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 가문!전설 속의 가문 중 하나로 모든 명문가를 뛰어넘는 존재였다!박씨 가문의 존재만으로도 백기영은 박인철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아무리 대전 백씨 가문의 큰 도련님 신분이든, 용연옥 행동대장의 신분이든 그 어느 것도 무의미했다.아무리 박인철이 두렵다고 해도 백기영 역시 이름값 하는 인물이라 모두의 이목이 쏠린 지금은 그도 체면을 차려야 했다. “박인철!”백기영은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확실히 이놈 하나 때문에 나랑 지금 틀어지겠다는 거야?” 백기영은 박인철과 김예훈이 어떤 사이인지는 모르지만, 백기영도 뒷배가 있는 사람이라 박인철에게 지금 행동에 대한 결과를 알려줘야 했다.백기영은 고작 보잘것없는 척박한 경기도에서 세자 한 명 때문에 한 무리의 사람들과 등지는 게 과연 맞는 것인지 박인철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싶었다.퍽!박인철은 별다른 말 없이 다시 앞으로 걸어가 백기영을 발로 걷어찼다.“틀어져? 틀어지면 안 될 거라도 있어?”“너!”백기영은 박인철이 박씨 가문 도련님이라는 신분으로 자신을 협박할 줄 몰랐다.만약 박인철이 당도의 무신이라는 신분으로 단순히 용연옥을 막아서려고 찾아왔다면 백기영은 박인철을 본전도 못 찾게 할 방법이 있었다.하지만 오늘은 분명 박씨 가문의 도련님 신분으로 막아서니 그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퍽!박인철은 이번에 백기영의 얼굴을 걷어차며 차갑게 말했다.“네까짓 게 뭔데? 감히 내 앞에서 나대?”백기영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박인철, 당신 적당히 해! 다른 사람들이 박씨 가문을 무서워할지는 몰라도 우리 용연옥은 아니라고!”쿵!박인철은 한대 또 한대 백기영을 때리며 덤덤하게 말했다.“용연옥이 우리 박씨 가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 맞지, 하지만 백기영 당신 따위가 용연옥을 대표하지는 못해! 고작 용연옥의 벌레 같은 행동 대장이 감히 김 대표님을 욕보여? 결과는 생각이나 한 거야? 네가 아니라 네 뒷배인 곽영현이 와도 똑같이 차서 날려 보내 줄게.”이 광경을 목격한 현장의 모든 사
박인철은 비웃는 시선으로 백기영을 쳐다보았다.감히 용연옥의 힘으로 총사령관을 건드리려고 하다니. 백기영은 그 후과를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물론 용연옥은 항상 국방부와 사이가 좋지 않았고 국방부도 용연옥의 존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국방부에게도 용연옥을 상대로 보호 대상을 보호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분은 국방부의 보호가 필요 없는 사람이 아닌가. 게다가 어떻게 말하면 국방부가 그의 보호를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을, 용연옥이 건드리다니?“신분? 저자가 무슨 신분이기에?”그 말을 들은 백기영은 그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고작 전설 속의 김세자일 뿐이잖아. 고작 김세자 따위가 용연옥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박인철, 나는 당신과 CY그룹 사이에 부적합한 거래가 있었다고 의심하고 있어. 이제 당신은 끝이야! 법도에 따라 내가 당신을 체포할 수 있어!”퍽.박인철은 바로 다리를 뻗어 백기영을 다시 바닥으로 차버렸다.“오늘 당신이 왜 왔는지, 와서 뭘 하려고 했는지는 당신이 제일 잘 알 거야. 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잘난 척하지 말아. 정의로운 척은 그만 해! 나, 박인철이 무슨 일을 하는지 당신한테 허락받아야하는 사람인가?”바닥에서 구르고 난 백기영의 얼굴은 먼지와 흙으로 가득해 보기 더러웠다.“박인철, 아무리 뭐라고 해도 김예훈은 우리 부산 용문당의 회장인 최종호를 죽인 용의자야. 백기영 도련님이 김예훈을 잡아가려는 건 용문당의 지시도 있었기 때문이야! 그런데 당신이 용문당과 용연옥에서 잡아가려는 사람을 보호해?”이때 소한미도 김예훈이 또 이곳에서 도망칠까 봐 박인철을 압박했다.“당신은 국방부의 전설이라면서 살인범 따위를 보호해? 그 후과를 감당할 수 있겠어?”짝.박인철은 바로 앞으로 나서서 소한미의 뺨을 갈겼다. 그러자 소한미의 얼굴이 바로 부어올랐다.“우물 안의 개구리 주제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정말 자기도 귀족이 된 줄 아는 거야? 자기보다 약한
퍽.퍽.퍽.박인철은 발을 몇 번 뻗었을 뿐인데 네 명의 태권도 선수들은 이미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투자하기 싫으면 하지 마. 청별 그룹이 없어진다고 해서 한국에 위기가 닥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솔직히 말해줄게. 옛정이 있어서 망정이지 그렇지 않으면 청별 그룹은 이미 깨끗하게 사라졌을 거야! 그저 북쪽의 쓰레기들이 너희를 데리고 놀아주는 것뿐이야. 정말 너희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박인철은 짜증 내며 얘기했다.청별 그룹이 대단한 것은 맞지만 그들은 그저 북쪽에서 조금 힘이 있는 편이었다.북쪽 땅의 지리적 환경이 조금 특수하고 자원이 많은 편이 아니었기에 북쪽의 경제는 거의 청별 그룹이 먹여 살리는 것이었다.그래서 북쪽에서 청별 그룹은 마음껏 권력을 휘두르고 다녔다.하지만 서울이든, 부산이든, 그리고 한국의 다른 곳에서든, 청별 그룹은 아무것도 아니었다.그 말을 들은 이대정은 화가 나서 바로 튀어 올랐다.“박인철, 내가 꼭 너를 고소할 거야! 국방부 장관 앞에서 당신을 고소할 거야!”“고소?”박인철은 몸을 숙이고 손을 뻗어 이대정의 얼굴을 툭툭 치며 차갑게 얘기했다.“당신의 고소가 소용 있을 것 같아? 잊지 마, 3년 전, 유라시아 전쟁에서 인도는 우리에게 발렸다는 걸. 고작 당신이 국방부 장관을 논해? 그분이 당신을 밟아 죽일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하지 않아? 게다가, 그분이 인도에 전화 한 통만 넣어도 당신은 한국 지사 대표 자리를 지키기 어려울 거야.”이대정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버렸다.이대정은 확실히 인도 청별 그룹 한국 지사의 대표다. 하지만 박인철의 말은 하나도 틀린 것이 없었다.이대정이 국방부 장관 앞에서 나대기라도 한다면 장관은 바로 전화 한 통으로 그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그 생각에 이대정은 표정이 굳어버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 해, 전쟁에서 패배한 것은 인도의 가장 큰 악몽이었다.“가자!”박인철이 김예훈을 보호하고, 이대정도 그에게 맞서지 못하는 상황을 본 백기영의 얼굴은 흙
백기영 일행들의 표정이 급격하게 굳었다.박인철도 표정이 살짝 변했다.박인철은 오늘 소식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 용문당과 용연옥을 함께 상대해야 하는 김예훈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김예훈이 전설 속의 총사령관이라고 해도 이런 큰 문제 앞에서는 힘들 수 있으니까.하지만 지금 김예훈의 태도를 보니 박인철은 그제야 깨달았다.총사령관은 역시 총사령관이다. 이런 하찮은 것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총사령관에게는 개미보다도 못한 존재들이다.“김예훈, 너무 나대지 마! 오늘은 박인철의 얼굴을 보고 봐주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꼭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지금 봐주고 있을 때 그만 물러가. 그렇지 않으면 백기영 도련님이 바로 나서면 오늘이 너의 기일이 될 거야! 용연옥의 소장까지 들먹여? 어디 한 번 계속 얘기해 보지 그래!”백기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의 소한미가 굳은 표정으로 소리쳤다.“봐주고 있을 때 적당히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지도 몰라!”소한미는 오늘 와서 잘난 김예훈이 당하는 꼴을 보려고 했다. 하지만 김예훈은 또 이런 상황에서도 순조롭게 벗어났다.박인철이 나타날 것이라는 건 정말 예상에도 없던 일이다. 김예훈을 도와 용연옥과 청별 그룹의 손에서 김예훈을 지켜내 주고 또 그들을 때리기까지 했다.자존심이 높은 소한미에게 있어 이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김예훈이 백기영을 부르자 소한미가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낸 것이었다.소한미에게 있어 CY그룹의 김세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솔직히 CY그룹은 아직 상장도 하지 않은 그룹이었다.많은 원수를 둔 김세자의 그룹이니 앞으로 잘 될 일도 없었다.그런 김예훈이 박인철을 뒤에 두고 센 척을 하다니. 정말 코웃음이 절로 났다.소한미는 김세자가 그들과 눈을 맞추고 얘기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적당히 하라고?”김예훈이 비웃었다.만약 박인철이 나서지 않았다면 이곳은 시체로 가득했을 것이다.소한미가 죽고 싶어서 환장했다고 생각해야 할까 아니면 자의식과잉이라
김예훈은 차갑게 얘기했다.“그래, 그럼 너에게 나랑 싸울 기회를 주지. 나는 오늘 그저 한 손만 쓸게. 내가 두 손을 쓰면 지는 걸로 하고 오늘 일은 없던 것으로 할게.”“감히!”백기영은 날 선 목소리로 얘기했다. 이건 김예훈이 자신을 농락하는 일이었다!백기영의 눈에 김예훈이 김세자여도, 아무리 능력이 있다고 해도 아무것도 아니었다.하지만 그런 김예훈이 계속 백기영의 심기를 건드리다니. 이건 그냥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것이 아닌가.소한미 등 사람들은 김예훈이 불쌍하다는 듯 시선을 보냈다.김세자의 머리가 정말 잘못된 것인가? 정말 세자라는 신분이 본인을 지켜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박인철이 그를 도와 상황을 모면할 수 있게 해주었는데, 김예훈은 그것도 모르고 용연옥 출신의 백기영과 싸우려고 하다니. 이게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 아니면 무엇인가. 하지만 그럴 수도 있었다.김예훈이 작디작은 성남에서 권력을 휘두르고 다니지 않았던가. 우물 안의 개구리는 밖의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무엇이 있는지 모를 것이었다.그러니 우물 안의 개구리는 한 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으니 바다의 깊이도 알지 못하는 게 정상이었다.자기가 이 세상에 비해 얼마나 작고 볼품없는 존재인지 알아야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무지했고 나약했는지 알 것이다. 고작 세자 따위가, 그것도 몰락한 가문의 세자가 그들을 오라 가라 할 수 있는 신분인가.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이대정은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이 바보 같은 김예훈이 정말 용연옥의 행동대장인 백기영과 싸우려 들다니. 고작 사업을 하는 장사꾼 주제에 도대체 무슨 깡으로? 쿵.백기영이 바로 주먹을 뻗었다. 그 기운이 사방으로 퍼졌다.박인철에게 몇 대 맞아 바닥을 구른 그는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다.이 주먹 한 방으로 김예훈을 때려죽일 수는 없겠지만 불구로 만들어 줄 수는 있었다.“죽어라, 이 쓰레기야!”백기영이 차갑게 웃었다.하지만 그 주먹을 받은 김예훈은 제자리에 가만히
“이,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김예훈에게 저런 실력이 있다니? 박인철만 믿고 나대는 자식이 아니었어? 저 자식이 어떻게 백기영을 이겨!”이대정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내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인도의 태권도 3대 거장, 그리고 그의 8대 천왕도 전부 김예훈의 손에 무너졌을 것이다.그래서 이대정은 자신이 태권도 일인자인 박용진을 데려온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그렇지 않았으면 정말 김예훈을 이기지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박용진이 옆에 있는 것이 아니니 이대정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소한미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켰다. 눈앞의 상황을 믿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백기영도 놀라서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백기영은 한 번에 김예훈을 보내버릴 생각이었다.하지만 눈 깜짝할 사이에 백기영이 쓰러졌다.박인철은 그저 한숨만 내쉬고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백기영은 정말 죽으려고 작정한 것이었다.빨리 패배를 인정했다면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텐데.“김예훈, 나는 백기영이다. 대전 백씨 가문의 사람이자 용연옥의 행동대장이야! 네 배후에 누가 있던지 나를 이렇게 만든 이상 너는 꼭 죽을 거야...”백기영이 힘들게 말을 뱉었다.퍽.김예훈이 발로 백기영을 차버렸다. 백기영의 몸이 다시 한번 바닥에 나뒹굴면서 백기영은 피를 토하고 기절해 버렸다.“돌아가서 곽영현에게 전해.”김예훈은 손을 뻗어 소한미의 얼굴을 툭툭 쳤다.“오늘 일은 꼭 짚고 넘어갈 것이라고.”백기영의 일행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이대정 일행도 꽁무니가 빠질세라 도망쳤다.박인철은 바로 당도 부대의 군의를 불러 송준의 부상을 치료해 주었다.사람들의 상처를 다 처리한 후, 김예훈은 하은혜를 보면서 얘기했다.“며칠 후면 CY그룹이 상장할 텐데, 이 기회에 홀의 인테리어를 한번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하은혜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홀은 현재 성한 곳이 없었다. 며칠을 꼬박 고쳐야 할 판이었다.그렇지 않으면 며칠 후의 상장 의식에서 못 볼 꼴을 보이게
청별 그룹이 임시로 머무는 별장.인도 태권도 일인자 박용진에게는 무인의 기운이 흘러넘쳤다. 박용진은 자리에 앉아 가만히 얘기를 들었다.표정이 좋지 않은 이대정은 겨우 아까의 기억을 끄집어내며 사건을 서술했다.박용진 앞에서 이대정은 자신의 추측을 얘기하지 않고 사실만 서술했다. 말투에서 그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했다.가만히 앉아있는 박용진은 마치 조각처럼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다.이대정의 인내심이 거의 닳아 없어지려고 할 때, 박용진이 천천히 눈을 뜨고 얘기했다.“그렇다면, 우리가 상대하려는 김세자가 실력이 출중한 고수라는 것이죠?”“맞습니다. 게다가 제 생각으로는 안재석이 모셔 온 태권도 3대 거장이 모두 김예훈에게 패배한 것으로 보입니다.”이대정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이 얘기를 꺼냈다.“흠,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안타깝게도 시체가 이미 훼손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제가 분석해 볼 수 있을 텐데요. 하지만 그래봤자 어린놈일 뿐입니다.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그뿐입니다. 만약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으면 진작 전 세계에 소문이 났을 것이지만 이름도 없는 놈이니...”박용진이 담담하게 얘기했다. 마치 고수가 아마추어를 평가하듯 얘기했다.자신만만한 박용진의 얘기를 들은 이대정의 표정은 약간 밝아졌다.“그렇다면 어르신의 말씀대로라면 김예훈은 전혀 어르신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죠?”박용진은 조금 화가 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세 주먹 안에 김예훈을 죽이지 못한다면 이름을 거꾸로 쓰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이대정은 기뻐했다.“어르신, 그렇다면 앞으로의 일은 어르신께 맡기겠습니다!”박용진이 담담하게 얘기했다.“CY그룹이 곧 상장한다고 했죠?”“네.”이대정은 잠시 굳어서 그게 무슨 상관이 있냐는 표정으로 대답했다.박용진의 얼굴에 잔인함이 스쳐 지나갔다.“그룹이 상장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죠. 그런 날이 김예훈의 기일이 된다면 어떻겠습니까?”이대정의 입가에 지울 수 없는 미소가 떠올랐다
곽영현은 웃더니 대답했다.“백기영의 일에는 확실히 나도 책임이 있죠. 하지만 대전 백씨 가문도 추궁하지 않고 용연옥 쪽에서도 이해한다고 했으니 나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그렇다면 김예훈은요?”견청룡이 웃으며 물었다.곽영현이 손을 뻗어 미간을 문지르며 얘기했다.“확실히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이 김세자에게 실력이 있다는 것을요. 적어도 지금까지의 일을 보면 우리의 수단들이 큰 작용을 하지 못한 것 같네요. 그를 끌어내리려면 더 큰 판을 짜야겠어요.”곽영현은 재미있겠다는 표정을 지었다.김예훈은 모든 상황의 변수였다. 김예훈의 등장에 곽영현의 계획이 흐트러져 머리가 살짝 아팠지만, 또 이런 변수가 있어야 재미있는 법이 아닌가.“그 자식은 확실히 놀랍더라고요. 김병욱도 그에게 패배했으니, 그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죠.”견청룡이 담담하게 말했다.“그 외에도 무술도 할 줄 안다는 것 같네요. 게다가 박씨 가문이 그의 뒤에 있다고 합니다. 박인철이 김예훈을 위해 나서줬다고 하니, 정말 단순한 사람은 아니에요. 게다가 박인철 뒤에는 박씨 가문 외에도 다른 사람이 있죠. 바로 전설 속의 총사령관이요. 현재는 경기도에서 은둔한다고 들었는데...”곽영현이 미간을 찌푸리고 얘기했다.“알아본 결과 박인철이 김예훈을 위해 나선 것은 김세자 때문이 아니라 김세자의 부하인 송준 때문이라고 합니다. 송준은 당도 부대의 군인이었다고 합니다. 당도 부대가 어떤 곳인지, 견세자도 알죠? 간단히 말하면 박인철이 나선 것은 송준 때문이라는 겁니다. 김예훈과 박인철은 그저 아는 사이지만 그렇게 깊은 사이가 아니라고 하네요. 그러니 김예훈이 박씨 가문을 믿고 나대지는 못할 겁니다. 제가 아는 바에 의하면 김예훈이 전에 박씨 가문 소유의 성남의 병원 하나를 부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총사령관 같은 인물이 왜 김예훈을 위해서 나서겠습니까. 김예훈은 그 정도 급이 아닙니다.”곽영현은 총사령관을 얘기하며 그를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곽영현이 아무리 대단한 도련님이라고 해도
다음 날 시즌 호텔 로얄 스위트 룸에서 깊이 잠들어 있던 김예훈은 다시 한번 끊임없는 노크 소리에 잠이 깼다.김예훈은 시계를 보고 나서 힘없이 문 열러 갔고 문 앞에 단정하게 차려입은 동하임을 보자 한숨을 쉬며 말했다.“동하임 씨, 지금 아침 9시예요. 나 조금만 더 자게 해줘요!”“좀 푹 쉬게 내버려둬요!”화장한 동하임의 안색이 안 좋았고 그녀는 김예훈의 손을 잡아당기며 말했다.“나랑 같이 공항에 누구 좀 데리러 가요!”김예훈은 자세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동하임의 안색이 좋지 않을 걸 보자 침묵을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동하임의 포로쉐 911은 고속도로를 미끄러지듯이 달리다 진주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동씨 가문의 사람은 이미 대합실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동하임이 다가오는 것을 보자 급히 달려가 주차를 도와주고 한 레스토랑의 위치를 알려주었다.안색이 좋지 않은 동하임은 에르메스를 들고 성큼성큼 걸어갔다.김예훈은 뭔가 물어보고 싶었지만 일단 입을 꾹 다문 채 따라나섰다.그는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평소에 냉담한 동하임을 이토록 화나게 하는지 궁금했다.곧 두 사람은 레스토랑 입구에 도착했다.거대한 레스토랑은 이미 통째로 예약된 상태라 다른 손님은 없었고 모든 웨이터가 한 테이블 귀빈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테이블 중앙에는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남자는 서울 사람으로 잘생긴 외모에 큰 키를 가지고 있는 듯했고 금색 안경을 끼고 있었으며 점잖고 우아한 귀족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의 맞은편에는 영국 제국의 외국 여자가 앉아 있었는데 그녀의 외모와 몸매는 그런대로 괜찮았고 관건적인 것은 독특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김예훈은 그것이 영국 제국 황족만이 가질 수 있는 기질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차렸다.그녀의 외모는 영국 제국의 장공주과는 조금 차이가 났지만 특유의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그러한 사람이 진주 국제 공항에 나타났다는 자체만으로 뭔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몇몇 젊은이들이 레스토랑 바깥 구석에 몰래
“제 기억이 맞다면 전에 손자분이 동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었죠?”“명목상으로는 동하임의 약혼자 맞죠?”김현민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했다가 그 당시 동씨 가문이 아직 집권하지 않았을 때 장씨 가문과 혼약을 맺었던 게 떠올랐다.하지만 그의 손자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오만하고 자부심이 강해서 서울 사람들을 경멸했고 오직 영국 제국 황실의 사위가 되기만을 원했다.그래서 그는 영국 제국으로 유학 갔고 황실 방계인 여친을 찾은 후에는 진주로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김현민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면 장현준은 그 일을 완전히 잊고 있었을 거다.김현민은 이어서 말했다.“어르신의 표정을 보니 제가 제대로 기억한 것 같네요.”“오늘 동하임이 현장에서 김예훈을 건드리려면 자신의 시체를 밟고 가라는 둥, 그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그 말이 퍼지게 되면 장씨 가문의 체면이 구겨질 게 뻔해요.”“어쨌든 동하임은 어르신의 손자며느리이고 아직 파혼하지 않았잖아요.”“제가 보기에는 손자분이 돌아와서 동하임을 교육 좀 시켜야한다고 생각해요. 진주에서 누가 더 권력이 있는지 동씨 가문에 단단히 알려야죠!”“고작 동씨 가문 주제에 집권한 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장씨 가문의 은혜는 싹 다 잊은 거잖아요.”“게다가 동씨 가문을 망가뜨리면 김예훈이 계속해서 큰소리칠 수 있을까요?”“그 사람이 평성에서 아무리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진주에서는 뿌리 없는 초목일 뿐이에요.”“동씨 가문과의 인연만 끊어버린다면 얼마든지 밟고 올라설 수 있지 않겠어요?”“게다가 그 사람이 이번에 영국 제국을 거듭해서 모욕했는데 어르신 손자분과 황실 여자 친구가 같이 돌아와서 김예훈의 낯짝을 세게 후려갈겨 버리면 얼마나 속 시원하겠어요?”장현준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 수장님 역시 명성대로 인재시네요. 직접 나서지 못하는 대신 전략과 배치를 아주 완벽하게 짜놓으셨네요.”“어떻게 체면을 되찾을 수 있을까 한참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급한 마
장현준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다가 물었다.“용현성이 김예훈을 제압하지 못할 거란 걸 진작에 예상했던 거예요?”“용현성은 용문당 집법부대의 부당주고 용문당 36개 지회를 총괄하는 사람이에요.”“그런데 김예훈이 어떻게 감히 용현성의 체면을 구길 수 있어요?”김현민은 직접 장현준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면서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간단해요. 김예훈이 부산 용문당 회장 신분만 갖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죠. 회장이라는 신분은 그 사람한테 단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덤일 뿐이에요.”“그 사람의 진짜 정체는 아마 어르신도 들어봤을 거예요.”“경기도 김세자요!”“진주 이씨 가문의 이일메 큰 어르신도 그 사람을 건드렸다가 패배의 쓴맛만 봤어요.”“심지어 경기도 제일의 명문가의 모든 자원이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 있어요.”“그런 사람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죠.”“게다가 용 어르신과 어르신께서 아무런 준비 없이 공격해서 큰 코만 다치게 된거예요.”김현민의 담담한 말투와 달리 그의 얼굴에는 진심 어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장현준은 살짝 눈살을 찌푸리다가 김현민을 응시하며 약간 화가 난 듯이 말했다.“그럼 왜 우리가 움직이기 전에 얘기하지 않았어요?”“제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도 제 말을 안 들으셨잖아요.”“제가 어르신한테 그 사람의 진짜 정체를 미리 말해줬다고 해도 어르신의 성격과 용어르신의 독단성을 감안했을 때 제 말을 들어주고 믿어줬을까요?”김현민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면서 그에게 차근차근 미끼를 던졌다.“어르신과 용 어르신께서 정신을 집중하고 힘을 합쳐서 세상 물정 모르는 그놈을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분께서 미리 패배의 쓴맛을 맛보는 거예요.”“그래야 두 분께서 그런 놈을 상대하려면 아예 손을 쓰지 않거나 손을 쓴다면 바로 죽여버려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될 거니깐요.”그 말을 들은 장현준의 표정이 바뀌었고 안색이 많이 누그러졌다.잠시 후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김 수장님은 날 위해서 나설
남윤지는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곧 김현민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아차리고 살짝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애초에 그 두 늙은이를 내보낸 건 단지 두 가지 목적을 위해서였잖아요.”“첫 번째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용문당이 김예훈에 대해 얼마나 관대한지 그 한계를 알아내기 위해서였고요.”“그리고 두 번째는 일본이 김예훈 측과의 싸움에서 패배돼서 이번에는 영국 제국의 힘을 빌려서 그놈을 죽이려고 했잖아요.”“이제 그 두 늙은이는 도련님이 예상했던 대로 쓸모가 없어졌고 마침 저희가 계획했던 대로 흘러가고 있으니 잘된 거 아니에요?”김현민은 담담하게 말했다.“계획은 그렇긴 한데 안타깝게도 변수가 생겼어.”“어떤 사람들은 자기 주제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이 권력을 쥐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김현민의 얼굴에 비웃음이 번졌다.“어떤 사람들이요?”남윤지는 생각에 잠긴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실 문 앞에서 급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잠시 후 코가 시퍼렇게 멍이 들고 얼굴이 부어오른 장현준이 거실 문을 열고 김현민 앞으로 걸어가 앉았다. 그의 얼굴은 끊임없이 일그러지면서 변화하는 동시에 원한에 찬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 수장님, 김예훈 그놈 뭐예요?”“고작 용문당 회장 주제에!”“어떻게 감히 내 얼굴에 손을 대요!”“게다가 날 서양 놈들의 개라고까지 했어요!”“그놈을 당장 죽여버려요! 김 수장님, 내 원한을 꼭 갚아줘요!”“별거 아닌 놈이 감히 전임 총독의 얼굴을 때리다니!”“그놈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앞으로 어떻게 진주·밀양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어요?”“또 어떻게 영국 제국 황실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겠어요?”장현준은 자신과 김현민의 신분 차이를 잊은 채 붉게 부어오른 얼굴에는 증오와 사나움만 가득했다.이어서 장현준은 그의 부하들 앞으로 다가가서 그들의 얼굴을 내리치기 시작했다.“쓸모없는 것들! 이 쓸모없는 것들아!”“날 보호하지 않고 뭘 했던 거야?”“영국 제국의 퇴역 기사라면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