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둥!사람들은 여전히 차분한 방호철의 모습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6천억 원? 고작 구룡주 하나 때문에? 아무리 값져 봤자 600억 원밖에 안 되겠는데 10배나 올렸다고? 설마 갑자기 나타난 저놈 때문에 흥분한 건가?’눈을 파르르 떨면서 김예훈을 쳐다보던 사쿠라 역시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침묵을 지키기로 했다.경매사는 껑충 뛴 가격 때문에 흥분하기 그지없었다. 보너스로 낙찰가의 100분의 1만 받는다고 해도 60억 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이 거래가 성사되면 금전적인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이때, 경매사가 흥분하면서 망치를 치기 시작했다.“6천억 원. 6천억 원입니다. 방 도련님께서 6천억 원을 부르셨습니다. 원하시는 분이 더 없으시면...”“8천억!”김예훈이 또 한 번 아무렇지 않게 손을 들었다.모두다 이대로 끝날 줄 알았는데 김예훈이 또 한 번 놀라운 가격을 제시했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부산 상류사회 사람들이라지만 이 어마어마한 액수에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기 시작했다.이 액수라면 일류의 가문이 될 수도 있었다.전국 10대 명문가라고 해도 이렇게나 많은 현금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이 액수를 보잘것없다는 듯이 입밖에 툭 내보냈다.하은혜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흥분할 줄 몰랐는지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게 된다.‘부산 버뮤다 땅을 사기로 한 거 아닌가? 왜 2천억 원이나 들여서 야맹주를 낙찰받으려고 하는 거지? 재밌나?’생각 밖에도 김예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더니 흥미진진하게 고스톱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원고!”“투고!”“쓰리고!”착착 감기는 화투 소리는 마치는 방호철의 뺨을 때리는 것처럼 느껴졌다.늘 차분함을 지키던 방호철의 얼굴은 결국 어두워지기 시작했다.그의 시선은 처음으로 김예훈을 향하게 되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런 그를 무시한 채 신나게 게임만 할 뿐이었다.“광박이요!”방호철은 심장에 비수가 꽂힌 듯이 아팠다.너무 해!정말 너무 해!사람들은 이 순간
사람들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고는 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방호철을 쳐다보았다.금정 경매장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오늘 이 일은 그들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 김예훈은 어떻게든 끝까지 방호철과 맞서보려고 작정한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싸움에 말리지 않도록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그저 구경만 하면 되었다.경매사는 방호철에게 가격을 더 부르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이를 악물면서 망치를 치기 시작했다.“8천억 원. 8천억 원으로 낙찰...”마지막 한 방이 떨어지려고 했을 때, 드디어 방호철이 손을 들면서 냉랭하게 말했다.“1조!”아무리 차갑고 담담한 말투라고 해도 내심 말 못 할 분노가 들끓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이때 김예훈은 전혀 그에게 반응한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들었다.“2조!”어마어마한 숫자에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질뻔했다.‘2조 원? 1조 원에서 바로 2조 원으로 건너뛴다고? 돈 개념이 없는 거 아니야?’퍽!평정심을 지키고 있던 방호철은 결국 감정을 조절할 수가 없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앞에 놓인 테이블을 걷어찼다.바닥에는 온통 청자기 조각으로 가득했고 경매장 전체에 차향이 퍼졌다.방호철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고 청자기 조각들을 즈려밟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김예훈의 앞으로 다가갔다.“김예훈, 너한테 2조 원이 있기나 한 거야?”김예훈이 피식 웃었다.“혹시 잊으셨어요? 보증금이 바로 2조 원인 거.”이에 방호철도 피식 웃고 말았다.“내가 가격을 더 올리지 않으면 후회되지 않겠어?”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리깔아 보는 방호철을 쳐다보았다.“저 김예훈의 사전에는 후회라는 단어가 없어요. 그리고 방 도련님한테 이 구룡주가 엄청 중요한 것 같은데 저는 방 도련님께서 가격을 더 올릴 거라고 믿고 있어요. 제가 약속드릴게요. 방 도련님께서 4조 원을 부르신다면 이만 멈추고 구룡주를 방 도련님께 양보할게요.”김예훈은 고개를 비
김예훈은 한참 동안 방호철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실소했다.“지금 방 도련님께서 저를 협박하고 있다고 이해해도 될까요?”방호철이 담담하게 말했다.“뭐, 그렇게 이해해도 좋고. 김예훈, 비록 네가 능력 있다는 건 알겠지만 이 뒤에 숨겨진 배후 세력은 네가 상상도 못 할 정도야. 그래서 내가 좋은 마음에 미리 알려주는 거야. 이 구룡주를 낙찰받아도 결국엔 공손하게 나한테 바쳐야 할 거야. 아니면 그 뒷감당도 못 해.”“아이고, 무서워라!”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무서워서 일어나지도 못하겠네요.”비웃음 가득한 김예훈의 말투에 방호철은 피식 웃더니 긴장해서 떨고 있는 경매사를 쳐다보았다.“끝내시죠! 2조 원에 이 사람한테 넘기세요! 오늘부로 구룡주는 김예훈 씨의 것입니다!”경매사는 방호철의 명령을 차마 어기지 못해 부들부들 떨면서 망치를 두드렸다.구룡주가 김예훈의 소유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의미였다.모두 다 김예훈이 방호철이 무서워서 자리를 뜰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아무렇지 않게 오정범에게 카드를 던져준 것을 보게 된다.이 모습에 사람들은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역시 벼락부자였어. 2조 원을 무슨 장난감처럼 내놓냐고.’사람들은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게 된다.‘낙찰받았으면 뭐 해. 방 도련님이 계시는데 구룡주를 지킬 수나 있겠어?’여러 부잣집 따님들은 보잘것없다는 듯이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그녀들이 보기에 김예훈이 구룡주는 물론 목숨마저 잃을 것이 뻔하다고 생각했다.방호철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잠깐 쳐다보고는 뒤돌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겁도 없이 자신한테 도전장을 내민 김예훈을 다시 보게 되었다.사쿠라는 차가운 표정으로 누군가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도 김예훈의 목숨을 따내지 못했다면 몇 번 더 시도해보는 것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좋기는 금정 경매장을 나서자마자 때려죽였으면 했다. 그러면 세상 사람들한테 방호철을 건드린 후과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려줄 수 있었
김예훈이 무언의 신호를 보냈다.“부숴버려!”쨍그랑!다른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오정범이 손에 쥐고 있던 구룡주를 힘껏 바닥에 내던졌다.2조 원을 들여 낙찰받은 구룡주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그 속에서 검은 알약 하나가 나왔다.방호철은 이 알약을 보자마자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방호철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입이 쩍 벌어진 채로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왜 구룡주 속에 검은 알약 같은 것이 있는 거지?’오정범은 조심스레 알약을 주워 공손하게 김예훈에게 건넸다.김예훈은 그 알약을 가늠해 보면서 소리쳤다.“애완견을 가지고 오신 분이 있으시면 저 좀 빌려주실래요?’이 말은 들은 사람들은 믿기 어려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방호철마저도 얼굴이 일그러진 채 물었다.“김예훈, 지금 그게 무슨 뜻이야?”김예훈이 말했다.“개나 줘보려고요. 제가 알기로는 이 구룡주가 인위적인 제품이라고 알고 있는데 예전에 임금님께서 신하분께 불로장생약을 알아보라고 해서 그 신하분께서 구룡주 속에 숨겼다지 뭐예요. 아쉽게도 나라로 다시 돌아갔을 때는 전쟁통 때문에 난리였대요. 그렇게 구룡주는 그 신하분과 함께 종적을 감췄다가 몇천 년이 지난 오늘, 그 속에 불로장생약이 감춰져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죠. 그 약의 효능이 정말 소문대로 진짜인지 테스트해 보려고요. 개가 먹어도 장생할지 어떻게 알아요?”이 말에 사람들은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미친놈이네! 2조 원에 낙찰받은 물건 속에 숨겨진 것이 불로장생약이었다니! 그런데 그 약을 개한테 먹이겠다고?’사람들은 그제야 왜 방호철이 죽을힘을 다해 구룡주를 따내려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분명 구룡주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그런데 방호철마저도 김예훈이 그 약을 개한테 먹일 줄은 몰랐다.사람들은 이 놀라운 광경을 핸드폰으로 기록하기로 했다.어디 가서 불로장생약을 개한테 먹인 장면을 직접 봤다고 허세를 부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오정범은 누구보다도 빨리 애완견을 찾아내려고 현장을 샅샅이 뒤졌
김예훈의 말에 방호철의 표정은 또다시 어두워졌다.그는 살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그 약을 개한테 먹였다 봐. 죽여버릴 거니까! 너의 조상님들마저 무덤에서 파내버릴 거야!”방호철은 매우 조급한 모양이었다.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방 도련님도 참. 제가 이거를 넘기면 저를 살려줄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몇 번이고 저를 죽이려고 했잖아요. 어차피 누군가 죽어야만 끝날 것 같은데 제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하세요?’방호철은 눈을 파르르 떨면서 무의식적으로 사쿠라를 보게 되었다.가끔 명령하지 않아도 눈빛 하나면 부하들이 알아서 움직였다.사쿠라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배후자가 누구인지 들킨 것이 틀림없었다.짝!방호철은 가차 없이 사쿠라의 뺨을 때렸다. 전혀 아끼는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계속 실수할 바에 하지 말던가, 아니면 한 번에 깔끔하게 끝내라고. 내 말을 우습게 생각했던 거야?”사쿠라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상태로 원망조차 하지 못했다.“방 도련님, 저의 잘못입니다. 저한테 다시 맡겨주시면 깔끔하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사죄하는 그녀의 모습에 방호철은 미간만 찌푸렸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사쿠라가 앞으로 나서면서 김예훈에게 도발했다.“김예훈, 어디 약을 개한테 먹여보던가!”사쿠라는 김예훈이 눈에 거슬렸다.‘성남에서 온 촌놈 주제에 서울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방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려? 죽으려고 환장을 했네.’여러 차례 수놓은 함정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백종혁과 닌자마저 잃었기 때문에 김예훈이 정말 미웠다.이 경매장이 기관이 엮인 곳이 아니었다면, 부산에서 주최한 행사가 아니었다면 바로 야마자키파에 연락해 김예훈을 죽이라고 했을지도 모른다.김예훈이 배시시 웃으면서 사쿠라한테 말했다.“일본 야마자키파 종주님 제자 아니세요? 미야모토 그룹의 따님이신 사쿠라 님 맞으시죠?”사쿠라는 김예훈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지 모르
사쿠라는 김예훈을 가소롭게 쳐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감히 구룡주를 핑계로 방 도련님을 협박해? 네가 뭔데! 대접도 못 받는 주제에. 그래! 어디 한번 개한테 먹여보든가! 개가 불로장생약을 먹어서 어디 장생할지 지켜보자고! 어디 아까워서 먹일 수나 있겠어? 웃겨! 정말! 방 도련님한테는 협박 같은 거 먹히지 않는다고!”방호철과 관계가 좋은 금수저들도 하나같이 김예훈을 무시했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하은혜는 김예훈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비록 방호철이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불안정해 보이는 표정을 봐서는 진작에 서울 4대 도련님으로서의 진중함이 없었다.“그래요. 지금 보여드리죠. 가까이 오세요. 그래야 잘 찍힐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주위에 알약을 보여주면서 공진해 더러 유기견을 데려오라고 눈빛을 보냈다.알약을 강아지 입에 가까이 대자 강아지도 기대가 가득 찬 표정으로 혀를 날름거렸다.방호철은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호흡이 가빠졌다.그의 뒤에 서 있던 남성들도 눈빛에 살기를 장착했다.김예훈의 행동이 자신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 틀림없었다.그가 정말 개한테 먹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 알약은 방호철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물건이었다.이번에 부산에 온 목적은 부산 버뮤다가 아니라 방씨 가문의 무술을 위해 불로장생약을 도모하려던 것이었다.비록 천년이 지나 약의 효력이 어느정도 사라졌겠지만 이것을 참고하여 방씨 가문에서 대단한 약을 발명해 내고 싶었다.불로장생은 아니더라도 수명을 연장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이런 물건은 다른 사람한테 잘 보일 수 있는 좋은 물건이었기 때문에 방호철이 그토록 중시했던 것이다.이 물건을 손에 쥔다면 방호철은 방씨 가문에게 핵심적 위치에 올라 서울 4대 도련님 중의 으뜸이 될지도 몰랐다.심지어 이 불로장생약으로 수많은 인맥을 개척해 나가 방씨 가문의 발전에 유리할 수도 있었다.아무튼 역할이 매우 큰 물건이라 꼭 따내리라 마음먹었지만 김예훈이 갑자기 나타나 계획을 망칠 줄은 몰랐다.이 불로장생약을
“안 돼!”방호철은 본능적으로 펄쩍 뛰면서 김예훈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결정적인 순간, 김예훈이 뒤로 반보 물러서면서 불로장생약을 오른손으로 낚아챘다.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 누구도 김예훈이 방호철을 속일 줄은 몰랐다.방호철의 반응도 이들의 상상을 초월했다.손바닥에 다시 불로장생약을 쥔 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하면서 말했다.“방 도련님, 이 정도로 흥분한 일인가요? 그저 제 것인 물건을 개한테 먹이겠다는데 방 도련님과 무슨 상관인데요? 이런 것도 참견해야겠어요?”멈칫하던 하은혜는 그제야 알 것만 같았다. 김예훈이 어젯밤 갖은 수단을 통해 방호철이 부산에 온 진짜 목적을 알아냈다는 것을 말이다.아니면 이렇게까지 방호철의 심기를 건드렸을 리가 없었다.오정범과 공진해는 한껏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역시 총사령관님이셔. 어떻게 이렇게 쉽게 서울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방 도련님께서 품위를 잃으시게 할 수 있는 거지?’방호철은 기회를 잃었다는 생각에 어두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주시했다.“김예훈, 너무 그러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나중에 또 볼지 어떻게 알아?”“쓸데없는 말이 정말 많네요.”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3조 원을 주시면 이 물건을 드릴게요.”3조 원?어마어마한 액수에 사람들은 놀라고 말았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김예훈이 날강도라고 생각할 정도였다.“방 도련님, 그냥 포기하시죠.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도 아니고.”사쿠라가 말렸다.“그저 소문으로만 듣던 불로장생약 아닙니까? 저희 일본에도 비슷한 물건이 있으니 원하신다면...”방호철의 진정한 목적을 알 리 없는 사쿠라는 김예훈에게 적개심을 품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4조 원.”“김예훈, 어떻게 된 거 아니야?”사쿠라는 한껏 차가운 표정이었다.“우리도 너처럼 돈을 들여 이런 물건을 살 거라고 생각해? 우리 방 도련님이 너처럼 멍청할 줄 알아?”김예훈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6조 원.”사쿠라의 표정은 더욱 차가워졌다
“너!”방호철은 이 말에 김예훈의 뺨을 때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하지만 약간의 이성이 이대로 흥분했다간 김예훈이 값을 더 올릴 거라고 말해주고 있었다.이때 불로장생약을 꼭 따내리라 마음먹은 방호철이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20조 원을 줘버려! 빨리 받고 꺼지라 그래!”이 한마디에 사람들은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방호철이 6조 원을 대답했을 때도 이미 놀랐는데 말이다.‘20조 원을 이렇게 순순히 받아들인다고?’몇몇 금수저들은 소리를 지르지 않도록 자신의 입을 꽉 틀어막았다.눈앞에 펼친 이 장면은 이미 그들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기껏 해 600억 원이나 될법한 물건이 2조 원에 낙찰되었다가 다시 2십조 원에 팔렸다고?어떤 사람들은 이 액수를 듣기만 해도 기절할 정도였다.자칭 상류사회에서 내로라하는 부잣집 도련님, 따님들은 휘청거리면서 바닥에 쓰러질 뻔했다.“감사합니다, 방 도련님.”방호철이 이를 갈며 계좌이체 하는 모습에 김예훈이 피식 웃고 말았다.그러다 방호철의 뒤에 서 있는 부하한테 시선이 갔다.“아, 맞다. 방금 너지? 나보고 방 도련님한테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했던 놈이. 그러면 네가 무릎 꿇고 이걸 받아 가.”부하는 순간 얼굴이 어두워지고 말았다. 김예훈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은 방호철이 눈치를 주자 부하는 억울한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김예훈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김예훈은 그의 얼굴을 툭툭 치더니 말했다.“잘 봤어? 내가 무릎을 꿇으라고 하면 꿇어야 하는 거야. 왜? 아직도 불만이 많아? 그러면 덤벼보든가.”부하는 주먹을 꽉 쥔 채로 억울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똑바로 꿇어.”김예훈은 그의 뺨을 수십 대 때리고서야 불로장생약을 건넸다.그러고선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는 경매사를 보면서 피식 웃더니 말했다.“저희 거래는 끝났으니 경매 마저 진행하시죠...”경매장 분위기는 잠시 고요함에 빠졌다.아무도 사소한 다툼이 이 지경으로 번질 줄 몰랐고 더욱이 방호철의 패배로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