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사무실 하은혜와 송문영 두 사람 모두 대표실에 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자 두 사람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눈앞의 나이가 지긋한 중년 여자를 보고 하은혜와 송문영은 약간 긴장됐다. 그 여자의 기세가 얼마나 무서운지 사람에게 아주 큰 위압감을 주었다, 뿜어나오는 카리스마가 보통 사람과는 비할 수 없었다.하은혜처럼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은 약간 긴장되었다, 송문영은 보통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이라 아예 말할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김리정이 차가운 눈빛으로 하은혜와 송문영을 쳐다보았다.비서가 이렇게 아름다운 젊은 여자애들이라니, 어쩐지 강문탁 그 인간이 어젯밤에 들어오지 않더라니. "당신들 누구예요? 여긴 대표님 사무실이에요, 당신들이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하은혜가 마음을 가라앉히고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김리정이 차가운 눈빛으로 하은혜를 훑어보는데 완전 무시하는 눈치였다. “어린 계집애가 겁도 없이? 내가 누구인지 알아? 대표 나오라고 해!"하은혜가 이 말을 듣고 미간을 더 찌푸렸다, 요 며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어제는 강문탁이 회사 대표 행세를 하지 않나, 오늘은 이 노친네가 와서 행패를 부리지 않나? 대표이사 사무실에서 이게 뭐 하는 짓인지?이 여자, 도대체 무슨 신분이지?"대표님께서 일이 있으셔서 조금 늦으실 것 같습니다, 제가 대표님 비서이니 하실 말씀이 있으면 제가 전해 드리겠습니다." 하은혜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김리정이 차갑게 웃으며 일어서서 천천히 하은혜 앞으로 걸어갔다, 이내 사람을 경악하게 만드는 일이 일어났다, 김리정이 두말없이 손을 들어 하은혜의 뺨을 때렸다."네가 뭔데? 너 따위가 감히 나한테 말을 걸어? 당장 대표 불러와, 아니면 네가 무릎 꿇고 있어! 너희 대표가 올 때까지 네가 무릎 꿇고 있어!" 김리정이 차갑게 말했다.그녀가 보기에, 하은혜 이 계집애는 강문탁이랑 엮였으니 죽여도 시원치 않았다!이 모습을 본 송문영은 너무 놀
"당신의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안심하세요, 난 당신같이 기가 센 여자랑 남자를 뺏을 생각이 없으니까!" 하은혜는 입가에 피가 흐르도록 맞았지만 전혀 기가 죽지 않았다.이때, 송문영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계속 이러다가는 하은혜가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녀는 감히 반항하지 못했다, 하은혜의 앞을 재빨리 가로막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은혜 언니, 그만 해요, 대표님한테 오시라고 해요, 무슨 일이든 언니 혼자 감당하지 말고요, 대표님이 오셔야 해결돼요...""이렇게 감싸면서도 내 남자를 빼앗지 않겠다고?" 김리정은 차갑게 웃더니 송문영을 보고 냉랭하게 말했다, "너도 무릎 꿇어, 안 그러면 너도 같이 손봐줄 거니까!"송문영은 잠시 망설였지만, 하은혜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보고는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함부로 대들었다가는 하은혜 꼴이 될 게 뻔했다.자기 남자를 빼앗는 두 계집애가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을 보고 김리정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기생오라비 같은 놈이, 내 손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회사 대표가 되었다고 해서 큰소리치는 거야? 노리개는 영원히 노리개일 뿐 , 출세할 날이 없다는 걸 오늘 똑똑히 알게 해줘야겠다!"자, 너희 둘 무슨 할 말이 있어? 대표한테 누가 전화할 거야?" 김리정이 휴지를 꺼내 싫은 표정으로 손바닥을 닦으며 차갑게 말했다.하은혜의 표정이 차갑다, 반면 송문영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사모님, 저희 대표님은 보통 분이 아니에요, 지금 우리한테 이러시는 거 뒷감당하실 수 있겠어요?"김리정은 우스갯소리라도 들은 것처럼 웃음을 참지 못했다, "보통 사람이 아니다? 당연히 보통 사람이 아니지, 내가 키우는 기생오라비가 보통 인간이겠어?"이 말을 듣고 하은혜와 송문영의 안색이 변했다, 대표님이 어떻게 이 늙은 여자의 남자란 말인가? 그럴 리가?송문영은 그 모습을 상상하더니 토하고 싶을 만큼 구역질이 났다."두 사람 표정을 보니 내가 키우는 기생오라비한테 푹 빠져있는
"여기가 경기도인 줄 알아요?" 김예훈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도 김씨 가문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수 있을거라 생각합니까?""그래? 아니야?" 김리정은 경멸의 눈빛을 보였다, "경기도가 아니더라도 가문에서 쫓겨난 폐인 주제에 감히 나한테 손을 대겠다고? 네가 누구를 때릴 수 있는데?"김예훈은 옆에 있는 경호원들을 보고는 차갑게 말했다."당신이 데리고 온 쓸모없는 인간들, 나한테 소용 있을 것 같습니까?"김리정이 차갑게 말했다. "김예훈, 지금은 정씨 일가의 데릴사위가 되었다고 하던데, 충고할게, 내 앞에서 나대지 마, 안 그러면 정씨 일가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리고, 네가 살아있으니까 너한테 직접 말할게, YE 투자 회사는 내가 가질 거야, 내 애완견한테 주는 선물이거든, 앞으로 네가 여길 들어오면 네 다리를 부러뜨릴 거야!"애완견?하은혜와 송문영이 눈을 마주치더니 뭔가 눈치챘다.어제 이곳에 와서 위세를 부리던 강문탁이 바로 이 늙은 노친네가 키우는 기생오라비인 것이다!게다가, 사람을 시켜 대표님을 귀찮게 한 것 같은데?이 여자, 도대체 무슨 사람인가? 어떻게 저리 쉽게 YE 투자 회사를 선물로 준다는 말을 할 수 있는 거지?저리 큰소리를 치는 걸 보니 남해시 전체에 그녀가 안중에 두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이렇게 큰 능력이 있단 말인가? 이렇게 대단하단 말인가?"내 말 알아들었어?" 김리정이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계속 말했다."이 대낮에 아직 잠이 덜 깨셨나?" 김예훈이 분노가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말했다. "어? 반항할 생각이야? 전에 보낸 그 병신들이 왜 실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반항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김리정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으며 손뼉을 쳤다, 그러자 이내 경호원 몇 명이 앞으로 나와 천천히 김예훈을 향해 걸어갔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당신이 누구인지 생각났습니다, 김리정, 김예진이 키우는 개 맞죠? 얼마 전에 김예진이 어쩔 수 없이 이 회사를 나한테
"내가 왜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죠?"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김리정은 너무 놀란 나머지 소파에 주저앉아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물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간단합니다, 나한테 이런 실력이 없었다면 3년 전 쫓겨나는 게 아니라 이미 죽었겠죠, 알겠나요?"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김리정의 눈동자가 갑자기 움츠러들었다, 3년 전 김예훈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알 것 같았다.김씨 가문이라면 버려진 후계자를 그냥 살려두지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밖에서 데릴사위가 되는 걸 그냥 내버려 둘 수 있겠는가? 그건 잠재적인 위험이나 마찬가지인데 말이다.하지만 그 버려진 후계자가 만만치 않다면? 아무리 김씨 가문이라고 해도 그를 해결할 자신이 없다면?이런 상황이라면 가문에서 덫을 놓지 않겠는가?"김예훈... 내가 널 우습게 봤어! 하지만, 네가 아무리 실력이 좋다 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 세상에서는 싸움만 잘하면 강한 것이 아니야, 주먹이 총알을 따라올 수 있을까?" 김리정은 깊은숨을 들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김씨 가문에서 널 죽일 방법은 수백 가지가 넘어!"김예훈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 같이 늙은 여자가 날 엿먹이는 것도 그 방법 중의 하나인가 봐요? 만약 그런 거라면 김씨 가문이 몰락했다고 할 수밖에 없군요."김리정은 김예훈의 차가운 얼굴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래서 뭐? 결국 넌 날 보내줘야 할 거야! 설마 날 죽이기라도 할 거야?""아줌마, 무슨 생각 하는 거예요? 살인은 불법이에요." 김예훈은 웃으며 전화를 꺼내 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오정범이 강문탁을 붙잡고 대표이사 사무실로 들어왔다."내 새끼, 어떻게..." 김리정은 멍투성이인 강문탁을 보고는 마음이 아파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 사람은 그녀의 남자였다, 어떻게 이 준수한 얼굴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것인가?강문탁은 김리정을 보고 이제 살았
김예훈은 담담하게 웃으며 왼손으로 강문탁의 목을 움켜쥐고 한손으로 그를 들어 올리고 차갑게 말했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되는 거야? 저 노친네가 널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해?”말을 하고 김예훈은 오른손을 뻗었다."파악-"거대한 소리가 전해지고 강문탁의 이가 두 개 빠져버렸다, 돼지 멱따는 소리가 순식간에 건물 전체에 퍼졌다.하지만 이곳은 대표이사 전용층이기 때문에 그들 외에 다른 사람은 전혀 없었다.김리정은 마음이 몹시 아팠다, 급한 나머지 앞으로 가서 김예훈의 팔을 잡아당기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당장 놓지 못해? 김예훈,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이 사람 다치게 하면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김예훈은 한 발로 김리정을 걷어찼다, 그러나 김리정은 포기하지 않고 그의 종아리를 붙잡고 힘없이 때렸다. "당장 그 손 놔! 놓으라고!"김예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왼손을 놓으면서 강문탁의 아랫배를 가격했다.강문탁은 비명을 질렀다, 바닥에 몸을 쪼그리고는 통증으로 인해 끊임없이 식은땀을 흘렸다, 배의 감각이 곧 사라질 것 같았고 자기 배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김리정은 김예훈의 다리를 놓고 비틀거리며 강문탁의 곁에 달려가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문탁, 문탁아, 괜찮아? 괜찮은 거야?""자기야, 저 자식 죽여줘요! 죽여달라고요!" 강문탁은 끊임없이 울며 하소연했다.지금 이 순간, 김리정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었다, 감히 강문탁을 다치게 하다니, 하지만 지금 그녀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그녀가 어떻게 김예훈의 상대가 될 수 있겠는가?"김예훈! 어찌 됐든 내가 네 고모야, 네가 이렇게 하는 거 양심에 찔리지도 않아?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야!" 김리정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고모? 납득이 안 되는 일이라고요?" 김예훈이 피식하고 웃었다, "다들 참 좋은 친척들이었죠, 나한테 빌붙어서 부귀영화를 누렸으니...""결국은요? 3년 전, 그 잘난 친척들이 하나같이 날 김씨 가문에서 내쫓았어요, 심지어 우리 부모
강문탁은 여자 덕을 보고 사는 인간이니 김리정 앞에서 큰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신세이다, 지금 그한테 손을 대라고 하면 어떻게 손을 댈 수 있겠는가?하지만 그가 나서지 않으면 오정범이 나서게 될 것이고 그러면 김리정은 아마 뇌진탕이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하은혜가 만족할 때까지 때리는 거야, 만약 하은혜가 만족하지 못한다면 다시 때리는 거야, 그러니까 강문탁, 제대로 때려." 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했다.강문탁은 부들부들 떨면서 일어나더니 김예훈과 김리정을 번갈아보았다, 그는 도저히 손을 뗄 수가 없었다.맞은편에 있던 김리정이 눈을 감고 이를 악물었다. "강문탁, 날 두 번 맞게 하면, 우리 사이도 끝장이야!"강문탁은 이를 악물었다, 여자 덕을 보고 사는 처지라 이 늙은 여자 앞에서 비굴하게 무릎을 꿇고 납작 엎드려 살면서 자존심은 이미 바닥난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요 며칠 동안 화가 치밀어올랐다.이때, 김리정의 욕설을 듣고 그가 이를 악물고 손바닥을 내리쳤다.“짜악-"뺨을 한 대 맞은 김리정이 그 자리에서 한 바퀴 돌고 바닥에 쓰러졌다.강문탁이 사내답게 뺨을 내리친 것이다.좋아!좋아서 미칠 지경이다!이때, 강문탁이 일어서서 김리정을 보고 또 한 번 뺨을 후려쳤다.“짜악"하는 소리가 또 났다, 이번에 김리정은 정신이 혼미하고 얼굴은 화끈거리며 아파서 얼굴이 부어올랐다."잘했어, 계속 때려, 스톱할 때까지."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강문탁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힘을 내 뺨을 계속 때렸다.“짜악 짜악 짜악-"수십 개의 뺨을 후려치자 김리정의 화장은 진작에 망가졌다, 얼굴 꼴이 얼마나 흉한지 이미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뒤에 있던 하은혜는 더 이상 지켜볼 수가 없었다, 계속 때리다가는 죽을 것 같았다, 그녀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대표님, 충분합니다."김예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오정범을 쳐다보았다."들었어? 그만해." 오정범이 옆에서 강문탁을 발로 걷어찼다, 강문탁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하지만 강문탁은 감히 아무 말도
유나의 세심한 검사가 이어지고, 그 결과 하은혜는 외상일 뿐 큰 문제가 없어 보름 정도 쉬면 회복된다고 했다.송문영의 부상도 심하지 않아 2, 3일만 쉬면 된다고 했다.하지만 두 사람은 이런 모습으로 출근이 불가능하기에 집에서 쉬어야 할 것 같다.하은혜는 이내 송문영과 함께 쉬겠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요 며칠, YE 투자 회사의 일은 김예훈 혼자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일주일 후, 송문영은 다시 출근했지만 하은혜는 며칠 더 쉬어야 했다.하지만 지금의 송문영도 비서 일에 대해 조금 알고 있기 때문에 하은혜의 지시하에 그녀가 잠시 비서 일을 맡기로 했다.대표이사 사무실, 김예훈은 한창 서류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송문영이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고 들어와서 초대장 한 장을 건네주며 말했다. "대표님, 선우 가문이 우리 남해시에서 골동품 감정회를 주최한다고 합니다, 듣기로는 선우건이가 직접 주최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쪽에서 청첩장을 보내왔는데 대표님, 참석하실 건가요?"김예훈이 흠칫했다, 선우건이는 며칠 뒤에 집으로 돌아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갑자기 뭔 골동품 감정회를 여는 것인지?송문영이 사무실을 나가자 김예훈은 직접 선우정아한테 전화를 걸었다."선우정아 씨, 선우 가문이 왜 갑자기 남해시에서 골동품 감정회를 열려고 하는 겁니까?" 김예훈이 호기심이 가득해 물었다.전화 맞은편, 선우정아는 마침내 김예훈의 전화를 받게 되었지만 마음속으로 이를 갈았다.이 남자,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아예 날 무시하는 건가? 내가 할아버지한테 골동품 감정회를 열자고 조르지 않았으면 떠나기 전에 날 배웅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게 분명하다.사실 요 며칠, 김예훈은 회사 일로 너무 바빠서 선우정아가 곧 떠난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이를 악물고 한참 뒤, 선우정아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가 남해시에서 뜻밖에 매우 가치 있는 골동품을 발견하셨어요, 그리고 이곳에서 오랜 친구를 만나게 되어 감정회를 열려고 하는 거예요.""혹시 이 골동품 감
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이 일은 다들 들어본 적이 있다, 그리고 선우 가문에서 이미 YE 투자 회사의 새 대표이사한테 정식으로 초대장을 보냈다는 것도 알고 있다.현재 남해시의 일류 가문은 이미 초대장을 다 받은 상태이다, 하지만 정씨 일가는 아직 초대장을 받지 못했다, 아마도 선우건이의 눈에 들지 못한 것 같다.선우 가문은 경기도의 일류 가문이다, 남해시에 나타나면 그 지위가 높아 모든 가문이 반드시 우러러보아야 할 존재나 다름없다, 선우 가문에서 주최한 골동품 감정회의 초대장을 받게 된다면 그건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다, 정씨 일가는 올해 약간의 성과를 거두기는 했으나 아직 선우 가문의 눈에 들기에는 역부족이다.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정동철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이때 그가 손을 뻗어 책상을 두드리며 차분하게 말했다. "올해 우리 정씨 일가는 약간의 성과를 거두었어, 쇼핑센터 프로젝트도 하고 있고 YE 투자 회사와도 협력하고 있어, 이게 다 우리 정씨 일가의 지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걸 설명하고 있지.”"하지만 선우 가문 같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 같은 아래 사람들을 내려다보지 않을 거야, 그렇다고 해도 우리는 함부로 자신을 비하해서는 안 된다, 지용아, 민아야, 너희 둘이 시간을 내서 우리 정씨 일가를 대표해 선우건이를 찾아뵙도록 해, 명승지의 어느 한 별장에 머물고 있다고 들었어."정동철은 골동품 감정회에 관심이 많지만 절대 직접 선우건이를 찾아가지 않을 것이다, 선우건이가 자신을 만나 줄 확률이 너무 낮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는 정씨 일가의 체면을 대표한다, 아래 사람들이 가서 체면을 잃더라도 웃어넘길 수 있는 일이지만 만약 그가 체면을 잃게 된다면 다시 되찾을 수가 없다.정지용이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매우 불만스러웠다, 대표이사 자리를 맡겨 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동철한테 거절당했다, 근데 지금 나한테 이렇게 창피한 일을 처리하라고 하다니?정지용은 어쨌든 정씨 일가의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