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병실에서 지금 선우건은 이미 깨어나서 앉을 수 있었다.선우정아는 절세미인인데, 지금은 어린 소녀처럼 옆에 앉아 선우건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정아야, 내가 방금 생각해 봤는데, 이번 일은 비록 김예훈 때문에 일어난 것이지만, 그렇다고 모두 그의 책임이라고 할 수는 없어. 만약 이 늙은이가 사람을 쉽게 믿고 손용석의 구역에 가지 않았더라면 인질로 잡히지 않았을 거다. 결국 모든 것이 자업자득이니 절대 그 사람을 탓하지 말아.”"그리고 정반대로, 김예훈이 우리 둘을 구해줬고, 또 나를 병원으로 데려와 응급처치를 해주었어. 듣자 하니 내 일 때문에 많은 미움을 샀다고 하던 데 이것은 큰 은혜이니까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선우건은 탄식하며 입을 열었다.그는 원래 김예훈을 테스트해 볼 의사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이번 일로 볼 때 김예훈은 품격뿐만 아니라 능력과 몸놀림도 최상급이다. 이런 인물이 선우 가문의 손녀사위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러자 선우건이는 갑자기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정아야, 아까 지하 복싱장에 있을 때 네가 김예훈을 엄청 걱정하는 걸 봤는데, 할아버지께 솔직하게 말해봐. 너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선우정아의 예쁜 얼굴이 빨개졌다. "할아버지, 이제 별말씀 다 하시네요. 그리고 김예훈은 가정이 있어요.""하하하......" 선우건이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젊은 친구들은 눈앞의 사람을 소중히 여길 줄을 모르네. 그가 가정이 있으면 어때서? 내가 알아봤는데 그는 정씨 집안의 데릴사위이고, 아무런 지위도 없고, 심지어 결혼한 지 3년이 지나도록 그의 아내의 손도 건드리지 않았다고 들었어. 이 정도면 두 사람이 무슨 감정이 있다고 생각해?""내가 듣기로는 지금 정씨 집안에서 이혼을 강요하고 있다던데 이것은 우리에게 좋은 일이야. 정아야, 이 일이 너에게 기회이니까 절대 놓치지 말고 잘해봐. 할아버지에게 손녀사위를 데리고 와. 만약 그가 우리 선우 집안에 와서 데릴사위를 한다면, 앞으로 우리 선우 집안
"잘했네!" 이 말을 듣고 선우건은 만족한 얼굴이었으며 어떤 일은 그의 신분으로는 할 수 없었는데 아랫사람이 이렇게 잘 알아서 해주니까 그도 매우 뿌듯했다.선우정택은 김예훈을 보며 고마운 표정을 지었으며 어떤 말은 본인 입으로 말하기에는 부적절했으나 김예훈의 입에서 나오니까 의미가 달라졌다. 이 김예훈이라는 사람은 처신을 아주 잘하는 것 같았다.이때 갑자기 선우정아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여기가 우리 선우 가문의 산업이기 때문에 아마 듣고 보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자칫 잘못하면 가족에게 말이 들어갈 수도 있으니, 우리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게 어때요?"선우정아는 이 말을 하고 나서 마음이 좀 불안했다. 그녀도 왠지 모르겠지만, 김예훈과 유나가 함께 서 있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선우건이는 거기까지 생각지도 못한 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리가 있네. 선우정택, 남해시에 은밀한 곳이 있어? 나 거기서 며칠 쉴게.""어르신, 걱정 마십시오. 제가 잘 준비하겠습니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하도록 하겠습니다."선우정택은 잘 보이려고 애쓰는 얼굴이었다. 그는 남해시에서 권력이 막강한 인물이지만, 선우 가문 전체에서는 정말 아웃사이더이다. 선우건의 앞에서 잘 보일 수 있는 이런 기회가 생긴 것은 그가 반평생 쌓은 복이다.옆에서 이를 지켜본 유나는 생각을 좀 하더니 말했다. "어르신의 상처는 주로 외상과 출혈이 심했는데, 지금은 상처를 봉합하고 수혈도 마쳤으니 좀 허약하시겠지만 앞으로 안정을 취하고 휴식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합시다. 내일부터는 제가 직접 가서 어르신께 수액 하겠습니다.""유 원장님, 감사해요."선우건은 하하 웃었고, 일은 이렇게 결정되었다.선우건, 김예훈 일행이 떠나자, 유나는 김예훈의 뒷모습을 보고 겨우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이 남자가 정말 그녀에게 교훈을 주었고, 게다가 그녀를 구해줬다. 그가 올해 몇 살인지, 결혼했는지, 선우정아와 또 어떤 관계인지 모른다.그 생각에 유나는 갑자기 울고 싶었다.
"말하자면, 정씨 집안의 데릴사위도 전설적인 인물이네. 한 남자가 얼마나 무능한지 상상할 수가 없다. 정씨 집안에서의 지위는 개보다도 못하다고 들었는데 매일 집안일 아니면 욕먹고 얻어 맞고, 심지어 돈 쓰는 것도 아내에게 받아서 쓴다며. 이런 사람은 정말 남자를 완전히 쪽팔리게 하네!"정지용은 그 말을 듣고 냉소하며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송우 형님은 그 사람이 얼마나 무능한 놈인지 모르실 거예요. 빨래하고 밥하고 심지어 마누라 절친의 신발까지 다 씻어 준 대요. 그리고 가족들과 같이 식탁에서 밥 먹을 자격도 없어서 부엌에서 남이 먹고 남은 걸 조금 먹는 대요."정지용은 이쯤 되자 속이 메스꺼워 몇 번 헛구역질을 했다."씨발. 정말 바보 새끼네. 내가 이런 사람을 만나면 정말 뺨을 때려죽일 거야. 정말 남자의 자존심을 밟아버리네! 이런 사람이 살아 있으면 우리 남자들의 수치야!"송우는 어이가 없었으며, 그들은 조직에서 일하는 놈들인데, 어떻게 여자를 등쳐먹는 사람이 마음에 들겠어? 게다가 이렇게 무능한 놈."휴." 정지용은 감탄했다. "맞아요. 그 사람은 남자도 아니에요. 제가 몇 번이나 바지를 벗겨 보고 싶었어요. 도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정말 이 세상에서 더 찾아볼 수 없을 거예요!""참." 송우가 문득 생각에 잠긴 듯 입을 열었다. "듣자 하니, 이 누나는 정씨 집안의 소문난 미인이라던데, 이 데릴사위도 염복이 많네......""아이고, 그 주제에요?"정지용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결혼한 지 3년이 넘도록 정민아의 손도 대지 못하고 항상 서재에서 자는데, 가끔 저도 이 바보가 원하는 게 뭔지 이해가 안 가요."송우는 이를 듣고 오히려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결혼 3년 동안 손도 못 댔다고? 그럼 생과부로 지낸 거 아니야? 아이고, 네 누나가 참 불쌍하구나…."정지용은 얼굴을 살짝 찡그렸지만 이내 알았다는 듯이 웃음을 지었다. 같은 남자라서 어떤 말은 하지 않아도 그는 지금 송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들었다.정지
"사실 별일은 아니네, 좋은 일이 하나 있긴 한데, 자네가 해줬으면 좋겠어." 선우건이 웃음을 보이는데 자애로운 노인네 같아 보였다. 하지만 김예훈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기품이 남달라 보이는 선우건 이기는 하지만 이런 늙은 여우 같은 노인네를 상대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김예훈도 지금은 그의 목적이 뭔지 알지 눈치채지 못했다.잠시 생각한 후, 김예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르신의 분부라면 당연히 두말없이 받아들여야 하지만, 제가 워낙 조심스럽고 신중한 성격이라서 그 전에 미리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전 인간으로서 원칙에 어긋나는 일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선우건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자네 성격이 마음에 들어, 자기주장이 있는 젊은이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네, 오히려 하자는 대로 순종하는 사람은 자존심도 없는 사람이니 어찌 성공할 수 있겠는가?""자네가 이렇게 직설적이니, 이 늙은이도 더는 사양하지 않겠어, 우리 선우 가문에 대해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경기도의 선우 가문, 주로 골동품 사업을 하고 있고 사교 범위가 넓으며, 평소에는 그 실력을 잘 드러내고 있지 않지만 자산이 많고 탁월한 인맥도 있습니다, 경기도에서 선우 가문의 세력을 초과할 수 있는 가문은 고작 두세 가문입니다, 게다가 원래는 눈에 띄지 않던 가문을 어르신께서 일류 가문으로 만들어놓았으니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경기도의 대 가문이라면 어렸을 때부터 잘 알고 있었다, 경기도의 제일 가문인 김씨 가문의 일원으로, 가문의 지위를 위협할 만한 것들에 대해서는 늘 주의 깊게 봐왔다."하하하, 자네의 식견으로 보면, 지금 누가 자네를 찌질한 데릴사위라고 한다면 내가 제일 먼저 뺨을 칠 거야.""근데 말이야, 정씨 집안에 들어가게 된 이유는 모르겠으나 자네처럼 똑똑한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겠지, 정씨 가문은 자네 같은 사람을 담을 큰 그릇이 못돼, 게다가 용이 하늘을 날려면 바람의 도움이 필요한데 나뭇잎 하나 제대로 불지 못하는 정씨 가문
"정씨 가문에 관심 없습니다, 하지만 제 아내가 그 집안사람입니다."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다, "부부가 되었으니 깊은 정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간단한 도리 아닙니까?""어르신께서 다른 일이 없으시다면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내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말을 하고, 김예훈이 선우정아를 향해 미소를 짓고는 자리를 떴다.선우건은 막아서지 않고 김예훈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그가 알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다.한 사내가, 그것도 이렇게 젊은 사내가, 돈, 권력, 미녀의 유혹에 어떻게 저리 담담할 수가 있는지? 저런 사내는 어떤 자신감과 강건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상상이 안 갔다.그가 원하기만 하면 돈이든 권력이든, 쉽게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지금 이런 것들을 원하지 않는 건 단지 그가 아직은 갖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자신감인지? 아니면 지나친 자부심인지?이 사내에 대해, 선우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도 젊었을 때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하지만 김예훈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젊었을 때 나도 저런 패기가 있었는지?눈앞의 이 데릴사위, 찌질한 놈이라고 불리는 이 사람은 도대체 무슨 자신감이 있어서 저러는지?싸움 실력도, 보물 감정의 능력도, 대 가문의 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렇다면, 이 사내한테는 아직도 얼마나 많은 비밀이 있는 것일까?잠시 후, 선우건이 담담하게 웃으며 선우정아한테 말했다:"어린놈이, 도대체 뭘 믿고 저렇게 자신감이 넘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 한번 두고봐,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 선우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겠지, 그때가 되면 나한테 부탁하러 찾아오게 될 거야."선우건이 미소를 지으며 자신만만하게 선우정아를 쳐다보았다:"정아야, 자신감을 가져, 어떤 일은 낚시를 하는 것과 같이 오래 낚을수록 재미있고 맛이 있지, 물고기가 낚싯대에 걸리는 순간 가장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거야...""김예훈이 날 실망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렇지 않으면 내 손으로 그놈
"지용의 말이 맞습니다, 쇼핑센터는 우리 정씨 일가의 큰 사업입니다, 우리 가문의 앞날이 걸린 문제입니다, 절대 사고가 나서는 안 됩니다.""소란을 피운 사람들은 아마도 민아가 여자이기 때문에 민아를 괴롭히려고 한 것이겠죠, 책임자를 남자로 바꾸면 이런 일은 없을 거예요.""민아야, 설마 겁먹은 건 아니지? 두려우면 말해, 우리가 도와줄게."정씨 일가의 사람들은 하나같이 "호의"를 베풀고 있다, 다들 이 쇼핑센트 프로젝트의 책임자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결할지 그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그들의 말대로라면 이번 사건은 정민아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정민아가 책임자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하더라도 이번 사건은 그녀가 해결해야 한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다.정동철의 안색이 많이 어둡다, 처음부터 정민아한테 이번 일을 맡길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자기 체면이 걸린 문제였고 또한 투자가 다시 무산되어 파산될까 봐, 할 수 없이 정민아한테 프로젝트를 맡긴 것이었다.하지만 첫날부터 이런 사소한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정민아가 너무 실망스러웠다."정민아, 네가 우리 가문에 얼마나 큰 공을 세웠는지는 상관 안 해, 하지만 왕관을 쓰려면 그 무게를 견뎌야지, 쇼핑센터의 총책임자로서 넌 모든 일을 잘 처리해야 해, 사건 사고도 네가 직접 해결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난 널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밖에 없어." 정동철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이 말을 듣고 정민아가 조급해졌다, 어렵게 투자받고 프로젝트 책임자 자리까지 얻었다, 이제 막 능력을 보여줄 생각이었는데 하루 만에 이런 엉뚱한 일 때문에 물러나고 싶지 않았다."할아버지, 빨리 처리하도록 할게요." 정민아가 얇은 입술을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때 정지용이 피식 웃더니 일어나서 득의양양하게 말했다:"할아버지, 정민아가 이런 일을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전 진작에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사람을 시켜 조사했어요,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의 책임자는 정민아니까, 제가 주제넘
그날 밤, 김예훈은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어젯밤, 또 한밤중에서야 집에 돌아온 김예훈이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무심하게 있자, 정민아는 화가 나서 김예훈을 노려보고 이내 방으로 들어갔다."장모님, 저 사람 또 왜 저래요?" 김예훈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은 정민아를 화나게 한 일이 없는데 말이다."와이프 걱정은 하기나 하는 거야? 말해봐, 요 며칠 밤 어딜 그렇게 싸돌아다닌 거야? 빨래도 안 하고 욕실 청소도 안 하고, 밥도 안 하고, 뭐 하자는 거야?" 임은숙이 김예훈을 노려보았다.김예훈이 정민아를 도와 YE 투자 회사의 투자를 받은 이후, 임은숙은 그에 대한 태도가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싸늘한 건 마찬가지였다."일이 바빠서요." 김예훈이 변명했다."자네가 뭐가 바쁜 일이 있다고! 낡은 중고차를 몰고 운전기사가 되었다고 내 딸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마, 민아가 사정하지 않았다면 난 자네를 진작에 이 집에서 내쫓았을 거니까!" 임은숙이 차갑게 말했다, "민아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네를 붙잡아두는지 모르겠어 내 눈에는 아무 쓸모도 없는 못난 인간인 것 같은데 말이야!"김예훈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포르쉐가 어떻게 낡은 중고차라는 건지? 하지만 그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장모님,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저한테 말씀해주세요.""자네한테 말해서 무슨 소용이 있어? 자네가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아?" 임은숙이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이내, "어제, 민아가 책임지고 있는 쇼핑센터의 프로젝트가 정식으로 착공에 들어간 건 자네도 알고 있지?""네, 알고 있어요.""알긴 뭘 알아! 그럼 어젯밤부터 누군가 계속 난동을 부린 건 알고 있나? 건축 자재를 파괴하고 노동자들을 때리고 심지어 불을 지르고, 민아가 이 일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수소문해봤지만 여전히 알아내지 못했어." 이 말을 하면서 임은숙이 한숨을 쉬었다, "이 집안에 왜 자네 같은 찌질한 사위가 들어왔는지? 이런 일은
"그건 좀..." 김예훈은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무척 당황했다, 설마 오늘 밤, 3년 전 못 치른 첫날밤을 치르게 되는 것인가? 엄청 흥분됐다."당신... 먼저 가서 샤워해, 아래층 욕실 고장 났는데, 아직 고치지 않았어." 정민아가 재빨리 핑계를 댔다.김예훈은 두말없이 욕실로 들어가 헐레벌떡 샤워를 했다, 정민아가 옷을 안고 욕실로 들어가자 그가 바닥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기 시작했다, 30분도 안 되어 정민아가 욕실에서 나왔다.그녀는 곰돌이 무늬가 있는 귀여운 잠옷을 입고 있었다, 피부에 반짝이는 물방울이 훤히 보였는데 그 모습이 갓 핀 연꼿처럼 너무 아름다웠다.김예훈이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서 한동안 정민아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귀엽다!""뭐라고?" 정민아가 머리를 닦으면서 말했다."아니야, 내 말은 잠옷이 귀엽다고." 김예훈이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여보, 오늘 밤, 나 여기서 자? 아니면 밖에서 자?""뭐라는 거야?" 정민아가 구석을 가리키며, "오늘 밤, 당신은 저기서 이불 깔고 자!"김예훈이 눈을 흘겼다, 보아하니 목욕하는 동안, 정민아가 많이 냉정해진 것 같다, 앞으로 이런 기회가 있다면 절대 샤워하게 하지 말아야겠다.한숨을 쉬고는 김예훈이 정민아의 다리에서 억지로 시선을 돌리고는 입을 열었다:" 솔직히 이번 쇼핑센터의 일 말이야, 난 정지용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방금 김예훈은 오정범한테 전화를 걸었다, 재차 확인해봤지만 전혀 소식이 없었다, 게다가 오정범조차도 아무런 소식을 파악하지 못했다, 근데 정지용이 그걸 알고 있다, 이 자체가 큰 의심 거리다.김예훈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번 일은 정지용이 벌인 일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어떻게 공교롭게도 배후에 사주한 자를 알아낼 수 있다는 말인가?"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어? 아무리 나한테 불만이 많다 해도, 일단 이 쇼핑센터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정씨 일가에서 엄청난 위약금을 배상해야 하는데, 집안이 파산될지도 모르는데, 정
체면을 안 준다고?이 말은 질문처럼 들리겠지만 사실 친구 사이의 대화였다.그런데 이 간단한 한마디로 별장 전체가 조용해지고 말았다.장무준과 마리아 등은 순간 표정이 굳어지고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김예훈을 멍하니 쳐다보았다.알다시피 강준은 겸손한 사람이긴 해도 항상 거만하고 폭력적인 사람으로 유명했다.그런데 어떻게 여자 등이나 처먹는 사람한테 이 정도로 공손할 수 있겠는가.진주 1인자조차, 홍성파 우두머리조차 그에게는 별로 대접받지 못하는데 말이다.장무준이 장씨 가문의 사람이 아니었다면, 마리아가 영국 제국의 사람이 아니었다면 강준을 만날 자격조차 없었을 것이다.이 순간, 강준은 공손하게 김예훈 앞에 서서 심지어 그를 존경하는 것으로 보였다.추문성과 동하임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충격일 뿐이다.김예훈이 강준을 힐끗 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강 회장님, 저희 초면이 아닌가요?”“비록 초면이긴 하지만 용문당 당주님이 저번에 진주·밀양을 방문하셨을 때 용문당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저도 이 말이 맞는다고 생각해서요.”강준의 진지한 표정에 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용전의 일이 끝난 지가 언젠데 내내 오지도 않다가 용문당 집법부대를 건드렸다고 와? 이게 무슨 뜻이지? 집법부대를 압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 타이밍에 온 건가?’웃는 얼굴에 침 뱉지 않는다고, 김예훈은 웃으면서 말했다.“강 회장님 말씀이 맞으세요. 용문당은 한목소리를 내야 하죠. 사실 강 회장님을 연회에 초대하려고 했는데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양해해 주시기를 바랄게요.”장무준과 마리아는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거의 욕이 나올 뻔했다.‘김예훈, 이 뻔뻔한 자식. 감히 강 회장님을 이용하려고 하다니.’방금 강준이 나타났을 때 구세주를 만난 줄 알고 김예훈을 짓밟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두세 마디에 강준이 총구를 돌릴 줄 몰랐다.강준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 회장님, 진주·밀양은
“전체 진주 상류 인사들이 전부 영국 제국에서 키우던 개라고? 그렇게나 대단해?”김예훈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그러면 개 한 마리 불러와서 나한테 겁줄 수 있는지 지켜보자고. 한 마리로 부족하면 얼마든지 불러와. 내가 무서워할 만한 사람을 불러오는 것이 좋을 거야.”김예훈은 앞으로 다가가 마리아의 뺨을 때려 바닥에 넘어뜨렸다.“이런 사람은 내가 한 달에 열 명은 짓밟아 죽였을 거야. 시간 절약도 할 겸 한 번에 짓밟을 수 있게 전부 다 불러와.”“악!”마리아는 얼굴을 감싼 채 바닥에 널브러져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순간에도 오늘 무조건 김예훈을 죽여버리라 다짐했다.김예훈을 죽이기 전까지 오늘 이 일은 끝나기가 어려웠다.김예훈이 전화를 걸라고 마리아에게 핸드폰을 던졌을 때,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려왔다.멀리서 토요타 프라도 열몇 대가 갑자기 동씨 가문 별장 앞에 나란히 나타났다.차 문이 열리고, 수십 명의 도복을 입은 남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다.상대방이 진주·밀양 용문당 사람인 것을 확인한 순간 추문성과 동하임은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김예훈 역시 상대방을 알아보고 뒷짐을 쥔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이때 고릴라처럼 키 크고 제복을 입은 네모난 얼굴의 노인이 차 뒷좌석에서 내렸다.그는 기운이 넘치고, 걸음걸이가 힘찬 것이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겼다.장무준은 본능적으로 예의를 갖췄다.“강 회장님!”마리아도 상대방을 확인하고 콧방귀를 뀌었다.“김예훈, 넌 이제 끝났어!”표정이 미세하게 변한 동하임은 본능적으로 동태원을 불러오려고 했다.눈앞에 서 있는 이 사람은 바로 진주·밀양 용문당 회장인 강준이었기 때문이다.동하임은 이 사람을 상대로 김예훈이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비록 똑같이 용문당 36대 회장이긴 하지만 강준은 진주·밀양에서 오랜 세월을 보냈고, 제자가 거의 8만 명에 달해 세력이 어마어마했다.홍성파, 그리고 남양파조차 그를 쉽게 건드리지 못했다.다만 강준이 평소에 겸손하고 공식
김예훈은 장무준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얼굴을 툭툭 치더니 손에 들고 있던 차를 그의 머리 위에 쏟았다.“악!”갑작스러운 전개에 장무준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바로 이 순간, 그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다른 사람이 도리를 따질 때 폭력을 행사하더니, 다른 사람이 폭력을 행사할 때 도리를 따져보자는 이런 사람은 어떻게든 남을 밟고 올라가려고 했고, 또 어떻게든 이익을 챙기려고 했다. 이것이 바로 대부분 부잣집 도련님의 스타일이었다.하지만 장무준은 어느 날 다른 사람에게 짓밟힐 줄은 몰랐다.자신보다 도리를 더 잘 따지고, 주먹도 자기보다 센 사람은 처음이었다.이 순간, 장무준은 마음속에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하지만 영국 앞잡이로서 그래도 자존심은 있었다.아무리 영국 사람들에게 존엄이 마음대로 짓밟힌다고 해도 대한민국 사람한테는 절대 모욕당할 수는 없었다.외국인의 개가 될지언정 절대 대한민국 사람의 편을 들어주고 싶지 않았다.“김예훈, 네가 폭력을 행사한 것이 바로 증거야.”장무준은 이를 악물고 머리 위에 있는 찻잎을 가리켰다.“내가 말해주는데, 넌 이제 죽었어!”김예훈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죽는다고?”그는 또 장무준의 뺨을 때렸다.쨕!“그럼 이건 뭔데.”쨕!“이건 뭐냐고!”쨕!“왜. 네 뺨을 때렸다고 책임지라고 할 건 아니지?”쨕!“대한민국 사람으로서 어떻게 양심도 없이 외국인 앞잡이가 될 수 있어. 외국인의 개가 되든 말든 나랑 아무런 상관이 없지만 내 앞에서 잘난 척하는 것은 너의 잘못이지.”쨕!“우리 대한민국은 수년간의 노력 끝에 이미 세계 최정상에 섰는데 자랑스러워해야지. 어떻게 부끄러워할 수 있어? 이렇게 불만이 많으면 그냥 이민 신청을 하지 그랬어.”쨕!“몸에서 대한민국의 피가 흐르면서, 이름에 대한민국 성까지 붙였으면 여기서 날뛰지 말고 조상님을 잘 기억해야지. 외국 생활이 그렇게 부러우면 지금 당장 꺼져! 대한민국의 보호가 없이 너 같은 쓰레기가 외국에서 제대로 살아남을
마리아도 반응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난 영국 귀족이야. 네가 내 물건을 훔쳤다고 하면 훔친 거지. 넌 변명할 자격도 없어!”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며 냉랭하게 말했다.“그러면 이성적으로 이야기할 준비가 안 된 거네?”“이성적으로 말하라고?”장무준은 여전히 경멸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우리랑 이성적으로 말할 자격이 있기나 하고? 우리 마리아가 네가 도둑이라고 하면 도둑인 거지. 오늘 내로 물건을 내놓지 않으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이때 장무준의 손짓 하나에 열몇 명의 보디가드들이 건들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그래. 어차피 너희들도 도리를 안 따지겠다는데 나도 따질 필요가 없는거지. 안 그래?”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네까짓 게?”장무준은 가소로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왜? 나를 때리기라도 하게? 내 몸에 손대는 순간 너희 온 가족을 죽여버릴 거야.”쨕!김예훈은 아무렇지않게 한 걸음 다가가 장무준의 뺨을 때렸다.“악!”장무준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 처참한 모습으로 대여섯 명의 보디가드를 넘어뜨렸다.하지만 그래도 뭐라도 된다고 다시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큰소리쳤다.“이런 제기랄! 감히 나를 때려? 너...”쨕!김예훈은 또 손을 들어 장무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이때 옆에 있던 마리아가 분노했다.“이런 제기랄! 감히 우리 자기야를 때려? 넌 이제 죽었어. 국제 사건으로 외국 언론에 폭로해 버릴 거야.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라고.”쨕!김예훈은 마리아의 뺨까지 때려 바닥에 눕히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시끄러워.”“이런 제기랄!”이때 한 무리의 외국 보디가드들이 소리치며 달려왔다.하지만 김예훈은 무심한 표정으로 뺨도 때리고 발로도 차서 한 명씩 날려 보냈다.눈깜짝할 사이, 외국 보디가드들은 하나같이 바닥에 쓰러져 앓는 소리를 냈다.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장무준과 마리아는 아무리 사람을 많이 데려와봤자 김예훈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저마다 보잘것없는 상대일 뿐이다.장무준은 저 멀리
“언제부터 추씨 가문에서 장씨 가문의 일에 간섭했다고 그래. 어울린다고 생각해?”분노한 장무준은 거만한 표정으로 추문성에게 삿대질했다.추문성이 발끈하려고 하는 순간, 동하임이 손을 흔들며 진지하게 말했다.“장무준, 다시 한번 말하는데 김예훈 도련님은 너의 물건을 훔친 적 없어. 그리고 총사령관님의 칼은 도련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아무런 의미도 없다고?”마리아는 콧방귀를 뀌었다.“1조 원을 들여서까지 나랑 경쟁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의미 없다고 하는 거야? 반드시 얻으려는 것 같은데? 그리고 진주에서 나랑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은 김예훈밖에 없다고. 가슴만 컸지, 머리는 텅 빈 너 같은 대한민국 여자는 여기서 헛소리하지 마. 한마디라도 더하는 순간 국제 경찰에 같이 잡힐 줄 알아.”동하임은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그녀는 이 일이 커져서 김예훈이 결국 다시 오륜 사찰과 맞붙게 될까 걱정이었다.그리고 장씨 가문과의 옛정을 생각해서 장무준이 김예훈에게 짓밟히는 모습도 보고싶지 않았다.그런데 진신 어린 충고를 했다가 뺨 맞은 것도 모자라 무차별적으로 모욕까지 당할 줄 몰랐다.동하임은 더 이상 이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동하임이 말문이 막힌 모습을 보고 마리아는 더욱더 의기양양해하면서 김예훈에게 삿대질했다.“김예훈, 너 그러고도 남자야? 남자구실은 하냐고. 설마 책임감이라곤 없는 사람이었어? 대한민국에 먹칠하지 말고 얼른 내 물건 내놔! 내가 말해주는데, 오늘 내로 물건 내놓지 않으면 내일 바로 국제 경찰이 찾아올 거야. 그때되면 대한민국은 너 때문에 망할 줄 알아.”마리아는 확신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국제경찰 앞에서는 예수님이 오셔도 너를 구하지 못해.”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정말 내가 훔친 거라고 확신한다면 국제 경찰을 불러보든지. 다 같이 천천히 조사해 보자고. 어떻게 조사하든 상관없어. 이 과정에서 내가 훔쳤다는 증거를 찾으면 2조 원을 배상할게. 그리고 이 두 손까지 잘라서 너
별장 앞에는 마리아와 장무준 외로 동하임과 추문성도 있었다.이 두 사람이 나서서 막지 않았다면 살기가 가득한 외국인들이 진작에 동씨 가문을 쳐들어가서 난리 쳤을 것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씨 가문의 몇몇 경호원들은 얼굴도 얻어맞고, 발에 차여 넘어져 초라하기 그지없었다.“뭐하는 거야.”김예훈이 걸어 나와 무표정으로 말했다.“누가 경호원을 때렸어?”“내가 때렸다. 왜!”양복을 입은 장무준은 씩씩거리면서 김예훈을 노려보고 있었다.“김예훈, 드디어 나타났구나! 어젯밤 낙찰받지 못해 도둑질까지 해? 너 같은 인간은 정말 비겁하고 천박해! 어떻게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지? 칵! 퉤! 너는 인간도 아니야. 너 같은 사람을 볼 때마다 같은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창피해.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겠어. 난 내 피를 모두 뽑아내고 외국인 피로 바꿔버리고 싶어. 그렇게라도 너와의 관계를 끊고 싶다고!”장무준은 이를 갈고 있었다. 그에게는 같은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모욕처럼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짐승보다도 못한 그는 김예훈을 노려보며 악랄하게 말했다.“김예훈, 당장 총사령관님의 칼을 내놔! 아니면 총으로 쏴버릴 거야. 너를 죽이고 직접 찾으면 되지.”마리아 역시 자존심을 세우며 말했다.“빨리 물건 내놔. 아니면 외교 사건으로 국제 경찰까지 불러올 거야.”“장무준! 마리아! 함부로 말하지 마!”동하임은 눈살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말했다.“어젯밤 우리는 시즌 호텔을 떠나 바로 동씨 가문으로 왔다고. 너희 물건을 훔친 적 없어. 계속 헛소리할 거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버릴 거야.”쨕!김예훈의 편을 들어주는 동하임의 모습에 장무준은 화가 나서 그녀의 뺨을 때렸다.“이 년이. 어디서 감히 편을 들어줘. 여긴 네가 말할 곳이 아니야. 아직 동씨 가문에 따지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감히 내 앞에서 떠들어! 죽고 싶어?”동하임이 본격적으로 반격하려 했지만 외국인 보디가드가 손목을 꽉 잡는 바람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동하임 얼굴에
동하임은 애정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가끔은 한발 물러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감정을 드러내면 결국 자신만 해칠 뿐이라고요. 심지어 오늘 저녁의 일은 오륜 사찰에 사과해야 한다고 봐요. 멀지 않아 곧 다시 저희 체면을 되찾을 수 있는 거잖아요.”김예훈은 그저 웃으면서 쓰디쓴 차를 한 모금 마셨다.띵.바로 이때, 동태원은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전화를 받았다.그런데 잠시 후,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이다.“장무준과 마리아가 낙찰받은 총사령관님의 칼을 장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난당했다고?”김예훈 역시 보복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는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마리아는 돈을 내자마자 장무준과 함께 경매장을 떠났다.그런데 시즌 호텔을 벗어난 지 1킬로미터도 안 되는 십자 거리에서 갑자기 열 몇 명의 마스크를 쓰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튀어나올 줄 몰랐다.이들은 마리아와 장무준의 보디가드를 쉽게 제압한 것도 모자라 마리아의 뺨까지 때려서야 멋지게 떠났다.경찰은 신고받고 CCTV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마침 고장 나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당연히 누가 범인인지 찾을 방법이 없었다.전 재산을 털어 총사령관의 칼을 낙찰받은 마리아는 현장에서 피를 토해내면서 기절한 바람에 응급실까지 긴급 호송되었다고 했다.김예훈은 깨 고소한 기분이긴 해도 과연 누가 진주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다.비록 총사령관의 칼이 매우 높은 수집 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때문에 영국과 진주 장씨 가문을 건드리는 것은 별로 가치 없는 일이었다.이 일에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김예훈은 약식을 먹은 후에 쉬기로 했다.하지만 동태원은 김예훈이 오륜 사찰을 건드린 관계로 시즌 호텔에 있기에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설득 끝에 김예훈을 동씨 가문의 별장으로 초대하게 되었다.김예훈은 그의 성의를 거절할 수 없어 바다와 가까운 방에서 휴식하기로 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스위트룸보다 훨
“그래요? 선재 스님이랑 만나는 거 아니었어요? 혜선 스님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요?”’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오륜 사찰이 김현민 도련님의 후궁이라도 되는가 보죠.”“쉿.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돼요.”동태원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펴보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왕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경기도에서는 오륜 사찰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거예요. 함부로 무술의 경지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고요. 도련님께서는 이번에 혜선 스님뿐만 아니라 오륜 사찰의 명예마저 건드린 거예요. 이것으로 오륜 사찰에서 충분히 도련님을 증오할 만하죠.”동태원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며칠 동안은 가급적이면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오륜 사찰 측에 도련님을 건드릴 만한 핑계를 주지 말아야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선재 스님이 허씨 가문에 한 짓거리들을 저한테 들통난 뒤로 저는 이미 오륜 사찰과 원수를 맺게 되었어요. 오늘의 일이 있었든 없었든 어차피 만나게 될 운명이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오륜 사찰에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요. 오늘은 단지 시작일 뿐이에요.”동태원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도련님,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일반적인 재벌가도, 명문가도 아니네요. 그들의 분노를 감당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요. 도련님이 진주·밀양에서 닦은 기반으로는 절대 오륜 사찰과 맞설 자격이 없어요.”동태원은 정말로 애정이 어린 충고를 하고 있었다.오륜 사찰이 진주·밀양에서 가진 힘에 비하면 김예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주·밀양에 온 지 보름도 안 되었는데 그렇게 큰 장벽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도련님, 저희 아빠가 없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니에요. 오륜 사찰은 정말 끔찍한 존재라고요.”동하임은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단순히 무력이나 에너지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인맥도 대단하다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관주님이신 오륜 승려님이 거의 백 세
반 시간 뒤, 김예훈과 동하임은 다시 스위트룸으로 돌아왔다.동하임은 방에 들어올 때 표정이 이상한 것이 할 말이 있어보였다.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동태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역시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한 것이다.김예훈은 동하임을 힐끔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동태원은 박장대소를 짓더니 아무렇지 않게 걸어들어왔다.“김 도련님, 하임이를 탓하지 마세요. 어젯밤 일을 저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해도 제 능력으로는 늦어도 내일 아침에는 알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하임이가 도련님을 팔아먹은 것도 아니죠.”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총독님, 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하임 씨가 총독님께 알린 것도 너를 위해서겠죠. 이해하니까 탓할 마음도 없어요.”“그러면 됐어요.”동태원은 차를 따르며 한참 고민 끝에 나지막하게 말했다.“김 도련님, 굳이 돌려서 말하지 않을게요. 도련님이 전설속의 총사령관님인지 아닌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요. 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정말 진주에서 활개 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동태원의 표정을 보고있던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맞든 아니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게 중요할까요? 맞으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데요? 모든 사람이 그 칼이 신물이 아니라서 총사령관님께 들고 가봤자 요구를 들어달라고 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 됐죠.”동태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허벅지를 치면서 말했다.“김 도련님은 역시나 똑똑하신 분이네요. 한 번의 훼방으로 바로 칼의 의미를 부정해 버렸네요. 이렇게 된다면 영국 사람이 총사령관님을 찾아가더라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셔서 당황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정말 우리 대한민국의 체면을 지켜주셨네요. 아니면 약속을 지키시는 총사령관님의 성격을 이용했으면 어쩔뻔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김 도련님 이미지만 나빠졌네요. 지금 밖에서는 김 도련님이 허세를 부리는 내륙인이라고 소문이 났거든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부산 용문당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