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이 담담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맞아.”백승우는 잠깐 흠칫했다. 김예훈이 인정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백승우는 흥미진진하다는 표정으로 얘기했다.“네 뒤를 봐주는 사람이 누구야. 견청룡? 임강호? 심옥연? 아니면, 성수현? 다 아니라면 너 같은 놈은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는 거야. 나, 백승우. 부산에서 오랫동안 일해왔어. 놀고먹기만 한 게 아니야. 그런데 너 같은 허접이 나를 건드려? 장난해? 네가 상대해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백승우는 예리한 시선으로 대충 주위를 훑어보고 담담하게 얘기했다.“네가 모른다면 알려주지. 이분은 부산 세무 계통의 이인자야. 이분은 부산 은행의 부 은행장이고, 이분은 부산 항구의 책임자야! 그리고 이분은 경찰서 특파부대의 대장이고!”백승우가 한 명 한 명 짚어주자 부산에서 손꼽히는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차갑게 비웃으며 김예훈을 노려보았다.백승우는 이 사람들을 데리고 김예훈의 앞으로 가서 기선제압을 했다.“이들 중 한 명이 손가락을 까딱하면, 너는 생각도 못 한 권력을 휘두를 수 있어. 그러니 네까짓 게 우리랑 급이 맞겠어?”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팔짱은 끼고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비웃는 사람, 표독스럽게 웃는 사람, 그리고 의미심장하게 웃는 사람까지 있었다. 그들이 봤을 때 김예훈은 글도 못 읽는 촌놈이었다.그런 촌놈을 밟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설 필요는 없다.이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것과 같으니까.김예훈은 흥미진진하게 백승우와 그의 일행을 쳐다보면서 담담하게 얘기했다.“당신들은 이 일에 꼭 끼어들 겁니까?”하얀 피부의 남자가 차갑게 웃으며 얘기했다.“나는 부산 용문당 최씨 가문의 임원이야. 내가 이 일 하나 처리하지 못할 것 같아? 내가 원하면 지금 당장 너를 잡아갈 수도 있어. 네가 반항한다면 바로 네 머리에 구멍을 뚫어주지.”짝짝짝.김예훈이 손뼉을 쳤다.“대단하네요, 대단해... 대단한 위풍에 대단한 살기네. 누가 보면 경찰서의 형사라도 되는 줄
백승우를 비롯한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것처럼 안색이 창백했다.시가를 쥔 백승우의 손이 덜덜 떨려왔다.그는 이 장소에 최산하가 나타나서 김예훈을 도울 거라고 생각도 하지 못했다.이게 무슨 일인가! 사람들은 놀라서 뒤로 물러났다. 담담하던 얼굴에는 놀란 표정이 가득했다.김예훈의 싸움 실력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그뿐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최산하가 등장하자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김예훈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지만 부산에서 지위가 높은 최산하는 악랄하기로 유명했다.얼마나 악랄하면 친동생마저 해치워 버리냐는 말이 많았다.그러니 친동생이 아닌 다른 사람을 처리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다들 김예훈 앞에서는 오만했지만 최산하 앞에서는 숨도 크게 쉬지 못할 정도였다.최산하의 발에 밟힌 그 남자마저 놀란 표정으로 최산하를 바라보며 비명도 지르지 못했다.최산하가 왜 김예훈을 위해 나서주는 거지?! 사람들은 모두 이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이었다. 눈앞의 사람은 바로 최산하니까.이때 최씨 가문과 사이가 좋은 사업가 한 명이 백승우의 지시를 받고 우물쭈물 앞으로 나가 겨우 입을 열었다.“최산하 도련님, 촌놈과는 무슨 사이...”짝.사업가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최산하가 그의 뺨을 내쳐서 쓰러뜨렸다.“촌놈이라니. 이분은 김예훈 도련님이다! 내 형님과도 같은 분이야! 내가 오늘 이 자리에서 명백하게 밝히지. 오늘 일은 내 형님과 백승우의 사적인 일이야. 백승우의 편을 드는 사람은 나, 최산하에게 반기를 드는 거야! 난 반드시 그 사람의 가문을 박살 낼 거야!”담담하게 차가운 말을 내뱉는 김예훈보다 오만방자하게 얘기하는 최산하의 말이 더욱 크게 다가왔다.사업가는 저도 모르게 몸을 벌벌 떨며 최산하의 눈도 마주하지 못하고 얼굴을 부여잡고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오해입니다, 다 오해예요! 저는 백 사장과 친하지 않습니다!”그 말을 남긴 사업가는 얼굴을 부여잡고 바로 도망쳤다.“최산하 도련님,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저 평
김예훈은 부드러운 인상을 가지고 있었고 몸도 여리여리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 자리에 서서 담담하게 내뱉는 말은 겨울의 찬바람처럼 백승우의 뼈 깊숙이 파고들어 추위에 떨게 만들었다.“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 내 몸에 손이라도 대려고?”백승우의 안색은 좋지 않았다.물론 지금 상황을 보면 백승우가 지고 있는 싸움이었다. 최산하가 있으니 그는 김예훈을 쉽게 해치울 수 없었다.하지만 최산하의 지위는 부산에서 그저 중간 정도일 뿐, 아주 높은 급은 아니다.부산에서 오래 일해 온 백승우에게도 다른 연줄이 있을 것이다.그래서 그는 이 자리에서 쉽게 무릎 꿇지 않을 것이다.백승우에게 있어 체면과 자존심은 매우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무릎을 꿇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부산에서 고개를 들고 다니겠는가.“넌 정소현의 미모에 빠져서 시비를 분간하지 못하고 억지로 취하려고 하다가 정소현을 때리기까지 했어. 하지만 사실을 인정했으니 죽이지는 않으마. 그 대신 남은 생은 휠체어에서 보내야 할 거야. 할 수 있지?”김예훈은 백씨 가문 경호원에게서 총을 빼앗아 바로 쏠 준비를 했다.그 모습에 사람들은 안색이 파리해졌다. 김예훈이 총까지 들고 이 정도로 나댈 줄 몰랐다. “김예훈, 지금은 최산하가 있으니 어쩔 수 없지만.”백승우가 이를 꽉 깨물었다.“그렇다고 해서 내가 진 건 아니야. 내가 약속하지. 감히 날 건드린다면 너도 가만두지 않을 거야.”김예훈이 웃었다.“배후가 있나 봐?”백승우가 무거운 말투로 얘기했다.“나는 육성운 도련님의 사람이야!”그 말에 사람들은 그대로 굳어버리고 말았다.부산에서 육씨 성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았다.가장 유명한 사람은 부산 일인자 임강호의 처남, 육성운이였다.최산하는 그 말을 듣고 흠칫하더니 살짝 겁을 먹었다.육성운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육성운 배후의 임강호야말로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임강호는 부산의 일인자, 부산의 최강자니까!“육성운?”김예훈은 담담하게 되물었다.백승우는 오만하게 대답했다.“그래. 바로
“육성운 도련님, 저는 백씨 부동산의 백승우입니다. 오늘 문제가 살짝 생겨서 최산하 도련님과 그 친구를 건드리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저한테 남은 생은 휠체어 신세를 면하지 못한다는 둥, 백씨 부동산을 파산시키겠다는 둥 했습니다.”핸드폰 너머의 육성운은 살짝 흠칫하더니 차갑게 물었다.“최산하? 그 쓰레기를 왜 건드리게 된 거야.”육성운은 최산하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그 말을 들은 최산하의 표정은 굳어버렸다.김예훈은 그저 담담하게 웃으면서 얘기했다.“백 사장, 육성운한테 정확하게 얘기해줘야지. 건드린 사람이 최산하가 아니고 나, 김예훈이라고.”백승우는 김예훈이 무슨 자신감으로 나대는 것인지 몰랐다. 하지만 홀린 듯이 그의 말을 따랐다.“자세히는 김예훈이라는 놈을 건드려서...”핸드폰 너머의 육성운이 갑자기 입을 닫았다.한참 후에야 목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 님이 그렇게 얘기했다면 그저 가서 휠체어나 준비해.”말이 끝나자마자 전화는 끊겼다.휠체어나 준비하라니?이게 무슨 뜻인가.백승우는 멍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육성운의 말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이내 그는 알게 되었다. 육성운이 도와주지 못한다는 것은, 육성운도 김예훈을 건드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휠체어나 미리 준비해 놓고 달게 벌을 받으라는 것이다.그 말에 현장에 있던 수백 명의 사람들은 놀라서 굳어버렸다.그들은 육성운이 최산하의 이름에는 전혀 동요하지 않다가 김예훈의 이름에 겁을 먹고 내뺄 줄 몰랐다.그들은 육성운의 말투에서 육성운이 얼마나 김예훈을 두려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사람들은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으며 온몸을 바르르 떨었다.“됐어? 아니면 또 다른 배후가 있나? 시간을 줄 테니 계속 불러봐. 네 배후가 날 찍어 누를 수 있다면 인정하지. 그렇지 못하면 휠체어를 살 시간이나 줄게.”김예훈은 백승우를 쳐다보며 담담하게 얘기했다.백승우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그는 이제야 입을 열었다.“김예훈, 너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야.
김예훈은 바로 부산 센터를 떠났다.백승우가 어떻게 되는지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최산하의 처리 방식을 믿었다. 최산하는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다.육성운은 김예훈이 직접 처리했던 놈이니 만약 백승우를 도와주겠다고 날뛴다면 다시 한번 처리해 줄 수도 있었다.따르릉.김예훈이 부산 센터를 떠나려고 할 때, 낯선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김예훈이 바로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 맞은 편에서는 위엄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예훈 씨, 나 우충식입니다.”“부회장님, 이 시간에는 무슨 일로 연락한 거죠? 같이 식사하려고요?”우충식은 차가운 목소리로 담담하게 얘기했다.“반 시간 후, 부산 타임 가든에서 보죠. 제가 점심을 사겠습니다. 그리고 할 얘기도 있고요.”김예훈은 대단하다는 듯 얘기했다.“부회장님, 절 죽이고 싶어 하면서 저랑 같이 식사하자고 제안하시다니. 비위는 인정해 드려야겠네요. 하지만 식사에는 큰 관심이 없고, 부회장님 얼굴을 봐서라도 대화는 같이할 수 있습니다.”핸드폰 너머의 우충식은 화가 나서 죽을 뻔했다.반 시간 후. 김예훈은 우현아의 차를 타고 같이 부산 타임 가든으로 갔다.부산 타임 가든은 우씨 가문의 사업체인데 오늘 점심은 아예 대관해서 종업원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김예훈은 바로 우충식과 그의 똘마니 여진수를 발견했다.우충식 앞에는 정교하게 놓인 음식이 있었다. 이 음식들은 다 미슐랭 셰프가 직접 만든 것이다.그는 천천히 음미하면서 먹고 있었다.여진수는 차갑게 김예훈을 노려보고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장인어른, 안녕하세요.”김예훈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우현아와 함께 우충식의 맞은편에 앉아 젓가락을 들고 식사를 시작했다.우현아는 김예훈처럼 막 나가지 않고 공손하게 얘기했다.“아빠.”“하, 내가 네 아빠인 건 알아? 난 네가 날 진작 잊어버린 줄 알았어!”우충식은 차가운 표정으로 우현아를 쳐다보았다.“우현아 아가씨 눈에 제 애비가 있다면 이런 일을 벌이지는 않겠지!”우현아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
우충식의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김예훈은 우충식의 체면을 봐주지도 않고 바닥까지 끌어내리고 있었다.우현아는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우충식을 쳐다보았다. 우충식은 오만하고 자기가 대단한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김예훈 앞에서 어쩌지 못하고 있으니 신기할 따름이었다.“됐어요.”김예훈은 젓가락을 내려놓고 알아서 차를 따랐다.“부회장님이 그저 밥 한 끼 먹자고 저를 부른 건 아니겠죠? 부회장님이 나랑 무슨 거래를 하려고 그럴까. 다들 성인인데 그저 솔직하게 얘기하죠?”우충식은 김예훈을 보며 대단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담담하게 얘기했다.“예훈 씨. 물론 나는 당신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당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당신이 그렇게 얘기했으니 나도 솔직히 얘기하죠. 오늘 부른 건 세 가지 일 때문입니다. 첫째. 내 딸과 견청룡의 결혼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우씨 가문의 존망이 걸린 문제니 아무도 간섭할 수 없습니다. 그게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요. 둘째. 나 대신 진윤하와 한번 싸워줘야겠습니다. 셋째. 내 아내의 상태를 볼 수 있으니 살려줄 수 있다면 살려주세요!”우충식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이 세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성공하면 20억을 주죠. 세 개를 다 성공하면 100억을 주겠습니다. 예훈 씨, 100억이라는 건 일반인이 평생 벌지 못할 돈이라는 걸 잘 알죠? 이 100억을 들고 어디로 가든지 남은 생은 편하게 살 수 있어요.”김예훈은 흥미진진하게 우충식을 쳐다보고 웃을락 말락 하면서 대답했다.“첫 번째 조건은 당연히 허락할 수 없습니다. 현아의 결혼은 현아의 뜻을 따라야 해요. 현아가 원한다면 거지와 결혼하겠다고 해도 전 응원할 겁니다. 하지만 현아가 원하지 않는다면 왕국의 왕자가 와도 죽여버릴 겁니다. 하지만 다른 두 가지 조건은 얘기해 볼 수 있겠네요. 다만 돈이 너무 적어요. 진윤하와 싸우는 건 2천억. 그리고 김옥자를 살리는 것도 2천억입니다.”우충식은 미간을 찌푸리고 김예훈을 노려보며 입을 열
4천억은 어마어마한 숫자다.몇 대에 걸쳐서 모아도 모이지 않을 돈이다.우씨 가문에는 몇조의 자산이 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많은 현금을 준비하기는 어려웠다.하지만 부산 용문당 회장의 자리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러나 김예훈은 우현아의 어머니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돈을 포기할 수 있었다. 그 모습에 우현아는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우현아가 이 나이를 먹을 때까지, 그녀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그녀와 결혼하겠다고 하는 견청룡도 진실을 밝혀주겠다고 한 적이 없었다.이 시각, 우현아는 저도 모르게 김예훈의 손목을 잡고 낮은 소리로 얘기했다.“김예훈, 함부로 그런 얘기는 하지 마.”여진수 등 사람들은 놀라서 입을 딱 벌리고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김예훈의 그들의 눈엣가시다. 바로 뽑아버리고 싶은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김예훈에게는 확실히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그러니 우현아가 김예훈에게 빠진 것이겠지.김예훈은 손을 뻗어 우현아의 손등을 두드리고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내 말 들어. 난 김옥자 씨의 상태를 잘 알아. 그리고 구해줄 수도 있고. 그리고 내 수법으로는 네 아빠를 회장 자리에 앉히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야. 이제 문제는 네 아빠의 선택이야.”김예훈이 담담하게 얘기했다. 그리고 가늘게 뜬 눈으로 우충식을 보면서 얘기했다.“부회장님, 어떤가요? 회장 자리, 욕심나지 않나요? 현아 친엄마의 일에 대해서 잘 알 거라고 생각합니다. 진실만 밝혀주신다면, 말 한마디만 해 주면 됩니다. 다른 걸 바라지 않아요. 진실을 밝히는 것으로 회장 자리를 얻을 수 있고 아내의 건강도 얻을 수 있는데. 아무리 봐도 밑지는 거래는 아닌데요?”우충식의 눈꺼풀이 계속 튀었다. 호흡마저 가빠졌다. 김예훈의 조건은 확실히 탐이 날 법도 했다.그저 진실만 얘기해주면 이렇게 많은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으니.하지만 김예훈이 정말 그 모든 것을 줄 수 있는가?그 순간, 우충식은 냉정해졌다.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김예훈
“훔치다니요?”김예훈은 웃고 담담하게 이어서 얘기했다.“이 물건이 당신의 눈에는 권력으로 보이겠지만 내 눈에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원한다면 부회장님께 팔 수도 있습니다. 4천억으로요.”김예훈이 손가락 네 개를 내밀었다.“그리고 조건도 있습니다. 현아 친엄마의 진실을 밝혀줘야 이 물건을 줄 겁니다.”그 말을 들은 우충식은 호흡이 가빠졌다. 바로 손을 뻗어 뺏고 싶었지만 김예훈이 더욱 빠르기에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을 잘 알았다.하지만 바로 김예훈을 등진다면 패쪽을 빼앗는다고 해도 우충식은 이 패쪽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것이다.우충식의 머릿속에 많은 생각이 지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와인을 들고 한입 마시더니 온화하게 김예훈을 쳐다보며 얘기했다.“전에 미인에 빠진 사람은 세속에 관심이 없다는 말이 있었는데 전 믿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믿을 수밖에 없겠군요. 김예훈 씨, 당신이 어디서 이 패쪽은 가진 건지 알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패쪽은 부산에서 둘도 없는 권력을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이 패쪽만 있으면 부산 용문당의 10만 제자들이 당신을 위해 일할 겁니다. 하지만 당신은 현아를 위해 이 귀중한 패쪽을 저에게 넘길 것이라니. 감동이군요. 내 딸이 앞으로 예훈 씨와 사귄다면 난 현아를 걱정할 필요가 없겠어요.”우충식은 의미심장하게 천천히 얘기했다.“그러니 전에 내 뺨을 때린 일은 없던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소란을 피운 것도 없던 일로 하죠. 그리고 이 패쪽을 훔친 일도 못 본 것으로 하겠습니다.”여진수 등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살짝 굳어버렸다. 우충식이 이렇게 얘기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우충식은 항상 상류층 사람으로서 그의 권력에 도전하거나 시비를 거는 사람은 가차 없이 치워버렸으니까.“부회장님이 말한 것들에 대해서 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이 패쪽이 무슨 의미인지도 중요하지 않아요.”김예훈이 일어나서 손을 뻗어 우충식의 얼굴을 가볍게 툭툭 쳤다.“그저 묻죠. 이 패쪽을
동하임은 애정이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가끔은 한발 물러서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감정을 드러내면 결국 자신만 해칠 뿐이라고요. 심지어 오늘 저녁의 일은 오륜 사찰에 사과해야 한다고 봐요. 멀지 않아 곧 다시 저희 체면을 되찾을 수 있는 거잖아요.”김예훈은 그저 웃으면서 쓰디쓴 차를 한 모금 마셨다.띵.바로 이때, 동태원은 핸드폰이 갑자기 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는 양해를 부탁드린다며 전화를 받았다.그런데 잠시 후,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이다.“장무준과 마리아가 낙찰받은 총사령관님의 칼을 장씨 가문으로 돌아가는 길에 도난당했다고?”김예훈 역시 보복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몰랐는지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마리아는 돈을 내자마자 장무준과 함께 경매장을 떠났다.그런데 시즌 호텔을 벗어난 지 1킬로미터도 안 되는 십자 거리에서 갑자기 열 몇 명의 마스크를 쓰고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튀어나올 줄 몰랐다.이들은 마리아와 장무준의 보디가드를 쉽게 제압한 것도 모자라 마리아의 뺨까지 때려서야 멋지게 떠났다.경찰은 신고받고 CCTV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마침 고장 나서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다.당연히 누가 범인인지 찾을 방법이 없었다.전 재산을 털어 총사령관의 칼을 낙찰받은 마리아는 현장에서 피를 토해내면서 기절한 바람에 응급실까지 긴급 호송되었다고 했다.김예훈은 깨 고소한 기분이긴 해도 과연 누가 진주에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궁금했다.비록 총사령관의 칼이 매우 높은 수집 가치를 가지고 있었지만 이것때문에 영국과 진주 장씨 가문을 건드리는 것은 별로 가치 없는 일이었다.이 일에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은 김예훈은 약식을 먹은 후에 쉬기로 했다.하지만 동태원은 김예훈이 오륜 사찰을 건드린 관계로 시즌 호텔에 있기에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설득 끝에 김예훈을 동씨 가문의 별장으로 초대하게 되었다.김예훈은 그의 성의를 거절할 수 없어 바다와 가까운 방에서 휴식하기로 했다.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은 스위트룸보다 훨
“그래요? 선재 스님이랑 만나는 거 아니었어요? 혜선 스님을 마음에 두고 있다고요?”’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지었다.“오륜 사찰이 김현민 도련님의 후궁이라도 되는가 보죠.”“쉿. 함부로 말씀하시면 안 돼요.”동태원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살펴보더니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해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 왕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경기도에서는 오륜 사찰의 영향력이 어마어마한 거예요. 함부로 무술의 경지라고 불리는 게 아니라고요. 도련님께서는 이번에 혜선 스님뿐만 아니라 오륜 사찰의 명예마저 건드린 거예요. 이것으로 오륜 사찰에서 충분히 도련님을 증오할 만하죠.”동태원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며칠 동안은 가급적이면 외출하지 않는 것이 좋겠어요. 오륜 사찰 측에 도련님을 건드릴 만한 핑계를 주지 말아야죠.”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선재 스님이 허씨 가문에 한 짓거리들을 저한테 들통난 뒤로 저는 이미 오륜 사찰과 원수를 맺게 되었어요. 오늘의 일이 있었든 없었든 어차피 만나게 될 운명이었어요. 그래서 기회가 된다면 오륜 사찰에 본때를 보여주고 싶어요. 오늘은 단지 시작일 뿐이에요.”동태원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도련님, 그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일반적인 재벌가도, 명문가도 아니네요. 그들의 분노를 감당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요. 도련님이 진주·밀양에서 닦은 기반으로는 절대 오륜 사찰과 맞설 자격이 없어요.”동태원은 정말로 애정이 어린 충고를 하고 있었다.오륜 사찰이 진주·밀양에서 가진 힘에 비하면 김예훈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진주·밀양에 온 지 보름도 안 되었는데 그렇게 큰 장벽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도련님, 저희 아빠가 없는 얘기를 한 것도 아니에요. 오륜 사찰은 정말 끔찍한 존재라고요.”동하임은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단순히 무력이나 에너지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인맥도 대단하다는 거예요. 가장 중요한 것은 관주님이신 오륜 승려님이 거의 백 세
반 시간 뒤, 김예훈과 동하임은 다시 스위트룸으로 돌아왔다.동하임은 방에 들어올 때 표정이 이상한 것이 할 말이 있어보였다.잠시 후, 노크 소리가 들려오더니 동태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그 역시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이 이상한 것이다.김예훈은 동하임을 힐끔 쳐다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동태원은 박장대소를 짓더니 아무렇지 않게 걸어들어왔다.“김 도련님, 하임이를 탓하지 마세요. 어젯밤 일을 저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해도 제 능력으로는 늦어도 내일 아침에는 알았을 거예요. 그러니까 하임이가 도련님을 팔아먹은 것도 아니죠.”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총독님, 무슨 그런 농담을 하세요. 하임 씨가 총독님께 알린 것도 너를 위해서겠죠. 이해하니까 탓할 마음도 없어요.”“그러면 됐어요.”동태원은 차를 따르며 한참 고민 끝에 나지막하게 말했다.“김 도련님, 굳이 돌려서 말하지 않을게요. 도련님이 전설속의 총사령관님인지 아닌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제가 마음의 준비라도 하게요. 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정말 진주에서 활개 치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요.”동태원의 표정을 보고있던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맞든 아니든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렇게 중요할까요? 맞으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데요? 모든 사람이 그 칼이 신물이 아니라서 총사령관님께 들고 가봤자 요구를 들어달라고 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으면 됐죠.”동태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허벅지를 치면서 말했다.“김 도련님은 역시나 똑똑하신 분이네요. 한 번의 훼방으로 바로 칼의 의미를 부정해 버렸네요. 이렇게 된다면 영국 사람이 총사령관님을 찾아가더라도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셔서 당황하지는 않을 거 아니에요. 정말 우리 대한민국의 체면을 지켜주셨네요. 아니면 약속을 지키시는 총사령관님의 성격을 이용했으면 어쩔뻔했어요. 그런데 아쉽게도 김 도련님 이미지만 나빠졌네요. 지금 밖에서는 김 도련님이 허세를 부리는 내륙인이라고 소문이 났거든요. 심지어 어떤 사람은 부산 용문당 회장
마리아를 쳐다보던 김예훈은 상대방이 자신을 이렇게 칭찬하자 부끄러워 그녀의 뺨을 때릴 수조차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증거 같은 거 필요 없어. 왜냐, 내가 총사령관이거든. 내가 신물이 아니라고 하면 신물이 아닌 거야. 알겠어?”현장 분위기는 들끓기 시작했다.모든 사람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부산 용문당 회장이자 경기도 김세자가 바로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라고?’‘만약 정말 총사령관님이라면 이 검은 정말 아무런 의미도 없는거잖아.’무대 뒤쪽에 있던 혜선 스님 역시 휘청거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신과도 같은 존재인 그녀에게는 오직 총사령관만이 동경의 대상이었다.‘그런데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저 사람이 총사령관님이라고? 말도 안 돼!’잠시의 정적 후, 장무준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왜요? 저놈이 한 말을 믿는 거예요? 제가 영국 황실 프린세스의 사무실에서 우연히 총사령관님의 사진을 본 적이 있어요. 비록 옆모습밖에 보지 못했지만 전투복을 입고 위풍당당하고 뛰어난 기품을 지닌, 세상을 압도할 만한 기세를 가지고있는 분이셨어요. 그런데 여자 덕분에 경매장에 들어오는 놈이 어떻게 총사령관님일 수가 있어요! 부산 용문당 회장, 그리고 경기도 김세자의 신분도 여자 덕분에 따낸 거라고 들었어요. 아내가 부산 견씨 가문의 제9대 수장이라 김세자로 될수 있었고, 또 우현아 씨 덕분에 우충식 부 회장님의 도움을 받아 부산 용문당 회장이 될수 있었다고요. 솔직히 말해서 여자 등만 처먹는 염치없는 놈이라고요. 정말 웃겨서 원. 저런 놈이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면 믿으실 거예요? 아무리 총사령관님 행세를 해 봤자 아닌 건 아니라고요.”사람들은 곰곰히 생각해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역시 장무준 도련님은 대단하시네요. 어떻게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어요?”“하긴, 저희가 생각이 너무 많았네요. 전설 속의 총사령관님이 어떻게 저희 앞에 나타날 수 있겠어요.”“게다가 총사령관님은 세상을 뒤흔들 정도로
“그런데 그냥 총사령관님의 물건일 뿐,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야. 이것은 총사령관님이 유라시아 전쟁에서 사용하다가 버린 쓰레기일 뿐이라고. 어떤 염치없는 사람이 전쟁터에서 이걸 주워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가지고 있으면 총사령관님이 요구를 들어줄 거라고? 제발 잘 생각해 봐. 부러진 칼 한 자루로 총사령관님께 요구를 들어달라고 할수 있을까? 이건 그냥 망상일 뿐이야. 이 칼에 죽은 영혼이 수없이 많으니, 집에 가져가서 귀신을 쫓는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겠지. 그런데 가느다란 팔다리를 보아하니 악령에 사로잡힐 수도 있겠는데 그때 가서 총사령관님을 탓할 생각도 하지 마. 절대 인정하지 않을거니까.”김예훈에게는 소지품이 많았기에 부러진 칼 따위는 별로 신경 쓰지도 않았다.아까 입찰받으려고 한 것은 그저 자기 물건이 영국 황실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런데 오륜 사찰이 대놓고 영국 황실의 편을 들어주니 아예 이 칼의 가치를 밝혀보려고 했다.김예훈의 말에 사람들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다.아까 오륜 사찰이 분명 이 부러진 칼을 들고 가면 총사령관이 조건을 하나 들어줄 거라고 했는데 또 김예훈이 아무런 쓸모도 없는 물건이라고 해서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만약 김예훈이 그냥 한 말이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지만 설득력까지 있어 의심하기 시작했다.김예훈이 말한 대로 이 부러진 칼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총사령관의 소지품이 의미 있는 물건이라고 해도 8천억 원으로 낙찰받기에는 너무 비싼 가격이었다.김예훈의 말을 들은 마리아는 멈칫하더니 약간 믿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무대 뒤편에 서 있던 혜선 스님 역시 놀라며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이 물건은 실제로도 누군가 전쟁터에서 주워서 오륜 사찰에 판 것이 맞았기 때문이다.이 물건을 판 사람은 확신에 찬 말투로 총사령관에게 요구를 제시할 수 있다고 했다.총사령관과 관련된 일이라 오륜 사찰
김예훈은 어두운 표정으로 차갑게 말했다.“만족하지 못하겠는데요?”“굳이 저희 경매회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었잖아요.”혜선 스님이 담담하게 말했다.“오셨으면 제 결정을 따라야죠. 이곳은 오륜 사찰의 영역이라 제 말을 따라야 해요. 됐어요. 쓸데없는 말 그만하고 동하임 씨께서 김예훈 씨를 데리고 이곳을 떠나주시기를 바랄게요. 동씨 가문을 봐서 따지지도 않고, 블랙리스트에도 올리지 않을게요. 다음부터는 이러시면 안 돼요.”혜선 스님의 말투는 차갑고 무관심했다.“이것이 바로 최선의 설명이었어요? 이것이 바로 오륜 사찰의 규칙인 거였어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오륜 사찰은 정말 눈에 뵈는 것이 없네요.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요.”혜선 스님은 김예훈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느꼈는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오히려 그 중년 여도사가 차갑게 말했다.“밖으로 모셔!”차가운 표정으로 다가오던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싫증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도련님, 이만 가시죠.”김예훈이 손을 쓰려고 할 때, 동하임이 그의 오른손을 잡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나서면 안 돼요. 오륜 사찰은 도련님이 생각하는 것만큼 평범한 곳이 아니에요. 이곳에서 오륜 사찰을 건드렸다간 살아서 나갈 수 없다고요. 저를 봐서라도 제발 소란을 피우지 말아줘요. 저희 아빠도 간신히 진주 1인자로 되었다고요.”동하임의 간절한 표정에 김예훈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 하임 씨 말을 들을게요.”앞뒤를 가리지 않고 행동할 수 있었지만 동하임과 동씨 가문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다른 사람들 눈에는 오륜 사찰이 경기도 무술의 경지로 함부로 견드려서는 안 되는 곳이었다.“그래요. 이만 가요.”김예훈이 자기 어깨를 두드리며 뒤돌아 이곳을 떠나려고 하자 동하임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도 따라서 안도했다.비록 구경거리를 기대하고 있었지만 김예훈이 정말 오륜 사찰과 큰 싸움이 벌어진다면 피해를 볼까 두
“저는 어떻게든 이 물건을 낙찰받아야겠어요. 1조 원을 제시할게요. 경매장 규칙으로는 항상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가져가는 거 아니겠어요? 가격을 확정하려면 최소한 세 번은 물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요. 그런데 함부로 결정하고 다른 사람에게 낙찰받을 기회도 주지 않았잖아요. 지금 뭐 하시는 거죠? 설마 영국 사람들과 결탁해서 우리 대한민국의 물건을 영국에 팔아넘기려는 건 아니죠? 이 물건이 무엇을 대표하는지 다들 아시잖아요. 이건 총사령관님의 소지품이라고요. 그런 물건을 경매에 내놓는 것부터 그분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요? 그것도 모자라 낙찰자를 함부로 정하기까지 하고. 여러분은 지금 감히 총사령관님을 모독하는 거예요? 정말 정신이 나갔군요!”중년 여도사가 격분했다.“오륜 사찰을 모욕한 대가가 무엇인지 아세요?”바로 이때, 사방에서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젊은 여도사들이 걸어 나와 하나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이 한마디라도 더 했다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모욕이요?”김예훈이 냉랭하게 말했다.“당신들이 한 짓을 굳이 제가 모욕할 필요가 있을까요? 저한테 그럴듯한 설명을 해주시면 바로 이곳에서 나갈게요. 저는 물론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이 납득갈 만한 설명을 해주셔야 할 거예요. 여러분, 안 그래요?”김예훈은 여론의 힘을 잊지 않았다.하지만 아쉽게도 오륜 사찰과 연관된 일이라 아무도 동조하지 않았다.많은 사람은 김예훈이라는 이름을 듣고 최근에 그가 진주·밀양에서 일으킨 소란을 떠올리며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이 아무리 이름을 날렸다고 해도 오륜 사찰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오륜 사찰과 맞서기에는 아직 자격이 부족했다.장무준과 마리아는 그저 이 상황이 어이없을 뿐이다.‘김예훈 이 자식, 미친 거 아니야? 감히 오륜 사찰에 설명을 내놓으라고?’오륜 사찰은 항상 마음대로 행동했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이 정한 규칙을 따르기만 할 뿐, 그들이 설명을 내놓을 일은 없었다.“도련님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김예훈이 또 한 번 가격을 올리려고 할 때, 방금 그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아무런 의심도 없이 자신만만한 말투였다.“8천억 원의 가격으로 총사령관님의 칼은 마리아 씨의 것이 되었습니다.”김예훈에게는 아무런 기회도 주지 않았다.이번에는 편파적인 것이 아니라 아예 마리아의 편을 들어주었다.김예훈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아직 가격을 제시하지도 않았는데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 아닌가요? 저는 1조 원을 제시하도록 할게요.”“저희 성녀분께서 이미 말씀하셨듯이 마리아 씨가 8천억 원에 이 물건을 낙찰받게 되었습니다.”그 중년 여도사는 김예훈을 가볍게 쳐다보고는 딱히 설명하지도 않고 다시 웃으면서 마리아를 쳐다보았다.“마리아 씨, 비용을 내시고 총사령관님의 칼을 가져가셔도 좋아요. 제가 오륜 사찰을 대표해서 축하의 말씀을 드릴게요.”마리아와 장무준 두 사람은 모두 멍한 상태였다.김예훈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서 이 총사령관의 칼을 얻을 기회를 빼앗아 갈 줄 알았는데 말이다.그런데 전설 속의 오륜 사찰의 성녀, 혜선 스님이 직접 나와서 한마디로 상황을 정리해 버릴 줄 몰랐다.혜선 스님의 신분과 지위로는 그녀가 원하는 사람에게 물건을 팔 수 있었다.경매장 규칙 또한 그녀가 정한 것이었다.지금 그녀가 규칙을 바꾸려 하더라도 아무도 그녀를 어찌할 수 없었다.비록 이 가격은 마리아에게는 큰 부담이었지만 그래도 기쁜 마음으로 일어나 총사령관 칼을 손에 쥐었다.중년 여도사 역시 딱히 말릴 생각이 없는 듯했다.비록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지만 성녀가 직접 규칙을 깨뜨린 이상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다.“저는 받아들이지 못하겠는데요?”김예훈이 일어나 차가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왜죠? 제가 이곳에 앉아있을 수 있는 정도면 낙찰받을 권리를 가지고 있는 거 아니겠어요? 오륜 사찰에서 이 물건을 경매에 내놓고 싶지 않다면 사적으로 누군가에게 선물하든 말든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경매에 내놓고 규칙까지
이 가격을 듣자마자 사람들은 갑자기 숨을 죽였다.아무리 총사령관이 요구를 하나 들어준다고 해도 끊어진 칼 하나에 6천억 원을 투자하는 것은 무리였다.게다가 영국 황실을 대표하는 마리아와 계속 경쟁한다고?아무리 돈많은 사람이라고 해도 영국 황실의 보복이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6천억 원을 부른다고?그 모습은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충격에 빠뜨리고 말았다.‘어디서 나타난 놈이길래 이렇게 담이 큰 거지?’“김예훈! 이 자식이!”장무준은 바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지금 일부러 방해하는 거야? 너한테 그렇게 많은 돈이 어디 있어! 돈 없으면서 일부러 가격을 올리는 거, 주최 측의 이익을 해치는 짓인 거 몰라? 저놈을 당장 밖으로 끌어내!”마리아 역시 김예훈을 노려보며 말했다.“김예훈, 남에게 해를 끼치는 짓은 하지 마.”“일부러 방해해? 돈 없으면서 가격을 올려? 남에게 해를 끼쳐?”김예훈은 무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이 물건이 너희 것인 것처럼 말하네. 그렇게 자신 있으면 계속 가격을 올려보든가. 돈 없으면 여기서 잘난 척하지 말고 꺼져. 그리고 영국 황실을 들먹이면서 사람들한테 겁주지 마.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그런 협박이 먹힐 것 같아? 오후에 황실 신분을 박탈당한 사람이 어디서 잘난 척이야. 영국에서 이러는 거 중범죄인 거 몰라?”김예훈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여러분들 믿기지 않으시면 영국 최신 뉴스를 확인해 보세요. 마리아가 황실에서 제명되었다는 소식은 특종일 테니까요.”평소 뉴스에 관심도 없던 사람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핸드폰을 꺼내 확인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수군수군 의논 소리가 들려왔다.“맞아요. 영국 황실에서 제49번째 상속자인 마리아가 황실에서 제명당했다고 입장을 발표했네요.”“그리고 마리아가 황실을 이용해서 행동하는 것이 발각되면 바로 신고할 거라고 했네요.”“결국엔 가짜 신분을 가지고 잘난 척한 거였네요.”이 순간, 사람들은 격분하기 시작하면서 하나같이 소리쳤다.‘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