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정민아는 조용히 말했다. "그만해. 이번에는 김예훈 덕분이야. 게다가 예훈이 때문에 하 비서님과도 연결되었으니, 내가 YE 투자 회사의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됐어.""정말?" 임은숙은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전에도 이 일을 걱정했는데, 이렇게 해결될 줄은 몰랐다. 지금 그녀는 김예훈을 보면서 더 이상 뭐라고 말할 수 없었다."엄마, 우리 그만 쉬자. 난 내일 아침 일찍 YE 투자 회사에 가봐야 돼. 다른 건 이 일을 다 처리하고 다시 얘기할까?"정민아가 말했다."알았어. 이 일이 중요하지."임은숙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 "며칠 동안 바닥을 닦지 못했는데, 빨리 가서 깨끗이 닦아. 만날 싸돌아다니기만 하고 여기를 집이라고 생각해?""네, 알았어요."김예훈은 오래 전부터 임은숙의 태도에 익숙해져서 그와 따지지 않는다. 어쨌든 집안일은 3년 동안 모두 그가 했으며 이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정민아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말없이 김예훈을 한 번 쳐다보고는 샤워하러 갔다.30분 후, 바닥을 닦고 있던 김예훈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으며 정민아였다."여보세요, 김예훈, 뭐 하는 거야? 아직도 바닥을 닦고 있어? 피곤해?”정민아는 잠시 머뭇거렸다. "피곤하면 나한테 올래? 나......"결국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김예훈은 이미 무의식적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여보, 나 피곤하지 않아…"이 몇 글자를 말하고 나서 김예훈은 멍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그는 후회돼서 가슴을 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자신의 뺨을 때리고 싶었고, 마음이 아파서 숨을 쉴 수 없었다. 이 기회를 이렇게 놓쳤다!다음에 정민아가 이렇게 먼저 입을 열 때까지 기다리려면, 어느 세월인지 모른다."민아야, 내가 지금 피곤하다면 쉬러 갈 수 있어?"김예훈은 단호하게 넉살스레 입을 열었다."꺼져!" 정민아의 차가운 목소리와 함께 전화가 뚝 끊겼고, 동시에 방문에서 '펑'하는 소리가 들렸다.김예훈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손에 들고 있는 대걸레를 바라보았다. 됐
친척들의 태도를 보고 화가 치밀어 오르는 정민아는 현장을 힐끗 쳐다보고 차갑게 말했다. "이반지는 내 남편이 선물해 준 거니까 어떻게 해도 팔지 않을 거예요…""정민아! 너 양심이 조금이라도 있어?""우리 정씨 집안이 망하는 걸 보고만 있을 거야?""네가 이렇게 배은망덕한 사람인 줄 몰랐네. 우리 정씨 집안에서 괜히 너를 이렇게 키워 가지고 정말 아깝네!"사방에 있는 정씨 집안 사람들이 떠들어 대기 시작했고 정민아가 하은혜에게 반지를 선물할 수 있다면 정씨 집안에게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우리 아내보고 반지를 선물하라고요? 당신들은 왜 자기네 집을 선물하지 않아요? 당신들이 집을 모두 YE 투자 회사에 선물하면 그쪽에서도 당신들의 요구를 들어줄 것 같은데요.”이때 홀의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열리자 누군가가 천천히 들어왔다.모든 사람들이 쳐다보고 하나같이 재수 없다는 얼굴이었다.정지용은 더욱 퉤 하고 욕설을 퍼부었다. "김예훈, 너 이 병신 새끼가 무슨 자격으로 여기에 와? 이번엔 너를 오라고 한 사람이 없어!"“아내가 업무 담당자가 되는 순간을 보러 왔는데 안 돼요?” 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했다."업무 담당자는 무슨? 계약을 해결하지 못하면 너희 둘을 지금 당장 쫓아낼 거다! 너는 정말 네가 무슨 인물이라도 되는 줄 알아?"정지용은 냉소했다."그만해!" 상좌의 정씨 어르신이 탁자를 툭 쳤다. "어느 때라고 떠들어 대는 거야. 민아, 지금 무슨 상황인지 말해봐.""투자 건은 이미 다 해결했습니다." 김예훈이 오는 것을 보고, 정민아는 어찌된 일인지 모르지만갑자기 마음이 안정되었고, 이 순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YE 투자 회사가 우리에게 55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방금 말하려고 했는데, 다들 너무 열정적일 줄 몰라서 말할 기회조차 없었습니다.”"네가… 해결했다고요?"정지용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정민아가 몇 번이나 갔는데 거절당했다는 말을 듣지 않았는가? 이 순간 어떻게 해결되었지?투자 건을 해결한 게 정씨 집안에게는 반
"할아버지, 또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지금 공사 기간이 촉박해서 내일부터 쇼핑센터 초반기의 말뚝 박기 공사를 시작하려고 하는데, 정씨 집에서 믿을 만한 사람을 뽑아 현장 감독하고 싶어요."정민아는 계속 말했다.어르신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우리 정씨 집안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골라 봐."정민아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김예훈을 한번 쳐다보고 말했다. "할아버지, 김예훈을 데려가고 싶은데…."지금 정민아는 조금 기대를 하고 있었다, 현장을 감독하는 일은 힘들고 육체 노동이지만, 제일선의 상황을 접할 수 있다. 정민아는 지금 김예훈을 조금씩 받아들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그녀는 김예훈이 단순히 다른 사람의 운전기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발전하기를 바랬다.어르신은 눈살을 약간 찌푸리며 바로 승낙하지 않았다.오히려 정지용은 갑자기 책상을 툭 쳤다. "정민아, 너 정말로 쇼핑센터 프로젝트를 네가 책임진다고 네 자산이 된 거라고 생각해? 감독 같은 이렇게 중요한 일을 어떻게 이 바보한테 맡겨? 혹시 현장에서 제멋대로 굴면 그 책임은 누가 질 수 있어?"정민아는 눈살을 찌푸리고 말했다. "할아버지께서 이 프로젝트는 제가 총괄하라고 말씀하셨으니 제가 감독시키고 싶은 사람에게 감독시킬 거예요."정지용은 차갑게 말했다. “정민아, 이 데릴사위와 함께 우리 정씨 집안의 재산을 노리는 거 아니죠?너희 부부 둘이, 한 명은 프로젝트 담당자이고 한 명은 프로젝트 감독이고, 그때 가서 수단을 피우면 수백억 원의 자금이 모두 너희들의 호주머니에 들어가는 거 아니죠?”"할아버지, 이 일은 허락하면 안 돼요! 이 데릴사위는 남이예요!""너!" 정민아는 기가 막혔고, 이 정지용은 항상 자기의 생각으로 남을 추측하며 모든 사람들이 그와 같을 줄 알고 어디를 가든 수단을 피운다고 생각한다.어르신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면서 한쪽은 아끼는 손자이고, 다른 한쪽은 방금 투자를 받아온 손녀인데, 그는 정지용의 편을 들고 싶지만, 방금 투자금을 받았는데 또 문제가 생
얼마되지 않아 정씨 집안이 YE 투자 회사로부터 투자금을 받았고, 게다가 투자금 200억 원을 추가했다는 소문이 남해시 상류사회에서 퍼졌다."이번에 정씨 집안에서 투자금 550억 원을 받을 수 있다는 건 그 집 여자 덕분이라면서!""이 여자 대단하네! 데릴사위를 들인 그 사람 아닌가?""데릴사위라고 하면 2만 원에 를 사서 YE 투자 회사 신임 대표에게 선물해준 것 같아….""어쩐지!""혹시 그 신임 대표님이 정민아에게 관심이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한동안 외부에서 의견이 분분했지만 정씨 가문의 재기를 막을 수는 없었고, 오후에 이미 많은 가문의 주인들이 찾아왔다.정씨 집에는 차량 왕래가 끊이지 않아 몹시 시끌벅적했고 김예훈 외에 정씨 집안 사람들이 모두 거기에 있었다.어쨌든 정씨 집안은 지금 다시 권세가 커지고 있다. 현재 남해시의 많은 가문들이 투자가 취소되었는데, 정씨 집안은 투자를 받았다. 지금 이 순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정씨 집안을 찾아와서 노하우를 얻으려 하는지 모른다.안타깝게도 당사자인 정민아가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이 투자에 대한 세부적이 과정을 전혀 모른다.......화이트골드 호텔김예훈은 어렵게 시간이 되어 오정범을 만나고 싶었는데, 뜻밖에도 여기서 아는 사람 손건우를 만났다.손건우도 김예훈을 만났을 때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오늘 많은 돈을 써서, 많은 인맥을 동원해서 오정범을 찾아 김예훈을 혼내달라고 도움을 청하러 왔는데, 이 순간 김예훈이 제 발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김예훈, 정말 사람은 어디서라도 꼭 다시 만나게 되네요?"손건우는 웃고 있었지만, 김예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어두움이 가득했다. 경매장에서 김예훈 때문에 그는 엄청 망신당했고, 게다가 정민아에 대한 남다른 집착으로 인해 깊이 빠진 거 같았다. 오늘 그는 많은 인맥을 찾아 불법 조직의 오정범과 연락이 되었는데, 오정범이 김예훈의 다리를 부러뜨려 이 데릴사위가 계속 날뛸 수 없게 해주기를 바랐다."혹시 오정범을 찾아
"아닙니다... 형님을 무시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제 뜻은, 저 새끼를 병신으로 만들어달라는 말입니다..." 손건우는 엄청 당황했다, 아까는 그렇게 정중하던 사람이, 오정범은 왜 지금 화가 났을까? 설마 내가 돈을 적게 준다고 하여 그런 것인가? 5억이 적은 돈은 아닌데... 날로 먹는 셈인데,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나한테 왜 이래라저래라 지랄이야!?" 오정범이 한 발 앞으로 걸어 나와 그를 걷어찼다, 옆에 있던 부하들이 막 앞으로 나오려고 하자 오정범이 크게 소리치며 말했다:"다들 가만히 있어, 이 새끼 오늘 내가 죽이고 만다!""정범 형님, 그런 뜻 아닙니다, 전 형님께 돈을 드리러 온 겁니다...""정범 형님, 돈을 더 지불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정범 형님, 왜! 왜 이러는 겁니까?!""아악-"마지막으로 처량한 비명이 전해졌다, 가슴을 파고드는 통증이 몰려왔다, 한평생 응석받이로 자랐던 손건우가 언제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겠는가? 이때 그는 바닥에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도련님, 정신을 잃은 것 같습니다..." 이때, 오정범이 공손하게 두 손을 모으고 빠른 걸음으로 걸어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이제는 무슨 돈이나 다 받는 겁니까?" 김예훈은 손건우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한테 손건우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 "내가 당신의 뒤를 봐준 건 죄 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라고 그런 게 아닙니다, 만약 그 뜻도 모르고 있다면 내가 다른 사람을 찾을 수밖에요.""도련님, 제 실수입니다, 고의가 아니었습니다, 브로커의 소개로 제가 한번 만나러 온 것입니다, 만약 이런 일이었다는 걸 알았다면, 절대 기회를 주지 않았을 겁니다..." 오정범의 안색이 창백했다, 김예훈 앞에서 그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똑똑히 알아둬요, 난 당신을 그 자리에 올려놓을 수도 있고 끌어내릴 수도 있는 사람입니다, 이 김예훈의 형제가 될지 아니면 적이 될지는 당신이 선택해요." 김예훈이 무심하게 말하고는 오점범의 사무실로 들어가 소파에
오정범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백씨 가문은 정상적인 기업 경영뿐만 아니라 조폭과도 관계있는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문에 보안회사가 하나 있는데 남해시의 사업을 거의 절반 이상 독점하고 있습니다.""전에 YE 투자 회사에서 투자 철회를 결정하며 두 직원이 상황을 설명을 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저희 쪽에서 제때 손을 쓰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 두 사람은 맞아 죽었을 겁니다.”"김씨 가문에 태끌을 걸어왔다고요?"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었다, "백씨 가문이 이렇게 담이 크다고?"오정범이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백씨 가문은 내세울 만한 게 없습니다, 하지만 백씨 가문에서 손용석과 어울리기 때문에 그들이 감히 이렇게 날뛰는 것입니다."오정범이 말하는 손용석은 남해시의 지하 세계의 또 다른 큰손이다, 그 세력이 오정범과 비슷해 서로 견제만 할 뿐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그러니까 이 손용석이 백씨 가문의 빽이라는 거군요."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한테 이 말을 하는 건 지금 당신이 해결하지 못하겠다는 뜻입니까?""아닙니다." 오정범이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만약 그쪽을 치게 된다면 우리 쪽의 세력도 큰 손해를 입게 됩니다, 도련님의 명 없이 제가 함부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손용석의 본사는 어디에 있습니까?"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백씨 가문의 보안 회사 건물의 지하실에 있습니다, 그곳이 지하 권투장입니다." 오정범이 말했다."그럼 오늘 밤 한번 가보죠, YE 투자 회사의 일에 그 어떠한 문제가 생겨서도 안 됩니다." 김예훈이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회사 일은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한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또 있다, 이런 데 더 이상 신경 쓸 겨를이 없다."네, 오늘 밤 준비해두겠습니다." 오정범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준비는 무슨? 우리 둘이 가면 됩니다, 저녁에 데리러 올게요." 김예훈이 오정범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손용석을 만나러 가는데 무슨 준비까지?그가 화이트골드 호텔을 나오는
오후, 김예훈의 전화가 울렸다, 정민아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전화를 받자 정민아의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훈씨, 방금 YE 투자 회사의 첫 투자금이 들어왔어, 기회가 된다면 하은혜 비서님한테 고맙다고 전해줘.""응?" 김예훈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정민아가 뭔가 알아챈 것일까?그러나 정민아가 이내 말을 이어갔다:"당신 친구라며? 괜찮다면 시간 내서 식사라도 대접하는 게 좋을 것 같아.""나중에, 평소에 엄청 바쁘다고 들었어." 김예훈이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했다.무슨 그런 끔찍한 말을? 두 사람이 함께 밥을 먹으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아 참, 오늘 저녁에 일이 있어, 조금 늦게 들어갈 거야." 김예훈이 문뜩 다른 일이 생각나서 입을 열었다.정민아가 잠시 침묵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밤... 우리 방문은... 아마... 아마도... 아마... 잠그지 않을 거야...""뚜뚜뚜..."말을 마치고 정민아가 바로 전화를 끊었다.김예훈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보아하니 오늘 밤 빨리 가서 손용석을 해결해야 할 것 같다, 늦게 집으로 돌아가면 방에 들어갈 수 없게 될 것이다, 그건 너무 손해가 큰일인데 말이다!......손용석, 남해시 지하 세계의 큰 인물 중의 한 사람, 원래는 싸움박질만 하던 조폭들의 우두머리였는데, 백씨 가문의 뒤를 봐주기 시작하면서 돈도 있게 되고 사람도 있게 되어서 이내 자신의 신분을 세탁하였다.현재 대외로 손용석의 신분은 백씨 가문의 보안회사 고문이다, 그러나 사실 그는 안전감이 없는 사람이었다, 평소에 그는 보안회사의 수천 평에 달하는 지하실에서 거주하고 있다.이곳은 그의 거처이기도 하고 그의 부하들이 모이는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정기적으로 지하 권투 시합을 진행할 수 있어 지하 세계에서는 꽤 인기 있는 장소이다.신분과 금전적인 지위로 볼 때, 손용석은 절대 김예훈이 뒤를 봐주는 오정범을 따라올 수 없다.하지만 단순히 아래 부하들의 능력을 놓고 볼 때, 오정범
이와 동시에.지하 권투장의 VIP 룸 안, 전통의상 차림인 한 노인이 두 손을 뒤로 하고 앞을 바라보고 있다, 그의 얼굴에는 화난 기색이 역력한데, 이곳에 대해 매우 불만이 있는 것 같았다.TV에서 보물 감정 프로그램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바로 선우건이, 보물 감정계의 대가이다.그가 남해시에 나타나 원인은 그의 수중에 아주 진귀한 물품이 있는데 그걸 감정하려면 김예훈의 도움이 필요해서였다.그러나 오늘 밤 이곳 지하 권투장은 옛 친구를 만나러 온 것이었다.이때, 선우정아가 그의 옆에서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다.그들의 있는 방의 창문으로 내려다보면, 마침 아래 링에서 진행되고 있는 권투 경기를 볼 수 있었다.비록 그들이 명문 가문의 일원이기는 하나, 골동품 사업을 하다 보면 이런 밑바닥 사람들과도 자주 어울리기에 이런 장소에도 종종 왔었다.그러나 선우건이를 화나게 한 건, 그 옛 친구라는 사람이 아직 도착하지 않아서 멍하니 기다리고 있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끼익" VIP 룸의 문이 열렸다.손용석이 웃으면서 들어왔다, 그가 시선을 도도한 선우정아한테로 옮기더니 이내 자기도 모르게 침을 흘렸다.하지만 손용석도 체면이 있는 사람이고, 선우 가문이 남해시에서의 지위도 잘 알고 있기에 감히 함부로 하지 못하고 어렵게 시선을 거두었다, 그가 선우건이를 향해 몸을 돌리며 말했다:”어르신, 이번에 제가 삼촌의 명의를 빌어 어르신을 이리 초대한 건 한 가지 물건을 어르신한테 감정받고 싶어서입니다, 워낙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물건이라 제가 감히 마음대로 가져갈 수 없어서 여기로 모신 것이니 어르신께서 용서해주십시오."선우건이는 원래 화가 났지만 이 말을 듣고 눈을 반짝이었다:"무슨 물건이냐?""서주 시기의 물건인데 상향옥이라고 합다니만 저도 그 진위를 확정할 수 없습니다..." 손용석이 말했다."상향옥이라..."선우건이가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 "물건은?"손용석이 웃으며 말했다:"어르신,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물건
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일본인이 말 잘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오늘 그걸 직접 경험할 줄이야. 대한민국 무신이 나한테 이런 말을 했으면 분명 믿었을 거야. 그런데 입만 번지르르하고 배신에 익숙한 일본인이 한 말을 어떻게 믿으라고. 내가 곧 죽을 나이가 된 건 맞지만 알건 다 알아. 남양국과 대한민국 간의 분쟁은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어. 그런데 만약 언젠가 일본이 목적을 달성하는 날이 다가온다면 우리 남양국도 좋은 날이 없을 건 확실해. 공과 사를 불문하고 내가 너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설득에 실패한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러면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얼마든지 덤벼. 지옥으로 보내줄 거니까.”아마미네 토시로는 표정이 심각해지더니 속으로는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진주·밀양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다고?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세력을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거지? 김예훈을 죽이지 않았다간 앞으로 일본인이 진주·밀양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할 거야.”“불가능할 텐데? 지금은 물론 전성기 시절에도 나를 죽이지 못했을 거야. 나를 죽이려면 아마 야마자키파 전 수장인 야마모토 타케시를 모셔 와야 할 거야.”양상철은 태연하기만 했다.“넌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어.”아마미네 토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분은 더 이상 속세의 일에 관여하지 않기로 했어. 너 같은 잡것들이 어르신을 방해하지 않게 내가 노력할 수밖에.”아마미네 토시로는 또 알약을 하나 삼켰다.알약을 삼키자마자 그는 근육이 수축하면서 눈동자가 새빨개지기 시작했다.다음 순간 양상철을 향해 비수를 날렸다.양상철은 넓은 소매를 휘둘러 비수를 한쪽으로 내팽개쳤다.펑.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지면서 숲속에 불꽃이 튀겼다.이 모습에 양상철은 속으로 일본인이 정말 뻔뻔하다고 욕했다.‘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옆길로 샐 궁리만 한다니. 정말 염치가 없네.’공격을 피한 양상철은 앞으로 나
오륜 사찰 금지구역.아마미네 토시로는 복부 상처를 감싸 쥔 채 얼굴이 일그러져있었다.그는 곧 알약 하나를 삼키고는 절벽 끝에 엎드려 망원경으로 아래쪽 상황을 지켜보았다.잠시 후 그는 얼굴이 약간 창백해지더니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혜선 스님이 아직 저 자식을 죽이지 않았다니. 역시 여자 등이나 처먹는 기생오라비가 맞았어. 여자들마다 아까워서 죽이지 못하잖아.”아마미네 토시로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이곳에 남긴 흔적을 없애고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다.그런데 일어서는 순간 뒤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려왔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무언가를 짐작한 듯 재빨리 거즈로 상처를 감싸고는 검을 쥐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1분 1초가 흘러가면서 주변 공기는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이 순간은 1분이 마치 1년처럼 느껴졌다.잠시 후, 마침내 숲속에서 어떤 노인이 뒷짐을 쥐고 서서히 걸어 나왔다.그는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면서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아마미네 토시로를 쳐다보았다.아마미네 토시로는 맞은편에 있는 노인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남양 무신 양상철?”양상철이 덤덤하게 말했다.“나를 알아봤으면 너의 아들보고 너한테 전하라고 한 말도 들었을 텐데. 지금 보니 내 말을 귓등으로 흘린 모양이군. 왜. 10년 동안 너무 조용하게 지냈더니 나를 잊은 거야?”남양 무신 양상철을 알고 있는 아마미네 토시로는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남양국이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섬라국과 화국에 의해 멸망하지 않은 것도, 심지어 동해 해역에서 꽤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양상철 덕분이라고 할 수 있었다.전해지기로는 대한민국 출신인 그의 조상님이 남양국으로 이주한 뒤 혼자 힘으로 이 나라를 일궈냈다고 했다.남양 무신은 남양인들의 존경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남양국을 쥐락펴락할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남양국에는 무신이 한 명뿐이지만 단 한 명으로 모든 적을 물리칠 수 있었다.적어도 아마미네 토시로는 지금 상태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총사령관님은 젊고 멋있는 분이야. 포스까지 장난 아니라고. 그분은 우리 대한민국 국방부의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무슨 염치로 자기가 총사령관이라고 하는 거야? ‘총사령관’이라는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혜선 스님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이 이유만으로도 난 네가 너무 싫어졌어. 오륜 사찰에 사람을 함부로 죽여서는 안 되는 규칙만 없었더라면 넌 오늘 살아서 나가지도 못했을 거야.”김예훈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내가 한 말은 다 사실인데 믿든 말든 마음대로 해.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그런 말을 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네.”혜선 스님은 김예훈이 우상인 총사령관의 이름을 더럽혔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녀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말했다.“김예훈을 쫓아내. 저 자식이 원하든 말든 진주 밖으로 쫓아내라고. 그리고 앞으로 김예훈이 총사령관이라고 자칭하거나 진주·밀양에 발을 내딛는 순간 오륜 사찰에서 죽여버릴 거라는 공식적인 입장도 전해.”혜선 스님은 말을 끝내자마자 뒤돌아 떠나려고 했다.다음 순간, 열몇 명의 오륜 사찰 제자들이 나타나 검으로 김예훈을 겨냥했다.그중 한 명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김예훈, 꺼져.”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한 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혜선 스님을 바라보며 말했다.“혜선 스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전해. 나를 오륜 사찰에서 쫓아내는 건 상관없는데 진주·밀양에서 쫓아낼 생각은 하지도 마. 내가 총사령관이 아니라고 생각된다면 한마디만 물을게. 김현민이 곧 9대 국방부 총사령관이 될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걔가 과연 전설 속 당도 부대 총사령관일까? 나이, 실력은 막론하고, 정말 김현민이 총사령관이라고 생각해? 총사령관님은 유라시아 전쟁에서 5대 강국을 단숨에 제압하고 혼자 힘으로 일본의 수많은 검신, 음양 대가들을 물리치신 분이야. 총사령관님 같은 분이 굳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를 탐내서 일본인에게 굽신거릴까? 솔직히 말해서 김현민 같은 사람한테 총사령관이라는
“24시간 내로 진주에서 꺼져주시면 예전에 있었던 일을 따지지도 않을게요. 어쩌면 저희가 약간의 혜택도 드릴 수 있어요.”혜선 스님의 진지한 말투에 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성녀님, 저희 오늘 두 번째로 만나는 거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도 싫으세요? 제가 정말 진주를 떠났으면 좋겠어요?”“네. 김예훈 씨가 진주에 오고부터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어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내부에서도 분열 조짐을 보이고 있고요.”혜선 스님은 차분한 모습으로 제자가 건넨 차를 마시며 말했다.“안동 김씨 가문은 진주·밀양의 기둥과도 같아요. 김예훈 씨 존재만으로도 진주·밀양에 피바람이 불고 있는데 하루빨리 떠났으면 좋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을 위한, 진주·밀양을 위한, 김예훈 씨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이 간단한 조건을 들어주시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혜선 스님,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이렇게 많은 일이 벌어진 걸 보면 김현민이 수장 자리에 앉을 자격이 없는 거 아니겠어요? 제가 있든 없든 수장 자리를 지켜낼 자격이 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랑 아무런 연관도 없는 일이 아닐까요? 이런 일로 제가 진주 떠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혜선 스님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씨, 왜 그렇게 고집을 부리는 거예요?”“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라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해서 그래요. 제가 왜 진주를 떠나야 하는 거죠?”김예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직설적으로 말했다.“이곳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제 자유 아닌가요? 아무도 저한테 뭐라 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요? 오륜 사찰이 아직 저한테 해명해야 할 것이 있는 건 둘째치고, 그런 일이 없었다 하더라도 제가 실수로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봤다고 꺼지라는 거예요? 혜선 스님, 장사를 너무 잘하시네요. 오히려 제가 그 보잘것없는 몸매를 보고 눈을 버릴 뻔했는데도요? 서로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괜찮은데 이걸로 저를 협박해서 진주에서 쫓아내려
옷을 갈아입고 나온 혜선 스님은 정말 선녀와 다를 바 없었다.그녀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로 김예훈을 차갑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제 목욕탕에 무단 침입했으니 김예훈 씨를 죽일 수도 있었어요. 그런데 전에 선재 스님 사건 때 저희 오륜 사찰에 해명을 요구했었죠? 이제 서로 빚진 것이 없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혜선 스님.”오륜 사찰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성녀님의 알몸까지 봤는데 이대로 넘어간다고? 아, 선재 스님 사건을 해명하지 않아도 된다고? 그러면 누가 손해 보는 거지?’이때 한 여제자가 무의식적으로 혜선 스님을 힐끔 쳐다보며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설마 오륜 사찰과 맨날 사이가 안 좋던 저 자식을 성녀님이 인정해버린 걸까?’김예훈은 그저 어이없기만 했다.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이 여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하지만 오늘은 어쨌든 잘못한 것이 있으니 천천히 목욕탕에서 나와 혜선 스님이 살벌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운데 향긋한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냈다.그의 아무렇지 않은 행동에 한 제자가 말했다.“그건 성녀님께서 몸 닦는 수건인데...”퍽.제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혜선 스님은 얼굴이 빨개지면서 앞으로 걸어가 김예훈의 가슴팍을 쳤다.퍽.김예훈은 재빨리 손으로 막았지만 뻘쭘한 마음에 별로 힘을 쓰지도 않았다.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혜선 스님이 이미 수건을 빼앗아 간 후였다.혜선 스님의 표정은 다시 냉랭해지면서 김예훈을 차가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이제 저희 오륜 사찰에 볼일 없을 것 같은데 이만 가시죠.”김예훈은 상대방의 분노를 느끼고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더 이상 도망가지 않으면 그녀가 칼을 빼 들고 죽일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돌아서서 말했다.“가긴 가겠지만 한마디만 할게요. 오늘 이 일이 정말 우연이라면 제가 해명해야 되겠지만...”김예훈은 말을 하다 말고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만약에 오륜 사찰이 일본인과 손잡고 저를 함정에
“성녀님? 도포? 오륜 사찰? 당신이 바로 혜선 스님이에요?”보지 말아야 할 모습까지 다 봐버린 김예훈은 표정이 일그러져있었다.오륜 사찰의 성녀인 혜선 스님의 목욕탕에 빠질 줄은 상상도 못 했다.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얼굴을 보니 왜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고 하는지 이해할 것만 같았다.‘성녀의 목욕탕에 빠뜨리는 것이 바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계획이었나? 정말 그의 계획이라면 김현민이 자기를 죽일까 봐 걱정되지도 않았을까? 그리고 내 기억이 맞는다면 김현민 그 자식이 성녀 혜선 스님을 마음에 품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혜선 스님은 약간 당황하긴 했지만 애써 감정을 추스르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잠시 후, 갑자기 자기 목욕탕에 나타난 이 건방진 자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이때 혜선 스님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 씨?”“뭐? 몇 번이고 우리 오륜 사찰의 얼굴에 먹칠하고 경매회까지 망친 그 김예훈?”“선재 스님을 해친 것도 모자라 3일 안에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았어?”“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성녀님, 저 자식이 이곳에 나타난 건 성녀님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모욕이에요. 죽여야 한다고요.”오륜 사찰의 한 제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곧장 달려들어 김예훈을 검으로 찌르려 했다.퍽.이때 혜선 스님이 손가락을 튕겨서 검을 날려버리고는 뒤돌아 병풍 뒤로 가서 옷을 갈아입으며 말했다.“진주에 어쩌다 천연 온천이 생겼는데 여기서 피를 볼 순 없지.”제자들 모두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성녀님, 저희가 너무 성급했나 봐요. 지금 바로 저 자식을 데리고 나가서 죽여버릴게요.”제자들은 검을 빼 들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직 목욕탕에서 나오지 않은 김예훈을 째려보았다.‘계속 우리 오륜 사찰을 건들던 놈이 감히 성녀님 목욕탕에 뛰어들다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툭하면 죽이느니 마느니 하지 말고 제 설명 좀 들어보면 안 될까요?”김예훈은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그래도 여자 목욕탕에 뛰어들어 못 볼 꼴
쨕.아마미네 토시로는 옆으로 날아가더니 세게 바위에 부딪히면서 피를 뿜어냈다.그는 얼굴이 일그러진 채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긴장하기 시작했다.비록 처음부터 온갖 함정까지 파놓으면서 김예훈을 평생의 적으로 대했지만 김예훈이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침착함을 유지할 줄 몰랐다.연기까지 하면서 겨우 이곳까지 끌고 왔는데 김예훈을 죽이지도 못하고 오히려 뺨 맞을 줄은 더더욱 몰랐다.‘정말 괴물이네.’퍽.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에 뺨 자국이 나 있는 채로 이를 꽉 깨물더니 말없이 공중으로 뛰어올라 검을 휘둘렀다.칼날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유성처럼 빠르고도 정확했다.김예훈도 무심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쨍’하는 소리와 함께 두 사람은 또다시 스쳐 지나갔다. 김예훈은 절벽 끝에 서 있었고, 아마미네 토시로는 울창한 숲 변두리에 서 있었다.“대단한데?”아마미네 토시로는 칼날을 만지작거리면서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너 같은 사람은 몇 년 더 지나면 아마 내가 너의 상대가 안 될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널 얼마든지 죽일 수 있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정말 자신 있었다면 왜 이런 꼼수를 부린 거지? 일본인은 무신 경지에 이르렀어도 결국엔 본성을 잃지 못하네. 네가 도망치려고 바다에 뛰어든 순간부터 넌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었어. 지금까지 너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도 네가 또 어떤 꼼수를 준비했는지 알고 싶어서였어. 그런데 너무 실망이네.”“실망하긴 아직 이른 것 같은데?”아마미네 토시로는 피식 웃고 말았다.“김예훈,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있어? 여기에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냐고. 모르고 있었다면 내가 알려줄까?”아마미네 토시로는 검으로 힘껏 바닥을 내리쳤다.쿵.격렬한 진동이 울리면서 김예훈이 서 있던 절벽이 순식간에 갈라졌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에 쥐고 있던 검을 앞으로 던졌다.“풉.”몸에 검이 제대로 꽂힌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후회되지 않는 듯 미친 듯이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반면으로
“풉!”핏덩이를 토해낸 아마미네 토시로는 한숨을 내쉬었다.“김예훈, 역시 대단해. 어린 나이에 탑 무신 급 경지에 이르다니. 내 눈으로 직접 보지 않았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너 같은 사람이 우리 일본의 귀족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아마미네 토시로, 아무리 쓸데없는 소리를 해도 난 널 살려줄 마음이 없어. 요트에 있을 때 이미 이 구역 통신을 차단하라고 했거든. 간단히 말해서 네가 방금 나 몰래 보낸 메시지, 아무도 볼 수 없다는 뜻이야.”아마미네 토시로는 얼굴이 살짝 굳으며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런데 몇 분 전에 보낸 구조 요청 메시지가 발신 실패로 떠 있는 것이다.“이런 제기랄!”이 순간 아마미네 토시로는 본능적으로 고함을 질렀다.“정말 나랑 끝까지 해보자는 거야? 받아라! 불사참!”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검을 힘껏 내리쳤다.칼날이 얼마나 매서운지 마치 귀신이 울부짖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김예훈은 아무런 무기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미간을 찌푸린 채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하지만 아마미네 토시로가 이 기세를 몰아 검을 휘두를 거라 생각하고 있을 때, 김예훈을 스쳐 지나 산꼭대기 쪽으로 달려가는 것이다.김예훈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무신이라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할 수가 있지? 공격하는 척하면서 또 도망쳐?’“아마미네 토시로, 그만 도망치지?”김예훈이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그만 쫓아오지?”아마미네 토시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계속 울창한 숲을 이용해 김예훈을 따돌리려 했다.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아마미네 토시로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전혀 급할 거 없이 10미터 정도의 거리를 유지했다.한 사람은 도망치고, 한 사람은 쫓아가는 것이 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쫓는 듯했다.곧 두 사람은 산 정상에 가까운 한 공터에 도착하게 되었다.먼저 땅에 발이 닿은 아마미네 토시로의 얼굴에는 음산한 기운이 가득했다.다음 순간 그는 땅을 구르더니 미리
야마자키파 검신, 일본 무신, 황실 어의인 아마미네 토시로는 분명 눈치가 있는 놈이었다.오늘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까지 불러내면서 만반의 준비를 했는데 한 방에 무너질 줄 몰랐다.이런 상황에서 아마미네 토시로가 정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한 남아서 김예훈과 맞서 싸울 일은 없었다.그래서 상대를 존중하는 척 부하의 뺨까지 때리고, 부하의 시체로 요트 엔진을 고장 내서야 쥐도 새도 모르게 도망친 것이다.게다가 도망치는 경험까지 풍부해서 바다 한가운데에 있던 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바닷가에 도착해 있었다.김예훈은 요트 위에 남아있는 잔병들을 힐끔 쳐다보았다.이들은 하나같이 정신이 혼미해져 마치 어떤 신념이 완전히 무너진 듯했다.이들과 말 섞기도 싫은 김예훈은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어 아마미네 토시로가 도망친 방향으로 쫓아갔다.어쨌든 한 시대의 무신이자 검신이었기에 아무리 겁을 먹었다고 해도 실력이 있는 것은 분명했다.김예훈은 오늘로써 한 방에 끝내고 싶었다.아니면 어딘가 숨어서 언제 또 습격할지 몰랐다. 김예훈은 상관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의 안전 또한 고려해야 했다.아마미네 토시로도 김예훈이 놔줄 생각이 없어 보이자 속도를 내 바닷가의 울창한 숲속으로 뛰어들었다.이 지역은 진주 태산 뒷산으로 진주 상류 인사들이 휴양하는 곳이라 절대 개발이 허락되지 않았다.이곳은 산짐승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데 진주에서 보기 드문 한적한 곳이었다.아쉽게도 지금의 아마미네 토시로는 전혀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온 힘을 다했더니 마침내 절벽 끝에 오래 방치된 정자 하나를 발견했다.그런데 숨을 돌리기도 전에 멀지 않은 숲속에서 김예훈이 뒷짐을 쥔 채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김예훈, 내가 이렇게까지 멀리 왔는데 좀 쉬면 안 돼? 요트에 그 많은 사람의 목숨으로는 부족했어? 왜 하필 나를 따라다니는 거야. 노인을 공경할 줄도 몰라?”아마미네 토시로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