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호주머니를 한참이나 뒤져서야 겨우 오만 원짜리 한 장을 꺼냈다. 그리고 아쉬운 듯 경매사에게 건넸다.현금이 이것밖에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푸하하하하.”“하하하하, 너무 웃겨. 진짜 오만 원을 주고 ‘부춘산거도’를 샀잖아.”“돈을 얼마나 안전하게 보관했으면. 잃어버릴가봐 그랬나?”“그랬겠죠. 아마 지금 전 재산이 오만 원일지 어떻게 알아요.”“김예훈, 그림 잘 보관해. 내가 시간 나면 가서 감상할게. 오만 원에 산 명화잖아. 하하하하…”손건우와 강문탁은 너무 웃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김예훈 이 자식 정말 웃기다. 살아 있는 연극 배우인가?’김예훈은 원래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민아의 안색이 점점 구겨지자 한숨을 내쉬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요즘 세월에 그 따위 고전을 좀 안다고 누구나 다 감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조용…한순간이었지만 모든 사람이 김예훈을 바라봤다.‘이 자식 또라이 아니야? 아직도 ‘부춘산거도’가 진짜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돈에 미쳤나봐.’강문탁도 비웃는 표정을 지었다. 김예훈을 계속 노리고 있었는데 한 번도 모자라 이번엔 자초해서 드리대니 어이가 없었다.‘이 자식 진짜 죽고 싶어?’“민아, 저 자식 입 좀 다물라고 하면 안 돼? 창피해 죽겠어.”조이영도 얼굴을 구기면서 말했다. 김예훈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이쪽을 쳐다보는 게 너무 싫었다.정민아가 어색하게 말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니 저러겠지?”정민아도 자신이 왜 이런 말을 했는지 몰랐다. 설마 김예훈에 대한 느낌이 달라졌나?김예훈은 조이영의 말을 들은 척도 안 하고 부드러운 표정으로 정민아를 보면서 싱긋 웃었다.“’부춘산거도’의 전고를 말하자면 또 다른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그해 무용사가 이 그림을 받은 후 직접 모사해 나중에 세상에 알려진 ‘부춘거사도’가 되었습니다. 거기엔 박물관에 전시된 잔본도 포함해서요. 사실은 모두 무용사가 모사한 잔본입니다. 제 말은 잔본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필경 무용사가 모사한 것이니
김예훈이 계속 망신을 당하면 강문탁은 음모를 꾸밀 기회가 생기게 된다.김예훈이 웃으면서 천천히 말했다. “여러분들도 황공망은 ‘원사가’ 중의 일원이고 가장 잘 그리는 그림은 산수화라는 것도 알고 계시겠죠. 수목화를 그리는 필력이 노련하고 단순하며 깊습니다. 전설 속의 ‘천강산수’ 수법입니다. 그로 인해 작품마다 웅장하고 수려한 분위기를 느끼게 합니다. 그러니 저 그림을 보십시오. 제가 말한 것과 같은지 말입니다.”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그림을 쳐다봤다. 김예훈의 말처럼 그럴 듯 해보였다.강문탁만이 콧웃음을 쳤다.‘이걸 갖고 시비를 건다? 인터넷에 떠도는 그림이 모두 복사기로 프린터한 걸 모르나? 원작처럼 프린트할 수도 있는데 말이야.’ 강문탁은 냉소만 칠 뿐 속으로 김예훈을 비웃었다. 김예훈은 주제넘게 나서서 사람들에게 자기가 오만 원을 주고 산 것이 가치가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을 뿐이라 생각했다.하지만 골동품 가문 출신이자 보석 감정에 진심인 선우정아는 진지하게 말했다.“당신이 한 말이 맞아요. 하지만 가짜는 가짜예요. 단순히 필법만 보고 분석한다면 진품을 찍은 사진으로도 충분히 그 효과를 알 수 있거든요. 당신이 산 그림이 정말로 진짜라면 말보다 증거를 내놔야죠. 만약 증거를 내놓았다면 저에게 무엇을 요구해도 흔쾌히 받아드리죠.”“확실합니까? 저를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해도요?”김예훈이 냉정하게 말했다.“좋아요.”선우정아는 이를 갈면서 대답했다. “이 그림이 진품이라는 증거를 내놓으면요!”“와…”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경매장은 환성 소리로 떠들썩했다. 모두 김예훈의 표정을 보면서 속으로 애도했다.‘저 자식이 죽고 싶은가 보네. 감이 이런 말을 하다니. 그야말로 죽음을 자초하는 짓이구먼.’“그래요. 증거를 내놓으시오!”“내가 보기엔 저 데릴사위는 문맹에 도라이야.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를 갖고 막말을 해대면 되는 줄 아나? 감정의 감자도 모르는 것 같아.”“진정한 감정사라면 일리가 있고 증거가 있어야죠! 그런 헛소리가
매화 손 접기는 1940년대 감정 대사들의 독보적인 비결로 어떤 골동품이라고 해도 손이 닿으면 그 진위를 감정할 수 있다고 했다.오늘날 이런 방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선우 가문에서도 어르신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어르신에게 매화 손 접기를 배워준 분이 더는 다른 사람에게 배워주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람에 지금까지 선우 가문 어르신만 알고 있다.그런데 데릴사위가 이 방법으로 감정을 해서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뭐? 매화 손 접기?”선우정아가 한 말을 들은 사람들이 어리둥절했다. ‘저 데릴사위가 진심인가? 아니면 진짜 그런 재주가 있단 말인가?’강문탁과 손건우도 서로 얼굴만 쳐다볼 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들도 식견이 있는지라 선우 가문 어르신이 매화 손 접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외에 할 줄 아는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김예훈 같은 데릴사위가 아는 거지?경매장에서 오로지 김예훈만 담담할 뿐이다. 김씨 가문도 대업을 하는 가문이라 당시 무술뿐만 아니라 보물 감정, 피아노, 승마술과 기마술 등등 조금씩 섭렵했었다.하지만 조금씩 섭렵했다고 해도 일반인이 따라올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김 씨 가문에서 초청한 선생님들은 모두 세계에서 최고이기 때문이다.김예훈에게 감정을 배워준 사부의 이름은 지금까지도 무엇인지 모른다. 오로지 100세 어르신이라는 것만 알고 감정하는 솜씨와 눈썰미가 천하무적이라는 것만 안다. 그 어르신의 말에 따르면 김예훈은 청출어람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 그때 김예훈은 감정에 큰 흥미가 없어 지금까지 발휘하지 못한 것뿐이다.오늘 모두 앞에서 보인 감정 방법은 아무것도 아니었다.자신이 접은 부분을 부드럽게 만져보더니 돌아서서 선우정아를 바라봤다. “정아 씨, 방금 내가 진품이라는 걸 밝히면 아버지라고 부르기로 했죠?”그제서야 선우정아는 김예훈을 우습게 보지 않았다. 이 매화 손 접기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선우정아도 자신의 실력에
강문탁의 얼굴빛이 변하더니 앞으로 몇 걸음 걸어가 차갑게 내뱉었다.“저는 그래도 이 그림이 가짜라고 생각합니다. 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짝퉁이죠. 선우 가문의 어르신이 감정계에서 선조급 인물이죠? 한 번 감정해주셨으면 하는데 부탁드려도 될까요?”선우정아는 흠칫 하더니 강문탁을 감상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자신도 이 그림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니 아예 어르신을 모셔다 감정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 순간에도 냉정함을 유지하는 강문탁이 대단하다 여겼다. 이건 분명 훌륭한 남자라의 아우라다.선우정아가 심호흡을 하면서 앞으로 나섰다.“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할아버지를 모셔와 그림의 진위를 밝히겠습니다.”그리고 휴대폰을 꺼내서 영상통화를 걸었다.그 광경을 본 사람들이 극도로 긴장된 눈빛으로 바라봤다.선우정아의 할아버지 선우건이는 골동계의 원로급 인물이다, 지금은 연세가 많아 나서지 않지만 업계에서 명성은 여전히 쟁쟁했다. 듣건대 같은 물건이라도 선우건이의 감정서만 있다면 가격 차이가 10배나 난다고 한다.그렇게 대단한 분이 직접 나서준다면 ‘부춘산거도’의 진위를 무조건 알 수 있다.곧 영상통화가 연결되어 한복을 입은 노인이 화면에 나타났다. 백발 노인은 마치 신선 같은 기품을 뿜어냈다.세상에! 진짜 선우건이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놀라서 환성을 질렀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분을 이렇게 보다니 감격에 목이 메어왔다.분위기가 달라지자 선우정아도 자부심을 느꼈다. 김예훈을 힐끗 쳐다봤더니 담담한 표정이라 살짝 기분이 상했다.자신을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했던 말만 생각하면 이가 갈렸다.그녀는 두말없이 휴대폰을 그림 앞에 가져가며 물었다.“할아버지, 오늘 황공망의 그림을 봤는데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밝혀주세요.”솔직히 선우건이는 살짝 화가 나 있었다. 하지만 황공망이라는 말에 놀랐다.황공망의 그림은 많지 않고 회화 역사상 지위도 높으니 중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영상통화 건너편에서 선우건이가 갑자기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정아, 그게 무
”데릴사위 자식아, 선우정아에게 휴대폰을 돌려주지 못해?”“그런 식으로 반박하다니. 대가리 어떻게 된 거 아니야?”“우리도 미쳤지. 네 말을 믿었다니.”그 시각 모든 사람이 김예훈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끊임없이 비난했다.그때 영상 넘어 선우건이가 숨을 들이마시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천강산수’ 수법? 이건 황망공만의 독특한 화법이야. 가짜 그림에서 어떻게? 역사 이래 누구도 이 정도로 모방할 수 없었는데. 불가능, 불가능이야.”선우건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이 친구, 자네 말은 이 그림이 진품이라는 거지? 그럼 설명해 보게. 두 박물관에 전시한 잔본은 어떻게 된 일인지. 내가 직접 두 눈으로 봤지만 자네 그림도 가짜일리 없어. 진짜 희안하구먼.”두 박물관에 전시한 잔본이 진짜이지만 이 그림도 가짜일리 없다고?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지?그 말에 사람들은 김예훈과 휴대폰을 번갈아 보면서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옆에 있던 강문탁은 눈살을 찌푸리며 김예훈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김예훈, 선우건이님께 말하는 태도가 뭐야? 예의가 하나도 없어! 어서 휴대폰을 돌려주지 못해?”지금 강문탁에게 그림의 진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선우건이가 가짜라고 말했으면 아무리 진짜라고 해도 가짜여야 했다.강문탁은 김예훈에게 만분의 일이라도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다.“너는 입 닥쳐!”갑자기 선우정아가 강문탁을 노려봤다. 그녀는 감정에 진심이라 할아버지의 말에서 알고 싶은 진실을 알게 되었다.선우건이가 생각에 잠겼다.“확실히 한 가지 가능성이 있지만 너무 희소해서 불가능하지만…이 친구가 당당하게 ‘부춘사거도’가 진짜라고 말하니 설명이라도 듣고 싶네.”선우건이의 말에 뜻이 담겼다. 설마 이 그림이 진짜란 말인가?방금도 그림이 진짜고 두 박물관에 있는 잔본도 진짜라고 했으면서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김예훈이 영상을 보며 웃었다.“선우건이 선생님께서 저를 시험하시려고 하네요. 그렇다면 저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 추측이 맞는지
선우정아는 김예훈의 판단을 믿지 않지만 선우건이는 100% 신뢰한다. 할아버지가 감정계에서 선조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대등할 사람이 몇 명밖에 되지 않는다.“이보게 친구, 조만간 우리 집에 와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네.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야.”영상 넘어 선우건이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통화를 끊었다.김예훈은 아무렇게나 선우정아에게 휴대폰을 던져주었다.“방금 우리 했던 내기 기억하죠?”“나…”선우정아는 할 말을 잃었다. ‘진짜로 여기서 아버지라고 불러야 돼?’강문탁이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김예훈, 너 남자새끼 맞냐? 그냥 장난한 걸 갖고 진짜로 나오네? 너도 그 정도밖에 안 되는 거야!”“입 다물어요!”선우정아가 갑자기 소리질렀다. 김예훈을 보는 눈빛이 상당히 혼란스럽지만 조용히 말했다.“김예훈 씨, 제가 잘못 봤어요. 우리 골동품 업계 사람들이 가장 중시하는 건 신뢰이니 말하면 말 한 대로 오늘부터 제…제가…”선우정아는 목까지 벌겋게 타올랐다. 한참이나 망설여도 끝내 ‘아버지’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안 됩니다!”“선우정아, 절대로 안 돼요. 어떻게 데릴사위를 그렇게 부를 수 있어요?”“저 자식은 그냥 개똥같이 운이 좋았던 거예요. 어떻게 당신과 비교할 수 있어요?”“맞아요. 이 그림을 감정한 것도 선우건이 대사이지 저 자식은 아닙니다.”모든 사람이 재빨리 나서서 말렸다. 만약 선우정아가 진짜로 그렇게 부른다면 선우 가문에 체면이 걸린 문제가 되고 모든 사람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이다.몇몇 사람들은 김예훈에게 무릎을 꿇고 싶었다. 그렇게 부르지 말게 해달라고 빌고 싶었다.선우 가문은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 아니라고!김예훈은 그런 사람들을 무시한 채 옆으로 지긋이 선우정아를 쳐다봤다.선우정아는 약간 혼이 날아간 것 같았다. 그래도 말하면 말한 대로 하는 성격은 어떤 남자들보다는 백배 나았다.그 순간, 김예훈은 선우정아를 높이 평가했다.잠시 침욱하던 김예훈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정아 씨, 안 불러도 돼요. 사실
정민아도 조급해하며 사과했다.“선우정아 씨, 죄송해요. 김예훈도 그냥 말뿐이에요. 마음에 두지 마세요. 따지지도 말고요.”강문탁이 유유하게 말했다. “정민아 씨, 아무리 남편이라도 그렇게 감싸는 건 아니죠. 찌질이라는 건 사실이잖아요. 그럴 필요 없어요.”선우정아가 눈살을 찌푸리더니 안색이 더 나빠졌다. 이미 끝난 일인데 왜 지금은 자신이 더 창피해지는지 알 수 없었다.그 때문에 목소리마저 싸늘해졌다. “김예훈, 우리 선우 가문의 명예를 갖고 장난할 수 없어요. 그러니 설명하세요. 아니면 절대 끝나지 않을 거예요.”김예훈은 점점 더 감탄했다. 이렇게 솔직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드물었다. “조급해 마시고 들어보세요. 전에 박물관에 있는 그림이 진품이라고 했지만 저는 이 그림이 진품이라고 했어요. 사실은 두 그림이 다 진품이었어요. 그렇다면 우리 두 사람의 보는 눈이 대단한 것이니 자연스럽게 승부를 가릴 수 없게 되었어요.”일리 있는 말에 모두의 눈빛이 달라졌다.두 그림이 모두 진품이라면 두 사람도 대단한 것이니 승부는 의미가 없게 된다.그 말에 선우정아의 굳은 표정이 느슨해졌다. 다행이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저도 부르지 않아도 되네요.”김예훈이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얼음 같은 미인이 자기를 아버지라고 부른다면 자극적일지도 모른다. 선우정아는 어느새 대범하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저에게 생생하게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골동품 감정은 역시 편견을 갖지 말고 착실하게 해야 되네요. 전에 할아버지도 그 점을 말씀해 주셨지만 제 안목만 믿으려고 고집했어요. 이제 보니 저도 틀릴 때가 있네요.”김예훈도 웃으면서 손을 뻗어 작은 손을 살짝 잡았다.“선우정아 씨, 과찬이십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드립니다. 아니면 이 그림을 살 수 없었으니까요.”그 말에 주변 사람들의 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부춘산거도’ 진품이다! 돈이 있어도 못사는 보물이다!강문탁은 눈에서 불을 뿜었다. 선우정아를 목표로 삼고 있었는데 김예훈과 악수를 하
강문탁, 손건우, 조이영은 말할 것도 없다. 김예훈이 미워 죽겠는데 당연히 나서서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이 그림이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다시 경매를 하길 바랬다.그때 정장을 차려 입은 젊은 남자가 몇몇 경호원을 데리고 빠른 걸음으로 무대 뒤에서 걸어 나왔다.“윤 도련님…”경매사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 사람은 윤 씨 가문의 윤도훈이자 경매장 담당자이다. 그는 방금 일어난 일들을 알고 있다.윤도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현장을 쓱 둘러보더니 김예훈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김 선생님, 우리를 대신해 이 그림을 감정하셨죠? 우리 운정 경매장에서 사과의 뜻으로 오만 원의 감정료를 드릴 테니 부디 거절하지 말아 주십시오.”김예훈이 눈을 살짝 찡그렸다. ‘무슨 말이지? 감정료를 줘? 이건 완전 뻔뻔한데?’하지만 ‘부춘산거도’가 워낙 유명하다 보니 이럴 수밖에 없었다.그때 강문탁이 웃으며 말했다. “윤 도련님, 데릴사위에게 그렇게 예를 갖추지 않아도 돼요. 오만 원에 이 그림을 가져갈 수 있겠어요? 웃기지 않아요?”윤도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무의식적으로 강문탁을 쳐다봤다.‘저 자식이 일부러 그랬네. 운정경매장에서 기본적인 질서를 유지해야 한다는 걸 모르나? 내가 친히 나섰는데 또 시비를 걸어? 죽고 싶나?’하지만 ‘부춘산거도’는 정말로 소중하기 때문에 배후 인물에게 밉보이면 안 되었다. 윤도훈은 별로 내키지 않아도 방법을 대서 그림을 회수해야 했다.윤도훈이 웃으며 말했다. “선생님, 만약 오만 원 감정료가 너무 적다고 생각하면 가격을 제시할 수 있어요? 공정한 가격으로 드리겠습니다.”김예훈이 상대방을 쳐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제가 당신들 경매장에 물건을 사러 온 거지 감정하러 온 거 아니에요. 헷갈리지 마세요. 이 그림은 내가 돈을 내고 산 겁니다.”순식간에 모두의 시선이 다시 모였다.‘이 자식이 진짜 죽음이 두렵지 않나봐. 정말로 오만 원에 가져가려는 건가?’도리상 윤 씨 가문에서 뻔뻔하게 나
퍽!바닥에 무릎 꿇고만 사카모토 류이치는 시체로 변해 온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분명 야마구치파의 장로이자 탑 장병급 실력자인데 어떻게 대한민국의 평범한 젊은이한테 패배할 수 있는지 몰랐다.아무리 이해되지 않고, 믿기 어렵다고 해도 바뀌지 않는 현실이었다.현장이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지고, 사람들은 놀라운 표정으로 당도를 쥐고 있는 추문성을 쳐다보았다.몇몇 일본인들은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해 보려고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그렇게 대단한 사카모토 류이치가 대한민국의 젊은이한테 죽임을 당하다니.눈가를 파르르 떨고 있던 무신 급 실력자인 김현민은 바로 추문성이 최근에 고수의 지도를 받았다는 것을 눈치챘다. 그것이 아니라면 이 정도의 실력을 보일 수가 없었다.그러다 시선이 김예훈을 향하게 되었다.‘설마 저 새끼가 추문성을 가르친 건가? 그래서 추씨 가문에서 기꺼이 저 자식을 모시는 건가?’이런 생각에 김현민의 눈빛에는 살기가 더욱 진해졌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자리가 김현민의 가장 든든한 뒤패였기 때문에 아무도 이 자리를 위협하는 사람이 없어야 했다.김예훈을 죽이진 못해도 그를 철저히 짓밟아 버리고 싶었다.이때 정신을 차린 진세은이 이를 꽉 깨물면서 사악한 미소로 말했다.“우리 홍성파, 야마구치파랑 끝까지 해보시겠다? 그러면 기꺼이 함께해 드리죠.”진세은의 표정은 극도로 어두웠다.사카모토 류이치가 죽고, 타케이도 목숨을 구제할 수 있을지 몰랐기 때문에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었다.야마구치파에 제대로 설명을 내놓기 전에 자기가 모든 죄를 뒤집어쓸지도 몰랐다.그래서 자기 앞날을 위해서든, 홍성파의 체면을 위해서든, 야마구치파한테 밉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김예훈을 죽여버려야만 했다.이때 진세은의 명령하게 수십 명의 홍성파 부하들이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가왔다.“죽여버려!”홍성파 부하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김예훈과 추문성에게 총구를 겨눴다.긴장감의 극치에 도달한 순간, 어느 누가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여기가
사카모토 류이치가 누구인가?’일본 야마구치파의 장로이자 탑 장병급 실력자인 그는 곧 무신 급 실력자로 거듭날 사람이었다.그런데 진세은은 추문성이 그저 밀양 추씨 가문의 도련님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그런데 탑 장병급 실력자를 이렇게 쉽게 무너뜨린다고?’다른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추문성은 차가운 표정으로 앞으로 다가가 또다시 당도를 휘둘렀다.아무런 기교도 없이 그저 쏜살같이 휘두를 뿐이었다.김예훈의 말대로 살벌한 무술 세계에선 스피드가 생명이었다.사카모토 류이치는 그의 공격을 막아보려고 다시 검을 들었다.쨍그랑!당도와 검이 서로 마주친 순간, 사카모토 류이치는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다음 순간, 사카모토 류이치는 타케이가 있는 곳까지 연신 물러서서야 중심을 잡을 수 있었다.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카모토 류이치는 입에서 피를 뿜어냈다.진세은 등은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언제부터 이렇게 대단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던 거야?’김현민도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추문성을 힐끔 쳐다보게 될 정도였다.그제야 사람들은 김예훈이 왜 허유주 대신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추문성 같은 고수가 지켜주고 있어서 그럴만한 용기가 있었다고 생각했다.추문성의 실력에 감탄하고 있던 진세은 일행은 의기양양해하는 김예훈을 가소롭게 쳐다보았다.“이런 제기랄!”대한민국 젊은이한테 패배하자 사카모토 류이치는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이때, 그가 오른손을 휘두르는 순간 수십 자루의 비수가 날아왔다.쨍! 쨍! 쨍!이때 추하린이 손에 쥐고 있던 당도로 모든 비수를 막아냈다.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홍성파 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 비수들은 그들의 몸에 박히고 말았다.비명을 지르기도 전에 이들은 하나같이 시커메진 얼굴을 하고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홍성파 사람들이 순식간에 몇십 명이 쓰러지자, 현장 분위기는 얼어붙고 말았다.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진세은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이런 제기랄!”자기 공격으로 자기편을 죽여버린
사카모토 류이치가 최선을 다해봐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타케이가 더이상 거품도 토해내지 않고, 경련을 일으킬 힘도 없는지 호흡이 고르지 않는 것을 보니 더이상 오래 버티지 못할 것만 같았다.진세은은 타케이가 이대로 자기 앞에서 죽어버리면 야마구치파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무섭기 그지없었다.진세은은 김예훈이 무섭긴 해도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1분만 줄 테니 타케이 도련님을 당장 살려내요. 아니면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니까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그래요? 그러면 어떻게 저를 갈기갈기 찢어버릴 건지 한번 지켜볼까요?”딱.이때 김예훈이 또 한 번 손가락을 튕기자, 타케이는 온몸이 굳어버리면서 눈알까지 튀어나와 코와 입에서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 참담한 모습은 마치 언제든지 숨을 거둘 것만 같았다.아까까지만 해도 어떻게 해보려던 진세은은 더이상 움직이지도 못했다.바로 이때,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던 김현민이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말했다.“타케이 도련님은 심장병을 앓고 있어. 거기다 파란색 알약을 드셨으니 자극적인 소리만 내도 심장이 견디지 못하는 거고. 그러니까 손가락을 튕기는 건 파란색 알약을 드신 타케이 도련님한테나 먹히는 기술이라고.”김현민은 그래도 눈앞에 보이는 것에 속아 넘어가지 않고 바로 진실을 밝혔다.그러면서 속으로는 이러한 상황에서 김예훈이 손가락을 튕기는 것만으로 현장을 압도한 것에 감탄하고 있었다.멈칫한 허유주는 다시 아까 있었던 일을 돌이켜보았다. 타케이가 파란색 알약을 먹었을 때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던 것이 생각나 어쩌면 정말로 심장병을 앓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다 진세은도 정신 차리고 김현민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에 다시 안색이 밝아졌다.김예훈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든 이제는 그를 죽여버릴 자신이 있었다.“세 번째로 손가락을 튕기지 않는 이상 타케이 도련님은 다시 살아날 수 있어. 그런데 세 번째로 손가락을 튕기는 순간 무조건 목숨을 잃게 돼.”김현민의 판단에
“꺅!”처참한 비명과 함께 타케이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거품을 토해내면서 경련을 일으켰다. 마치 누군가 비수로 심장을 찌르고 있는듯했다.기세가 하늘을 찌르던 아까와는 달리 지금은 고통스러울 뿐이었다.살려달라고 말할 힘도 없는 타케이는 유일하게 할수 있는 것이 비명과 경련뿐이었다.이 모습은 그야말로 죽기보다도 못해 보였다.“타케이 도련님!”“어떻게 된 일이지?”“저놈이 무슨 마법이라도 건 거야?”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타케이를 보고있던 진세은과 일본인들은 제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김예훈이 손가락을 튕기는 바람에 타케이가 쓰러질 줄 몰랐다.우연인지, 김예훈한테 진짜 그런 능력이 있는 건지는 몰랐다.이때 겸손을 지키던 야마구치파 어르신 한명이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그러다 갑자기 무언가 생각나는 것이 있는지 타케이한테 달려가 오른손으로 그의 가슴에 있는 맥을 짚었다.일본 야마구치파의 장로인 사카모토 류이치는 타케이의 전담 보디가드였다.의술과 무술에 능통한 그는 타케이 몸에 있던 심장약을 꺼내 그의 입에 넣어주었다.한 알이면 바로 효과 보던 약이 아무런 작용 없자 타케이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사카모토 류이치는 표정이 변하더니 주사기 하나를 꺼내 빨간 액체를 타케이 몸에 주입했다.하지만 여전히 아무런 작용도 없자 은침을 꺼내 신속하게 여기저기 꽂았다.김예훈은 그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마지막 침이 꽂히는 순간, 타케이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이때 김예훈이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아무리 의술이 좋아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을 거예요. 이 사람은 이미 병신이 되어버렸거든요.”이때 타케이의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지더니 또다시 경련을 일으키고 말았다. 몸에 꽂혀있던 은침이 휘어지는 바람에 더욱 고통스러워 바닥에서 뒹굴기 시작했다.진세은이 심각하게 쳐다보면서 말했다.“이봐요, 당신이 한 짓 맞죠? 도대체 타케이 도련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김예훈을 쳐다보던 사람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손가락을 튕겼
김현민이 떠나자, 뒷짐을 쥔 진세은이 김예훈 주위를 맴돌면서 비웃었다.“김 도련님, 오늘 인생 수업 잘 받으셨어요? 이제는 진주·밀양에서 함부로 나서면 안 된다는 걸 아셨죠? 당신과 같이 보잘것없는 사람이 이런 결말을 맞이할 거라는 걸 몰랐죠?”진세은 전세 역전에 의기양양한 표정이었다.오늘 김예훈과 허씨 가문에 짓밟힐 줄 알았는데 김현민이 알게 모르게 자신과 타케이의 편을 들어줄 줄 몰랐다.‘나만 만났으면 몰라도 어떻게 저 자식은 재수 없이 김현민 도련님을 만날 수 있어.’김예훈이 어떤 능력으로 김현민을 건드렸는지는 몰랐지만 진세은은 똑똑한 사람이라 김현민의 태도에서 그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다는 걸 알고 있었다.진세은은 얼마든지 그의 뜻을 만족시켜 주고 싶었다.홍성파를 건드린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또 진주·밀양 안동 김씨가문의 차기 수장인 김현민한테 잘 보일 수도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봐도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김예훈이 여유작작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인생 수업 잘 받았어요. 저도 이런 결과를 맞이할 줄 몰랐네요. 그래도 진주·밀양에는 공평하게 상황 수습할 만한 능력 있는 사람이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이제 보니 진주·밀양도 그저 그렇네요.”“이봐, 이런 쓸데없는 말 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어.”타케이는 앞으로 한 발짝 나서서 차가운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이제는 네가 우리한테 사과해야할 것 같은데? 시체라도 보존할 수 있게 무릎 꿇고 있을래? 아니면 끝까지 해볼 작정이야?”이때 타케이의 손짓하나에 일본인들은 가소로운 표정으로 허리춤에 있던 검을 꺼냈다.진세은 역시 타케이의 손을 잡고 김예훈을 죽이려고 홍성파 부하들을 데리고 앞으로 나섰다.이때 김예훈이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말했다.“타케이, 여자랑 잠자리를 가지려면 약까지 먹어야 하는 놈이 내 앞에서 무슨 잘난 척이야. 내가 너한테 기회를 줄게. 네가 알아서 너 자신을 고자로 만들어 버리면 목숨만은 구제해 줄게. 병신을 죽이기에는 아무런 성취감이 없을 거란 말이야.
이때 김현민이 차가운 표정으로 타케이를 힐끔 쳐다보았다.200억 원은 그에게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타케이의 태도에 무척 만족스러운 모양이다.타케이는 은혜에 보답할 줄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손잡아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야마구치파는 일본 6대 파벌 중의 하나로써 실력이 강했기 때문에 오늘 타케이의 체면을 지켜준 것이다.김현민은 굳이 거절하지 않고 우정이 맺어진 의미로 이 200억 원을 받기로 했다.하지만 김현민은 멍청한 사람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타케이를 쳐다보면서 말했다.“타케이 도련님께서 이 정도의 성의를 보여주는 걸 보니 원하는 다른 조건이 있나 봅니다.”“다들 대한민국이 예의지국이라고 하던데 오늘 느끼는 바가 많네요.”타케이는 품위 있는 태도를 보여주었다.“김현민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난처하게 만들지는 않을거니까요. 조건은 아주 간단해요. 바로 제 사람을 다치게 한 저 사람을 저한테 넘기는 거예요. 대가를 치르게 하지 않으면 제 부하들이 난리 칠 거예요.”타케이는 김예훈을 쳐다보는 와중에 배시시 웃으면서 허유주도 힐끔 쳐다보았다.김예훈을 손에 넣기만 한다면 허유주는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안 돼! 이런 염치도 없는 자식! 우리 김예훈 오빠를 건드렸다간 가만두지 않을 거야!”허유주는 타케이가 이런 조건을 내세울 줄 꿈도 꾸지 못했다.김현민은 김예훈도 이 자리에 있을 줄 몰랐는지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비록 한번도 만나본 적도 없었지만, 사진으로는 수백 번 봤었다.가루로 부서져도 이 사람이 김예훈인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좋은 기회만 보였으면 김예훈을 바로 죽여버렸을지도 모른다.허유주가 그를 김예훈 오빠라고 부르자 김현민은 착잡한 심정이었다.이미 진주·밀양 용전을 잃어버렸는데 허씨 가문마저 잃어버릴 수가 없었다.“이런 제기랄!”김현민은 한숨을 내쉬더니 김예훈을 알아보지 못하는 척 연기하면서 타케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내일 입금 잊지 마세요. 그리고 너희, 지금 당장 유주를 데리고 밀양
“어릴때부터, 오빠를 처음 알았을 때부터 오빠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대한민국 5대 문호로 만들겠다면서 최고로 거듭나겠다고 했지. 나중에 커서 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1인자로 되어서 여전히 어릴때부터 알고 지낸 오빠이자 영웅이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어떻게 내가 일본인한테 괴롭힘당해도 가만히 있을 수 있어? 어떻게 일본인이 나를 협박할 수 있게 가만히 지켜볼 수 있냐고. 내가 얼마나 큰 영웅이라고 생각했는데. 김현민, 너는 우리 현민 오빠가 아니야! 너는 강자한테 약하고, 약자한테 강한, 일본인만 만나면 겁부터 먹는 비겁한 자식이야! 염치도 없는 자식! 이러고도 당도 부대 총사령관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칵! 퉤!”허유주는 김현민을 좋아했던 것만큼 그에 대한 실망이 컸다.김현민이 자기편을 들어줄 줄 알았는데 그한테는 그저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일 줄 몰랐다.심지어 허유주를 이용해서 야마구치파가 자기한테 빚지게 만들었으니 말이다.이순간 허유주는 그제야 김현민이 얼마나 우습고 가식적인 사람인지 알수 있었다.쨕!김현민은 차가운 표정으로 허유주의 뺨을 때렸다.허유주는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 뒤로 휘청거리고 말았다.“허유주, 우리가 그동안 알고 지낸 정을 봐서라도 아까 네가 했던 말은 못 들은 거로 해줄게. 나중에 또 이런 비슷한 말을 듣는 순간 허씨 가문을 없애버릴 거야.”허유주가 한번이고 두번이고 계속 반박하자 자존심이 많이 상한 모양이다.허순재가 아끼는 딸이라 이용 가치가 있어서 다행이지, 아니면 타케이한테 그녀를 내줬을 것이다.허유주는 뒤로 몇 발짝 물러서면서 얼굴을 부여잡은 채 울먹거리면서 말했다.“피해자는 나라고. 왜 날 때려?”김현민이 담담하게 말했다.“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면 진작에 죽여버렸다는 거 알잖아. 내가 너 얼마나 예뻐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어?”허유주가 뺨 맞는 모습을 본 진세은은 깨 고소한 표정을 지었다.특히 타케이는 진주·밀양 젊은 층 중에서 1인자로 불리는 안동 김씨 가문의 차기 수장이 이렇게 자기 체면을
얼굴이 창백해진 허유주는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김현민을 쳐다보았다.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사람이 이렇게 이 사건을 일단락시킬 줄 몰랐다.이때 허유주가 이를 꽉 깨물면서 말했다.“난 받아들일 수가 없어! 바든, 200억 원이든, 사과든 나한테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거 알잖아. 우리 허씨 가문이 이따위를 탐낼 줄 알았어? 내가 운이 좋아서 도움을 받아 살아남았기 다행이지, 아니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알기나 아냐고. 나는 한가지 요구밖에 없어. 타케이의 사지를 찢어버리고 고자로 만들어 버리는 거. 고자는 무조건 만들어야겠어!”허유주는 이가 깨질 정도로 아득바득 갈았다.그녀의 표정을 보고있던 남자들은 아랫도리가 서늘해지는 느낌이었다.“유주야!”김현민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았다.“오빠 체면을 지켜주지 않을 거야?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네 마음대로 해. 타케이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이런 중벌을 받을 필요는 없잖아. 저 사람을 고자로 만들어 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아? 내가 이러는 것도 허씨 가문을 위해서, 그리고 너를 위해서 이러는 거야. 아직도 잘 모르겠어?”눈시울이 붉어진 허유주는 여전히 이를 꽉 깨물고 있었다.“그것보다 나의 억울함을 씻어달라고!”이때 김현민이 냉랭하게 말했다.“내 말대로 해.”김현민이 주영철 일행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이제부터 아무도 나서지 못해. 함부로 나서는 순간 밀양 허씨 가문은 우리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적으로 삼는 거야. 그 대가가 어떨지는 다들 알고 있잖아. 유주는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른다지만 그쪽은 도박왕님을 오랫동안 모셔서 잘 알고 있을 거잖아. 진주·밀양 안동 김씨가문과 등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지?”주영철 일행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밀양 허씨 가문이 아무리 밀양에서 왕이라고 불리고 있다고 해도 진주·밀양에서 하늘과 같은 안동 김씨 가문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김현민 말대로 허유주가 아무리 어리광을 부린다고 해도 이들은 절대로 똑같이 그러면 안 되었다
“현민 오빠!”허유주는 김현민과 꽤 가까워 보였다.“내가 소란을 피우려던 것이 아니라 타케이 이 사람이 나한테 약을 탔다고. 그것도 모자라 진세은도 옆에서 도와줬다고. 이 억울함을 씻어내야 하지 않겠어?”진세은 표정이 확 변하더니 허리를 굽히면서 말했다.“김 도련님, 이 모든 것은 오해일 뿐입니다. 저랑 타케이 도련님은 사과하는 의미로 배상까지 하겠다고 했는데 허유주가 밀양 허씨 가문을 등에 업고 타케이 도련님을 고자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협박했어요. 김 도련님, 남자한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알고 계시잖아요. 그래서 제가...”“그만해. 다들 입 다물어.”김현민은 손을 흔들면서 어마어마한 위엄을 보여주고 있었다.“어떻게 된 일인지 이미 듣고 왔어. 이번 사건은 타케이 도련님이랑 진세은이 잘못한거야. 너를 건드리는 순간 세 집안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져 진주·밀양이 혼란에 빠질 거라고. 홍성파든 일본 야마구치파든 이번 사건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했지만 불행 중의 다행으로 너한테 아무 일도 없었던 거지. 진세은도 너의 신분을 알았으면 이런 일을 벌이지 않았을 거야. 서로 같은 배를 타고 있으면서 이런 사소한 일로 싸워서야 하겠어? 유주야, 이번 사건은 내가 마무리 지을 테니까 더이상 어리광 부리지 마. 타케이 도련님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사과하시고, 허씨 가문에 200억 원을 배상하세요. 진세은은 이 바를 허씨 가문에 내어주고 유주의 명의로 바꿔주고. 그리고 유주 너도 더이상 이 사건을 언급하지 마. 약을 탄 유우토는 진주 감옥에 평생 가둬버려. 다들 의견 없으시죠?”김현민은 사람들의 의견을 묻고 있는 것 같아도 그가 내린 결정은 아무도 개변시킬 수 없었다.이렇게까지 말했는데 그의 뜻을 어기는 순간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어떤 각도로 보나 김현민은 쌍방의 입장에 서서 서로 얼굴 붉힐 일 없게 결정을 잘 내린 것이다.이로써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차기 주장의 능력이 어느정도인지 알수 있었다.진세은과 타케이는 서로 눈치만 보다 그의 말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