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연옥?”김예훈은 미간을 찌푸렸다.한국에는 몇몇 특수한 기관단체가 있었다.용의 부대는 안전을 보장했다. 한국에서 어두운 세력의 기본적인 질서를 보장하는 곳이다.용문당은 대체로 조직을 유지했다. 한마디로 한국의 어두운 세력을 이끌면서 그 질서를 보장했다.반대로 용연옥은 형벌을 감행하는 단체지만 보통 경찰서와는 다르게 나라의 안전을 보장함과 동시에 강력한 사건들만 취급했다.간단하게 말해서 경찰서에서 감히 조사할 수 없는 사건을 그들이 도맡고 있었다. 경찰서에서 감히 잡지 못하는 사람을 그들은 잡아낼 수 있었고 경찰서에서 감히 죽이지 못하는 사람도 그들은 죽일 수 있었다!살인이 허락되는 특권이라면 용문당보다는 용연옥이 한 수 위였다.이때 백기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예훈, 당신의 표정을 보아하니 용연옥이 어떤 곳인지는 잘 알고 있나 본데, 당신은 부산 용문당의 회장 최종호를 죽인 혐의를 받고 있어. 엄청난 사건이라고! 사태가 엄중하고 사건이 복잡한 관계로 지금 당신을 서울로 압송해 조사 좀 해야겠어. 조사가 끝나고 범죄사실이 밝혀지면 그때는 집행 부문에 이송될 거야. 김예훈, 순순히 잡혀줄래, 아니며 내가 잡으러 갈까?”백기영은 담담한 표정으로 비웃는 듯한 김예훈을 쳐다 있었다.김예훈 때문에 백요한은 큰코다칠 뻔했지만, 백기영은 동생의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 이번 일은 곽영현이 주도한 것이다.2조 원짜리 계약서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백기영은 김청미가 사무치게 그리워하던 이 남자가 어떤 특별한 매력이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김예훈은 가만히 백기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용연옥의 행동대장? 위풍 있어서 멋있어 보이는데, 날 잡아가는 거야 괜찮지만 체포영장은 있고?”백기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용연옥은 체포영장 따위는 없어, 필요하지도 않고.”김예훈이 웃으며 되물었다.“그렇다면 막무가내로 나를 체포하겠다고?”“아니, 이건 허락된 특권이야.”백기영은 경멸에 찬 눈빛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CY그룹의 다른 임원들이 이 상황에 개입하려는 그때, 용연옥의 사람들이 하나같이 싸늘한 기색으로 총기를 꺼내 임원들의 머리에 총구를 댔다.김예훈은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손을 저어 보이며 임원에게 나서지 말라고 했다. 그러자 소한미를 비롯한 상대들은 저마다 경멸에 찬 눈빛으로 비웃었다. 김예훈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그의 한계는 여기까지였다. 백기영의 절대적인 실력 앞에서 아무런 반항조차 할 수 없어 보였다.아무리 힘이 세고 강하다고 한들 지금 상황에서는 김예훈이 아닌 누구라도 반항하지 못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백기영의 말 한마디면 여기에 있는 모두가 조사받을 수도 있었다.“김예훈, 다시 물어볼게. 순순히 나랑 갈래, 아니면 내가 직접 잡으러 갈까?”백기영은 웃음을 참으며 김예훈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그러는 사이, 네 명의 용연옥 사람들이 저마다 총기를 꺼내어 김예훈의 머리에 총을 들이댔고 나머지 몇 명은 먼 곳에 서서 당장이라도 총을 쏠 기세였다. 싸움을 잘하면 어떻고 실력이 뛰어나면 또 어떠한가? 절대적인 권력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였다.하은혜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했다. 다른 사람더러 여러 차례 손보라고 했지만, 그때마다 김예훈은 눈빛으로 하은혜를 제지했다.모든 상황이 백기영의 손에 통제된 마당에 조금이라도 억지 부린다면 CY그룹에서 사상자가 더 늘어날 뿐이었다.김예훈은 머리에 들이댄 총구를 무시한 채 한발 앞서며 말했다. “난 지금까지 용연옥은 공공 기관이라 사적으로 권력을 남용하는 상황이 없을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 내가 쓸데없는 생각을 했군. 절대적인 권력은 절대적인 부패를 초래하는데 말이야. 용문당이든 용연옥이든 설립의 초심은 다들 깨끗하고 순수했어. 안타깝게도 당신 이 세대에서는 이미 미쳐서 날뛰는 수단으로밖에 사용되지 않았지. 용연옥이 이런 상태라면 한번은 물갈이 필요하겠어!”“이 봐, 김예훈,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본데, 아무리 집행 부문의 장관 이와도 이런 말 할 자격이 없다고, 당신이 뭔데 이래
이대정은 뒷짐을 지고 들어와 습관적으로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였고 한 모금 쭉 들이켜고는 싸늘한 말투로 물었다.“기영 님, 다들 여기서 뭐 하십니까?”마침 절묘한 타이밍에 등장해 팽팽해진 분위를 목격한 이대정이다.사실 오늘 이대정은 회사 임원들과 CY그룹을 압박하려고 온 것이었는데 뜻밖의 장면을 목격했다.이대정을 알아본 소한미는 선뜻 앞장서서 윙크하며 말했다. “이 대표님, 김예훈이 영현 도련님의 미움을 사서 기영 님이 직접 데려가 조사하려던 참이었습니다.”이 말을 들은 백기영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소한미가 고의로 한 얘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런 얘기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었다.특히 이대정은 외부인인 데다가 교활하기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런 이대정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니 번거로움을 자처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잠깐 생각에 잠긴 백기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김예훈은 부산 용문당 회장 최종호를 죽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를 데려다가 조사를 해야 합니다.”말이 마친 백기영은 이대정을 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이 대표님, 여기는 지금 용연옥이 공무집행 중이라 대표님 안전을 위해 잠깐 자리를 피해 주세요.”이대정은 순간 알아차렸다.청별 그룹과 번번이 분쟁을 일으키는 김세자가 이번에는 진짜로 큰 사고를 쳤다고 생각했다.진주의 영현 도련님은 김예훈을 죽도록 미워했다.물론 대전의 백씨 가문의 도련님이며 용연옥의 행동대장이기도 한 백기영도 선처를 베풀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그때, 이대정은 웃는 얼굴로 담담하게 말했다.“마침 잘됐네요. 저도 이번에 청별 그룹을 대표해서 김예훈에게 들어야 할 말들이 많아요. 얼마 전 우리 한국 청별 그룹의 부사장인 안재석이 성남에서 죽었어요. 저희는 충분히 합리적으로 김예훈이 죽였다고 의심하고 있어요. 오늘 용연옥에서 김예훈을 데려간다고 하니 제가 청별 그룹을 대표해서 최종호 사건과 안재석 사건을 동시에 부탁드려볼까 합니다.”말이 끝나고 이대정은 묘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사실 오늘 이대정
김예훈은 시큰둥하게 이대정을 쳐다보며 말했다.“당신 같은 신분으로 용연옥 간부들의 결정을 대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대정은 잘난체하며 대답했다.“못 할 게 없죠. 제가 보기와는 다르게 용연옥의 힘을 빌려 적잖은 경쟁 상대들을 잡아들였죠. 제가 북쪽의 몇몇 간부들과는 나름대로 친분이 있다고요!”“용연옥의 힘으로 비즈니스 경쟁 상대를 잡았다고?” 담담한 표정 사이로 김예훈의 살기 어린 눈빛이 흘러나왔다.“백기영, 당신들의 용연옥이 참 잘도 돌아가네!”백기영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예훈, 우리 다 이 정도는 알만한 사람들이잖아? 어떤 일들은 속으로 알고만 있으면 됐지 굳이 들춰낼 필요 있겠어? 용연옥이 아무리 강해도 우리는 정규직이 아니어서 더 많은 자금과 발전이 필요한 거라고. 때로는 해외 지인들을 도와 용돈벌이라도 하는 것 정도는 당연한 일이야!”“그럼, 곽영현 대신에 날 죽이면 당신은 얼마나 받는데?”김예훈이 덤덤하게 말했다.“당신이 그런 걸 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백기영이 웃으며 말했다.“됐어,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이 봐, 김예훈, 무릎 꿇고 당신이 알아서 이걸 차!”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백기영은 허리춤에서 은색으로 된 수갑을 꺼내 바닥에 던졌다.소한미와 이대정은 이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김세자, 김예훈이 무릎을 꿇은 채 수갑을 차는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김예훈이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백기영, 진짜 이렇게 할 거야? 너 따위가 날 수갑을 채운다고? 잘 생각하고 하는 말이지?”“생각?”백기영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네가 아무리 CY 그룹의 대표이고 아무리 그 전설속의 김세자라고 해도, 지금 우리 용연옥을 상대로는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야! 다시 한번 쓸데없는 소리 했다가는 널 조사하기 전에 죽여버릴 수가 있어!”이 말과 동시에 백기영은 손에 있던 총기를 김예훈의 머리에 들이댔다.김예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맞서 싸우려 했다.퍽!이때 갑자기, 누군가 발로 백기영을
박씨 가문!전설 속의 가문 중 하나로 모든 명문가를 뛰어넘는 존재였다!박씨 가문의 존재만으로도 백기영은 박인철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아무리 대전 백씨 가문의 큰 도련님 신분이든, 용연옥 행동대장의 신분이든 그 어느 것도 무의미했다.아무리 박인철이 두렵다고 해도 백기영 역시 이름값 하는 인물이라 모두의 이목이 쏠린 지금은 그도 체면을 차려야 했다. “박인철!”백기영은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확실히 이놈 하나 때문에 나랑 지금 틀어지겠다는 거야?” 백기영은 박인철과 김예훈이 어떤 사이인지는 모르지만, 백기영도 뒷배가 있는 사람이라 박인철에게 지금 행동에 대한 결과를 알려줘야 했다.백기영은 고작 보잘것없는 척박한 경기도에서 세자 한 명 때문에 한 무리의 사람들과 등지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 박인철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다.퍽!박인철은 별다른 말 없이 다시 앞으로 걸어가 백기영을 발로 걷어찼다.“틀어져? 틀어지면 안 될 거라도 있어?”“너!”백기영은 박인철이 박씨 가문 도련님이라는 신분으로 자신을 협박할 줄 몰랐다.만약 박인철이 당도의 무신이라는 신분으로 단순히 용연옥을 막아서려고 찾아왔다면 백기영은 박인철을 본전도 못 찾게 할 방법이 있었다.하지만 오늘은 분명 박씨 가문의 도련님 신분으로 막아서니 그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퍽!박인철은 이번에 백기영의 얼굴을 걷어차며 차갑게 말했다.“네까짓 게 뭔데? 감히 내 앞에서 나대?”백기영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박인철, 당신 적당히 해! 다른 사람들이 박씨 가문을 무서워할지는 몰라도 우리 용연옥은 아니라고!”쿵!박인철은 한대 또 한대 백기영을 때리며 덤덤하게 말했다.“용연옥이 우리 박씨 가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 맞지, 하지만 백기영 당신 따위가 용연옥을 대표하지는 못해! 고작 용연옥의 벌레 같은 행동 대장이 감히 김 대표님을 욕보여? 결과는 생각이나 한 거야? 네가 아니라 네 뒷배인 곽영현이 와도 똑같이 차서 날려 보내 줄게.”이 광경을 목격한 현장의 모든 사
박인철은 비웃는 시선으로 백기영을 쳐다보았다.감히 용연옥의 힘으로 총사령관을 건드리려고 하다니. 백기영은 그 후과를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물론 용연옥은 항상 국방부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국방부도 용연옥의 존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국방부에게도 용연옥을 상대로 보호 대상을 보호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분은 국방부의 보호가 필요 없는 사람이 아닌가. 게다가 어떻게 말하면 국방부가 그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을, 용연옥이 건드리다니?“신분? 저자가 무슨 신분이기에?”그 말을 들은 백기영은 그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고작 전설 속의 김세자일 뿐이잖아. 고작 김세자 따위가 용연옥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박인철, 나는 당신과 CY그룹 사이에 부적합한 거래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어. 이제 당신은 끝이야! 법도에 따라 내가 당신을 체포할 수 있어!”퍽.박인철은 바로 다리를 뻗어 백기영을 다시 바닥으로 차버렸다.“오늘 당신이 왜 왔는지, 와서 뭘 하려고 했는지는 당신이 제일 잘 알 거야. 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잘난 척하지 말아. 정의로운 척은 그만 해! 나, 박인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당신한테 허락받아야하는 사람인가?”바닥에서 구르고 난 백기영의 얼굴은 먼지와 흙으로 가득해 보기 더러웠다.“박인철, 아무리 뭐라고 해도 김예훈은 우리 부산 용문당의 회장인 최종호를 죽인 용의자야. 백기영 도련님이 김예훈을 잡아가려는 건 용문당의 지시도 있었기 때문이야! 그런데 당신이 용문당과 용연옥에서 잡아가려는 사람을 보호해?”이때 소한미도 김예훈이 또 이곳에서 도망칠까 봐 박인철을 압박했다.“당신은 국방부의 전설이라면서 살인범 따위를 보호해? 그 후과를 감당할 수 있겠어?”짝.박인철은 바로 앞으로 나서서 소한미의 뺨을 갈겼다. 그러자 소한미의 얼굴이 바로 부어올랐다.“우물 안의 개구리 주제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정말 자기도 귀족이 된 줄 아는 거야? 자기보다 약한
퍽.퍽.퍽.박인철은 발을 몇 번 뻗었을 뿐인데 네 명의 태권도 선수들은 이미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투자하기 싫으면 하지 마. 청별 그룹이 없어진다고 해서 한국에 위기가 닥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솔직히 말해줄게. 옛정이 있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청별 그룹은 이미 깨끗하게 사라졌을 거야! 그저 북쪽의 쓰레기들이 너희를 데리고 놀아주는 것뿐이야. 정말 너희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박인철은 짜증 내며 얘기했다.청별 그룹이 대단한 것은 맞지만 그들은 그저 북쪽에서 조금 힘이 있는 편이었다.북쪽 땅의 지리적 환경이 조금 특수하고 자원이 많은 편이 아니었기에 북쪽의 경제는 거의 청별 그룹이 먹여 살리는 것이었다.그래서 북쪽에서 청별 그룹은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고 다녔다.하지만 서울이든, 부산이든, 그리고 한국의 다른 곳에서든, 청별 그룹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그 말을 들은 이대정은 화가 나서 바로 튀어 올랐다.“박인철, 내가 꼭 너를 고소할 거야! 국방부 장관 앞에서 당신을 고소할 거야!”“고소?”박인철은 몸을 숙이고 손을 뻗어 이대정의 얼굴을 툭툭 치며 차갑게 얘기했다.“당신의 고소가 소용 있을 것 같아? 잊지 마, 3년 전, 유라시아 전쟁에서 인도는 우리에게 발렸다는 걸. 고작 당신이 국방부 장관을 논해? 그분이 당신을 밟아 죽일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게다가, 그분이 인도에 전화 한 통만 넣어도 당신은 한국 지사 대표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거야.”이대정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이대정은 확실히 인도 청별 그룹 한국 지사의 대표다. 하지만 박인철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다.이대정이 국방부 장관 앞에서 나대기라도 한다면 장관은 바로 전화 한 통으로 그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그 생각에 이대정은 표정이 굳어버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해, 전쟁에서 패배한 것은 인도의 가장 큰 악몽이었다.“가자!”박인철이 김예훈을 보호하고, 이대정도 그에게 맞서지 못하는 상황을 본 백기영의 얼굴은 흙
백기영 일행들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었다.박인철도 표정이 살짝 변했다.박인철은 오늘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 용문당과 용연옥을 함께 상대해야 하는 김예훈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김예훈이 전설 속의 총사령관이라고 해도 이런 큰 문제 앞에서는 힘들 수 있으니까.하지만 지금 김예훈의 태도를 보니 박인철은 그제야 깨달았다.총사령관은 역시 총사령관이다. 이런 하찮은 것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총사령관에게는 개미보다도 못한 존재들이다.“김예훈, 너무 나대지 마! 오늘은 박인철의 얼굴을 보고 봐주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꼭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지금 봐주고 있을 때 그만 물러가. 그렇지 않으면 백기영 도련님이 바로 나서면 오늘이 너의 기일이 될 거야! 용연옥의 소장까지 들먹여? 어디 한 번 계속 얘기해 보지 그래!”백기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의 소한미가 굳은 표정으로 소리쳤다.“봐주고 있을 때 적당히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지도 몰라!”소한미는 오늘 와서 잘난 김예훈이 당하는 꼴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김예훈은 또 이런 상황에서도 순조롭게 벗어났다.박인철이 나타날 것이라는 건 정말 예상에도 없던 일이다. 김예훈을 도와 용연옥과 청별 그룹의 손에서 김예훈을 지켜내 주고 또 그들을 때리기까지 했다.자존심이 높은 소한미에게 있어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김예훈이 백기영을 부르자 소한미가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낸 것이었다.소한미에게 있어 CY그룹의 김세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솔직히 CY그룹은 아직 상장도 하지 않은 그룹이었다.많은 원수를 둔 김세자의 그룹이니 앞으로 잘 될 일도 없었다.그런 김예훈이 박인철을 뒤에 두고 센 척을 하다니. 정말 코웃음이 절로 났다.소한미는 김세자가 그들과 눈을 맞추고 얘기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적당히 하라고?”김예훈이 비웃었다.만약 박인철이 나서지 않았다면 이곳은 시체로 가득했을 것이다.소한미가 죽고 싶어서 환장했다고 생각해야 할까 아니면 자의식과잉이라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