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덤덤했다. 곁에 있던 여운기가 문득 입을 열었다.“김 대표님, 대표님이 생각하기엔 범인의 의도는 무엇일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꼭 나를 향한 것이 아닐 가능성도 있어요. 그러나 성남을 들썩이게 하려는 의도는 확실한것 같네요. 필경 지금의 성남은 마치 탄탄한 철통과도 같아 규칙이 없는 외부인이 들어오기란 쉽지 않죠. 그런데 만약 저를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면 경기도 기관에서는 무조건 저를 앞세워 명분을 갖고 용문당에 찾아간다면 외부에서도 성남에 들어올 기회가 있지요.”여기까지 생각한 김예훈은 말을 이어갔다.“만약 예상한 대로라면 범인의 목적은 최종호를 죽이는 것도, 나를 죽이는 것도 아닌 단지 용문당이 몰락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 틈에 그들은 물갈이를 하는거죠...”“그 말은 즉, 그들은 김세자를 향해 온 것이고 또한 총사령관님을 향해 온 것이겠죠...”이 말을 꺼내는 순간 김예훈의 입가에는 쌀쌀한 미소가 번졌다. 양정국과 여운기는 서로를 쳐다보았고 그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그들이 향한 화살은 단지 김세자를 향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듣고 보니 총사령관님을 향한 화살일 가능성도 있었다. 김세자를 향한 것이라면 상업적 비즈니스를 위한 싸움이라 생각하겠지만 총사령관님을 향한 것이라면 아마도 더 중요한 무언가와 연관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 “이번 사건은 여러분께서 절차대로 조사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다른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김예훈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요즘 성남이 분주할 것입니다. 그러나 성남은 절대로 어지럽혀져서는 안 됩니다! 감히 누가 성남을 먹칠하려 한다면 그를 당장 잡아들이세요! 그 누구든 의견이 있다고 하면 저를 찾아오라고 하세요.”“네!”양정국과 여운기는 얌전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분께서 말을 꺼낸 이상 더 이상의 반박은 불가하다.앞으로 성남은 더욱 혼잡해질 것이다. 폭풍우가 몰아치기 전의 고요함이라!대화하며 영안실에서 걸어 나온 세 사람은 어느새
김예훈은 덤덤하게 대답했다.“당신이 한 말이 다 맞는다면 그다음은 어떻게 하실 건데요?”진윤하는 뒷짐을 지고 김예훈을 깔보듯 내려다보며 말했다. “당신과 쓸데없는 얘기하고 싶지 않네요. 저희 사부님 무덤 앞에서 두 손을 부러뜨리고 일주일 동안 무릎을 꿇은 채 사죄한 후에 다시 얘기하죠! 그게 아니라면 뒷감당하기 어려울 겁니다!”말로 형용할 수 없는 살기 어린 기운이 진윤하를 감싸고 있었다. 아마도 그녀는 실전에서 쌓아 온 내공으로 인해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 보였다.그녀의 곁에 있던 동료들도 마치 당장이라도 그를 죽일 듯이 분노에 찬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그 말은 당신들이 더 이상 조사를 해보지 않겠다는 얘기네요?”“조사!? 확인된 사실이 눈앞에 있는데 무슨 조사가 더 필요하죠!?”진윤하는 쌀쌀맞게 대꾸했다.“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나더러 두 손을 부러뜨리고 최종호의 무덤을 지키라고? 당신들이 그럴 자격이나 있어?”김예훈의 표정이 차가워졌다.굳어진 표정으로 그에게 한발 다가가 선 진윤하의 분위기는 살기로 가득했다. “이 봐, 김예훈, 내가 충고하는데 나를 화나게 하지 말아요! 내가 꾹 참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두 손을 부러뜨리는 것만으로는 어림도 없어요! 당장이라도 당신 목을 따 사부님께 제물로 갖다 바칠 수도 있어요! 행여나 용문당 당주에게 전화를 걸어서 어떻게 할 생각도 말아요! 비록 당신이 당주님과 어떤 관계인지, 그 전화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오기 전 이미 용문당에서 자진 탈퇴하고 온 거니까! 아무리 당주님이 이 자리에 계신다 해도 이젠 우리를 간섭할 권리는 없다고요. 아시겠어요?”진윤하가 보기에는 아마도 누군가 김예훈의 뒤를 봐주고 있었다. 그리고 어떠한 이유로 용문당 당주와 인연을 맺었는지는 몰라도 그로 인해 그가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력으로만 따졌을 때 김예훈 같은 사람이 한 트럭이 와도 진윤하는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진윤하가 김예훈을 지금까지 죽이지 않고 살려둔 것은
진윤하는 양정국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큭’ 하고 웃으며 말했다. “성남기관의 양정국 총장님이시죠? 내 앞에서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야! 경기도 기관의 총장이라면 모를까! 단언컨대, 오늘 그 누구든 김예훈을 살릴 수 없어. 김예훈, 오늘이 네 제삿날이야!”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윤하는 빨간 증서를 꺼내 양정국의 얼굴에 내던졌다. 양정국은 팽개쳐진 증서를 힐끗 보고는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살인 증서!?”“알아보니 다행이군. 비록 내가 용문당에서 탈퇴했지만, 이 증서는 아직 유효하기에 나에게는 살인이 허락되는 특권이 있다고! 아무리 양정국이라도 감히 내 앞을 막아선다면 다 죽여버릴 수가 있어. 이런 상황에서 누가 감히 나서겠어!?”진윤하는 양정국의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이 살인 증서가 그녀에게는 최고의 뒷배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미 김예훈에게 손목을 부러뜨리라 기회를 주었지만, 그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그 때문에 김예훈을 처리하려면 그녀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진윤하 씨, 도가 지나치네요!”양정국의 안색이 몹시 어두워졌지만, 그는 옆에 있는 김예훈의 신분을 더 잘 알고 있었다. “여기는 부산이 아니라 성남이에요. 당신이 함부로 나댈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요!”양정국 역시 단호하게 말했다. “하정민과 원경훈이라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될지도 모르지. 그러나 양정국 당신은 그런 말 할 자격 없어!”“짝!”진윤하는 양정국의 뺨을 사정없이 갈겼다. “지금 당장 내 눈앞에서 꺼져. 또다시 내 앞을 막아선다면 당신도 죽여버릴 거야!”양정국은 몹시 화가 치밀었다. 그러나 김예훈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양 총장님, 상대는 나를 향해 왔으니 내가 직접 처리하죠.”그러고는 김예훈은 곧바로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진윤하는 경멸하는 눈빛으로 김예훈을 향해 말했다.“왜? 양정국이 당신을 지켜주지 못할 것 같으니 이제 와서 직접 빌기라도 하시게? 이미 늦었다고! 내가 살인 증서를 꺼냈을 때부터 당신은 이미 죽은 목숨이야!”“당
현장에는 정적이 흘렀다!탑급 레벨의 진윤하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은 누구라도 보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김예훈의 실력 앞에서는 탑급 레벨의 사람도 별수 없었다. 짝!진윤하는 벌게진 얼굴을 하고는 무너져 내리는 벽들 사이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얼굴은 온통 먼지로 뒤덮였다.“김예훈, 치사하게 기습 공격이라니!”그녀의 후배들은 순간 흠칫했다. 그러고는 이내 정의로운 사람처럼 김예훈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비겁하게 기습 공격이라니!”“그래? 그럼 다시 덤벼.”김예훈은 담담하게 오른손을 들고는 손가락으로 진윤하를 가리키며 도발했다그는 진윤하의 체면 따위를 고려해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다양한 기색을 내비치던 진윤하는 뒤에 있는 헤머 차에 손을 뻗어 1미터 남짓한 장검 한 자루를 인츰 꺼내 들었다.“창궐검! 윤하 선배가 창궐검을 손에 들다니!”“창궐검이 나오면 살아남을 자가 없다는 거지!”“윤하 선배가 검을 잡으면 천하무적이라고!”“김예훈, 당신은 이제 끝났어. 윤하 선배가 검을 꺼내게 하다니, 죽어서 시체조차 남지 않을 거야!”부산 용문당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감격했다. 남자들은 마치 롤모델을 보는듯한 표정을 지었고 여자들은 김예훈을 조롱하듯 하찮은 눈길로 바라보았다. 그녀들의 눈에 그는 이미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진윤하는 창궐검을 몸 앞에 둘렀다. 만약 그녀의 오른쪽 얼굴에 찍힌 자국만 아니었다면 틀림없는 고수처럼 보였을 것이다.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김예훈, 아까는 내가 방심했어, 그러나 오늘 당신한테 우리 부산 용문당의 본때를 제대로 보여주겠어!”“내 창궐검을 받아라!”쓱!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녀는 땅에서 미끄러지는 듯 검술을 뽐냈다.짝!김예훈이 발을 내딛자, 순식간에 진윤하 코 앞까지 와 있었다. 그러고는 또다시 손을 번쩍 쳐들고 그녀의 뺨을 갈겼다. 짝!진윤하의 몸은 다시 한번 멀찍이 날아가 떨어졌다. 창궐검은 무슨, 부산 용문당의 본때를 보여준다더니 역시 김예훈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진
수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는 와중에도 김예훈은 뺨을 계속해서 한대 또 한 대 갈겼고 선처를 베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진윤하는 나름 절세미인이라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어찌나 심하게 맞았던지 얼굴이 부을 대로 부어 있었다. 그녀의 후배들도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볼 뿐이었다. 곁에 있던 양정국과 여운기조차 놀라움에 어안이 벙벙했다. 그들은 분명 김예훈이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기세등등하면서 살인 증서까지 꺼내 보이던 진윤하가 김예훈 앞에서는 마치 한 장의 종잇장에 불과하다니!?짝!마지막 뺨 한 대에 진윤하는 멀찍이 떨어져 나갔다. 바닥에 널브러진 그녀는 잠시 발버둥을 치더니 피를 토해내며, 있는 힘껏 일어서려 애썼다. 김예훈은 그녀의 앞에 다가가 정확히 그녀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안돼!”그 순간, 진윤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식은땀을 흘렸다. 피하고 싶었으나 기력이 하나도 없었다.퍽!김예훈의 발은 정확히 단전을 걷어찼고 그녀는 곧바로 쓰러지고 말았다.저만치 날아가 버린 진윤하의 얼굴에는 절망과 공포로 가득했다.쓰러진 그 순간에도 진윤하는 억지로 일어나보려 발버둥 쳤지만 역시나 피를 토하며 경련을 일으켰다.“어떡해!?”이 모습을 지켜보는 후배 제자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진윤하가 이대로 패배할 것이가?그들은 믿을 수 없었다. 김예훈이 그저 뺨을 때렸을 뿐인데 진윤하가 막아내지 못하다니?결국 이렇게 패하고 마는 것인가?그들은 놀랍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했지만, 이 장면들을 이번 생에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것 같았다.이런 존재는 도대체 얼마나 두려운 것일까? 그러나 순간 그들도 깨달았다.용문당 당주가 최종호의 뒷배라고 한들 그가 절대로 김예훈의 상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을.“부산 용문당 지사의 실력이 이것밖에 안 돼? 이런 실력으로 감히 살인이 허락되는 특권을 가졌다고? 어이가 없네!”김예훈의 안색이 더욱 싸늘해지더니 진윤하가 쓰러져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대머리를 한 청년이 상당히 언짢아하며 말했다.“우리는 용문당의 제자들이야! 감히...”짝!김예훈의 휘두른 손에 뺨을 맞은 그는 몸이 저 멀리 튕겨 나갔다“용문당 제자가 대단해? 내가 용문당 제자를 때렸는데? 아무리 용인주가 와도 내 앞에서는 고분고분할 텐데, 네가 뭐라고? 때려봐! 지금 기회를 주잖아!”차가웠던 김예훈의 눈빛이 더없이 날카로워졌다.이 순간만큼은 김예훈의 눈길 한 번으로 부산 용문당 제자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 수 있었다.“여 서장님, 저 사람들이 가만히 있으니, 서장님이라도 도와주셔야겠어요.”“그럼 진윤하는...”김예훈은 한심한 눈빛으로 진윤하를 힐끗 쳐다보았다.“보내주세요. 제가 죽이지 않겠다고 했으니 더 이상 손대지 않겠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예훈은 대머리 청년을 발로 걷어차고는 자리를 떴다.30분 후, 한 무리의 부산 용문당의 제자들이 두 팔을 감싸 쥔 채로 절뚝거리며 몰려왔다.들어올 때의 기세등등한 모습과는 다르게 돌아갈 때는 비싼 값을 치르고 대리기사님이라도 불러야 할 판이었다. 모두 두 팔이 부러진 상태라 병원으로 데려갈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장례식장에서 나온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양정국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예훈 씨, 큰일이에요. 예훈 씨가 살인 증서를 찢어버렸다는 사실이 소문이 났어요. 아마도 누군가 이 사실을 핑계 삼아 당신을 처리하려나 봅니다.”“저를 처리해요? 상대가 제 신분을 알고 있나요?”“아마 제가 김세자 라는 신분을 알고 있을 겁니다.”양정국은 대답했다.“소식의 출처는요?”“아직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이런 구설수가 난무하는 이 상황에서 상대하는 거로 보아 계획적인 것 같네요. 믿는 구석이 있는 게 분명해요. 예훈 씨, 특히 조심하셔야겠어요.”김예훈은 누군가가 기관의 힘을 이용해서 압박해 와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지만 정민아를 포함한 가족들을 해칠까 봐 유독 마음에 걸렸다.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김예훈은 더 이상 이런 일이 벌어지게
“용연옥?”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렸다.한국에는 몇몇 특수한 기관단체가 있었다.용의 부대는 안전을 보장했다. 한국에서 어두운 세력의 기본적인 질서를 보장하는 곳이다.용문당은 대체로 조직을 유지했다. 한마디로 한국의 어두운 세력을 이끌면서 그 질서를 보장했다.반대로 용연옥은 형벌을 감행하는 단체지만 보통 경찰서와는 다르게 나라의 안전을 보장함과 동시에 강력한 사건들만 취급했다.간단하게 말해서 경찰서에서 감히 조사할 수 없는 사건을 그들이 도맡고 있었다. 경찰서에서 감히 잡지 못하는 사람을 그들은 잡아낼 수 있었고 경찰서에서 감히 죽이지 못하는 사람도 그들은 죽일 수 있었다!살인이 허락되는 특권이라면 용문당보다는 용연옥이 한 수 위였다.이때 백기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예훈, 당신의 표정을 보아하니 용연옥이 어떤 곳인지는 잘 알고 있나 본데, 당신은 부산 용문당의 회장 최종호를 죽인 혐의를 받고 있어. 엄청난 사건이라고! 사태가 엄중하고 사건이 복잡한 관계로 지금 당신을 서울로 압송해 조사 좀 해야겠어. 조사가 끝나고 범죄사실이 밝혀지면 그때는 집행 부문에 이송될 거야. 김예훈, 순순히 잡혀줄래, 아니며 내가 잡으러 갈까?”백기영은 담담한 표정으로 비웃는 듯한 김예훈을 쳐다 있었다.김예훈 때문에 백요한은 큰코다칠 뻔했지만, 백기영은 동생의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 이번 일은 곽영현이 주도한 것이다.2조 원짜리 계약서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백기영은 김청미가 사무치게 그리워하던 이 남자가 어떤 특별한 매력이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김예훈은 가만히 백기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용연옥의 행동대장? 위풍 있어서 멋있어 보이는데, 날 잡아가는 거야 괜찮지만 체포영장은 있고?”백기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용연옥은 체포영장 따위는 없어, 필요하지도 않고.”김예훈이 웃으며 되물었다.“그렇다면 막무가내로 나를 체포하겠다고?”“아니, 이건 허락된 특권이야.”백기영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CY그룹의 다른 임원들이 이 상황에 개입하려는 그때, 용연옥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싸늘한 기색으로 총기를 꺼내 임원들의 머리에 총구를 댔다.김예훈은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손을 저어 보이며 임원에게 나서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소한미를 비롯한 상대들은 저마다 경멸에 찬 눈빛으로 비웃었다. 김예훈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그의 한계는 여기까지였다. 백기영의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 아무런 반항조차 할 수 없어 보였다.아무리 힘이 세고 강하다고 한들 지금 상황에서는 김예훈이 아닌 누구라도 반항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백기영의 말 한마디면 여기에 있는 모두가 조사받을 수도 있었다.“김예훈, 다시 물어볼게. 순순히 나랑 갈래, 아니면 내가 직접 잡으러 갈까?”백기영은 웃음을 참으며 김예훈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러는 사이, 네 명의 용연옥 사람들이 저마다 총기를 꺼내어 김예훈의 머리에 총을 들이댔고 나머지 몇 명은 먼 곳에 서서 당장이라도 총을 쏠 기세였다. 싸움을 잘하면 어떻고 실력이 뛰어나면 또 어떠한가? 절대적인 권력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하은혜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 다른 사람더러 여러 차례 손보라고 했지만, 그때마다 김예훈은 눈빛으로 하은혜를 제지했다.모든 상황이 백기영의 손에 통제된 마당에 조금이라도 억지 부린다면 CY그룹에서 사상자가 더 늘어날 뿐이었다.김예훈은 머리에 들이댄 총구를 무시한 채 한발 앞서며 말했다. “난 지금까지 용연옥은 공공 기관이라 사적으로 권력을 남용하는 상황이 없을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했군.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인 부패를 초래하는데 말이야. 용문당이든 용연옥이든 설립의 초심은 다들 깨끗하고 순수했어. 안타깝게도 당신 이 세대에서는 이미 미쳐서 날뛰는 수단으로밖에 사용되지 않았지. 용연옥이 이런 상태라면 한번은 물갈이 필요하겠어!”“이 봐, 김예훈,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아무리 집행 부문의 장관 이와도 이런 말 할 자격이 없다고, 당신이 뭔데 이래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