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김예훈이 분명 방호철과 맞서려고 온 것이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김예훈도 경매에 참여할 자격이 충분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나가라고 부추기지 못했다.정작 자신들은 방호철과 감히 대꾸도 하지 못하면서 김예훈이 방호철의 체면을 깎아내릴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맨 앞자리로 가 방호철과 사이에 의자를 하나 두고 앉았다.방호철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핸드폰만 쳐다볼 뿐이었다.사쿠라는 김예훈을 본 순간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그녀는 김예훈을 모를 수가 없었다.사쿠라가 아무리 많은 함정을 파놓아도 김예훈이 결국 경매장에 나타난 것을 보면 그의 실력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다.“2천억 원입니다!”경매사는 망설였지만 경매 규정에 맞게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녀는 두려움에 떨면서 방호철에게 시선을 돌리게 되었다.“2,200억!”방호철은 경매사를 곤란에 빠지게 할 생각은 없이 아무렇지 않게 손을 들 뿐이었다.두둥!그 누구도 방호철이 이대로 넘어갈 줄 몰랐다.사람들은 김예훈을 별로 거들떠보지도 않았다.아무리 돈 많고 재산 있는 이방인이라고 해도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서울에서 내로라하는 방호철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이깟 행동으로 방호철의 심기를 건드렸다간 죽기보다도 못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 뻔했다.과연 그가 가격을 더 올릴지 궁금해하고 있을 때, 김예훈이 눈도 깜짝하지 않고 손을 들었다.“4천억!”이 어마어마한 액수에 사람들은 눈을 파르르 떨면서 맨 앞자리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김예훈을 쳐다보게 되었다.‘글쎄 아무리 방 도련님의 체면을 깎아내리려고 해도 그렇지 너무한 거 아니야? 방 도련님은 한 번에 200억 원씩만 올리는데 김예훈은 2천억 원씩이나 올린다고?’이것은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김예훈이 한방에 방호철의 콧대를 부러뜨리려는 의도로 보였다.하지만 구룡주 한 알 때문에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아무리 방호철의 콧대를 부러뜨리려고 해도 그렇지 2천억
두둥!사람들은 여전히 차분한 방호철의 모습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6천억 원? 고작 구룡주 하나 때문에? 아무리 값져 봤자 600억 원밖에 안 되겠는데 10배나 올렸다고? 설마 갑자기 나타난 저놈 때문에 흥분한 건가?’눈을 파르르 떨면서 김예훈을 쳐다보던 사쿠라 역시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결국 침묵을 지키기로 했다.경매사는 껑충 뛴 가격 때문에 흥분하기 그지없었다. 보너스로 낙찰가의 100분의 1만 받는다고 해도 60억 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이 거래가 성사되면 금전적인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이때, 경매사가 흥분하면서 망치를 치기 시작했다.“6천억 원. 6천억 원입니다. 방 도련님께서 6천억 원을 부르셨습니다. 원하시는 분이 더 없으시면...”“8천억!”김예훈이 또 한 번 아무렇지 않게 손을 들었다.모두다 이대로 끝날 줄 알았는데 김예훈이 또 한 번 놀라운 가격을 제시했다.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아무리 부산 상류사회 사람들이라지만 이 어마어마한 액수에 심장박동수가 빨라지기 시작했다.이 액수라면 일류의 가문이 될 수도 있었다.전국 10대 명문가라고 해도 이렇게나 많은 현금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이 액수를 보잘것없다는 듯이 입밖에 툭 내보냈다.하은혜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흥분할 줄 몰랐는지 이상한 표정으로 쳐다보게 된다.‘부산 버뮤다 땅을 사기로 한 거 아닌가? 왜 2천억 원이나 들여서 야맹주를 낙찰받으려고 하는 거지? 재밌나?’생각 밖에도 김예훈은 평온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꺼내더니 흥미진진하게 고스톱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원고!”“투고!”“쓰리고!”착착 감기는 화투 소리는 마치는 방호철의 뺨을 때리는 것처럼 느껴졌다.늘 차분함을 지키던 방호철의 얼굴은 결국 어두워지기 시작했다.그의 시선은 처음으로 김예훈을 향하게 되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런 그를 무시한 채 신나게 게임만 할 뿐이었다.“광박이요!”방호철은 심장에 비수가 꽂힌 듯이 아팠다.너무 해!정말 너무 해!사람들은 이 순간
사람들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고는 또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방호철을 쳐다보았다.금정 경매장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오늘 이 일은 그들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오늘 김예훈은 어떻게든 끝까지 방호철과 맞서보려고 작정한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싸움에 말리지 않도록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고 생각했다.그저 구경만 하면 되었다.경매사는 방호철에게 가격을 더 부르려는 기미가 보이지 않자 결국 이를 악물면서 망치를 치기 시작했다.“8천억 원. 8천억 원으로 낙찰...”마지막 한 방이 떨어지려고 했을 때, 드디어 방호철이 손을 들면서 냉랭하게 말했다.“1조!”아무리 차갑고 담담한 말투라고 해도 내심 말 못 할 분노가 들끓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이때 김예훈은 전혀 그에게 반응한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들었다.“2조!”어마어마한 숫자에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쓰러질뻔했다.‘2조 원? 1조 원에서 바로 2조 원으로 건너뛴다고? 돈 개념이 없는 거 아니야?’퍽!평정심을 지키고 있던 방호철은 결국 감정을 조절할 수가 없었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눈앞에 놓인 테이블을 걷어찼다.바닥에는 온통 청자기 조각으로 가득했고 경매장 전체에 차향이 퍼졌다.방호철은 전혀 신경 쓰지도 않고 청자기 조각들을 즈려밟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김예훈의 앞으로 다가갔다.“김예훈, 너한테 2조 원이 있기나 한 거야?”김예훈이 피식 웃었다.“혹시 잊으셨어요? 보증금이 바로 2조 원인 거.”이에 방호철도 피식 웃고 말았다.“내가 가격을 더 올리지 않으면 후회되지 않겠어?”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리깔아 보는 방호철을 쳐다보았다.“저 김예훈의 사전에는 후회라는 단어가 없어요. 그리고 방 도련님한테 이 구룡주가 엄청 중요한 것 같은데 저는 방 도련님께서 가격을 더 올릴 거라고 믿고 있어요. 제가 약속드릴게요. 방 도련님께서 4조 원을 부르신다면 이만 멈추고 구룡주를 방 도련님께 양보할게요.”김예훈은 고개를 비
김예훈은 한참 동안 방호철을 쳐다보더니 갑자기 실소했다.“지금 방 도련님께서 저를 협박하고 있다고 이해해도 될까요?”방호철이 담담하게 말했다.“뭐, 그렇게 이해해도 좋고. 김예훈, 비록 네가 능력 있다는 건 알겠지만 이 뒤에 숨겨진 배후 세력은 네가 상상도 못 할 정도야. 그래서 내가 좋은 마음에 미리 알려주는 거야. 이 구룡주를 낙찰받아도 결국엔 공손하게 나한테 바쳐야 할 거야. 아니면 그 뒷감당도 못 해.”“아이고, 무서워라!”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무서워서 일어나지도 못하겠네요.”비웃음 가득한 김예훈의 말투에 방호철은 피식 웃더니 긴장해서 떨고 있는 경매사를 쳐다보았다.“끝내시죠! 2조 원에 이 사람한테 넘기세요! 오늘부로 구룡주는 김예훈 씨의 것입니다!”경매사는 방호철의 명령을 차마 어기지 못해 부들부들 떨면서 망치를 두드렸다.구룡주가 김예훈의 소유가 되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의미였다.모두 다 김예훈이 방호철이 무서워서 자리를 뜰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가 아무렇지 않게 오정범에게 카드를 던져준 것을 보게 된다.이 모습에 사람들은 한숨을 크게 들이마셨다.‘역시 벼락부자였어. 2조 원을 무슨 장난감처럼 내놓냐고.’사람들은 웃음기 가득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게 된다.‘낙찰받았으면 뭐 해. 방 도련님이 계시는데 구룡주를 지킬 수나 있겠어?’여러 부잣집 따님들은 보잘것없다는 듯이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그녀들이 보기에 김예훈이 구룡주는 물론 목숨마저 잃을 것이 뻔하다고 생각했다.방호철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잠깐 쳐다보고는 뒤돌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겁도 없이 자신한테 도전장을 내민 김예훈을 다시 보게 되었다.사쿠라는 차가운 표정으로 누군가에게 문자 한 통을 보냈다.여러 차례의 시도 끝에도 김예훈의 목숨을 따내지 못했다면 몇 번 더 시도해보는 것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좋기는 금정 경매장을 나서자마자 때려죽였으면 했다. 그러면 세상 사람들한테 방호철을 건드린 후과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려줄 수 있었
김예훈이 무언의 신호를 보냈다.“부숴버려!”쨍그랑!다른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오정범이 손에 쥐고 있던 구룡주를 힘껏 바닥에 내던졌다.2조 원을 들여 낙찰받은 구룡주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그 속에서 검은 알약 하나가 나왔다.방호철은 이 알약을 보자마자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방호철은 물론 다른 사람들도 입이 쩍 벌어진 채로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왜 구룡주 속에 검은 알약 같은 것이 있는 거지?’오정범은 조심스레 알약을 주워 공손하게 김예훈에게 건넸다.김예훈은 그 알약을 가늠해 보면서 소리쳤다.“애완견을 가지고 오신 분이 있으시면 저 좀 빌려주실래요?’이 말은 들은 사람들은 믿기 어려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방호철마저도 얼굴이 일그러진 채 물었다.“김예훈, 지금 그게 무슨 뜻이야?”김예훈이 말했다.“개나 줘보려고요. 제가 알기로는 이 구룡주가 인위적인 제품이라고 알고 있는데 예전에 임금님께서 신하분께 불로장생약을 알아보라고 해서 그 신하분께서 구룡주 속에 숨겼다지 뭐예요. 아쉽게도 나라로 다시 돌아갔을 때는 전쟁통 때문에 난리였대요. 그렇게 구룡주는 그 신하분과 함께 종적을 감췄다가 몇천 년이 지난 오늘, 그 속에 불로장생약이 감춰져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죠. 그 약의 효능이 정말 소문대로 진짜인지 테스트해 보려고요. 개가 먹어도 장생할지 어떻게 알아요?”이 말에 사람들은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미친놈이네! 2조 원에 낙찰받은 물건 속에 숨겨진 것이 불로장생약이었다니! 그런데 그 약을 개한테 먹이겠다고?’사람들은 그제야 왜 방호철이 죽을힘을 다해 구룡주를 따내려고 했는지 이해가 갔다.분명 구룡주 속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그런데 방호철마저도 김예훈이 그 약을 개한테 먹일 줄은 몰랐다.사람들은 이 놀라운 광경을 핸드폰으로 기록하기로 했다.어디 가서 불로장생약을 개한테 먹인 장면을 직접 봤다고 허세를 부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오정범은 누구보다도 빨리 애완견을 찾아내려고 현장을 샅샅이 뒤졌
김예훈의 말에 방호철의 표정은 또다시 어두워졌다.그는 살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그 약을 개한테 먹였다 봐. 죽여버릴 거니까! 너의 조상님들마저 무덤에서 파내버릴 거야!”방호철은 매우 조급한 모양이었다.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방 도련님도 참. 제가 이거를 넘기면 저를 살려줄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몇 번이고 저를 죽이려고 했잖아요. 어차피 누군가 죽어야만 끝날 것 같은데 제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그럴 자격이나 된다고 생각하세요?’방호철은 눈을 파르르 떨면서 무의식적으로 사쿠라를 보게 되었다.가끔 명령하지 않아도 눈빛 하나면 부하들이 알아서 움직였다.사쿠라가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것도 모자라 배후자가 누구인지 들킨 것이 틀림없었다.짝!방호철은 가차 없이 사쿠라의 뺨을 때렸다. 전혀 아끼는 마음이 보이지 않았다.“내가 진작에 말했잖아. 계속 실수할 바에 하지 말던가, 아니면 한 번에 깔끔하게 끝내라고. 내 말을 우습게 생각했던 거야?”사쿠라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상태로 원망조차 하지 못했다.“방 도련님, 저의 잘못입니다. 저한테 다시 맡겨주시면 깔끔하게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사죄하는 그녀의 모습에 방호철은 미간만 찌푸렸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때 사쿠라가 앞으로 나서면서 김예훈에게 도발했다.“김예훈, 어디 약을 개한테 먹여보던가!”사쿠라는 김예훈이 눈에 거슬렸다.‘성남에서 온 촌놈 주제에 서울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방 도련님의 심기를 건드려? 죽으려고 환장을 했네.’여러 차례 수놓은 함정이 제대로 먹히지 않고, 백종혁과 닌자마저 잃었기 때문에 김예훈이 정말 미웠다.이 경매장이 기관이 엮인 곳이 아니었다면, 부산에서 주최한 행사가 아니었다면 바로 야마자키파에 연락해 김예훈을 죽이라고 했을지도 모른다.김예훈이 배시시 웃으면서 사쿠라한테 말했다.“일본 야마자키파 종주님 제자 아니세요? 미야모토 그룹의 따님이신 사쿠라 님 맞으시죠?”사쿠라는 김예훈이 자신의 정체를 알고 있는지 모르
사쿠라는 김예훈을 가소롭게 쳐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감히 구룡주를 핑계로 방 도련님을 협박해? 네가 뭔데! 대접도 못 받는 주제에. 그래! 어디 한번 개한테 먹여보든가! 개가 불로장생약을 먹어서 어디 장생할지 지켜보자고! 어디 아까워서 먹일 수나 있겠어? 웃겨! 정말! 방 도련님한테는 협박 같은 거 먹히지 않는다고!”방호철과 관계가 좋은 금수저들도 하나같이 김예훈을 무시했다.미간을 찌푸리고 있던 하은혜는 김예훈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몰랐다.비록 방호철이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불안정해 보이는 표정을 봐서는 진작에 서울 4대 도련님으로서의 진중함이 없었다.“그래요. 지금 보여드리죠. 가까이 오세요. 그래야 잘 찍힐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주위에 알약을 보여주면서 공진해 더러 유기견을 데려오라고 눈빛을 보냈다.알약을 강아지 입에 가까이 대자 강아지도 기대가 가득 찬 표정으로 혀를 날름거렸다.방호철은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호흡이 가빠졌다.그의 뒤에 서 있던 남성들도 눈빛에 살기를 장착했다.김예훈의 행동이 자신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 틀림없었다.그가 정말 개한테 먹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 알약은 방호철에게 너무나도 중요한 물건이었다.이번에 부산에 온 목적은 부산 버뮤다가 아니라 방씨 가문의 무술을 위해 불로장생약을 도모하려던 것이었다.비록 천년이 지나 약의 효력이 어느정도 사라졌겠지만 이것을 참고하여 방씨 가문에서 대단한 약을 발명해 내고 싶었다.불로장생은 아니더라도 수명을 연장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이런 물건은 다른 사람한테 잘 보일 수 있는 좋은 물건이었기 때문에 방호철이 그토록 중시했던 것이다.이 물건을 손에 쥔다면 방호철은 방씨 가문에게 핵심적 위치에 올라 서울 4대 도련님 중의 으뜸이 될지도 몰랐다.심지어 이 불로장생약으로 수많은 인맥을 개척해 나가 방씨 가문의 발전에 유리할 수도 있었다.아무튼 역할이 매우 큰 물건이라 꼭 따내리라 마음먹었지만 김예훈이 갑자기 나타나 계획을 망칠 줄은 몰랐다.이 불로장생약을
“안 돼!”방호철은 본능적으로 펄쩍 뛰면서 김예훈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결정적인 순간, 김예훈이 뒤로 반보 물러서면서 불로장생약을 오른손으로 낚아챘다.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 누구도 김예훈이 방호철을 속일 줄은 몰랐다.방호철의 반응도 이들의 상상을 초월했다.손바닥에 다시 불로장생약을 쥔 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하면서 말했다.“방 도련님, 이 정도로 흥분한 일인가요? 그저 제 것인 물건을 개한테 먹이겠다는데 방 도련님과 무슨 상관인데요? 이런 것도 참견해야겠어요?”멈칫하던 하은혜는 그제야 알 것만 같았다. 김예훈이 어젯밤 갖은 수단을 통해 방호철이 부산에 온 진짜 목적을 알아냈다는 것을 말이다.아니면 이렇게까지 방호철의 심기를 건드렸을 리가 없었다.오정범과 공진해는 한껏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역시 총사령관님이셔. 어떻게 이렇게 쉽게 서울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방 도련님께서 품위를 잃으시게 할 수 있는 거지?’방호철은 기회를 잃었다는 생각에 어두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주시했다.“김예훈, 너무 그러지 않는 것이 좋을 거야. 나중에 또 볼지 어떻게 알아?”“쓸데없는 말이 정말 많네요.”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3조 원을 주시면 이 물건을 드릴게요.”3조 원?어마어마한 액수에 사람들은 놀라고 말았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김예훈이 날강도라고 생각할 정도였다.“방 도련님, 그냥 포기하시죠.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도 아니고.”사쿠라가 말렸다.“그저 소문으로만 듣던 불로장생약 아닙니까? 저희 일본에도 비슷한 물건이 있으니 원하신다면...”방호철의 진정한 목적을 알 리 없는 사쿠라는 김예훈에게 적개심을 품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4조 원.”“김예훈, 어떻게 된 거 아니야?”사쿠라는 한껏 차가운 표정이었다.“우리도 너처럼 돈을 들여 이런 물건을 살 거라고 생각해? 우리 방 도련님이 너처럼 멍청할 줄 알아?”김예훈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6조 원.”사쿠라의 표정은 더욱 차가워졌다
“바깥 세상?”김예훈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다른 건 더 이상 말하지 않겠어. 듣자 하니 요즘 리카 제국 쪽에서 독감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가 약탈을 해서 많은 가게가 문을 닫았다고 하더라?”“그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니?”“그리고 영국 제국은 크리스마스 금지령을 무시하고 밤새도록 파티를 벌여 독감 감염률이 치솟았다던데 이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아니면 유라시아 전쟁에서 영국 제국이 세탁 세제 몇 봉지를 갖다가 유라시아 일부 국가들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모독하고 이를 빌미로 사람들한테 군사적, 재정적 제재를 가한 게 네가 말하는 문명이야?”장무준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차갑게 말했다.“어디서 주워들은 근거 없는 말들이지? 이 나라 사람들이 함부로 퍼뜨린 루머 아니야?”“난 왜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없지? 증거 있어?”“증거 없으면 말 함부로 하지 마. 비방죄로 널 고소할 수도 있어!”장무준이 화를 내며 언성을 높였다.김예훈은 귀찮아서 더 이상 논쟁할 생각이 없었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으면 다른 얘기 좀 해보자.”“내 기억이 맞다면 며칠 전 한국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을 때 영국 제국의 기자가 한국의 독감 백신이 효과가 있느냐고 물었었지?”“맞아. 물을 만하잖아. 무슨 문제제라도 있어?”장무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한국이 어떻게 독감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겠어? 자기기만 하는 거잖아.”“자기기만?”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영국 제국의 기자가 이 질문을 하기 전에 무엇을 했는지 알아?”“그 사람이 백신 접종할 기회를 얻기 위해서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온갖 노력을 다했고 결국은 백신을 맞았어.”“그러고 나서 기자회견에서 그런 질문을 내뱉은 거야.”“이런 이중 잣대와 뻔뻔함이 네가 말하는 문명이라고?”“너!”장무준은 너무 화가 나서 온몸이 떨렸다.이 사건은 실제로 일어났고 국제적으로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김예훈은 계속해서 담담하게 말했다.“
“그만하고 우린 이제 시즌 호텔 경매장으로 가야 해.”“여기서 더 이상 역겹게 굴지 말고 이제 꺼져.”장무준은 조금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동하임의 매혹적인 몸을 힐끗 쳐다본 후 몸을 돌려 마리아와 함께 자리를 떠날 준비를 했다.결국은 영국 제국의 황족이 되고 황위 계승권의 기회를 얻는 게 자신의 평생소원이었다.설사 그 황위 계승권이 실현하기 어려운 멀고 먼 꿈일지라도 장무준은 기꺼이 지금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었다.김예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장무준을 바라보다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장무준, 똥 먹었어? 입냄새가 왜 그렇게 심해?”김예훈의 말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동하임은 김예훈을 이 일에 끌어들이는 걸 원치 않아 급히 김예훈을 잡아당겼다.“김예훈 도련님, 그만해요. 저런 놈이랑 말 섞지 말아요.”“이 뻔뻔스러운 놈이 나한테 무릎 꿇고 빌 때가 곧 올 거예요.”동하임의 단호한 태도를 보고 김예훈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결국 동하임의 사적인 일이라 그가 너무 개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하지만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들은 장무준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네가 바로 그 버르장머리가 없고 노인을 존중할 줄도 모른 데다 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진주에서 온갖 허세를 부리는 물러터진 놈이구나.”“물러터진 놈?”김예훈은 장무준의 말이 도대체 어디서 굴러 나온 말인지 몰라 그저 담담하게 장무준을 바라보기만 했다.“물러터진 놈이 아니야?”장무준은 경멸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동씨 가문에 빌붙어서 일본의 귀빈들한테 손댄 것도 모자라 감히 진주 전임 총독한테도 손을 대다니!”“능력은 눈곱만큼도 없으면서 어디서 허세야?”“완전 세상 물정을 모르는 놈이네.”“설마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알아?”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왜? 내가 너희 집 어르신 뺨을 때린 게 불만인가 봐?”장무준은 차갑게 말했다.“불만인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라 네가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야!”“네 놈이 영국 제국의 황
외국 여자의 말을 들은 장무준은 역겨움과 혐오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바라보았다.그는 동하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김예훈을 경멸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입을 삐죽거렸다.“어쩐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디서 악취가 진동하더라니, 네 몸에서 나는 냄새였구나!”“동하임, 마리아 씨가 너한테서 어떤 악취가 난다고 했는지 알아?”“궁상맞은 냄새가 난다고 했어!”“동씨 가문은 어떻게 보면 별 보잘것없는 가문인데 자기네가 무슨 상류층 가문이라도 되는 것처럼 감히 진주 상류층에 끼려고 해?”“너희 동씨 가문의 그런 염치없는 모습이 참 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워!”“특히 동하임 넌 영국 제국의 황녀에 비하면 길가의 개에 불과해!”장무준의 눈에는 거리낌 없는 경멸이 깃들어 있었다.“당장 이 기생오라비를 데리고 꺼져!”“앞으로 절대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참, 혼약은 할아버지한테 취소하라고 할 거야.”“그전에 조건이 하나 있어.”“바로 너랑 이 기생오라비가 장씨 가문 문 앞에서 3일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비는 거야!”“3일 채우면 넌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어!”장무준의 빈정거림에 매서운 기운이 동하임의 온몸을 휘감아 돌았다.그녀는 장무준을 차갑게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장무준, 고작 며칠 동안 외국인 행세를 했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영국 제국의 개라도 된 줄 아나 봐?”“잘 들어!”“파혼의 결정권은 나한테 있어!”“장무준 네놈이 3일 밤낮으로 우리 가문 문 앞에서 무릎 꿇고 빌면 파혼을 동의할 거야!”“그렇지 않으면 이 내연녀랑 부부가 될 생각은 꿈도 꾸지 마!”“내연녀?”장무준은 동하임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더러운 년, 말조심해!”“네 눈앞에 있는 여인은 영국 제국의 황녀고 영국 제국 황위의 49번째 계승자야!”“이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공주고 네가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존재야. 너랑 너희 동씨 가문이 평생 떠받들고 모셔야 하는 존재라고!”“감히 누구한테 내연녀라고 하는 거야?”“미친 거 아니야?”“마리아 씨가 나
“장무준 저 자식이 어렸을 때부터 영국 제국에서 자라서 결국 영국 제국 황실 방계의 여자 친구를 찾은 듯해요.”“저런 친밀한 모습이 해외에서 일어난 거라면 나랑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심지어 저 자식이 우리 가문이랑 진작에 파혼했다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도 저희 동씨 가문이랑 아무런 관련이 없어요.”“근데 지금 우리 동씨 가문이랑 파혼도 하지 않고 내가 마중 나올 거란 걸 뻔히 알면서도 외국 여자를 데리고 와서 내 뒤통수를 치잖아요.”“절대 가만히 있을 수 없죠!”동하임은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약혼자인 저 남자한테 관심이 없지만 자신과 동씨 가문에 먹칠하는 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이 일이 일단 진주·밀양 두 도시에서 퍼지게 되면 동씨 가문이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김예훈은 동하임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는 살짝 웃으면서 물었다.“그럼 이제 어쩌려고요?”“저 남자한테 가서 당신을 좋아하는지, 결혼은 할 것인지 물어볼 건가요?”“죽어도 싫어요!”동하임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간단하네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가서 분명히 말해줘요.”“두 사람 사이에 사랑이 없는 거면 장씨 가문 쪽에서 자발적으로 파혼하게끔 만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 거 아니에요?”김예훈은 장무준이 장현준의 손자란 걸 알고 있었지만 동하임이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기를 바랐다.어찌 됐든 동씨 가문과 장씨 가문이 이 지경에 이른데에는 자신한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으니 동씨 가문을 도와 이 일을 최대한 조용히 해결해야 했다.자신이야 나중에 진주·밀양을 떠날 거라서 상관이 없지만 동씨 가문은 여기에 뿌리를 박고 살아야 할 사람들이었다.동하임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파혼하고 싶은 건 맞아요. 하지만 일이 그렇게 간단할 것 같지 않아서 그래요.”“장무준이 지금 이 관건적인 시기에 돌아왔는데 순순히 파혼할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말했다.“순순히 파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내가 그 남자 교육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