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이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자 뒤에서 하이힐의 소리가 들려왔다.이윽고 성형한 티가 많이 나는 얼굴이 김예훈의 눈앞에 나타났다.큰 키의 여자는 온몸에 짝퉁을 입고 있었는데 같이 온 파트너와 함께 걸어오며 김예훈을 손가락질했다.“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누가 초대한 거야? 이곳은 백씨 부동산의 연회장이라는 걸 몰라? 개나 소나 다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초대장이 없으면 이대로 꺼져!”여자는 김예훈을 보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 그녀는 김예훈이 밖에서 굴러먹다 들어온 촌놈이라고 생각했다.“1분 줄게. 꺼지지 않으면 사람을 불러서 네 손과 발을 부러뜨리고 던져버릴 거야.”백씨 부동산의 핵심 인물인 그녀는 산전수전 많이 겪은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김예훈 앞에서 오만방자하게 나댈 수 있는 것이었다.대답하지 않은 김예훈은 사진을 꺼내 자세히 살펴보았다.그리고 마지막 장을 그 여자에게 보여주며 얘기했다.“이 사람이 너지? 백승우의 비서, 하가현?”“하, 내 사진까지 있어? 날 알아? 이곳에 들어오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네?!”하가현은 차가운 표정을 드러내며 얘기했다.“초대장 대신 내 사진을 써서 우리의 이 고급진 연회장에 들어오려고 한 거야? 제발 거울이라도 좀 봐. 그 꼴로는 아무리 비싼 정장을 입어도 거지 같으니까. 기품이라는 것은 네가 영원히 흉내 내지 못하는 거야!”백승우의 비서인 하가현은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번 연회의 귀빈은 다 하가현이 직접 초대한 것이기에 하가현은 김예훈을 초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알았다.하가현 뒤에 서 있던 여직원들이 비웃으면서 김예훈을 깔보았다.부동산에 오랜 시간 종사하면서, 그녀들은 자기가 부동산 회사 대표인 것처럼 행동했다.일반인인 그녀들은 평범하게 입은 일반인인 김예훈을 비웃고 있었다.김예훈은 핸드폰을 거두지 않고 담담하게 얘기했다.“어젯밤 혜성 세트장에서 정소현한테 손을 댔지?”“정소현? 아, 그 사모님을 다치게 만든 년?”하가현은 비웃으면서 말을 이었다.“그년의 남
말을 마친 하가현은 차가운 표정으로 손을 저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경호원들이 걸어왔다.“하 비서님, 무슨 일이죠?”하가현이 몸을 돌려 차갑게 얘기했다.“아무것도 모르는 이 촌놈을 밖으로 던져버려. 눈에 거슬리니까!”말을 마친 하가현이 떠나려고 했다.그녀 뒤에 서 있던 여직원들은 김예훈을 동정하듯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감히 백씨 부동산의 구역에 와서 복수하겠다고 떠들다니. 죽여달라고 찾아온 것과 다를 바 없었다.경호원들은 단봉을 들고 걸어와 김예훈을 쫓아내려고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얘기했다.“하가현, 초대장을 보여달라고 했지? 여러 장 있는데, 볼래?”하가현이 김예훈을 향해 돌아서며 차갑게 얘기했다.“너한테 초대장이 있다고? 네가 초대장을 보여주면 내가 네 앞에서 무릎을 꿇겠어!”“그럼 꿇어.”김예훈이 앞으로 나서며 얘기했다.짝.그 소리와 함께 김예훈의 손이 하가현의 뺨을 때렸다. 하가현은 바로 날아가 버렸다. 성형한 얼굴 위로 붉은 손자국이 났다.짝. 짝. 짝.김예훈은 쉬지 않고 뺨을 때렸다. 그러자 얼마 후, 여직원들과 경호원들이 다 붉어진 뺨을 부여잡고 입가에는 피를 흘리며 날아가 버렸다.강압적인 김예훈 앞에서 그들은 피할 수도, 반격할 수도 없었다.“감히, 감히 나를 때려!?”하가현이 얼굴을 부여잡고 화를 냈다.“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나 해?!”김예훈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내 초대장이 부족한 모양이네. 몇 장 더 줄게.”말을 마친 김예훈이 앞으로 나와 또 뺨을 열몇대 때렸다.짝. 짝. 짝.하가현은 뺨을 맞고 그 자리에서 붕 날았다. 성형한 얼굴이 피떡이 되어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경호원! 경호원은 어디 있어!”백씨 가문의 경호원이 달려왔지만 김예훈에게서 뺨을 맞고 하나같이 날아가더니 대리석 벽에 부딪혀 쓰러져 버렸다.바닥에 쓰러진 그들은 온몸을 바르르 떨면서 일어나지 못했다.이 사람들은 놀란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이 이렇게 강압적으로 나올 줄은 생
쿵.김예훈이 발로 차자 황금색의 대문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져 버려 거대한 소리가 연회장을 울렸다.연회장 안의 사람들이 모두 놀라서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무대 위에서 얘기하던 사회자는 목이 턱 막힌 것처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백승우는 부산에서 그렇게 영향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산이 몇백억 있으니 부동산 쪽에서는 꽤 유명했다.그런 백승우가 초대한 사람들은 얼마나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겠는가.그들은 누군가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리라 생각하지 못해서 놀란 표정으로 두려움에 떨었다.“뭐 하는 놈이야!”사람들은 백승우의 비서가 입구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흠칫했다.백씨 가문의 경호원이 열댓 명 달려왔다. 가장 앞장선 사람은 기세 높게 단봉과 전기충격기를 꺼내 들었다.“누구야! 누가 감히 소란을 피우는 거야!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아?!”중앙에 앉은 백승우는 차가운 시선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전혀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시체를 보듯 차갑게 김예훈을 노려볼 뿐이었다.백승우는 김예훈이 어떤 사람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김예훈이 곧 죽을 것이라는 것만은 분명했다.죽일 것이다! 이런 장소에서는 백승우가 직접 나설 필요가 없었다. 경호원들을 시켜 김예훈을 죽이라고 하면 되니까.김예훈은 담담하게 뒷짐을 쥔 채 산책을 하듯 앞으로 걸어 나갔다.그의 앞에는 살기를 뿜는 보디가드들이었지만 김예훈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여유로운 표정이었다.그 자신감은 일반인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 아니었다.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놀란 표정보다 비웃음 가득한 표정이 드러났다.김예훈의 입은 옷은 다 합쳐도 20만이 되지 않았다. 그런 사람이 감히 백승우를 건드리다니? 뇌가 잘못된 건지, 아니면 원래 미친 건지.백승우가 부산에서 손에 꼽히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는 기관에도, 조직에도 연줄이 많았다.말 한마디만으로 김예훈 따위는 손쉽게 해치울 수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의 담담한 표정에 사람들은 살짝 놀랐다.“백승우, 10초 준다. 내 앞에
김예훈이 손쉽게 백씨 가문의 경호원들을 쓰러 눕힌 것을 보자 사람들은 왜 김예훈이 이렇게 당당한지 알 것 같았다.싸움 실력이 꽤 있는 놈이었다.백승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지금 이 바닥에는 무기가 더 강하니까.그뿐만이 아니라 권력, 지위, 돈, 힘. 이 모든 것들이 싸움 실력보다 더욱 대단했다.실력이 강한 상대를 해치우는 방법은 많다. 굳이 같이 싸우지 않아도 된다.백승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메시지를 보내 경호원 팀장에게 총을 들고 오라고 했다.김예훈은 차갑게 얘기했다. “백승우,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 나와?!”이때 제복을 입은 노인이 걸어 나왔다. 상류층의 기품이 가득한 그가 김예훈을 쳐다보며 얘기했다.“이봐, 여기가 부산 센터인 건 아는 거야? 이 연회장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은 부산에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야.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 이 모든 행동의 후과는 생각해 봤고?”그 노인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위에 군림해 있은 것 같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태도가 나올 수 없었다.일반인은 그 노인 앞에서 벌벌 떨면서 입을 열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니 소란을 피우는 사람은 더 없다.김예훈은 그저 무표정으로 무대에 걸어 올라가 사회자의 마이크를 잡아 들고 얘기했다.“제가 뭐 하러 온 거냐고 물었죠? 간단합니다. 저는 복수를 하러 왔습니다. 오늘 일은 저와 백승우의 사적인 일입니다. 어젯밤 혜성 세트장에서 촬영하고 있을 때, 스크린이 떨어져 백승우의 아내, 이유빈을 다치게 했습니다. 제 처제인 정소현도 마침 그 자리에 있었지만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죠. 하지만 백 사장은 진범을 찾지 않고 제작진에게 묻지도 않고 제 처제한테 밤 시중을 들면 없던 일로 해주겠다고 했습니다. 제 처제가 거절하자 바로 그 자리에서 처제를 때렸죠. 제 처제는 슬픔에 빠져서 하마터면 차에 치여 죽을 뻔했습니다.”담담한 표정의 김예훈은 차가운 시선으로 사람들을 훑어보며 얘기했다.“오늘 제가 이 자리에 온 것은 제 처제의 복수를
제복을 입은 노인이 비명을 지르며 겨우 기어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는 분노해서 술병을 잡고 얘기했다.“네 이놈, 감히 날 때려?! 죽여버릴 거야!”짝.김예훈은 또 뺨을 한 대 때려 노인을 날려버렸다.“백사장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안다고? 그렇게 한 건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서라고? 사업가로서 책임감이 있다고? 내 말을 믿을 것이 못 된다고? 소란을 피우면 안 된다고? 기관에 신고하고 변호사를 찾아가라고? 폭력을 행사할 이유가 없다고? 법치 사회? 경찰서?”김예훈은 노인이 한 말을 다시 얘기했다.노인은 화가 나서 피를 토하며 얘기했다.“너...”김예훈은 그를 무시한 채 무대로 걸어 올라가 준비된 예품들을 쏟아버린 후 연회장을 둘러보며 얘기했다.“백승우, 이래도 안 나와?”“쯧, 내가 나서지 않는 건 너한테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는 걸 몰라?”김예훈이 날뛰면서 모든 사실을 얘기했으니 백승우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그는 천천히 일어나 시가에 불을 붙인 후 눈을 가늘게 뜨고 다가오는 김예훈을 보며 입을 열었다.“정소현 그년? 그년이 내 아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 그런 거잖아! 깔려 죽어야 한 건 그년이야! 그랬다면 내 아내는 무사했을 거야! 내 아내의 일은 다 네 처제 탓이야. 어제의 일도 가벼운 경고일 뿐이야. 내 아내가 깨어나기 전까지 나는 정소현을 괴롭힐 거야. 걱정하지 마. 네가 이렇게 일을 벌여놨지만 널 죽이지는 않을 거니까. 그저 두 눈을 뜨고 똑똑히 지켜봐. 내가 어떻게 정소현을 죽일 건지.”백승우는 웃을락 말락 하면서 입을 열었다. 그리고 연기를 뿜어내며 비웃었다.“넌 그저 쓰레기일 뿐이야. 복수는커녕 너조차도 지키지 못해. 얼른 무릎 꿇고 머리를 박으면 너를 살려줄지 말지 생각해 볼게.”그렇게 말한 백승우가 손뼉을 치자 사람들 사이에서 총을 든 경호원들이 걸어 나왔다.이 경호원들이 총을 사용하는 건 합법적이었다. 다들 제대한 군인으로서 총을 든 모습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일반인은 그들의 앞에서 제대로
김예훈이 담담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맞아.”백승우는 잠깐 흠칫했다. 김예훈이 인정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백승우는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네 뒤를 봐주는 사람이 누구야. 견청룡? 임강호? 심옥연? 아니면, 성수현? 다 아니라면 너 같은 놈은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는 거야. 나, 백승우. 부산에서 오랫동안 일해왔어. 놀고먹기만 한 게 아니야. 그런데 너 같은 허접이 나를 건드려? 장난해? 네가 상대해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백승우는 예리한 시선으로 대충 주위를 훑어보고 담담하게 얘기했다.“네가 모른다면 알려주지. 이분은 부산 세무 계통의 이인자야. 이분은 부산 은행의 부 은행장이고, 이분은 부산 항구의 책임자야! 그리고 이분은 경찰서 특파부대의 대장이고!”백승우가 한 명 한 명 짚어주자 부산에서 손꼽히는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차갑게 비웃으며 김예훈을 노려보았다.백승우는 이 사람들을 데리고 김예훈의 앞으로 가서 기선제압을 했다.“이들 중 한 명이 손가락을 까딱하면, 너는 생각도 못 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어. 그러니 네까짓 게 우리랑 급이 맞겠어?”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팔짱은 끼고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비웃는 사람, 표독스럽게 웃는 사람, 그리고 의미심장하게 웃는 사람까지 있었다. 그들이 봤을 때 김예훈은 글도 못 읽는 촌놈이었다.그런 촌놈을 밟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설 필요는 없다.이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것과 같으니까.김예훈은 흥미진진하게 백승우와 그의 일행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얘기했다.“당신들은 이 일에 꼭 끼어들 겁니까?”하얀 피부의 남자가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나는 부산 용문당 최씨 가문의 임원이야. 내가 이 일 하나 처리하지 못할 것 같아? 내가 원하면 지금 당장 너를 잡아갈 수도 있어. 네가 반항한다면 바로 네 머리에 구멍을 뚫어주지.”짝짝짝.김예훈이 손뼉을 쳤다.“대단하네요, 대단해... 대단한 위풍에 대단한 살기네. 누가 보면 경찰서의 형사라도 되는 줄
백승우를 비롯한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안색이 창백했다.시가를 쥔 백승우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그는 이 장소에 최산하가 나타나서 김예훈을 도울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이게 무슨 일인가! 사람들은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담담하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김예훈의 싸움 실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그뿐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최산하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김예훈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지만 부산에서 지위가 높은 최산하는 악랄하기로 유명했다.얼마나 악랄하면 친동생마저 해치워 버리냐는 말이 많았다.그러니 친동생이 아닌 다른 사람을 처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다들 김예훈 앞에서는 오만했지만 최산하 앞에서는 숨도 크게 쉬지 못할 정도였다.최산하의 발에 밟힌 그 남자마저 놀란 표정으로 최산하를 바라보며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최산하가 왜 김예훈을 위해 나서주는 거지?! 사람들은 모두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눈앞의 사람은 바로 최산하니까.이때 최씨 가문과 사이가 좋은 사업가 한 명이 백승우의 지시를 받고 우물쭈물 앞으로 나가 겨우 입을 열었다.“최산하 도련님, 촌놈과는 무슨 사이...”짝.사업가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최산하가 그의 뺨을 내쳐서 쓰러뜨렸다.“촌놈이라니. 이분은 김예훈 도련님이다! 내 형님과도 같은 분이야! 내가 오늘 이 자리에서 명백하게 밝히지. 오늘 일은 내 형님과 백승우의 사적인 일이야. 백승우의 편을 드는 사람은 나, 최산하에게 반기를 드는 거야! 난 반드시 그 사람의 가문을 박살 낼 거야!”담담하게 차가운 말을 내뱉는 김예훈보다 오만방자하게 얘기하는 최산하의 말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사업가는 저도 모르게 몸을 벌벌 떨며 최산하의 눈도 마주하지 못하고 얼굴을 부여잡고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오해입니다, 다 오해예요! 저는 백 사장과 친하지 않습니다!”그 말을 남긴 사업가는 얼굴을 부여잡고 바로 도망쳤다.“최산하 도련님,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저 평
김예훈은 부드러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고 몸도 여리여리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 자리에 서서 담담하게 내뱉는 말은 겨울의 찬바람처럼 백승우의 뼈 깊숙이 파고들어 추위에 떨게 만들었다.“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 내 몸에 손이라도 대려고?”백승우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물론 지금 상황을 보면 백승우가 지고 있는 싸움이었다. 최산하가 있으니 그는 김예훈을 쉽게 해치울 수 없었다.하지만 최산하의 지위는 부산에서 그저 중간 정도일 뿐, 아주 높은 급은 아니다.부산에서 오래 일해 온 백승우에게도 다른 연줄이 있을 것이다.그래서 그는 이 자리에서 쉽게 무릎 꿇지 않을 것이다.백승우에게 있어 체면과 자존심은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무릎을 꿇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부산에서 고개를 들고 다니겠는가.“넌 정소현의 미모에 빠져서 시비를 분간하지 못하고 억지로 취하려고 하다가 정소현을 때리기까지 했어. 하지만 사실을 인정했으니 죽이지는 않으마. 그 대신 남은 생은 휠체어에서 보내야 할 거야. 할 수 있지?”김예훈은 백씨 가문 경호원에게서 총을 빼앗아 바로 쏠 준비를 했다.그 모습에 사람들은 안색이 파리해졌다. 김예훈이 총까지 들고 이 정도로 나댈 줄 몰랐다. “김예훈, 지금은 최산하가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백승우가 이를 꽉 깨물었다.“그렇다고 해서 내가 진 건 아니야. 내가 약속하지. 감히 날 건드린다면 너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김예훈이 웃었다.“배후가 있나 봐?”백승우가 무거운 말투로 얘기했다.“나는 육성운 도련님의 사람이야!”그 말에 사람들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부산에서 육씨 성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았다.가장 유명한 사람은 부산 일인자 임강호의 처남, 육성운이였다.최산하는 그 말을 듣고 흠칫하더니 살짝 겁을 먹었다.육성운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육성운 배후의 임강호야말로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임강호는 부산의 일인자, 부산의 최강자니까!“육성운?”김예훈은 담담하게 되물었다.백승우는 오만하게 대답했다.“그래. 바로
“언제부터 추씨 가문에서 장씨 가문의 일에 간섭했다고 그래. 어울린다고 생각해?”분노한 장무준은 거만한 표정으로 추문성에게 삿대질했다.추문성이 발끈하려고 하는 순간, 동하임이 손을 흔들며 진지하게 말했다.“장무준, 다시 한번 말하는데 김예훈 도련님은 너의 물건을 훔친 적 없어. 그리고 총사령관님의 칼은 도련님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아무런 의미도 없다고?”마리아는 콧방귀를 뀌었다.“1조 원을 들여서까지 나랑 경쟁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의미 없다고 하는 거야? 반드시 얻으려는 것 같은데? 그리고 진주에서 나랑 사이가 안 좋은 사람은 김예훈밖에 없다고. 가슴만 컸지, 머리는 텅 빈 너 같은 대한민국 여자는 여기서 헛소리하지 마. 한마디라도 더하는 순간 국제 경찰에 같이 잡힐 줄 알아.”동하임은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그녀는 이 일이 커져서 김예훈이 결국 다시 오륜 사찰과 맞붙게 될까 걱정이었다.그리고 장씨 가문과의 옛정을 생각해서 장무준이 김예훈에게 짓밟히는 모습도 보고싶지 않았다.그런데 진신 어린 충고를 했다가 뺨 맞은 것도 모자라 무차별적으로 모욕까지 당할 줄 몰랐다.동하임은 더 이상 이 일에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동하임이 말문이 막힌 모습을 보고 마리아는 더욱더 의기양양해하면서 김예훈에게 삿대질했다.“김예훈, 너 그러고도 남자야? 남자구실은 하냐고. 설마 책임감이라곤 없는 사람이었어? 대한민국에 먹칠하지 말고 얼른 내 물건 내놔! 내가 말해주는데, 오늘 내로 물건 내놓지 않으면 내일 바로 국제 경찰이 찾아올 거야. 그때되면 대한민국은 너 때문에 망할 줄 알아.”마리아는 확신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국제경찰 앞에서는 예수님이 오셔도 너를 구하지 못해.”김예훈은 차가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그래. 정말 내가 훔친 거라고 확신한다면 국제 경찰을 불러보든지. 다 같이 천천히 조사해 보자고. 어떻게 조사하든 상관없어. 이 과정에서 내가 훔쳤다는 증거를 찾으면 2조 원을 배상할게. 그리고 이 두 손까지 잘라서 너
별장 앞에는 마리아와 장무준 외로 동하임과 추문성도 있었다.이 두 사람이 나서서 막지 않았다면 살기가 가득한 외국인들이 진작에 동씨 가문을 쳐들어가서 난리 쳤을 것이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씨 가문의 몇몇 경호원들은 얼굴도 얻어맞고, 발에 차여 넘어져 초라하기 그지없었다.“뭐하는 거야.”김예훈이 걸어 나와 무표정으로 말했다.“누가 경호원을 때렸어?”“내가 때렸다. 왜!”양복을 입은 장무준은 씩씩거리면서 김예훈을 노려보고 있었다.“김예훈, 드디어 나타났구나! 어젯밤 낙찰받지 못해 도둑질까지 해? 너 같은 인간은 정말 비겁하고 천박해! 어떻게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말할 수 있는 거지? 칵! 퉤! 너는 인간도 아니야. 너 같은 사람을 볼 때마다 같은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창피해. 정말 얼굴을 들고 다니지 못하겠어. 난 내 피를 모두 뽑아내고 외국인 피로 바꿔버리고 싶어. 그렇게라도 너와의 관계를 끊고 싶다고!”장무준은 이를 갈고 있었다. 그에게는 같은 대한민국 사람인 것이 모욕처럼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짐승보다도 못한 그는 김예훈을 노려보며 악랄하게 말했다.“김예훈, 당장 총사령관님의 칼을 내놔! 아니면 총으로 쏴버릴 거야. 너를 죽이고 직접 찾으면 되지.”마리아 역시 자존심을 세우며 말했다.“빨리 물건 내놔. 아니면 외교 사건으로 국제 경찰까지 불러올 거야.”“장무준! 마리아! 함부로 말하지 마!”동하임은 눈살을 찌푸리며 진지하게 말했다.“어젯밤 우리는 시즌 호텔을 떠나 바로 동씨 가문으로 왔다고. 너희 물건을 훔친 적 없어. 계속 헛소리할 거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해 버릴 거야.”쨕!김예훈의 편을 들어주는 동하임의 모습에 장무준은 화가 나서 그녀의 뺨을 때렸다.“이 년이. 어디서 감히 편을 들어줘. 여긴 네가 말할 곳이 아니야. 아직 동씨 가문에 따지지도 않았는데 어디서 감히 내 앞에서 떠들어! 죽고 싶어?”동하임이 본격적으로 반격하려 했지만 외국인 보디가드가 손목을 꽉 잡는 바람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동하임 얼굴에
동하임은 애정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가끔은 한발 물러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감정을 드러내면 결국 자신만 해칠 뿐이라고요. 심지어 오늘 저녁의 일은 오륜 사찰에 사과해야 한다고 봐요. 멀지 않아 곧 다시 저희 체면을 되찾을 수 있는 거잖아요.”김예훈은 그저 웃으면서 쓰디쓴 차를 한 모금 마셨다.띵.바로 이때, 동태원은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전화를 받았다.그런데 잠시 후,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이다.“장무준과 마리아가 낙찰받은 총사령관님의 칼을 장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난당했다고?”김예훈 역시 보복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는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마리아는 돈을 내자마자 장무준과 함께 경매장을 떠났다.그런데 시즌 호텔을 벗어난 지 1킬로미터도 안 되는 십자 거리에서 갑자기 열 몇 명의 마스크를 쓰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튀어나올 줄 몰랐다.이들은 마리아와 장무준의 보디가드를 쉽게 제압한 것도 모자라 마리아의 뺨까지 때려서야 멋지게 떠났다.경찰은 신고받고 CCTV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마침 고장 나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당연히 누가 범인인지 찾을 방법이 없었다.전 재산을 털어 총사령관의 칼을 낙찰받은 마리아는 현장에서 피를 토해내면서 기절한 바람에 응급실까지 긴급 호송되었다고 했다.김예훈은 깨 고소한 기분이긴 해도 과연 누가 진주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다.비록 총사령관의 칼이 매우 높은 수집 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때문에 영국과 진주 장씨 가문을 건드리는 것은 별로 가치 없는 일이었다.이 일에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김예훈은 약식을 먹은 후에 쉬기로 했다.하지만 동태원은 김예훈이 오륜 사찰을 건드린 관계로 시즌 호텔에 있기에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설득 끝에 김예훈을 동씨 가문의 별장으로 초대하게 되었다.김예훈은 그의 성의를 거절할 수 없어 바다와 가까운 방에서 휴식하기로 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스위트룸보다 훨
“그래요? 선재 스님이랑 만나는 거 아니었어요? 혜선 스님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요?”’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오륜 사찰이 김현민 도련님의 후궁이라도 되는가 보죠.”“쉿.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돼요.”동태원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펴보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왕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경기도에서는 오륜 사찰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거예요. 함부로 무술의 경지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고요. 도련님께서는 이번에 혜선 스님뿐만 아니라 오륜 사찰의 명예마저 건드린 거예요. 이것으로 오륜 사찰에서 충분히 도련님을 증오할 만하죠.”동태원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며칠 동안은 가급적이면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오륜 사찰 측에 도련님을 건드릴 만한 핑계를 주지 말아야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선재 스님이 허씨 가문에 한 짓거리들을 저한테 들통난 뒤로 저는 이미 오륜 사찰과 원수를 맺게 되었어요. 오늘의 일이 있었든 없었든 어차피 만나게 될 운명이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오륜 사찰에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요. 오늘은 단지 시작일 뿐이에요.”동태원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도련님,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일반적인 재벌가도, 명문가도 아니네요. 그들의 분노를 감당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요. 도련님이 진주·밀양에서 닦은 기반으로는 절대 오륜 사찰과 맞설 자격이 없어요.”동태원은 정말로 애정이 어린 충고를 하고 있었다.오륜 사찰이 진주·밀양에서 가진 힘에 비하면 김예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주·밀양에 온 지 보름도 안 되었는데 그렇게 큰 장벽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도련님, 저희 아빠가 없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니에요. 오륜 사찰은 정말 끔찍한 존재라고요.”동하임은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단순히 무력이나 에너지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인맥도 대단하다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관주님이신 오륜 승려님이 거의 백 세
반 시간 뒤, 김예훈과 동하임은 다시 스위트룸으로 돌아왔다.동하임은 방에 들어올 때 표정이 이상한 것이 할 말이 있어보였다.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동태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역시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한 것이다.김예훈은 동하임을 힐끔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동태원은 박장대소를 짓더니 아무렇지 않게 걸어들어왔다.“김 도련님, 하임이를 탓하지 마세요. 어젯밤 일을 저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해도 제 능력으로는 늦어도 내일 아침에는 알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하임이가 도련님을 팔아먹은 것도 아니죠.”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총독님, 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하임 씨가 총독님께 알린 것도 너를 위해서겠죠. 이해하니까 탓할 마음도 없어요.”“그러면 됐어요.”동태원은 차를 따르며 한참 고민 끝에 나지막하게 말했다.“김 도련님, 굳이 돌려서 말하지 않을게요. 도련님이 전설속의 총사령관님인지 아닌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요. 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정말 진주에서 활개 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동태원의 표정을 보고있던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맞든 아니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게 중요할까요? 맞으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데요? 모든 사람이 그 칼이 신물이 아니라서 총사령관님께 들고 가봤자 요구를 들어달라고 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 됐죠.”동태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허벅지를 치면서 말했다.“김 도련님은 역시나 똑똑하신 분이네요. 한 번의 훼방으로 바로 칼의 의미를 부정해 버렸네요. 이렇게 된다면 영국 사람이 총사령관님을 찾아가더라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셔서 당황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정말 우리 대한민국의 체면을 지켜주셨네요. 아니면 약속을 지키시는 총사령관님의 성격을 이용했으면 어쩔뻔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김 도련님 이미지만 나빠졌네요. 지금 밖에서는 김 도련님이 허세를 부리는 내륙인이라고 소문이 났거든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부산 용문당 회장
마리아를 쳐다보던 김예훈은 상대방이 자신을 이렇게 칭찬하자 부끄러워 그녀의 뺨을 때릴 수조차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증거 같은 거 필요 없어. 왜냐, 내가 총사령관이거든. 내가 신물이 아니라고 하면 신물이 아닌 거야. 알겠어?”현장 분위기는 들끓기 시작했다.모든 사람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부산 용문당 회장이자 경기도 김세자가 바로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라고?’‘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이 검은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거잖아.’무대 뒤쪽에 있던 혜선 스님 역시 휘청거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신과도 같은 존재인 그녀에게는 오직 총사령관만이 동경의 대상이었다.‘그런데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저 사람이 총사령관님이라고? 말도 안 돼!’잠시의 정적 후, 장무준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왜요? 저놈이 한 말을 믿는 거예요? 제가 영국 황실 프린세스의 사무실에서 우연히 총사령관님의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비록 옆모습밖에 보지 못했지만 전투복을 입고 위풍당당하고 뛰어난 기품을 지닌, 세상을 압도할 만한 기세를 가지고있는 분이셨어요. 그런데 여자 덕분에 경매장에 들어오는 놈이 어떻게 총사령관님일 수가 있어요! 부산 용문당 회장, 그리고 경기도 김세자의 신분도 여자 덕분에 따낸 거라고 들었어요. 아내가 부산 견씨 가문의 제9대 수장이라 김세자로 될수 있었고, 또 우현아 씨 덕분에 우충식 부 회장님의 도움을 받아 부산 용문당 회장이 될수 있었다고요. 솔직히 말해서 여자 등만 처먹는 염치없는 놈이라고요. 정말 웃겨서 원. 저런 놈이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면 믿으실 거예요? 아무리 총사령관님 행세를 해 봤자 아닌 건 아니라고요.”사람들은 곰곰히 생각해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장무준 도련님은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어요?”“하긴, 저희가 생각이 너무 많았네요.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 어떻게 저희 앞에 나타날 수 있겠어요.”“게다가 총사령관님은 세상을 뒤흔들 정도로
“그런데 그냥 총사령관님의 물건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야. 이것은 총사령관님이 유라시아 전쟁에서 사용하다가 버린 쓰레기일 뿐이라고. 어떤 염치없는 사람이 전쟁터에서 이걸 주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가지고 있으면 총사령관님이 요구를 들어줄 거라고? 제발 잘 생각해 봐. 부러진 칼 한 자루로 총사령관님께 요구를 들어달라고 할수 있을까? 이건 그냥 망상일 뿐이야. 이 칼에 죽은 영혼이 수없이 많으니, 집에 가져가서 귀신을 쫓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겠지. 그런데 가느다란 팔다리를 보아하니 악령에 사로잡힐 수도 있겠는데 그때 가서 총사령관님을 탓할 생각도 하지 마. 절대 인정하지 않을거니까.”김예훈에게는 소지품이 많았기에 부러진 칼 따위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아까 입찰받으려고 한 것은 그저 자기 물건이 영국 황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륜 사찰이 대놓고 영국 황실의 편을 들어주니 아예 이 칼의 가치를 밝혀보려고 했다.김예훈의 말에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아까 오륜 사찰이 분명 이 부러진 칼을 들고 가면 총사령관이 조건을 하나 들어줄 거라고 했는데 또 김예훈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물건이라고 해서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만약 김예훈이 그냥 한 말이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지만 설득력까지 있어 의심하기 시작했다.김예훈이 말한 대로 이 부러진 칼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총사령관의 소지품이 의미 있는 물건이라고 해도 8천억 원으로 낙찰받기에는 너무 비싼 가격이었다.김예훈의 말을 들은 마리아는 멈칫하더니 약간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무대 뒤편에 서 있던 혜선 스님 역시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이 물건은 실제로도 누군가 전쟁터에서 주워서 오륜 사찰에 판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이 물건을 판 사람은 확신에 찬 말투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총사령관과 관련된 일이라 오륜 사찰
김예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만족하지 못하겠는데요?”“굳이 저희 경매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었잖아요.”혜선 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오셨으면 제 결정을 따라야죠. 이곳은 오륜 사찰의 영역이라 제 말을 따라야 해요. 됐어요.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동하임 씨께서 김예훈 씨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주시기를 바랄게요. 동씨 가문을 봐서 따지지도 않고, 블랙리스트에도 올리지 않을게요. 다음부터는 이러시면 안 돼요.”혜선 스님의 말투는 차갑고 무관심했다.“이것이 바로 최선의 설명이었어요? 이것이 바로 오륜 사찰의 규칙인 거였어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오륜 사찰은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네요.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혜선 스님은 김예훈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느꼈는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오히려 그 중년 여도사가 차갑게 말했다.“밖으로 모셔!”차가운 표정으로 다가오던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싫증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도련님, 이만 가시죠.”김예훈이 손을 쓰려고 할 때, 동하임이 그의 오른손을 잡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나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도련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평범한 곳이 아니에요. 이곳에서 오륜 사찰을 건드렸다간 살아서 나갈 수 없다고요. 저를 봐서라도 제발 소란을 피우지 말아줘요. 저희 아빠도 간신히 진주 1인자로 되었다고요.”동하임의 간절한 표정에 김예훈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 하임 씨 말을 들을게요.”앞뒤를 가리지 않고 행동할 수 있었지만 동하임과 동씨 가문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다른 사람들 눈에는 오륜 사찰이 경기도 무술의 경지로 함부로 견드려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그래요. 이만 가요.”김예훈이 자기 어깨를 두드리며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고 하자 동하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도 따라서 안도했다.비록 구경거리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김예훈이 정말 오륜 사찰과 큰 싸움이 벌어진다면 피해를 볼까 두
“저는 어떻게든 이 물건을 낙찰받아야겠어요. 1조 원을 제시할게요. 경매장 규칙으로는 항상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거 아니겠어요? 가격을 확정하려면 최소한 세 번은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함부로 결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낙찰받을 기회도 주지 않았잖아요.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설마 영국 사람들과 결탁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물건을 영국에 팔아넘기려는 건 아니죠? 이 물건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다들 아시잖아요. 이건 총사령관님의 소지품이라고요. 그런 물건을 경매에 내놓는 것부터 그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요? 그것도 모자라 낙찰자를 함부로 정하기까지 하고. 여러분은 지금 감히 총사령관님을 모독하는 거예요? 정말 정신이 나갔군요!”중년 여도사가 격분했다.“오륜 사찰을 모욕한 대가가 무엇인지 아세요?”바로 이때, 사방에서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젊은 여도사들이 걸어 나와 하나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이 한마디라도 더 했다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모욕이요?”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당신들이 한 짓을 굳이 제가 모욕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한테 그럴듯한 설명을 해주시면 바로 이곳에서 나갈게요. 저는 물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납득갈 만한 설명을 해주셔야 할 거예요. 여러분, 안 그래요?”김예훈은 여론의 힘을 잊지 않았다.하지만 아쉽게도 오륜 사찰과 연관된 일이라 아무도 동조하지 않았다.많은 사람은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듣고 최근에 그가 진주·밀양에서 일으킨 소란을 떠올리며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이 아무리 이름을 날렸다고 해도 오륜 사찰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오륜 사찰과 맞서기에는 아직 자격이 부족했다.장무준과 마리아는 그저 이 상황이 어이없을 뿐이다.‘김예훈 이 자식, 미친 거 아니야? 감히 오륜 사찰에 설명을 내놓으라고?’오륜 사찰은 항상 마음대로 행동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기만 할 뿐, 그들이 설명을 내놓을 일은 없었다.“도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