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김예훈은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어젯밤, 또 한밤중에서야 집에 돌아온 김예훈이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무심하게 있자, 정민아는 화가 나서 김예훈을 노려보고 이내 방으로 들어갔다."장모님, 저 사람 또 왜 저래요?" 김예훈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정민아를 화나게 한 일이 없는데 말이다."와이프 걱정은 하기나 하는 거야? 말해봐, 요 며칠 밤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닌 거야? 빨래도 안 하고 욕실 청소도 안 하고, 밥도 안 하고, 뭐 하자는 거야?" 임은숙이 김예훈을 노려보았다.김예훈이 정민아를 도와 YE 투자 회사의 투자를 받은 이후, 임은숙은 그에 대한 태도가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싸늘한 건 마찬가지였다."일이 바빠서요." 김예훈이 변명했다."자네가 뭐가 바쁜 일이 있다고! 낡은 중고차를 몰고 운전기사가 되었다고 내 딸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마, 민아가 사정하지 않았다면 난 자네를 진작에 이 집에서 내쫓았을 거니까!" 임은숙이 차갑게 말했다, "민아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네를 붙잡아두는지 모르겠어 내 눈에는 아무 쓸모도 없는 못난 인간인 것 같은데 말이야!"김예훈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포르쉐가 어떻게 낡은 중고차라는 건지?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장모님,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저한테 말씀해주세요.""자네한테 말해서 무슨 소용이 있어? 자네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임은숙이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내, "어제, 민아가 책임지고 있는 쇼핑센터의 프로젝트가 정식으로 착공에 들어간 건 자네도 알고 있지?""네, 알고 있어요.""알긴 뭘 알아! 그럼 어젯밤부터 누군가 계속 난동을 부린 건 알고 있나? 건축 자재를 파괴하고 노동자들을 때리고 심지어 불을 지르고, 민아가 이 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수소문해봤지만 여전히 알아내지 못했어." 이 말을 하면서 임은숙이 한숨을 쉬었다, "이 집안에 왜 자네 같은 찌질한 사위가 들어왔는지? 이런 일은
"그건 좀..."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무척 당황했다, 설마 오늘 밤, 3년 전 못 치른 첫날밤을 치르게 되는 것인가? 엄청 흥분됐다."당신... 먼저 가서 샤워해, 아래층 욕실 고장 났는데, 아직 고치지 않았어." 정민아가 재빨리 핑계를 댔다.김예훈은 두말없이 욕실로 들어가 헐레벌떡 샤워를 했다, 정민아가 옷을 안고 욕실로 들어가자 그가 바닥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기 시작했다, 30분도 안 되어 정민아가 욕실에서 나왔다.그녀는 곰돌이 무늬가 있는 귀여운 잠옷을 입고 있었다, 피부에 반짝이는 물방울이 훤히 보였는데 그 모습이 갓 핀 연꼿처럼 너무 아름다웠다.김예훈이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서 한동안 정민아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귀엽다!""뭐라고?" 정민아가 머리를 닦으면서 말했다."아니야, 내 말은 잠옷이 귀엽다고." 김예훈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여보, 오늘 밤, 나 여기서 자? 아니면 밖에서 자?""뭐라는 거야?" 정민아가 구석을 가리키며, "오늘 밤, 당신은 저기서 이불 깔고 자!"김예훈이 눈을 흘겼다, 보아하니 목욕하는 동안, 정민아가 많이 냉정해진 것 같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있다면 절대 샤워하게 하지 말아야겠다.한숨을 쉬고는 김예훈이 정민아의 다리에서 억지로 시선을 돌리고는 입을 열었다:" 솔직히 이번 쇼핑센터의 일 말이야, 난 정지용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방금 김예훈은 오정범한테 전화를 걸었다, 재차 확인해봤지만 전혀 소식이 없었다, 게다가 오정범조차도 아무런 소식을 파악하지 못했다, 근데 정지용이 그걸 알고 있다, 이 자체가 큰 의심 거리다.김예훈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일은 정지용이 벌인 일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어떻게 공교롭게도 배후에 사주한 자를 알아낼 수 있다는 말인가?"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 아무리 나한테 불만이 많다 해도, 일단 이 쇼핑센터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정씨 일가에서 엄청난 위약금을 배상해야 하는데, 집안이 파산될지도 모르는데, 정
"하하하, 자네는 의리를 지켜서 좋아!" 송우가 정지용의 어깨를 툭툭 쳤다, "이건 좋은 일이야, 남해의 여신이 내 여자가 되었다는 걸 나도 다른 사람들한테 알리고 싶거든! 그리고 그 데릴사위 그놈한테 똑똑히 알려줘야지, 3년 동안 자신은 손도 대지 못했던 여자가 스스로 내 품에 안겼다는 걸 말이야.""걱정하지 마, 정민아가 그렇게 망신당하면 기꺼이 내 여자로 살 테니까, 안 그러면 그 여자를 내 것으로 만들 방법이 없어!" 송우가 사악하게 웃으며 말했다.정지용이 웃으며 말했다:"그럼, 제 뜻대로 처리하겠습니다, 내일이면, 사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게 될 겁니다, 우리 누나, 이 남해시에서는 손꼽히는 미인입니다! 이제는 매형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매형, 두 사람 결혼 축하드립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정지용의 "매형"이라는 칭호에 송우가 큰웃음을 지었다, 그가 비열하게 웃으면서 기대가 가득 차서 서성거렸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정지용이 정민아의 사무실로 왔다."시간과 장소는 이미 정했어요, 어렵게 만든 자리이니까, 일 만들지 말고 내 입장 난처하게 만들지 말아요, 안 그러면 나도 이젠 도와줄 수 없어요!" 정지용이 두 팔을 꼬고 거들먹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정장을 입고 있는 정민아를 보며 정지용이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미친 듯이 웃고 싶었지만 자신의 감정을 억제해야 했다, 그의 계획은 정민아의 신세를 망친 다음 정씨 일가에서 그녀를 쫓아내는 것이었다, 그는 반드시 그녀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겨야 했다.정민아는 정지용의 갑작스러운 관심에 일찌감치 경계심을 품었다, 게다가 어젯밤 김예훈은 이 일이 정지용과 관련이 있다고 했었다.이때, 정민아는 정지용이 눈치채지 않게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쇼핑센터는 내가 맡은 프로젝트야, 누구도 내 손에서 그걸 빼앗아 갈 수는 없어, 이 일은 내가 어떻게든 해결할 거야, 내가 망신당하기만 기대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실망시켜서 미안하게 됐어."실망?정지용이 담담한
"설마 제가 정말 진심으로 정민아를 도울 거라고 생각한 거예요?" 정지용이 득의양양하게 말했다."그럼 네 뜻은, 이게 함정이라는 것이야?" 정민택이 되물었다.정지용은 아버지한테까지 숨길 필요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지난번에 아버지께서 일깨워 주셨어요,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난동을 부린 사람들은 제가 시켜서 한 짓이에요."정민택이 미간을 찌푸리며 정지용을 쳐다보았다:"사람을 시켜 정민아를 괴롭힌 건 이해가 돼, 하지만 이쯤에서 네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니? 정민아를 돕는 것이 아니라?""아버지, 제가 나서서 해결하면 뭐 해요? 정민아는 여전히 쇼핑센터 프로젝트의 책임자인데, 우리한테 좋은 점이 하나도 없어요, 전 정민아를 완전히 망가뜨릴 거예요, 그래야만 저한테 걸림돌이 되지 않을 거 아니에요?"정지용이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일은 다른 사람한테 말할 수가 없었다, 자랑할 기회가 없었는데, 지금 아버지 앞에서 다 털어놓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정민아를 망가뜨리면, 그는 자연히 쇼핑센터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될 것이고 앞으로 그의 앞길을 막을 사람은 없다, 이 일은 말 그대로 일석삼조인 셈이다.지금 이 순간, 정지용은 자신이 제갈량 같은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도대체 무슨 수를 둔 거야? 사람 애태우지 말고 얼른 똑바로 말해!" 정민택이 추궁했다, 상세한 상황을 모르면 그가 불안해서 말이다."아버지, 송우라는 사람 들어본 적 있죠?""송우, 그 사람은 남해시 지하 세계의 인물이 아니야?""네, 맞아요, 제가 도움을 요청한 큰 인물이 바로 그 사람이에요, 원래는 쇼핑센터 프로젝트에 일을 만들어 정민아한테서 책임자 자리를 뺏을 생각이었는데, 마침 송우가 정민아한테 관심이 있다고 했어요, 정민아를 자기 여자로 만들고 싶어 해요.""그래서, 오늘 밤, 정민아가 약속 장소로 가기만 하면 송우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게 돼요, 그리고 송우와 약속했어요, 오늘 밤 일이 잘 되면 내일 바로 이 일을 남해시 전체에 폭
그날 오후, 김예훈은 약속대로 포르쉐를 몰고 정민아를 데리러 갔다, 원래 사람들 눈에 띄게 차를 몰고 올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담판하는 자리에 오토바이를 타고 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정민아를 데리고 김예훈은 내비게이션을 따라 교외에 있는 민박집으로 향했다.정민아는 조금 걱정됐다, 아름다운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입을 열었다:"예훈씨, 하루 종일 생각해봤는데, 느낌이 안 좋아, 정지용이 날 함정에 빠뜨린 건 아니겠지? 설마 이따가 사고 나는 건 아니겠지?"김예훈이 웃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있으니까, 누구도 당신 함부로 건드릴 수 없어."말하는 사이, 김예훈의 눈빛에 살기가 가득했다, 사람들이 그를 어떻게 대하든 상관없다, 하지만 누군가 정민아를 괴롭히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김예훈의 말을 듣고 정민아가 얼굴을 붉혔다, 김예훈만 있으면 그 어떤 불안한 요소도 다 사라지고 해소될 것 같았다.가는 길에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이내 차가 민박집 입구에 도착했다, 문 앞에는 두 줄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대머리에 셔츠를 입고 있었고, 몸에는 보기 흉한 문신이 있었다, 딱 봐도 좋은 사람들이 아니었다.포르쉐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들이 안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형님, 도착했습니다." 식당 안, 부하 한 명이 종종걸음으로 송우 곁으로 다가와서 말했다.송우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정민아가 도착했다는 말을 듣고 이내 눈을 반짝이더니 술잔을 비웠다, 그리고 손뼉을 치며 말했다:"너희들 형수가 왔다, 내가 직접 마중 나가야겠어, 그래도 오늘이 첫날 밤이니까, 하하하!""형님, 남자 한 명이 형수님과 같이 왔습니다." 부하가 조심스럽게 귀띔했다."남자? 혼자 오라고 하지 않았어?" 송우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웃으며 말했다, "설마 그 찌질한 놈은 아니겠지? 그놈은 사내 얼굴에 먹칠하는 놈이야!"이내, 정민아와 김예훈 두 사람은 식당으로 들어왔다, 송우가 음흉한 눈빛으로 정민아를 훑어보고는 흡족
"제 남편 김예훈이에요." 정민아가 차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이 말을 꺼내자, 송우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데릴사위 김예훈의 "명성"이 하도 널리 알려져서, 남해시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쯧쯧쯧,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데, 얼굴도 반반하고, 근데 왜 데릴사위가 되어서 우리 남자들의 체면을 구기는 겁니까? 설마 남자구실을 못하는 겁니까?" 송우가 의미심장하게 입을 열었다."형님, 정말 역겹습니다, 저도 한 대 때리고 싶습니다!""내가 할게, 넌 힘이 너무 세, 한 방에 죽으면 어떻게 해? 내가 부드럽게 할게!""개뿔, 여자도 아닌데 부드러워서 뭐 해? 이런 약골은 나한테 맡겨."주위의 부하들이 소란을 피우자 송우가 손을 흔들며 제지했다:"그만해, 뭐 하는 거야? 딱 봐도 겁 많아 보이잖아, 겁먹고 오줌이라도 싸면 더러워서 어떡할 거야? 얼마나 창피하겠어?""하하하..."주위에서 또 한바탕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퍼졌다.정민아가 이를 악물고 있다, 그녀가 송우한테 말했다:"그쪽한테 볼일이 있어 온 거예요, 우리 남편을 모욕하지 말아요.""그래요, 일 얘기 합시다, 비즈니스가 중요하죠, 다들 밥 먹어야지?" 송우가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그는 김예훈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데릴사위는 그한테 개만도 못한 존재이다, 전혀 존중할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다."어떻게 해야 우리 정씨 일가에 태클을 걸지 않을 건가요?" 정민아가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자신의 분노를 억제하며 말했다.송우가 웃으며 말했다:"간단합니다, 우리 같은 사람은 따지고 보면 결국에는 돈을 원하는 겁니다, 돈만 있으면 누구의 일이든 도맡아 처리합니다, 이번에 정씨 일가에서 큰 투자를 받지 않았습니까? 돈이 있으면 같이 써야죠, 선행한다고 생각해요, 내 뜻 무슨 말인지 알죠?""얼마를 원하죠?" 정민아의 안색이 어둡다, 상대방이 이렇게 대놓고 돈을 요구하는 게 정말 혐오스러웠다."이렇게 합시다, 난처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절반이면 됩니다, 270억,
270억!정민아의 안색이 변했다, 정씨 일가의 자산이 몇천억이 되기는 하지만, 이렇게 많은 유동자금을 내놓을 형편이 되었다면 YE 투자 회사의 투자를 받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YE 투자 회사에서 첫 번째 투자금으로 90억을 보내왔다, 이런 상황에서 송우가 270억을 달라고 하는 건 정말 어이가 없는 일이었다, 이건 담판을 지을 의사가 없다는 뜻이다."정씨 일가에서 그 많은 돈을 당신한테 줄 수 있다면, 투자받을 일도 없었겠죠, 송우 씨, 도대체 뭘 하고 싶은지 솔직히 말하세요, 우리 정씨 일가는 당신과 원한이 없어요, 왜 우리 집안을 물고 늘어지는지 모르겠어요!" 정민아가 냉정하게 말했다."왜요? 내가 이러는 걸 영광으로 알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언제부터 이유와 핑계가 필요했다고 그럽니까? 당신네 정씨 일가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디서 감히 나한테 이런 말을?" 송우가 미간을 찌푸리고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정민아를 쳐다보았다.정민아가 숨을 크게 들이쉬고 차분하게 계속 말했다:"송우 씨, 난 당신과 진심으로 얘기하러 온 것이에요, 그쪽도 성의를 보여줬으면 해요 .""그러죠, 난 직설적인 사람을 좋아합니다." 송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의도한 듯 무심하게 말했다, "성의가 있다고 했으니 당신의 성의를 나한테 보여줘요, 이 뒤에 괜찮은 방이 하나 있는데 내가 목욕물은 진작에 받아놨습니다, 당신도 마음에 들 거라고 생각합니다."이 말을 듣고 정민아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송우가 이렇게 뻔뻔스럽고 이렇게 지나치고 무례한 요구를 제시할 줄은 몰랐다, 물론 그녀도 절대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이때, 옆에 있던 김예훈이 갑자기 앞으로 나와서 정민아의 앞을 가로막고 천천히 말했다:"송우 씨, 당신이 아무 이유도 없이 정씨 일가에 태클을 걸어왔으리라고는 생각 안 합니다, 뒤에서 이 일은 시키는 사람이 있죠? 남해시 지하 세계의 큰 인물이, 이렇게 앞에서 총대를 메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당신이 뭔데요? 감히 내 앞에서 입을 함부로 놀리는 겁니
김예훈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탁자 위의 맥주병을 집어들고,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불량배의 이마를 내리쳤다. 그 불량배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땅바닥에 쓰러져 일어나지 못했다. “아…”“이 병신새끼가 이렇게 독하다니!”“그럴 리가? 그가 병신새끼가 아닌가?”“뭘 무서워 해? 털레비전에서 맥주병 쓰는 거 배웠겠지. 운이 좋았을 뿐이야…”부하들은 하나같이 욕설을 퍼붓고 있지만, 누구도 감히 앞으로 나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들은 이 데릴사위는 아무 소용이 없는 병신새끼인데, 어떻게 감히 그들과 싸울 수 있냐고 의심했다. 이것은 완전히 소문과 다르다. 정민아도 어리둥절했다. 예전에 김예훈이 정씨 집안에서 박동훈을 팬적이 있지만, 그녀는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았다. 어쨌든 박동훈은 몇 년 동안 헬스를 한 사람일뿐이니까. 하지만 이 불량배들은 다르다. 하나같이 싸움에 능통하다. 그런데 김예훈이 오늘 손쉽게 한 사람를 쓰러뜨릴 줄 몰랐다. 이런 엄청난 격차에 정민아는 마음이 흔들렸다. 자신의 찌질한 남편이 이토록 강한 면모를 갖고 있는 줄 몰랐다. “김예훈, 여기가 내 바닥인 줄 몰라? 내 바닥에서 내 사람을 다치게 하다니, 죽고 싶어? 송우는 이를 악물면서 말했다. 다만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은 더 이상 경멸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 더 엄숙해졌다. 이 데릴사위가 감히 이런 상황에서 주동적으로 사람을 치는 것은 그가 혈기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단지 송우를 놀라게 할 뿐이지, 두렵게 느낀다고 말할 수 없다. 아무리 싸움을 잘 해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이겨낼 수 있을까? 방금은 그냥 요행일 것이다. “송우, 우리 거래하자, 네가 잘 설명하면 내가 너를 한 번 살려줄게, 어때?”김예훈은 탁자 위의 재떨이를 가지고 놀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마치 방금 사람을 때린 자가 그가 아닌 것 같았다. “하하하하!” 송우는 김예훈을 보고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데릴사위 병신새끼가 못하는 말이 없네? 나랑 거래한다고? 너 자격이 있어? 한 번만
마승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김예훈은 또 한 번 앞으로 튕겨 나가면서 그의 뺨을 때리려고 손바닥을 내밀었다.깜짝 놀란 마승은 피해 보려고 했지만 차마 법장을 들어 올릴 새도 없이 주먹을 내밀뿐이다.퍽!손바닥과 주먹은 마치 망치가 서로 맞닿은 듯이 거대한 소리와 함께 눈 부신 스파크를 일으켰다.빠직!살짝 뼈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오면서 마승은 표정이 확 바뀌더니 손에 쥐고 있던 법장을 내려놓고 두 손으로 김예훈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했다.파바박!하지만 아무런 쓸모도 없었다. 김예훈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기세로 마승의 오른쪽 뺨을 노렸다.샤샤샥!마승은 식은땀을 흘리면서 발 빠르게 뒤로 물러섰다.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그림자도 쫓아 못 오는 김예훈의 스피드보다는 빠르지 못했다.그는 어떻게든 마승의 얼굴을 때릴 작정이었다.쨕!또 한 번 뺨 소리가 들려오더니 마승은 공중에서 머무르다 바닥에 떨어진 순간, 얼굴이 돼지머리처럼 퉁퉁 부어올랐다.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해지고 말았다.첫 번째 뺨은 피습이라면 두번째 뺨은 진정한 실력을 보여준 것이다.“재밌군. 섬라 마승이 장병급 실력을 갖추고 있다니. 좀만 더 연마하면 무신 급이 되겠어.”김예훈은 휴지로 손바닥을 닦았다.“그런데 이깟 실력으로 자칭 마승이라고 하는 거야? 무슨 염치로? 우물 안의 개구리라 이 세상에서 제일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거야?”“너!”김예훈에게 손가락질하던 마승은 화가 치밀어오른 나머지 피를 토해냈다.섬라 3대 마승은 최근 몇 년 동안 동남 해역을 헤집고 다니면서 천하무적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들 체면을 지켜주었다.3대 마승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김예훈한테는 그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이순간 3대 마승은 김예훈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었다.지금까지 이렇게 짓밟힌 적도, 무시를 당했던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3대 마승은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 쳐다볼 뿐이다.섬라왕 특유의 전통 무술을 연마한 이 세 명은 누구나 다
“이런 제기랄!”3대 마승은 분노하더니 동시에 법장을 꺼냈다.이때 허순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말했다.“나한테 덮치는 건 괜찮아. 죽기 살기로 붙어보는 거지, 뭐. 그런데 내 옆에 있는 이분은 아무 잘못도 없어. 너희랑 아무 원한도 없는데 그냥 보내줘. 이분이 가시면 천천히 붙어보자고. 경기도 세자님이자 부산 용문당 회장님이라 목숨을 잃으시면 너희들도 큰 화를 입을 거거든. 너희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허순재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지 담담한 표정이었다.하필 오늘 김예훈과 만나자고해서 피해를 줄까 봐 어떻게든 먼저 보내고 싶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께서 제 실력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에요? 아무리 제가 실력 없다고 해도 어떻게 도박왕님을 혼자 두고 가겠습니까.”김예훈은 3대 마승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말했다.“손바닥만 한 섬라가 감히 우리 대한민국을 건드려? 내 체면을 뭐로 보는거야!”3대 마승은 피식 웃더니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허순재, 저놈 신분이 심상치 않다고? 그러면 몸값도 어마어마하겠네? 저놈을 생포하기만 하면 큰돈을 얻을 수 있겠네? 허순재, 네 놈만 죽이려고 했는데 이제 할 일이 하나 더 생겼어. 우리 섬마왕님께서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바로 곱상하게 생기고, 몸값이 어마어마한 사람이거든.”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섬라도 어떻게 보면 동남 해역의 강국 중의 하나인데 어떻게 깡패 같은 말만 내뱉지? 벌써 잊었어? 그때 혼자서 칼 한 자루만 든 총사령관님을 상대로 참패한 것도 모자라 너희 섬라왕이 무릎 꿇고 다시는 대한민국에 발을 내딛지 않겠다고 했던 거. 왜, 이제는 약속을 어기려고? 총사령관님이 또 본때를 보여줄까 봐 두렵지도 않아?”총사령관님 언급에 3대 마승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잠시 후 한 마승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김예훈이라고 했나? 총사령관님을 이용해서 겁줄 생각하지 마. 총사령관님은 이미 3년 전에 전역했다고 들었어. 3년이나 실종된 사람을 언급해서 우리한테 겁주
“하인이 사라졌다고요?”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경찰에는 신고하셨나요?”허순재는 고개를 흔들었다.“아니요. 솔직히 말해서 저희 허씨 가문은 규모가 큰 만큼 말하지 못할 비밀도 많은지라 경찰에 신고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찰에 신고하지는 못해도 진주·밀양에서 유명한 사설탐정 세 명을 모셔 왔지만 크게 발견한 점이 없었습니다. 하인들이 갑자기 증발된 느낌이에요. 하인들의 거처마저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의심될 정도라니까요. 이 일때문에 집안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인데 김 회장님께서 도와주시기를 바랍니다.”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도박왕님께서 괜찮으시다면 조용한 곳에 가서 맥을 한번 짚어봐도 될까요?”허순재는 의문스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럼요. 김 회장님 하고 싶으신 대로 하면 돼요.”두둥!바로 이때, 김예훈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허순재를 밀쳐내고 앞구르기를 했다.다음 순간, 갑자기 검은색 법장 하나가 두 사람 사이에 나타나면서 바닥에 큰 구멍이 생기고 말았다.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린 채 허순재의 옆으로 다가갔다.샤샤샥!이순간 주위에서 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세 명의 승포를 입은 섬라인이 나타났다.허순재가 표정이 확 변하더니 말했다.“섬라 3대 마승?”“어디서 온 사람들이에요?”김예훈은 이 정도의 피습으로 당황할 사람은 아니었지만 상대방의 신분만큼은 확인해야 했다.“섬라 대불사의 마승이요.”허순재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용전과 비슷한 조직이지만 또 달라요. 대한민국의 용전은 나라를 위해 일하지만 섬라 마승은 돈만 주면 해서는 안 될 짓도 하거든요. 섬라왕이 도박패 지분을 갖고 싶다길래 거절한 적이 있는데 소문으로만 듣던 폭군 같은 섬라왕이 체면이 깎여 저를 죽이려고 하는 걸 거예요.”허순재가 침착하게 분석에 나섰다.김예훈은 그제야 이 섬라 마승들이 자신이 아니라 허순재를 타깃으로 찾아온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오랫동안 허순재를 감시해 오던 이들은 마땅히 나
두 사람은 천천히 송산 꼭대기에 있는 화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밀회하기 아주 적합한 장소였다.열몇 명의 허씨 가문 보디가드들이 따라서 화원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허순재가 손을 흔들면서 말렸다. 김예훈과 상의할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김 회장님, 오늘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것이 있어서 뵙자고 했습니다.”걷고 있는데 허순재가 먼저 입을 열었다.“첫째, 제 불효자식들이 김 회장님 여인을 의도적으로 해치려고 한 것도, 김 회장님을 모함한 것도,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김예훈은 멈칫도 잠시 담담하게 말했다.“도박왕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와 허씨 가문의 모순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는 아닙니다. 허씨 가문에서 저를 건들지만 않으면 저도 따라서 찾을 일도 없습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허씨 가문은 그 정도로 눈치 없는 가문은 아닙니다.”허순재는 피식 웃고 말았다.“오늘 아침 찾아오기 전에 제 불효자식들을 통해 전에 있었던 일을 들었는데 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잘못이더라고요. 사과드리는 의미로 제 막내아들인 허준서가 갖고 있는 도박패를 드리려고요. 그리고 부산 팰리스의 모든 지분도 김 회장님의 명의로 돌리려는 생각입니다. 저희 허씨 가문의 자그마한 성의이기 때문에 꼭 받아주시기를 바랍니다. 거절하시면 저희 허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는 것이 됩니다. 두번째로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추하린 씨한테 진주·밀양 용전 전주 자리를 내어주신 건 저희 진주·밀양 명문가에 기회를 주신 거나 다름없습니다. 늘 공평 공정한 추씨 가문의 추하린 씨가 전주 자리를 맡으면 안동 김씨 가문을 잘 다스릴 것이기 때문에 저희한테는 좋은 일이거든요. 한 마리의 호랑이보다 두 마리가 낫지 않을까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저 말고 김서하 사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할 텐데요? 저는 용문당과 함께 강제적으로 진주·밀양 용전을 쳐들어가려고 했거든요.”허순재는 웃으면서 아예 화제를 돌렸다.“아, 그리고 세 번째로는 저희 허씨 가문의 풍수를 봐
김예훈이 떠난 지 얼마 안 지나 장덕수가 심문실로 들어오면서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청미를 쳐다보았다.“지옥으로 가기 전에 이렇게 큰 비밀을 알려준 거, 김현민과 치고받는 꼴을 보고 싶어서야? 아니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거야.”“그런거 아니에요.”김청미의 말투는 담담하기만 했다.“김현민이 저를 버렸는데 굳이 비밀을 간직할 이유는 없잖아요. 선배가 김현민을 죽일 순 없어도 괴롭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해요.”장덕수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 들어 진주 태산 쪽을 바라보았다.김현민이 김예훈을 건들지 않았더라면 이 많은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 김현민이 먼저 건드렸고, 김예훈도 진실을 알아버렸으니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그런데 김현민은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을 맡을 사람인데 김 회장님이 그의 상대가 될수 있을까?”...용연옥 감옥을 벗어난 김예훈은 밀양 송산 빌라로 향했다.오늘은 추하린과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인수·인계받으러 가기로 했다.한참을 기다렸는데 추하린 대신 불청객 한명이 찾아왔다.김예훈은 보디가드가 건넨 배첩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줘도 된다고 했다.그러고는 마당으로 가 롤스로이스 한대가 세워지기를 기다렸다.“도박왕께서 무슨 일로 이 누추한 곳을 찾으셨을까요.”차 문이 열리는 순간, 사면팔방에서 정장을 입은 보디가드 수십 명이 나타났다.이어 백발의 노인이 김예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환갑이 넘는 나이었지만 정정한 모습으로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겼다.이 사람은 다름아닌 도박왕 허순재였다.“김 회장님, 안녕하세요.”허순재는 김예훈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처음 보는 도박왕의 모습에 김예훈은 멈칫하고 말았다.상대방이 찾아온 의도가 뻔히 보였지만 애써 모른 척하기로 했다.김예훈이 허씨 가문과 관계가 안 좋긴 해도 그렇게 원한이 깊은 관계는 아니었다.최소한 소문으로만 듣던 도박왕 허순재한테는 악한 감정이 없었다.“어제 뵈러 오고 싶었는데 김 회장님께
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이 이 정도로 칼 같다니. 김청미한테 모든 죄를 떠넘겼다고? 진주·밀양 용전을 잃어버렸다고 분풀이하나 보네.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한테는 가장 좋은 선택일 수 있겠지만 김청미한테는 너무나도 잔인한 현실이야. 안동 김씨 가문과 용전에서 보호해 줬다면 어쩌면 다시 해 뜰 날을 맞이할지도 모르는데...’“이 모든 것이 불공평하고, 억울하다고 느껴지면 배후자인 김현민을 불어내.”김예훈은 그림과도 같은 김청미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다.“네가 증거를 내놓으면 용문당과 용연옥에서 너의 안전을 책임져 줄 거야. 나머지 인생을 해외에서 풍족하게 살 수 있게 해줄게.”“김현민을 불라고?”김청미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현민은 선배랑 만난 적도 없고, 선배를 타깃으로 명령을 내린 적도 없었어. 비록 김현민이 배후자인 것은 모두 다 아는 사실이지만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는 모두 의미 없는 일이야. 심지어 내가 혼자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볼 수 있지. 김현민이 한 의미심장한 말에 내가 알아서 움직였거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그냥 잘못을 인정하려고 오늘 나를 부른 거라면 이 만남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봐.”“당연히 의미 있는 일이지. 이렇게 된 이상 난 용연옥을 떠날 수 없어. 나랑 함께 지옥에 갈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 사실 알려줄 것이 있어서 보자고 했어. 김현민이 선배를 짓밟으려고 한 진짜 이유이기도 하지.”김예훈은 김청미더러 계속해서 말해보라고 했다.”“선배와 나를 포함한 전체 경기도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일부분으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족보를 봤을 때 우리 모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선배 때문에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어르신이 경기도 김씨 가문을 여겨보기 시작했어.”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내가 수장 자리를 빼앗을까 봐 나를 죽이려고 했던 거야?”김청미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이 모든
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김청미는 이미 하얀 죄수복을 입고 머리를 묶은 채 책을 읽고 있었다.그래서인지 여느 때와 달리 지적인 느낌이었다.김예훈은 그제야 알고 지내던 익숙한 김청미라는 느낌이 들었다.“장 옥주님은 역시 약속을 지키는 분이시네. 내가 감옥에 들어가기 전에 선배를 데려온 걸 보면.”김예훈이 나타나자 김청미의 표정은 감정 기복이 심했다.“용연옥 감방장님 외에 말할 수 있는 사람이 평생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김예훈은 표정 변화 없이 아무렇지 않게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날 왜 불렀는데? 마음껏 욕하려고? 아니면 내 모습을 기억해 뒀다가 귀신이 되어서까지 내버려두지 않으려고?’김예훈이 말했다.“우리가 혈연관계가 있는 점을 봐서 10분만 줄게. 10분 뒤에 바로 갈 거야. 추하린 씨와 함께 진주·밀양 용전을 다스리려면 바빠.”진주·밀양 용전을 다스린다는 말에 김청미는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정민아, 하은혜, 우현아, 방수아, 추하린 같은 여자한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는거 알아. 아무리 그래도 나도 선배라고 불러주는데 어떻게 나한테 이 정도로 냉정할 수 있어?”김예훈이 어깨를 으쓱거렸다.“할수 없지 뭐. 네가 날 한두 번 죽이려고 했어? 그러고도 너를 잘해달라고? 내가 뭐 바보야? 솔직히 말해서 용연옥에 유용한 사람이 아니라면 진작에 목을 졸라 죽여버렸어.”“역시나 김 세자님은 다르네.”김청미는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사실 계속 묻고 싶었던 것이 있었어. 선배가 소문으로만 듣던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 맞아?”“네가 보기엔 어떤 것 같은데?”김예훈이 냉랭하게 물었다.“난 잘 모르겠어.”김청미의 표정은 이상하기만 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의하면 김현민이야말로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라고 했어. 곧 대한민국 9대 국방부 총사령관직을 맡게 될 사람이라고 하잖아.”김예훈은 콧방귀를 뀌고 말았다.“무슨 자격으로?”김청미가 담담하게 말했다.“김현민은
추하린은 반짝이는 두눈으로 김서하, 김청미, 김병욱 등을 차례대로 쳐다보았다.자기 능력으로는 진주·밀양 용전을 접수하고 진주·밀양에서 한 획을 긋기에는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 밖에도 자기가 일어서면 추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제일 잘나가는 명문가로 될수있는 기회인 것도 알고 있었다.성공하면 추씨 가문의 일등 공신이고, 실패하면 추씨 가문을 구렁텅이로 빠뜨린 원흉이기도 했다.추씨 가문의 미래가 어떨지는 그녀의 손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었다.추하린은 김예훈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최근에 있었던 일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제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요. 저희 아버지는 이 바닥을 벗어나 깊은 산속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어 하셨는데 사람들이 가만두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해서 저희 추씨 가문이 물러나야 하는 이유는 없잖습니까. 그래서 저도 한번 도전해 보려고요!”김예훈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좋아요. 그러면 지금부터 추하린 씨가 진주·밀양 용전의 전주를 맡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 의견 없으시죠?”...밀양 국제공항 사건은 이렇게 막을 내리게 되었다.밀양 기관에서는 이 사건의 진범이 진두준이라는 공고를 낸 것도 모자라 200억 원을 들여 국제 수배령을 내리기도 했다.용전, 용문당, 홍성에서도 상금을 추가하는 바람에 진두준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수배자가 되고 말았다.진주·밀양 용전은 오늘부로 주인이 바뀌게 되었다.이 사건의 최대책임자인 김청미는 용연욕에 끌려가 심층 심문을 받게 되었다. 나라를 팔아먹은 경황이 있는지 더 확인해 보려는 의도였다.이번 사건으로 용전에서 입은 피해는 어마어마했다....다음 날 아침, 진주 빅토리아 항구 5성급 호텔에서 자고 있던 김예훈은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로비로 내려갔을 때, 오래 기다리고 있던 장덕수를 만나게 되었다.“어르신.”김예훈은 용연옥 옥주인 장덕수에 대해 존경하는 마음이 컸다.어제저녁 용인주, 하은우, 박인철 등은 급한 사정이 있어 밤을
“김 회장님께서 진주와 밀양의 중요성을 알고 계신다면 외부인은 관리하기 어려운 곳인 것도 아실 텐데요? 진주·밀양 용전의 독자적 운영과 고위층 퇴임은 약속드릴 수 있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다면 그 관리자가 진주·밀양 사람이었으면 합니다. 김 회장님께서 약속하신다면 저 또한 약속을 지켜드리죠. 하지만 김 회장님께서 동의하지 않으신다면 없었던 일로 합시다. 용문당에서는 저희 용전에 복수하고 싶으신 대로 하셔도 좋습니다.”늘 우아함을 지키고 있던 김서하는 순간 자기편을 들어주는 성격이 드러나고 말았다.보여주는 태도를 봐도 어느정도 선을 지켰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 보였다.김서하의 뜻을 알아차린 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진주와 밀양은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었다.용의 부대, 용연옥, 용전과 용문당 간의 단결을 위해 대가를 치르겠다고 해도 모자랄판에 이런 재미있는 요구를 내놓을 줄 몰랐다.진주·밀양 상류인사 중에서 용전을 진압할 만한 사람 중에 상대하기 쉬운 사람은 없었다.대부분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사람이거나 그 가문과 밀접히 연관된 사람이었다.간단히 말해서 김예훈이 김서하의 요구를 들어주면 그 누구를 관리자로 선택하든 진주·밀양 용전은 안동 김씨 가문의 손에 들어갈 것이 뻔했다.김서하는 양보하는 척하면서 자신의 태도를 강경하게 보여주었다.이에 용인주, 장덕수 등은 하나같이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잘 따져보면 김예훈이 직접 진주·밀양 용전의 수장을 맡기에는 어려웠다.외부인으로서는 진주·밀양에 발붙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어디 가서 적합한 후보자를 찾지?’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김서하를 향해 피식 웃었다.“사모님께서 제 조건을 들어주신다는데 제가 어떻게 사모님 조건을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후보자를 용전에서 직접 뽑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김서하가 담담하게 말했다.“당연히 김 회장님께서 직접 뽑는 거죠.”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김청미, 김병욱과 곽영현은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