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핸드폰을 꺼내 자료를 찾아 최종호의 신분을 확인했다. 그리고 모두 숨을 들이켰다.백요한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부산 용문당 회장까지 불러내다니. 정말 두 사람의 사이가 돈독한 것이 틀림없었다.공명진의 표정도 살짝 굳었다. 김예훈에게 무릎을 꿇은 것이 살짝 후회되었다. 너무 성급한 선택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백요한의 여자 파트너들은 바로 백요한의 품에 안기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그녀들의 눈에 백요한은 너무 대단한 사람이었다.최종호가 등장했으니 다들 옆으로 찌그러져 있어야 할 것이다.경기도에서는 하정민과 국방부의 일인자인 원경훈만이 최종호 앞에서 허리를 펼 수 있을 것이다.경기도 일인자인 김세자는 최종호 앞에서 고개도 쳐들지 못할 것이다.왜냐하면 최종호는 부산 용문당의 회장이니까!아까처럼 허세만 부리던 김예훈은 당장 죽을지도 몰랐다.많은 사람들의 얼굴에는 흥분한 기색이 드러났다. 그들은 김예훈의 결말을 보고 싶었다.“김예훈, 하마터면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았네.”“공명진을 무릎 꿇게 한 것은 인정하지만, 그게 뭐 어때서? 김예훈이 최 회장님의 상대가 될 것 같아? 결국은 광대일 뿐이야.”“곧 최 회장님과의 격차를 몸소 느낄 수 있을 거야.”많은 사람들이 김예훈을 불쌍하게 쳐다보았다.강자가 약자를 동정하는 것은 천재가 바보를 가엾이 여기는 것과 비슷했다.태생이 약자인 김예훈이 뭘 할 수 있겠는가. 김예훈은 최종호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절대적인 권력 앞에서 김예훈은 아무것도 아니다.“최종호 님!”“오셨군요!”“최 회장님!”백요한이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다가갔고 주변의 사람들도 하나둘씩 최종호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이게 무슨 일이냐. 나를 이곳까지 오게 만들다니.”최종호가 뒷짐을 쥐고 걸어왔다.그는 부산에서 처리할 일이 있었다. 그런데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백요한이 전화를 걸어온 것이었다.최종호에게는 아들과도 같은 백요한이었기에 최종호는 바로 달려온 것이다.백요
일 분이 지나고 나서야 최종호는 손을 저어 부하들을 제지했다. 그리고 차가운 시선으로 김예훈을 바라보며 물었다.“네가 우리 요한이를 건드린 거냐?!”“응.”김예훈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최종호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좋아, 아주 좋아!”김예훈이 이렇게 막 나오는 것을 본 최종호는 차갑게 웃었다.“내 사람을 건드린 대가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겠지?”김예훈이 담담하게 되물었다.“내가 왜 백요한을 건드렸는지는 묻지 않네?”그말에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코웃음을 쳤다. 지금 와서 갑자기 도리를 따진다고? 머리가 잘못된 게 분명하다!“안 물을 거다. 물을 필요가 없지.”최종호는 뒷짐을 쥐고 차가운 시선으로 김예훈을 노려보았다.“네가 우리 요한이를 건드렸다는 것만 알면 되거든.”백요한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으로 얘기했다.“최종호 님, 저 자식이 아까 말하기를, 최종호 님이 와도 자기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한대요!”종성우 등 사람들도 입을 모아 얘기했다.“맞습니다, 그렇게 얘기했어요.”“나를 꿇게 만든다고? 정말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구나.”최종호는 화가 나고 어이가 없어 웃음마저 터졌다.“너 이 자식, 용문당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 용문당이 무슨 일을 하는 건지는 알아? 내가 오늘 너를 제대로 손봐주지 않으면 넌 계속 네 주제도 모르고 살겠지.”김예훈이 되물었다.“그러면 최 회장님은 도리를 따지지 않겠다는 말인가?”“도리?”최종호는 차갑게 웃었다.“내 앞에서는 주먹이 곧 도리야. 강자의 말이 곧 법이라고! 그래서 용문당은 절대적인 진리야. 저자를 봐. 내가 저자의 손발을 다 잘라버렸지만 대구 공씨 가문은 나에게 와서 도리를 따질 자격도 없어.”그렇게 말하며 최종호는 바닥에 쓰러진 공명진을 가리키며 분노의 숨을 몰아쉬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을 보탰다.“보아하니, 정말 날 죽일 생각인가 본데. 도리를 안 따지겠다니 참 안됐네.”“도리를 따지는 것도 괜찮지. 대신 네가 무릎
모든 사람들이 경악했다.사람들은 입을 떡하니 벌리고 그 장면을 지켜 보았다. 머리털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바로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이 자리에 최종호도 있고 그의 보디가드들도 있는데, 김예훈은 그 앞에서 백요한을 떄린것이다.그렇게 빨리 죽고 싶은 건가?최종호의 표정이 그대로 굳었다. 최종호는 김예훈이 조금이라도 머리를 쓸 줄 아는 사람이라면 곧 머리를 숙일 것이라고 생각했다.왜냐하면 그는 부산 용문당의 회장으로서 높은 지위를 갖고 있었고 실력도 있었기에 김예훈을 밟아죽이는 것은 마치 개미를 밟아죽이는 것처럼 쉬웠기 때문이다.하지만 김예훈이 그런 최종호를 무시하고 사람들 앞에서 백요한의 뺨을 때리고 심지어 백요한을 밟을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이건 최종호의 체면을 구기는 일이고 동시에 용문당의 체면도 구겨지는 것이다. “죽여라! 모든 책임은 내가 질테니 죽여!”최종호는 화가 나서 발을 굴렀다.수많은 사람들이 숨을 죽이고 이 장면을 지켜보고 있다.서른여섯 명의 보디가드들이 좌우로 김예훈을 포위했다. 김예훈 발 밑에 깔린 백요한이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바로 김예훈을 죽일 생각으로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이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고 스피커폰을 켰다.뚜-야심한 밤, 빈 주차장에서 그 소리는 더욱 잘 들렸다.“전화해서 사람을 부르려고? 드디어 무서운 줄은 알았나 보지?”최종호가 차갑게 웃었다.“네 배후가 누구인지 어디 한번 보자. 바로 죽여버릴 테니.”“여보세요? 누구입니까?”전화기 너머에서 조금 연세가 느껴지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힘 있고 위엄 있는 목소리였다.그 목소리를 들은 최종호는 잠시 멈칫했다. 그의 얼굴에는 긴가민가하는 표정이 드러났다.이 목소리는 너무 익숙한 목소리였다.최종호에게는 너무 익숙한 목소리다.하지만 문제는, 김예훈이 어떻게 이분의 전화를...최종호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때, 김예훈이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용인주 님, 안녕하십니
김예훈은 용문당의 사람들을 뒤로한 채 담담하게 말했다.“용인주님, 제가 어떻게 인주 님께 지시하겠습니까. 단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용문당을 창립하실 때 초심은 무엇이었습니까?”용인주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챘음에도 웃으며 대답했다.“나라를 위해 국경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나라를 위해 국경을 지킨다고요!?”김예훈이 비웃으며 말했다.“허세가 하늘을 찌르는 용문당 지사의 회장들조차 나 몰라라 하시면서 사기와 행패를 일삼는 이런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 국경을 지킨다고요? 만약 이런 사람들이라면 용문당은 존재 가치가 없네요!”용인주는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했다.“김예훈 님,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어떤 일이든 이 늙은이가 다 해명하겠습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특별한 일은 아닙니다. 그저 부산 용문당의 회장 최종호가 저를 죽이려 할 뿐이죠. 제가 바로 해결하려다가 혹시 인주 님께서 지시하신 건 아닌지 해서 연락드려 본 겁니다. 그렇다면 서울이라도 한번 가려고 했죠.”“예훈 님, 실례지만 최종호에게 전화를 바꿔주시면 이 늙은이가 잘 말해 보겠습니다.”“좋습니다!”김예훈은 웃는 얼굴로 휴대전화를 최종호 앞에 던졌다.“당신들 당주가 전화 받으래.”최종호가 벌벌 떨며 전화를 귓가에 가져다 댔다.한참 후, 전화 너머로 차갑고도 쌀쌀맞은 말투가 들려왔다.창백한 얼굴로 온몸을 덜덜 떨며 전화를 끊은 최종호는 마치 혼이라도 나간 사람 같았다.용인주는 김예훈의 신분은 말하지 않았지만, 그는 단 한마디만을 남겼다. 김예훈을 욕보인 대가는 죽음밖에 없으니 제대로 용서를 구하라는 것이었다.기세등등하던 최종호가 그 말을 듣고 움찔했다. 그러고는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김예훈을 향해 천천히 몸을 숙였다.“예훈 도련님, 오늘은 제가 실수했습니다. 제가 많은 사람들에게 행패를 부렸습니다. 저의 무례를 용서해 주세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장은 온통 혼돈의 늪에 빠졌다. 수많은 사람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비비며 재차 확인했다.그토록 콧
현장에 있던 모두가 놀라서 넋이 나갔고 두려움에 떨었다!부산 용문당 회장이 한참 어린 후배 앞에 꿇어 않아 양쪽 뺨을 맞다니, 이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간다 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김예훈이 어떤 신분을 가졌든, 그가 누구에게 전화를 걸었든, 눈앞의 광경이 모든 것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승패는 이미 정해졌다고.최종호가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그의 자존심과 오만함은 사라진 지 오래고 그를 따르는 서른여섯 명의 부하도 바닥에 꿇어 않은 채 머리를 들지 못했다.허세를 부리던 만큼 처참해진 모습이 대조를 이뤘다.이 모습을 보고는 백요한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저마다 식은땀을 훔치며 소리 없이 물러섰다. 비록 자리는 뜰 수 없지만 마치 백요한과 친한 사람이 아닌 듯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고 있었다. 백요한과 종성우는 지금이라도 당장 김예훈의 목을 졸라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억울할 뿐이었다. 그깟 데릴사위 하나쯤 마음대로 밟아 죽이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그러나 그 둘의 눈은 이내 광기 어린 눈빛으로 돌변했다. 김예훈이 제 아무리 높은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들 상관없었다. 양아버지의 일 처리 방식대로라면 오늘 일이 지나고 나서 기필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복수 할 것임을 백요한은 굳게 믿고 있었다.’김예훈 딱 기다려, 당신뿐 아니라 당신의 가족 모두를 죽여줄 테니!’“내가 어르신을 앞세워 당신을 때린 것이 억울한가?”최종호의 뺨을 한참이나 후려 친 김예훈은 손을 닦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최종호의 눈빛은 독기로 가득 찼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억울함이 가득했지만 이 순간만큼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아닙니다!” 살아 있는 한 희망은 있다고 오늘은 그가 김예훈 앞에서 머리를 숙였지만, 용문당이 남아있는 한 오늘의 수모를 만회할 방법은 수만 가지는 남아 있었다.그러나 지금은, 이미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최종호이기에 찌질해도 할 수 없었다. 김예훈은 담담하게 물었
프리미엄 가든김예훈은 살금살금 집 안으로 들어와 욕실로 향했다. 탁!어두컴컴했던 거실이 순식간에 환해졌다. 소파에는 정민아와 정소현 자매가 잠옷을 입은 채 제각기 팔짱을 끼고는 김예훈을 주시하고 있었다. 금방 용문당의 부산 지사 회장을 처리하고 온 김예훈이지만 이 순간만큼은 식은땀이 흘렀다. 그는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민아야, 소현아, 다들 아직 안 잤어?”“당신 뭐 하러 갔어? 왜 이렇게 늦었어?”정민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김예훈은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백요한의 양아버지랑 잘잘못을 따지러 갔다 온 거야.”“그래서?”“그래서 그 둘 부자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성남에 나타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어. 그러고는 둘이 손 꼭 잡고 떠났지.”김예훈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정민아와 정소현 두 사람은 당연히 믿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서로를 마주 보았지만, 문제는 김예훈의 몸 그 어디에서도 다행히 다친 곳은 없어 보였기에 아마 싸우러 간 것은 아닌 듯싶었다. 김예훈이 계속해서 말했다. “맞다, 앞으로는 웬만하면 낯선 사람과 식사 자리는 피하는 게 좋겠어. 혹시 있게 되더라도 나한테 꼭 알려주고. 그리고 요즘은 밖에 나가지 않도록 해. 최대한 집에 있어. 특히 너, 별일 없이 나다니며 사고 좀 치지 말고!”김예훈은 정소현을 노려보았다. “내가 뭘요!”정소현은 억울했다.김예훈은 정민아에게 정소현을 혼 좀 내라는 눈치를 주고는 곧바로 욕실로 향했다. 백요한과 최종호의 등장으로 김예훈은 기분이 엄청 더러웠다. 이번 사건은 이렇게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서울, 성남에서는 거리가 멀지만, 그곳은 한국의 정치,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이다.한국에서의 최강, 최고층 계급의 사람들만이 이곳에 발붙일 자격이 있었다. 서울 도심 속, 이 시각, 한 채의 오래된 전통가옥 내에는 하얀색 한복을 차려입고 나무 의자에 기대어 있는 누군가가 있다. 그의 앞에는 전통 화로가 놓
다음 날 아침.김예훈은 아침 일찍 최종호가 저격수에게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는 곧바로 여운기에게 전화를 걸고는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최종호의 신분이 특별했기에 장례식장에는 여운기뿐만 아니라 양정국도 있었다. 장례식장 영안실에는 창백한 얼굴을 한 시체 한 구가 누워 있었다. 누가 봐도 그는 최종호였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의 미간 사이에는 붉은색 자국이 선명하게 찍혀있었다.김예훈은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어떻게 된 일입니까?”여운기는 크게 심호흡하고는 말했다. “어젯밤, 최종호 일행이 주차장을 떠나 에드워드 병원에 가서 간단히 상처를 치료하고는 곧장 성남국제공항으로 갔어요. 시내를 벗어나 공항까지 20킬로 미터도 남지 않은 곳에서 최종호가 답답하다며 창문을 내리라 했다더군요. 그 순간 누군가 총을 쐈고 그의 미간에 적중되면서 즉시 사망했어요! 그 한발이 백발백중이라니, 전장에서 수십 년을 단련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렇게 정확할 리가 없죠. 사고 후 우리 경찰이 주변을 물색하던 중 한 주민아파트에서 의심되는 곳을 발견했는데 현장 정황으로 보았을 때 상대방은 아마도 기존에 있는 총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조립한 총을 사용한 것 같아요. 그 때문에 수사를 해도 범인의 신분을 알아내기란 절대 쉽지 않을 것 같네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물었다. “의심 가는 상대가 있습니까?”“네. 여러 명 있죠.”여운기는 쓴웃음을 지었다. 경기도에는 비록 용문당 지사가 없지만 최종호가 나름 큰 인물이었기에 사고직후 기타 지역의 용문당 지사 회장들은 가장 빠른 시간안에 그에게 전화를 걸어 사건의 전말을 물었다. 성남뿐만 아니라 경기도 상류층에도 최종호의 친구들이 적지 않으므로 모두가 그에게 전화를 걸어 빠른 시간 안에 진상규명을 부탁했다.여운기는 비록 성남경찰서의 서장이라지만 큰 인물들 앞에서는 그 또한 피동적일 수밖에 없었다.“그중에서도 가장 의심되는 자가 누구인가요?”김예훈은 계속해서 물었다.여운기는 잠깐 망설였지만 결국 대답하지 못했다.
김예훈은 덤덤했다. 곁에 있던 여운기가 문득 입을 열었다.“김 대표님, 대표님이 생각하기엔 범인의 의도는 무엇일까요?”김예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꼭 나를 향한 것이 아닐 가능성도 있어요. 그러나 성남을 들썩이게 하려는 의도는 확실한것 같네요. 필경 지금의 성남은 마치 탄탄한 철통과도 같아 규칙이 없는 외부인이 들어오기란 쉽지 않죠. 그런데 만약 저를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면 경기도 기관에서는 무조건 저를 앞세워 명분을 갖고 용문당에 찾아간다면 외부에서도 성남에 들어올 기회가 있지요.”여기까지 생각한 김예훈은 말을 이어갔다.“만약 예상한 대로라면 범인의 목적은 최종호를 죽이는 것도, 나를 죽이는 것도 아닌 단지 용문당이 몰락하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 틈에 그들은 물갈이를 하는거죠...”“그 말은 즉, 그들은 김세자를 향해 온 것이고 또한 총사령관님을 향해 온 것이겠죠...”이 말을 꺼내는 순간 김예훈의 입가에는 쌀쌀한 미소가 번졌다. 양정국과 여운기는 서로를 쳐다보았고 그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그들이 향한 화살은 단지 김세자를 향한 것으로 생각했지만 듣고 보니 총사령관님을 향한 화살일 가능성도 있었다. 김세자를 향한 것이라면 상업적 비즈니스를 위한 싸움이라 생각하겠지만 총사령관님을 향한 것이라면 아마도 더 중요한 무언가와 연관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 “이번 사건은 여러분께서 절차대로 조사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다른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김예훈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요즘 성남이 분주할 것입니다. 그러나 성남은 절대로 어지럽혀져서는 안 됩니다! 감히 누가 성남을 먹칠하려 한다면 그를 당장 잡아들이세요! 그 누구든 의견이 있다고 하면 저를 찾아오라고 하세요.”“네!”양정국과 여운기는 얌전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분께서 말을 꺼낸 이상 더 이상의 반박은 불가하다.앞으로 성남은 더욱 혼잡해질 것이다. 폭풍우가 몰아치기 전의 고요함이라!대화하며 영안실에서 걸어 나온 세 사람은 어느새
김예훈은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그리고 김현민이 일본, 영국과 결탁한 의혹이 있는 것과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날 김현민이 상속받으려 한다는 소문을 퍼뜨려 주세요.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군지 모르게 여러가지 버전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퍼뜨려 주세요. 김현민이 밖에 나가 스트레스를 풀 수 있게 긴장감을 줘야죠. 맨날 집에서 음모와 계략을 연구하는 것도 정신상태에 좋지 않거든요.”김현민이라는 사람은 너무 계산적이고, 자기 보호에 강했다. 그런 그에게 짜증 날 대로 짜증 난 김예훈은 이렇게라도 그를 압박하고 괴롭혀 보기로 했다.그가 미쳐 날뛰기 시작해야 자기가 짜놓은 판이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알아볼게요. 그리고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 동씨 가문은 그래도 진주에서 어느 정도 힘이 있어서 이런 일은 쉽게 처리할 수 있거든요.”김예훈은 웃으면서 다시 한번 상황을 정리했다.김현민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너무 의도적으로 계획하면 안 되었다. 너무 티 나게 하면 그가 눈치챌 수 있었다.오히려 이런 무심한 계획이 더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었다.김예훈이 미간을 찌푸린 채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있던 동하임은 갑자기 웃더니 그에게 다가가 차를 한 잔 따라주었다.“도련님께서 저희 동씨 가문에 이렇게 잘해주시는데 마땅히 내놓을 것도 없고 해서 제 몸을 바치는 거 어떨까요?”농담처럼 보이지만 사실 큰 용기를 낸 것이다.김예훈만 원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 불꽃이 튈 것이 분명했다.“하하하.”김예훈은 웃음을 터뜨리며 오른손으로 동하임의 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고개를 흔들었다.“하임 씨, 농담도 참. 아무리 그래도 저는 하임 씨 아버지의 친구이자 하임 씨의 삼촌이 되는 사람이에요. 이런 농담으로 저를 화나게 하면 제가 어떤 벌을 내릴지도 몰라요.”동하임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이런 걸 좋아하셨어요? 그러면 삼촌, 저한테 어떤 벌을 주실 건데요?”김예훈은 갑자기 주제가 잘못된 것 같아 순
“그렇다면 덕망 높은 두 분의 끊임없는 호소 끝에 김현민은 반드시 전략을 바꿔야겠죠. 만약 도련님께서 상대가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멀리 놓고 봤을 때 저 두 사람은 김현민이 자신을 위해 분풀이를 해줄 수 없다고 생각하겠죠. 그렇다면 저 두 사람이 김현민의 마음을 흔들 기회가 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단단한 고리에 작은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요. 만약 김현민이 오늘 일때문에 참지 못하고 직접 나선다면 계획이 급하게 진행되면서 그중에서 부족한 점이 보이겠죠. 어쩌면 도련님께서 이 기회를 이용해 그를 뿌리째 뽑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아무튼 도련님은 이 건물에 들어선 순간부터 함정에 빠진 것이 틀림없어요.”동하임은 손에 들고 있던 수표를 김예훈에게 건넸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예훈이 흥분한 나머지 일을 너무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아까 아버지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조언을 듣고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김예훈의 행동이 막무가내로 보이지만 사실은 신중한 움직임이었고, 걸음마다 김현민의 약점을 정확히 찔렀다.비록 김예훈과 김현민이 아직 정식으로 붙지 않았지만, 신경전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현재 파악된 상황을 봤을 때 적어도 김현민은 김예훈에게서 그 어떠한 이득도 본 적이 없었다.이로써 동하임은 왜 아버지가 진주·밀양에서 아무런 기반도 없는 김예훈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움직였지만 안타깝게도...동하임은 김예훈이 미혼일 때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이때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동하임을 힐끔 쳐다보았다.비록 동태원의 조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사람은 조금만 더 가르쳐주면 곧 큰 인물이 될 사람이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인정하지 않고 피식 웃을 뿐이다.“너무 과대평가하신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사람을 때렸을 뿐인데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신 거 아니에요? 저를 너무 그렇게 과대평가하지 말아
잠시 후, 용현성과 장현준은 처참한 모습으로 이곳을 떠났다.동하임은 손에 든 2,000억 원의 수표를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김 도련님, 이번 만남은 정말 실패네요. 아무쪼록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줄 알았는데 저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냬요. 이 2,000억 원, 더 두 분이 여기저기 연락해서 겨우 모은 거예요.”동하임은 여전히 한숨이 나왔다.‘그렇게 거들먹거리더니 돈도 별로 없는 사람들이었어. 2,000억 원을 울며불며 여기저기서 빌려야 한다니.’김예훈은 그들에게 2,000억 원을 내놓으라고 한 것은 그들의 뺨을 때리는 것보다도 더 심했다.그들의 노후 자금마저 탈탈 턴 것과도 같았다.이로써 쌍방은 지금, 이 순간부터 더 이상 평화롭게 지낼 수가 없었다.“괜찮아요. 저희가 얼굴을 붉히지 않았다고 해도 저를 죽이고 싶어 안달이었을 거예요. 어차피 저들 눈에는 제가 죽어야 마땅한 존재니까요.”김예훈은 다시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며 공진해가 보내온 자료를 확인했다.“소식에 따르면 용현성은 특별한 능력 없이 사람을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어요. 암암리에 일본 쪽과 연락하는 것 같더라고요. 류서우가 초대하지 않았더라도 일본인들에게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기 위해 무조건 문제를 일으키러 왔을 거예요. 장현준은 원래부터 식민지 시대 때 영국에서 기르던 개였을 뿐이에요. 평생 무릎 꿇고 개처럼 살더니 외국인이 하느님인 줄 아나 봐요. 이런 사람은 아무리 체면을 세워주고, 또 기회를 줘봤자 절대 만족하지 않을 거예요. 아무튼 제가 회장 패쪽을 내놓지 않고, 또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일본에 가서 사죄하지 않는 한 둘 중 하나는 죽는 운명이었다고요.”김예훈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계속해서 말했다.“어차피 죽고 못 살 판에 2,000억 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도 많이 봐준 거예요. 오늘 이렇게 많은 눈이 지켜보지 않았다면 저 사람들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도 못했어요.”김예훈의 담담한 말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그에게는 외국과 은밀히 연락하고 국민을 해치려는 비겁한 자
“영국 사람을 등에 업으면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어요? 아니면 모든 사람이 어르신처럼 외국인을 언급하면 바로 무릎 꿇을 줄 알았어요?”쨕!말할수록 화가 난 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저 멀리 날려 보냈다.김예훈에게 얻어맞아 얼굴이 퉁퉁 부어오르고 정신이 혼미해진 장현준이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했을 때, 김예훈이 또다시 접근해 오자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사과할 기회를 드릴게요. 아니면 오늘 갈 생각도 하지 마세요. 내년 오늘이 어르신과 부당주님의 기일일 줄 아세요.”“너...”장현준은 화가 나서 부들부들 떨면서도 얼굴을 부여잡은 채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도 하고싶은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비록 이 시대에서는 권력, 힘, 돈, 인맥이 모든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주먹이 강한 사람이 승자였다.용현성이 이미 김예훈에게 짓밟힌 것도 모자라 장현준도 뺨을 맞고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장현준은 지금껏 의지해 온 영국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자 더 이상 김예훈과 맞서지도 못했다.이 순간, 장현준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미안하네.”쨕!“그렇게 사과하는 거 맞아요?”쨕!“영국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던가요?”쨕!“사과는 존중의 의미로 무릎부터 꿇어야 한다는 거 몰라요?”연이은 뺨에 장현준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그는 분노의 극치에 도달해 표정마저 일그러졌다.손을 쓰고 싶었지만 차마 용기가 없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떨리는 몸으로 결국 무릎을 꿇었다.“김 회장님, 죄송합니다. 오늘은 제가 잘못했습니다.”장현준 같은 사람은 무릎 꿇는 것이 그렇게 굴욕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의 인식 속에서는 외국인을 만나면 무릎을 꿇어야 하지만 외국인은 김예훈에게 무릎 꿇을 자격이 없었다.“어르신같이 비겁한 자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도 아무런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지만, 저는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거든요.”김예훈은 휴지로 손가락을 닦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가보세요. 다음부터 저를
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숨을 헐떡이며 김예훈과 동하임을 째려보았다.“기다려.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올 거야!”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맹세했다.“반드시 동씨 가문을 진주 1인자 위치에서 끌어내릴 것이고, 오늘의 행동에 대해 후회하게 할 거야! 나는 전직 총독으로서 그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이 일을 영국 황실에 알리면 너희는 끝장이야!”동하임은 피식 웃고 말았다.“영국이요? 저희가 끝장날 거라고요?”김예훈은 서서히 장현준 앞으로 다가가 비웃음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어디 전화해 보세요. 영국에서 어디 저희 대한민국 일에 간섭할 수 있는지. 저희 대한민국은 이미 세계 정상에 서있는데 어르신은 아직도 서양인의 그림자 밑에서 살고 계시네요. 당신 같은 사람이 전직 총독이라고요? 어이가 없어서. 어르신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서양인에게 길들어진 개일 뿐이에요.”김예훈은 또 한 번 발로 걷어찼다.장현준은 서양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반응이 빨라서 김예훈이 발로 차는 순간에 최선을 다해 피했다.하지만 손을 들기도 전에 복부에 통증을 느끼며 의자와 함께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악!”비명이 퍼져나가고, 장현준은 네 발이 하늘을 향해 뒤집어져 마치 뒤집힌 거북이처럼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얼른 전화해 보세요. 어르신을 지켜줄 수 있는지 어디 한번 지켜보자고요.”김예훈은 피식 웃었다.“어르신께서 말은 힘이 무엇인지 확인해야겠어요.”류서우 등은 이 순간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뻔뻔한 자식. 동하임이 장현준 어르신을 다치게 한 틈을 타 진주에서 존경받는 전직 총독님을 공개적으로 모욕하다니. 정말 완전히 무시하는 거잖아!’“김 회장!”장현준은 힘겹게 일어나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말했다.“감히 나한테 손을 대?”쨕!김예훈은 장현준의 뺨을 때려 바닥에 쓰러뜨렸다.다음 순간, 머리가 세게 바닥에 부딪힌 장현준의 얼굴은 온통 먼지투성이가 되고 말았다.화가 났지만 두려움과 절망감이 앞섰다.충분히 자기도 고수라고 생각했는데 김예훈의 움직임을 전
“너...”용현성은 김예훈을 죽여버리고 싶었지만, 극심한 통증 때문에 어질어질한 상태였다.그는 용문당 집법 부대의 부당주이며 용씨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다.그동안 무송과 용문당에서 항상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를 추앙하고 존경했는지 모른다.그는 어디에서든 자신감이 넘쳤고, 심지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그런데 오늘 김예훈한테 체면이 짓밟힌 것도 모자라 큰 손해를 보게 될 줄 몰랐다.어린놈의 발에 체면과 존엄이 짓밟힌 지금, 용현성은 벽에 머리를 박아 죽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다.하지만 김예훈이 또 움직일까 봐 소리치지도 못했다.“보아하니 이제는 사태 파악이 되셨나 보네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무슨 말을 하면 안 되는지 아시겠죠?”김예훈은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용현성을 쳐다보고는 그를 발로 차버렸다.“오늘 교훈을 잘 기억하길 바랄게요. 안 그러면 언젠가 터질 정도로 얻어맞을 거니까요. 제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지. 김현민이었다면 진작에 죽었을 거예요. 무송으로 돌아가 집법 부대 사람들한테 알라세요. 앞으로 일을 처리할 때는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일본인의 말에 개처럼 달려오지 말고요. 한 명씩 올 때마다 본때를 보여줄 거니까요. 알겠어요?”용현성은 비틀거리며 일어서서 얼굴은 일그러진 채 처참한 모습으로 분노로 들끓고 있었다.이순간 그는 김예훈에게 도전할 용기가 없어 애써 진정해 보려고 들숨·날숨을 쉬었다.“김 회장, 하임 씨, 정말 너무하는 거 아니야?”용현성이 이 정도로 다친 모습을 보자 장현준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여기가 어디라고. 여긴 국제 대도시인 진주이자 이곳만의 법이 있다고! 전직 총독의 신분으로 요구하는데 당장 당주님께 사과하고 처벌을 받아! 안 그러면 내 한마디로 진주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게 될 줄 알아. 내 말 믿어 안 믿어.”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못 믿겠는데요? 저도 한 말씀 드릴까요? 제 앞에서 나이를 내세우면서 우쭐대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생
김예훈의 발에 짓밟힌 용현성은 끊임없이 몸부림쳤고, 얼굴에는 발자국과 손자국이 나있는 채로 무척이나 비참한 모습이었다.그는 필사적으로 몸부림쳤지만 김예훈의 발에서 벗어날 수 없었고, 그저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많은 사람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비비기도 하고, 꿈인지 생시인지 몰라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특히 집법 부대 제자들은 하나같이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아무도 김예훈이 이 정도로 대담하게 행동할 줄 몰랐다.용현성의 뺨을 때린 것도 모자라 그의 얼굴을 바닥에 짓밟다니.이는 용문당 장관회의 체면을 짓밟은 것도 모자라 용씨 가문의 체면을 짓밟은 것과도 같았다.모두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장현준이 제일 먼저 반응하고 소리쳤다.“김 회장, 지금 무례하게 뭐하는 짓이야! 감히 당주님을 건드려?”김예훈이 용현성마저 무시할 줄 몰랐는지 류서우는 순간 화가 치밀어올랐다.그녀는 혈기가 솟구쳐 김예훈에 대한 두려움도 잊었다. 이때 그녀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집법 부대 제자들이 무기를 꺼내 분노에 차서 앞으로 돌진해 왔다.똑같이 동하임의 손짓에도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사방에서 나와 집법 부대 사람들을 가로막았다.집법 부대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모두 강력한 시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이곳은 동씨 가문의 구역이라 인원이 더 많은 건 사실이었다.힘이 균형을 이룬 쌍방은 서로 대치 상태에 들어섰다.류서우는 또 한 번 누군가에게 가로막힐 줄 몰랐는지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동하임 씨, 지금 뭐 하자는 거예요?”동하임이 냉랭하게 말했다.“김예훈 도련님을 해치려면 제 시체부터 먼저 밟고 가세요!”“너희들!”류서우는 이 모습을 보면서 어금니를 꽉 깨물더니 김예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김 회장님, 당주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함께 묻어버릴 거예요!”김예훈을 직접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동씨 가문 정예 부하들이 너무 많이 도저히 다가갈 수가 없었다.이때 장현준이 기세등등한 말투로 말했다.“김 회장, 하임 씨, 지금 이러는 거, 어떤
이때 용현성의 손짓 한에 몇몇 부하들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뽑아 들고 김예훈을 노려보았다.이 장면은 동하임의 얼굴을 순간적으로 어두워지게 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부당주님, 패쪽은 당주님이 저한테 맡긴 거라 누구도 가져갈 수 없고, 저보고 일본인에게 사과하라고요?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일본인이 저의 사과를 받을 자격이나 있다고 생각하세요?”“왜? 네가 그렇게 대단해?”용현성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김예훈, 내가 너의 다리를 부러뜨리지 않고 일본에 보내는 것으로 끝내는 것도 당주님의 체면을 세워주는 것이야. 그러니까 너무 잘난 척하지 마. 내가 나이 들어서 성격이 좋아져서 다행이지, 젊을 때였으면 너는 이미 머리가 날아가고 온 가족이 살해당했을 거야.”이 순간, 용현성은 언제든지 일어나 김예훈을 한방에 쳐 죽일 것만 같았다.“김 회장, 당주님은 용문당 내부에서 덕망이 높고 권력 있는 분인데 이런 말을 하는 것도 많은 배려를 한 거라고.”장현준은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그러니까 절대 나대지 마. 당주님이 화를 내는 순간 너는 끝장이라고. 회장 패쪽을 내놓아야 할 뿐만 아니라 사과용으로 너의 사지를 부러뜨려 일본에 버릴 거라고. 너의 가족 또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당주님은 단순히 용문당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용씨 가문도 대표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대한민국 전국 10대 명문가 중의 하나인 용씨 가문!”장현준은 소파에 편안히 기대어 앉아 말했다.“우리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패쪽을 내놓고 스스로 손발을 묶어. 내가 당주님을 위해 두번째 즐길 거리를 마련했는데 말이야. 당주님이 즐기는 데 방해가 되는 순간 네가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볼 거야.”류서우도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얼른 패쪽을 내놓고 무릎 꿇고 용서를 빌어요. 아니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김예훈은 웃으며 말했다.“류서우, 지금 날 협박해?”류서우는 눈가를 파르르 떨긴 했지만, 여전히 냉랭하게 말했다.“그렇게 이해하셔도 좋아요.”류
“나오키가 너를 죽일 수 있었는데 네가 용문당 이름으로 압박하는 바람에 생각에 잠겨있는 틈을 타 습격해서 죽였다는 것도 알아. 김예훈, 너는 정말 얼굴이 너무 두꺼운 거 아니야? 왜 그렇게 염치가 없는 거냐고.”용현성은 김예훈에게 삿대질하면서 화가 잔뜩 나 있었다.김예훈은 멈칫하더니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류서우를 힐끔 쳐다보았다.류서우 뒤에 서 있던 집법 부대 제자들은 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에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이로써 류서우가 용현성을 데려오기 위해 일부 진실을 숨겼다는 것을 알수 있었다.예를 들어 김예훈이 혼자서 타케이 가문을 모조리 때려눕혔다는 사실을 숨긴 채 김예훈이 용문당을 이용해 타케이 가문을 압박했다고 말했다.만약 용현성이 김예훈이 직접 나오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감히 올 용기도 없었을 것이다.“부 당주님, 한 번만 더 설명해 드릴게요. 타케이 가문은 자결한 것이 맞아요. 용기가 대단해 일본 천황이 큰 상을 내리기로 했다니까요?”김예훈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이미 진주 사람들이 다 아는 사실이에요. 일본대사관 측에서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요. 부당주님께서 만약 불만이 있으시면 그들을 상대로 소송을 걸어도 좋아요. 소송에서 이기면 다시 이야기해 볼까요?”“너!”용현성은 화가 나서 할 말을 잃었다.‘김예훈 이 자식, 실력 있는 것도 모자라 말솜씨도 대단해.’김예훈이 일본대사관까지 거들먹거려 한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바로 이때, 장현준이 웃으면서 말했다.“김 회장, 어떻게 자결했는지는 김 회장이 나보다 더 잘 알잖아. 동씨 가문이 이 사건에 얼마나 많은 힘을 쏟아부었는지 김 회장도 모를 리가 없잖아. 굳이 밝혀봤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실력이 뛰어난 데다 동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어서 자신감이 넘치는 거 알아. 하지만 김 회장도 알겠지만, 이 세상에서 많은 일은 단순히 싸우고 죽이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아. 이 바닥에서는 예의를 갖춰야 해.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는데 당주님과 맞서