두번째 뺨은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재밌군. 섬라 마승이 장병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좀만 더 연마하면 무신 급이 되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바닥을 닦았다.“그런데 이깟 실력으로 자칭 마승이라고 하는 거야? 무슨 염치로? 우물 안의 개구리라 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야?”“너!”김예훈에게 손가락질하던 마승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피를 토해냈다.섬라 3대 마승은 최근 몇 년 동안 동남 해역을 헤집고 다니면서 천하무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들 체면을 지켜주었다.3대 마승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김예훈한테는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이순간 3대 마승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지금까지 이렇게 짓밟힌 적도, 무시를 당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3대 마승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볼 뿐이다.섬라왕 특유의 전통 무술을 연마한 이 세 명은 누구나 다
“이런 제기랄!”3대 마승은 분노하더니 동시에 법장을 꺼냈다.이때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 덮치는 건 괜찮아. 죽기 살기로 붙어보는 거지, 뭐. 그런데 내 옆에 있는 이분은 아무 잘못도 없어. 너희랑 아무 원한도 없는데 그냥 보내줘. 이분이 가시면 천천히 붙어보자고. 경기도 세자님이자 부산 용문당 회장님이라 목숨을 잃으시면 너희들도 큰 화를 입을 거거든. 너희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허순재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지 담담한 표정이었다.하필 오늘 김예훈과 만나자고해서 피해를 줄까 봐 어떻게든 먼저 보내고 싶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께서 제 실력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제가 실력 없다고 해도 어떻게 도박왕님을 혼자 두고 가겠습니까.”김예훈은 3대 마승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손바닥만 한 섬라가 감히 우리 대한민국을 건드려? 내 체면을 뭐로 보는거야!”3대 마승은 피식 웃더니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허순재, 저놈 신분이 심상치 않다고? 그러면 몸값도 어마어마하겠네? 저놈을 생포하기만 하면 큰돈을 얻을 수 있겠네? 허순재, 네 놈만 죽이려고 했는데 이제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어. 우리 섬마왕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바로 곱상하게 생기고, 몸값이 어마어마한 사람이거든.”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섬라도 어떻게 보면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인데 어떻게 깡패 같은 말만 내뱉지? 벌써 잊었어? 그때 혼자서 칼 한 자루만 든 총사령관님을 상대로 참패한 것도 모자라 너희 섬라왕이 무릎 꿇고 다시는 대한민국에 발을 내딛지 않겠다고 했던 거. 왜, 이제는 약속을 어기려고? 총사령관님이 또 본때를 보여줄까 봐 두렵지도 않아?”총사령관님 언급에 3대 마승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잠시 후 한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예훈이라고 했나? 총사령관님을 이용해서 겁줄 생각하지 마. 총사령관님은 이미 3년 전에 전역했다고 들었어. 3년이나 실종된 사람을 언급해서 우리한테 겁주
“하인이 사라졌다고요?”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경찰에는 신고하셨나요?”허순재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 허씨 가문은 규모가 큰 만큼 말하지 못할 비밀도 많은지라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에 신고하지는 못해도 진주·밀양에서 유명한 사설탐정 세 명을 모셔 왔지만 크게 발견한 점이 없었습니다. 하인들이 갑자기 증발된 느낌이에요. 하인들의 거처마저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의심될 정도라니까요. 이 일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인데 김 회장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도박왕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조용한 곳에 가서 맥을 한번 짚어봐도 될까요?”허순재는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럼요. 김 회장님 하고 싶으신 대로 하면 돼요.”두둥!바로 이때, 김예훈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허순재를 밀쳐내고 앞구르기를 했다.다음 순간, 갑자기 검은색 법장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나면서 바닥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순재의 옆으로 다가갔다.샤샤샥!이순간 주위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명의 승포를 입은 섬라인이 나타났다.허순재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섬라 3대 마승?”“어디서 온 사람들이에요?”김예훈은 이 정도의 피습으로 당황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의 신분만큼은 확인해야 했다.“섬라 대불사의 마승이요.”허순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용전과 비슷한 조직이지만 또 달라요. 대한민국의 용전은 나라를 위해 일하지만 섬라 마승은 돈만 주면 해서는 안 될 짓도 하거든요. 섬라왕이 도박패 지분을 갖고 싶다길래 거절한 적이 있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폭군 같은 섬라왕이 체면이 깎여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걸 거예요.”허순재가 침착하게 분석에 나섰다.김예훈은 그제야 이 섬라 마승들이 자신이 아니라 허순재를 타깃으로 찾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오랫동안 허순재를 감시해 오던 이들은 마땅히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