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유주는 김예훈을 보자마자 멈칫하더니 이내 가소로운 표정을 지었다.“사부님, 저 사람은 김예훈이라고 저희 아버지 지인이에요.”허유주는 냉랭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여기가 아무나 오는 곳인 줄 알아?”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너희 아빠가 나한테 도움을 요청한 거야.”김예훈이 사실을 증명하려고 조금 전 허순재와의 통화내용을 들려주자, 허유주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아빠가 너한테 왜 전화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부님께서 이 사태를 해결해 주실 거니까 너의 도움은 필요 없어. 그런데 빈손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지. 고마움의 표시로 이 2억 원을 받고 꺼져.”허유주는 은행 카드 한장을 꺼내 김예훈의 손에 쥐어주었다.이런 거에 신경쓸 겨를도 없는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은행 카드를 받으면서 말했다.“황수련 씨가 너의 친엄마 맞지? 방금 음기를 흡수하여 목숨을 잃을 뻔한 거를 내가 살려줬어. 나는 지금 조사 확인하러 가볼 거야.”“멈춰!”중년의 남성은 표정이 어두워지고 말았다.“음기를 흡수했다고? 네 이 녀석, 네가 풍수 대가야? 누구한테서 배웠길래 여기서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아까 사모님께서는 충격을 받아 뇌전증이 도졌을 뿐이야. 분명 의사 선생님께서 살려주신 거를 왜 네가 공로를 빼앗아 가려고 하는거지?”남성은 피도 안 마른 놈이 자기 앞에서 잘난 척하는 꼴을 두고볼수가 없었다.‘음기를 흡수해? 사부님께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디서 튀어나온 놈이길래 말하고 싶은 대로 말하는 거야.’특히나 아까 김예훈이 2억 원을 받아서 더욱더 한심하게 쳐다보았다.그가 보기엔 김예훈은 그저 돈을 목적으로 한 돌팔이일 뿐이었다.심지어 이런 사람이 풍수 업계의 물을 흐려놓았다고 생각하기도 했다.‘사부님께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풍수 시장을 개척하셨는데. 이놈이 모든 것을 망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지.’김예훈은 이 남자를 힐끔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옷차림을 보니 그쪽도 풍수 대가이신것 같은데 무슨 문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말에 남성은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지금까지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손도영 역시 예리해진 눈빛으로 김예훈을 힐끔 쳐다보았다.선재 스님은 가소로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더니 손도영 옆으로 다가가 귓가에 무슨 말을 했는지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이때 선재 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김예훈, 여기가 어디라고 함부로 말하는 거야. 우리 사부님은 진주·밀양 제1 풍수 대가라고. 사모님께서 호전된 것도 우리 사부님 덕분이라고. 여기서 헛소리 같은 거 안 하는 것이 좋을 거야. 아니면 명예 훼손죄로 고소해 버릴 거니까!”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손도영을 쳐다보았다.“부적 몇 장으로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감이 안 잡혀요?”아까 그 남성이 대뜸 화를 냈다.“이런 제기랄! 우리 사부님한테 무슨 말버릇이야! 죽고 싶어?”다른 풍수 대가들도 김예훈이 자기 롤모델을 모욕했다고 화를 냈다.손도영이 말리지만 않았다면 진작에 나서서 김예훈의 뺨을 때렸을지도 모른다.“피 한 방울로 우리 엄마를 살려냈다고?”바로 이때, 허유주는 황수련 이마에 묻은 피 한 방울을 보더니 표정부터 변했다.“김예훈, 네가 뭔데 더러운 피를 우리 엄마 얼굴에 묻혀! 우리 엄마 결벽증 있는 거 몰라? 이러는 거 우리 엄마를 모욕하는 거라고! 더는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꺼져! 이곳에서 꺼지라고!”허유주는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적잖은 풍수 대가들도 따라서 김예훈에게 삿대질했다.“안 들려? 지금 나가라고!”김예훈의 표정은 차가워지고 말았다. 아까 황수련이 생명의 위험에 처했을 때 김예훈이 살려주지 않았다면 진작에 시체로 변했을지도 모른다.허순재를 봐서 목숨을 살려줬건만 허유주가 이런 태도를 보이니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너희 엄마 이제는 괜찮아.”“안 괜찮았으면 진작에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고 이곳에서 쫓아냈을 거야. 염치도 없는 놈. 우리 아빠가 제정신이 아니라서 너한테 속였다고 나까
한 무리의 진주·밀양 풍수 대가들이 하나둘씩 나서서 황수련의 상태를 확인해 보기 시작했다.어두웠던 얼굴색이 다시 밝아지고, 호흡도 안정을 취하자, 풍수 대가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황수련의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진주·밀양 제1 풍수 대가인 손도영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정작 그녀를 살려주려니 어려울 것 같고, 또 자기 체력을 많이 소모할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이 나타나 이렇게 쉽게 해결해 버릴 줄 몰랐다.모두가 조용해졌을 때, 아까까지만 해도 펄쩍 뛰던 허유주가 다가와서 말했다.“사부님, 저희 엄마 좀 봐주세요. 아까 정말 심각했다고요. 지금은 평온해졌다고 해도 언제든지 다시 발작할 수 있어요.”허유주는 누구보다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말기를 기도하고 있었다.손도영은 황수련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마른기침했다.“아가씨, 사모님께서는 지금 상태가 괜찮으십니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라서 구마 의식을 치르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의사 선생님께서 지켜보시기만 하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이 부적을 몸에 지니고 있으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손도영은 노란 부적을 꺼내 조심스레 허유주에게 건넸다.“감사합니다. 사부님!”아까는 정말 심장이 떨어질 뻔했는데 황수련의 목숨이 길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이어 허유주는 황수련 이마에 묻은 피 한 방울을 보더니 싫증난 표정을 지었다.“이런 제기랄! 이 더러운 피를 누구한테 묻혀! 정말 죽여버릴 거야.”허유주는 싫증난 표정으로 휴지를 꺼내 황수련의 이마에 묻은 피 한 방울을 말끔히 닦아냈다.손도영 일행은 그저 아무렇지 않게 쳐다볼 뿐이다. 이 피 한 방울로 황수련의 목숨을 살려냈다는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하지만 그녀의 행동을 말릴 새도 없었던 의사들은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띠- 띠- 띠-바로 이때,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간 기계에서 다시 귀를 찌르는 듯한 기계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선재 스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허유주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에 바로
“거기 멈춰!”김예훈이 허씨 가문 거실을 벗어나려고 하자 검은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들이 뒤따라 나섰다.딱봐도 허씨 가문 보디가드가 아닌 듯한 이들은 예리한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제일 앞장서있던 민머리의 남자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김예훈이라고 했지? 난 손도영 대가님의 보디가드 손성현이라고 해. 방금 사모님께서 상태가 악화하셨는데 너한테 치료할 기회를 주겠다고 하셨어. 진주·밀양 제1 풍수 대가이신 건 알지? 영광인 줄 알아.”손성현은 말로는 사람을 구할 기회를 주겠다고 했지만 하찮은 표정이었다.마치 김예훈에게는 이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이 없을 거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사람 구할 기회를 주겠다고?”김예훈의 표정은 차갑기만 했다.“난 풍수 대가도 아닌데 왜 나한테 살려달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진주·밀양 제1 풍수 대가라고 하더니 이런 것도 해결 못 해서 나한테 도움을 청하는 거야? 부적은 얼마든지 있잖아. 더 많이 붙여보든가.”김예훈은 허순재 살리러 가야 했기 때문에 이들을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아무리 손도영이 진주·밀양 제1 풍수 대가라고 해도 김예훈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김예훈, 이러면 우리만 곤란해지잖아.”차가운 표정의 손성현은 협박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건 대가님의 명령이라고. 부탁이 아니라 명령! 그래서 말인데 자기 주제를 똑바로 파악해!”손성현은 한껏 기고만장한 표정이었다.손도영의 부탁을 받는 것은 무릎 꿇고 조상님한테 고마워해야 할 정도의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이 자식은 태도부터가 잘못됐네! 이런 제기랄!’“대가님의 명령이라고?”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풍수를 잘 보는 척하는 돌팔이가 사람들이 우러러보니까 정말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명령? 그 사람이 뭔데 나한테 명령을 해. 내가 왜 그 사람의 체면을 지켜줘야 하는데? 진주·밀양 제1 풍수 대가라서?”손성현은 김예훈을 힘껏 째려보고 있었다.“대가님 한마디면 넌 진주·밀양에서 살아남지도 못해. 그러
손성현은 김예훈이 손도영에게 잘 보이기만 한다면 평생 호의호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어떻게 이런 기회를 소중히 안 여길 수가 있지?’이순간 손성현은 김예훈이 부럽기만 했다.“앞길 막지 말고 비켜.”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여전히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야식 먹으러 가야 한다고.”“쯧쯧쯧. 아직도 주제 파악을 하지 못한다고?”손성현은 가소로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말로는 안 되겠네. 계속 제멋대로 한다면 무력을 쓸 수밖에. 좀 아는 것이 있다고 내 앞에서 잘난 척하나 본데.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고 죽는 길을 택한 것은 너야. 절대 내 탓 하지 마.”손성현은 뒤에 있던 보디가드들한테 김예훈을 데려가라고 손짓했다.보디가드들은 스트레칭을 하면서 고개는 한쪽으로 기운 체 거들먹거리면서 걸어왔다.쨕! 쨕! 쨕!김예훈은 두말없이 바로 그들의 뺨을 때렸다.다음 순간, 보디가드들은 저 멀리 날아가 한참동안 바닥에서 일어나지도 못했다.멈칫하고 만 손성현은 보디가드들 얼굴에 시퍼런 뺨 자국이 나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이런 제기랄! 감히 네가 먼저 손을 대?”손성현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허리춤에서 삼단봉을 꺼내 김예훈이 있는 곳으로 덮쳤다.쨕!다음 순간 손성현도 뺨 맞아 저 멀리 날아가 문에 부딪혀 한참동안 일어서지 못했다.“주제 파악도 못 하는 자식.”김예훈은 귀찮은 듯한 표정으로 손을 닦았다.“돌아가서 손도영 대가님한테 알려. 나한테 도움을 청하고 싶으면 무릎부터 꿇으라고.”얼굴이 퉁퉁 부어오른 손성현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이빨이 우수수 떨어지면서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이순간 김예훈을 바라보는 가소롭던 눈빛에서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변하고 말았다.“김예훈, 감히 우리 허씨 가문에서 사람을 때려?”바로 이때, 선재 스님과 허유주가 달려와 미간을 찌푸린 채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피 한 방울로 우리 엄마 살릴 수 있다는 말 믿
“너!”허유주는 화가 나서 김예훈한테 손가락질하면서 부들부들 떨었다.“우리 엄마 죽게 생겼다고! 얼른 구해보라니까? 우리 엄마가 잘못되면 그 대가를 감당할 수나 있겠어? 너 때문에 우리 엄마가 잘못되는 날엔 똑같이 지옥으로 보내줄 거야!”허유주는 이를 갈면서 김예훈을 쳐다보고 있었다.“뭐 더 얻어내려고 버티고 있지 말고. 내가 말해주는데 우리 엄마를 구하지 못하면 너한테 좋은 일 하나도 없을 거야.”허유주는 김예훈이 손도영과 선재 스님의 인정을 받은 이상 무조건 황수련을 치료해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이름날릴수있는 좋은 기회인데 나한테 감지덕지해야지!’이순간 김예훈은 잘난 척할 것이 아니라 냉큼 달려가 황수련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인데. 김예훈 그 더러운 피를 우리 엄마 얼굴에 묻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줄 알아.”“뭔가 오해하고 있나 본데 당신은 내가 체면을 지켜줄 만한 상대가 아니야.”김예훈은 가소로운 눈빛으로 허유주를 쳐다보면서 차가운 말을 내뱉었다.“내가 도와주는 거 어렵지 않아. 무릎부터 꿇어. 무릎 꿇으면 도와줄지 말지 생각은 해볼게. 무릎 꿇을 생각이 없으면 손도영 대가님한테 도와달라고 하던가. 어차피 진주·밀양 제1 풍수 대가이신데 체내에 남아있는 음기 같은 건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김예훈, 내 체면 좀 지켜주면 안 되겠어?”김예훈이 떠나려고 하자 선재 스님이 나서서 김예훈의 앞길을 막았다.“체면이요? 참 이상하네요. 오늘 왜 다들 저한테 체면을 지켜달라고 하는 거죠? 얼마나 대단한 체면이길래. 선재 스님이라고 하셨죠? 제가 지켜드려야 할 체면은 있는 거예요?”김예훈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선재 스님을 쳐다보았다.“그리고 오륜 사찰은 경기도 무술의 경지면서 저 같은 사람한테 도움을 청하는 거 창피하지도 않으세요?”선재 스님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허순재는 죽고, 다른 가족들은 살려내야 한다는 김현민의 부
“김예훈,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말해주는데. 만약에 우리 엄마가...”허유주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핸드폰이 울려서 전화부터 받았다.그런데 얼굴색이 확 변하더니 전화를 끊자마자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왜 그래?”선재 스님은 황수련이 죽었을까 봐 순간 긴장했다.황수련이 죽어버리는 순간 김현민의 계획이 모두 물거품으로 되기 때문이다.김현민한테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도 못 지킬 수 있었다.이순간, 선재 스님은 허유주보다도 더 긴장한 상태였다.“의사 선생님께서 전화가 왔는데 엄마 상태가 시급하다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하네요... 어떡하면 좋죠?”허유주는 순간 어린아이로 돌아갔다.“우리 엄마가 죽게 생겼다고요! 이제부터 저는 엄마 없는 아이로 되는 거라고요. 흑흑흑...”퍽!선재 스님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이를 꽉 깨물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이 모습에 허유주, 손성현은 깜짝 놀라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선재 스님은 누구인가? 오륜 사찰의 대단한 인물인데 이렇게 무릎을 꿇는다고?선재 스님은 다른 사람들의 표정은 신경 쓰지 않고 머릿속에는 온통 김현민의 계획뿐이었다.그녀는 치욕을 무릅쓰고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말했다.“김예훈, 이제 사람을 구해줄 거지?”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머리를 세 번 박을 때마다 한 명의 목숨을 구해주겠다고 했을 텐데요?”선재 스님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차피 무릎도 꿇었는데 더이상 창피한 것도 없었다.퍽! 퍽! 퍽!김예훈이 트집을 잡을까 봐 일부러 큰 소리로 머리를 박았다.이때 허유주가 울먹거리면서 말했다.“선재 스님께서 무릎도 꿇고, 머리도 박았는데 이제 우리 엄마 살려줄 수 있는 거지?”김예훈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다시 거실로 들어갔다.어떻게든 황수련을 살려야만 하는 의사 선생님들은 하나같이 절망적인 표정이었다.황수련은 목숨이 간당간당한 상태였지만 어디서 나온 힘인지 힘껏 발버둥 치고 있었다.아까까지만 해
“얼른 사람부터 구해야 해요!”당황한 간호사들이 다급하게 달려왔다.이들은 김예훈만이 목숨을 살릴 수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는지 김예훈을 보자마자 흠칫했다.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에 묻은 피를 닦아내면서 피식 웃었다.“바닥에 머리를 몇번 박을 생각인가요?”선재 스님은 이를 꽉 깨물면서 창백한 얼굴로 무릎을 꿇었다.허씨 가문의 도련님들과 사모님들은 김현민 계획 중의 중요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한 명도 죽어서는 안 되었다.김현민을 위해서라면 이 치욕은 얼마든지 받을 수 있었다.김예훈은 약속대로 허씨 가문 사람들을 살려냈고, 살리는 김에 하인들과 보디가드들도 살려냈다.하인들과 보디가드들은 선재 스님이 바닥에 머리를 박으면서까지 사정할 필요는 없었다.김예훈에게는 그저 피 몇 방울이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었다.김예훈은 허씨 가문 내부가 안정을 되찾아서야 뒤돌아 거실을 떠났다.조사를 확인하려던 찰나, 정장을 입은 한 여자가 김예훈의 앞에 나타나 공손하게 말했다.“김예훈 씨, 손도영 대가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이 여자는 얼굴에 미소를 띤 채 손성현의 말투보다는 백배 더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손도영 대가님께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답니다. 그리고 고마움도 전하려고 하는데 대가님의 체면을 봐서라도 김예훈 씨께서 시간을 좀 내주셨으면 합니다.”“그러죠.”김예훈은 손도영이 찾을 거라고 예상했는지 바로 동의했다.진주·밀양 제1 풍수 대가라는 사람이 궁금하기도 했고, 상대방이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지 궁금했다.손도영의 부하인 그녀는 김예훈을 서재로 안내했다.30평 정도 되는 호화스러운 이곳은 딱봐도 허순재의 서재로 보였다.고급스러운 목재로 만들어진 가구에 골동품들도 놓여있어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났다.손도영은 삼베옷을 입고 금테 안경을 쓴 채 우아하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대가님, 김예훈 씨께서 오셨습니다.”손도영은 서서히 뒤돌아서면서 김예훈을 관찰했다.“아주 대단한 사람이더군요.”김예훈이 웃으면서 말했다.“별말씀을요.”“피로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
장현준이 봤을 때 자기가 진주에서 가지고있는 능력과 배경에 용현성의 세력까지 더하면 김예훈을 짓밟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어쨌든 본때를 보여주기 전에 중요한 일부터 처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이때 동하임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그러게요. 어르신들, 싸우려고 저희 동씨 가문에 사람을 불러달라고 한 건 아니죠? 먼저 일부터 해결하는 거 어떨까요?”용현성은 그제야 분노가 가라앉는 듯싶었다.하지만 그는 여전히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삿대질했다.“김예훈, 장현준 어르신과 동씨 가문이 네 편을 들어줘서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 아니면 내가 뺨 한 대로 너같이 무례한 인생 후배를 죽여버렸을 거야. 그동안 내 손에 죽은 젊은이가 아마도 천명은 안 되어도 팔백 명은 될 거야.”용현성은 오른손 손바닥을 드러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허세 그만 부리시고. 저를 살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면 될까요?”김예훈은 어이가 없었다.“할 말이 있으면 하시고, 없으면 이만 가볼게요. 저는 아직 배가 고파서 야식 먹으러 가려고요.”“너!”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화를 냈다.거만한 사람은 얼마든지 봤어도 이 정도로 거만한 사람은 처음이었다.‘용현성 어르신 체면을 전혀 지켜주지 않네!’“그래. 본론으로 들어가지.”용현성은 이번에는 화를 억누르고 류서우 등을 말리면서 김예훈을 냉랭하게 쳐다보았다.“김예훈, 네가 부산 용문당 회장인 점을 이용해서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행동하고 사람을 괴롭혔다면서? 심지어 일본 야마구치파도 모자라 타케이 가문까지 죽였다지? 야마구치파에서 이미 연락이 왔어. 용문당에서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네가 상대방과 어떤 원한을 가지고 있든, 야마구치파에서 책임을 따지기 시작한 이상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해.”용현성은 위엄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명령하는데 회장 패쪽을 넘기고 야마구치파에 사과하도록 해! 우리 용문당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말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런
“류서우, 우리 회장님한테 무례하면 안 되지.”장현준이 말했다.김예훈과 동하임을 발견했을 때 멈칫하더니 곧바로 이 두 사람을 알아보았다.비록 첫 만남이었지만 용현성을 응원하러 오는 것이었기에 김예훈의 자료를 미리 확인했었다.장현준은 배시시 웃으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류서우, 이분은 전설 속의 김예훈 회장이라고 해. 경기도 김 세자라고도 불리는데 신분이 어마어마할 정도라니까. 이런 분은 집법 부대에서 감히 맞설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장현준이 류서우를 꾸짖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비난의 뜻은 없고 오히려 비꼬는 듯했다.김예훈의 신분을 알고는 있었지만 별로 존중의 뜻은 없었다.진주 사람이 봤을 때 경기도 김세자든 부산 용문당 회장이든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도 않았다.진주에서는 바짝 엎드려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번에 상대해야 할 사람이 눈앞에 서있는 사람인 것을 확인한 용현성은 자연스레 시선을 김예훈에게 돌렸다.류서우의 눈물겨운 호소를 듣고, 사진도 보고, 자료도 확인했지만, 실물을 보니 평범하디 평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옷차림이나 분위기, 모두 다 평범했다.김현민과 비교하면 정말로 하늘과 땅 차이였다.용현성은 김예훈이 류서우 앞에서 어떻게 타케이 가문을 죽였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다.이때 용현성이 담담하게 말했다.“류서우, 얼른 우리 김예훈 회장에게 사과해. 이따 시작되기도 전에 회장님이 홧김에 너를 죽여도 난 너를 지켜줄 수 없어.”“하긴, 김 회장님이 막무가내의 사람이라 당주님 앞에서 살인과 방화를 저지르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죠.”류서우는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저 류서우, 회장님께 사과를 드릴게요. 죄송해요.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부디 저를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 죽기 싫어요.”말 속에 가시가 있고, 비꼬는 말투를 보니 전혀 진심이 담겨있지 않았다.류서우의 말에 집법 부대 제자들도 김예훈을 흘겨보았다.‘이 모양 이 꼴을 하고서 왜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지? 정말 염치가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